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금) 부산 국제신문 중강당(4층)에서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최계락문학상

최계락 시인은 아름다운 시와 정겨운 동시를 남긴 정갈한 시인의 표상이었습니다. 그는 소박하고 남다른 애틋한 감성적 언어로 일상 속의 인간의 삶과 꿈을 실어 노래했습니다.

1950년대 혼란기를 겪으면서도 향토색 깉은 작품으로 시의 순수성을 추구했던 시인의 순결한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사)최계락문학상재단은 2000년, '최계락문학상'을 제정하여 국제신문과 공동으로 시상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최계락문학상은

시집 『다다』를 집필하신 서규정 시인이 수상했습니다.

 

서규정 시인

1949년 전북 완주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는 『참 잘 익은 무릎』,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다다』 등이 있다. 

 

● 제16회 최계락문학상 '다다'의 서규정…농익은 삶 밀도있게 묘사(국제신문)

 

 

 

 

올 5월에 출간한 서규정 시집 『다다』는,

 

현실과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투박하지만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이 좀처럼 ‘문학’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시화”(고봉준, 해설)하는 편인데,

낮은 자세로 우리 삶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 투박한데 따뜻하다…서규정 시인 신작 '다다' (국제신문)

● 삶 팍팍해도… 세상 보는 눈 매섭네(부산일보)

 

▲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심사위원 구모룡 문학평론가

 

 

구모룡 평론가는

"서정적 추상을 경계하면서

시적 발화와 시어의 밀도를 따져

서규정의 시집 『다다』를 선정"

했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한

"작고 미천하고 버려진 것들의 실존에 동참하는 시인은

 안으로부터 열려 그 외부와 화해하는

서정적 신체를 매우 건강하게 노래하고 있다.

바닥과 허공을 한데 두고

사유하는 그의 시적행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고 덧붙였습니다.  

 

▲ 서규정 시인의 수상 모습입니다.

 

 

이쯤에서 시집 『다다』에 수록된 작품을 만나보고 가야겠죠?

 

 

낙화

 

만개한 벚꽃 한 송이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 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어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

 

 

盤松洞

 

인구 십만 명 이상이 사는 반송동엔

결혼식장이 없다네

그러니 청년들아

어찌 저지 연애를 하다

두둥실 아이를 배

급히 교회당을 빌려 예식을 마치고

첫날밤도 아닌 그 밤에

와인 몇 잔 마신 신부가 핑 돌아

사실은 처녀가 아니었다고 고배을 해도, 무조건 받아들여라

뜨고 지는 이치는 같은 것이고

곧 동백꽃이 진다

결혼식장보다 공동묘지가 가까운

우리 동네에선 그 첫, 이라는 말을 별로 따지지 않는다

 

다만, 첫 죽음들을 묻을 뿐이다

 

 

▲ 수상 소감을 전하는 서규정 시인

 

 

▲ 시상식에서 단체사진이 빠질 수 없겠죠?!

 

 

"엉뚱한 장인정신을 가진 이들에 의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

는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세상과 만나게 될

서규정 시인의 작품들을 기대해봅니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결과 발표가 났습니다.

선정 분야는 5개 분야 500종으로, 시 135권, 소설 76권 수필111권, 평론 희곡 15권, 아동 청소년 163권이 선정되었습니다.


산지니는 이번에 5권, 해피북미디어는 1권 선정되었습니다.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결과 공고

출판산업 진흥 및 독서문화 향상을 위하여 실시한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결과를 아래와 같이 공고합니다.

 
 1. 선정분야 및 선정종수 : 5개 분야 500종
 
분야
소설
수필
평론희곡
아동청소년
선정종수
135
76
111
15
163




시집으로는 정일근 시인의 『소금 성자』, 서규정 시인의 『다다』입니다.

『다다』는 최계락문학상에 이어 2관왕이네요^^

 





출판진흥원, 정일근 시인 시집 ‘소금 성자’ 1월의 읽을만한 책 선정 (경상일보)




소설에서는 유익서 소설가의 『고래 그림 이병순 소설가의 『끌』, 

정광모 소설가의 『토스쿠』가 선정되었습니다.



