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8.06 위로의 풍경 전하는 간이역 여행-『기차가 걸린 풍경』(책소개) (2)
  2. 2009.10.29 부산 거제동 법조타운 (2)


나여경 여행 산문집 『기차가 걸린 풍경』



  부전역에서 기차 타고 제천에 가는 길. 천천히 달리는 무궁화호 차창 밖에 바다가 보입니다. 아직도 그 기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지만, 제가 여행한 최고의 기찻길.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풍경. 그러나 이제 동해남부선 복선화 공사로 해운대에서 송정구간은 산 쪽으로 이설된다고 합니다. 복선화되기 전에 얼른 다시 바다가 보이는 그 기찻길로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미 친구와 약속을 했지요. 복선화되기 전에 여행가자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개봉했지만 우리는 기꺼이 나여경 소설가의 『기차가 걸린 풍경』을 타볼까요. 부산에서 출발한다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하루 만에 다녀오는 여행 코스도 가능합니다. 6개월 동안 직접 발로 찾아가 취재하고 사진 찍으며 쓴 26개의 기차역이 일상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위로의 풍경이 전해주리라 믿으며. 우리만의 풍경을 더하러 가봅시다! 


(책을 읽고 찾아간 곳이 있다면 산지니에 연락주세요! 독자가 찾아간 역만 모아보죠.)









▶ 위로의 풍경을 전하는 기차역 여행

   “지치지 않고 따라오고 있느냐, 나의 영혼아!”


   소설 『불온한 식탁』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나여경 작가가 이번에는 인적이 드물어 간이역이 되었거나 폐역이 된 기차역들을 찾아 떠난다. 지나간 추억을 어루만지며 웃음과 눈물, 만남과 이별을 간직하고 있는 기차역에서 작가는 특유의 섬세함과 내밀함으로 주변 풍경과 시간을 재해석한다.

   저자가 떠난 간이역 여행은 모든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 엄마에게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에 마음을 뒤척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한 친구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또는 내리는 빗속에 누군가를 생각하며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가 떠난 기차 여행은 이러한 일상의 무게와 고민을 안고 떠나는 여행이지만, 오랜 시간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간이역들을 찾아가면서 저자는 어느새 일상의 고민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역명판만 존재하는 역사에서 빠르게 질주하는 우리의 인생을 반성하기도 하고, 한적한 시골 간이역을 찾아가면서 옹색하게 굴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저자는 “다 이룸을 행이라고, 또 다 이루지 못함을 불행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자각은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시간에 얻은 사유의 선물이다”라고 말하며 간이역 여행 속에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삶의 이면을 돌아보게 한다.


   

   

   다솔사역에서 멈추지 않고 지나치던 그 기차의 속도감을 생각한다. 정신을 흔들고 빨아들일 것 같던 그 아찔한 질주를 떠올린다. 앞으로만 달려가야 하는 기차의 운명을 생각해본다. 우리 인생의 기차도 그토록 빨리 달려 과연 어느 역에 도착하려 하는가.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다솔사역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거느리고 있음을 느낀다. 저 멀리 눈앞에 와인 빛 낙엽 깔린 오솔길이 보인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갈 수 없는 나의 영혼을 기다리는 이 시간,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행복하다.

지치지 않고 따라오고 있느냐, 나의 영혼아! 「지친 내 영혼을 위해-다솔사역」, 86쪽



▶ 역의 생애와 주변 명소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또 하나의 삶이 구워지고 있구나”


   저자는 단순히 역에 대한 감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역의 생애를 들려주며 주변 명소에 숨겨진 이야기도 함께 찾아 나선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역의 생애에는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와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솔사역은 근처 다솔사의 이름을 따서 역명이 지어졌다고 한다. 다솔사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이 독립운동을 도모했던 곳이다. 이제는 한용운이 함께 활동해온 김범부, 김범린 등과 함께 식수한 황금편백나무가 안심료 앞마당을 지키고 있다.

   산 위에 있는 기차역, 서생역 주변에는 옹기마을이 있다. 옹기마을 내에는 옹기의 제작 과정과 쓰임새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옹기 아카데미관, 옹기 문학관, 옹기마을공원 지구 등이 있다. 저자는 옹기에서 지난한 과정과 흙, 물, 바람, 불의 조화 속에 만들어진 옹기 안에 깃든 삶을 되새겨본다.






