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부산에서 가장 핫한 서점

기장 이터널저니에서 크리스틴 펠리섹 작가님의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날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어요.

크리스틴 펠리섹 작가님(왼쪽)과 황은덕 선생님(오른쪽)

 

이번 북토크에서 작가님은 <그림 슬리퍼: 사우스 센트럴의 사라진 여인들> 속 피해자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작가님이 경찰의 수사 과정에 함께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 등 사건에 관련된 작가님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담과 통역은 산지니출판사와도 인연이 깊은 황은덕 선생님이 맡아주셨답니다. 그럼 강연 속 몇 장면을 함께 보시죠.

 

에니트라 워싱턴(위)과 사건 당시 그녀가 입고 있었던 옷(아래)

 

작가님은 피해자들의 가족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의 그들의 상황에 대해 많이 조사했습니다. 니트라 워싱턴은 그림 슬리퍼에게 공격을 받고 살아남은 알려진 유일한 생존자로서, 살인마에게 오렌지색 핀토를 얻어 타고 가다 총상을 입었습니다. 그 후 강간을 당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힌 뒤 길거리에 버려졌다 구사일생으로 생존했습니다.

살아남은 피해자인 에니트라 워싱턴의 용감한 증언과 수사 협조는 이후 범인을 검거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니시아 피터스(위)와 그녀가 유기되었던 쓰레기 봉투(아래)

 

항상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그림 슬리퍼는 ‘제니시아 피터스’ 살해 현장에 자신의 DNA를 남겼습니다. (그림 슬리퍼는 언제나 살해 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유기했기 때문에 어느곳에서도 그의 DNA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쓰레기봉투 안에서 발견되었는데, DNA가 발견된 곳은 놀랍게도 피해자를 유기하는 데 쓴 쓰레기봉투를 묶은 플라스틱 끈이었습니다. 경찰은 범인이 그 노끈을 입에 물어서 침이 남아 있어 DNA가 발견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그의 DNA가 발견되었지만 미국 범죄자 데이터에는 일치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범인은 미국에서 감옥에 간 적이 없었던 것이지요. 수사는 다시 미궁에 빠지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갔습니다.

 

<LA Weekly> 표지 기사 일러스트 / by Brian Stauffer

 

2006년, 미국 LA에서 <People>의 선임기자 크리스틴 펠리섹(Christine Pelisek)은 1985년 첫 사건 발생 이후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사라져간 연쇄 살인 사건을 알게 되며,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떠올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LAPD의 수사와 함께 취재기자로서 활약한 크리스틴은 사건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무관심에 분노하고, 그를 잡기 위해 ‘살인마 별명*’을 정하기로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에게 별명을 붙이는 방법. 근대에 들어 가장 명성을 떨친 미치광이 살인자 '잭 더 리퍼' 사건에서 처음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2008년, <LA Weekly>의 표지 기사에서 펠리섹은 살인마가 마치 느긋하게 취미생활을 하듯 살인 사건 사이에 긴 휴식기를 가진 것을 근거로 그를 ‘The Grim Sleeper(음침한 수면자)’로 명명하여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그 결과 언론의 관심을 얻고, 수사는 다시 불붙게 됩니다.

 

그림슬리퍼 사건을 전담했던 800전담반

 

2010년, 가족 DNA를 확인할 수 있는 법이 통과되면서 경찰은 28살의 크리스토퍼 프랭클린의 DNA가 그림 슬리퍼의 범죄현장에 있었던 DNA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렇지만 경찰은 28세의 크리스토퍼가 ‘그림 슬리퍼’이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판단했고, 그의 아버지 ‘로니 프랭클린’을 의심하고 은밀히 그의 DNA를 채취하기로 합니다.

