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꽃피우는 지역공동체 희망세상

 

희망세상은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로 발전하는 데 뜻을 같이하는 시민모임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주민들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고 인간존엄의 정신을 실현하여 따뜻하고 정이 흐르는 지역공동체 희망이 꽃피는 세상을 실현하려 한다. 세상사람 모두가 희망을 노래하는 그날까지.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지낼 때가 있었다. 어떤 삶을 살지 결정 못하고 선택을 미루고 있었다. 누구는 머리를 자르고 속세를 떠나 공동체의 삶을 선택하였고 취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K 선생을 처음 만났다. 선생 자신의 결혼식이 열린 모교의 금정회관이었다. 신부 측 하객으로 참석해서 신랑을 처음 대면했던 것이다. 그는 이후 반송에서 병원을 개원하였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마을을 가꾸는 일을 시작하였다. 그해 나는 취업을 선택하였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창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끔 반송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10년 직장생활을 끝내고 2005년 2월에 부산에서 출판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반송에서 해운대 구의원을 하면서 병원 일을 하는 K 선생을 다시 만났다. 1998년 창립하여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책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였다. 상업성을 선택하기보다는 주변의 살아 있는 이야기에서 기획 출판을 시작하자는 출판에 대한 나의 초발심이 제안의 배경이었다. 그리고 그해 10월 31일 『반송사람들』이라는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를 만나고 통화하며 괴롭히는 시간이 지속되었다.


『반송사람들』은 부산 해운대 반송 지역 주민들과 그곳에서 지역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가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루어가는 소중한 실천적 삶의 이야기이다.

『반송사람들』책소개 더보기


반송은 부산 변두리에 위치하며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부산시가 도심의 판잣집들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으로 실시한 집단이주정책으로 철거민들이 옮겨오면서 마을의 기본 틀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촌 동네, 못 사는 동네라고 은근히 멸시를 받아오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10월 진주에서 열린 제5회 전국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반송은 당당하게 최우수상을 차지하였다. 그 뒤에는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지역 활동 단체가 있었다.


『반송사람들』의 저자는 지역에서 개인의원을 열고 있는 의사이면서 1997년부터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지역 모임을 만들고 이끌면서 주민들과 함께 문화공동체, 자치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과 활동 내용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또 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 나서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는 것이 주민자치이며, 작은 지역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을만들기네트워크’ 공동의장이자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황한식 교수가 전문가의 시각에서 반송형 모델에 대해 계속 분발을 촉구하고 내용의 추천사를 써주었다.


그렇게 책을 내고 산지니는 8년차를 지나는 중견 출판사가 되었고 2005년에 ‘희망세상’으로 이름을 바꾼 반송형 모델은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아이들이 놀러오고 아줌마들이 수다 떨고, 할머니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아빠와 이이들이 함께 캠프를 하는 마을의 사랑방이 되었으며, 카페와 도시락사업을 하는 마을기업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윗반송에 있는 문화 공간 '느티나무도서관'

 

구체적으로 ‘희망세상’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월 10일, ‘희망세상’을 방문하였다.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 중인 ‘희망세상’ 김혜정 회장을 마을기업 카페 ‘나무’에서 만났다. 김혜정 회장은 1997년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질 때부터 실무로 일을 시작해서 이후 2005년 ‘희망세상’으로 조직의 이름을 바꿀 때도 그 중심에 있었으며, 지난 총회에서 ‘희망세상’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반송사람들』 출판기념회 때 얼굴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출산휴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활동을 다시 시작할 시점이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대면하게 되어 매우 반가웠다. 700명 조직의 수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고 부산문화계와 소통하는 짧은 시간을 가졌다.

카페 '나무'에서 마을공동체 '희망세상' 김혜정 대표를 만나다

카페 ‘나무’가 예술가와 접점을 찾고 아래반송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꿈꾼다는 김혜정 회장은 윗반송의 문화공간인 느티나무도서관이 희망세상의 대중화에 기여하였다면 카페 ‘나무’도 아래반송에서 대중의 관심 속에 확대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2011년 11월 17일 오픈한 카페 ‘나무’는 영산대학교 학생들과 아래반송 사람들이 중심입니다. 3월 개학하면 예술가들이 마을 카페 ‘나무’를 발표의 장으로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전시의 공간, 후루꾸의 반란을 꿈꾸고 싶습니다.”


또 다른 마을 기업으로 도시락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이사업이 반응이 좋다고 한다. 제법 수익도 나는 모양이다.


