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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하듯 책을 낳고, 혼인하듯 책을 나누고

[책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를 내고 벌인 이벤트, 산골 휴식여행


글: 조혜원(nancal) 편집: 최은경(nuri78)

 살다 보니, 정말로 어쩌다 보니 제 이름으로 책을 내는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어요!
▲  살다 보니, 정말로 어쩌다 보니 제 이름으로 책을 내는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어요!
ⓒ 조혜원


싱그러운 오월 어느 날, 드디어 제가 쓴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산골 혜원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담은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랍니다. 어찌어찌 소식을 들었는지 책 나오기 얼마 전, 홍길동처럼 불쑥이 찾아온 선배는 불쑥 하얀 봉투부터 내밀었죠.  

"혜원아! 너의 첫 출간, 출산(ㅎㅅㅎ)을 진심으로 축하하마. 대박 나거라." 


 책 나오기 전 선배한테 받은 축하 봉투. 저날부터 생전 경험 못한 ‘출산’이란 말이 마음에 아른거리면서 제 삶에 첫 책이 꼭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책 나오기 전 선배한테 받은 축하 봉투. 저날부터 생전 경험 못한 ‘출산’이란 말이 마음에 아른거리면서 제 삶에 첫 책이 꼭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조혜원


봉투에 씌어 있는 저 글귀가 어찌나 '찡'하던지요. 스물 몇 살 때부터 서로 보일 거 안 보일 거 다 주고받은 사이, 아이 없이 지내는 저를 에둘러 축하해 준 그 마음이 참 따뜻했어요. 촉촉한 마음이 눈가에 묻어나기라도 할까 봐 얼른 얼버무렸죠. 

"그래요, 선배. 살면서 애도 못 낳아 봤는데, 책 출산이라도 잘해 봐야죠. 고마워요.^^"

저 봉투를 받은 뒤로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출산'이란 말이 마음에 아른거리면서 제 삶에 첫 책이 꼭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가, 보면 볼수록 예쁘지 뭐예요.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뻐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나 봐요. 

책을 많이 보지 않는다는 요즘. 저자가 앞장서 책을 팔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백오십 부나 덜컥 주문을 했답니다. 방 안 가득 들어찬 많은 책들을 보면서 저걸 언제 다 파나, 걱정이 되기보다 마냥 흐뭇한 웃음만 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 책은 '출간'보다는 '출산'이 맞는 것도 같아요.  

책 나온 뒤로 놀러온 지인들은 함께 책을 보면서 축하도 하고 어떻게 팔지 고민까지 하네요. 마치 출산 도우미들처럼요. 게다가 서로 머리 맞대고 사인까지 개발해 주었지 뭐예요! 

"작가는 사인이 있어야 해요. 노력해서라도 만들어야 해요!"

책 여럿 낸 만화가 언니의 말씀에, 그 언니 똑 닮아 그림 잘 그리는 딸내미가 엎드려 고심 고심하더니 기상천외하게 멋진 사인을 만들어 주었답니다. 초등 삼학년이 디자인한 사인을 제가 여러 번 따라해 본 끝에 원작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사인을 골랐죠.  


 친정 큰언니가 고안해서 보내준 '꽃을 든 혜원' 사인 디자인. 보는 순간 마음에 딱 들었어요.
▲  친정 큰언니가 고안해서 보내준 '꽃을 든 혜원' 사인 디자인. 보는 순간 마음에 딱 들었어요.
ⓒ 조혜원


그러는 중에 또 새로운 사인도 나왔어요. 아이랑 같이 만든 사인을 친정 큰언니한테 보여줬더니 그림 좋아하는 언니가 새로운 안을 보내준 거 있죠. '꽃을 든 혜원'이라면서 제 이름 끝에 살짝 꽃그림을 얹었는데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바로 연습에 들어가기! 어른스럽고 멋진 언니 글씨체를 흉내 내긴 어려워서 제 생긴 대로 둥글하게 썼답니다. 노력 끝에 다시금 제 사인이 태어났어요! 제 마음에는 드는데 보는 분들은 어떠실지. 귀 얇은 저인지라, 누가 또 새 디자인을 권하면 다시 바뀔지도 모른답니다. 