 

LAPD가 은밀히 수집한 증거물

 

경찰은 그가 방문한 피자가게 점원으로 위장해 그가 쓴 식기를 따로 모으고, 그곳에서 DNA 채취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DNA는 ‘그림 슬리퍼’의 DNA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그는 주변 이웃들에게 친절한 주민이었으며, 호감형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남자 친구들은 그가 항상 여자와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다고 전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자신의 집 불과 4km 반경에서 20년간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림 슬리퍼의 집과 범죄 장소

 

경찰이 그의 집에 급습하였을 때 창고에서 여러 증거물(피해자의 폴라로이드 사진,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25구경 권총)이 발견되었습니다.

 

크리스토퍼 프랭클린의 집에서 발견된 증거물

그 후 그는 여러 재판 과정을 거쳤지만,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했습니다. 결국 그는 어떤 선고를 받았을까요? 답은 <그림 슬리퍼: 사우스 센트럴에서 사라진 여인들>에서 보실 수 있어요 :)

 

경찰의 사건 브리핑과도 같았던 흥미진진한 작가님의 강연이 끝나고, Q&A  시간을 가졌습니다.

 

 

Q. 책의 제목은 살인자 이름인 ‘그림 슬리퍼’이지만 생각보다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이 책에서 미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묻혀있는 소수자들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힘없는 소수자라는 점이 수사를 부진하게 만들었던 이유이기도 하지요. 피해자는 ‘사우스 센트럴’이라는 빈민가의 가난한 흑인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저는 소수자들이 폭력 안에 묻혀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고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상상해보세요. 만약 LA의 버버리힐즈 같은 부촌에서 금발의 여성 치어리더가 살인을 당하면 널리 알려질 것입니다. 언론에서도, 경찰에서도 주목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희생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피해자에 대해서 더 많은 목소리를 갖고 사회에 내고자 했고, 그것이 기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범죄자에 대한 책을 쓸 때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살인마의 특징을 잡거나 그의 내면에 대해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자극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Q.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을 합쳐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인자를 보셨는데, 혹시 그 기간 동안 살인자에 대한 생각이나 인식의 변화가 있었나요?

혹시 질문의 의도가 제가 그를 동정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질문자: 꼭 그런 뜻은 아니에요.)

다행이네요. 저는 그를 전혀 동정하지도, 불쌍히 여기지도 않습니다. 범죄자 중에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가게의 물건을 훔치거나,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동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살인마는 절대로 이해나 동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열 명 넘는 사람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는 절대로요.

 

Q. ‘범죄 전문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시는데,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상대적으로 큰 범죄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강력범죄가 하루에도 수십 건 발생하곤 합니다. 저는 전국에 유통되는 잡지 <People>의 기자로서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는 강력 범죄(총기 난사, 연쇄 살인과 같은 일)에 대해 다룹니다.

저는 미해결 범죄를 파헤치는 일을 좋아하는데, 여러 가지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알맞게 배열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사건은 시간을 따지며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저는 항상 바쁘지만 제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터널저니에서도 이날의 분위기를 담은 생생한 영상을 남겨주셨어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답니다.  ↓↓

https://www.instagram.com/p/Bzpl0BJHbdu/

 

+) 이날 강연을 마치고 해운대 달맞이길에 있는 김성종추리문학관에 들러 김성종 선생님과 크리스틴 펠리섹 작가님, 황은덕 선생님과 함께 담소를 나누었답니다.

 

 

++) 문학관을 나와서는 해운대시장에서 파전을 먹으며 뒷풀이를 했어요.

 

'그림 슬리퍼'가 적힌 부채를 선물로 드렸어요. :)

 


그림 슬리퍼 우스 센트럴의 사라진 여인들

크리스틴 펠리섹 지음 | 이나경 옮김 | 국판 변형 18,000

978-89-6545-605-603330


15년 동안 범죄 기자로서 그림 슬리퍼의 수사 과정을 추적해온 크리스틴은 수사관 인터뷰,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해자 탐방 기사 및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모아 <그림 슬리퍼: 사우스 센트럴에서 사라진 여인들>에 담아냈다. 이 책은 정의로 가는 길고 험난한 길을 생생하고 정확히 포착하여 담아낸, 우리 시대의 가장 놀라운 범죄 르포집이다.

