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카페 구석에 앉아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는 일, 아이들이 무심코 던진 공을 주워 다시 던져주는 일, 거실 천장의 전구를 가는 일,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는 일…. 그토록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정태규(61) 소설가가 지난해 '영혼의 근육'으로 쓴 작품집

〈당신은 모를 것이다〉 (마음서재)에서 피를 토하듯 내뱉은 위 구절을 기억하시는지?

"4년 전 서울로 거처 옮겨

페북으로 대중과 소통 고립 피하는 유일한 통로

안구마우스로 긴 글 힘들어 봄에 시 5편 발표 예정

10만 명에 1명 걸리는 병

9년 전 진단 땐 절망·혼란 지금은 오히려 담담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2011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지 올해로 9년째. 루게릭병의 공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천체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병. 근육운동을 조절하는 뇌세포가 파괴되어 근육이 점차 소실되고 끝내는 온몸이 굳어져 꼼짝없이 침실에 누워 지내야 하는 병. 발병한 지 3~5년 안에 사망한다는 불치의 병.

그러나 소설가 정태규는 놀랄 만한 정신력으로 '몸의 감옥살이'를 이겨내고 있다. 그는 비교적 건강할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스타로 활동할 만큼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며 여전히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 물론 부인 백경옥 씨의 헌신적인 '옥바라지'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일 터. 발병하기 전만 해도 그는 촉망받는, 부산의 대표적 중견작가였다.

지난 연말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공덕동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 전에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정중하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는 달리 그의 답은 유쾌했다. "아이코! 내가 인터뷰 대상이 될 줄이야 ㅋㅋㅋ. 영광이오. 언제든 환영하오."

그는 예의 장난기를 잃지 않았다. 그와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았다. 답변은 1주일이나 걸렸다. 그는 '안구 마우스'라는 컴퓨터 기계장치를 통해 눈 깜빡임으로 한 자 한 자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답변을 토대로 대면 인터뷰는 보충 질의·답변 형식으로 진행됐다.

 

-언제 서울로 이사하셨지요?

 

"(백경옥 씨가 대신 답변) 2015년 3월에 왔어요. 아들 둘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보니 제 혼자는 간호하기가 벅찼어요. 지금도 아들들이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하하. 이 병의 특성상 더 나빠질 것도 더 나아질 것도 없는 상태죠. 가끔 내가 환자인 걸 잊을 때가 있을 만큼 적응했다고 할까요. 목에는 트라 수술(목 절개술)을 해서 호흡기를 연결해 숨을 쉬고 배에는 관을 연결해 음식을 섭취하죠. 다리를 약간 움직이는 정도이고, 눈은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이를 갈 수 있을 정도죠."

이 갈기는 그의 주요한 의사전달 수단. 긍정의 뜻은 약하게 한 번, 부정은 세게 한 번, 전체적으로 못마땅하면 격렬하게 여러 번, 석션(기관지 가래를 빼내는 것)은 약하게 두 번. 가장 중요한 용도는 잠잘 때 자세를 바꿔달라는 신호라고.

 

-페이스북은 어떤 의미이지요?

 

"루게릭 네트워크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주로 환우나 그 가족이 정보를 공유하는 곳인데요. 그 카페의 어느 분이 그러더라고요. 이 병은 앓은 지 3년만 지나면 모든 인간관계가 다 끊긴다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페이스북이죠. 말하자면 페이스북은 고립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죠. 이건 완전히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페북에 빠지고부터 하루가 짧게 느껴집니다. 댓글 몇 개 달고 나면 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아요. 이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는데, 음악 듣고 영화 보는 시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죠. 페북을 하고 나서 외로움을 덜 타는 건 있어요. 투병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 시를 쓴다면서요. 소설에서 시로 전향한 겁니까?

 

"대학 2학년까지 시를 썼어요. 그런데 내 글쓰기를 지켜보던 동기생 하나가 내 시가 점차 산문화돼간다고 차라리 소설 쓰기를 유혹했는데 그 꾐에 넘어가 소설로 전환했어요. 아직 쓰고 싶은 장편 소설이 두 편이나 있지만 이제 안구 마우스로 긴 글쓰기를 하면 눈이 몹시 피로해요. 그래서 시 쓰기로 돌아갈까 해요. "

그의 시는 부산작가회의에서 발행하는 〈작가와 사회〉 2019년 봄호에 5편 발표될 예정이다. 그는 컴퓨터 화면에 자신의 시 몇 편을 자랑스럽게 띄워 보여줬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황당했죠. 10만 명 중 1~2명이 걸린다는 병에 하필 내가. 불운의 로또를 맞은 기분이랄까. 참 어이가 없었죠. 받아들이기 힘들고 절망적이고 혼란스러웠어요."

