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행복한 인생 후반전에 대하여”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이기숙 지음)

 

산지니 편집부 정선재


일요일 아침, 거울 앞이 분주하다. 나와 엄마가 서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단장에 여념이 없다. 청첩장을 받아 든 나는 분홍빛 원피스를 입었고, 문자로 날아온 부고 소식에 엄마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같은 날, 같은 공간 나와 엄마는 함께 거울을 보고 있지만 우리의 옷 색깔만큼이나 너무나도 다른 삶의 얼굴을 만날 준비를 한다.


아직은 탄생, 시작, 출발이라는 단어가 가까운 나이라 그런지 처음 이 원고를 받아 들고는 매우 낯설었다. 그러곤 지금까지 내 삶에서 마주했던 죽음들을 반추해보았다. 할머니의 죽음, 선생님의 죽음, 유명 연예인의 죽음 그 밖에 신문 사회면에서 접하게 되는 무수히 많은 사건과 사고들로 인한 사회적 죽음까지. 생각만으로도 불편하고 힘들었다. 그래서 괜히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싫었고, 못 본 척 피하고만 싶었다. 그러다 문득 이 원고의 한 구절을 만나게 됐다.


“죽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행운이다” (p.34)


죽음에 관한 이기숙의 에세이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는 ‘잘 죽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죽음에 대한 경험과 준비, 노년의 삶과 최소의 치료, 보내는 이들의 사례와 애도 작업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 이기숙은 한국다잉매터스 대표를 맡으며 죽음 관련 강의와 연구 그리고 엔딩노트 사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보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을 토대로 좋은 죽음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친근한 어조로 설명한다. 또한 저자가 실제로 겪었던 가족의 죽음을 바탕으로, 가는 자(노년기 부모)와 보내는 자(성인 자녀)의 입장에서 떠오른 단상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늙어가는 것과 죽는다는 것. 이는 어느 날 불시에 찾아오는 슬픔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늙어가는 모습도, 죽어가는 모습도 다르다. 즉, 죽음은 나의 생애를 보여주는 마지막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잘 사는(well-being) 방법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죽음의 과정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면 잘사는 것은 곧 잘 죽는(well-dying) 것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예식장에 도착한 나는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엄마는 몇십 년 만에 만난 친구의 아픔을 위로하며 국화 한 송이를 고인 앞에 놓는다. 결혼식이 끝난 나는 시끄러운 뷔페 자리 한편에 앉아 친구들과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조문을 마친 엄마는 친구들이 있는 식당으로 가 시락국 한 대접을 놓고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듯 비슷한 나와 엄마의 일요일, 주말의 해가 넘어가는 지금, ‘삶과 죽음도 이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삶의 시작점과 끝자락, 결국 우리가 모두 건너야 하는 과정들을 생각해보며, 깊어가는 가을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약간의 오지랖을 부려본다면 죽음이란 단어에서 가지를 뻗어 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오늘을 만나길 바란다.

 

『출판저널』 2017년 12월 - 2018년 01월 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당당한 안녕 - 10점
이기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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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산지니의 신간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와 관련된

여러 언론의 기사들을 모았습니다!

 

산지니 책이 소개된 부분만 실었습니다.

기사 전문 읽기를 누르시면 해당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에 대한 짧은 기사들은

이 글에 모아서 올리겠습니다~^^

 

***

 

 

 

[이 주의 새 책] 나쁜 그림 外 (부산일보)

 

(상략)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 

삶의 마지막 과제인 '잘 죽는 것'에 대한 에세이. 죽음에 대한 경험과 준비, 노년의 삶과 최소의 치료, 보내는 이들의 사례와 애도 작업 등을 다룬다. 실제 겪었던 가족의 죽음을 바탕으로 가는 자(노년기 부모)와 보내는 자(성인 자녀)의 입장에서 떠오른 단상들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이기숙 지음/산지니/262쪽/1만 5000원.

 

(하략)

 

박진홍 기자 (부산일보)

 

기사 전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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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왔어요]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 外 (동아일보)

 

(상략)

 

○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이기숙 지음·산지니)=죽음을 앞두고 해야 할 준비, 국내의 호스피스 시스템, 유가족을 위한 조언 등 모두가 외면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닥칠 죽음의 현실적 준비 방법과 정보에 대해 상세히 적었다. 1만5000원.

