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성이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서 삶을 기록하는 여정이 담겨 있다. 저자는 '여성 일기 연구회'를 창립하고 운영한 경험과 출판된 일기, 자서전을 읽으며 일기 쓰기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를 기록했다. 이 책은 일기 쓰기로 내면을 탐색하고 상실을 위로하는 일기 여행에 독자들이 동참하도록 권하고, 지금 당장 일기 쓰기를 시작하도록 용기를 북돋운다. 말린 쉬위 지음 | 김창호 옮김 | 산지니 | 500쪽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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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여행 - 10점
말린 쉬위 지음, 김창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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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의 무덤기행 '가네코 후미코의 무덤을 찾다'에 산지니 펴낸 『나는 나』의 내용이 인용되었습니다. 이 책은 조선의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이자 일본의 젊은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1903~1926)가 이치가야 형무소에서 쓴 수기입니다. 그녀는 일본과 조선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여 조선인 무정부주의자 박열과 같이 생활하고 옥중에서 결혼하였으며, 천황과 황태자의 암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아 수감되어 있던 중 23살의 나이로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습니다.

 

박열과 가네코의 다정했던 한 때.

 자주와 자치…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사회

최근 오슬로 대학에서 온 박노자 교수를 만났다. 마침 영화 ‘박열’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는 “나는 일본인을 미워하지 않는다. 일본 제국을 미워한다.”는 박열의 대사 한 토막을 기억해냈다.

가네코의『옥중수기』를 보면, 박열을 만나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가네코가 “저기…. 난 일본인이에요. 그러나 조선에 특별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당신은 나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가네코는 “조선인이 일본인을 대할 때 가지는 감정을 대략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그것을 확인할 필요”에서였다. 그러자 박열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오. 내가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일본의 권력계급이오. 일반 민중은 아니오. 특히나 당시과 같이 편견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오히려 친근감마저 가지고 있소.” 다시 가네코가 박열에게 말한다: “당신은 민족운동가인가요? 사실 난 조선에 오랫동안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 때문인지 민족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조선인이 아니라서 그들처럼 일본으로부터 억압받은 일이 없으니, 조선인들과 함께 조선을 위한 독립운동을 할 마음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군요. 그러니까 당신이 만약 독립운동가라면 유감스럽지만 당신과 함께할 수 없어요.”

(조정민 옮김, 『나는 나』, 337쪽).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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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 후미코가 살았던 부강리 집의 현재 모습.

학대와 불운에서 ‘나 자신’을 찾다

가네코는 학대와 불운에서 ‘나 자신’을 확립한다. 그렇게 ‘나 자신’이란 인간을 찾을 수 있게 한 모든 불행한 운명, 학대에 대해, 그녀는 감사한다. 조선에서 일본으로 돌아간 뒤, 도쿄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불행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코하마에서, 야마나시에서, 조선에서, 하마마쓰에서, 나는 줄곧 학대당했다. 나는 ‘자신’이라는 것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모든 과거에 감사한다. 나의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도, 외삼촌에게도, 이모에게도. 아니, 내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고, 가는 곳마다 모든 환경 속에서 학대받을 만큼 학대받은 나의 운명에 감사한다. 왜냐하면 만약 내가 나의 아버지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면, 아마 나는 내가 그토록 혐오하고 경멸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성격, 생활을 그대로 받아들여 결국에는 나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불운한 탓에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정민 옮김, 『나는 나: 가네코 후미코 옥중수기』, 238쪽) 

 

‘부강’ 체험①: ‘개’에게로 연결된 ‘동포’ 의식

가네코가 조선의 부강에서 체험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서는 우선 주요한 것만 언급해두기로 한다.

먼저 그녀의 ‘부강’ 체험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개’에게서 느낀 ‘동포’ 의식이다.

부강을 떠나 일본의 야마나시에 있는 외가로 다시 갔을 때, 외삼촌이 키우는 개를 데리고 주변을 산책하면서 그녀는 이런 회상을 한다.


“문득 조선의 고모네가 기르던 개가 떠올랐다. 그 춥고 추운 조선의 겨울밤에, 멍석 하나 없이 밖에서 잠자던 개가 생각났다. 내가 배곯고 집 밖으로 쫓겨났을 때, 마치 나의 고통과 슬픔을 알기라도 하는 듯 꼬리를 흔들거나 고개를 떨어뜨리고 콧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오던 개가 떠올랐다. 그때 내가 개의 목을 꼭 붙들고 껴안으며 혼자 소리 죽여 울던 것도, 그리고 밤에 몰래 나가 개에게 멍석을 깔아주었던 일도 또 어릴 적, 아버지에게 찔려 죽은 가여운 개의 죽음도./조선에 있었을 때 나는 나와 개를 항상 연결 지어 생각했다. 우리 둘 모두 학대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가장 딱한 동포라는 생각까지 했다.”(조정민 옮김, 같은 책, 183쪽)


가네코의 『옥중수기』에는, 부강 시절 할머니에게 쫓겨나서 어린 그녀가 “만주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눈과 모래가 섞여 가차 없이 얼굴과 다리를 때리는” 춥고 추운 조선의 겨울밤을 지새우는 장면이 나온다(조정민 옮김, 같은 책, 104쪽). 쫓겨난 그녀와 함께 밤을 지새운 따스한 개. 그 개보다 못한 차디 찬 ‘할머니=일본인’이 그녀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가난-반감-반항심-동정심’에서 ‘사회주의사상’으로  

조선에서 체험한 것은 위의 ①∼③ 외에도 고리대금업 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목도하면서 가네코는 조선인들이 불쌍하게 ‘억압당하고, 고통받고, 착취당하는’ 것에 한없이 동정심을 갖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겪어오면서 느낀 감정들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줄’ ‘사회주의/사상’에 접하면서 ‘불이 붙는다’.


“사회주의는 나에게 특별히 새로운 것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겪어오면서 느낀 감정들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줄 뿐이었다. 나는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다. 그 때문에 나는 돈을 가진 자로부터 혹사당하고 괴롭힘을 받았으며 들볶였고 억압당했다. 또한 자유를 빼앗겼으며 착취당하고 지배당했다. 이런 나는 힘을 가진 자들에 대해 항상 마음속 깊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동정했다. 조선의 할머니 집 하인 고씨를 동정했던 것도, 불쌍한 개마저 동지처럼 느꼈던 것도 그 외에 이 수기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할머니 주위에서 일어난 많은 일에서 억압당하고 고통받고 착취당하는 불쌍한 조선인에 대해 한없이 동정했던 것도 이러한 마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 타오르고 있던 반항심과 동정심은 순식간에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불이 붙어버렸다./아아, (중략) 우리와 같은 불쌍한 계급을 위해, 나의 모든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투쟁하고 싶다.//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어떻게 이러한 정신을 살려갈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무력했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그에 대한 준비도 단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불평, 불만, 반항심만 가득한 일개 반항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조정민 옮김, 앞의 책, 300쪽)


가네코는 ‘가난→반감→반항심→동정심→사회주의사상’의 경로를 밟으며 이곳까지 왔다. ‘불평, 불만, 반항심만 가득한 일개 반항아’가 사회주의/사상에 이론화되어 투쟁심을 기른다. 그런데 그녀는 과연 사회주의에 대해 어떤 ‘믿음’과 ‘거리’를 갖고 있었을까. 일본인에 대한 ‘반항심’과 조선인에 대한 ‘동정심’이 국가・권력에 대한 ‘회의’를 거쳐, ‘위안 없는 사유’ 아나키즘으로 나아가는 길목이 사뭇 궁금해진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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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 후미코에게 나라와 민족의 구분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착취하는 계급과 착취당하는 계급, 억압하는 계급과 억압받는 계급만이 유의미한 차이였습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돕고자 노력한 대상은 일본인에 의해 고통받는 조선인뿐 아니라, 세계의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녀의 삶은,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상관없이 자유를 빼앗기고 혹사당한 모든 이들을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이데올로기와 민족을 넘어서 '사람과 삶' '인류와 인권'을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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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9.04.22 1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글 읽었어요. 정말 흥미로운 글입니다.

 

 

 

■ 루카치의 길 | 김경식 지음 | 산지니 | 345쪽

 

금융위기 이후, 물질만능과 극심한 빈부격차 등 자본주의 폐해로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대가 옳은 것인지 의심하게 됐고,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하고 낯선 사상이 된 마르크스 사상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저자는 반평생 마르크스 사상을 연구한 대표적 마르크스주의자로 20세기 사상사에 영향을 끼친 루카치의 사상을 다시 주목한다. 루카치의 초기 마르크스 사상, 루카치의 마르크스주의 문학론 구성요소, 마르크스주의 미학의 방법론적 기초 등 루카치의 수록작, 논문, 리뷰를 바탕으로 루카치 사상을 정리했다. 이와 함께, 가혹할 정도로 투쟁하고 사유하고 자기비판을 가하며 치열한 삶을 살았던 루카치의 생애를 조명하면서 실천적 사상가로서의 루카치를 바라본다.

 

교수신문 전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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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치의 길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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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저자의 말말말

 

 

 

중국식 사회주의

 

 근대 캉여우웨이로부터 쑨원의 삼민주의, 그리고 ‘중국식 사회주의’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평등’이다.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은 대동의 ‘天下爲公’과 ‘均’의 정신을 현실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모습은 우려스러운 것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가장 ‘평등’한 사회에서 심각한 ‘불평등’ 사회로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상사회론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단지 물질적 분배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신적 가치 영역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중국의 거대한 실험, ‘사회주의-시장경제’라는 모순된 체제의 유합은 경제 성장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빈부의 격차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화해사회론이 대두된 데에는 이러한 현실이 큰 작용을 한 것이다. 그러하다고 해서 근대 이래 중국 지식인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평등’사회를 포기한 것이라 평가해선 곤란하다는 점이다. ‘화해사회주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 중국은 근대 이래 ‘오래된 이상’에 대해 여전히 같은 태도를 갖고 있다.

