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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7 바람의 언덕, 테하차피
“인디언을 만나러 갔던 거 아닐까요? 그들의 혼령이 불렀는지도 모를 일 아닙니까.”
“허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차상열의 우스갯소리를 영감님이 받았다.
“테하차피라는 이곳이 본래 인디언들 성지였어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기가 모인 곳이고, 명당이지요. 절을 지을 때 일주문 앞의 물줄기만 조금 돌려놓았다고 그러지요.” (211쪽)


소설을 읽다 보면 이야기 속 배경과 인물들을 상상하게 된다. 지난 10월에 나온 조갑상 교수님의 신작 「테하차피의 달」을 읽다 보니 테하차피가 있는 미국 모하비 사막의 풍경과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태고사란 절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테하차피는 미국  LA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인데, '바람의 언덕'이라는 뜻의 인디언 말이란다. 과거에 인디언이 살던 마을, 인디언의 성지였던 ‘바람의 언덕’이 지금은 미국 최대 풍력발전소로 개발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바람의 언덕 테하차피
출처 http://blog.naver.com/omnikane/50025010330


소설의 배경인 태고사는 테하차피 산중턱에 자리한 절이다. 한 미국인 스님(무량)이 한국 목수 2명과 함께 9년여동안 천신만고 끝에 완공했다고 한다.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철저히 한국 전통사찰을 짓는 방식으로 말이다.

소설 「테하차피의 달」은 태고사에 묵언수행을 하러 모인 네 남자의 사연을 들려준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고국을 등졌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벼랑끝에 내몰린 이민자들의 문제와 다양한 삶의 국면들을 다룬다.

 

밖은 야기가 가득했다. 바람은 없었지만 뚝 떨어진 기온이 제법 상쾌했다. 그는 참았던 숨을 맘껏 내쉬기라도 하듯 제법 어깨를 펴며 수묵화같이 솟은 산을 일별하고는 뒷사람을 따랐다. 모양 없이 찌그러진 달은 그나마 구름에 가려 있었다. 적막하기는 낮이나 밤이나 한가지겠지만 그래도 어둠에 묻힌 산을 보노라니 마음이 조금 느긋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180쪽)


소설집 『테하차피의 달』에 수록된 작품 8편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구체적인 장소가 배경으로 나오는데 특히 소설가가 살고 있는 부산의 지명들이 많이 나온다. 수록작 중,  일제 때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없으랴」는 전차가 다니던 시절 초량철도관사를 배경으로 고관, 명태고방 등 부산의 옛 지명들이 나온다. 「섣달그믐날」은 삼랑진역과 자갈치가 배경이다.


테하차피의 달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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