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3국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슬픔

발트3국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나라이지요.
북유럽, 아니 북동유럽에 있는 나라입니다. 유럽 북쪽에 있는 발트해를 끼고 있는 나라로 구소련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세 나라, 바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라를 말합니다.
이 세 나라의 운명이 참 기구합니다.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는 약소민족의 운명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중세 이후로 독일의 지배를 받아왔고, 스웨덴, 폴란드, 덴마트 등의 각축장이었으며 20세기에는 강제로 소비에트연방이 되지요.

1939년 8월 23일, 히틀러와 스탈린은 비밀 협약을 맺습니다. 사이좋게 동부유럽을 나누어 갖자는 협약이었지요. 이로 인해 발트국 세 나라는 소련에 합병됩니다.
그러나 이후 50년 동안 그들은 스스로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냈고, 마침내 독립을 쟁취하기에 이릅니다.

이들이 독립을 쟁취하는 과정이 바로 세계를 놀라게 한 인간띠입니다.

인간사슬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남쪽에 있는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에서부터 시작하여 라트비아의 리가를 거쳐 에스토니아 탈린에 이르는 620km 기나긴 인간사슬을 만든 겁니다. 바로 독일과 러시아가 비밀협약을 맺었던 날로부터 딱 50년 후인 1989년 8월 23일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하루 종일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어린이나 어른, 나이 많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여기에 집중되었고, 마침내 소련은 그들의 독립을 허용하기에 이릅니다.
바로 노래하는 민족의 무혈혁명이었습니다.

그 발트의 길 620km 여정을 따라 발트전문가 이상금 교수가 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짚어보는 게 바로 이 책입니다. 저자는 그들의 역사를 따라가며 우리의 역사를 돌아봅니다. 옛 한자도시의 명성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는 중세 건축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저자는 그 아름다움 속에 스며 있는 슬픔을 찾아냅니다.

강 이쪽저쪽에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도시 리가 전경



북동유럽의 발트3국은 유럽이나 러시아와는 다른 생소한 풍광을 보여줍니다. 유럽인들에게 최고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페르누 해변은 의외로 소박하기만 합니다. 에스토니아는 전 국토가 국립공원과 자연공원으로 덮여 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숲과 숲, 호수와 평원, 신비의 아름다움을 지닌 땅을 가졌기에 오히려 더 지난한 역사를 겪어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억센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심성은 가없이 순정합니다. 세 나라 모두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온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힘일 것입니다.

소박한 페르누 해변



발트3국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슬픔 - 10점
이상금 지음/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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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 2010.09.10 15: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띠로 독립을 이루어내다니... 감동적이네요.
    620km면 부산에서 서울까지보다 긴 거린데...

“밤에 돌아댕기지 말고, 이쁜 여자 꼬신다고 따라가지 마소.”
-그럼 안 이쁘지만 젊은 여자가 오라면 가도 되나? -『미완의 아름다움』 181p

이상금 지음, 국판, 10,000원

따끈따끈 며칠 전에 나온 『미완의 아름다움』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이 드신 분이 하는 말이 아니라 이십대 신혼들이 하는 말 같지 않은가.ㅎㅎ

이 글을 쓰신 분은 부산대 독어교육과에 재직 중이신 교수님이시다. 교수님이라면 보통 점잖고 무게만 잡을 것 같은데 이상금 교수님(이 글의 저자)은 문학적이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이시다. 『미완의 아름다움』은 교수님이 20여 년간 틈틈이 써온 글을 정리한 산문집인데 가벼운 신변잡기가 아닌 전문성이 묻어나는 산문집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봤을 것 같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세계도 들여다볼 수 있고, 요즘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인 영어올인교육에 대해서도 짚고 있다. 과연 이러한 열기가 바람직한 사회현상지 물으며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또 교수님은 등산과 마라톤도 거의 중독 수준이시다. 이 책에도 산을 타면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산행의 힘듦을 이야기하면서도 또다시 산에 갈 수밖에 없는 산행의 즐거움을 잔잔히 풀어놓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음만은 자주 산에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늘 꿈만 꾼다. 추워서, 아이가 어려서……. 날씨가 조금 풀리면 이번에는 기필코 갈 것이다. 아자!!! 이 책을 편집하면서 비록 몸은 답답한 사무실에 있지만 마음만은 20대 펄펄 날아다니던 그때를 느껴볼 수 있었다.

교수님은 책 출간 이후에도 이것저것 바쁘신 것 같다. 요즘 부산일보에 발트3국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셨는데 나에게도 꼬리글을 달아달라고 은근히 압박하신다.

라트비아 수도인 리가의 시내 전경. 다우가바 강을 사이로 신·구 시가지가 나뉘어져 있다. 오른쪽의 구 시가지에 불쑥 솟아오른 것이 1989년 '발트의 길' 인간띠 혁명 당시 종소리를 울렸던 성 베드로 성당이다.


참! 교수님은 발트3국에 대한 전문가이시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발트3국은 발트해 남동 해안에 위치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말한다.

얀 크로스와 함께한 인터뷰

그 연세에도 열정만은 대단하셔서 서방세계에 잘 알려진 작가 얀 크로스에 대한 관심으로 혼자서 에스토니아어를 공부하고 근 6개월 넘게 사전 정보를 준비해 발트3국을 여행하고 오셨다. 국내 최초로 성사된 얀 크로스와의 인터뷰 내용은 <오늘의 문예비평>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책은 발트3국을 오가며 겪은 에피소드와 보고 느낀 점들을 일지 형식으로 담고 있다. 근 700년 동안이나 그들이 겪었던 역사적 애환과 자유를 향한 집념을 중심으로 우리에겐 낯선 발트3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도 교수님의 귀여움(?)을 엿볼 수 있다. 여행 도중 낯선 이들을 만났을 때 위기 대처방법을 잠깐 살펴보자.

게다가 마침 청소년 다섯 명이 이곳이 자기들의 주요 밤무대인 양 떠들썩하게 휘젓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지, 하면서 나름대로 조치를 즉각 다음과 같이 취했다.
1) 그 젊은이들에게 역을 배경으로 디카로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그들을 사진 촬영해주는 것으로 안면을 익힌다. 그들의 이메일을 받아 사진은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한다. 무척 좋아하며, 자신들도 일본 마쯔다 자동차를 갖고 있는데 기능이 제일 좋다는 제스처를 한다. 동양인이면 우선 일본인으로 보는 건 여기서도 같구나.
2) 역무경찰이 보이므로 역시 안면을 익혀놓는 것이 만일을 대비하는 자세라고 보고, 환전 가능성 여부와 폴란드행 기차 정차 지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물어본다.
3) 표 파는 창구 직원에게 안내되어 있는 몇 편의 기차와 내가 소지하고 있는 티켓에 대해 확인을 한다. - 『미완의 아름다움』 230p

중간중간 교수님이 혼자 터득하신 에스토니아어도 자랑하신다.
우리도 몇 개 배워 사용해보자.

안녕이라는 인사는 테레 Tere!
고맙다는 테난 Tanan
부탁은 팔룬 Palun
미안하다 또는 실례합니다는 바반두스트 Vabandust
물건 사고 값 묻는 데는 미스 세 막사브 Mis see maksav이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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