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예빈님께 책을 빌렸네요.

한나 아렌트가 주인공인 그래픽 노블이라고 블로그에 소개를 했기에 재밌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재밌어서 저도 추천 드립니다.

<뉴요커>에 카툰을 그렸던 켄 크림스타인(Ken Krimstein)2018년에 블룸스버리(Bloomsbury) 출판사에서 펴낸 책입니다. 켄 크림스타인은 그림도 독특하지만 글이 굉장히 철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네요. 철학, 역사 등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이 엿보입니다.

더숲에서 좋은 책을 출판했네요. 아마도 책을 발견한 것은 이 책의 감수를 맡은 한국아렌트학회 회장 김선욱 교수님이신 듯한데요, 덕분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삶을 세 번의 탈출에 초점을 맞추어 조망합니다. 물론 매독으로 아버지가 사망하는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 몸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를 거쳐 뉴욕에서 생을 마감하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아렌트의 전 생애를 다루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아렌트의 삶에서 큰 변곡점이 되는 세 번의 탈출입니다.

첫 번째 탈출은 히틀러가 독일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나치에 의해 체포당한 후 베를린에서 체코를 거쳐 프랑스로 탈출한 1933년의 일입니다. 두 번째 탈출은 1940년에 이루어집니다. 파리에서 지내던 아렌트는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자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남부에 있는 귀르라는 수용소에 갇히게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수용소에서 나와 은신처에서 남편인 블뤼허, 엄마, 발터 벤야민 등의 친구들과 지내다가 포르투갈을 거쳐 뉴욕으로 가는 배에 오릅니다.(벤야민은 이때 탈출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게 되죠.)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이런 두 번의 육체적인 탈출이 아니라 마지막 세 번째의 탈출인 듯합니다. 제 생각에 그건 하이데거로부터의 정신적인 탈출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하는데요, 감수자이신 김선욱 교수님도 이렇게 언급하십니다.

 

  이 책의 방점은 세 번째 탈출에 있다. 독일에서의 탈출, 그리고 파리에서의 탈출이라는 앞선 두 번의 탈출과 세 번째의 탈출은 서로 결이 다른 이야기이다. 세 번째 탈출 이야기는 그녀의 삶을 넘어 그녀의 핵심적 사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이 세 번째 탈출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가 가진 사상의 핵심인 듯 그려내는데, 나는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 책은 그 세 번째 탈출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헤아려볼 기회를 제공한다.”-김선욱(숭실대 철학과 교수, 한국아렌트학회 회장)

 

뉴욕에서 아렌트는 여러 가지 활동에 몰두합니다. 기사를 쓰고, 강연을 하고, 책을 집필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사상을 세워나갑니다. 소위 아렌트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사유체계를 세워나가기 위해 그녀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조건을 빼앗아버리는 새로운 힘이 지구상에 나타났는데, “기존의 이론들을 묵묵부답이었기에새로운 사유를 통해서 이를 해석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바로 탈학습(Unlearning, 독일어는 Verlernen)’의 개념입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한나 아렌트를 읽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덜 읽어볼 만한 책을 권하고 있는데요, 여기 바로 산지니에서 출간한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마리 루이제 크노트의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Unlearning with Hannah Arendt은 독특한 독일 책이다. 이렌트가 우리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며 강조했던 이야기’, 더 정확히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행위에 관해 말하는 이야기를 신비로울 만큼 시적으로 풀어냈다. 매혹적인 책이다.”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독일어 원제: Verlernen, Denkwege bei Hannah Arendt)에는 탈학습을 위한 4가지 키워드가 나오는데요, 바로 웃음’, ‘번역’, ‘용서’, ‘실현입니다. 아렌트는 예루살렘 법정에서 아이히만을 만나고 웃음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일로 동료 유대인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죠. 하지만 아렌트에게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한 해석의 방법이 필요했을 겁니다.

한나 아렌트, 세 번의 (脫出)()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두 책에 공통적으로 () 자가 들어가는 게 의미심장합니다. 

지금도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n번방 사건도 그렇구요. “정말 이해가 안 가는데, 아렌트라면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10점
켄 크림슈타인 지음, 최지원 옮김, 김선욱 감수/더숲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 - 10점
마리 루이제 크노트 지음, 배기정.김송인 옮김/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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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예빈박사 2020.04.16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벤야민 죽는 장면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구요 ㅠㅠ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4.20 0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재밌다고 소문으로만 들었어요. 글을 보니 더 읽고 싶어지네요.