“날마다 소풍 도시락 사업은 20개 이상이면 반송 이외 지역에도 배달을 합니다. 안락동, 센텀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하루 80개 판매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하는 마을기업입니다.”


마을기업은 2012년까지 지원이 되지만 그 이후에는 자립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생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느티나무도서관은 회원 수 증가로 자생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부산지역의 예술가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등 부족한 점도 많기 때문에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고 또 지원도 필요해 보였다.


김혜정 대표

“마을 도서관에 사서가 있어 대출반납 기능이 작동되는 관리가 되어야 합니다. 부산시가 사서 인건비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강사료와 회원의 회비로 70만 원의 사서인건비 마련이 매우 힘든 실정입니다. 그리고 부산문화재단은 문화공간에 강사를 파견하는 강사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사립공공도서관에 대한 약간의 지원이 있어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원 700명의 회비가 실제적으로 큰 힘입니다.”


마을기업이라는 변화의 길을 선택한 희망세상. 2007년 NGO형 민간도서관이라는 선택으로 대중화에 성공하며 마을도서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지 5년. 갈 길이 멀지만 고민의 지점은 다른 마을도서관과 비슷하다. 공공도서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사서에 대한 유급지원이 필요하고, 예술가 등 강사의 지원을 통해 충실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회원이 많은 느티나무도서관도 그동안은 회원의 자발성이 무기였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주변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


마을기업 모델은 더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단순한 조직이다. 마을기업처럼 작은 규모의 기업이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다. 산지니라는 조그만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얼마나 경영이 힘든지 경험하고 있기에 카페나 도시락사업을 하는 마을기업이 잘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자유로운 개인의 연대와 협동을 통해 더 바람진한 사회와 도시, 마을을 만드는 총론에 동의하면서도 더 구체적인 전략과 성공사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15년을 버티며 성장한 풀뿌리의 힘을 믿고 싶은 마음이 걱정을 잠재운다. 스페인의 마을공동체 몬드라곤에 대한 책 두 권을 며칠 전에 읽었다. 몬드라곤은 기업 목표인 고용 창출을 위해 고객 중심(고객과의 전략적 협력), 발전(성장, 국제화, 시너지 효과 극대화), 혁신(혁신 경영, 기술 개발), 수익성(경쟁력 제고), 공동체 참여(기업의 책임), 협동을 하위 목표로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운동성과 사업성의 두 측면을 통일시키며 계속 성장하기 위해 미래세대를 위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토론을 하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반송형 모델도 부산지역사회와 발전방향을 함께 토론하며 고민을 함께 나누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이번 문화 생성지대 탐방을 통해 나 역시 대안 모색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강수걸: 산지니출판사 대표, 소통과창조를위한문화포럼 사무국장 역임

*부산문화재단 계간지 '문화공감'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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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 고층아파트 저지투쟁과 마을공동체 | 마을만들기 02

강수돌 지음
출간일 : 2010년 4월 26일
ISBN : 9788992235938
신국판 | 272쪽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로 충남 연기군 조치원에서 마을 이장을 하고 있는 강수돌 교수가 2005년 5월부터 조치원 신안1리 마을 이장을 하며 주민들과 함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운동을 해왔던 기록이다.



조치원 신안마을 이장 강수돌 교수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운동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로 충남 연기군 조치원에서 마을 이장을 하고 있는 강수돌 교수가 『나부터 마을 혁명』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고층아파트 저지투쟁과 마을공동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2005년 5월부터 강수돌 교수가 조치원 신안1리 마을 이장을 하며 주민들과 함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운동을 해왔던 기록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강수돌 교수는 1997년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부임하면서 1999년부터는 조치원 신안마을에 귀틀집을 짓고 살면서 ‘자연이 최고의 교과서’라는 믿음으로 세 명의 아이들을 시골에서 키웠고, 돈의 경영 대신 삶의 경영을 탐구하며 죽은 이론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실천을 추구해왔다.