 

-지금은 좀 극복했습니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죠. 지금은 오히려 담담해요. 아니면 어쩌겠어요.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즐기지 않을 도리가 있나요. 맨날 드러누워 좋아하는 일, 영화를 보고 음악 듣는 일은 실컷 즐기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지금은 모든 걸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

 

-부산의 작가들이 안구 마우스를 구입해 줬다죠?

 

"고 옥태권 부산소설가협회 회장과 김은영 〈부산일보〉 기자 등이 주동해 중앙동 40계단에서 저를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 행사를 열었죠. 부산소설가협회 회원은 물론 부산작가회의 회원도 많이 참석해 그 고마움을 평생 잊을 수가 없죠. 그때 모금한 돈으로 고가의 안구 마우스를 살 수 있어 더더욱 고맙고. 부산소설가협회 회원은 지금도 문병을 자주 옵니다."

그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눈동자를 굴리며 안간힘을 썼고, 그럴 때마다 기계음의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만약에 몸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뭘 가장 하고 싶습니까?

 

"2~3년 내 여러 신약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뭐 안 나와도 할 수 없고요. 현재로선 버킷 리스트가 되겠군요. 하도 많아서. (웃음). 두 손으로 힘차게 자판 두드리며 글쓰기, 노래방 가서 신촌블루스의 '골목길'과 정태춘의 '첫차를 기다리며' 열창하기, 수제 호프·잘 내린 아메리카노 커피·잘 익은 자두 실컷 마시고 먹기, 페친들과 번개 하기."

 

<1996년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식 때 부인과 함께 한 정태규>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요?

 

"잘한 일은 문학을 선택한 일, 큰아들에게 자신이 원하던 음악을 하게 한 일이고요, 문학한답시고 가정에 소홀한 게 제일 아쉬워요."

 

-새해 소망이 있습니까?

 

"첫 시집을 발간하는 일."

이때 '누님 얘기'라는 글자가 컴퓨터 화면에 떴다. 부인이 금방 눈치챘다. "아, 남편이 자신의 누님들에 관한 얘기를 좀 해주라는 겁니다." 백 씨는 시누이들에 대한 얘기를 했다. "경주와 진주에 사는 누님 두 분이 있는데, 서울로 이사온 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 문안을 오세요. 혈육의 정이 얼마나 도타운지 모릅니다.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도 받아요."

그러자 정 선생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만족한다는 뜻이다.

 

-팬과 '페친'들에게 한 말씀을.

 

"창밖엔 함박눈이 소담스레 내리고 있습니다. 눈은 내려 쌓여 모든 것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지웁니다. 우리 마음도 저 눈처럼 하얗고 둥글게 되기를 바랍니다. 창밖엔 햇살 눈부신 새 아침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올해에도 페친 여러분의 마음에 언제나 눈부신 아침이 찾아오길 기도합니다. 새해에도 어려움이 닥칠 때가 있겠지만 싸워 이겨 냅시다. 체르노빌 들판에도 꽃은 핍니다. 지난해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부산으로 오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은 그의 육체를 위리안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영혼마저 가두는 데는 끝내 실패했노라는.

 

소설가 정태규는

1958년 경남 합천 출생

부산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부산일보 신춘문예(1990) 등단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1996)·

제28회 향파문학상 수상

부산작가회의 및 부산소설가협회

회장 지냄

소설집

〈청학에서 세석까지〉

〈길 위에서〉 〈편지〉 등

 

길 위에서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편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청학에서 세석까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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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개 2019.01.03 09: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태규 선생님의 작품이 기다려지네요.

