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가와의 인터뷰를 『1980』의 작가 노재열 선생님과 어제(27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준비는 인턴 첫날부터 해서 그다지 긴장을 하지 않고 영광도서로 향했습니다. 그것은 나중에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나면서 무너져 내렸죠. 글의 제목인 '1980년의 동화'는 『1980』의 처음 제목이라고 하네요. 작가님의 못다 이룬 꿈을 제가 대신 이뤄 드리기 위해 붙여 봤습니다. 『1980』의 출간과 함께 열린 저자와의 만남(11월 1일)도 영광도서에서 열렸다고 해서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 미리 한국소설 코너에 가서 『1980』의 위치도 확인하고 눈치 것 사진도 찍어 왔습니다. 인터뷰한 장소는 영광도서 3층에 있는 소소하게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기 좋은 hygeas(히게아스) 북카페입니다.

 


  노재열 작가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좋은 자리를 찾아서 여러 번 이동했지만 2인용 자리밖에 없어서 조금 난감했습니다. 그렇지만 작가님을 가까이서 뵐 좋은 기회였죠. 제가 언제 소설 작가이며 동시에 80년대를 앞장서 체험하신 분을 만날 수 있겠어요. 실속있고 알찬 인터뷰를 기대하며 기본적인 질문으로 어색함을 이겨내려고 노력했습니다.

□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듣기로는 15년 전에 벌써 쓰셨고 알고 있었습니다. 원래 문학에도 조예가 있어서 소설을 선택하신 건가요? 여러 질문을 한번에 던졌습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기도 했죠. 

 

 

문학이라는 것이 꼭 문학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고 단정 짓지 않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30년을 맞는 부마항쟁을 어떤 형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3년 전에 그때 같이 활동한 분들과 모여 논의를 했죠. 내가 미리 그날의 기록을 남겨 두었기에 총대를 메고 2달간 정리를 해서 만들어진 것이
『1980』이죠.

  또 제가 알기에는 산지니에서 출간된 『나는 시의회로 출근한다』 의 저자인 부산 5대 시의원 김영희 작가님이 노재열 작가님의 부인이셔서 그런 계기로도 책을 내게 되셨다고 합니다.

『1980』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에 해당하는 분들이 책을 읽은 후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주요인물: 영철, 정우, 석우, 영호, 번개, 정 군, 숙영 등)
■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실제 사건의 기록물보단 소설로 봐줬으면 합니다. 경험이 없이는 쓰이지 못했을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소설로 재탄생된 인물이라는 시각을 원하는 건 사실입니다. 실명을 쓴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은 고인이 되신 분들입니다.  

□ 조금 번외 질문이기도 하고, 제가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그 시절 학생 운동을 열렬히 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으신지요? 20대 동안 3번의 수감 생활을 하셨다면 후회를 했던 적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삶의 변화도 없었고 후회를 생각할 계기와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웃음) 수감 생활 동안 욕이 튀어나오고 살의를 느끼고 기본적인 고민을 많았죠. 
 

그러면서 요즘의 대학생들은 의견을 내세워 투쟁하는 일이 잘 없다고 저의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운동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시대가 달라진 것이지 본질적인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합니다. 다수의 대중이 권리를 내세우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같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상황이 어려워서 문제가 잘 보였지만 지금은 문제가 모호한 것도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30년 전에는 군부와 정부에 맞서 싸우는 방식이라면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항상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 소설의 시간대 구성을 본 사건인 1979년 10월 26일 부마항쟁이 제일 끝에 배치했는데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요?
■ 원래 1~2부에 80년에 일어난 사건을 정리했고, 사실 2부에서 소설은 끝나는 것입니다. 3~4부는 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야기로 돌아가죠. 80년대 역사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는데 꼭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쓰는 것은 의미가 없고 3~4부에 추가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구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진행된 구상이죠.

