요즘 날씨가 참 이상하지요.
한참 따뜻해야 할, 아니 슬슬 더워져서 여름옷을 꺼내입고 다녀야할 5월 중순에 기습 한파로 채소랑 과일값이 내릴 생각을 않구요. 어제 설악산에는 눈이 내렸다지요. 저도 실은 사무실에서 전기방석에 불 넣고 일했답니다. 한편 얼마전 뉴스를 보니 파리 시내에선 때아닌 폭염으로 사람들이 죄다 벗고 있더군요.

이상기후는 전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숲의 나무를 사라지게 하는 펄프와 뗄 수 없는 관계인 출판산업도 결과적으로 지구를 뎁히는데 한 몫 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겁니다. 

버려진 종이를 모아 다시 만든 재생종이를 쓴다면 지구의 고대원시림을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 종이쓰레기의 40%가 매립되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효과가 21배나 높은 메탄을 배출하는 문제를 풀 수 있다. 재생종이 1톤으로 계산했을 때 나무 17그루를 지킬 수 있고, 평균 여섯 달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하며, 매립지 3입방미터를 줄이고, 물 31870리터를 절약하고 75%의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 천연펄프종이 1톤에 비해 재생종이는 에너지 43%를 적게 소비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정은영 녹색연합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글보듬지기

우리도 '재생지를 써서 환경을 살려야해.' 생각은 늘상 해왔지만 말그대로 생각뿐이었습니다. 재생지라고 값이 싼 것도 아니고, 거칠거칠한 종이에 인쇄는 잘 될까. '종이가 머 이렇노. 후지다' 라며 독자들에게 외면당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에 선뜻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다른출판사들도 비슷한 이유로 주저하고 있을 겁니다.

재생지는 출판사들이 많이 찾지 않으니 종이수급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종이를 주문할 즈음에 재고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없으면 제지사에서 생산에 들어가길 하세월 기다려야 하구요.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영영 재생지로 책 한권 못만들겠다 싶어 이번에 (두주먹 불끈 쥐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5월 17일 출간 예정인 신간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 혁명>의 본문 용지로 재생지류인 그린라이트80g을 썼습니다. 재고가 없을까봐 제작 들어가기 2주 전에 지업사에 미리 주문도 해두었답니다. 그 결과물이 오늘 도착합니다.

재생지에도 레벨이 있는데, 고지(폐지) 함유량이 높을수록 착한 재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린라이트지는 고지함유량이 20% 정도입니다. 20%밖에 안되니 못된 재생지라구요? 아닙니다. 고지를 활용했다는 자체만으로 모든 재생지는 착한 종이입니다. 고지를 100% 활용해 만드는 재생지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문지 같은 갱지류입니다. 진정한 재생지라고 할 수 있지요. 

간행물윤리위원회에 신청해서 받은 재생종이 샘플북과 <출판저널>에 실린 '녹색출판 참여도서 목록'이 재생지를 고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목록을 들고 서점과 도서관을 뒤져 재생지를 쓴 책들의 실물을 확인했습니다. '도서출판 살림터'의 책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좀 있으면 책이 도착합니다.
아! 책이 어떻게 나올까 무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좀 떨리기도 하구요. 처음 사용해보는 종이라서요.

앗. 포스팅을 하고 있는 중에 책이 도착했습니다.
흠... 도판이 좀 거칠게 인쇄되긴 했지만 재생용지니 감수해야겠지요. 그 외엔 대체로 만족스럽네요. 무엇보다 책이 무지 가볍습니다.

신안리 마을 이장 강수돌 교수가 주민들과 함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운동을 해왔던 5년여의 기록이랍니다.



녹색출판캠페인의 일원인 '재생지사용 인증마크'도 책 뒷표지에 박았습니다. 도서 내지의 80% 이상을 재생용지로 사용하면 이 '녹색출판' 마크를 책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뭔지 모르게 뿌듯하네요. 종이가 좀 거칠다고 혹은 좀 누렇다고 구박하지 마시고 예쁘게 봐주세요. 진정한 독자들은 알아주시겠지만요.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더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인 시대라고 누가 그랬습니다. 모든 책을 재생지로 만들 순 없겠지만... 조금씩 해나가려구요. 기껏 책 한권 만들어 놓고 좀 너무 생색내는 것 같지만.^^;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참 어렵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4월14일 시청에서 열린 2010 독서문화축제 협약식에 참석하였다. 서울에서 08년부터 개최된 독서문화축제가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에서 9월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축하할 일이다.

주최는 문화체육관광부이지만 주관이 부산시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어서 전화로만 알고 있던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민경미 팀장을 회의실에서 만났다. 민팀장과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매달 발행하는
<책&> 2008년 5월호에 출판사탐방이 소개된 인연이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양성우(사진) 위원장은 "이 행사를 계기로 영화의 도시 부산에 '독서문화의 도시'라는 별명이 하나 더 생긴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국제신문

  허남식 시장과 양성우 위원장의 인사와 협약서 체결로 순서가 진행되었다. 국비 1억2천만원, 시비 3천만원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부산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나기주 출판인쇄산업과장과 유향옥 사무관이 참석하여 지역출판과 독서문화에 대하여 현황을 청취하였다. 늦었지만 지역출판사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자주 방문하여 의견을 교류하고 정책에 반영하면 서울에 집중된 출판문화가 조금은 개선되지 않을까?

독서문화축제에는 공공도서관 사서들의 적극적 참여도 필요할 것이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독서문화상 시상과 학술행사도 잘 진행되기를 지역출판인으로서 희망한다.

