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다로 갔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5.19 바다와 육지, 그 사이에는 해안선이 있다
  2. 2009.04.17 바다 냄새가 난다.




부산작가회의에서 개최하는 제46차 월례문학토론회에서 문성수 선생님의 <그는 바다로 갔다>를 다룬다는 소식을 듣고, 퇴근 후 곧장 서면을 향했다. 도착한 시간은 6시 40분. 동보서적 앞 회국수 집에서 충무김밥으로 서둘러 요기한 뒤, 서면메디컬센터의 토론장에 들어섰다. 아담한 지하 공간이 참석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오래 묵어서 진가가 드러나는 것에는 골동품, 된장, 고추장 같은 것들이 있지요. 하지만 제 소설은, 반대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첫 소설집을 펴내는 데 10여 년이나 걸린 것은 기회를 찾지 못한 탓도 있지만, 게으르고 노력이 없었던 점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내고 보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바로 제 소설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문성수 선생님은 첫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 토론회를 앞두고 이렇게 소감을 말씀하셨다.



이어서 김만석 선생님의 발제가 이어졌는데, 작품 속 인물 대부분이 바다와 폴리스의 경계인 해안선을 돌아다니는 점, 혹은 카페와 같은 밀폐되거나 유폐된 공간으로 스며드는 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문성수 선생님은 어린 시절 부전역에서 ‘도둑기차’를 타고 수영역에 내려 놀던 시절을 회상하며, “한 발을 내딛으면 바다가, 뒤를 돌아보면 육지가 있다는 사실에서 묘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며 해안선의 의미는 경험적 사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소설을 과연 해양소설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토론자인 옥태권 선생님이  “해양소설은 먼 바다, 혹은 대자연 속에서의 고독을 다루며, 해양소설에는 바다와 맞서며 죽음을 앞에 둔 왜소한 인간이 등장한다. 그에 비해 문성수 소설의 인물들은 뭍에 발을 딛고 바다를 바라보며, 이때 바다는 관념적이고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문성수의 소설은 바다를 소재로 삼고 있긴 하지만, 해양소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고 답했다.


이에 대해, 문성수 선생님은 “사실 나는 선승 경험이 없다. 불과 이틀 동안 조타수와 항해사의 삶을 들여다본 것이 전부다. 하지만 바다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며, 자유롭게 의미화, 상징화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에 따라 토론 주제는 ‘해양문학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로 이어졌는데, 이날 진행을 맡은 구영도 선생님은 “어촌의 삶이나 바다를 소재로 한 소설, 혹은 해양생태학적 상상력이 포함된 소설까지 해양문학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밖에 따끔한 비판들이 이어졌는데, 이상섭 선생님은 “인물들이 마치 연극배우나 꼭두각시처럼 여겨진다. 달리 말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작가가 너무 추상적이고 큰 주제를 잡고 있기 때문 아닐까?”하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문성수 선생님은 “소설은 구원도 아니고, 예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의문을 던져놓기만 할 뿐, 해답까지 제시할 수는 없다. 이쪽 아닌 저쪽 세상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른다. 소설은 이쪽 세계를 그릴 수 있을 뿐이다. 어디로 날아가야 하고, 어떻게 날아가야 하는지는 종교의 문제 아니겠나?”하고 답했다. 토론자들 간의 소설관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현실을 환기하는 것이 소설의 임무’라는 점에 대해 함께 공감하는 가운데 토론은 정리되어 갔다.

마지막 경품 추첨 시간에는 동보서적의 상품권과 산지니에서 기증한 <그는 바다로 갔다>가 상품으로 주어졌다. 행운의 17번을 쥐고 있었던 내 손에도 상품권이 들어왔다~ 오천원에 플러스&를 더해서 어떤 책을 살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플러스 알파는 낮추고, 만족감은 높이려는 즐거운 고민이 이어졌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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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양주 한잔하고 싶어요. 커티샥으로 하죠.”

“커티샥?”