아렌트를 좋아하세요...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



인턴 최예빈


사는 게 왠지 시시해질 때마다 집어 드는 그래픽 노블이 있다.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켄 크림슈타인이 지었고, 국내에선 더숲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산지니 블로그에서 타 출판사 책 언급하니 좀 민망한 구석이 있지만 눈감아 주세요 대표님)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은 아렌트의 생애를 그린 만화다. 이렇게 설명하면 예림당에서 내는 WHY 시리즈 위인전 느낌일 것 같지만, 엄연히 성인 대상의 그래픽 노블이다.


뭔지 아시죠?


어쨌든 그 책을 통해 전체주의 광풍으로 혼돈을 맞았던 20세기 초 유럽 모습과 지금은 전설이 된 천재들(엑스트라처럼 등장하는 인물조차 업적 설명을 위한 각주가 달려있다)이 기어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이렇게 열렬한 게 바로 삶인데!” 같은 생각이 절로 들어 권태를 씻고 일어나게 된다. 사유하지 않는 것이 그릇된 사유 보다 더욱 위험한 거라는 아렌트의 일침이 귓전을 때리고, 무기력해진 몸과 정신을 다시 한번 일으켜 내는 것이다.

 

쓸데없이 서두가 길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내게 아렌트를 좋아하냐 물었을 때 내가 아유 그럼요”(그런데 누가 아니라고 할까?)라 대답하는 배경에는 만화책 한 권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좀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아렌트 팬을 자처하면서 아렌트의 저작을 읽어본 적이 없다. 위의 그래픽 노블을 포함해 아렌트 다룬 책 서너 권 읽었지만, 정작 그가 직접 쓴 책은 읽지 않았다. 인간의 조건, 전체주의의 기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제목은 술술 나오고 어디가서 어쭙잖게 아는 체도 하지만 기실은 단 한 권도 안 읽었다. 그러니 아렌트를 좋아한다는 내 대답은 알량한 허세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렌트가 직접 쓴 책보다 아렌트를 오랫동안 숙고해온 다른 어떤 이가 그에 대해 쓴 책이 좀더 아렌트를 아렌트답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너무 아렌트 안 읽은 티 팍팍 내는 발언인가?


아렌트와 블뤼허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은 저자 마리 루이제 크노트가 아렌트의 사유방식을 사유해낸(그렇담 이것은 메타사유인가) 걸출한 작품이다.

저자는 웃음/번역/용서/표현 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탈학습을 설명한다. 탈학습이란, 이미 존재하는 언어체계와 전승되어온 관념들에 대한 이해를 폐기하고 기존 맥락을 분해하여 개념의 새로운 쟁취를 시도하는 것으로, 친숙한 것을 다시 낯선 것으로 바꿈으로써 세상과의 새로운 관계맺기를 가능하게 한다.

 

저자는 아렌트의 이러한 독특한 사유방식이 계획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닌 충격에 대한 반작용에 더 가깝다고 설명한다. 독일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다시 미국으로 망명하며 늘 낯선 세계에 내던져졌던 아렌트는 기존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자신 안에 계속해서 축적했다. 그리고 그 충격에 의한 반작용으로 체득한 사유방식탈학습을 통해 기존 통념을 뒤집는 사유(악의 평범성!)를 구축했다. 또한 아렌트의 웃음, 번역, 용서, 표현 행위는 앞선 충격에 의해 형성된 균열을 봉합하거나 덮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열어둔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그 균열에 계속해서 관여하도록 한다. 관여가 바로 아렌트의 정치 개념에 대한 실마리로 이어지는 것이리라.