 

 근대 중국이 그러했듯, 오늘날 중국의 혼란 역시 역사 전환기의 민중이 겪어야 할 시련이다. 사고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 사람들은 전통적 가치의 붕괴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중국의 꿈’이라는 이상적 성격이 강한 정책 목표가 제시된 것은 중국의 이러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의 꿈’이 실현될 수 있기 위해선 상품경제와 공유제의 균형, 당과 법치의 조화라는 어려운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중국식 사회주의가 그 목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달성했는가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근대 이래 인류의 이상사회에 대한 지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국가다. 특히 세계화의 걷잡을 수 없는 파도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길을 걸어온 중국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거둘지 그 추이를 지켜보는 마음엔 기대와 우려가 함께 섞여 있다.

 

 

이연도 중앙대 교수(중국근대철학), 『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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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술/지성 새 책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루쉰을 따라가는 동아시아 사상의 여정

서광덕 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인문한국(HK)연구교수가 중국 문학가 루쉰의 사유를 통해 동아시아 ‘사상’의 문제를 짚었다. 루쉰을 거점으로 삼았던 동아시아 사상가들로부터 출발하여 ‘동아시아론’의 다양한 양상과 실천적 의미를 다시 한 번 점검한다. /산지니·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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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930호 분야별 신간도서

 

■인문
글로컬 만주 | 박선영 지음 | 한울엠플러스 | 392쪽
동아시아 사유로부터 | 이승종 지음 | 동녘 | 536쪽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 | 서광덕 지음 | 산지니 | 376쪽
세상을 움직이는 네 글자 | 김준연 지음 | 궁리 | 372쪽
영혼의 말 | 이종건 지음 | 궁리 | 144쪽
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 | 마이클 카츠, 거숀 슈워츠 지음 | 주원규 옮김 | 바다출판사 | 494쪽
인공지능, 권력변환과 세계정치 | 조현석, 김상배 외 지음 | 삼인 | 328쪽
인공지능의 존재론 | 이중원 엮음 | 이중원, 박충식, 이영의, 고인석, 천현득, 정재현, 신상규, 목광수, 이상욱 지음 | 한울엠플러스 | 328쪽
「자본」의 방법과 헤겔의 논리학 | 가쿠다 슈이치 지음 | 김성칠 옮김 | 376쪽
장자화의 사기 4,5권 | 사마천 원작 | 장자화 지음 | 정후이허, 관웨수 그림 | 전수정 옮김 | 232쪽, 220쪽
제국 일본의 역사학과 ‘조선’ |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 | 윤해동, 장신 엮음 | 윤해동, 장신, 박찬홍, 심희찬, 정상우, 정인성 , 정준영 지음 | 소명출판 | 328쪽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 | 에릭 샬린 지음 |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436쪽
판타지랜드 | 커트 앤더슨 지음 | 정혜윤 옮김 | 세종서적 | 720쪽
푸코의 미학 | 다케아 히로나리 지음 | 김상운 옮김 | 현실문화 | 32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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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총서26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

서광덕 지음 | 376| 28,000| 2018628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동아시아 각국에서 자국의 역사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제기했던 지식인들의 루쉰 수용사를 정리한다. 후반부에서는 루쉰의 집필.번역 활동 이력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동시대 동아시아 사유의 유산으로서 루쉰의 근대 경험을 도출해낸다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 - 10점
서광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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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특집기사 

출판사들은 어떤 책 내놓을까? (1)



사르트르, 바디우 古典 입문서부터 

마르크스의 마지막 기록까지 


2018년 책의 해를 맞아 활발하게 출판활동을 벌이고 있는 18곳의 출판사로부터 출간 예정 도서 목록을 받았다. 각 출판사가 집중하는 분야가 다르기에 회신 목록으로부터 하나의 공통점을 도출해낼 수는 없었지만, 철학, 문학, 사회과학 등 각자의 고유한 분야에서 그들만의 색깔로 꾸준히 깊이를 더해가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산지니 근작 표지 깜짝 공개!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

(마르셀로 무스토 저, 강성훈, 문혜림 역)



중국에 대한 지속적이 관심과 관련 인문 서적의 증가


산지니는 『독일 헌법학의 원천』(카를 슈미츠 외 저, 김효전 편역),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마르셀로 무스토 저, 강성훈, 문혜림 역), 『중국경제법의 이해』(김종우 저),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서광덕 저), 『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이연도 저), 『소비에트 러시아의 신체문화와 스포츠』(박원용 저)를 펴낸다.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은 1881년부터 1883년까지 마르크스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노년의 삶과 사상을 주목한 책이다. 마르크스의 전체 글을 재평가할 때에 특별한 가치를 갖는 것은 1998년 간행을 재개한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²)이다. 이 전집에는 마르크스의 일부 저작들의 새로운 버전과 『자본』 집필을 위해 작성한 모든 초고와 그의 삶에서 중요한 시기에 보낸 서신들과 엄선된 답장들, 그리고 읽었던 자료에 대한 발췌문과 논평들이 수록돼 있다. 『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은 중국 사상계를 추동하는 핵심적 사유인 근현대 ‘이상사회론’의 철학적 의미와 배경에 대해 연구해온 이연도 중앙대 교수(철학)의 본격 중국정치철학서다. 청나라 말기부터 신해혁명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진행된 이상사회관의 흐름을 정리하여 중국이 지향하는 이상사회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철학적으로 검토한다. 


교수신문 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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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웃음 1―어이없음: 요즈음 웃는 횟수가 많아졌다. 뉴스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웃는다. 문제는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태연하게 일어나고, 그걸 또 밑밥 삼아 별의별 ‘썰’들을 만들어 내어 보도하고 소비하는 걸 보고 있자니 ‘失笑’를 금할 길이 없다. 특히 악의적으로 생산되는 가짜 뉴스들과 그것을 철썩 같이 믿는 주변의 어르신들을 보면서, 미디어 과잉시대의 ‘여론’이라는 것의 허망성을 목도하면서는 더욱 그렇다.

 

(중략)

 

이때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라는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냈다.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며,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이러는데” “나 하나만 반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는 명령받은 대로 하기만 하면 돼”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스스로 사유하기를 그만둔다면, 파시즘의 광기로든 뭐든 우리에게 악을 행하도록 계기가 주어졌을 때, 평범하고 선량한 우리는 언제든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

 

마리 루이제 크노트는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배기정·김송인 옮김, 산지니, 2016)이라는 책에서 웃음, 번역, 용서, 표현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범주화해 한나 아렌트만의 독특한 사유방식을 파헤치고 있다. 크노트는 ‘악의 평범성’을 설명하면서 아렌트가 이 유례가 없는 통찰에 다다른 건 ‘웃음’의 힘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렌트가 예루살렘에서 아이히만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 그에 대한 자료를 읽으면서 보인 가장 첫 반응은 ‘웃음’이었다고 한다. 아렌트에게 웃음은 ‘암울한 시대의 경직된 사고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게 하고, 이것은 곧 해방과 자유의 영토에’ 이르게 하는 것이었다. 아렌트에게 아이러니가 섞인 유머란 실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되는 자신의 습관이나 편견과 거리를 두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독일어와 영어, 두 언어로 집필했던 아렌트에게 ‘번역’이란 무엇이었을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세 번째 장에서는 아렌트가 정치이론에서 시도한 탈학습의 중심 개념 중 하나인 ‘용서’에 대해 논의하며, ‘용서는 죄악을 잊지 않되 저지른 죄악으로부터 미래에 끼치는 영향력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개념까지 확장해 나가는 사유의 과정을 보여 준다.

 

마지막 장은 ‘표현’에 대해 다룬다. 아렌트는 과장을 좋아했다. 이미 알려진 것을 뛰어넘는 언어의 과도함은 극적인 표현을 통해 익숙한 궤도를 따르는 사유방식을 새로운 모험 속에 빠뜨리도록 한다. 아렌트에게 생각하고 쓰는 일은 낯선 세계를 만나고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웃음 4―다시 봄이다: 아무 생각 없이, 스스로 사유해 보겠다는 의지조차 없이 상사의 지시사항만을 수첩에 빼곡하게 받아 적는 아이히만 같은 사람들은 떨쳐 버리자. 그 대신 자기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고 있는, 풀숲에서 환한 웃음으로 봄을 열고 있는 조그마한 ‘노루귀꽃’을 만나러 가보자. 광기와 폭력의 시대였음에도 ‘공공성’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핍박받고 추방되고 오해받는 삶을 살면서도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았던 그 한나 아렌트를 생각하면서.