한산도서 칩거 7년, 美와 예술가의 본질을 묻다(국제신문)

이병순 작가 『끌』 2015 부산작가상 수상

[저자인터뷰] 『토스쿠』, 정광모 작가와의 만남


마지막으로 해피북미디어는 
최은영 희곡집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가 선정되었습니다.


5년간 무대 올린 완성도 높은 희곡들, 한권에 담아 (국제신문)




이렇게 선정된 책은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사회복지시설 등 3,600여 곳에 배포될 예정입니다.



작가분들에게도 기쁜 소식을 알려야겠네요.


모두 축하드립니다:-)





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고래 그림 碑 - 10점
유익서 지음/산지니

 - 10점
이병순 지음/산지니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 10점
최은영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동글동글봄

제16회 최계락문학상 '다다'의 서규정…농익은 삶 밀도있게 묘사

 

 

 

낙화 /서규정


만개한 벚꽃 한 송이를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



盤松洞

인구 십만 명 이상이 사는 반송동엔

결혼식장이 없다네

그러니 청년들아

어찌 저찌 연애를 하다

두둥실 아이를 배

급히 교회당을 빌려 예식을 마치고

첫날밤도 아닌 그 밤에

와인 몇 잔 마신 신부가 핑 돌아

사실은 처녀가 아니었다고 고백을 해도, 무조건

받아들여라

뜨고 지는 이치는 같은 것이고

곧 동백꽃 진다

 

결혼식장보다 공동묘지가 가까운

우리 동네에선 그 첫, 이라는 말을 별로 따지지 않는다

 

다만, 첫 죽음들을 묻을 뿐이다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수상자로 서규정(67·사진)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지난 5월 펴낸 '다다'(산지니 펴냄)이다.


최계락문학상은 한국적 순수 서정을 노래하며 맑고 높은 시 세계를 펼친 지역 대표 문인 최계락(1930~1970) 시인의 시 정신을 기리고자 2001년 국제신문과 최계락문학상재단(이사장 최종락)이 제정해 해마다 수여한다.

서 시인은 1949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20대부터 부산에서 살며 시인의 삶을 살았다. 그간 '다다'를 포함해 시집 7권을 냈다. 서 시인은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황야의 정거장'이 당선돼 등단했으며, 한국해양문학상과 부산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 2년간 최계락문학상 수상자가 2명씩 배출됐으나, 올해는 이견 없이 1명을 결정했다.

심사위원(조영서 이유경 시인, 구모룡 문학평론가)들은 "서 시인의 시집 '다다'는 서정적인 추상을 경계하면서 시적 발화와 시어의 밀도를 따져 존재의 진실을 온 몸으로 파고 든다"고 수상작을 평가했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오후 6시 국제신문 4층 중강당에서 열리며 상금은 1000만 원이다.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서규정 시인 문학세계

"제가 누구랑 싸우지 않고 그럭저럭 살았거든요. 그랬더니 이런 복이 다 있네요."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수상자 서규정(67) 시인에게 수상 소감을 묻자 '인복' 덕분이란다. 고향이 아닌 낯선 동네 부산에서 40년간 살며 고비가 닥칠 때마다 지역 문단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았더니 이런 큰 상을 받는 기쁜 날이 왔다는 얘기였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엄청 기뻤다"고 말했지만 그는 들뜨지도, 넘치지도 않게 소감을 이어갔다.

"최계락 시인의 시는 서정적이고 맑고 깊은 정신이 느껴지는데 제 시는 투박하고 거칠어요. 최계락문학상과 다소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심사위원들께서 잘 봐주셨나 봐요."

그는 늦깎이 시인이다. 전라북도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냈으나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휩쓸려 27세에 부산으로 도망쳤다. 이후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을 때마다 시집 2권과 문학잡지 1권, 평론집 1권을 사서 읽었다. 3년째가 되자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수차례 신춘문예에 낙방하고 방황한 나날을 버텨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시집 7권을 펴냈다.

