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하는 번역'·'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한 권의 책이 독자 앞에 놓이기까지 작가, 번역가, 북디자이너, 편집자 등 보이지 않는 여러 명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이처럼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책이 잇달아 나왔다.

18일 글항아리에서 내놓은 '갈등하는 번역 : 번역 실무에서 번역 이론까지 번역가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약 40권의 책을 번역한 전문번역가이자 번역을 강의하는 윤영삼 씨가 쓴 번역 가이드 책이다.

'동물의 역습', '가족의 심리학',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 '논증의 탄생' 등을 번역한 저자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초보 번역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지적하고 번역 실전 노하우를 전수한다.

책은 '단어', 문장', '담화' 단계별로 나눠 번역이 문제를 조목조목 짚으며 '훌륭한 번역'으로 한 발짝씩 이끈다.

저자는 번역이 단순히 말을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언어적 지식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어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에 대한 설명글을 번역하려면 상대성 이론을 알아야 하고,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글을 번역하려면 그의 생애나 인상주의 화풍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을 어떤 '목적'으로 어떤 '대상'에게 전달하는가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어휘와 표현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민감하게 느끼고 괄호나 주석은 될 수 있으면 배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무수히 많은 글을 읽고 번역을 하고 문장을 다루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습득되는' '텍스트 감각'을 길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416쪽. 1만8천원.

부산 지역 출판사 산지니가 출간한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부산 출판사 산지니의 10년 지역출판 생존기'는 지난 2005년 2월 문을 연 이 출판사의 지난 10년을 기록한 책이다.

강수걸 대표가 10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출판사를 차린 사연부터 '산속에서 자라 오래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매'라는 우리말 뜻을 가진 독특한 출판사 이름을 짓게 된 배경, 첫 책을 홍보하러 서점 관계자를 찾아갔을 때의 에피소드, 언론의 관심에도 책이 팔리지 않는다든지, 지역서점 부도로 책을 회수할 수 없어 손해를 입은 일 등 출판사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펼쳐진다.

부제처럼 '10년 지역출판 생존기'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책은 페이지가 뒤바뀌는 등의 인쇄사고나 저자의 책 출간 독촉 전화 등 다소 심각할 수 있는 사건도 마치 지나간 추억을 회고하듯 밝고 경쾌하게 그린다.

출판사의 역사나 출판 환경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실제 사례를 통해 에세이처럼 풀어나간다.

첫 책 '반송 사람들'을 시작으로 그간 출간한 300여권의 책 중 산지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들도 소개한다.

지역에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지역 저자와 소통하는데 있어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이 출판사 강수걸 대표는 말한다.

자유로운 직장 문화를 보여주듯 장별 말미에는 '주간 산지니'라는 이름으로 출판사 식구들의 에피소드가 담겼다.

출판사 창업을 꿈꾸는 예비 출판인이나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출판사의 속내를 궁금해하는 일반 독자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내용이다.

272쪽. 1만5천원.


권혜진 | 연합뉴스 | 201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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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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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이장님의 귀농귀촌 특강'·'귀농, 참 좋다'·'반농반X의 삶'

삭막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내려가면서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시골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이들도 많은 실정이다.

귀농·귀촌에 막연한 관심을 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담은 책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끈다.

24일 출간된 '까칠한 이장님의 귀농 귀촌 특강'(들녘)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8년 전 내려간 선배 귀농인이 들려주는 '시골살이의 정석'이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 상당수는 아담하고 비옥한 농지에서 스스로 재배한 작물로 생활비도 벌고, 자연의 흐름과 함께하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꿈을 꾼다. 하지만 18년차 귀농 농부인 저자는 이러한 꿈은 도시인의 '로망'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저자는 귀농을 하려면 귀농자금이나 좋은 농지, 돈벌이가 되는 작물 정보도 중요하지만 시골이라는 '문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터전을 잡을 곳에 사는 사람들과 문화에 융화될 방법에 대한 깊은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각한 대로 홀로 고고하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 없으며 혼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살 수 없는 세계가 바로 시골이라는 것이다.

책 속에는 굳은 마음을 먹고 내려온 귀농·귀촌인들이 겪는 지역민과의 갈등과 불화, 여러 시행착오가 상세하게 담겼다. 또 대한민국 어느 시골마을에서든 겪게 될 현지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생활 관습, 시골사회의 작동원리를 소개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방법을 설명한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마을 어르신들의 인정 하에 '이장님'이 된 저자는 '귀농하시는 분들이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여러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간혹 마을 주민과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럴 때 마을 이장님께 도움을 청하거나 중재를 요청하면 한결 수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귀농, 참 좋다'(산지니)는 선배 귀농자 15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귀농 사례를 소개한다.

작은 사업체를 꾸리다가 IMF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세가 된 정성락 씨는 온갖 병을 안고 패잔병처럼 고향인 경주 안강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벼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몸과 마음이 모두 회복됐으며 이제는 생식을 실천하고, 한복을 입으면서 '자연에 순응한 삶'을 살고 있다.

대학 졸업장과 기자 생활을 뒤로한 채 보성 벌교에서 벼농사에 매진하는 선종구 씨, 헬렌 니어링 부부의 책을 보고 귀농을 결심한 뒤 우여곡절 끝에 과수 농사로 기대 이상의 소출을 얻고 있는 이춘일 씨 등은 한목소리로 '귀농, 참 좋다'고 이야기한다.

딸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생태육아'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제 소시지 체험관을 운영하는 조현창씨, 천연염색 제품으로 다양한 의류제품을 만드는 김철희 씨 등 농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귀농인의 이야기도 담겼다.

일본의 생태운동가가 쓴 '반농반X의 삶'(더숲)은 현실적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연 속에서의 삶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반농반X(엑스)'는 작은 농업을 통해 꼭 필요한 것만 채우는 작은 생활을 유지하는 동시에 저술, 예술, 지역활동 등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삶의 방식을 가리킨다.

이러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은 농업을 통해 식량을 자급하면서도 대량생산·운송·소비·폐기를 멀리하는 '순환형 사회'를 추구하고 자신의 재주를 활용해 스스로 인생은 물론 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대안적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무리해서 귀농하는 대신 베란다나 텃밧에 자신이 먹을 것을 조금씩 재배하면서 시작해도 좋다고 말한다. 또 자신이 갖고 있는 'X'가 불분명하다면 천천히 찾아가면 된다며 용기를 북돋운다.

'그런 어중간한 방식으로 먹고살 수 있겠느냐'는 질책에 저자는 '먹고 산다는 건 원래 말 그대로 자신과 가족의 심신을 적절한 음식으로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뜻이 아닌가? 하루의 절반으로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좀 더 자유롭게 써도 되지 않을까?'라고 반문한다.

권혜진 | 2015-11-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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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참 좋다 - 10점
장병윤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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