Posted by 산지니북


가장 높이, 가장 오래 날고 싶은 '산지니' 


  

왼쪽부터 강수걸(대표), 권경옥(편집), 김은경(편집), 권문경(디자인)

 

출판사 산지니는 태어난 지 이제 갓 세 돌을 맞은 신생출판사이자 부산 소재 출판사이다. 한 때 서울이 아니면 모두 시골이라고 지칭하던 친구 덕택에 부산에서 상경한 나는 도리 없이 시골사람이 되고 말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서울 외의 도시를 일컬을 때 무의식중에 조심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방출판사?!’ 아니지... 그럼 뭐라고 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을 즈음 강수걸 대표는 ‘지역출판사’라고 산지니를 소개한다. 그게 맞겠다. 지방은 아무래도 수도권을 우선으로 하는 데서 비롯된 것일 테니까.


이런 편견 아닌 편견을 강 대표도 겪은 모양이다. 출판사를 차리고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일본 고단샤에서 나온 책을 번역·출간하기 위해 에이전시를 통해 판권 문의를 하였으나,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있는 출판사에서 어떻게 고단샤의 책을 출판할 수 있겠느냐는 답신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이 첫 번째 시도는 무산되었다. 2005년 2월 출판사를 차린 지 8개월 만에 첫 책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김대갑 지음과 『반송 사람들』고창원 지음을 내자 두 책에 대한 내용보다도 부산에 이러이러한 출판사가 생겼으니 많은 관심과 발전을 바란다는 요지의 기사가 지역신문에 실렸던 것만 보아도, 지역에서의 출판사 설립은 그 자체로도 뉴스거리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2008년 5월까지 출간된 책들

 


 산지니산진 山陣는 산 속에서 자라 여러 해를 묵은 매로 가장 높이 날고 오래 버티는 우리나라의 전통 매를 뜻하는 이름이자, 80년대 자신의 대학시절 학교 앞에 있던 사회과학서점의 이름이기도 하다고 강 대표는 말한다. 그 시절 그 서점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그 때 마음속에 깊이 새긴 ‘산지니’는 강 대표의 출판사 이름으로 자연스레 불리게 되었다. 그는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며, 산지니의 책들이 문화의 지역화와 문화민주주의의 심화에 도움이 되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힌다.


강 대표는 그간의 출판 과정에서 기억나는 책으로 2006년도 영화진흥위원회 출판지원도서로 선정된 『무중풍경-중국영화문화 1978-1998』다이진화 지음, 성옥례·이현복 옮김을 꼽는다. 사유의 깊이와 폭넓음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학자이자 작가인 저자 다이진화가 저술해 중국 영화계의 작은 고전으로 여겨지나, 까다로운 번역으로 인해 망설이던 차에 다른 팀에서도 영화진흥위원회에 출판지원도서로 신청해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소설가 조갑상 경성대 교수의 산문집 『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는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와 변화의 모습들을 추억하는 내용에 맞게 사진을 싣기로 하였으나, 사진가를 섭외할 여력이 없어 무뚝뚝한 작가와 함께 몇 날 며칠을 달동네를 오르내리고 도심을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던 일을 전한다. 1년여를 공들인 이 책은 서울에서 조선일보 기자가 인터뷰를 하러 오게 했으며,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출판사 재정에도 큰 보탬이 되었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인문·사회과학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산지니는 이처럼 부산이라는 지역과 관련된 책들뿐 아니라 진보와 보수 지식인의 저서나 인문교양서, 대중적인 자기계발서, 문예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책들을 내고 있다. 2006년 중국 정부로부터 번역료 일부를 지원받아 편찬한 『부채의 운치』박승미·저우위치 지음와 같은 교양으로 읽는 중국생활문화 시리즈와 『인도인과 인도문화』김도영 지음, 이경훈 사진, 『내가 만난 인도인』김도영 지음으로 대표되는 인도 관련 서적들도 꾸준히 펴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반세계화 운동가인 수전 조지의 저서와 캐나다 소설가의 르완다 내전에 관한 소설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지역출판사로서의 한계를 언급할 계제는 이미 아니지 싶다.


지역출판사로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책을 발간하거나 서울의 출판사들이 미처 다루지 못한 보석들을 찾아내고 있는 강수걸 대표는 그러나 아직은 해결 과제가 산적하다고 말한다. 수금문제로 지역출판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표면적인 문제는 물론, 지역 독자들 역시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고르기 때문에 지방색이 짙은 책을 출간하면 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 출신 유명작가의 책을 냈는데 부산에서는 몇 권 안 팔리고 오히려 서울에서  더 많이 팔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출판지원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피력한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출판을 지원하는 제도가 전무하다며, 국토의 진정한 균형발전은 문화건 예술이건 혹은 출판이건간에 자신이 살고 있는 자리에서 즐기고 누릴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겠냐며 반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문학나눔사업에서 우수문학도서를 선정할 때 5%의 지역쿼터제를 실행하는 것처럼 우리 위원회에서도 우수도서를 선정할 때 이런 식의 지역쿼터제를 염두에 두고 실행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한다.




사실 산지니가 위치한 곳은 내가 교복을 입고 최초의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라 하지만) 건너편에 있다. 그토록 넓었던 교정과 교실이 정작 요만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지역출판사의 현재와 닮았다. 그래서 더더군다나 산지니 사람들이 가장 높이 그리고, 가장 오래 우리 곁에서 날기를 바란다.



-  2008년 5월, <책&>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