 


   

그림 슬리퍼 - 10점
크리스틴 펠리섹 지음, 이나경 옮김/산지니
Posted by 실버_

소설가들의 대표작이 잇따라 개정 출간됐다.

'추리문학의 대가' 김 작가 
'최후의 증인' 개정판 출간 
'다시 시작하는 끝'도 눈길


추리문학의 대가 김성종 작가는 장편 추리소설 '최후의 증인'(전 2권·새움·사진) 개정판을 냈다.

'최후의 증인'은 1974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추리소설이 명함도 못 내밀던 시절, 추리문학의 불모지에 '김성종 시대' 개막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읽지도 않고 버릴 것 같아 추리소설에서 '추리'를 빼고 장편소설이라고만 표기해 작품 공모를 했지만 '한국전쟁의 비극을 추리적 기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란 심사평을 받았다.

'최후의 증인'은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의 그늘 속 이념과 배신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복수를 그린 작품.

일본과 프랑스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다시 시작하는 끝/조갑상


김성종 작가는 "수백만이 죽어 간 참혹한 전쟁을 이 작품 하나로 다 이야기할 순 없으니 앞으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대하소설을 쓰는 것이 작가로서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소설가 조갑상(경성대 국문과 교수)도 1990년 출간했던 첫 번째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산지니·사진) 개정판을 냈다. 

25년 만에 다시 만나는 중견 소설가의 작품들은 지금 오히려 더 유효한 묵직한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첫 출간집에선 빠졌던 단편 '방화'도 추가했다.

조갑상 작가는 "등단 전 쓴 작품이고 자기 이야기 흔적이 보일까 쑥스러워 뺐지만 이번엔 다시 손을 봐 작품집에 넣었다"고 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관통하는 17편의 중·단편에서 제목처럼 '다시 시작하는 끝'을 만날 수 있다.


강승아| 부산일보ㅣ2015-07-08


원문 읽기


다시 시작하는 끝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조봉권의 문화현장] 이규정 방식 vs 김성종 방식

청춘 빚는 일흔 청년작가들
   

이규정(왼쪽), 김성종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네…." 새뮤얼 울만이 78세에 쓴 시 '청춘'의 첫머리이다. 울만의 시를 따르면, 소설가 이규정(78) 김성종(74) 선생은 부산 소설계의 빛나는 청춘 작가이다.

1937년생으로 팔순을 바라보는 이규정 작가가 최근 펴낸 역사인물소설 '소설 대암-이태준 번개와 천둥'(산지니)은 전개가 매우 활달하고 생생했다. 이태준(1883~1921)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세브란스의학교 2기 졸업생이며 독립운동가였다. 천신만고 끝에 1910년대 몽골에 들어가 그 나라를 망친 성병을 몰아내 신의(神醫)로 추앙받지만, 허무하게 살해당한다.

역사인물소설은 인물 재현에 그치거나 인물에 끌려다니다 생기를 잃고 실패하기 십상이다. '번개와 천둥'은 펄떡대는 생선처럼 살아있는 느낌이다. 이 책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써서 이미 신문에 내놓은 뒤에도 이 소설의 비결이 여전히 궁금했다. 그래서 이규정 작가를 만났다.

그는 2001년 몽골과 바이칼호로 문학기행 갔을 때 이 소설을 구상했다. 2010년에는 대암이태준선생기념사업회를 따라 몽골 울란바토르의 이태준기념공원 방문 및 교류 행사에도 참가했다. 그간 이태준 관련 논문과 자료를 몽땅 모아 공부했다. 한창 작품을 쓰던 2011년 4월 작가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원해서 소설을 계속 썼다. 그 바람에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려 솔직히 후회스럽긴 하다." 2012년에는 아내가 위중한 병에 걸려 집필은 또 한 번 벽에 부딪혔지만, 극복했다.