“왜 대양을 헤쳐 가는 큰 범선이 그려진 위스키 말이에요. 186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빠른 배 이름에서 유래되었대요.”

“정 기자는 범선에 흥미가 있는 거야 아니면 술에…….

그는 웃으며 웨이터를 불렀다.

“꽤 부드러우면서도 이름만큼이나 빨리 취하죠. 그러면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듯한 여행 기분에 빠질 수도 있구요.”

- 문성수, 「출항지」27p

소설 속 주인공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듯한 여행 기분'에 빠지기 위해 커티샥을 마신다. 커다란 범선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화장품 ‘올드 스파이스’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뭇 남성들에게 선호되어 오지 않았을까? ‘커티샥’처럼 혹은 ‘올드 스파이스’처럼 이 소설에서도 바다 냄새가 물씬 난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커티샥’ 한 잔 하면서 이 소설을 읽어봐도 좋으리라. 문성수 선생님의 젊은 시절 꿈이 바다로 나가는 것이었다면, 중년에 이른 선생님의 꿈은 ‘장편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아래에 <부산 일보> 김건수 기자의 기사를 인용한다. 



"장편소설은 여전히 버릴 수 없는 꿈"
문성수 등단 20년 만에 첫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출간

"세상에 지독한 병이 3개 있습니다. 고시병·상사병 말고 또 다른 하나가 뭔 줄 알아요? 바로 글병이랍니다."

이런 우스갯소리를 꺼낸 이는 문성수(57·사진 위) 소설가다. 그는 1989년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으로 등단했다. 지역에서 소설 등단의 통로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그것이 벌써 20년 세월이다. 문성수 소설가가 등단 20년 만에 첫 소설집을 냈는데, 겸연쩍었던 것이다. 그는 "나의 게으름 탓이고 다만 부끄러울 뿐"이라고 했다. 그동안 글병에 시달리면서 그럴 듯한 장편을 먼저 내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나 이제는 흩어진 채 방치된 글편들을 돌아보고 보듬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왔다는 설명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발표한 중·단편 8편 모음
원형적 심상으로서의 바다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근원을 묻다


이번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산지니)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사이에 발표한 중·단편 8편을 모아 놓고 있다. '출항지'를 비롯한 앞부분의 4편은 바다를 소재로 존재론적인 근원을 찾는 작품들이다. 작중 주인공은 새로운 세계로의 출항을 꿈꾸면서도 결국 떠나지 못하는 비루한 현실을 반복하고('출항지'), 대서양어장에서 사고로 죽은 동생의 환영 때문에 현실에 정착하지 못한다('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바다를 소재로 하는 이들 단편은 다분히 해양소설의 여지를 풍긴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작품의 소재일 뿐이다. "젊은 시절 방황이 심했고, 배를 타고 싶었다. 출구로서 바다를 생각했던 것 같다"는 것이 작가의 말. 작품에서 바다는 지리적 장소일 뿐만 아니라 소통의 한 창구, 나아가 원형적인 심상을 지닌 추상적 공간, 출발과 도착의 순환론적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의미로 변주되는 모습이다. 바다에서 들리는 원시음에서 어떤 구원의 가능성을 엿보는 단편('그는 바다로 갔다')이 그런 맥락이다. 중편 '춤추는 나신'을 비롯한 나머지 4편 역시 해양을 배경으로 하지 않지만,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일관적이다. 그것들은 일상 속 폭력성이 낳는 삶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장편소설은 여전히 버릴 수 없는 꿈"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말기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세월 동안 월남 가족이 뿌리 없는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신산한 여정을 담은 대하소설을 그는 지금 집필 중이다. "이북이 고향인 부모님에 대한 부채감이 있다. 현재 소설의 절반 분량을 쓴 상태인데, 내년에는 빛을 볼 것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이며, 부산 연제고에 재직하고 있다. 

김건수 기자

부산일보 | 19면 | 입력시간: 2009-04-17 [09:04:00]


그는 바다로 갔다 - 10점
문성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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