"좋은 시는 '편지' 같은 시예요. 연애편지를 휙 읽어도 보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는 것처럼 편안하고 쉬운 시어로 써도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시, 그게 좋은 시가 아닐까요. 배배 꼬고 쥐어 짜내는 시는 고통스러워요. 시를 보고 위안을 받아야지 왜 고문을 당해야 합니까."(중략)

 

서규정 시인 수상 소감 "지평 너머 새로운 시를 향해 또 정진"

먼저 심사위원님께 절부터 해야 한다. 수상이 뜻밖이라고 놀란 눈을 치켜뜨고 부산스럽게 겸손을 떨긴 싫다. 갈 길이 멀고 목이 타는 보따리장수에게 찬물 한 대접 크게 주신 것을 감사하고 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까진 딱 사십 년이 걸린 셈인가. 전라도 땅에서 무작정 낙동강다리를 건너와 몸을 둘 곳은 노동 현장밖에 없었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그럭저럭 밥은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밥만 먹고 살아야 하나.(중략)

아무리 빼어난 시도 결국은 거기까지일 뿐이다. 엉뚱한 장인정신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지평 너머엔 새로운 시의 市場이 벌써 열리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순 중반을 넘는 황혼 무렵, 바쁘다 바빠, 등짐을 가득 지고 긴 침을 흘리는 낙타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야겠다.

 

(왼쪽부터 조영서, 이유경, 구모룡)

심사평- 추상 경계하고 존재의 진실 파고들기 큰 울림

다섯 권으로 걸러진 심사 대상이 둘로 줄어드는 데 큰 주저는 없었다. 서정적 추상을 경계하면서 시적 발화와 시어의 밀도를 따져 서규정의 시집 '다다'를 선정하였다.

서규정의 시는 일찍이 미학주의와 현실주의를 가로지르는 개성적인 위치로 주목을 받아왔다. 진실한 자기표현을 통하여 현실의 허위를 돌파하는 시적 모험을 지속한 것이다. 그는 자기로부터 개진된 발화가 고백이나 나르시시즘에 머무는 우를 범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구체적 세계를 놓치고 관념으로 쉽게 이월하는 추상화로 기울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시적 표현이 세계 내 존재의 긴장과 생동하는 수행을 매개로 구체성을 획득한 희귀한 사례가 아닌가 한다.

서규정은 시인으로서 자기를 세상의 잡음 속에 배치함으로써 일상과 세계의 모든 사물에 공명한다. 작고 미천하고 버려진 것들의 실존에 동참하는 그는 안으로부터 열려 그 외부와 화해하는 서정적 신체를 매우 건강하게 노래하고 있다. 바닥과 허공을 한데 두고 사유하는 그의 시적 행보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2016-11-06 | 김현주 기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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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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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팍팍해도… 세상 보는 눈 매섭네






'더 굶주려야 한다, 배고파야 산다//…//배가 부르면 다 죽는다.'('화염') 
 
1991년 등단한 뒤 작품을 통해 독자들을 꾸준히 만나 온 서규정(67) 시인. '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 등 치열한 삶을 담아낸 시 72편을 모아 3년 만에 펴낸 시집 '다다'(산지니·사진)에서 그는 곤궁한 처지를 속 시원히 털어놓는다.


서규정, 시집 '다다' 발간 
'치열한 삶' 다룬 詩 72편 
 
13평 임대아파트 생활 등 
곤궁한 처지 시원히 풀어 

"아름다운 세상은  
꿈꾼다고 될 일은 아냐"
 

시를 통해 13평 임대아파트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힌 서 시인은 "아름다운 세상은 꿈꾼다고만 될 일이 아니다. 이 나이에 숨길 게 뭐가 있겠느냐"며 "전라도 사투리로 '끝을 보자'라는 의미의 시집 제목처럼, 방바닥을 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삶은 힘겹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놀랍도록 매섭다.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라는 시인의 말처럼, 시는 거칠고 투박하며 때론 노골적이다. 