 

 

2017-03-24 | 교수신문 |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원문읽기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 - 10점
마리 루이제 크노트 지음, 배기정.김송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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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작가 리아오(李敖)가 쓴 『北京法源寺』란 작품이 있다. 국내엔 아직 번역본이 나와 있지 않지만, 영문으로 번역됐을 정도로 꽤 알려진 소설이다. 얼마 전 오랫동안 존경해 오던 교수님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됐는데, 중국 관계 이야기를 나누다 이 책을 오랜만에 떠올릴 수 있었다. 2004년 대만과 중국에서 출판된 책으로, 근대 중국의 혁명 주역이었던 강유위, 양계초, 담사동 등이 주인공이다. 지금도 북경에 남아 있는 ‘법원사’는 원래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희생된 수나라 병사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당나라 때 세운 절이다. 무술변법이 실패하고 강유위가 잠시 몸을 피해 있던 이 절을 배경으로 리아오는 혁명 전후의 숨 가쁜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필자가 유학 생활을 마무리하던 시기에 출간된 이 책이 기억에 생생한 이유는 근현대 중국철학이 전공인 탓도 있지만, 변법 실패 후 혁명을 꿈꿨던 이들의 좌절과 고뇌가 인간적으로 잘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강유위이지만, 실제 기억에 더 깊숙이 새겨진 이는 譚嗣同(1865~1898)이다. 담사동은 서태후의 쿠데타로 변법이 실패하자, 망명 권유를 거절하고 康廣仁, 劉光第 등과 함께 서른셋의 나이로 순절했다. 처형 당시 그가 남긴 말이 압권인데, “각 나라의 혁명은 피를 먹고 자랐다. 도적을 죽이려했으나, 능력이 없어 죽는다. 가치 있게 죽으니, 빨리 형을 집행하라”다. 지식인의 순절이 드물지 않은 중국의 전통에서 보더라도 장쾌한 죽음이다.     

 

신해혁명을 주도한 손문이나 黃興, 여성으로 혁명에 참여했다 희생된 秋瑾 등의 회고를 들어보면 그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바로 담사동이다. 현대 중국의 국학파 영수 章炳麟 역시 담사동의 『仁學』을 읽고 혁명의 길에 나섰다고 말한 바 있다. 『인학』은 담사동이 순절하기 직전인 서른두 살에 쓴 책이다. 여기에서 담사동은 양명학을 바탕으로 전통 유가의 ‘仁’사상에 화엄종과 유식불교, 묵자 사상을 아우른 새로운 학설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서구의 정치 체제, 기독교, 물리학, 수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근대학문의 성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담사동이 유가의 ‘인’ 사상을 당시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라는 계몽적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근현대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에 비견될 만큼 새롭고 다양한 사상들이 등장한 시기다. 철학사에서 이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지식 패러다임의 전환기가 지닌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학』은 그 대표 작품 중 하나다. 이번 학기 우리 학계에 반가운 소식 중 하나로, 전공자 외에 그 내용을 접하기 어려웠던 『인학』(임형석 옮김, 2016)의 우리말 번역본이 출판됐다. 부산 지역의 대표 출판사인 ‘산지니’가 내놓은 1차 근현대중국사상 총서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중국 근현대 사상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 현실에서 새로운 계기가 될 만한  의미 있는 기획이다.


현실적으로 학술서 번역은 출판사나 역자에게 고달프기만 하고 마땅한 보상이 따르지 않은 작업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들인 품에 비해 그 평가는 논문 한 편만도 못하고, 상업적 성공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학계에서 학술 번역에 대한 평가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누누이 얘기해 왔지만, 교육부와 대학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연구 재단의 번역 과제 공모가 우리 사회의 고전 출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전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현실에서 ‘산지니’와 역자들의 이번 총서 출간은 무모하리만큼 용감해 보이고,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담사동의 『인학』 외에 함께 출간된 책은 양계초의 『歐遊心影錄』, 『新中國未來記』, 1920년대 중국의 대표적 학술 쟁점이었던 『과학과 인생관 논쟁』이다. 특히 『신중국미래기』는 전공자들조차 생소한 책인데,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정책 슬로건으로 떠오른 ‘중국의 꿈(中國夢)’의 근대적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뿐 아니라 한국, 독일, 프랑스, 영미 등의 현대철학에 대한 관심과 출판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학계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서울 독점의 출판 환경에서 꿋꿋하게 지역을 지키며 제 갈 길을 가는 ‘산지니’의 기획이 성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연도 서평위원/중앙대 교양학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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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6.22 1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기사를 보니 힘이 나네요!!

  2. BlogIcon 별과우물 2016.06.23 09: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이 저렇게 나란히 있으니, 더 그럴 듯 한 것 같습니다. ^^

 

교수신문 - 834호 새로나온 책

 

 

 

 

조공과 사대: 춘추전국 시대의 국제정치, 이춘식 지음, 산지니, 402쪽, 28,000원

조공과 사대를 매개로 한 과거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의 국제질서를 살펴보고 G2로 격상된 현대 중국의 세계관과 외교 책략을 짚어본 책이다. 특히 선진 시대 왕조 교체와 시대 변화에 따른 조공의 특징과 변화를 분석해 선진이후 중국과 주변국 간에 오랫동안 시행돼왔던 조공의 성격과 역사적 의미를 설명한다. 지금까지 조공에 관한 연구 경향은 중국의 전통적 시각에서 중국에 대한 주변국의 자발적인 내조로 간주하거나 중국 천자와 제후 간의 봉건적 군신관계로 인식하는 것이었다. 조공이 주 왕조의 봉건제도하에 주 천자와 제후 간의 봉건적 관계에서 기원한 것으로 단순하게 이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조공과 사대가 국가 간 종속관계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하기보다 시대마다 성격과 역할이 달랐다고 보고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조공과 사대를 중국 위주의 국제질서가 아니라 주변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전체 입장과 시각에서 고찰해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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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별과우물 2016.06.23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공과 사대가 교수신문에 소개가 되었군요. 많은 분들이 읽어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혼탁한 한국사회 에두르며 자본주의 현실 겨냥한 책들 쏟아진다


지난호에서 갈무리-사이언스북스의 출판 예정 목록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호에서는 산지니-휴머니스트의 목록을 알아본다.




부산을 배경으로 인문사회 분야 저력 있는 책들을 출판하고 있는 산지니는 하반기에 공들인 책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나 아렌트와 탈학습』(마리 루이즈 크노트)과 계급론의 대가인 사회학자 에릭 올린 라이트의 『계급 이해하기』, 그리고 그리스 문학을 통해 살펴본 향수와 방향제의 역사를 담은 『사포의 정원』(주세페 스퀼라체), 건축사학 분야에서 눈길을 끄는 『동중국해 문화권의 민가』(윤일이) 등이 목록에 올라 있다. 특히 『한나 아렌트와 탈학습』은, 전범 아이히만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진 한나 아렌트가 이제까지 학습해온 사고의 틀을 벗어남으로써 ‘악의 평범성’을 발견한 바로 그 점에 착안한 책이다. ‘탈학습(unlearning)’의 가능성을 엿본 저자는 웃음, 번역, 용서, 극화라는 네 개의 테마를 통해 아렌트의 사유 방법과 과정을 다룬다.


『중국인쇄사(전5권)』(장수민), 『조선왕실의 책봉의례』(신명호) 등을 준비하고 있는 세창출판사는 이외에도 『중국고대 도성제도사 연구』(양관), 『프로이트 연구: 정신분석의 성립과 발전, 수용과 영향』(한스-마틴 로흐만 외), 『한국의 교양인을 위한 새 독문학사』(안삼환)도 작업 중에 있다. 『중국인쇄사』는 인쇄물의 발명으로부터 1천년간의 모든 판각과 도서간행의 역사를 말하애 상세하게 각 시대의 도서간행 장소·도서 내용·판본의 특색·각자공과 인쇄공의 생활과 그들의 역정 및 각종 도서간행의 방법을 서술했다. 기타 서적 이외에 각종 인쇄품들, 예컨대 판화·세화·신문·지폐 및 인쇄소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 종이와 먹 등 문방용품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자료와 독특한 견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역동적인 인문출판의 명가인 소명출판의 예정 목록은 빽빽하다. 그만큼 다양한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뜻인데, 젊은 연구자들과 중진 학자들의 책, 연구회 단위의 기획 도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문화적 근대의 자의식: 식민지 문학, 문학사, 그리고 동아시아』(김명인), 『근대세계의 형성: 19세기 세계 1』(허보윤), 『근대지식과 저널리즘』(정선경), 『일제하 한국아나키즘 소사전』(오장환), 오무라 마스오의 『윤동주와 한국문학』, 『사랑하는 대륙이여: 시인 김용제 연구』, 『식민주의와 문학』, 『조선의 혼을 찾아서』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사적을 조사 발굴한 지구상 최초의 연구자인 오무라 마스오의 책이 여러 권 소개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일본과 한국의 프롤레타리아문학 운동 퇴조기 최후의 기수이자 최후미 주자였던 김용제의 삶과 문학을 소개한 책, 국제심포지엄 ‘식민주의와 문학’에서 저자가 10여년 동안 발표했던 글을 묶은 책 등이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된다.


굵직한 명저 번역서 중심으로 신간을 제출해왔던 아카넷은 『탈서구중심주의는 가능한가: 비서구적 성찰과 대응』(강정인 외), 『근대성과 자아의식』(차인석), 『후설전집』(후설전집번역위원회), 『일상사 연구』(알프 뤼크게), 『실패한 제국: 스탈린으로부터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냉전시대의 소련』(블라디슬라프), 『이주 노동자의 기원을 찾아서: 일제하 화교노동자의 삶과 한국인』(김태웅)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탈서구중심주의 가능한가』는 서구문명의 전 세계적 군림에 대한 세계 여러 지역들의 다양한 성찰과 대응을 정치·경제·군사적 면보다는 사상·문화적 면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전집’이라고 했지만 분명 『후설전집』은 ‘주요 저작’에 한정한 번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에 첫 책으로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과 『현상학의 근본문제』가 나올 예정이다. 『실패한 제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과의 소련이 전지구적 대결을 전개할 수 있었던 동기를 탐구한 책으로, 일련의 비판적 구술사 프로젝트들의 성과에 힘입어 서술된, 냉전사의 한 획을 긋는 연구서로 평가되고 있다.
 

