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입니다. (금요일은 입니다)


출근길 라디오를 듣다가 오늘이 스승의 날인 걸 깨달았어요! 

라디오에서는 청취자들이 보낸, 

창시절 독특했던 선생님에 대한 사연들이 소개가 되었는데요.

저도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니, 기억에 남는 선생님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왜, 그땐 선생님들마다 별명을 붙여서 부르곤 했었잖아요^^


판서를 너무나도 정갈하게 하시던 수학 선생님, 

젊은 선생님이셨는데, 개량한복을 입으시고 

패키지 여행에서나 쓸 법한 마이크를 차고 수업 하시던 

세계사 선생님도 있었고요 ㅎㅎㅎ 

  


오늘은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이 쓰신 시집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전남 남원의 고등학교에서 국어선생님으로 

일하시는 이근영 시인의 <심폐소생술>입니다.


 오은 시인의 추천사에서도 나오듯, 

이근영 선생님은 단상 위에서 학생들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아이들의 눈높이로 그들을 바라보고 시로 쓰셨어요. 

(선생님이 그려낸 아이들의 현실에 가슴이 아파오기도 한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입니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요즘, 오히려 선생님의 역할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선생님은 참 특별한 일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고들 하는데, 학교 현장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아이들은 성적과 씨름하며 살아갑니다." 

이근영 선생님의 프로필에 쓰인 문구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불편이 있긴 하겠지만, 

점점 경쟁으로 치달아 가던 교실이 

잠시 숨을 돌리고, 재정비하는 기회가 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심폐소생술 - 10점
이근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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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진도 처가에 가면 장인어른과 함께

서망 수협공판장으로 싱싱한 해산물 사러 가는 길에

잠깐 지나치던 곳일 뿐이었습니다 이름이 특이했지만

수많은 항구들 중 하나일 뿐 특별할 것 없는

그 작은 항구에 마음 둔 적 없었습니다

그 작은 항구를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마냥 걸었습니다

노란 리본이 달린 등대와 하늘나라 우체통이 있는

부둣가 저 멀리, 자맥질하는 갈매기만 하염없이 바라보았

습니다

애써 슬픈 척, 애써 아픈 척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영정 앞에서

무릎 꿇고 절을 하는 나에게

딸아이는 물었습니다 아빠 지금 뭐해?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못했습니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마냥 걷기만 했습니다

팽목항, 그 이름이 내 가슴에 고유명사로 박히는 날이었습

니다

나는 내 아이의 손을 언제까지 잡아 주어야 할까요

조금만 더 크면 세상의 많은 것들에게로

마음껏 날려 보내 주고 싶었습니다

오래 붙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팽목항, 가슴에 새겨진 이 이름 앞에서

나는 딸아이의 손을 놓기가 두려워졌습니다

이 나라에 사는 동안은 내 아이의 손을

함부로 놓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_이근영, 「팽목항」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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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연약한것에대하여

#아이들과마시는나쁜선생이되었다

#그저물에말은밥에된장푹찍어

#고추한입먹는

#그런소박하지만정겨운맛이면좋겠습니다

#이근영심폐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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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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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시집




‘영혼을 도축당한 아이들’의 좌절과 불행 

이를 직시하고 드러내는 교사 시인   

전라북도 남원의 남원여고에서 국어 선생으로 살아가는 이근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세상의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별로 달라진 것 없는 학교 현장에서, 저자는 성적과 씨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그야말로 ‘고군분투’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마음이 첫 번째 시집 『심폐소생술』에 오롯이 담겨 있다.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과 울분

총 3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시인이 살아온 시간의 역순이기도 하다. 1부에 수록된 작품에서는 20여 년간의 교사 생활에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울분과 연민이 도드라진다. 이 시들은 학교 생활과 학생들의 이야기이지만, 교실 속 훈훈함과 따뜻함, 아이들의 순수함을 담고 있지 않다. 아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진짜 현실을 비판적인 시인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그려낸다.

시집은 「장수 한우축제」라는 작품으로 시작되는데, 이 시에서 시인은 가르치는 학생들을 ‘출시를 앞둔 고깃덩이들’에, 선생인 자신을 ‘축산업자’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실패한 축산업자,

38명의 몸뚱이를 도축하고 출시를 앞둔 시절에

1++등급도, 찾아와 주는 사람도 없네.

일찌감치 영혼을 도축당한 아이들이

1++등급을 꿈꾸며 자기소개서를 쓴다 

_「장수 한우축제」중에서


이처럼 작품 속 아이들은 이혼한 부모에게 버림받아 동생과 단둘이 살고(「한풍루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을 신청하기 위해 등본 속 이혼한 부모의 흔적을 마주하며(「 농어촌 특별전형」), 지역 유지의 딸이 1등급을 받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자퇴서를 만류당하고(「너의 쓸모」), 옆 사람의 살을 뜯고 결국엔 자신의 살을 뜯어서라도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것이 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시인이 전하는 오늘날 교실 속 민낯이다.