 

동아일보

 

기사 전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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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광주일보)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삶의 가장 마지막 과제인 ‘잘 죽는 것’에 대한 에세이 ‘당당한 안녕’은 총 4부로 구성돼 죽음에 대한 경험과 준비, 노년의 삶과 최소의 치료, 보내는 이들의 사례와 애도 작업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 이기숙은 한국다잉매터스 대표를 맡으며 죽음 관련 강의와 연구 그리고 엔딩노트 사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보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을 토대로 좋은 죽음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친근한 어조로 설명한다.
〈산지니·1만5000원〉

 

(하략)

 

광주일보

 

기사 전문 읽기

Posted by 비회원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

이기숙

 

 

▶ “죽음 공부는 죽음이 아닌 삶을 다루는 것”_ 심리학자 카스텐바움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삶의 가장 마지막 과제인 ‘잘 죽는 것’에 대한 에세이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죽음에 대한 경험과 준비, 노년의 삶과 최소의 치료, 보내는 이들의 사례와 애도 작업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 이기숙은 한국다잉매터스 대표를 맡으며 죽음 관련 강의와 연구 그리고 엔딩노트 사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보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을 토대로 좋은 죽음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친근한 어조로 설명한다. 또한 저자가 실제로 겪었던 가족의 죽음을 바탕으로 가는 자(노년기 부모)와 보내는 자(성인 자녀)의 입장에서 떠오른 단상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 왔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 페이지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전하는 죽음을 통해 독자들은 지금의 삶을 사랑하고, 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죽음, 자연스러운 생의 한 과정

 

인간의 경험 가운데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죽음’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고, 또 다른 삶의 길목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 듯, 죽음은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의 삶에도 관여하는 가장 크고 압도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삶의 반대말로서 죽음을 떠올린다. 죽음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의 순간으로 생각하며 도외시하는 것이다.

 

죽음은 종의 진화 과정에서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그래서 거부해서는 안 되는, 반드시 수용하여야 하는 우리 삶의 과업이다. _ p.12

 

늙어가는 것과 죽는다는 것. 이는 어느 날 불시에 찾아오는 슬픔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늙어가는 모습도, 죽어가는 모습도 다르다. 즉, 죽음은 나의 생애를 보여주는 마지막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죽는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을 완성하는 또 다른 행운이다.

 

 

▶ ‘죽음의 질’에 관하여

 

‘잘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계량화된 개념으로는 소득, 물가, 범죄율, 개인의 자유, 교육, 주거시설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모두 살기가 안정되고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잘 죽는 것’ 즉, 죽음의 질은 무엇일까? 앞서 이야기한 잘 사는 것의 의미를 대입해보자면 삶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느냐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는 늙어가는 과정 속에 들어 있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65세 이후의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죽음의 종류, 생애 마지막 8년을 준비하는 방법 등을 전하며 ‘웰 다잉(well-dying)’에 대해 고민한다. 또한 요양병원, 가정 호스피스 등 노년기에 꼭 필요한 좋은 치료와 보살핌에 대한 의견도 덧붙이고 있다.

우리는 죽음을 예측할 수 있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의 죽어가는 과정(죽음궤도)이 드러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자신의 죽어가는 과정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면, 웰 다잉은 곧 웰 빙(well-being)의 또 다른 이름이 될 것이다.

 

 

▶ 좋은 죽음을 위한 가는 자와 보내는 자의 준비

 

좋은 죽음과 나쁜 죽음의 기준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얼마나 유지하면서 임종을 맞이하는가’로 설명된다. 좋은 죽음은 때로 존엄한 죽음, 품위 있는 죽음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존엄하고 품위 있는 죽음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가는 자와 보내는 자 모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먼저,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엔딩노트를 추천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쓰는 편지와 가족들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되짚어보기를 권한다.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다 보면 자신의 남은 시간과 죽음이 만져지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의 죽음을 마주한 이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아들이 돌보는 늙은 아버지, 어린 자녀가 경험하는 부모의 죽음,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 앞에 선 이들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과 노부모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

끝으로 저자는 사회적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슬픔을 보듬는 사회를 소망한다. “슬퍼하라, 계속 슬퍼하라! 그리고 그 슬픔을 보듬는 이웃이 되자”고 말하며 함께 나누는 마음은 슬퍼하는 자들을 치유하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여린 마음을 달래줄 것임을 전한다. 팽목항의 노란 리본, 강남역의 작은 메모지처럼 죽음 앞에 남겨진 사람들이 겪는 두려움을 보듬는 사회적 연대는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8 죽음은 내 일상 속에 존재한다. 가족의 다양한 죽음 현장에 나의 일상이 놓여 있고, 다양한 사회적 죽음(한 사람 혹은 어떤 집단의 죽음이 사회적 의미를 지닐 때, 우리는 이를 개인적 죽음과 대비해 사회적 죽음이라고 부른다) 속에 내가 함께 살고 있다는, 이 진리와 함께 우리는 나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다양한 죽음과 내가 아는 고인(故人)의 삶을 먼저 생각해보는 데에서 나의 죽음 준비는 시작되는 것이다.

