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수준이 높은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저는 보통 소설집을 읽을 때 처음엔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독서 속도가 느려지고, 대충 읽고, 얼른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곤 합니다. 그래서 소설집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소설집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닌데 그건 소설집을 읽지 않고 그냥 넘기기엔 단편 소설만의 묘미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지요. 짧지만 작가의 의식이 집약적으로 모여있는 단편 소설. 그 매력을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소설 근처에도 못 갔습니다. 편집장님께서 단편소설 교정보시는 것을 돕긴 했지만, 출판되어 나온 책들을 읽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죠. 사회나, 정치 책을 읽을 기회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사장님이 소설집 두권을 하사해 주습니다. 한권은 정태규 소설가의 『길 위에서』이고, 다른 하나는 부산의 작가 28명이 콩트 분량의 소설을 모아 만든『부산을 쓴다』라는 소설집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정태규 선생님의 작품을 중심으로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되고 말았죠.

   전 평소에도 남자 소설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여성 소설가의 작품도 물론 좋아하지만 왠지 모르게 남자 소설가의 작품에 끌리는 것은 내가 여자이기 때문...(쿨럭)은 아니겠고 뭔가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런 기대를 갖고 읽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소설집 읽는 것을 조금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걱정과 함께 독서를 시작했으나 『길 위에서』에 모여 있는 소설들은 뒤로 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깊은 소설가의 세계로 나를 끌어들였습니다. 거의 시에 가까운 서술의 기법이라든가, 특히 『부산을 쓴다』중「편지」는 정말 한편의 시와 같은 소설이었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르고 나면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망자의 기억은 마멸되어 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망자는 잊혀질 것이다. 그래도 망자의 마음은 알게 모르게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에 지층처럼 쌓여 산 자의 마음을 이루고 그 산 자의 마음은 그 다음 사람의 마음에 다시 쌓여질 것이다. 저 아득한 옛날로부터 그렇게 쌓여온 마음들이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네 마음을 이루고 있는 것이나 아닐는지. 그는 돌계단을 내려오며 그런 상념들을 떠올린다. (『길 위에서』중 「시간의 향기」, 본문 120~121쪽)

  하지만 소설가가 그렇게 서정적으로만 세계를 바라보고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독제 정치 하의 살벌하고 비인간적인 상황의 풍자도 살벌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좋아. 당장 잡아들이고 놈들이 결성했다는 단체 이름도 하나 지어. 좀 과격하고 자극적인 이름으로 말이야. 그리고 반혁명파로 의심되는 엘리트 놈들 몇을 지도자급으로 만들어 넣어. 놈들을 잡아들이는 대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려. 최대의 반혁명적 간첩단 사건이라고 일면 톱으로 때려서 분위기를 조성해.”(『길 위에서』중 「감춰진 머리」, 본문 232~233쪽)


  최근 젊은 소설가들의 소설만을 편식하듯이 읽었던 나에게 역시 나이는 괜히 먹는 것이 아니고 ‘잘 쓰는 소설가는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소설 속에 녹여 자신의 소설을 성장시키는 구나!’하는 작지만 엄청난 깨달음을 얻기도 했습니다.

  저는 시간 날 때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을 내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의 짧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시간 날 때 책을 읽겠다는 말은 읽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더라고요. 이번에 한번 시간을 내어 소설집에 도전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그 책이 제가 오늘 소개한 정태규 소설가의 『길 위에서』라면 더욱 좋고요 :-)

길위에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정태규 (산지니,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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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쓴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정태규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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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독후감 50개를 겨울방학 전에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 입력한다고 아침부터 부산을 떨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딸은 이미 목표치를 달성하였다고 옆에서 자랑을 한다. 즐거워야 할 독서가 괴로운 숙제로 추락된 현실을 목격한 것이다. 출판사 대표로서 책읽기가 강제로 이루어지는 현실에 대해 원인을 따져보았다.