  2. 2019.01.09 16: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청학에서 세석까지

정태규 평론집







지리산 청학동에서 세석평전에 이르기까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 남편의 여정

1994년 출간된 이후, 중견소설가 정태규의 작품세계의 원형을 이룬 첫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의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소설집 『길 위에서』와 산문집 『꿈을 굽다』를 통해 굵직굵직한 주제의식으로 작품활동을 전개했던 작가였으나, 첫 소설집의 절판으로 책을 찾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집이 있는 풍경』의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는 표제작품을 비롯하여 열세 편의 소설을 담아, 새로운 얼굴로 재출간되어 독자를 맞는다. 양부가 죽기 전에 남긴 유서에서 친부에 대한 사연을 읽고 아들이 지리산을 오르는 표제작 「청학에서 세석까지」를 비롯해, 젊음의 상처라는 통과제의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수」, 행복했던 유년 시절을 다룬 「집이 있는 유년 풍경」 등 각기 다른 소설들에서 작가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인간됨의 문제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비인간성 속에서도 인간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아범아. 이 애비는 사상이 뭔지 역사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핏줄이란 것만은 안다./ 아범아./ 나는 때때로 예수쟁이들이 믿는 그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느낀단다. 그때 그 빨치산 대장이 우릴 살려준 것과 내가 너를 발견하고 부자지간의 인연을 맺게 된 사실 사이에는 아무래도 불가사의한 어떤 신비로운 손길의 작용이 있었으리라 믿어질 때가 있다. 

_「청학에서 세석까지」에서


정태규의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인간성이다. 정태규의 소설 속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 가령 표제작 「청학에서 세석까지」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임에도, 속을 들여다보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역사가 아닌 ‘육친성’과 ‘인간됨’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집이 있는 유년 풍경」에서는 22평의 시민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옛이야기를 통해 결코 물질적인 돈이나 집, 명예나 지위로 행복을 안위할 수 없음을, 행복은 다른 것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의 늪」에서 베트남 전쟁 와중에 집단 성폭행 현장에 동참했던 주인공이 이후 내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비인간성에 대하여 회의한다.




원초적 아늑함으로서 ‘집’을 그려내다

정태규의 첫 소설집에서는 유독 ‘집’이라는 소재가 많이 드러난다. 이는 「집이 있는 유년 풍경」, 「아버지의 가을」, 「형의 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주로 유년 시절 집의 풍경은 행복한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유년의 추억으로 켜켜이 쌓인 행복한 집의 공간은 집 밖으로 쫓겨나는 경험을 통해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할 뿐이다. 정태규는 소설 속에 가스통 바슐라르의 “집은 육체이며 영혼이자 인간 존재의 최초의 세계이며, 또한 그것은 정녕 하나의 세계이며, 또한 그것은 정녕 하나의 우주이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6․25 전쟁(「형의 방」)과 60년대 시위 장면(「집이 있는 유년 풍경」)을 통해 가정이라는 작은 공간이 시대의 흐름에 어떻게 바뀌는지, 또한 한 개인이 성장하는 공간 속에서 시대상황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놓치지 않는 정태규의 문학세계

사내의 가르마는 왼쪽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앞 차례로 이발을 하고 나간 사람들 모두가 왼쪽으로 가르마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언제 이런 게 생긴 것일까. 내가 나 자신의 자유의 탑 속에 갇혀 있을 때 사람들은 함께 음모하였던 것일까. 가르마를 모두 왼쪽으로 통일시키기로. 여기는 어딜까. 이곳의 주인은 정말 저 이발소 주인일까. 그 빌어먹을 가르마. 그것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결국은 한 가지일까. 

_「가르마를 위하여」에서

그의 모든 작품들이 휴머니즘만으로 점철된 것은 아니다. 소설 「가르마를 위하여」에서는 이발사의 가르마를 타는 행위에서 이발제도가 지니는 이데올로기를 읽고 있으며, 「원조를 찾아서」는 언론제도의 허구성을, 「모범작문」은 교육제도의 모순을 말하고 있다. 한편 「지하철 순환선에서」는 가부장제 속에서의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다양한 사회문제를 탐구하는 정태규 문학세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글쓴이 : 정태규

1958년 경남 합천 출생. 부산대학교 대학원(국문학과)을 졸업하였고,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집이 있는 풍경』(개정판 『청학靑鶴에서 세석細石까지』), 『길 위에서』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꿈을 굽다』, 평론집으로 『시간의 향기』가 있다.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 제28회 향파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과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청학에서 세석까지     정태규 소설집

정태규 지음
평론 | 신국판 | 
348쪽 | 16,000원

2014년 10월 20일 출간 | ISBN : 978-89-6545-269-0 03810

1994년 출간된 이후, 소설가 정태규의 작품세계의 원형을 이룬 첫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의 개정판. 그동안 소설집 <길 위에서>와 산문집 <꿈을 굽다>를 통해 굵직굵직한 주제의식으로 작품활동을 전개했던 작가였으나, 첫 소설집의 절판으로 책을 찾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에 표제작품을 비롯하여 열세 편의 소설을 담아, 새로운 얼굴로 재출간되었다. 