 

P.33~34 죽음의 마지막 문지방을 선하고 존엄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넘어가고 있다고 여기자. 아픈 몸들은 죽어야 낫지 않겠는가? 훗날 우리는 모두 ‘죽어야 낫는 병’에 걸릴 것이다. 그래서 죽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행운이다.

 

P.64 난 언제까지나 너희들 곁에 있을 거야. 그래서 우리는 가는 여정에 들어선 분들에게 최선을 다하여 사랑을 보내야 한다. 그들의 그 슬픔이 기쁨이 될 때까지. 기쁘게 떠나도록….

 

P.119 이때 동년배의 배우자나 친구들은 아픈 사람을 위로하고 지지하면서 그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쳐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누워 있는 사람은 “넌, 참 잘살았어”,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게 가장 큰 위로이다.

 

P.158 현대의학의 눈부신 기술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가슴보다 머리 중심의 치료를 적용하지는 않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짧은 임종기에 개인이 쓰는 평생 의료비의 반 정도가 사용된다니…. 야박하게 그 많은 의료비가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P.196 예쁜 노인이 되어, 예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P.252-253 팽목항의 노란색 리본, 강남역의 작은 메모지는 함께하는 애도 작업의 좋은 예들이다. 미국이 이라크 공습을 결정하자 군복을 벗고 평화운동가로 변신한 앤 라이트는 “전쟁이야말로 국익을 위한 집단적 타살로, 어느 사건 사고로 인한 죽음보다 우리가 더 관여하고 분노하고, 애도해야 한다”고 했다. 함께 애도하는 것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저자 소개

이기숙 

1950년 부산 출생. 신라대학교 가족노인복지학과 교수를 정년퇴직하고, 현재는 ‘한국다잉매터스’ 대표를 맡고 있다.

죽음 관련 강의와 연구 그리고 엔딩노트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보급 사업을 수행하고, 부산여성사회교육원,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등 시민·여성 운동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인발달과 노화』(교문사), 『죽음: 인생의 마지막 춤』(창지사), 『모녀5세대』(산지니) 등 30여 권의 공·저서가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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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

       

         이기숙 지음 | 262쪽 | 15,000원 | 2017년 9월 29일 출간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는 늙어가는 과정 속에 들어 있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65세 이후의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죽음의 종류, 생애 마지막 8년을 준비하는 방법 등을 전하며 ‘웰 다잉(well-dying)’에 대해 고민한다. 또한 요양병원, 가정 호스피스 등 노년기에 꼭 필요한 좋은 치료와 보살핌에 대한 의견도 덧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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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

손경하 시집




인생의 ‘갓길’에 밀려난 노년의 현재를

문명비판적 시선과 자의식의 프리즘으로 바라보다

1950년대 초반 전후 한국문단의 선도적 동인지였던 『신작품』의 동인, 손경하 시인이 신작 시집 『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로 돌아왔다. 이 책은 1985년 출간된 시인의 첫 시집 『인동의 꿈』 이후 삼십 년 만에 발간된 두 번째 시집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해방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자연과 현대문명과 신에 대한 물음 및 현실비판적 주제를 드러냈다. 동시에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이 갖고 있는 노년에 대한 상실감과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을 그리고 있다. 표제작 「그대 홀가분한 길손에서」는 작별을 고하며 반추하는 생애를 삶과 죽음의 상징으로 풍경 속에 교차하여 그려냈다. 그러나 허무감과 쓸쓸함의 정서로 일관하기보다 지나온 생을 초연하고 아름답게 되돌아봄으로써 아름다운 노년의 작별을 마무리 짓고자 하는 정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노년의 지금에서 과거로 떠나는 기억여행

일렁이는 황홀한 과거/ ――폐쇄된 미래/ 입력불능의 생소한 현재의/ 그 단절된 회로 사이를/ 뒷걸음치며/ 홀로 배회하는/ 늙은 미아――.