 


탈학습이라는 아렌트의 사유방식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사고의 폐쇄성이 짙어지고 있는 오늘날 특히 되새길 지점이 많은 개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아렌트보다 더 아렌트처럼 생각하는마리 루이제 크노트, 즉 저자의 존재. 아렌트의 사유방식을 탈학습으로 설명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아렌트를 떠올렸까. 아마 아렌트가 자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한 것보다 더 깊이, 더 오래 그러했을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그 덕분에 아렌트를 읽지 않고도 아렌트를 만나게 된다. 혹은 만났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장 그르니에의 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속 텍스트가 아닌 카뮈의 추천사였던 것처럼, 우리가 다른 이에게 받은 편지 속에 묘사된 자신을 보고 진짜 나를 마주친듯한 느낌을 받는 것처럼, 타인의 애정이 개입된 해석이야말로 그를 더욱 그답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글쓴이 

마리 루이제 크노트Marie Luise Knott

프리랜서 기자, 번역가, 작가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을 해왔으며, 독일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를 설립하고 편집장을 역임했다. 예술과 문학에 대해서 수많은 글을 출판하였고, 가장 최근에는 한나 아렌트에 관해서 Von den Dichtern erwarten wir Wahrheit(한나 아렌트시인에게 진실을 갈구하다) Hannah Arendt/Gershom Scholem, Der Briefwechsel, 1939-1964(한나 아렌트와 게르숌 숄렘, 서신교환, 1939-1964)을 출판하였다.


 

        옮긴이 

배기정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바이마르 공화국시대 문인들의 중국문화 수용과 문학적 변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일학술교류처(DAAD)가 선정한 중앙대학교 독일유럽연구센터(ZeDES)의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변화를 통한 접근(공저), 독일 신세대 문학(공저)이 있고, 역서로 망가진 시대-에리히 케스트너의 삶과 문학이 있으며, 패자의 표상에 새겨진 선한 유럽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럽비전과 현재적 의미, 폭력의 시대에 저항하는 문학적 체념-알프레드 되블린의 망명소설 바빌론왕의 유랑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김송인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화관련 해외마케팅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재학중이다.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 - 10점
마리 루이제 크노트 지음, 배기정.김송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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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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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카 2020.03.24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렌트가 주인공인 그래픽노블,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3.25 13: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빈박사님, 집에 <전체주의의 기원> 있는데 빌려드릴까요?ㅎㅎ (몇 년째 읽고 있어요)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은 아렌트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서평도 잘 읽었어요^^

혼탁한 한국사회 에두르며 자본주의 현실 겨냥한 책들 쏟아진다


지난호에서 갈무리-사이언스북스의 출판 예정 목록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호에서는 산지니-휴머니스트의 목록을 알아본다.




부산을 배경으로 인문사회 분야 저력 있는 책들을 출판하고 있는 산지니는 하반기에 공들인 책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나 아렌트와 탈학습』(마리 루이즈 크노트)과 계급론의 대가인 사회학자 에릭 올린 라이트의 『계급 이해하기』, 그리고 그리스 문학을 통해 살펴본 향수와 방향제의 역사를 담은 『사포의 정원』(주세페 스퀼라체), 건축사학 분야에서 눈길을 끄는 『동중국해 문화권의 민가』(윤일이) 등이 목록에 올라 있다. 특히 『한나 아렌트와 탈학습』은, 전범 아이히만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진 한나 아렌트가 이제까지 학습해온 사고의 틀을 벗어남으로써 ‘악의 평범성’을 발견한 바로 그 점에 착안한 책이다. ‘탈학습(unlearning)’의 가능성을 엿본 저자는 웃음, 번역, 용서, 극화라는 네 개의 테마를 통해 아렌트의 사유 방법과 과정을 다룬다.