『아이작 뉴턴』(리처드 S. 웨스트풀), 『역사의 도둑』(잭 구디), 『자연의 해석자』(도날드 맥크로리), 『신과 문화의 죽음』(테리 이글턴) 등을 준비하고 있는 알마는 이외에도 종이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한 『백색 마법』(로타르 뮐러),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덩샤오핑의 일생을 건드린 『덩샤오핑』을 출간한다. 역사학자 잭 구디의 책은 유라시아 역사를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책으로, 특히 아시아 역사에 대한 연구 부족을 지적하면서 세계사 전반에 관한 논의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자연의 해석자』는 과학자이자 지리학자, 탐험가인 훔볼트의 일대기를 종합적으로 저술한 훔볼트 평전이다.


스무살의 젊디 젊은 저자를 발굴, 과감하게 단행본을 내놓았던 에코리브르는 『장소의 운명』(에드워드 S. 케세이), 『국경 없는 세계에서 지역의 힘』(헬무트 버킹), 『영화로 보는 이주민과 다문화 사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소의 운명』은 서양 현대 사상에 깊이 잠들어 있는 ‘장소’를 다시 한 번 철학적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재조명하는 책이다. 『국경 없는 세계에서 지역의 힘』은 세계화와 로컬 문화에 대한 진단으로, 글로벌 논의가 어떻게 로컬 문화로 극단적인 이동을 보이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열린책들은 『일본의 대외 전쟁』(김시덕), 『성장을 넘어서』(허먼 데일리), 『전문가의 독재』(윌리엄 R. 이스털리), 『대분열』(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가브리엘 마르쿠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은행 개발 원조 파트에서 16년간 일한 저명한 개발 경제학자 윌리엄 R. 이스털리는 서구의 메시아적 대외 원조가 과거의 식민주의적 오만의 재탕이라고 비판하며서, 하향식 거대 원조보다는 상향식 경제 개발이 훨씬 효과적으로 빈곤을 퇴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연소 철학 교수 타이틀을 거머쥔 독일 철학계의 신성 가브리엘 마르쿠스의 책은, 독일에서 16주간 베스트셀러에 있었던 책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대가의 솜씨를 자랑하는 사유 실험’이라고 이 책을 평했다.
 

열화당은 프랑스 미술사학자 르네 위그의 『보이는 것과의 대화』 , 고고학자 지건길의 역작 『한국 고고학 100년사: 1880-1980』, 건축학자 손세관의 『20세기 집합주택을 말하다』 등을 목록에 올렸다. 르네 위그의 책은 미술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우리의 삶에 어떤 본질적 중요성을 가지는지를 역사·문학·철학 등 광범위한 탐구에 토대를 두고 밝혀낸다. 지건길의 책은 19세기 말 일본인들에 의해 근대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고고학의 100년 역사를 명쾌하게 정리한 책이다. 한국 고고학의 발자취와 성과를 주요 발굴작업의 도면·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이학사는 루크거 뤼트케하우스의 『탄생 철학』, 존 롤즈의 『공정의로서의 정의』,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헌 권력』을 내놓는다. 『탄생 철학』은 플라톤 이래로 2천500년 동안 이어져온 죽음 중심의 철학에서 벗어나 탄생을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삼는 탄생 철학의 기초적인 윤곽을 그린 책이다. 특히 이 책은 탄생에 대한 물음이 우리 존재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생명과학과 의료 기술이 권력을 장악해가는 오늘날 사멸성에서 탄생성으로 나아가는 철학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나 아렌트의 ‘탄생성’ 개념이 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 네그리의 책은, 그가 『제국』의 출간에 앞서 정치에 대한 자신의 사유의 정수를 갈무리해 내놓은 책이다.


지리학 분야에서 굵직한 책들을 출판해왔던 (주)푸른길은 『개도국의 지리학』(글린 윌리엄스 외), 『1950년대, 현 지리교육의 역사적 기원을 읽다』(안종욱), 『이주 주요 개념』(데이비드 바트람 외), 『사회정책의 혼종성과 다양성』(김의영 외), 『분쟁의 세계지도』(이정록 외) 등을 챙기고 있다. 안종욱의 흥미로운 책은 현 지리교육과정, 고등학교 지리교과의 내용체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이유는 무엇인지 고찰하기 위해 지리교육과정의 내용과 체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시기를 찾아 교육과정의 변화와 사회의 관련성을 분석한다.


역사 대중화의 선두 주자인 푸른역사는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이영미), 『신여성, 개념의 역사』(김경일), 『한국고대사-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 01·02』를 준비하고 있다. 이영미의 책은 식민지시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국대중예술사를 ‘신파성’이라는 관점으로 고찰한다. 소설, 대중가요, 영화, 만화, 방송드라마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신파성’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주됐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핀다. 사회학자 김경일의 책은 신여성의 개념과 실체에 관해 지금까지 제기돼온 질문과 문제들에 답하고 있다. 신여성 개념의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세대에 따라 근대 여성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고 여기에 이념의 차이를 고려한 유형화를 시도한다.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 터주대감인 (주)학지사는 『한국 전통 상·장의례의 상징성』(이부영 외), 『의식과 변용』(켄 윌버 외), 『영재상담: 이론과 적용』(이신동 외)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 정통 상·장의례의 상징성』은 전통적인 유교적 상·장례와 전통 상·장례에 수반돼 연출되는 우리나라 진도 특유의 민가 연희 ‘다시래기’에 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를 다룬 책으로, 죽은 자들의 넋을 보내는 제의의 심리학적 의미를 융의 상징 이해의 방법에 따라 충실히 전달하고자 한다. 『의식의 변용』은 통합의식 연구와 통합사상 분야의 최고 석학인 켄 윌버와 하버드대 의대의 잭 앵글러 등이 집필한 정신의학적 접근과 명상정관적 접근에 의한 심리치료와 의식의 성장 변화와 변용에 관한 책이다.


저력 있는 사회과학 출판사 한울엠플러스(구 도서출판 한울)는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니콜라스 조지스쿠로젠), 『저항은 예술이다』(제임스 제스퍼),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사회적 국가』(홍준기), 『한국 사회적 경제의 역사와 전망』(신명호 외), 『역사 선언』(조 굴디 외), 『사회적 경제의 사회학』(이재열 외), 『한국의 사회과학 개념사』(김상배 외) 등을 선보인다. ‘사회적 경제’, ‘사회적 국가’와 관련한 지적 탐색이 눈에 들어온다.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은 열역학의 엔트로피 법칙을 경제 과정에 적용한 책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만큼 난해하다는 평이다. 특히 『한국의 사회과학 개념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 한국 사회과학의 주요 개념들에 대한 수용과 변용의 과정을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 인문·사회과학 출판을 표방하고 있는 창비는 역사, 영화비평, 문학, 지리, 인류학 등에서 신간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주의 길들이기』(장문석), 『조선영화란 하오』(백문임 외), 『중국의 초상』(쑨거),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데이디브 하비), 그리고 『자살폭탄테러에 대하여』(타랄 아사드) 등이 목록에 올라 있다. 역사학자인 장문석의 책은, ‘자본주의는 이윤추구와 경쟁만을 덕목으로 삼는다’라는 통념에 반하는 역사적 사실을 20세기 초 이탈리아사를 통해 드러내는 역사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17세기 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족, 국가, 종교 등 ‘비자본주의적 요소’를 보호하며 자신의 효율성과 정당성을 갖춰왔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비록 현대에 이르러 탐욕스러운 신자유주의로 변모해가지만, 그 본연의 ‘공정함’과 ‘도덕성’은 복원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책세상은 『역사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김정인), 『도서관과 작업장: 지식자본주의 시대, 사회민주주의는 가능한가』(옌뉘 안데르손), 『텔레마코스 콤플렉스: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마시오 레칼카티), 『비스켄슈타인의 철학』(이영철) 등을 내놓는다. 김정인의 책은 20여년에 걸친 역사전쟁의 궤적을 정리한다. 각 국면의 논점과 역사 인식의 실체가 무엇인지 등 역사전쟁의 현장, 전선,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성찰적 역사인식과 ‘역사 대화’를 촉구한다. 『도서관과 작업장』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년 동안 지식경제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라 풍미했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위상이 곤두박질친 ‘제3의 길’ 프로젝트가 역사에 남긴 흔적을 짚는다.