올 가을 부산에서 열린 '2010 독서문화축제' 를 찾아온 학생들. 독서 이력이 입시의 일부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책읽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또다른 스트레스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 15일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입학사정관에게 제공함으로써 대학입시의 자료로 삼겠다고 발표하였다. 2010학년 2학기부터 시행되고 있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기왕에 존재하던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과 학교도서관의 독서활동 운영시스템인 ‘학교도서관지원시스템’을 연계하고 기능을 통합한 것으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모든 학생들의 독서이력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공교육 현장에서 독서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선의야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런데 도대체 가정과 학교에서 독서교육은 왜 황폐화되었는가. 교육의 목표가 전적으로 ‘입시’로 환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서 이력을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발상에서 전개되는 ‘책 읽기의 강요’와 본질적으로 ‘감시’일 수밖에 없는 ‘책 읽기의 관리’가 독서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아예 ‘독서교육종합방해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이는 게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독서는 결코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어린이․청소년들의 또 다른 삶의 경험이다. 또한, 독서는 고도의 문화적인 활동이다. 그러기에 독서는 자발성과 자율성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입시를 빌미로 반강제로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은 독서에 대한 흥미를 진작시키기는커녕 학생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더욱이 독서퀴즈나 독서감상문을 비롯한 강제된 독서인증의 방안들은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경험과 느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된 지식을 암기하게 만듦으로써 독서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독서활동의 과정과 결과를 대학입시와 연결시키겠다는 발상, 그렇게라도 해서 책만 많이 읽히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발상은 참으로 독서의 본질과는 멀어도 한참 멀게만 느껴진다.

교과부가 이 시스템에 대한 발표를 하자마자 이에 발맞추어 개인의 독서 이력을 관리해주겠다는 사교육시장은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이는 이 시스템이 또 다른 불평등을 조장하게 될 것임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독서활동은 문화자본의 소유와 그 정도에 따라 확연히 차별적인 양상을 띨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다를 수밖에 없는 독서 환경과 그에 따른 능력 및 활동을 대학입시와 연결시키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불평등을 학력의 불평등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교과부의 독서지원시스템은 발상도 방법도 잘못됐다. 교과부는 독서지원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강제적으로 책을 읽히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일이다. 또한 도서관을 늘리고, 충분한 도서를 구입하고, 전문적인 사서교사나 독서교사를 배치하여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서문화, 도서관문화, 출판문화는 한 사회의 문화적 성취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이는 생물의 종 다양성과 다를 바 없는 다양성을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다양한 책을 다양하게 읽고 다양하게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교육 또한 그러한 전제 아래서 계획하고 실행되어야 한다.

2010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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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요즘 정말 덥지요.
그래도 멀지 않은 휴가와 넘실대는 푸른 바다 생각으로
꾹 참고 버티고 있는 중이랍니다.^^
출근길에 초읍 시민도서관에 들렀습니다.

지난주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책반납도 하고 휴가때 볼 책도 빌리려구요.
근데 주차장이 만차여서 얼른 반납만하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시민도서관 앞은 단속이 심한 구역이라 조심해야 합니다. 
'시민도서관에 시민이 책보러 왔는데 시민의 편의를 봐주겠지. 잠깐은 괜찮을 거야' 하며 세워놨다가 덜컥 딱지를 떼인 가슴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순진하고 무지한 소시민의 생각이었던거지요.

책을 읽고 난 후 독서감상문들 쓰시나요?
학창시절  독후감 써내고 상받아본 경험은요?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 방학숙제로 '책 읽고 독후감 쓰기'가 꼭 있었지요. 책을 읽었다는 증거물을 독후감으로 제시하라는 건데 전 너무 싫었습니다. 특히 독후감 내용에 필히 들어가야할 '줄거리 요약'은 정말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때부터 책읽기가 싫어졌던 것 같아요.
독서교육이 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더라면, 그래서 책에 재미를 붙이고 자라면서 책을 많이 읽었더라면 지금 제 인생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부산문화재단에서 독서감상문을 모집한다고 합니다.
대상은 중고등부과 대학일반부입니다. 이 행사의 목적은 '시민들의 독서문화진흥'에 있으므로 당근 상금도 있습니다. 걸리면 10~50만원의 도서상품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정도서가 정해져 있는데 산지니, 비온후, 해성, 세종, 전망 등 부산의 출판사에서 출간된 100권 정도의 책들입니다. 목록에 들어 있는 저희 책을 세어 보니 초기 출간작부터 최근 신간까지 60여권 정도 되더군요.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링크)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홍보가 많이 안되어 주위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이런때가 기회지요. 경쟁자가 많이 없으니 당선확률이 높거든요.^^ 

개인적으로 독서는 좋아하지만 독서감상문 쓰는 것 정말 싫어하는데 이런 글 쓰려니 조금 찔립니다. 하지만 요즘 블로그에 독서후기나 영화후기 이런것들 많이 올라와 있는 걸 보면 '리뷰쓰기'를 즐기는 블로거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마감은 8월 31일까지니 휴가철 노는 것도 지겨우신 분들 한번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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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