출산하듯 책을 낳고, 혼인하듯 책을 나누고 

 찔레꽃이랑 참 잘 어울리는 언니랑 찔레꽃차 만들기 체험도 나누었어요.
▲  찔레꽃이랑 참 잘 어울리는 언니랑 찔레꽃차 만들기 체험도 나누었어요.
ⓒ 조혜원


책 나온 뒤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산골 집에 날아들고 있어요. 책 소식 듣고 알아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일을 만들기도 했어요. 초짜 글쓴이로 세상에 발을 내딛자니 겁도 나고, 마구 설레기도 해서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지 뭐예요. 

그래서 준비한 것이 페이스북 동무들을 대상으로 한 산골 휴식여행이에요. 출판사는 따로 참여하지 않고, 그냥 저 혼자 좋아서 마련한 자리랍니다. 나름 흥미를 불러일으키고자, 무엇보다 한 분이라도 더 만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따사로운 햇살 아래, 고사리랑 취나물 응원 속에 노래를 부르기도 했어요(제가 우리 집에선 유명한 베짱이에요^^).   

아기자기한 텃밭, 그 뒤로 펼쳐진 작은 산골짜기가 이번 휴식여행의 주 무대여요. '잘 먹고 잘 쉬자!'를 주제로 자연이 주는 먹을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같이 맛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정성껏 준비했답니다. 야심차게, 그러나 한껏 떨리는 맘으로 준비한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출간맞이 산골 휴식여행. 첫 자리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솔찬하게 떨렸습니다. 

'미리 알린 체험 프로그램들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까? 즐겁게, 편하게 쉬다 갈 수 있을까?'

그냥(?) 손님맞이할 때와는 사뭇 다른 이 떨림. 아, 아름다운 이들과 만나는 순간부터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먼저 이분들을 위해 온 마음 다해 준비한 산골 점심밥상. 다들요, 어찌나 맛나게 잘 드시는지 흐뭇함이 그만 하늘에 닿을 듯합니다. 

특히나, 이틀 전에 만든 쇠똥김치 맛있다고 말씀들이 자자하셔서 김치 하느라 애쓴 보람도 백만 배쯤 커졌답니다. 한 상 차림 모조리 싹 비운 뒤론 두 남자가 벌떡 일어나 사이좋게 설거지를 마치곤 본격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다섯 사람이 힘 모아 마음 나누며 금방 장 가르기를 마쳤답니다.
▲  다섯 사람이 힘 모아 마음 나누며 금방 장 가르기를 마쳤답니다.
ⓒ 조혜원


대망의 장 가르기부터! 어쩜, 어쩜, 다들 이렇게나 일손이 야문지요. 다섯 사람이 힘 모아 마음 나누며 금방 장 가르기를 마쳤답니다. 옆지기랑 둘만 할 때보다 훨씬 신나고 일도 수월하게 돌아가니 욕심이 팍 들데요. 

'매년 장 가르기를 무조건 손님 불러서 해 볼까?^^'

장 가르기 마치고 바로 이어지는 고구마순 심기. 제가 없어도 후다닥 빠르게 진행됩니다. 덕분에 저는 쑥갓나물 만들기부터 산골 저녁밥상에 올릴 소소한 부엌일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장 가르고, 고구마순 심고 나서는 텃밭 매기에 나선 사람들. 때마침 빨갛게 익은 딸기밭 앞에서 다들 행복한 웃음을 짓습니다. 딸기도 양껏 뜯었고요(때맞춰 잘 익어 준 딸기야, 정말 고마워!^^).

  

 가장 처음 만든 산골짜기 혜원 사인.
▲  가장 처음 만든 산골짜기 혜원 사인.
ⓒ 조혜원


자, 드디어 이 밤의 마지막 프로그램. 바로 제 책에 사인해서 드리기! 아, 이걸 어째요. 사람을 앞에 두고 사인하는 게 너무 떨리는 거예요. 도저히 그 앞에선 하지 못하겠어서 구석방에 들어가 한 분 한 분께 제 마음을 글자에 눌러 담았답니다. 사인은 어렵게 했지만 책 건네 드리는 시간은 신나기만 했어요. 다들 밝고 환하게 웃으니 책 드리는 제 손도 마음도 떨림을 잊고 한껏 웃을 수 있었답니다. 

'산책' 프로그램이 기다리는 다음 날, 장수의 자랑거리 방화동 휴양림으로 향했습니다. 방화폭포를 지나 용소까지 걷는 길. 시리도록 싱그러운 오월만큼이나 애틋하게 아름다운 사람들과 따로 또 같이 행복에 젖어듭니다. 오후 늦게 국수를 먹고 드디어 헤어질 시간. 터미널로 배웅하는 길에 농로 타고 가며 또 작은 추억을 만듭니다. 