『중국인쇄사(전5권)』(장수민), 『조선왕실의 책봉의례』(신명호) 등을 준비하고 있는 세창출판사는 이외에도 『중국고대 도성제도사 연구』(양관), 『프로이트 연구: 정신분석의 성립과 발전, 수용과 영향』(한스-마틴 로흐만 외), 『한국의 교양인을 위한 새 독문학사』(안삼환)도 작업 중에 있다. 『중국인쇄사』는 인쇄물의 발명으로부터 1천년간의 모든 판각과 도서간행의 역사를 말하애 상세하게 각 시대의 도서간행 장소·도서 내용·판본의 특색·각자공과 인쇄공의 생활과 그들의 역정 및 각종 도서간행의 방법을 서술했다. 기타 서적 이외에 각종 인쇄품들, 예컨대 판화·세화·신문·지폐 및 인쇄소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 종이와 먹 등 문방용품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자료와 독특한 견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역동적인 인문출판의 명가인 소명출판의 예정 목록은 빽빽하다. 그만큼 다양한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뜻인데, 젊은 연구자들과 중진 학자들의 책, 연구회 단위의 기획 도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문화적 근대의 자의식: 식민지 문학, 문학사, 그리고 동아시아』(김명인), 『근대세계의 형성: 19세기 세계 1』(허보윤), 『근대지식과 저널리즘』(정선경), 『일제하 한국아나키즘 소사전』(오장환), 오무라 마스오의 『윤동주와 한국문학』, 『사랑하는 대륙이여: 시인 김용제 연구』, 『식민주의와 문학』, 『조선의 혼을 찾아서』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사적을 조사 발굴한 지구상 최초의 연구자인 오무라 마스오의 책이 여러 권 소개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일본과 한국의 프롤레타리아문학 운동 퇴조기 최후의 기수이자 최후미 주자였던 김용제의 삶과 문학을 소개한 책, 국제심포지엄 ‘식민주의와 문학’에서 저자가 10여년 동안 발표했던 글을 묶은 책 등이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된다.


굵직한 명저 번역서 중심으로 신간을 제출해왔던 아카넷은 『탈서구중심주의는 가능한가: 비서구적 성찰과 대응』(강정인 외), 『근대성과 자아의식』(차인석), 『후설전집』(후설전집번역위원회), 『일상사 연구』(알프 뤼크게), 『실패한 제국: 스탈린으로부터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냉전시대의 소련』(블라디슬라프), 『이주 노동자의 기원을 찾아서: 일제하 화교노동자의 삶과 한국인』(김태웅)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탈서구중심주의 가능한가』는 서구문명의 전 세계적 군림에 대한 세계 여러 지역들의 다양한 성찰과 대응을 정치·경제·군사적 면보다는 사상·문화적 면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전집’이라고 했지만 분명 『후설전집』은 ‘주요 저작’에 한정한 번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에 첫 책으로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과 『현상학의 근본문제』가 나올 예정이다. 『실패한 제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과의 소련이 전지구적 대결을 전개할 수 있었던 동기를 탐구한 책으로, 일련의 비판적 구술사 프로젝트들의 성과에 힘입어 서술된, 냉전사의 한 획을 긋는 연구서로 평가되고 있다.
 

『아이작 뉴턴』(리처드 S. 웨스트풀), 『역사의 도둑』(잭 구디), 『자연의 해석자』(도날드 맥크로리), 『신과 문화의 죽음』(테리 이글턴) 등을 준비하고 있는 알마는 이외에도 종이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한 『백색 마법』(로타르 뮐러),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덩샤오핑의 일생을 건드린 『덩샤오핑』을 출간한다. 역사학자 잭 구디의 책은 유라시아 역사를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책으로, 특히 아시아 역사에 대한 연구 부족을 지적하면서 세계사 전반에 관한 논의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자연의 해석자』는 과학자이자 지리학자, 탐험가인 훔볼트의 일대기를 종합적으로 저술한 훔볼트 평전이다.


스무살의 젊디 젊은 저자를 발굴, 과감하게 단행본을 내놓았던 에코리브르는 『장소의 운명』(에드워드 S. 케세이), 『국경 없는 세계에서 지역의 힘』(헬무트 버킹), 『영화로 보는 이주민과 다문화 사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소의 운명』은 서양 현대 사상에 깊이 잠들어 있는 ‘장소’를 다시 한 번 철학적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재조명하는 책이다. 『국경 없는 세계에서 지역의 힘』은 세계화와 로컬 문화에 대한 진단으로, 글로벌 논의가 어떻게 로컬 문화로 극단적인 이동을 보이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열린책들은 『일본의 대외 전쟁』(김시덕), 『성장을 넘어서』(허먼 데일리), 『전문가의 독재』(윌리엄 R. 이스털리), 『대분열』(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가브리엘 마르쿠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은행 개발 원조 파트에서 16년간 일한 저명한 개발 경제학자 윌리엄 R. 이스털리는 서구의 메시아적 대외 원조가 과거의 식민주의적 오만의 재탕이라고 비판하며서, 하향식 거대 원조보다는 상향식 경제 개발이 훨씬 효과적으로 빈곤을 퇴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연소 철학 교수 타이틀을 거머쥔 독일 철학계의 신성 가브리엘 마르쿠스의 책은, 독일에서 16주간 베스트셀러에 있었던 책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대가의 솜씨를 자랑하는 사유 실험’이라고 이 책을 평했다.
 