차례



청학에서 세석까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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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 2014.10.29 17: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책 사진 너무 이쁘네요. 벌써 가을가을. 드디어 정태규 선생님 책도 나오고^^


시간의 향기

정태규 평론집







느닷없이 우리를 기습하는 삶의 상처와

일상의 시간을 탐문하는 소설쓰기의 미학

중견 소설가 정태규의 첫 번째 평론집 『시간의 향기』가 출간되었다. 시간이 가지는 비정함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소설쓰기를 두고, 정태규는 다양한 평문들을 통해 소설이 가지는 미의식을 탐구하였다. 이번 평론집을 통해 정태규는 이효석과 김유정 소설의 공간인식 연구와 경주 지역 문학 연구, 부산 소설 작가들의 작품 세계 분석, 소설가 나여경, 윤정규, 박종관의 작품 세계 분석을 시도하였다. 이미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 『길 위에서』를 통해 부산 문단의 뼈 굵은 중견소설가로 인정받은 저자이지만, 정태규 소설가의 비평가로서 또 다른 면모를 이번 평론집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비평한 다양한 소설은 대부분 부산 지역 작가들에 시선이 머물러 있는데, 이는 정태규의 지역작가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어 평론집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공간인식으로 이효석과 김유정을 다시 읽다

1930년대의 중요한 소설적 성취를 이룬 두 작가 이효석과 김유정. 정태규는 이들 두 작가의 작가의식과 작품의 특성을 재조명하여 두 작가의 소설에 나타난 공간적 배경과 공간 인식의 태도 그리고 공간 지향의 특성을 통해 비교해보았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산」, 「들」을 통해 이효석이 도시적 공간을 떠나 자연적 공간으로 관심을 두는 ‘구심적 지향’을 보이고 있음을 설명했다. 한편 김유정의 「소나기」, 「만무방」, 「봄봄」 등을 통해 김유정이 자연적 공간을 떠나 도시적 공간으로 관심을 옮기며 ‘원심적 지향’을 보인다는 해석으로 두 작가가 「구심적 상상력과 원심적 상상력」이라는 각기 다른 공간지향을 보인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끊임없이 시도할 수밖에 없는 시지프스의 길이자

‘지금 여기’의 의미를 사유하게 하는 힘

그러나 우리의 기억은 시간에 반란을 꾀한다. 우리의 기억은 저 선조적이고 기계적이고 무채색인 자연의 시간을 우리의 임의대로 줄이고 늘이고 비틀고 때로는 망각의 형태로 생략하기도 한다. 또한 기억은 시간에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물들인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기억은 우리의 삶을 특별하게 하고 기억의 집적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속을 아프게 살아온 우리의 기억들이다. 소설은 그 아픈 기억에 대한 기록이다. 

_「부산 소설의 여름 풍경」에서


저자는 소설읽기에 앞서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사색을 곁들였다. 늘 우리에게 적대적인 일상. 이 일상이 우리에게 비우호적일지라도 이러한 일상과 시간의 비정함을 인식하는 것에서 소설쓰기가 출발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주는 아픔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소설을 통해 작가와 독자 모두 좌절 속에서도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금 여기’의 의미를 사유하게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성찰이 담겨 있다.




지역 작가에 대한 애정 곁들여

저자는 이번 비평집에서 유독 부산 소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소설가 나여경, 이남희, 조명숙, 강동수, 문성수 등 걸출한 부산문단의 소설가들을 조명하여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나여경 작가의 소설집 『불온한 식탁』을 통해 나여경 소설이 결핍과 욕망 사이에 놓여 있는 인간의 삶을 묘파했다며 분석하였고, 특히 2002년 타계한 소설가 윤정규의 작품세계 분석을 통하여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며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쉽사리 좌절하지 않는 윤정규 소설 속의 인간 군상을 포착했다. 저자는 작가의 작품 분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설가 윤정규의 인간됨, 인간 윤정규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작가분석을 시도하였다.