현실문화연구가 선보일 책은 『해방된 관객』(자크 랑시에르), 『소리의 정치: 조선의 극장과 제국의 관객을 상상하기』(이화진), 『애드호키즘』(찰스 젠크스·네이선 실버), 『양식의 문제: 장식사를 위한 정초』(알로이스 리글),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김미덕), 『공간 침입자』(너멀 퓨워) 등이다.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은 한국 페미니즘에 붙은 다섯 가지 오해에 대한 페미니스트 정치학자의 해명이다. 여성주의가 젠더정치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언들도 담고 있다. 『공간의 침입자』의 저자는 그동안 소수자들이 배제돼왔던 학계, 공직, 예술계에 소수자들이 진입했을 때 벌어지는 문제를 ‘특권의 프리즘’을 통해 살펴본다. 소수자의 진입에 존재론적 ‘공모’가 있었으며, 그래서 조직의 전복이 일어나기보다는 동화의 압력에 놓이게 된다는 시각이 비판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휴머니스트는 인문, 역사 외에도 과학 쪽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올해 내놓을 예정 목록에는 『협상』(김연철), 『면화의 제국』(스벤 베커트), 『한국 역사학의 기원』(신주백), 『대학의 역사』(김정인), 『지식 정치와 지민의 탄생』(김종영), 『상상력과 과학기술』(이상욱), 『신의 입자』(레온 레더먼 외) 등이 올라 있다. 『디지털 사회론』(백욱인) 연작도 기대된다. 신주백의 책은, 한국 역사학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식민사관 논쟁은 물론이고, 현재 유행하는 다양한 역사학의 흐름이 본질적으로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그 뿌리를 캐는 책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역사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역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김종영의 책은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황우석 사태, 4대강 문제, 광우병 촛불집회 등 지식과 한국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다룬 것으로, 시민 지성이 한국 사회의 각종 이슈에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최익현 | 교수신문 | 201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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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별과우물 2016.05.16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정리 되어 있는 걸 보니, 더 눈에 확 들어오네요. 산지니도 그렇지만, 다른 출판사도 좋은 책들을 많이 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

책을 말하다_ 『방법으로서의 중국』 미조구치 유조 지음|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296쪽|25,000원

그가 내세운 중국학은 바로 ‘자유로운 중국학’이다. 여기서의 자유의 의미는 물론 ‘진화’에서 벗어나 방법론상의 자유의 확대를 가리키는 동시에 사회주의 중국이 지향하는 바를 자신의 學의 목적의식으로 삼는 그러한 중국밀착적인 목적으로부터의 자유 또한 가리킨다.

 

 



 
   
 

중국을 대상으로 자신의 사유를 전개한 사상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미조구치 유조(1932~2010)의 초기 저작 『방법으로서의 중국』이 시간이 꽤 흐른 지금 국내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다. 오래 전부터 이 책의 번역을 염두에 뒀는데, 이제야 출판을 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중국의 싼롄서점에서 ‘미조구치 유조 전집’의 완간을 앞두고 있는데, 그에 못지않게 한국에서도 지금까지 미조구치의 저작은 많이 번역돼왔지만 유독 이 책만 번역되지 않아 조바심을 내던 차였다. 이미 번역된 저작들 대부분이 전문 연구서임에 반해 이번에 출간된 『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자신의 학술연구를 바탕으로 ‘지금 중국을 말하는 이유’를 종래의 일본 중국학을 비판하면서 밝히고 있는 저서라는 점에서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1980년대에 발표한 논문들을 수록한 이 책에서 그가 강조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근대 중국을 분석하는 주류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이다. 여기서 주류적 방법론이란 중국의 근대를 바라보는 종래의 시각 즉 진화론에 입각한 단계론적 시각을 가리킨다. 미조구치는 종래의 양무운동-변법유신-신해혁명이란 단계론적 구도에 따른 중국 근대사 이해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병폐를 나았는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아울러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이라는 단순한 이원론적 구도로는 중국의 근대가 지닌 독특함 그리고 이것이 드러낸 다양한 역사구조상의 모순들을 정확히 투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주장은 현재적 시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내용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당시에도 이와 같은 서구 중심의 근대 이해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제기됐다. 그런데 미조구치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중국의 근대 특히 현실 중국(중국 사회주의)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식의 단계론적 시각에서 ‘봉건’이라고 명명된 전근대를 일방적으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획득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미조구치는 중국의 근대를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大同的 근대’라고 정의하고, 근대 중국에서 일어난 혁명 전체를 장기적으로 부감하는 시각을 갖지 않고서는 중국의 근대를 규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非’가 아닌 ‘異’적인 전근대와 근대의 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투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조구치의 이러한 주장이 중국의 근대를 분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즉 그의 중국 연구는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말한 ‘중국을 방법으로 세계를 목적으로’라는 구호는 중국 연구가 지향해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미래 세계의 문명에 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데 중국 연구가 일조할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서구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중국이라는 창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인데, 그것은 중국 근대사의 제 현상을 횡적으로 대비하고 종적으로 탐문하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중국 연구자가 담당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 책에서 미조구치의 시선은 중국학의 역사로 옮겨 간다. 이 책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내용이 바로 일본 중국학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검토인 이유다.


미조구치가 1980년대에 현실 중국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일본 중국학 분야의 선배 연구자인 다케우치 요시미를 비롯한 좌파 지식인들의 탈근대적 중국론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됐다. 그는 좌파 지식인들의 탈근대론적 중국론 역시 사회주의 중국을 이상화하는 오류를 범했는데,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거부했다는 서구식의 근대 이해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미조구치가 비판한 근대에 대한 단계론적 해석을 철저하게 인정하는 위에서 그들의 중국 연구가 성립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바로 앞의 선행 중국학 연구를 비판하는 데서 출발해 일본의 중국학 연구사의 흐름을 중심적인 학파를 대상으로 기술했는데, 그는 이를 크게 ‘중국 없는 중국학’과 ‘중국밀착적 중국학’으로 구분했다. ‘중국 없는 중국학’은 일본의 전통 漢學과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서구(유럽)의 시놀로지를 수용한 지나학이 해당한다고 규정한 반면, ‘중국밀착적 중국학’은 바로 앞에서 말한 좌파들의 낭만적 중국 이해 또는 연구라고 지적한다.


근대 이전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정치, 경제, 문화적인 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시대에 보편적인 학문으로서 ‘한학’이 존재했었다. 그 ‘한학’의 내용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근대 이후에도 동아시아 각국에서 여전히 위력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현실 중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 ‘한학’적 연구방법론만으로는 부족하며, 아울러 서구의 시놀로지를 수용한 지나학 역시 과학적 방법론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차례로 비판했다. 미조구치에게 중국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며 바로 현재의 중국이며, 그리고 이 중국은 결코 과거가 박제화 된 채로 있는 것이 아니며 미래 역시 이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한학’이나 ‘지나학’은 그런 점에서 ‘살아 있는 학문’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파악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교(학)가 지닌 다층적인 의미를 포착하고, 근대 이후의 ‘봉건’이란 이름으로 부정된 反 유교 운동의 과격한 측면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학문이 정치(혁명)과 결부됨으로 그 자신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과거(전통)에 대한 학술적 해석에 있어서 경계해야할 사안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일본 중국학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그가 내세운 중국학은 바로 ‘자유로운 중국학’이다. 여기서의 자유의 의미는 물론 ‘진화’에서 벗어나 방법론상의 자유의 확대를 가리키는 동시에 사회주의 중국이 지향하는 바를 자신의 學의 목적의식으로 삼는 그러한 중국밀착적인 목적으로부터의 자유 또한 가리킨다. 이러한 자유야말로 이제까지 중국을 객관적으로 대상화하는 보증이 되며, 이 객관대상화의 철저야말로 일본의 한학이나 지나학과 같은 ‘중국 없는 중국학’에 대한 충분한 비판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중국을 단순히 아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중국에 대한 몰입을 자신의 목적으로 삼는 것은 그런 범위 내에서 또 하나의 중국밀착적 중국학이 되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면 시종 자신의 개인적 목적의 소비에 이용하는 한에서 또 하나의 중국 없는 중국학이 되는 것은 결코 자유로운 중국학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에 미조구치는 진정 ‘자유로운 중국학’은 어떤 양태이든 목적을 중국과 자기 내부에 두지 않고, 결국 목적이 중국과 자기 내에 해소되지 않는, 역으로 목적이 중국을 넘는 중국학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중국을 방법으로 하는 중국학’으로 정의된다.
일본 중국학에 대한 미조구치의 이와 같은 정리는 바로 한국의 중국학 연구자들에게 우리 중국학의 역사와 위상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향후 우리의 중국 연구의 방향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한다. 과연 우리의 중국학은 우리를 바라보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했으며, 나아가 자신을 상대화하는 눈을 통해 중국을 상대화하고 더 나아가 중국 연구를 통해 다른 세계에 대한 다원적인 인식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가 말이다. 이 책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서광덕 건국대 강사·중문학

필자는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의 근대문학가 루쉰 및 동아시아 근대 지식의 형성과 관련해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루쉰』, 『일본과 아시아』, 『중국의 충격』, 『루쉰전집』 등을 번역했다.





교수신문 |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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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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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 2016.02.24 1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글이네요^^

  2. BlogIcon 산지니북 2016.02.25 2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홍 편집자님.
    블로그 편집력이 날로 일취월장하네요.
    책 누끼컷도 만들어 넣구요^^

책을 말하다_ 

『가상현실 시대의 뇌와 정신: 의식세계에 개입하는 과학과 새로운 인문학적 사유』 

서요성 지음|산지니|384쪽|28,000원

감각, 지각, 오성은 물질적 의식에 속한다. 이때 뇌의 뉴런 활동이 감각 및 학습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의식, 이성, 절대지는 뇌로 소급할 수 없는 정신이다. 자의식이 점차 뚜렷해지는 과정에서 자아가 생긴다. 자아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의식을 펼쳐 나가는데, 이것이 사유이다.