'번개와 천둥'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다 이규정 작가가 1996년 펴낸 대하소설 '먼 땅 가까운 하늘'(전3권·동천사)이 화제가 됐다. 아마 한국 문단에서 사할린 동포의 기구한 삶과 민족의 아픔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절실하게 그린 대하소설일 것이다. 내친김에 기자는 절판된 '먼 땅 가까운 하늘' 1~3권을 구해 며칠 만에 다 읽었다. 1991년 집필에 들어가 5년 만에 탈고한 이 대하소설이 왜 한국 문단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반드시 재조명해 가치를 재평가해야 할 빼어난 대하소설이다.

이 대하소설은 권정생의 '한티재 하늘'처럼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할린 동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중에서도 함안, 서울, 진주, 평양, 부산, 일본, 사할린으로 이어지는 주인공 이문근의 인생은 민족사의 아픔 자체다. '먼 땅 가까운 하늘'에서 보여준 작가의 치열한 취재,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힘, 역사의식과 리얼리즘 정신이 '번개와 천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청년 작가 이규정'을 생생히 느꼈다.

'청년 작가'를 이렇게 꼽다 보니, 김성종 작가가 최근 펴낸 연작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새움)가 떠올랐다. 베테랑 추리소설가 노준기가 시칠리아산 와인 '도망간 여자'를 마시며 노련하고도 정열적인 활약을 펼치는 이 소설은 사실 면모가 매우 다양하다. 

범죄의 고리를 절묘하게 풀어나가는 전형적인 추리소설도 있다. 부산 근교 원전 사고를 소재로 문명의 반성을 촉구한 문제작 '죽음의 땅에 흐르는 안개, 그리고 개들의 축제', 테러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는 '런던의 안개' 등 독특하고 새로운 작품도 있다.

연작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에 등장하는 주인공 노준기는 허무주의에 빠진 노인 같지만, 여전히 엄청난 정열로 활약을 펼친다. 그 점에서 자신의 대하소설 '여명의 눈동자'에서 숱한 인물을 창조한 김성종 작가가 빚어낸 또 하나의 캐릭터이다.

최근 몇 년 새에도 세 권짜리 장편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2006)부터 '후쿠오카 살인' '안개의 사나이'에 이어 '달맞이언덕의 안개'까지 도무지 쉴 줄 모르는 70대 중반 김성종 또한 부산 소설계의 대표 청춘 작가다.

조봉권ㅣ국제신문ㅣ2015-04-06

원문 읽기

번개와 천둥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서류닝입니다! 인턴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글이네요. 참 아쉽습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드라마 <셜록>의 세 번째 시즌이 공개되었습니다. 드라마 <셜록>은 익히 알려진 고전,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21세기에 접목시킨 현대판 셜록 홈즈입니다. 영국을 넘어 세계적인 드라마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셜록>은 외국 드라마 검색어 1위를 할 만큼 우리나라 팬들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해 얼마 전 KBS에서 더빙으로 방영해주기도 했는데요. (물론 저도 열렬한 팬입니다♥) 이렇게 <셜록>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잘 쓰인 대본, 훌륭한 연기, 예술적인 장면 연출 등 여러 가지 비결이 있겠지만, 제 생각에 가장 강력한 비결은 바로 원작 『셜록 홈즈』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서 코난 도일이 1887년부터 1927년까지 발표한 단편들을 묶어 만든 『셜록 홈즈』 시리즈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어왔으며 영화, 뮤지컬, 연극, 드라마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재탄생되어왔습니다. 그래서 ‘『셜록 홈즈』가 원작이다’라고 하면 시작도 전에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고는 하죠. 이것이 바로 고전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요? 그래서 이번에 블로그에 올릴 주제는 바로바로 달맞이길에 위치한 추리문학관입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유명한 추리문학관은 현재 ‘한국추리작가협회’의 회장으로 계신 저명한 추리소설가 김성종 선생님이 1992년 사재로 지으신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입니다. 이렇게 말로만 들으면 무언가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지만, 실제로 가보면 굉장히 포근하고 안락한 분위기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와 함께 추리문학관을 탐방하러 가보실까요?^ㅇ^

 

 

추리문학관은 달맞이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2호선 장산역에서 2번, 7번, 10번 마을버스를 타거나 해운대역에서 2번, 10번 마을버스를 타고 추리문학관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건물이 추리문학관입니다. 외부인에게 공개가 허락된 것은 1, 2, 3층까지고 4층은 김성종 선생님의 집필실, 5층은 현재 살고 계신 집이라고 하네요.

