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산지니 소식 57호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월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도 빨라진다는 말이 있더군요.


여러분 모두 1월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그 속도가 느렸든, 빨랐든

지나간 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그리고 다가올 시간도
행복으로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겨울에 태어난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올해도 산지니는 독자 여러분과 알찬 한 해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책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풍족해지기를 바라며,


여러분을 기다리는 새로운 책들을 소개합니다.

(표지 사진을 누르시면 책 소개 페이지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걷다(개정판)
조갑상 지음ㅣ신국판 302쪽ㅣ16,000원

소설의 배경이 된 부산을 직접 걸으며 숨어 있는 이야기와 새로운 풍광을 만나는 시간! 『이야기를 걷다』가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을숙도, 갈대숲을
거닐다
이상섭 르포산문집
이상섭 지음ㅣ46판 232쪽ㅣ13,000원
맛집과 관광지로만 만나던 부산은 없다. 다양한 사연이 새겨진 골목,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부산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정문숙 수필집
정문숙 지음ㅣ국판 214쪽ㅣ13,000원
늦깎이 여성 작가 정문숙의 수필집. 독자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진솔한 문체가 돋보인다. 작품 속에는 여성의 삶, 작가의 삶이 가득 묻어 있다.
우리들, 킴황은덕 소설집
황은덕 지음ㅣ국판 240쪽ㅣ13,000원

"이 세상의 습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잘못한 걸까?" 미혼모와 입양아의 굴곡진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소수자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김영진 지음ㅣ신국판 376쪽ㅣ25,000원
문헌학, 역사학, 철학으로 접근한 중국의 근대불교학!
새로운 학문의 생성과 발전은 민중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노루똥정형남 소설집
정형남 지음ㅣ국판 232쪽ㅣ13,000원

메마른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슴을 적시는 고향의 정취와 끈끈한 정으로 맺은 인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구텐탁, 동백아가씨
정우련 산문집
정우련 지음ㅣ국판 260쪽ㅣ13,000원
"젊은 날의 내 앞에는 언제나 힘든 일상이 떡 버티고 있었다." 산문집으로 돌아온 정우련 작가가 말하는 '외롭고 쓸쓸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

진경옥 지음ㅣ신국판 304쪽ㅣ19,800원
평범하거나, 화려하거나.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영화 의상의 역할은 무엇일까? 캐릭터의 완성과 영화 스토리까지 책임진다, 영화 속 패션의 모든 것!
명랑한 외출김민혜 소설집
김민혜 지음ㅣ국판 238쪽ㅣ13,000원

작품 속에는 범어사, 해운대, 아쿠아리움 등 낯익은 장소들이 등장한다. 인간관계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는 2월 8일부터 2월 11일까지

산지니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타이베이로 북 투어를 떠납니다.

이름하여 <타이베이 어둠여행>!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책에 나온 공간들을 답사하고

화려한 도시 뒤에 숨은 이야기를 만나보게 됩니다.

역자분들의 가이드로 한층 더 풍성해질 북 투어!

참여는 못해도 마음은 언제나 함께인 분들을 위해

북 투어에 대한 링크를 올리며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산지니 책들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고요,

산지니 출판사를 통한 직접 구매
*도 가능합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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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국제신문에 김민혜 소설집 『명랑한 외출』 기사가 올라왔네요!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어도 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네요^^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요?

아마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는 조금씩 결핍된 것들이 있을 거예요.

그 결핍의 공허함과 관계의 단절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김민혜 작가의 소설집 『명랑한 외출』!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결핍된 자들의 ‘명랑한 외출’

신인작가 김민혜 첫 소설집, 가족의 해체 냉소적으로 다뤄

 

 

부산의 신인 소설가 김민혜는 첫 소설집 ‘명랑한 외출(산지니·사진)’에서 가족의 위기와 해체를 집요하게 다룬다.