'이 자유라는 책임은 결박이 된 지 이미 오래/…/국가라는 틀 속에 갇혀, 우리 모두는 새 됐다'('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라거나 '불통에 불통 새마을운동보다 더욱 발전적인 숨쉬기 운동을 거국적으로 전개하시고 이내 목마를 타고 떠날 여왕의 무표정을 언제까지 기억해야 되나요'('드디어 의자엔 앉을 것이 앉았다'), '참 공교로워라, 분단 육십 오년은 이쪽이나 저쪽이나/1%의 로열패밀리를 위해 99%가 목숨 줄을 매달고 있단 말인가'('1%/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며 통탄해한다. ☞ 6월11일~12일 웨딩박람회 
 
시인에게, 비판의 대상은 야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군부가 밀려난 의자엔 투사들이 앉고, 국가를 위하는 척 결국은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 진흙탕 개싸움을 마다않는 수구꼴통이나 진보짝퉁의 끝은 왜 국회 아니면 청와대냐고'('드디어 의자엔 앉을 것이 앉았다')뿐 아니라 '우리나라엔 대체 운동과 혁명들이 그리 많은지/독립운동부터, 산업화혁명, 노동귀족이 되는 노조활동/삼십 년이면 세대가 바뀌는 것도 모르고/노동자와 학생들이 민주화 투쟁을 하다 줄 잘 서면, 국회로도 가'('미행'), '돈 한 푼 안 먹었다고 버티던 민주투사 출신 정치인에게/묻는다, 지금이 암흑의 시대인가'('백합부대') 등 논란도 자처한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우리가 나누며 사는 숨, 그리고 비린내/태초에 비린내는 사람이 만들었다/신을 처음으로 이긴 순간이다'('매료') 등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람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하기에 공감을 얻는다.  

'내 비록 스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내공이 있는 아티스트야 그리고 나는 납품 따윈 안 해'('한림 兄')라며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드러내는 시인은 외친다. '어쩌다 들어선 여성 대통령 몰아내자는 그런 쩨쩨한 촛불이 아니라/촛농에 눈이 하얗게 익어버리도록 대오와 각성의 촛불을 높이 들자'('투혼'), '대권 반열에 오른 정치인과/복지지원 신청을 한 변두리 예술인이/스스럼없는 소통이 가능하다면/어디 피를 한번 바꿔봐라'('피막')고. 

시인의 외침,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윤여진 기자 onlypen@


윤여진 | 부산일보 |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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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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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지만 자유롭게 

낮은 곳에서 도약을 노래하다


거칠지만 자유롭게 자신의 시 세계를 펼치는 서규정 시인의 신작 시집 『다다』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일곱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서규정 시인은 현실과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투박하지만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이 좀처럼 ‘문학’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시화”(고봉준, 해설)하는 편인데, 낮은 자세로 우리 삶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봄날에 터지는 건 꽃망울뿐인데

남의 집에 들어가 눈뜨고 낮잠 자는 주인에게 놀라

그 자리에서 졸도한 좀도둑 같은, 뜬눈이 지키는 세월이다

목련화야 내 생애 단 한번만이라도

그대 발밑에 잠들고 싶어

(…)

얼마나 간이 커야 좀도둑이 되는 것이냐

길거리에서 손을 덜덜 떨며 훔친 것은

그대 어깨 위에 떨어진 머리칼 한 올

풀린 머릿결이 선율처럼 천상으로 가는 도중이, 아마 공중

이었지

바람이 분다, 한 바퀴만 더 돌고 갈래

-「감긴 눈이 더 감기려 할 때」




시인의 연륜과 결합한 서정적인 언어들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다.”


시인은 시집 첫머리 「시인의 말」에서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다.”라고 말한다. 비록 시인의 시가 세상에 대해 거칠고 냉소적일지라도 그 목적지는 사람다운 삶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인의 시는 연륜과 결합한 서정적인 언어들로 피어난다. 예컨대 만개한 벚꽃이 떨어지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낙화」)처럼 생(生)의 가치를 긍정하기도 하고, 사랑에 대한 애잔한 감정을 “사랑이 살던 그 집의 울타리는 일생을 돌고 도는 강물이라서”(「그곳에 사랑이 살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시인은 강렬하지만 서정적인 목소리로 세상에 다가가고 있다. 