모두가 제 삶터로 돌아간 뒤, 저는 한참을 산골여행 후유증에 행복하게 시달렸어요. 그런데 말이죠, 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이렇게 웃고 가도 되나?" 싶을 만큼 즐거우셨다는 한 선생님은 이 기운으로 아이들과 잘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들려주었고요. 텃밭 딸기를 옆지기한테 고이 전했다는 분은 "감자 캐러 갈게요~"라는 꼭 지킬 것만 같은 약속을 안겨주었고요. 

멀리 미국에서 온, 다른 사람들보다 하루 일찍 와서 이박삼일을 함께 지낸 덕에 헤어질 때 눈물까지 날 뻔한 어느 언니는 "앞으로 한국에 오면 자동으로 장수에 올 것 같다"면서 고구마 캘 때는 못 오니 자기 몫으로 조금만 남겨달라는 농산물 청탁(?)까지 했답니다. 

일박이일은 분명 짧은 시간일진대 이렇게나 많이 웃고, 일하고, 이야기할 수 있던 건 모두 산골 작은 집에 날아든 사람들 덕분이에요. 아름다운 이들과 만나고,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고. 정말이지 산골 휴식여행 마련하길 잘한 거 같아요. 

장수 산골에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만 가니까요. 뿌듯함과 행복함이 마구 밀려드는 마음으로 다음에 펼쳐질 두 번째 산골 휴식여행을 기다렸어요. 떨림과 걱정보다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다시금 살아갈 힘을 받은 유쾌한 휴식여행

유월 첫 주말에 펼쳐진 두 번째 산골 휴식여행. 이번엔 아이 포함 일곱 명이나 왔어요. 가장 먼저 창원에서 뒤이어 서울과 구례, 마지막으로 부산까지 전국을 아우르는 산골 손님들이 한 분 한 분 날아들었답니다. 서로 처음 만나는 분도 많은지라 작은 산골 집이 북적북적합니다.

 

 머위, 고사리, 취나물, 우산나물, 가지, 박나물까지. 나물밥상을 정말 좋아하던 산골 손님들이 그립기만 합니다.
▲  머위, 고사리, 취나물, 우산나물, 가지, 박나물까지. 나물밥상을 정말 좋아하던 산골 손님들이 그립기만 합니다.
ⓒ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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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 채소랑 어우러진 나물비빔밥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 전해 봅니다.
▲  텃밭 채소랑 어우러진 나물비빔밥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 전해 봅니다.
ⓒ 조혜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련한 나물밥상, 다들 어찌나 맛나게 듬뿍듬뿍 드시는지 보는 제 마음이 짜릿하게 행복합니다. 다행히(?) 폭염주의보가 떨어져 한낮 체험은 뒤로 미루고 막걸리와 나물 앞에 둔 자리가 왁자지껄 길게 이어졌답니다.  

슬슬 해가 사위어 가고 더는 체험을 미룰 수가 없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번에 준비한 프로그램은 갓, 열무, 봄무 뽑아서 김치 만들기와 머윗대 뜯고 삶고 껍질 벗기기였죠. 딸기 따기는 아이 몫으로 맡겨 두었고요(마늘쫑 뽑기도 하고 팠지만 마늘 농사가 지나치게 안 좋아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이 많으니 이 쪽 저 쪽 나누어서 일사천리로 일이 흘러갑니다.

하지만 미처 모르고 저지른 실수(?)가 있었어요. 먹을거리 박사로 통하는 한 분 말씀이 열무는 오월 넘기면 안 된대요. 아니나 다를까, 열무 뿌리도 줄기도 엄청 질겨요. 사실 갓도 마찬가지예요. 거의 꽃이 피었거든요. 지난주 텃밭을 오가며 갓 꽃 우르르 피어나고, 열무에도 꽃대가 솟아오르는 걸 보기는 했는데 휴식여행을 위해 그냥 두었죠. 수확의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은 마음에요(실은, 할 시간이 없기도 했어요).

그나마 '요즘은 거친 푸드를 찾는다'던 한 언니 말씀을 등대 삼아 마음 내려놓기로 했죠. 거친 농작물 뽑고 다듬고 씻느라 애쓴 분들, 그 정성에 새삼 고마움이 밀려오네요. 김치 거리 다듬어 소금에 절이고 머윗대까지 삶고 껍질 벗긴 뒤에 선선해진 날씨 아래 야외 밥상이 펼쳐집니다. 가마솥에 머윗대 삶고 생긴 참숯에 고기도 굽고, 거친(?) 노동의 하루를 신나게 마무리하는 듯했습니다.


