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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시집4

끝나지 않았기에 계속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시의 본령이다 :: 이근영 『심폐소생술』 그곳은 진도 처가에 가면 장인어른과 함께서망 수협공판장으로 싱싱한 해산물 사러 가는 길에잠깐 지나치던 곳일 뿐이었습니다 이름이 특이했지만수많은 항구들 중 하나일 뿐 특별할 것 없는그 작은 항구에 마음 둔 적 없었습니다그 작은 항구를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마냥 걸었습니다노란 리본이 달린 등대와 하늘나라 우체통이 있는부둣가 저 멀리, 자맥질하는 갈매기만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애써 슬픈 척, 애써 아픈 척 하지 않았습니다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영정 앞에서무릎 꿇고 절을 하는 나에게딸아이는 물었습니다 아빠 지금 뭐해?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못했습니다딸아이의 손을 잡고 마냥 걷기만 했습니다팽목항, 그 이름이 내 가슴에 고유명사로 박히는 날이었습니다나는 내 아이의 손을.. 2020. 4. 29.
아이들과 술 마시는 나쁜 선생이 되었다_ 이근영, 『심폐소생술』 #작고연약한것에대하여#아이들과술마시는나쁜선생이되었다#그저물에말은밥에된장푹찍어#고추한입먹는#그런소박하지만정겨운맛이면좋겠습니다#이근영심폐소생술 2020. 4. 23.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그대로일까_「현장체험학습 매뉴얼에 따른 공문서 작성-세월호, 그 후」(이근영 시집 :: 심폐소생술) 전북 남원에서 국어교사를 하고 있는 이근영 시인의 시집 『심폐소생술』에는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에 따른 공문서 작성-세월호, 그 후」라는 조금은 특이한 시가 실려 있습니다. 시인의 초고 원고를 조판하여,편집부 교정을 마치고 시인에게 교정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시인에게 다녀온 1교지의 이 시에는 이런 코멘트가 달려 있었습니다. "이 시만 글씨체를 바꾸긴 힘들겠죠?일부러 공문서 제목 그대로 따온 것을 강조하기 위해글씨체를 다르게 썼는데..." 그러고 보니, 시인이 처음에 보내 준 한글파일의 원고에도 다른 시들은 모두 명조체였는데, 이 시만 일명 '굴림체'였습니다. 조판을 하는 과정에서 모두 동일한 서체로 바뀌었던 거였지요. 그리고 이 시는 시인의 의견에 따라 이렇게 재탄생했습니다. 이 시는 세월호 이후 학교.. 2020. 4. 17.
시, 쓰다 :: 엄마, 내 얼굴에, 내 심장에 농약을 쳐 줘 엄마, 담임이 나도 농약 좀 치고 오래세상엔 엄마 같은 사람은 없어누가 나를, 이 못생긴 얼굴을 사 갈까?농약으로 버무려져도 윤기 반질반질 흐르고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들만백화점으로, 마트로 가서 팔리는 세상에서엄마 닮은 이 빛깔, 아무도 쳐다봐 주질 않아내 심장만 벌레가 다 파먹고 있어 엄마, 내 얼굴에, 내 심장에, 농약을 쳐 줘농약을 쳐 줘 엄마, 윤기가 반질반질 나도록 _이근영 「못생긴 사과」 중에서 심폐소생술 - 이근영 지음/산지니 2020.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