만개한 벚꽃 한 송이를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

뿐한

-「낙화」 전문


 



삶을 긍정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


나비야 나비

고맙다, 높이보다 바닥이라는 넓이를 살게 해준 그 공책을

하얀 나비라 부르는,

이 박차 막바지의 생, 내 최고의 직장은 공공근로였다만

다시 나비를 잡으려면 몰래몰래 다가가

집게손가락에 날개 끝이 닿을락 말락 하면


고개를 돌리고 입을 크게 벌려 하품 한 번 하고

사르르 눈을 감아 버릴 것

-「나비 잡는 법」



세상에 대한 시인의 냉소적인 시선은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애정으로 볼 수 있다. 시인에게 삶은 “‘높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바닥’으로 대표되는 낮은 곳에 머무르는 일이다. 


서규정의 시세계를 무엇이라고 부르건 그의 시가 ‘바닥’을 지향하고, ‘바닥’을 긍정하는 삶의 태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 긍정의 태도 속에서 ‘바닥’은 추락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한 도약대”(고봉준, 해설)가 된다. 이것이 시인의 시가 거칠지만 서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지은이: 서규정


전북 완주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참 잘 익은 무릎』,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등이 있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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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서규정 지음 | 46판 | 140쪽 | 10,000원

2016년 5월 20일 출간 | ISBN 978-89-6545-355-0 03810


등단 이후 일곱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서규정 시인은 현실과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투박하지만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이 좀처럼 ‘문학’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시화”(고봉준, 해설)하는 편인데, 낮은 자세로 우리 삶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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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다."

   


시집 '다다'(왼쪽), 서규정 시인

서규정(67) 시인이 최근 펴낸 새 시집 '다다'(산지니)의 머리말격으로 쓴 '시인의 말 하나'는 달랑 이 한 줄이다. 이 한마디 안에 이 시집의 '마음'과 1991년 등단한 중진 시인 서규정의 문학과 삶이 엄청나게 진한 농도로 농축돼 있다.

시 '미인도'는 등단 25년의 시인 서규정이 내내 추구한 시와 미의 세계를 고농도로 농축해 담은 것 같다.

'그림은 화선지보다 마음자리에 그려야 그림이지 / 개개인의 미인도는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겠지 /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 늘 심장들이 먼저 뜨겁다 // 저 미리 붙는 미친 불, 미인도 // 환장할 사랑이라고도 했다 / 그렇다. 이 세상 최고의 그림은 박물관에 남는 것이 아니라 / 이미 불타버린 것이다 // 쟤, 저 하얀 새를 누가 한 번 잡아 보아라'(전문)

시집 곳곳에서 거칠고 투박스럽게 던지는, 서규정 특유의 너스레와 따뜻한 마음이 있다. 세상사에 관한 분개와 비판도 종종 나온다. 그런데 관념적으로 과격한 게 아니라 삶을 포옹하는 태도와 세상사에 관한 분개가 묘한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시집에 자주 나오는 나비는 자유분방해서 아름다운 운동감을 지녔다. 서규정 시인이 시로 그리는 세계의 운동감과 미감은 나비의 사뿐한 상승감일 것이다.

'…빙글빙글 / 나비 한 마리도 제자리가 지겨워 / 나사처럼 몸을 비틀어 빼고 헐렁하게 날아가는 / 직선과 직통을 버린 저 봄날의 자세를 보렴'('사선에서' 중)

'평화 군(軍)'이라는 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 용병 하나가 다냐 / 다다'. 바로 '전부이다' '모두이다'를 뜻하는 구어체 표현 '다다'에서 이번 시집의 제목이 나온 듯하다. 하여튼 시집 제목 잡는 방식까지 투박하다, 서규정.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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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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