 

소설의 표제작 ‘명랑한 외출’의 주인공 정희진은 미혼모다. 희진은 자신이 힘들 때 헌신적으로 도와준 경찰의 아이를 가졌다. 이혼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상대는 막상 희진이 아이를 갖자 싸늘해지고, 양육을 감당하지 못하는 희진은 아이를 버릴 결심을 한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밤낮없이 희진의 방문을 두드리는 집주인 할머니도, 병든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는 희진의 애인도 그리고 희진 자신도 ‘가족의 안온함’이라고는 알지 못한다.

 

‘정크 퍼포먼스’의 박주원은 한때 제법 잘 나가는 종묘상이었지만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다. 부동산을 처분해 아들과 아내를 외국으로 보낸 그는 각종 통조림으로 연명하며 좀비처럼 산다. 어느 날 새벽 거리를 헤매다가 길에서 지폐가 가득 든 상자를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오지만, 막상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  ‘고물 행위예술가’ 문시우와 의기투합해 알몸에 지폐를 잔뜩 붙이고 대낮 거리로 나서는 희한한 퍼포먼스를 벌인다.

 

범어사 근처에 사는 신비한 화랑 여주인이 등장하는 ‘범어의 향기’ 말고도 ‘물속의 밤’ ‘마블쿠키’ 등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패턴이 반복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유사한 결핍을 앓고 있다. 태생부터 가족은 부재했고, 주인공들은 그 부재를 메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김민혜의 작품에서 가족이란 그저 믿고 사랑하는 존재, 함께 사는 구성원이 아니다. 그것은 정당하든 부당하든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단위이자 최후의 단위이며, 가족의 결핍과 해체란 자본주의의 모순에 기인하는 동시에 병폐를 가속화한다. 돈을 몸에 덕지덕지 붙이는 질 낮은 퍼포먼스로, 아이를 버린 직후 입가에 흘리는 엄마의 미소로 작가는 그 병폐를 비웃는다.

 

신인 작가가 귀한 지역 소설 문단에 새로운 얼굴과 용기는 눈에 띄게 마련이다. 27년 교직 생활을 하다 소설을 쓰려고 직장을 그만둔 김민혜는 2015년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고, 늦깎이 경력을 보충하듯 속도를 붙여 첫 번째 결실을 내놓았다. 


그는 “독자의 반응이 조금씩 오는데, 대개 ‘작품 속 시선이 너무 냉정하다’는 것이라서 당황했다”고 웃었다. 그는 “사막 끝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소설가라는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신귀영 기자

 

기사 링크 

 

 

 

명랑한 외출 - 10점
김민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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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

 

산지니의 신간, 김민혜 소설집 『명랑한 외출』 관련 기사가 두 편 실렸네요!

평범한 삶과 보통의 행복을 바라던 사람들의 머리 위에 드리운 유리천장.

보통의 삶조차도 포기하게 만든 유리천장은 왜 생긴 걸까요?

외면 때문에, 무관심 때문에, 그리고 또 어떤 이유로...

우리 사회에 자리한 짙은 그늘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민혜 소설집 『명랑한 외출』!

 

궁금하시다면 지금 바로 읽어보세요!

 

***

 

 

[이 주의 새 책] 왕이라는 유산 外

 

■명랑한 외출 

가족과의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어 외로운 기러기 아빠, 아이와 현실 사이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미혼모, 모국의 품에 끝내 안기지 못한 한국계 입양아…. 부산의 정서를 품은 김민혜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범어사와 해운대, 아쿠아리움 등 낯익은 장소를 배경으로 심리적 절벽에 이른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김민혜 지음/산지니/238쪽/1만 3000원. 