글쓴이 : 정태규

1958년 경남 합천 출생. 부산대학교 대학원(국문학과)을 졸업하였고,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집이 있는 풍경』(개정판 『청학靑鶴에서 세석細石까지』), 『길 위에서』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꿈을 굽다』, 평론집으로 『시간의 향기』가 있다.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 제28회 향파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과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시간의 향기』    정태규 평론집

정태규 지음
평론 | 신국판 | 
224쪽 | 20,000원

2014년 10월 20일 출간 | ISBN : 978-89-6545-268-3 03810

소설가 정태규의 첫 번째 평론집. 시간이 가지는 비정함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소설쓰기를 두고, 정태규는 다양한 평문들을 통해 소설이 가지는 미의식을 탐구하였다. 이번 평론집을 통해 정태규는 이효석과 김유정 소설의 공간인식 연구와 경주 지역 문학 연구, 부산 소설 작가들의 작품 세계 분석, 소설가 나여경, 윤정규, 박종관의 작품 세계 분석을 시도하였다. 



차례



시간의 향기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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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규, 야수를 향한 소리없는 아우성>

 

 

정태규. 처음 그의 이름을 접한 건 역시나 「문학을 탐하다」에서입니다. 산지니 인턴으로서 작가 돋보기를 연재하고 있는 지금, 2명의 작가에 대해서 썼고 마지막인 정태규 작가에 대해서 쓰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서두가 길어지고 있는데요.^^ 흔히들 책을 읽으면 작가의 세계를 머릿속에서 그려보곤 합니다. 특히 여러 편의 단편집과 산문집은 작가의 세계관을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정태규 작가의 경우 자신의 내면화를 통해 늑대, 표범과 같은 것들로 형상화하여 자신을 구축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속안에 야수 한 마리쯤은 품고 있겠지만 공공연하게 드러내진 않는데요. 그건 자기 안의 야수지만 그것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만한 용기가 없거나 아직 외연으로 발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자신의 야수인 늑대를 발견했으며 이 늑대를 구체화시켜 자신=야수(늑대)가 되고자 합니다.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하는데요. 「길위에서」, 「꿈을 굽다」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작가의 작품이라는게 보통 작가의 세계를 담고 있지만 은은하게 드러나 가공의 소설로서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들의 경우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동일성을 가지고 있어 각 단편의 캐릭터가 풍기는 느낌이 저자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길위에서』

정태규 작가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늘상 자유롭고 싶었습니다만 현실은 내게 너무 무거운 갑옷이 되어 있군요. 갑옷처럼 경직된 사고를 두려워하면서도 나는 그 속으로 자꾸만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허무해지는 느낌입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향해 문을 닫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의 말이 슬프게 느껴집니다. 무엇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들었을까요? 자유롭고자 하나 그러지 못한 그의 모습이 소설 속에서 그대로 드러남을 알 수 있습니다. 「솔베이지의 노래」에서 강진우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끝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떠나보내지도 못하며 그녀의 굴레 안에서 살고 있는 그는 영국으로 떠나는 그녀에게 부러워하며 자신도 떠날 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자신과 있어달라고 외치고 그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버릴 진정 붙잡았다면, 혹은 그녀와 함께 같이 떠났다면 어땠을까요. 그의 외침은 무언의 노래일 뿐이었습니다.

「솔베이지의 노래」에서는 작가 안의 존재하는 창살을 엿볼 수 있다면 「정글 게임」에서 나오는 인물은 작가 자체일 것입니다. 「문학을 탐하다」에서 최학림 기자는 정태규 작가에게 야수가 되어보자고 말합니다. 야수란 도대체 무엇이며 왜 야수여야만하는 걸까요. 정글 게임에서 나오는 퓨마와 「구글 어스」의 퓨마를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정글게임」에서 그는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온 몸이 검은 퓨마 한 마리가 있습니다. 퓨마는 그를 매료시키고 포르노를 보는 일상을 계속 합니다. 자극적인 성행위 장면이 넘쳐나지만 정작 아내 앞에서면 할 수 없게 됩니다. 아내 얼굴을 보면 순간 힘이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그는 사이버 채팅, 게임 속으로 도망쳐버립니다. 그 안에서는 자신을 드러낼 필요 없으며 진지함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일상의 반복 중 그는 퓨마의 꿈을 꾸고 자신이 무언가에 의해 갇혀 있음을 깨닫습니다. 추락하는 비행기의 조정석에 갇혀 있음을 느끼면서 꿈 속의 어둠이 자신을 물들어 퓨마가 자신을 죽일 때마저 무기력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조정석, 갑옷, 퓨마에게 죽임은 야수가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무언가겠죠. 현실에서 작가에게 그 무언가는 어떤 것일까요?