 

 

 

 

처음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끄는 것은 벽에 걸려있는 저명한 작가들의 사진입니다. 구경을 하다보면 곳곳에 사진이 많이 걸려있어요. 1층 입구에 문학관 안내판이 보입니다. 1층에서 입관료 5000원을 선불로 내면 커피, 차 등을 마실 수 있으며 2, 3층 관람까지 할 수 있습니다. 1층, 2층, 3층 모두 책이 비치되어있고, 추리문학 뿐만 아니라 일반 문학서, 아동도서 등 총 47,600권에 달하는 책이 구비되어있습니다.

 

 

 

굉장히 아늑하지요? 1층은 카페의 모습을 하고 있어 커피,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유로운 대화도 가능합니다. 조용한 분위기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차를 마실 수 있는 1층에서는 처음 온 사람에게 추리문학관 이용방법을 친절히 설명해 주십니다. 사진은 마음껏 찍어도 된다고 하셔서 정말 마음껏 찍고 왔습니다. (웃음) 차를 마시기 전에 구경부터 하고 싶어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뱅글뱅글 나선형 계단을 딛고 올라가 들어선 2층의 입구에는 조그마한 전시장이 있습니다. 쌓여 있는 수많은 책이 인상적입니다. 셜록 홈즈의 얼굴 모형과 그의 상징인 사냥모자와 담뱃대가 보입니다.

 

 

본격적으로 들어선 2층은 작가들의 사진으로 가득합니다. 다양한 작가들의 사진이 벽마다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정말 신기했어요. 2층은 강연, 세미나 등을 위한 임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2층에서는 추리문학관 정기행사인 겨울추리여행 중 헤르만 헤세 문학관의 방문기와 함께 사진전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데미안』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다시 나선형 계단을 밟고 올라간 3층의 모습입니다. 1, 2층의 안락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도서관 같은 분위기로 조용합니다. 방해 받지 않고 책을 읽기에 좋은 분위기였어요.

 

 

3층에는 일반 문학서나 아동도서 등 1, 2층에 비해 더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습니다. 3층의 책을 1, 2층에서 읽고 싶다면 도서대여목록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후 들고 내려가고, 반납은 직원에게 하면 됩니다. 외부로의 대출은 회원만 가능한데, 회원제에 대해서는 1층에 문의하면 됩니다. (회원카드 12매-50,000원, 월회원-100,000원) 3층은 유리창너머로 보이는 광경이 특히 아름다운데, 창가 쪽에서 책을 읽는 분이 계셔서 사진은 못 찍었어요. (ㅠㅠ)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어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2, 3층의 관람을 끝내고 다시 1층으로 돌아와 커피를 주문하고 앉았습니다. 의자가 굉장히 폭신폭신한 것이 책 읽기에 딱 좋았어요. 1층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으니 커피가 금방 나왔습니다. 귀여운 나뭇잎과 함께 주시는 센스!^ㅇ^

 

 