 

조용하던 전원마을에 난데없이 밀려드는 건설, 투기 자본

전국의 개발 바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2005년 ‘행정도시특별법’이 통과하고 난 후 충청권에는 거대한 건설자본과 투기자본이 몰려 난개발을 일삼고 있었다. 조용하게 농사짓고 살던 신안마을도 그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 강수돌 교수가 조용한 단층 귀틀집을 짓고 살고 있던 시골 마을에 15층이나 되는 고층아파트가 1,120세대나 들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조상 대대로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온 논과 밭, 과수원과 구릉을 허물고 앞산 뒷산도 다 가리는 시멘트 흉물 덩어리를 세우는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강수돌 교수는 분노한다. 개발이나 성장이 진정한 삶의 가치일 수는 없다는 신념에서 강수돌 교수는 마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나는 대학 교수라기보다 마을 주민으로서 이 싸움에 온몸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에 살건, 내가 아끼는 마을과 자연이 처절하게 망가지는 것을 마냥 눈뜨고 볼 수 없었기에. 마을과 자연을 아름답게 지키자는 것, 이것이 출발점이고 종착점이다.(머리말 가운데, 7쪽)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기 이전 복사꽃으로 덮인 신안리 전원 풍경



내 삶의 주체로 나설 것인가 아니면 객체로 머물 것인가

물론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간도 없는데 굳이 내가 이 일에 뛰어들어야 하나, 내가 나선다고 확실히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대자본이나 건설회사와 싸워봐야 이기기 어렵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라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비록 힘든 일이 있더라도 지금까지 공부해온 것들이 바로 이런 삶의 현장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 해결하는 데 쓰려는 것이었다는 생각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투쟁에 뛰어든다.

결국 이것은 내가 내 삶의 주체로 나설 것인가, 아니면 거대 자본과 국가 권력이 휘두르는 횡포에 객체로 머물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것은 한마디로, 사람답게 제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억지로 목숨만 부지하며 살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했다.(19쪽)


시위, 소송, 싸움의 과정들

허위민원서에 근거해 아파트가 불가능한 땅을 가능하게 만든 연기군청 앞에서 일인시위

처음에는 주민들한테 설문지를 돌려 의견을 모은 후 군수에게 진정서를 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도저히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가 아닐뿐더러 도시계획상으로도 저층 위주의 생태적 대학문화타운에서 고층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지역으로 바뀐 데에는 주민들 이름을 도용한 가짜 서류가 결정적이었음을 밝혀냈다. 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들어섬에도 불구하고 1년에 차량이 1대씩 증가할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교통영향평가가 버젓이 아파트 승인의 근거서류가 되었다는 사실에 국가행정이 건설자본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연기군청, 충남도청 앞 시위, 청와대와 국회, 건설사 앞에서의 일인시위를 진행했다. 싸움의 과정에서 압도적인 주민들 지지로 이장직을 맡게 된 강수돌 교수는 이 모든 일을 주민들과 함께했다.

나는 우리 주민들과 함께 행정심판청구(2005년 7월)를 거쳐 두 가지 소송, 즉 도시계획 결정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과 고층아파트 사업 승인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걸었다(2006년 4월). 행정당국과 벌이는 법적 싸움이었다. 우습게도 시행사 측에서 선임한 변호사가 행정당국을 변호했다. 저들이 한통속임이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156쪽)


5년의 싸움, 그리고 그 이후

결국 아파트 반대 소송은 패소하고 2007년 1월부터 본격 공사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9년 하반기에 들어 건설자본은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말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온갖 탈법과 주민 이간질 등으로 시작된 고층아파트의 결과는 참담했다. 2% 분양률에도 못 미치고 자금이 돌지 않아 흉물 시멘트 덩어리만 남겨놓은 채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자본이야 손해를 좀 보고 떠나면 그뿐이지만 남겨진 시멘트 덩어리 때문에 주민의 환경권은 무참히 훼손되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비참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강수돌 교수는 눈앞의 흉물이나 진절머리 나는 일들에 대해서 유머와 위트, 농담과 익살로 넘기는 재치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흉물 덩어리가 연출하는 나름의 미학, ‘흉물의 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례로, 흉물 아파트가 지난 가을 늦은 오후, 석양의 해를 반사해줄 때 생각보다 아름다운 풍광이 드러나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게다가 우리 집에서 키우는 수탉이 ‘꼬끼오―― ’라고 울어 제칠 때 저 흉물은 또 한 번 ‘꼬끼오―― ’라는 메아리로 응답을 한다. 원래 메아리 울림은 깊은 산 속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것인데 저 시멘트 숲조차 ‘숲’이랍시고 우리 집 바로 앞에서 메아리 선물을 주고 있다.(207쪽)


마침내 망가지기 시작한 신안리 전원 풍경. 상징적이던 전나무 한 그루조차 곧 사라졌다

전망과 햇볕이 모두 가려지는 중인 아파트 인근 기존 주택들



생동하는 마을 공화국

아파트 공사를 막지는 못했지만 강수돌 교수는 이 싸움을 통해서 진정한 마을 주민이 되었음을 커다란 수확으로 여긴다. 마을 한쪽에서 조용히 살던 사람이 비로소 온전한 마을 주민이 된 것이다. 마을과 자연을 지키는 일에 마을 주민들이 혼신을 다해 함께 나서고 지키려고 했던 그 ‘과정’은 이후 생동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강수돌 교수가 이장 임기를 맡는 동안 신안마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2008년에 시작된 <신안리 골목축제>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는데, 마을 주민들과 이웃한 고려대, 홍익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자율적 문화창조와 공동체문화의 모범이 되고 있다. 마을회관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교실이 열리고, 작년에는 2,500여 권의 새 책으로 마을도서관까지 만들었다.