 

 

작가는 현실의 시간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사이버세계, 설산, 포장마차. 하지만 이런 것들은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도 현실을 극복하게 해주지도 않습니다. 단지 도망하는 것일 뿐이며 눈을 감는 행위에 불가하죠. 현실의 세계는 야수가 도사리고 있으나 야수가 되지 못하는 이들의 도피처입니다. 소설에서는 도피처를 환상의 세계로 그리면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착각에 불과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의 세계를 희망하는 것은 절망의 뒷면은 다를 꺼라고 착각하는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2. 『꿈을 굽다』

「꿈을 굽다」는 단문을 모아 낸 산문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태규 작가의 과거모습, 일상생활, 글 쓰는 모습·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초발심

작가는 데모, 실연을 동시에 하면서 인생의 쓴맛을 깨닫습니다.

결국 나는 절망감과 외로움에 쫓겨 휴학계를 내고 자취방의 짐을 챙겨 시골집으로 올라왔다. 그러곤 시골집의 뒤채 골방에 틀어박혔다. 그 어두운 골방에서 겨울 내내 내가 붙잡고 매달린 화두가 바로 소설쓰기였다.

앞에 「거리에서」 언급한 도피의 세계가 작가에게는 소설쓰기였나 봅니다. 작가는 일종의 미친 상태에 빠져 써내려 갔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고, 온밤을 세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열정은 작가가 안고 있던 절망감과 외로움의 순수한 마음이 온전한 열정을 자아냈다고 말합니다.

그 열정은 나를 향해 닫혀 버린 세상의 문을 열고 싶어 한 열망의 다른 표현이었으리라.

작가는 다시금 열정이 자신에게 찾아오길 바라며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두려워 합니다.

-갈천리에서

작가는 소설을 쓰겠다고 산골 오지로 혼자서 들어갑니다. 산골 오지가 주는 적막함과 외로움이 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판단하면서요. ‘외로움은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며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이렇게 말하는 작가는 외로움이 쌓여 작품을 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런데 그는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가짜다’ 라고 표현합니다. 요지는 이 외로움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인조적인 외로움일 뿐이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외로움은 떠나기만 하면 언제든지 사라질 외로움이라면서요. 공감이 됩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살아가면서 이리저리 치이길 마련이고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를 못하기 때문에 나를 잃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때문에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고 여행 중에서도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집니다.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행위는 자신을 감성적이게 만들고 온전한 시간을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억지로 하는 행위이겠으며 찰나의 순간일 뿐입니다. 여행지에서 나와 다시 현실에 돌아온 나는 현저히 다른 인간입니다. 이 둘이 하나가 되면 오죽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인도여행’, ‘올렛길’, ‘순례의 길’ 등이 유행을 합니다. 소설과 여행. 아니 다른 것일지라도 이들은 나의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여는 열망의 표현입니다.

정태규 작가의 책을 압축하면 자신의 야수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허나 그의 열망이 실패로 돌아가든지 성공하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재 루게릭병을 진단받아 절망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 모습이 야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태규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잃어버렸던 혹은 찾지 못한 야수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떠할까요^^

 


 

꿈을 굽다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길 위에서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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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수요일, 정태규 소설가의 산문집 출간기념 문인들의 모임자리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모임은 공식적인 출간기념회가 아닌, 그야말로 조촐하게 진행되는 모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음알음 찾아오신 손님들로 인해 정태규 소설가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태규 소설가는 사실, 이번 산문집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ALS(일명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이 자칫 우울하거나 침체된 분위기로 흐르지 않고 밝게 웃으며 떠들 수 있는 모임으로 진행될 수 있는 원인에는 정태규 소설가의 끊임없는 소설에의 집필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정태규 소설가가 밝게 웃으실 때마다, 모두들 다함께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산문 속 한 구절을 살펴 볼까요.