열화당은 프랑스 미술사학자 르네 위그의 『보이는 것과의 대화』 , 고고학자 지건길의 역작 『한국 고고학 100년사: 1880-1980』, 건축학자 손세관의 『20세기 집합주택을 말하다』 등을 목록에 올렸다. 르네 위그의 책은 미술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우리의 삶에 어떤 본질적 중요성을 가지는지를 역사·문학·철학 등 광범위한 탐구에 토대를 두고 밝혀낸다. 지건길의 책은 19세기 말 일본인들에 의해 근대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고고학의 100년 역사를 명쾌하게 정리한 책이다. 한국 고고학의 발자취와 성과를 주요 발굴작업의 도면·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이학사는 루크거 뤼트케하우스의 『탄생 철학』, 존 롤즈의 『공정의로서의 정의』,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헌 권력』을 내놓는다. 『탄생 철학』은 플라톤 이래로 2천500년 동안 이어져온 죽음 중심의 철학에서 벗어나 탄생을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삼는 탄생 철학의 기초적인 윤곽을 그린 책이다. 특히 이 책은 탄생에 대한 물음이 우리 존재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생명과학과 의료 기술이 권력을 장악해가는 오늘날 사멸성에서 탄생성으로 나아가는 철학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나 아렌트의 ‘탄생성’ 개념이 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 네그리의 책은, 그가 『제국』의 출간에 앞서 정치에 대한 자신의 사유의 정수를 갈무리해 내놓은 책이다.


지리학 분야에서 굵직한 책들을 출판해왔던 (주)푸른길은 『개도국의 지리학』(글린 윌리엄스 외), 『1950년대, 현 지리교육의 역사적 기원을 읽다』(안종욱), 『이주 주요 개념』(데이비드 바트람 외), 『사회정책의 혼종성과 다양성』(김의영 외), 『분쟁의 세계지도』(이정록 외) 등을 챙기고 있다. 안종욱의 흥미로운 책은 현 지리교육과정, 고등학교 지리교과의 내용체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이유는 무엇인지 고찰하기 위해 지리교육과정의 내용과 체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시기를 찾아 교육과정의 변화와 사회의 관련성을 분석한다.


역사 대중화의 선두 주자인 푸른역사는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이영미), 『신여성, 개념의 역사』(김경일), 『한국고대사-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 01·02』를 준비하고 있다. 이영미의 책은 식민지시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국대중예술사를 ‘신파성’이라는 관점으로 고찰한다. 소설, 대중가요, 영화, 만화, 방송드라마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신파성’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주됐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핀다. 사회학자 김경일의 책은 신여성의 개념과 실체에 관해 지금까지 제기돼온 질문과 문제들에 답하고 있다. 신여성 개념의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세대에 따라 근대 여성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고 여기에 이념의 차이를 고려한 유형화를 시도한다.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 터주대감인 (주)학지사는 『한국 전통 상·장의례의 상징성』(이부영 외), 『의식과 변용』(켄 윌버 외), 『영재상담: 이론과 적용』(이신동 외)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 정통 상·장의례의 상징성』은 전통적인 유교적 상·장례와 전통 상·장례에 수반돼 연출되는 우리나라 진도 특유의 민가 연희 ‘다시래기’에 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를 다룬 책으로, 죽은 자들의 넋을 보내는 제의의 심리학적 의미를 융의 상징 이해의 방법에 따라 충실히 전달하고자 한다. 『의식의 변용』은 통합의식 연구와 통합사상 분야의 최고 석학인 켄 윌버와 하버드대 의대의 잭 앵글러 등이 집필한 정신의학적 접근과 명상정관적 접근에 의한 심리치료와 의식의 성장 변화와 변용에 관한 책이다.