   지난날 메야에 앉아 있던 친구와 나는 검댕 하나 그을려지지 않은 빛깔만 고운 옹기였다. 그녀와 나의 안과 밖을 그을리며 버겁게 하는 지금의 검댕은 탄탄하고 아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 믿는다. 검은 연기에 그을리고 휩싸이는 고단한 시간을 지나 언젠가 저 차지게 빚어진 옹기처럼 빛을 내는 언젠가 그날이 오면 친구야, 그때 또 새로운 우리의 노래를 듣자꾸나. 저기 멀리 가마 굴뚝에서 토해내는 연기가 석양에 섞여들고 있구나. 또 하나의 삶이 구워지고 있구나. 「언젠가 그날이 오면-서생역」, 96쪽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대합실과 전설을 간직한 절과 탑, 마을의 역사와 함께 자란 나무, 그곳에 사는 사람들까지. 저자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들과 직접 만난 사람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는, 사소한 것에도 풍요를 발견하는 색다른 여행으로 사람들을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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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동아> 문화면에 실린 '간이역 여행' 기사 읽기 (클릭) 

기적소리 떠난 자리 추억이 지키고 있었네
전국 간이역 다양한 모습으로 새 단장… 7080세대 낭만과 세월 여행 장소로 인기

2013-07-29 박은경 객원기자




역사·문학 체험학습지로 탈바꿈


경기 양평군 지평면 구둔역 광장에 서 있는 소원성취나무.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 위치한 남평역은 나지막한 산을 배경으로 역사 앞마당에 반질반질 윤이 나는 항아리 수십 개가 가지런히 놓인 너른 장독대와 오래된 벚나무, 자연 그대로 옮겨놓은 통나무 탁자를 품고 있어 한적한 시골 간이역 특유의 정취를 풍긴다. 군데군데 조각상을 설치해 갤러리로 꾸민 이곳은 가수 서인국의 ‘부른다’ 뮤직비디오 속 배경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철길을 따라 향나무 수십 그루가 늘어선 선로변에서는 기차체험장을 만들려고 레일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전북 군산시 임피면 임피역도 등록문화재다. 전북 익산 춘포역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임피역은 현재 장항선 열차만 간간이 지나칠 뿐 기차가 서지 않는 무인역. 역 광장과 대합실에는 이곳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소설 속 인물상이 군데군데 놓였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이 역과 승객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구성해 보여주는 역사·문학 체험학습 관광지로 최근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간이역 마니아들은 장항선 선장역, 동해남부선 서생역과 더불어 이곳을 ‘간이역 3대 비경역’으로 꼽는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서생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무인역으로, 초록색과 갈색이 뒤섞인 댓잎, 억새가 어우러진 한적한 산길을 오르다 보면 불쑥 나타난다. 10여 년 전 역사가 철거돼 유리로 된 간이대합실과 녹슨 역명판, 선로 양편에 선 가로등만 관광객을 맞는다. 하마터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3대 비경역’이 살아남은 건 산골에 위치한 역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주변에 간절곶, 옹기마을 등 유명 관광지가 많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전남 보성군 노동면 명봉역은 서생역과 함께 아름다운 무인역으로 손꼽힌다. 드라마 ‘여름향기’ ‘신데렐라 언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붉은색 벽돌담으로 지은 아담한 역사는 특히 앞마당에 자리한 오래된 벚나무와 꽃잔디가 한가로운 시골 정취를 자아낸다. 대합실 벽에 걸린 커다란 액자에는 드라마 스틸사진과 함께 ‘여름향기’ 주인공 송승헌, 손예진의 친필사인, 드라마 대본 표지 등이 담겨 있어 역을 찾은 관광객의 기념촬영 배경이 된다. 역을 나서면 맞은편 도로변을 따라 1960~70년대 지은 낡은 주택들이 지붕을 맞대고 옹기종기 자리해 정겨운 고향 동네를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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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이 시가 되는 시간

   곳곳에 풀어낸 문학과 음악, 섬세한 문장




   기차를 놓치고 쉴 만한 곳을 찾다 아저씨 둘이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다. 욕설로 시끄럽게 오가는 불편한 자리에 저자는 오히려 욕을 시로 생각하기로 한다. 조기호의 「조껍데기술집」을 빌어 저자는 이 시간을 ‘탁배기가 없어도 욕이 시가 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저자는 소설가다운 감수성으로 여행하는 곳곳에 문학과 음악을 풀어낸다. 하동을 여행하면서는 「토지」의 용이와 월선이를 하동 혼례길에 불러내고, 경주역에서 오가는 젊은이들을 보며 산울림의 「청춘」을 부른다. 원동역에서는 이별과 그리움을 노래한 홍수진의 「경부선 원동역」을 읊는다.