첫 소설창작집 서문에 소설은 하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던 기억이 있다. 진실하고 진지한 영혼이 저 거짓과 경박의 현실에 의해 지쳐 쓰러지지 않게 받쳐주는 하나의 힘이 소설이며, 또한 그런 영혼을 응원하며 조용히 펄럭이는 깃발이 소설이 아닐까 한다고 썼다. 지금 생각하면 지나치게 단정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확실히 소설도 인간의 영혼에 하나의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소설이란 집이 확실한 대들보와 서까래와 기둥으로 서 있을 경우에만 말이다. 그리고 그 집이 단순히 머리로써 지은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지었을 경우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소설도 그런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 작품이 이 세상의 누군가의 영혼에 하나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영혼의 집을 짓는 아름다운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손 형과 강 형이 집을 지으면서 보여주는 저 아름다운 힘처럼……. 이 두 사람의 힘은 비단 그 근육의 힘과 일하는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의 일도 저토록 유쾌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성심성의를 다하는 가슴에서, 바로 그 아름다운 가슴에서 연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름지기 소설도 저런 가슴으로 써야 힘을 지닌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44-45 「집을 짓는 힘」)







마지막으로 정태규 소설가의 출간 소회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정태규 소설가는 병을 앓고 계신 와중에도 장편소설의 집필에 대한 열망의 끈을 놓고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안구마우스'와 같은 다양한 첨단기술이 있는 한, 그런 기술을 통해서라도 집필을 하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들은 선생님의 소설에 대한 열정에 모두 박수를 쳤지요.

문득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눈꺼풀을 깜박이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주인공의 삶을 다룬 프랑스 영화인데요. 우리가 이런 영화에서, 그리고 정태규 선생님의 삶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삶에 대한, 문학에 대한, 예술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잃지 않는 것이겠지요.

아무튼 정태규 소설가의 차기작! 독자로서 학수고대하겠습니다.

좋은 장편소설 집필을 고대하면서, 포스팅을 마무리짓겠습니다.^^

더불어, 산문집 『꿈을 굽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날 모임에 참석해주신 많은 문인들.



꿈을 굽다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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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혜진 2013.04.02 1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 태규 선생님 기적은 있다고 하였습니다. 빛명상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건강과 행복을 그리고 문학인으로서 도 큰 성취를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정태규 산문집

을 굽다




소설가 정태규, 그가 구워낸 사유의 그릇 『꿈을 굽다』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과 『길 위에서』로 예민한 감수성과 함께 세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가치관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소설가 정태규. 그가 지난 이십여 년 세월 동안 기발표 단문들을 모아 첫 산문집을 출간하였다. 이번 산문집에서 독자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소설가 정태규의 삶의 단면과 함께 그만이 가지고 있는 소설가 특유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한 소설가가 어떻게 소설 쓰기를 결심하게 되었으며, 교직을 겸업하면서 교단에서의 작가의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가는지 짐작할 수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 실린 글들은 내 개인적으로 다들 만만찮은 의미를 품고 있어 책을 엮어내는 감회가 새롭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의 내 생각과 감성과 삶이 일기처럼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설의 형식으로 가공되지 않은, 날것으로서의 내 삶과 사유가 비린내를 풀풀 풍기고 있어 민망하기도 하고 글을 쓸 당시의 내 삶의 포즈가 생각나 재미있기도 하다는 것이다._서문에서




세상을 향한 작가의 꿈을 담아내다

제목 『꿈을 굽다』가 암시하듯, 작가는 세상을 향한 염원을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꿈꾸지 않는 자신에 대한 자책, 스스로의 소설에 진실하고 진지한 영혼이 담겼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한국 문화계 단면에 대한 날선 목소리 등 정태규 소설가의 글에는 한결같이 ‘꿈’에 대한 갈망이 녹아 있다. 좀 더 나은 작품을 쓰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예술인들과 문화인들이 대접받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소설가가 아닌 생활인으로서 세상의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는 이상적인 삶을 위해서, 소설가 정태규는 아직도 소년처럼 늘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소설가가 바라본 세상읽기

“꽃이 뭐라고 하니?”