-「미아」 부분


『그대 홀가분한 길손에서』의 많은 시들은 노년에 접어들며 인생의 갓길로 밀려난 시인의 옛 기억을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 치매 노인에 대한 묘사이자 기억 장애를 겪는 노년의 모습을 그린 「미아」는 노년의 두뇌 작용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빗대고 있는데, 기억이 소멸되는 현재를 마치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해 정보가 지워져버리는 것처럼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이 시의 “뒷걸음치며” 떠나는 기억여행에 관한 모티브는 다른 시편들에서도 볼 수 있는 중요한 시적 자의식이며, 기억과 망각을 주된 소재로 하는 이 시집의 중요한 테마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억 여행에서 시인은 때로는 어린 시절에 살았던 시골 마을의 풍경이나, 하나둘 장성하여 품을 떠난 자녀들의 빈자리를 발견하고 죽은 친구를 재회하기도 하는 등 상실과 부재의 이미지 속에서 다양한 기억의 불씨를 피운다.


한국 현대사의 다양한 국면을 담아

근 사십여 년 넘어/ 찾아온 광주/ 낯선 충장로를 걷는다/ 낯익은 다방도 주점도 책방도/ 보이질 않네/ 독재에 항거하는 함성도/ 낭자하던 핏자국도 사라지고/ 서울의 명동, 부산의 광복동 같은/ 화려한 금남로를 걷는다/ 아름다운 청춘들이 출렁이는/ 빛나는 물결 속을/ 성성한 백발이 둥둥/ 억새꽃처럼 떠밀려 간다/ 박봉우, 박성룡, 주명영, 이수복/ 백시걸이 그리고/ 김현승 선생, 박용철 시인의 미망인……/ 다들 저승으로 이승으로/ 민들레꽃처럼 흩어져 찾을 길 없네/ 낯익은 먼 무등산이 물끄러미/ 흐린 내 눈앞을 가리네.

-「다시 광주에」 전문

손경하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이 목도한 한국 현대사의 장면들이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을 맞이하던 무렵의 장면이나, 6·25 전쟁 직후의 삶에 대한 기억, 혹은 군부독재와 싸우는 민주화 운동에 대한 회상이 등장하기도 하며, 1980년대 이후 도시의 인구 집중으로 달라진 삶의 풍경이 포착되기도 한다. 이는 격변의 20세기를 살아온 시인이 우리 현대사에 대한 개인적·시대적 애증을 담아 여러 시편에 녹여낸 것으로,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함께 흘러가는 사회적 변화를 시인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추락한 현대문명 안에서 외치는 인간성 회복에 대한 의지

우리 사회는 해방 이후 자본주의를 맞이하면서 크나큰 풍요를 경험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물질적 풍요 뒤에 인간적인 면모를 상실하면서 얻은 부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이처럼 시인은 지나온 세월에 대한 기억여행을 단지 노년의 향수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명비판적 시각을 담아 「고발」, 「곤돌라」, 「아파트」, 「캐나다 이민」, 「경고」 등의 시편에 묘사하고 있다. 시인은 삶의 인간다운 영역이 효용의 잣대로 폐기되어 밀려나는 물질문명의 디스토피아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과거의 시간 속 버려진 가치들을 되짚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하여 물신숭배의 기계문명에 저항하는 가냘픈 저항을 꾀하며 ‘인간다움’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그저 암울하게만 바라보기보다는 자연과 인생과 자라나는 새 세대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품어내고자 하였다. ‘인간성’이 증발한 사회 속에서도 “사랑하는 어머니”를 담은 “한” 많은 “한의 바다”(「한의 바다」)를 꿈꾸며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믿고자 한 시인의 의지가 두드러진다.


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 | 손경하 시집

손경하 지음 | 문학 | 국판 변형 | 224쪽 | 12,000원

2015년 8월 24일 출간 | ISBN : 978-89-6545-311-6 03810

1950년대 초반 전후 한국문단의 선도적 동인지였던 「신작품」의 동인, 손경하 시인의 시집. 1985년 출간된 시인의 첫 시집 <인동의 꿈> 이후 삼십 년 만에 발간된 두 번째 시집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해방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자연과 현대문명과 신에 대한 물음 및 현실비판적 주제를 드러냈다. 동시에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이 갖고 있는 노년에 대한 상실감과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을 그리고 있다. 



글쓴이 : 손경하(孫景河)

1929년 경남 창원시 진북면에서 태어났다. 마산상고(1950), 부산대학교 졸업(1955). 『신작품(新作品)』·『시조(詩潮)』 동인(1953). 『시연구(詩硏究)』(1956), 『현대시학』에 작품 발표(1972). 부산시인협회 기관지 『남부(南部)의 시(詩)』 창간 동인. 청마 시비 건립 대표, 고석규비평문학상 운영위원 역임, 현재 최계락문학상 운영위원으로 활동. 시집으로 『인동(忍冬)의 꿈』(198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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