『1980』에서 작가님이 제일 신경 쓰고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에 대해 물었습니다.
■ 1980년대의 상황을 단순한 기록물로 남기기보다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빌려 남기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기억의 산물과 상상력이 합쳐져서 만들어져 『1980』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전성욱 선생님의 해설 한 부분을 제시하셨죠.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 제5장 「행위」의 제사로 "모든 슬픔은, 말로 옮겨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참을 수 있다" 라는 아이작 디네센의 말을 인용했다. 살아남은 자의 가장 중한 역할이란 죽은 자들에 대한 기억을 망각으로부터 지켜 내는 일이다. 그 곤혹스런 기억들 속에서만 우리는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다.                                          『1980』 해설 길 위에서, 311쪽

 
□ 녹산공단 노동 상담소에서 하시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 차기작을 계획하시고 있는지요?
■ 노동 상담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산재사고 상담, 임금 채무 상담, 노동조합 결성 상담 등의 일을 하고 있죠.
  제 생각으로는 이런 경험들을 차기작으로 내도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작가님은 우리가 알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한 곳에 서서 투쟁 중이신 것 같죠. 주인공 정우가 의도한 길을 여전히 겪고 계신 거죠. 차기작은 부마항쟁처럼 시대 일부분을 누구도 나서서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글을 쓸 생각이라고 하셨습니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말라는 당부도 하셨습니다.

 


부마항쟁을 소설로 옮긴 건 거의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이 광주지역만으로 국한 시켜서 역사를 왜곡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행해진 일이기에 나는 부마항쟁을 통해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우리의 빛바랜 투쟁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잘못된 역사적 평가를 바로잡는 일을 소설을 통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열 작가 인터뷰 中-

 



 

 

저는 노재열 작가님과의 만남을 통해 사회구성원이 되기에 한없이 부족한 저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대에 몸 받쳐 투쟁하고 목소리를 냈던 노재열 작가님의 빛나는 20대를 『1980』을 통해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소설은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자가의 기억과 만났을 때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전달 될 수 있는 지 한 번 더 알게 되었죠. 
작가님의 다음 투쟁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투쟁기도 곧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빌어 봅니다.

덧, 사진 촬영을 잊은 저를 위해 다시 돌아와 주신 노재열 작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제 내내 생각이 나서 부끄러웠던 일화였습니다.

 



1980 - 10점
노재열 지음/산지니

* 노재열 작가님 인터뷰 동영상 보기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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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아무도 없다잖니, 이 답답한 청춘아
[서평] 노재열 장편소설 <1980>

부산 생활을 잠시 접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3개월 후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30년 넘게 부산을 벗어난 적이 없던 터라 적잖이 설렜고 두려움이 불쑥불쑥 찾아왔다. 가방 가득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빼곡이 채운 채로 지하철에 올랐다. 멍하니 바라보던 지하철 창 너머로 샛노란 포스터와 굵게 적힌 '1980'이란 숫자가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지하철 차장에 두 손을 얹은 채 뚫어져라 바라봤다. 1980. 언젠가는 마주할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렇게 부산을 떠났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오늘, 서울에서 원 없이 본 은행나무 잎사귀 색깔을 한 책 <1980>을 품고 짧게나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샛노란 표지가 마음에 들어 한참 들여다 보고서야 알아챘다. 표지 아래쪽에 그려진 것이 교도소 담벼락이라는 사실을. 이제 이 책장을 넘기면 저 담벼락 안에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는 '정우'를 만나게 되겠지. 그렇게 조심스레 그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1980>은 1980년 전후 부산지역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전적 소설이다. 1980년, 나는 새마을운동 노래가 모닝콜이 되던 그 시절에 태어났다. 뽀얀 살이 포동하게 오른 갓난쟁이가 아침마다 새마을운동 노래를 듣고 잠에서 깼다. 아마도 세상에 나서 가장 먼저 배운 노래가 아닐까한다. 내가 그렇게 매일 아침, "새벽종이 울렸네"를 듣고 있을 때 소설 <1980>의 주인공 정우는 부산대학교 학내를 구석구석 다니며 '독재타도, 유신철폐'를 외쳤다. (이하 생략)

출처 : 집 안에 아무도 없다잖니, 이 답답한 청춘아 - 오마이뉴스

1980 - 10점
노재열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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