   

   찬 기운 속에 서로에게 기대어 새날을 기다리는 이들을 떠올린다. 살아갈 이유들이 녹진녹진하게 그들에게 다시 스며들기를 바라본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바람이 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장의 불빛이 반짝이는 조그만 종착역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면 참 좋겠다. 「용이를 만나러 가는 길」, 19쪽


   저자가 풀어낸 시와 소설, 노래와 이야기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버무려져 여행을 더욱 섬세하게 만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장의 불빛이 반짝이는 조그만 종착역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말처럼,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덧입혀진 시간과 풍경은 반복되는 일상에 메말라 있던 우리에게 포근한 정착역이 되어줄 것이다.




글쓴이 : 나여경


서울 출생으로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금요일의 썸머타임」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0년 단편집 『불온한 식탁』을 발간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차례 보기




여행 산문집『기차가 걸린 풍경

나여경 지음 

문학 여행 산문 | 신국판 변형 올컬러 | 264쪽 | 16,000원
2013년 7월 29일 출간 | ISBN :
978-89-6545-222-5 03810


소설 『불온한 식탁』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나여경 작가가 이번에는 인적이 드물어 간이역이 되었거나 폐역이 된 기차역들을 찾아 떠난다. 지나간 추억을 어루만지며 웃음과 눈물, 만남과 이별을 간직하고 있는 기차역에서 작가는 특유의 섬세함과 내밀함으로 주변 풍경과 시간을 재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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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걸린 풍경 - 10점
나여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오전 11시.
회의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려는데 아침부터 노래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근처에서 또 식당 개업이라도 하나 봅니다.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스타들과 걸그룹들의 유행가, 개업 도우미들의 기계음 같은 안내 멘트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네요. 근데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은 비트가 아주 강하고 단순한 한두 소절의 멜로디가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되는군요. 계속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세뇌당하는 것 같습니다. 원고를 읽어야 하는데 머릿속엔 노래가사뿐이 안들어 오고… 헉, 어느새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네요.
 

출판사가 자리한 곳은 부산시 거제동입니다. 부산고등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소위 법조타운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고층빌딩, 오피스텔들이 늘어서 있고 그 속엔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래 군부대가 있던 자린데 재개발되어 새로 조성된 지 10년이 채 안됐습니다. 근처엔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나는 남문구역이 있고 철길과 가까워 쪽방이나 판자촌 등 오래된 집들이 많았는데 법원, 검찰청 청사 이전지로 개발구역이 되면서 원주민들은 몇푼 안되는 보상비를 받고 다들 떠났고 개발구역을 가까스로 비켜난 집들이 법조타운 빌딩숲 둘레로 옥닥옥닥 모여 있습니다.

평일 1시 법원 앞 도로. 번잡스럽다.

거제동 법조타운.

법조타운 옆 동해남부선 남문구역과 개발을 피해 남아있는 집들.


 
법조타운이 밖에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는지 식당 개업들을 많이 하는데, 1년을 못버티고 문을 닫는 곳이 많습니다. 냉면집이 칼국수집으로 바뀌어 있고, 삼겹살집은 또 냉면집으로 바뀌고 5일 장사만으로는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비싼 법조타운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지요. 평일 낯시간에는 거리에 사람이 북적대지만 주5일 근무의 영향으로 주말엔 그야말로 썰렁합니다. 토요일 오후부터는 법원앞 6차선 대로의 신호등도 꺼집니다.

 

법원 앞 6차선 대로. 주말엔 신호등이 노란 점등 신호로 바뀐다.

법원 앞 보도. 참 넓다. 일반 보도의 3~4배쯤 돼 보인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 oo날드도 버티다 결국은 문을 닫았고 그 후로 oo리아가 들어왔는데 아직은 버티고 있습니다. 근데 주말엔 햄버거를 안 팝니다. 문을 열면 최소 매장직원 2명은 필요한데 주말장사로는 2명의 인건비도 안나온단 말이겠죠. 근처에서 친구가 분식집을 하는데, 장사가 제법 되는데도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합니다. 뼈빠지게 일해서 빌딩주인만 좋은 일 시킨다고. 마치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처럼. 벌어서 갖다 바치고
가게를 내놨는데 나가지도 않고

 

저희 출판사도 임대료 부담때문에 딴 동네로 이사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쌓여 있는 책들 때문에 엄두를 못냅니다. 빌딩주인은 얼마 전에 벽보를 붙였더군요. 운영비가 올라 임대료를 올려야 하지만 세든 사람들을 생각해서 올리지는 않겠다. 그대신 그동안 제공하던 화장실의 두루말이 화장지와 손 닦는 수건을 이제 끊겠다구요.

 

오후 5 50.

하루종일 귀를 때리던 노랫소리가 드디어 멈췄습니다. 어디서 개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가다 보면 간판이 바뀌어 있는 식당이 있을 것입니다. 어찌됐든 요즘처럼 힘들고 다들 몸 사리는 때에 개업이라면 모든 걸 걸고 시작하는 것일텐데 아무쪼록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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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