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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05 낯설게 바라본 일상… 존재의 비밀 엿보기(부산일보)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모자를 뜬다/빈곤이 만들어낸 심연과 굴욕에 씌워줄/ 빼앗긴 대지에 씌워줄 무늬 없는 모자….'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산지니)를 펴낸 신정민(55) 시인은 삶을 미화하지 않는다. 표제작을 비롯한 시 58편에는 일상이 오롯이 담겼다.

신정민 시인 새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 
중얼거림 대신 날 선 목청


TV 옆 어항 속의 열대어들('우는 물고기'), 이부자리 옆에 두는 자리끼('자리끼'), 온 집 안에 흩어져 있는 작은 퍼즐 조각들('직소퍼즐'), 재떨이('재떨이가 있는 방'), 고장 난 냉장고('새로운 신앙') 등 스쳐 지날 법한 주변 사물은 신 시인을 거치면서 새로운 시어(詩語)를 입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상은 낯익음에 머물지 않는다. 신 시인의 시는 익숙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읽어냈다는 점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


표제작도 마찬가지. 빈곤의 허덕임에서 태어날 아기들에 대한 '연민'이라는 익숙한 감정에서 문학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낸다. 신 시인은 "앞서 발간한 시집과 달리 이번 시집에선 감정에서 다소 자유로웠다. 일상에서 존재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신 시인은 낯선 관념을 익숙한 일상으로 풀어내는 시도도 함께 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상 처음 본 것이라는 의도를 친숙하게 표현한 것이다. 뇌 중에 얼굴을 알아보는 기능을 하는 방추상회를 가게('방추상회')에 빗대기도 하고, 잊힌 기억을('베로니카')을 실감 나게 묘사하기도 한다. '무지개의 본질은 흑백'('색깔빙고')이라며 검은색, 흰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깔을 가져다 쓴 것도 한 예다.

이뿐 아니다. 세상을 향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서로 속이는 현대사회의 민낯('붉은 얼굴의 차력사')을 드러내고 거짓말을 일삼는, 아무런 의문 없이 달리기만 하는 현대인의 비루한 삶('달리는 계절')을 지적한다. 늙지 않는 부자들을 위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애도('Time Zone')하는가 하면 동네 주민센터에서 쓰는 '센터'라는 말을 꼬집기도('센터') 한다. "시인의 내적 중얼거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신 시인의 바람이 실현된 대목이다.

윤여진 | 부산일보 | 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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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의 모자 - 10점
신정민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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