 밤 열한 시 넘어 김치 담그기가 끝났어요. 때깔은 끝내주게 고운데 짜고 질긴 진정 ‘거친 김치’가 탄생했죠.
▲  밤 열한 시 넘어 김치 담그기가 끝났어요. 때깔은 끝내주게 고운데 짜고 질긴 진정 ‘거친 김치’가 탄생했죠.
ⓒ 조혜원


체험이라고 하기엔 정말 많은 일들이 이어지고야 맙니다. 휴식여행이라 해놓고 끝없이 펼쳐지는 일거리에 너무 죄송하기만 했어요. 게다가 거친 푸드들이 소금에 너무 절여진 나머지 소태가 따로 없네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담을 수도 없고. 열심히 자라준 채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정성껏 뽑고 다듬어준 손님들께 죄송해서라도 열심히 마무리를 했답니다.

밤 열한 시 넘어 드디어 김치 담그기가 끝났어요. 때깔만큼은 끝내주게 고운데 짜고 질긴 진정 '거친 김치'가 탄생했죠. 텃밭에 자라는 채소들 바라보며 한여름 열무김치랑 봄무 깍두기 먹을 기대감에 혼자 푹 젖어 있었건만, 아주 푹 익혀서 겨울에나 먹어야 되겠다는 한 언니 말씀이 뒤따르네요. 

어느 때보다 힘겨운 노동을 마친 다음 날, 나름 밤에 일찍 누우러 갔던 남자 두 분은 또 일을 하셔요! 고구마밭부터 온 텃밭에 물주고 풀 뽑고. 더구나 설비 기술자인 한 분은 수도꼭지 새로 달아주고, 전기 스위치랑 세면대도 손봐주고, 허름한 상까지 매만져 주니 산골살림이 단박에 훤해졌지 뭐예요.

"이렇게 많이 일하고 가도 되나요?^^"

기분은 한껏 좋지만 여지없이 죄송하니 요런 말만 되풀이하고 있네요. 해드릴 수 있는 건 오로지 밥상뿐이니 나물비빔밥과 채소 비빔국수로 이 마음을 대신합니다. 건강 밥상 맛나게 챙겨 먹고는 방화동 휴양림 용소에 올라 한껏 웃고, 쉬고, 물놀이까지 마치고서야 산골 휴식여행은 마무리가 됐어요. 

이번 휴식여행 시작 전, 오시는 분들과 단체 카톡방을 열었는데 한 분 한 분 잘 돌아갔노라 알려주고 사진도 올리고 감상까지 남겨주니 함께한 시간이 애틋하게 되살아나 정말 마음이 짠합니다. 다들 삶터로 일터로 돌아가 해야 할 일도 많을 텐데요. 체험이라는 핑계로 제가 했어야 할 산골살림들을 떠넘긴 것만 같아서 다시 또 미안한 마음이 흘러넘쳐요. 그럼에도 또 제게 힘을 주시는 분들.

"살아내느라 힘든 일상에서 조금 비켜서니 다시금 살아갈 힘을 받은 유쾌한 경험이 되었네요.^^"

제 이름으로 엮은 책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에 담긴 이야기는 처음부터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살고 싶어서' 쓴 글이었어요. 제가 느낀 작은 행복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이라는 용기도 낼 수 있었고요. 

첫 출산에 버금가는 좋은 소식을 같이 나누고, 힘겹게 세상에 나온 '책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혼인 잔치 치르듯 책을 알리는 재미난 하루하루를 열어 갈까 해요.  

하긴, 축하하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벌써부터 이렇게나 많으니 그 마음들만으로도 이미 대박 백 번은 난 기분이에요. 이제부턴, 이 책 만드느라 베어낸 나무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제 스스로 조금씩 퍼뜨릴 길을 찾아보렵니다. 

서울 떠날 때 오래 정든 앞집 언니가 준 컵이 있어요. 직접 글씨를 새긴, 세상에 하나뿐인 컵이랍니다. 아는 이 없이 찾아든 산골짜기에서 나를 지키는 수호천사 같기만 했던 '산골짜기 혜원' 컵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과 햇살로 목욕한 숲이 반기는 삶터. 이곳에서 맞이하는 하루하루가 오늘따라 사무치게 고맙고 행복하게 다가옵니다. 마음속에서 저절로 이런 목소리가 흘러나오네요. 