1층을 둘러보다 발견한 안내서와 스탬프!! 책갈피를 만들 수 있는 종이가 옆에 준비되어있어 냉큼 찍어왔습니다. 관광의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추리문학관에 왔는데 추리문학을 읽고 싶어 골라온 책은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입니다. 중학교 때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아마 그 책이 제가 처음으로 접해본 추리소설이 아닌가 싶은데, 그녀가 왜 추리소설의 대가인지 알 수 있었어요.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된 책을 잡고 열심히 읽었습니다. 단숨에 이야기에 빠져들었어요. 추리소설의 매력의 끝은 어디인지! 추리문학관에는 새 책도 많지만 오래된 책도 많은데, 오래된 책을 읽을 때는 한 편의 잘 쓰인 고전을 읽는 기분이라 참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추리문학관 곳곳에는 추리소설 작가뿐만 아니라 저명한 작가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추리문학관이라고 해서 추리문학만 다루지는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 가지로 문학관에 쏟은 정성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처음에 설명을 해주실 때, 한 가지 단점이 난방이 안 되는 거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셨는데요. 이날따라 유독 날이 좋아서 그런지 안이 춥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들어설 때 시골에서 맡아보던 장작 타는 냄새가 나서 의아했었는데 알고 보니 진짜 나무를 때서 불을 피우는 난로가 있었어요. 연기를 바깥으로 나가게 연결시켜 놓았더군요. 추리문학관의 포근한 분위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난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데 김성종 선생님의 신작을 홍보하는 글이 보였습니다. 김성종 선생님이 쓰신 청소년 소설이라, 정말 읽어보고 싶어요. 신작을 포함해서 그동안 써오신 책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드라마로 유명한 『여명의 눈동자』도 볼 수 있었어요.

 

추리문학관 탐방, 재미있으셨나요? 저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어요. 전자책의 흥행으로 여러 서점이 문을 닫고 요즘, 이런 문학관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엄청나다고 생각해요. 추리문학관이 오래오래 이 자리에서 우리를 맞아주면 좋겠습니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을 때, 다양한 추리소설을 만나보고 싶을 때 이곳에 들러보시겠어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달맞이길의 추리세계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편집자 전복라면입니다.

2월 7일, 지난 주 목요일에는 사장님과 함께 추리문학관에 다녀왔습니다. 추리문학관 방화(放話) 사건의 목격자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지요. 추리창작교실 학생분들과 조갑상 선생님이 공모자입니다. 장소의 특성상 끔찍한 살인 사건, 적어도 도난 사건이 일어나야 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명탐정 전복라면이 될 기회는 없었습니다.

 

추리문학관 입구.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노란 기둥 옆에 서 계신 분이 김성종 관장님.

 

 

 

 

 

 

 

강의가 열리는 1층은 북카페로 운영되고 있어 분위기가 한층 더 아늑합니다. 추리창작교실 회원분들의 모습이 보이네요. 나이와 성별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 화기애애한 모습에서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의는 조갑상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밤의 눈』을 주 제재로 하여, 소설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어떻게 배치하여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습니다.

『밤의 눈』은 한국전쟁과 보도연맹을 비롯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와 5․16쿠데타의 1960년대, 그리고 부마항쟁이 일어난 1970년대까지 다양한 시간과 그 속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보여줍니다. 개인의 선택과 노력보다는 사회의 상황에 따라 더욱 모질게 혹은 그나마 무사하게 바뀌는 등장인물의 삶은 지금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리라 생각합니다.

학생분들 역시 강의가  끝난 후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시간의 길이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는데, 선생님은 "옥구열이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장면을 넣을까 고민해 봤다" 며 집필 당시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신 한편 인물들에게 가치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셨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셨습니다.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단편 소설이든 장편 소설이든 안에는 시한 폭탄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쓰는 소설 속에도 시한 폭탄이 들어 있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시한 폭탄이 뭡니까? 째깍째깍, 언제까지, 해결이 되어야 하잖아요, 아니, 터트리면 안 되지(웃음). 해결이 되어야지. 심리적으로만 자족하든, 갈등을 능동적으로 해소하든, 시간 안에 무엇을 해결해야 한다는 그 긴장감 말입니다."

"묘사를 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소설이 될 수 없습니다. 이야기만 있는 소설은 뽑히기가 힘들어요. 심사위원들은 이야기의 능력도 보지만, 저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걸 쓰는 건 소설, 허구니까요. 그런데 묘사에는 필연적으로 시간이 소모됩니다."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의 말과 행동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작가는 그런 것을 계산해야 해요. "

 

"성을 다룬 소설, 소위 외설적 소설 중 사건을 일으켰다 할 만한 두 가지 작품이 『채털리 부인의 연인』과 『보바리 부인』인데요. 둘 다 재판까지 갔었지요. 그런데 『보바리 부인』을 쓴 플로베르는 '(외설적이라 할 만한 부분은)작가인 내 의사가 아니라 전부 소설 속 엠마의 말과 행동이다'라고 변호했지만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쓴 로렌스는 그러지 못해서 판금이 되었지요. 그래서 시점의 설정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