저력 있는 사회과학 출판사 한울엠플러스(구 도서출판 한울)는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니콜라스 조지스쿠로젠), 『저항은 예술이다』(제임스 제스퍼),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사회적 국가』(홍준기), 『한국 사회적 경제의 역사와 전망』(신명호 외), 『역사 선언』(조 굴디 외), 『사회적 경제의 사회학』(이재열 외), 『한국의 사회과학 개념사』(김상배 외) 등을 선보인다. ‘사회적 경제’, ‘사회적 국가’와 관련한 지적 탐색이 눈에 들어온다.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은 열역학의 엔트로피 법칙을 경제 과정에 적용한 책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만큼 난해하다는 평이다. 특히 『한국의 사회과학 개념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 한국 사회과학의 주요 개념들에 대한 수용과 변용의 과정을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 인문·사회과학 출판을 표방하고 있는 창비는 역사, 영화비평, 문학, 지리, 인류학 등에서 신간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주의 길들이기』(장문석), 『조선영화란 하오』(백문임 외), 『중국의 초상』(쑨거),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데이디브 하비), 그리고 『자살폭탄테러에 대하여』(타랄 아사드) 등이 목록에 올라 있다. 역사학자인 장문석의 책은, ‘자본주의는 이윤추구와 경쟁만을 덕목으로 삼는다’라는 통념에 반하는 역사적 사실을 20세기 초 이탈리아사를 통해 드러내는 역사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17세기 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족, 국가, 종교 등 ‘비자본주의적 요소’를 보호하며 자신의 효율성과 정당성을 갖춰왔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비록 현대에 이르러 탐욕스러운 신자유주의로 변모해가지만, 그 본연의 ‘공정함’과 ‘도덕성’은 복원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책세상은 『역사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김정인), 『도서관과 작업장: 지식자본주의 시대, 사회민주주의는 가능한가』(옌뉘 안데르손), 『텔레마코스 콤플렉스: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마시오 레칼카티), 『비스켄슈타인의 철학』(이영철) 등을 내놓는다. 김정인의 책은 20여년에 걸친 역사전쟁의 궤적을 정리한다. 각 국면의 논점과 역사 인식의 실체가 무엇인지 등 역사전쟁의 현장, 전선,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성찰적 역사인식과 ‘역사 대화’를 촉구한다. 『도서관과 작업장』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년 동안 지식경제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라 풍미했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위상이 곤두박질친 ‘제3의 길’ 프로젝트가 역사에 남긴 흔적을 짚는다.


현실문화연구가 선보일 책은 『해방된 관객』(자크 랑시에르), 『소리의 정치: 조선의 극장과 제국의 관객을 상상하기』(이화진), 『애드호키즘』(찰스 젠크스·네이선 실버), 『양식의 문제: 장식사를 위한 정초』(알로이스 리글),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김미덕), 『공간 침입자』(너멀 퓨워) 등이다.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은 한국 페미니즘에 붙은 다섯 가지 오해에 대한 페미니스트 정치학자의 해명이다. 여성주의가 젠더정치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언들도 담고 있다. 『공간의 침입자』의 저자는 그동안 소수자들이 배제돼왔던 학계, 공직, 예술계에 소수자들이 진입했을 때 벌어지는 문제를 ‘특권의 프리즘’을 통해 살펴본다. 소수자의 진입에 존재론적 ‘공모’가 있었으며, 그래서 조직의 전복이 일어나기보다는 동화의 압력에 놓이게 된다는 시각이 비판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휴머니스트는 인문, 역사 외에도 과학 쪽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올해 내놓을 예정 목록에는 『협상』(김연철), 『면화의 제국』(스벤 베커트), 『한국 역사학의 기원』(신주백), 『대학의 역사』(김정인), 『지식 정치와 지민의 탄생』(김종영), 『상상력과 과학기술』(이상욱), 『신의 입자』(레온 레더먼 외) 등이 올라 있다. 『디지털 사회론』(백욱인) 연작도 기대된다. 신주백의 책은, 한국 역사학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식민사관 논쟁은 물론이고, 현재 유행하는 다양한 역사학의 흐름이 본질적으로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그 뿌리를 캐는 책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역사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역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김종영의 책은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황우석 사태, 4대강 문제, 광우병 촛불집회 등 지식과 한국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다룬 것으로, 시민 지성이 한국 사회의 각종 이슈에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최익현 | 교수신문 | 201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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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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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별과우물 2016.05.16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정리 되어 있는 걸 보니, 더 눈에 확 들어오네요. 산지니도 그렇지만, 다른 출판사도 좋은 책들을 많이 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