그러자 꼬마는 맑은 눈망울과 딴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엄마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예쁘다고 인사했는데 대답을 안 해. 꽃은 입이 없나 봐. 그치? 엄마.”

아이의 엄마가 웃었고 나도 슬며시 따라 웃었다.

우리는 휴일이면 자연을 찾아 꽃과 나무를 보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즐기는 대상으로만 볼 뿐 아무도 그것들을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자연은 건강과 휴식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꽃과 나무가 사람과 같은 영혼을 가졌다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_꽃에 이르는 길

정태규가 빚어내는 사유의 빛은 독특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성세대답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꽃과 대화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꽃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고, 해외 입양아 친부모 찾아주기 방송프로그램을 보며 길러준 부모의 칭송에는 인색한 순혈주의를 비판한다. 이 책은 조금 더 다른 시각에 서서, 조금 더 다른 시선으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려 애쓰는 소설가 정태규의 모습을 담아냈다.


정태규 문학의 모든 것

이번 산문집 『꿈을 굽다』는 교직을 겸업하고 있는 소설가의 교단일기를 비롯해 「부산일보」에 연재되기도 했던 정태규 소설가의 독서일기도 함께 실려 있다. 가히 정태규 문학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편지글과 일상글을 모두 포함한 60여 편의 글을 한 권의 책에 모았다. 특히나 1장 ‘예술과 문학의 향기’에는 작가가 소설을 창작하게 된 계기와 함께 소설 쓰기의 원동력, 글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 등이 오롯이 담겨 있어 정태규 문학의 원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3장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 편 또한 놓칠 수 없는데, 소설가가 읽는 다른 문학의 매력을 엿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지은이 : 정태규

 쪽수 : 259쪽

 판형 : 46판 양장

 ISBN : 978-89-6545-208-9 03810

 값 : 15,000원

 발행일 : 2012년 12월 31일



글쓴이 : 정태규

1958년 경남 합천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를 거쳐 동대학원(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였고,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집이 있는 풍경』, 『길 위에서』가 있으며,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 제28회 향파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메일 : ssangbaek@hanmail.net


차례

1장 예술과 문학의 향기

알바트로스의 꿈 | 초발심(初發心) | 갈천리에서 | 글에 대한 겸손 | 늑대를 찾아 | 생각의 씨 | 소설가 지망생 N형에게 | 숲의 정령을 위해 | 집을 짓는 힘 | 막걸리처럼 들큼한 문학 기행 | 김기덕 표 영화를 보다


2장 문화라는 집에 걸린 깃발

골프 유감 | 바보 같은 | 수서양단(首鼠兩端) | 외화(外畵) 제목론 | 페가수스의 비극 | 호기심의 문화 | 영화배우 안성기, 그 깊고 서늘한 눈빛 | 조선인이 세운 일본 도자기의 메카, 아리타 | 영어에 영혼을 팔다 | 귀 없는 토끼와 귀이빨대칭이 조개, 그리고 생태문학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그 큰 깃발 홀로 흔들다가


3장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

똥에 관한 유쾌한 단상 | 밀란 쿤데라의 『느림』 | 사랑과 야망의 대서사시 | 『잃어버린 고대문명』 | 사랑, 그 쓸쓸함 | 통과제의의 공간 | 유년의 트라우마 | 권력과 저항 | 자조(自嘲)의 깨달음 | 예술가의 삶 | 구원의 빛을 찾아 | 죽음의 아이러니


4장 빈 교실에 혼자 앉아

3월에 | 따뜻한 제자 | 말 더듬기 | 사랑의 매 | 사물놀이와 교육 | 얘들아 행복하니? | 행복할 권리 | 영화에 나타난 교사의 이미지


5장 살면서 가끔 우두커니 서서

꼬마 아가씨 | 바둑 유감 | 별 이야기 | 보리밥과 손수건 | 생각의 발효 | 꽃에 이르는 길 | 아름다운 순간 | 아이들은 자란다! | 음치의 일기 | 짝사랑 | 청사포에서 | 초등학교 | 오월에는 | 감나무 연가 | 순혈(純血)주의 유감 | 장자산을 오르며 | 남강 다리의 추억 | 오늘도 난 ‘사랑방’에 간다. | 아들아, 보아라.



꿈을 굽다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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