"산골짜기 혜원,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에 이렇게 웃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작은 행복 나누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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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 10점
조혜원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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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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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여기 진짜 <리틀 포레스트> 같은 삶


여기 진짜 <리틀 포레스트>가 있다. 전북 장수에 귀촌해 사는 조혜원씨(오른쪽) 부부는 자연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일치하는 기쁨을 맛보며 살고 있다.



머위, 취, 고사리 나물을 무친다. 돌미나리와 머위 부침개도 상에 올린다. 부침개를 찍어 먹는 간장에는 올봄에 캔 달래를 넣었다. 육식주의자 손님을 위한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어린이를 위한 비엔나소시지 양파볶음, 잡채도 만들었다.


초봄에 캐서 보관해둔 냉이로 끓인 국까지 더하니 오늘의 한 끼가 완성됐다. 상이 차려지는 찰나 텃밭에서 쇠똥풀(왕고들빼기)과 당귀를 뽑아다 올린다. 특별할 것 없다. 머위에선 머위 맛이, 당귀에선 당귀 향이 날 뿐이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맛이다.


음식을 차린 조혜원씨는 산골살이 새내기다. 30년 훌쩍 넘는 서울살이를 끝내고 2013년 10월 전북 장수군 천천면에 첫발을 디뎠다. 거기서 얼마쯤 살다가 지금은 장수군 번암면으로 터를 옮겼다. 작은 산골짜기 마을이지만, 섬진강 지류인 요천이 마을을 감싸며 흐르고, 멀리 지리산 바래봉이 굽어보는 곳이다.



ⓒ시사IN 이오성

봄이면 냉이국수 만들어 먹고, 여름이면 ‘조선 바나나’라 불리는 으름을 따 먹었다. 가을이면 앞산에서 밤을 줍고 버섯을 따고, 겨울이 오면 메주를 쑤고 김장을 담갔다. 한겨울에는 지난봄에 캐서 얼려둔 쑥으로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으며 새봄을 기다렸다. 생강을 심으면 생강이 나고, 토마토를 심으면 토마토가 나는 ‘기적’을 매일매일 확인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았다. 5월이면 마트에서 파는 하우스 딸기는 이미 끝물이지만, 이 집 텃밭 딸기는 이제 한창 여물기 시작했다. 자연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일치하는 기쁨을 맛본 나날이었다.


혜원씨는 전형적인 도시 사람이었다. <여성신문> 기자를 거쳐 보리출판사에서 만드는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편집장을 지냈다. 보리출판사가 국내 최초로 6시간 노동제를 안착시키는 데 주역을 맡았다. 본인은 정작 요리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워커홀릭이었다.


남편 이수현씨는 진보 정당 정치인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은평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고, 홍세화씨가 진보신당 대표로 활동하던 2011~2012년 사무총장을 맡아 당을 이끌었다. 2012년 총선에서 원내 진출에 실패하면서 사무총장직을 내려놓았다. 이듬해 혜원씨도 윤구병 보리출판사 대표와 업무 갈등을 빚으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둘은 순식간에 서울 생활을 접었다.



ⓒ시사IN 이오성
조혜원씨가 무친 머위, 취, 고사리 나물. 오른쪽 돌미나리전과 머위전은 달래간장에 찍어 먹는다.


누군가는 무책임하다며, 현실도피라며 비판했다. 둘은 부인하지 않았다. 실의와 번민에 빠진 것도 사실이었고, 마침 그 ‘틈’에 막연하게 꿈꾸던 산골살이의 욕구가 솟구친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살 곳을 알아보러 한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 강릉은 땅값이 비쌌고, 강진·해남은 너무 멀었다. 서울 은평구 빌라 전세금으로 귀촌하기에는 땅값 싼 전북 장수군이 적당했다. 혜원씨의 시어머니는 자식이 귀양이라도 가는 듯 몇 날 며칠을 울기만 했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혜원씨 부부를 10년 전부터 서울에서 알고 지냈다. 둘은 은평 지역 시민사회운동의 소문난 일꾼이었다. 장수군에 귀촌한 뒤에도 몇 차례 놀러 갔다. 혜원씨가 나물 무치고 장 담그는 솜씨가 해가 갈수록 깊어지는 것을 관찰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자마자 혜원씨를 떠올렸다.