이 책은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편(1999)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기획된다. 그 공상과학영화는 이미 특수효과, 음악, 편집 부문에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후속편도 기획되고 있던 차였다. 개인적으로 학위논문에서 문학과 공연의 경계 장르인 연극에 천착하면서, 학문의 정체성 및 월경을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의 학회논문에서도 이성과 감정, 물질과 정신의 상관성은 물론이고 연극과 철학, 역사와 예술, 과학과 인문학 등 학문의 통합적 이해에 관심을 뒀는데, 마침 학계에서도 학제간 개념이 유행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매트릭스」는 기상천외한 활극이 아닌 철학적 알레고리로 다가왔다. 주인공 앤더슨은 아바타가 돼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던가, 복제 프로그램이면서도 인간과 같은 외양, 지능, 언어를 구사하는 스미스 요원은 로봇의 진화된 버전이며, 뇌를 복제하고 정신세계를 완전히 파악한 전자 뇌세포의 가상인물을 비유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극한으로 발전된 과학기술 시대에 매트릭스의 설계자 아키텍트의 예언대로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는 갓 태어난 아기가 성장하면서 체험할 수 있는 세계로서 가상현실을 상상한다. 매트릭스 시스템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모든 인간의 목덜미에 장착된 바이오 포트(bio port)를 통해 뇌에 접속한다. 그 섬세한 전선들이 대뇌피질에 수천 개의 작은 전극으로 자리를 잡으면, 매트릭스 컴퓨터에서 주는 신호만을 인간이 지각하게 된다. 이처럼 뇌만 장악된다면, 인간은 없다는 것이다.
가상현실이 끝내 현실을 완전히 대체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영화에서 이런 디스토피아적 유토피아에까지 다가가지 못한다. 가상현실은 완벽해 보이지만, 네오나 모피어스와 같은 돌연변이의 출몰을 막을 수 없다. 주인공들은 지난날 가축처럼 사육돼온 자신의 진짜 모습에 전율하며, 매트릭스라는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들은 해방을 꿈꾸며 실제하지(exisieren) 않는 실재(Realitaet)를 자신의 이상으로 상상한다. 그들은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진짜 인간들이 사는 세계를 건설하려 하며, 그런 저항 앞에 매트릭스의 꿈은 실패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인류를 구해낸 정신은 무엇일까. 아키텍트의 체념적 고백처럼 매트릭스는 인간의 뇌 활동을 모방한 기계 환경에 불과하며, 인간의 정신은 뇌로 간단히 환원될 수 없다. 인류의 저항, 희생, 관용, 배려 등과 같은 이타심은 비물질적 정신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철학자 헤겔은 주저 『정신현상학』 (1807)에서 의식(감각, 지각, 오성)이 정신(자의식, 이성, 절대지)으로 고양되는 과정을 따라간 적이 있다. 의식은 궁극적으로 절대지로 향한다. 의식 및 정신 활동은 역동적이기 때문에 감각, 지각, 오성 단계를 거치고 자의식을 지나 이성을 넘어 진리로 고양되는 것이다. 의식이 정신으로 변신하여 자신의 심층부를 드러내는 일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감각, 지각, 오성은 물질적 의식에 속한다. 이때 뇌의 뉴런 활동이 감각 및 학습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의식, 이성, 절대지는 뇌로 소급할 수 없는 정신이다. 자의식이 점차 뚜렷해지는 과정에서 자아가 생긴다. 자아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의식을 펼쳐 나가는데, 이것이 사유이다. 사유는 외부의 대상에 대하여 독자성을 드러낸다. 사유를 통해 대상은 개념으로 다가온다. 그럼으로써 자아는 대상과 통일된다. 
특히 헤겔은 이성의 단계에서 이성이 관찰하는 정신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성은 주어진 현실에 개입하는 정신(Geist), 즉 행위하는 현실적 의식으로 도약한다. 정신은 기존의 도덕과 관습 등을 받아들이면서 현실에 적응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고쳐나가는 능동적인 의식이다. 정신은 현실과 모순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일탈적인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정신은 주어진 환경을 변혁하고 모든 가치관 수용 문제를 개인의 존엄성으로 환원함으로써, 자의식을 현실세계에 대치시킨다.


이때부터 개인은 개체가 아닌 세상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로 재탄생한다. 그는 생물학적인 존재의 한계성을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자신의 정신을 드러낸다. 자아는 정신의 단계에서 비로소 타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상대방과의 통일을 의식하면서도 보편적인 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개별 의식으로 드러났던 이성은 세상과 고립된 의식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의식임이 밝혀진다. 이제 정신은 개별과 보편, 부분과 전체를 매개하는 중간 의식으로서 이해된다. 자의식 단계에서 보였던 타자와의 부정적인 관계는 긍정적인 관계로 바뀌고, 대립적 관계들은 지양된다.
정신에서 모든 대상의 제약은 극복된다. 존재는 개념이나 사유로 파악되고, 사유는 존재가 되며, 현실도 직접적인 존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말하자면 신과 인간의 통일이 이루어진 절대지에서 감각과 지각이라는 대상적 의식이 완전히 극복된다.


이처럼 의식은 절대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점차 물질이라는 조건으로부터 벗어난다. 헤겔은 정신을 단일한 현상으로 파악하지 않고, 다양한 의식 양태가 지양된 결과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이후 단계의 의식이나 정신이 이전 단계의 의식이나 정신의 특성을 보존하면서도 그것과 같지 않으며, 볼륨이 보다 커지면서 절대지에 접근한다. 헤겔은 정신이 감각적 지각의 상태에 머물기보다 이성적 상태로 나아가면서, 궁극적으로 뇌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인류를 분석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헤겔은 뇌가 관장하는 의식과 뇌가 상관하지 않는 정신에 관한 이론을 선취하고 있다. 뇌는 정신 활동의 계기로 작동하지만, 정신 모두를 설명할 수 없다. 그의 주장은 현대 신경과학이 분석한 의식의 탄생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의식의 근원지는 뇌는 유전자, 원자, 분자, 세포, 혈액 등과 같은 물질들로 이루어진 신경세포 40억 개가 모인 곳이다. 그들 사이에는 물리학 법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신경생물학자 코흐는 뇌에서 가장 발달한 물질이 의식일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이성에서 정신이 최고점에 도달한다는 헤겔의 정신현상론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위대한 관념론은 사변 담론이 아니라 근원과 법칙을 설명하는 과학적인 진술과 동일한 위상을 누린다. 헤겔의 철학은 표현 수단이 다를 뿐, 신경과학적 측면에서 ‘명예’ 과학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사료된다.
현대 철학자 들뢰즈도 철학과 과학을 예술과 더불어 사유의 세 가지 형식이라고 말한다. 철학, 과학, 예술은 첫째, 보이는 것을 다시 재현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점에서, 둘째, 세 가지 사유는 각각의 제한된 형식을 통해서 무한한 우주의 본질을 규명하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교수신문 | 20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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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시대의 뇌와 정신 - 10점
서요성 지음/산지니

 

서요성 대구대·독어독문학과
필자는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편집위원장으로 있으며, 공연예술과 문예학, 모더니티, 과학과 인문학의 상관성에 관한 논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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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활발하게 출판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산지니(대표 강수걸)는 2005년 출판사 문을 열면서 ‘부산지역’을 문화콘텐츠에 담는 일에 주력해왔다. 최근 ‘부산 출판사 산지니의 10년 지역출판 생존기’라는 부제를 단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강수걸 외 지음)를 내놨다. 출판사 대표에서 막내 편집자까지 책이라는 문화의 대명사를 만들어내면서 겪은 다양한 속내를 담아낸 책이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출판하기’를 가치화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독특하다. 강수걸 대표의 에필로그에서 발췌했다.



  
 ▲ 강수걸 산지니 대표 
 

부산지역에서 10년 차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지역(local)의 대학현실을 목격하노라면 절망과 희망이 교차된다. 산지는 한국해양대와 산학협력가족회사로 활동하고 있고 동아대 인문대학 학생들의 인턴활동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살인적인 등록금에 비해 취업률은 너무 저조해 20대는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만 소화할 수 있는 책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출판사는 문화상품의 특성을 가진 책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동시에 당대독자와 소통하며 후대독자까지도 고려하는 양질의 책을 발행할 책임 또한 갖고 있다. 지역의 교수들과 출판을 협의하는 중에 발생하는 가장 큰 생각 차이는 바로 책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대학교수는 1년간 집필한 논문과 저서로 평가를 받는다. 1년 동안 열심히 연구한 교수에게 더 격려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쉽게 결과물이 발생하기 힘든 인문학 전공 교수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질로 평가하기보다 양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문제를 발생시킨다. 집필에도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지만, 출판에도 시간축적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책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자 하는 출판사의 욕망을 존중하는 대학교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부분을 무시하고 그저 시간 내에 빨리 결과물이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출판에서 대표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편집자다. 대부분의 저자는 대표와 이야기하려 하지만 출판사는 편집자들이 운영하는 조직이다. 출판사의 편집자는 작가와 독자(미래독자를 포함)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사람으로, 신간 기획과 진행, 교정·교열, 홍보 등 출간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대체로 책을 내는 과정은 개인이 아닌 팀의 협업 아래서 진행되기 때문에 편집자는 무엇보다도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원고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원고를 검토하고 분석한 다음, 출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출판사의 장래와 방향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수들이 이 부분을 존중해 좋은 원고가 좋은 책으로 발전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특정 분야의 책만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산지니를 비롯한 지역 출판사는 종합출판을 추구한다. 무릇 출판의 역사는 늘 도시를 중심에 놓고 발전했다. 대학이 도시를 중심에 놓고 발전한 것과 마찬가지다. 양심과 표현의 자유가 출판의 기본 정신이라고 하면 대학의 자율성에 의해 학문의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 대학의 기본정신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학을 지키는 것은 지역민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된 출판의 모습이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왜곡됐지만, 이런 부분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대학 구성원의 적극적 의지가 지역출판에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

출판사를 학교 앞 복사집처럼 인식하는 구성원이 많은 현재의 대학은 대학의 위기 극복에 출판의 역할을 이해할 수 없다.