제2회 신안1리 골목축제에서 마당극을 공연하고 있다



마을 이장에서 마을 도서관장으로

강수돌 교수는 오는 6월이면 5년 동안의 마을 이장 임기가 끝난다. 2005년 6월부터 2년간 이장직을 맡은 후 재선되어 두 번째 임기를 맡게 되었는데, 이후 조례가 바뀌어 이장임기가 3년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총 5년 동안이나 이장을 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뜻밖인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무 연고도 없는 충남 조치원이 삶의 터전으로 정해진 일이고, 그 두 번째가 마을 이장이 된 것이라고 한다. 교수와 마을 이장. 얼핏 어울리지 않는 직함이기도 하다. 싸움이 한창일 때 건설사 측에서 “마을 사람들이 무식해서 교수가 마을 이장을 하느냐”고 하는 공격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마을 주민들은 “우리가 수준이 높아서 교수를 이장으로 뽑았다”고 껄껄 웃었다는 일화도 들려준다. 어쨌거나 자신의 삶에서 아주 특별한 기간이었다면 기간이었을 이장 임기를 끝내고 강수돌 교수는 이제 마을 도서관장으로 마을에 봉사하며 살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리고 이 책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5년을 정리한 것이다.


부록으로 풀뿌리 운동 매뉴얼 담아

이 책은 마지막에 「잘못된 개발 사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풀뿌리 운동 매뉴얼」을 싣고 있다. 강수돌 교수는 그동안 싸움의 과정에서 건설사나 시행사들이 철두철미한 매뉴얼을 갖고 움직인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이에 풀뿌리 운동의 관점에서 일정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정리했다. 예를 들면, 중요한 대화는 촬영 혹은 녹취해두어야 한다, 도청당할 수 있음을 주의하라, 언론을 통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라 등 117개 항목에 걸쳐 상세하게 제시하는 이 매뉴얼은 비슷한 싸움을 계획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저자 : 강수돌(姜守乭)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및 석사를 마치고 독일 브레멘대에서 노사관계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및 미국 위스콘신대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연이 최고의 교과서’라는 믿음으로 세 명의 아이들을 시골에서 키웠고, 아침마다 부춛돌 잿간에 똥을 누고 ‘똥아, 잘 나와 고마워’라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돈의 경영 대신 삶의 경영을 탐구하고, 죽은 이론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실천을 추구한다. 2005년 5월부터 조치원 신안1리 마을 이장을 하며 주민들과 함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운동을 해왔다.
저서로 『나부터 교육혁명』,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공저), 『살림의 경제학』,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일중독 벗어나기』 등이 있으며, 역서로 『세계화의 덫』이 있다.


 
 차례

제1부 적극 나설 것인가, 모른 체할 것인가

내가 먼저 나설 것인가, 아니면 구경만 할 것인가
마을 사람들의 초기 심리 상태
저항을 방해하려는 시도들
일인시위 과정에서 새롭게 느낀 점들


제2부 함께 싸우면서 진짜 주민이 되다

대학 교수가 마을 이장이 되던 날
군수 면담, 도지사 면담과 마을 주민의 투쟁
허위민원서를 둘러싼 음모들
전화폭력 사건과 해프닝


제3부 투쟁이 남긴 상처, 연대와 사랑으로 치유하다

폭설이 내린 뒤 충남도청으로 도지사 항의 면담 가던 날의 상처
새 도지사가 아파트 승인 내준 뒤 데모하던 날
세 종류의 재판 과정에서 느낀 것들
아파트 단지 정착으로 예상되는 사회적 분열
공사 중단 이후의 흉물 아파트
제4부 생동하는 마을 공화국이 희망이다
마을 공동체 복원을 위한 다른 시도들
이장 생활 5년 이후의 계획
‘아파트 공화국’에서 ‘삶의 질 공화국’으로 큰 변화가 필요하다!

<부록> 잘못된 개발 사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풀뿌리 운동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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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 10점
강수돌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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