‘장수댁’ 혜원과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은 실제로 놀랍도록 닮았다. 우선 영화 속 주인공(김태리) 이름도 혜원이다. 영화 속 무대처럼 사과로 유명한 장수군에 터를 잡았고, 족히 30분은 걸어가야 버스 정류장이 나오는 외딴 마을에 산다. 자전거로 논둑길을 달려 읍내에 나가고, 하얀 개를 기르는 것도 똑같다. ‘두 혜원’은 밤 조림이 맛있어지면 가을이, 곶감에 맛이 들면 겨울이 깊어감을 깨달으며 산골 생활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짐작했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운운하며 추어올리면 손사래를 칠 게 뻔했다. 전국 곳곳에 산골살이 선배들이 즐비한데, 어찌 자신들이 조명받겠느냐며 고개를 저을 사람들이었다. 취재 욕심은 살짝 접어두었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혜원씨가 지난 5년간 장수 산골살이를 ‘집대성’한 책을 펴낸다는 소식이 들렸다. 책 제목이 우스웠다.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책 펴낸 책임을 묻겠다며 장수에서 그들을 만났다.


쉽지만은 않았던 작은 산골짜기 마을 정착기 


이들의 정착기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보다 험난했다. 지금 사는 곳은 고향도, 귀농인 집결지도 아니었다. 마을 토박이 일부는 외지인을 적대하거나, 만만한 마을 머슴으로 보곤 했다. 가장 힘든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서울에서 결코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였던 그들이, 놀랍게도 산골에선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젊은 나이에 자기 집이 있고 텃밭이 있다는 이유였다. 멧돼지의 습격으로 고구마 농사를 망치고도 ‘시행착오님’에게 많은 걸 배웠다며 헤헤 웃는 혜원씨를 어떤 사람들은 불편해했다. 지천으로 자라는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말하면 혀를 끌끌 찼다. 산골살이가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 너희는 아이가 없어서 그렇다는 타박이 돌아왔다.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라는 책 제목은, 어쩌면 지난 5년 동안 속울음을 삼켜야 했던 혜원씨의 마음을 담은 건지도 모른다.


보리출판사 윤구병 대표는 ‘미운 후배’일지도 모를 혜원씨의 책에 이런 평을 써줬다. “징그럽게 깔끔한 도시 여자가 5년 만에 깡촌 여자 ‘장수댁’이 되었다. ···당장 보따리 싸서 시골 가 살겠다는 사람이 무더기로 나타날까 걱정스럽다.” 혜원씨와 10여 년 ‘절친’인 연극배우 김성녀씨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열로 뜨겁던 젊은 부부가 왜 농촌으로 가게 되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치 낙원에서 사는 것 같은 행복함이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라는 추천 글을 썼다.


혜원씨 부부를 만난 1박2일 동안 실컷 먹고 실컷 웃었다. 음식이 맛있어서 웃고, 계곡물이 너무 차서 웃었다. 민들레 씨앗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만 봐도 웃음이 터졌다. 헤어지려는 순간 혜원씨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랜드 언니들’이 며칠 뒤에 놀러 온단다. 10년 전 혜원씨가 이랜드 비정규 노동자 투쟁에 동참하면서 인연을 맺은 그 언니들이다. 도시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 산골마을을 찾는 걸 보면 아마도 이곳에 ‘큰 행복’이 숨어 있는 모양이다. 그들의 ‘작은 숲’을 떠나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된다. 


이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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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신간]

서른을 훌쩍 넘겨 서울 생활을 접고, 아무 연고도 없는 외딴 산골에 첫발을 디딘 용감한 여자가 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깊은 산골짜기 언덕 위의 집에 깃든 지 어느덧 5년. 그가 작은 텃밭과 골골이 이어진 산골짜기를 벗 삼아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글 쓴느 알콩달콩 재미난 이야기를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산지니·1만5,000원)’에 담았다. 산골에서 전해온 작은 행복 이야기는 고달픈 일상에 지쳐 아슬아슬 버티며 사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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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조혜원 지음 | 256쪽 | 15,000원 | 2018년 5월 11일

 

서른을 훌쩍 넘겨 서울 생활을 접고, 아무 연고도 없는 외딴 산골에 첫발을 디딘 용감한 여자가 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깊은 산골짜기 언덕 위의 하얀 집에 깃든 지 어느덧 5년. 작은 텃밭과 골골이 이어진 산골짜기를 벗 삼아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글 쓰는 알콩달콩 재미난 이야기를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에 담았다.  산골에서 전해온 작은 행복 이야기는 고달픈 일상에 지쳐 아슬아슬 버티며 사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찬찬히 되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 10점
조혜원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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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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