산지니가 부산에 있기 때문에 불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국내외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성격의 기획출판을 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라고 본다. 기획에서 출력 데이터 검수까지를 부산에서 완결하고 인쇄와 제작은 파주출판단지를 이용하면서, 전국의 큰 서점들과는 직거래를 하고 서울의 유통총판을 통해 전국적으로 책을 배급하기 때문에 전국에 책을 유통시미는 데는 큰 문제점이 없다. 관건은 기획 능력과 다품종 소량 출판을 통해 좋은 책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는 데 있다.

산지니의 경영 전략은 서울의 대형 출판사들이 손대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지역 출판사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역 출판사로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책을 낼 수 있고 서울의 출판사들이 미처 다루지 못한 보석들을 발굴해 책으로 만들어 틈새시장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역의 독자들은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고르기 때문에 지역색이 짙은 책은 잘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산 출신 유명 작가의 책이 부산에서는 몇 권 안 팔리고 오히려 서울 지역에 더 많이 팔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지역의 콘텐츠는 수준이 낮다는 인식을불식시키고 지역에서 더 많이 소비하고 향유하게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이는 지역 출판사인 산지닌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지역문화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지방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출판을 지원하는 제도가 거의 없다. 지역 출판사들이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거창하게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자리, 즉 지역(local)을 기반으로 할 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문화건 예술이건 출판이건 내가 살고 있는 이 자리에서 즐기고 누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부산문화재단의 지역출판문화 및 작은 도서관 지원사업은 다른 지역에서도 참조할만한 사례다. 예산은 적어도 지역의 출판 활동을 고취하고 지역출판산업을 육성·지원한 첫 사례라는 점이 중요하다.


강수걸 | 교수신문 | 201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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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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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총서 3권 출간



다양성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상호 인정투쟁을 인류 역사 내내 끊임없이 벌여왔던 문화와 문명의 용광로 지중해. 이 공간을 지도에서 현실로 가져와 지역학 연구의 대상으로 구체화한 ‘지중해학(Mediterranean Studies)’의 초석을 다져온 곳이 바로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원장 윤용수)이다. 국내 유일의 지중해지역 연구기관인 이곳에서 최근 ‘지중해지역원 총서’ 3권을 잇따라 내놨다.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레바논을 중심으로 근대 이후에 아랍어가 유럽어와 접촉하는 과정과 배경 및 그 결과를 조명한 『지중해 언어의 만남』(윤용수·최춘식 지음, 산지니, 227쪽, 18,000원), 지중해 인접 국가의 다종다양한 지리와 역사, 문화를 총망라한 지역학 교양서 『지중해 문화를 걷다』(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지음, 산지니, 242쪽, 18,000원), 지중해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시칠리아섬의 풍습, 건축, 언어, 역사, 사람들을 살펴보는 인문 기행기 『시칠리아 풍경』(아서 스탠리 리그스 지음, 김희정 옮김, 산지니, 264쪽, 18,000원)이 그것이다. 각각의 책들은 사회·역사·종교·문화 등 학제 간 연구를 요구하는 지역연구의 한 사례가 된다.용광로 지중해. 이 공간을 지도에서 현실로 가져와 지역학 연구의 대상으로 구체화한 ‘지중해학(Mediterranean Studies)’의 초석을 다져온 곳이 바로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원장 윤용수)이다. 국내 유일의 지중해지역 연구기관인 이곳에서 최근 ‘지중해지역원 총서’ 3권을 잇따라 내놨다.

지중해 문화는 다양한 국가와 민족, 종교와 윤리가 공존하며 만들어졌다. 지중해 문명의 지층은 기존의 문명을 새로운 문명이 대체하는 형태로 발전해오고 있다. 문명의 접촉은 곧바로 언어의 접촉을 의미하기 때문에 겹겹이 쌓인 지중해 문명의 지층에는 그만큼 다양한 언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중해지역원 인문총서 시리즈’로 나온 『지중해 언어의 만남』은 바로 이러한 지중해의 성격에 초점을 맞춰 세계 언어의 전시장으로서 지중해의 언어들을 들여다본다.

지은이인 윤용수 원장은 “지중해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언어의 강제 이식이 어떻게 언어 교류의 형태로 작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타 지역의 언어 교류 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현대 사회에 들어선 지중해 국가들의 언어 상황과 당면한 과제들을 짚어보면 외래어가 범람하는 우리사회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라고 지적한다.

지중해 인접국가가 다함께 공생하는 문명 소통학을 지향한 『지중해 문화를 걷다』는 <교수신문>에 2013년 9월 2일(698호)부터 연재를 시작해 2014년 12월 1일(758호)에 마침표를 찍었던 ‘지중해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지중해는 그동안 복합 문명 공간으로서 서로 다른 문명들 간의 교류가 잦았고, 그로인해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한 장소이기도 했다. 또한 지중재 지역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학문과 철학이 꽃핀 곳이자 중세 아랍·이슬람 문명의 발원지이기도 하며, 근현대 서구 제국주의가 팽창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지리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지중해 인접 국가들의 지리와 역사·문화를 서로 다른 전공 분야의 연구자들이 집필해 지중해 문명의 뿌리와 확장, 거기에 새겨진 삶의 무늬까지 읽어낼 수 있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지역 학문의 차원을 넘어 외견상 이질적으로 보이기는 국가와 문명들이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함께 공생하는 문명 소통학을 지향하는 미덕까지 보여준다. 지중해 국가정보 시리즈 7권으로 나왔다.

불문학자이자 빼어난 비평가였던 김현 교수에 의해 ‘시칠리아’가 문학적으로 명명됐다면, ‘지중해 번역 시리즈’ 7권으로 나온 『시칠리아 풍경』은 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섬 시칠리아 그 실물의 역사를 읽어내는 여행길을 제공하는 역사문화 기행서로 명명됐다고 할 수 있다.

지중해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시칠리아는 동서양의 경계를 가르는 지정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장소다. 바로 이곳을 100여 년 전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스탠리 리그스가 탐방한 뒤, 시칠리아 섬 전체를 돌아다니며 직접 경험한 내용을 기행기로 풀어냈다. 1912년에 출판한 Vistas in Sicily가 그것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도시이기도 한 이곳을 여행하며, 시칠리아의 풍경이라는 현재 속에서 과거를 읽어내고, 그곳의 풍습과 사람들의 모습까지 묘사했다. 동시에 지중해 주변의 온갖 볼거리들이 시칠리아라는 섬에 어떻게 집결돼 있는지, 섬의 사람들이나 그들의 풍습, 건축물, 언어 등이 어떤 영향 아래 형성되고 어떻게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뤄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옮긴이는 이렇게 말한다. “시칠리아란 나라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시칠리아어도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중해 인근에 살았던 모든 위대한 종족은 한때 저마다 시칠리아 역사에서 중요한 일부를 담당해왔고, 번갈아가며 언어와 풍습, 건축과 사람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아서 스탠리 리그스의 책은 100여 년 전의 시칠리아를 기록한 것이므로, 2015년 현재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어나간다면, 그 시차의 간극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것은 아서 스탠리 리그스의 눈으로 읽었던 지중해 시칠리아를, 다시 우리의 눈으로 읽어내야 한다는 의미기이도 하다.


최익현| 교수신문ㅣ2015-08-10


원문 읽기


지중해 언어의 만남 - 10점
윤용수.최춘식 지음/산지니


지중해 문화를 걷다 - 10점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지음/산지니


시칠리아 풍경 - 10점
아서 스탠리 리그스 지음, 김희정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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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이 곧 시작됩니다. 시간이 너무 빨라서,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네요. 

<교수신문>에서 2014년에 발간될 학술서 출간계획을 특집으로 실었습니다. 

산지니 학술서도 소개되었는데요, 어떤 학술사가 출간될지 예고편을 보시죠!





즐거운 그러나 고통을 직시하는 力作들과의 조우


특집_ 2014년 학술서 무엇이 준비되고 있나




부산에서 한국출판문화 발전에 일조하고 있는 산지니는 류원빙의 『중국 영화의 열광적 황금기』, 헬무트 크라비치 등의 『반대물의 복합체』, 박원용 등이 쓴 『근대 서구의 충격과 동아시아의 군주제』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물의 복합체』는 칼 슈미트가 죽고 난 뒤 독일 수파이어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특별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을 편역한 책이다. 칼 슈미트 사상의 다양성과 모순성을 심도 깊게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대 서구의 충격과 동아시아의 군주제』는 서세동점 시기 서구의 충격에 응전한 동아시아 5개국(조선, 청, 일본, 러시아, 티베트) 군주제의 대응양상을 비교사적 관점에서 검토한 책이다. 


2014-04-23 최익현 기자




다른 출판사의 2014년 출간될 학술서를 보고 싶으시면


* 이 글은 <교수신문>에서 일부 발췌한 글입니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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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圖書館思想의 지평을 보다 
책을 말하다_ 『도서관인물 평전』 이용재 지음|산지니|300쪽|20,000원 
 
 
 
 


 
     
  ▲ 이용재 교수는 박봉석을 가리켜 ‘한국 도서관과 문헌정보학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또한 엄대섭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민중의 도서관을 심은 도서관운동가’이며, 김정근은 ‘한국적 문헌정보학과 독서치료의 토대를 구축한 실사구시적 도서관 사상가’라고 보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도서관은 인류의 지적 역정과 함께 걸어왔다. ‘영혼의 쉼터’였던 고대 이집트의 도서관에서부터 ‘민중의 대학’인 근·현대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은 비밀스러운 밀실에서 민초의 광장으로 발전했다. 현대 세계에서 인류가 눈부신 문명사회를 만들게 된 것도 인류역사에서 각종 기록, 자료, 문헌, 매체를 수집·보존·정리·보급하는 데 중심역할을 해온 도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의 모래밭에서 도서관은 불태워지기도 하고 검열과 탄압을 받는 등 수난의 역사를 거쳤다.