 

 

강의가 끝나고, 선생님께 질문을 던지고 있는 부산국제고등학교 동아리 학생들. 강의를 아주 집중해서 듣고, 질문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밤의 눈 북 트레일러 감상평 이벤트 상품을 위해 책에 사인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조갑상 선생님의 강의도 좋았고 수업을 경청하고 질문을 던지는 추리창작교실 학생분들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즐거운 게임』의 박향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선생님들이 번갈아가며 이 젊은 창작자들에게 빈 노트와 맞설 힘과 용기를 주고 계시다고 하니, 혹시 홀로 명작을 준비하는 분이 계시다면 추리문학관의 문을 두드려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탈고하시면 출간 문의는 산지니로^^!

 

김성종 추리문학관: http://www.007spyhouse.com/indexFrame.html

 “호롱불 킬 시간도 없이 일어난 일이라.”-『밤의 눈』

 『밤의 눈』북 트레일러를 공개합니다.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지난 6일 수요일, 정태규 소설가의 산문집 출간기념 문인들의 모임자리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모임은 공식적인 출간기념회가 아닌, 그야말로 조촐하게 진행되는 모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음알음 찾아오신 손님들로 인해 정태규 소설가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태규 소설가는 사실, 이번 산문집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ALS(일명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이 자칫 우울하거나 침체된 분위기로 흐르지 않고 밝게 웃으며 떠들 수 있는 모임으로 진행될 수 있는 원인에는 정태규 소설가의 끊임없는 소설에의 집필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정태규 소설가가 밝게 웃으실 때마다, 모두들 다함께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산문 속 한 구절을 살펴 볼까요.


첫 소설창작집 서문에 소설은 하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던 기억이 있다. 진실하고 진지한 영혼이 저 거짓과 경박의 현실에 의해 지쳐 쓰러지지 않게 받쳐주는 하나의 힘이 소설이며, 또한 그런 영혼을 응원하며 조용히 펄럭이는 깃발이 소설이 아닐까 한다고 썼다. 지금 생각하면 지나치게 단정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확실히 소설도 인간의 영혼에 하나의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소설이란 집이 확실한 대들보와 서까래와 기둥으로 서 있을 경우에만 말이다. 그리고 그 집이 단순히 머리로써 지은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지었을 경우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소설도 그런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 작품이 이 세상의 누군가의 영혼에 하나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영혼의 집을 짓는 아름다운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손 형과 강 형이 집을 지으면서 보여주는 저 아름다운 힘처럼……. 이 두 사람의 힘은 비단 그 근육의 힘과 일하는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의 일도 저토록 유쾌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성심성의를 다하는 가슴에서, 바로 그 아름다운 가슴에서 연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름지기 소설도 저런 가슴으로 써야 힘을 지닌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44-45 「집을 짓는 힘」)







마지막으로 정태규 소설가의 출간 소회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정태규 소설가는 병을 앓고 계신 와중에도 장편소설의 집필에 대한 열망의 끈을 놓고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안구마우스'와 같은 다양한 첨단기술이 있는 한, 그런 기술을 통해서라도 집필을 하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들은 선생님의 소설에 대한 열정에 모두 박수를 쳤지요.

문득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눈꺼풀을 깜박이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주인공의 삶을 다룬 프랑스 영화인데요. 우리가 이런 영화에서, 그리고 정태규 선생님의 삶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삶에 대한, 문학에 대한, 예술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잃지 않는 것이겠지요.

아무튼 정태규 소설가의 차기작! 독자로서 학수고대하겠습니다.

좋은 장편소설 집필을 고대하면서, 포스팅을 마무리짓겠습니다.^^

더불어, 산문집 『꿈을 굽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날 모임에 참석해주신 많은 문인들.



꿈을 굽다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부산광역시 수영구 민락동 | 방파제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