선생이자 시인이 ‘그날’을 기억하는 방법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크든 작든,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가슴속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학생들을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는 선생은 어떨까. 시인은 시인의 방식으로 그날을 기억하고 또한 우리로 하여금 잊지 않게 한다. 『심폐소생술』에는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몇 편의 시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일을 다루는 시인의 시선에는 앞서 학교생활을 묘사한 시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애도가 아닌 냉소가 담겨 있다. 세월호 이후 교실에 모여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선생들, 하지만 그 교육이 끝난 뒤 ‘막힌 혈액을 기가 막히게 뚫어 준다는 신비의 약’ 광고를 듣는 모습이나(「심폐소생술」), 세월호 그 후 학교 내에서 강화된 안전에 대한 지침이 빼곡한 공문서 작성으로 발현되는 등(「현장체험학습 매뉴얼에 따른 공문서 작성」) 본질적인 것은 바뀌지 않고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학교 현장의 모습을 담아 낸다.



헛된 희망에 기대지 않는, 

세상의 맨 얼굴에 더 가까이 다가가다

2부에서는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지나 온 청춘의 시간들(「자취」, 「카레밥 추억」, 「내 별명은 태국 왕자」)을 기억하며,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과 생태에 관한 애정을 드러낸다.(「파리」, 「꽃 피는 돼지」, 「생태탕」)

3부에서는 시인이 오랫동안 노트에 눌러 썼을 시들, 그리고 특별히 가족사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고추말리기」, 「빗물 속의 아버지」, 「꿈」, 「편지」) 『심폐소생술』마지막 부에 등장하는, 가족을 소재로 한 시들은 어쩌면 이 시집 전체에서 느껴지는 절망과 회의의 근원을 말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선생의 위치에 있으나, 마주한 이 세상의 맨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교사는 희망을 말해야 하는 의무를 진 소수의 직업 가운데 하나이다. 시인이 느끼는 절망과 선생이 말해야 하는 희망 사이 어디에 이근영 시인이 설 자리가 있을 것이다. 시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그곳에서 새로 싹트고 꽃피고 열매 맺을 새롭고 튼튼한 시를 기대할 자유는 독자들에게 있다.  _발문 「서정과 현실 사이」중에서


|목차


|저자 소개

이근영

1973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2020년 현재 전북 남원여고에서 국어교사로 근무 중이다.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세계 각국에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떠들썩하던, 그러나 큰 사고 없이 지나갔던 2000년에 선생이 되어, 현재까지 선생으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들 하는데, 학교 현장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아이들은 성적과 씨름하며 살아갑니다. 그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시인의 말

저의 시가 뷔페나 한정식처럼 다양하고 맛깔스럽지는 않아도, 그저 물에 말은 밥에 된장 푹 찍어 고추 한 입 먹는 그런 소박하지만 정겨운 맛이면 좋겠습니다. 들쭉날쭉하고 못난 놈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두 작품이라도 읽는 분들 가슴에 남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추천의 글

이근영의 시집 『심폐소생술』에는 학교생활에 관한 시가 유독 많은데, 흥미로운 것은 교사가 아닌 학생의 시점으로 쓰인 시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단상 위에 올라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떻게 보고 느끼고 생각할지 낮은 자리에서 기록하는 것이다. 이는 이 시집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시들은 하나같이 아프게 박힌다. 끝나지 않았기에 계속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시의 본령이기도 하다. 

-오은 시인


이근영의 시는 활자에 갇혀 있지 않다. 그의 시집은 삶이라는 연극무대이고 그의 시들은 ‘우리 인간’이라는 배우들의 처절한 몸짓이다. 비장한 표정과 가늘게 떨리는 손끝, 투박하고 거친 맨발, 흐느껴 들썩이는 어깨, 그리고 조용하여 슬픈 뒷모습이 시라는 형식을 갖추어 우리 시대의 암전을 걷어내고 정신을 밝힌다. 

-송승근 청주공업고등학교 교사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시는 마치 고난이도 수학 문제에 접근하는 것처럼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시를 읽지 못한다. 그러나 이근영의 『심폐소생술』은 그들이 말하는 시와는 다르다. 소박하고 평범한, 당신과 내가 함께 공유하며 가슴에 안고 울먹이면서 새로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참된 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경수 이리고등학교 교사




심폐소생술


이근영 지음 | 128쪽 | 142*210 | 978-89-6545-649-0 (03810) 

| 12,000원 | 2020년 3월 30일 출간  


전라북도 남원의 남원여고에서 국어 선생으로 살아가는 이근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세상의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별로 달라진 것 없는 학교 현장에서, 저자는 성적과 씨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그야말로 '고군분투'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마음이 첫 번째 시집 <심폐소생술>에 오롯이 담겨 있다.



심폐소생술 - 10점
이근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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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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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예빈박사 2020.03.30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너무 예뻐요 *'-'*

  2. 역마살 2020.04.04 1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에 이렇게 이쁜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는 줄을 이제서야 알았네요ㅠ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