그 와중에도 서양의 경우 여러 도서관 인물들이 도서관사상의 씨를 뿌렸고 민중의 각성을 거쳐 도서관을 근대 시민사회의 사회적 기관으로 정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도서관 인물들의 삶과 실천에 대해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예컨대 철학, 법학, 수학, 과학 등 거의 모든 학문분야를 아우르며 이론을 개진한 라이프니츠(Gottfried Leibniz)가 자신의 통섭적인 지식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도서관학을 정립했다는 사실은 인구에 회자되지 않는다. 또한 미국 건국의 기초를 닦은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일생토록 이룬 수많은 사회적 과업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가장 자랑스러워 한 일이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었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십진분류표 만든 박봉석, 토대를 닦다
한편, 우리나라는 근·현대의 굴곡진 역사를 겪으면서 도서관 또한 질곡의 뒤안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상황에서 우리 민족을 위한 도서관 사상의 씨를 뿌리고 해방 이후 간난신고의 척박한 토양에서도 도서관을 일궈온 도서관 인물들이 있었다. 이러한 인물들 중에는 대표적으로 한국 도서관의 아버지 朴奉石이 있다. 미국에는 듀이십진분류표로 유명한 멜빌 듀이(Melvil Dewey)가 있다면, 한국에는 조선십진분류표를 만든 박봉석이 있다. 박봉석은 한국 도서관을 수호하고 도서관학의 토대를 닦았으며 사서들의 진정한 지도자였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대해 한국 도서관계와 문헌정보학계에서도 제대로 조명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필자는 현대 도서관과 문헌정보학의 역사적·사회적 기반을 다진 외국의 도서관인물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국내 도서관인물들의 삶과 발자취를 추적하고 그 의미를 밝혀 이 책을 생산했다.

이 책은 ‘인물 평전’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 이유는 외국 인물 10명과 국내 인물 10명을 선정해 각 인물의 삶을 출생, 성장, 역경, 멘토와의 만남, 도서관운동, 사회적 성취, 학문적 정립, 발자취 등을 살펴보고 각 인물의 도서관사상과 실천을 조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필자는 ‘圖書館思想’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축적된 연구물은 미약한 편이어서 연구수행에 애로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암중모색의 과정에서 인류 역사를 통해 도서관을 만들고 무엇인가 실천하고 어떠한 메시지와 원리를 남긴 인물들의 삶을 살펴봄으로써 도서관사상의 기둥을 만져보고자 했다. 말하자면 필자는 이러한 탐구과정에서 우리보다 앞서 걸어간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역사적 지평을 보고 그들의 사회적 실천을 살펴봄으로써 도서관사상의 고갱이를 건져 올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도서관인물 평전』 출간 이후의 후속작업은 각 도서관사상가(library thinker)의 삶과 실천을 더욱 깊숙이 살펴보고 관련 전문가와 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도서관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외국 인물로는 가브리엘 노데(Gabriel Naude),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멜빌 듀이(Melvil Dewey), 모리스 꾸랑(Maurice Courant), 피어스 버틀러(Lee Pierce Butler), 시야리 랑가나단(Shiyali Ramamrita Ranganathan), 두딩요(杜定友), 제시 세라(Jesse H. Shera), 마이클 고먼(Michael Gorman)이 있다. 국내 인물로는 兪吉濬, 尹益善, 李範昇, 朴奉石, 李鳳順, 嚴大燮, 李寅杓, 金世翊, 朴炳善, 金正根이 있다.

필자는 도서관인물들을 선정할 때 주로 근·현대 인물에 중점을 두었다. 왜냐하면 고대와 중세의 인물들보다는 근·현대 인물들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도서관인물들 중에서 남이 인정하건 하지 않건 간에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주장하고 추진하며 현장과 학문에서 운동을 펼친 인물들을 조명했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들 중에는 필자 나름의 선정이유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들도 있다. 노데와 라이프니츠는 근대(18세기 이후)가 아닌 근세(17~18세기)에 속한다. 또한 유길준은 도서관사상가라기보다 계몽사상가다.

아울러 이 책은 역사적 연구의 결과로 생산된 것이기에, 관련 연구자의 각기 다른 관점과 추가 자료의 대조에 따라 비판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필자는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사상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여전히 인식의 사각지대에 놓인 도서관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은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지도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있다. 광복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서구 선진국과 일본이 가진 차원의 도서관들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지역주민 남녀노소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공공도서관이 존재하지 않으며, 전문적인 사서가 충분히 배치돼 있지 않아 양질의 장서가 지속적으로 개발되지 못하고 지역주민에게 진정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도서관을 통해 세상을 밝힌 인물들에 대한 인식과 토론이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선진국 수준의 도서관문화가 만개하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학계에서도 이러한 차원의 연구작업을 심화하고 공동작업을 할 필요가 있으며, 그 연구결과를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풀어내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이용재 부산대·문헌정보학과
필자는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에서 2009년까지 원북원부산(One Book One Busan) 운영위원장을 연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주제화를 통해 본 한국 대학도서관의 현단계』가 있다.

 

 

 

2013년 3월 25일 월 교수신문 기사
기사 원문

 

 

도서관인물 평전 - 10점
이용재 지음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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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판과 대학지성






부산지역에서 9년차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지역(local)의 대학현실을 목격하노라면 절망과 희망이 교차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영향으로 대학은 필자가 20대에 경험한 현실과 너무도 달라졌다. 1997년 IMF구제금융 전까지는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어 대학사회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관심을 가질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졸업생의 취업률로 대학이 계량적으로 평가되면서 오로지 취업률 증대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역출판사인 산지니도 지역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사회가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고 20대의 취업률을 올리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산지니는 한국해양대학교와 산학협력가족회사로 활동하고 있고 동아대학교 인문대학 학생들의 인턴활동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살인적인 등록금에 비해 취업률은 너무 저조하여 20대는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만 소화할 수 있는 책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출판사는 문화상품의 특성을 가진 책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동시에 당대독자와 소통하며 후대독자까지도 고려하는 양질의 책을 발행할 책임 또한 갖고 있다. 지역의 교수들과 출판을 협의하는 중에 발생하는 가장 큰 생각 차이는 바로 책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대학교수는 1년간 집필한 논문과 저서로 평가를 받는다. 1년 동안 열심히 연구한 교수에게 더 격려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쉽게 결과물이 발생하기 힘든 인문학 전공 교수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질로 평가하기보다 양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문제를 발생시킨다. 집필에도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지만, 출판에도 시간축적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책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자 하는 출판사의 욕망을 존중하는 대학교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부분을 무시하고 그저 시간 내에 빨리 결과물이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출판사에서 대표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편집자이다. 대부분의 저자는 대표와 이야기하려하지만 출판사는 편집자들이 운영하는 조직이다. 출판사의 편집자는 작가와 독자(미래독자를 포함)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사람으로, 신간 기획과 진행, 교정·교열, 홍보 등 출간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대체로 책을 내는 과정은 개인이 아닌 팀의 협업 아래서 진행되기 때문에 편집자는 무엇보다도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원고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원고를 검토하고 분석한 다음, 출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출판사의 장래와 방향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수들이 이 부분을 존중하여 좋은 원고가 좋은 책으로 발전하여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특정 분야의 책만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산지니를 비롯한 지역 출판사는 종합출판을 추구한다. 무릇 출판의 역사는 늘 도시를 중심에 놓고 발전하였다. 대학이 도시를 중심에 놓고 발전한 부분과 마찬가지이다. 양심과 표현의 자유가 출판의 기본정신이라고 하면 대학의 자율성에 의해 학문의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 대학의 기본정신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학을 지키는 것은 지역민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된 출판의 모습이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왜곡되었지만, 이런 부분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대학 구성원의 적극적 의지가 지역출판에 관심을 기질 때 가능하다. 출판사를 학교 앞 복사집처럼 인식하는 구성원이 많은 현재의 대학은 대학의 위기 극복에 출판의 역할을 이해할 수 없다. 산지니는 향후 10년 안에 아시아 10대 출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국내외 대학과 협력할 생각이다. 부산지역의 대학을 거점으로 아시아의 독자와 소통하는 활동을 자본의 지원 없이 독립출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게릴라가 지역민의 도움으로 거대 제국 미국에 승리한 경험이 바로 산지니가 갈 길이라고 생각하며, 지역대학과 협력을 통해 그 길을 이루어나가고자 한다. 


산지니 대표 강수걸


**교수신문 <세평> 코너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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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용재 2013.03.01 1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지니가 지역 대학을 거점으로 삼아 10년안에 아시아 10대 출판사가 되겠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 계획이 꼭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부산대학교와도 거점을 삼아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부산에서 이런 명문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 전복라면 2013.03.04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역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출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BlogIcon 해찬솔 2013.03.02 1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베트남 전쟁에서 게릴라가 지역민의 도움으로 거대 제국 미국에 승리한 경험이 바로 산지니가 갈 길이라고 생각하며, 지역대학과 협력을 통해 그 길을 이루어나가고자 한다.> 말씀처럼 산지니가 지역출판계의 건강한 게릴라 역할을 충실히 하시리라 믿습니다.

    • 전복라면 2013.03.04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찬솔님처럼 다정한 게릴라 이웃분들 덕분에 산지니 블로그에 더욱 활기가 넘친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