 

부산일보 박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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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책]'인문학 이펙트'·'소리 질러서 미안해' 外

 

◇'명랑한 외출'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민혜씨의 첫 소설집이다. 2015년 '월간문학'에 당선된 '물속의 밤', '동리목월'에 당선된 '정크 퍼포먼스'를 비롯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발표한 소설 8편이 묶여 있다. 오랜 시절 작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의 정서가 작품마다 녹아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범어사, 해운대, 아쿠아리움 등이 소설 속의 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러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작가는 관계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가족과의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어 외로운 기러기 아빠('정크 퍼포먼스'), 아이와 현실 사이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미혼모('명랑한 외출'), 모국의 품에 끝내 안기지 못한 한국계 입양아('케이트'), 열등감과 의심 사이에서 망가져버린 부부('아내가 잠든 밤') 등 심리적 절벽에 이른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의 비극을 묘사한다. 238쪽, 산지니, 1만3000원.

 

뉴시스 신효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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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주의 새 책] 한국 산문선 1~9 外

 

■명랑한 외출 


소설들은 모성과 가족에 시선을 집중한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천착과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집요한 응시를 통해 인간의 선택과 욕망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표제작을 비롯해 '정크 퍼포먼스' '범어의 향기' 등 8편의 소설을 실었다. 김민혜 지음/산지니/237쪽/1만 3000원.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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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외출
김민혜 소설집

 

 

▶ “그녀는 문득 바다로 가고 싶었다.
몇 시간이고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다.”

 

부산의 정서를 품은 김민혜 작가가 그려내는
여덟 편의 외로운 이야기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민혜의 첫 소설집 『명랑한 외출』이 출간된다. 2015년 『월간문학』에 당선된 「물속의 밤」, 『동리목월』에 당선된 「정크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발표한 여덟 편의 소설이 묶여 있다. 오랜 시절 작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의 정서가 작품마다 녹아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책을 읽다 보면 범어사, 해운대,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낯익은 장소들이 소설 속의 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러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김민혜 작가는 관계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가족과의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어 외로운 기러기 아빠(「정크 퍼포먼스」), 아이와 현실 사이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미혼모(「명랑한 외출」), 모국의 품에 끝내 안기지 못한 한국계 입양아(「케이트」), 열등감과 의심 사이에서 망가져버린 부부(「아내가 잠든 밤」) 등 심리적 절벽에 이른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의 비극을 묘사하고 있다.

 


▶ “모두가 자신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표제작이기도 한 소설 「명랑한 외출」에는 한 미혼모가 나온다. 평생 애정과 관심을 갈구했던 여자가 있다. 부모에게도, 마지막 희망이었던 한 남자에게도 버림받은 그녀 옆에는 남자가 남긴 유일한 혈육인 아이만이 있다.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애정을 주는 아이를, 그녀는 마지막 외출에서 함께 간 동물원에 버려두고 돌아온다. 아이에 대한 미련과 죄책감을 뒤로하고 그녀는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 오롯이 자신을 향해 쏟아질 사랑만을 갈구하며 다시 명랑한 모습으로 외출한다.

백화점에서 습관적으로 아이 옷을 집어들 만큼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모성을 외면하고 그 손을 놓아버리는 여자의 모습을, 과연 우리는 비난할 수 있을까?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우리의 양심은 과연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질까? 김민혜 작가는 오래된 무관심과 외면 가운데 퍼진 현대 사회의 비극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 행복을 꿈꾸던 사람들의 쓸쓸한 뒷이야기

 

작품 속의 인물들이 바란 것은 평범한 삶이었고 행복이었다. 보통의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정크 퍼포먼스」, 「마블쿠키」)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나기를 바랐으며(「범어의 향기」) 남들만큼만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다(「명랑한 외출」). 또 기억에도 없는 모국을 그리워했고(「케이트」)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기를 바랐다(「물속의 밤」, 「아내가 잠든 밤」, 「인터미션」). 인물들이 가진 보통의 꿈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좌절되었고, 마지막까지 그들의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인물들은 유리천장 너머의 행복을 바라보며 분노하거나 체념하거나 도망친다.

그런 가운데 끝내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 있다. 「인터미션」의 주인공인 연극배우 ‘홍정아’다. 무대 위에서 불같이 타올랐다가 공연 종료와 함께 끝나버린 짝사랑에 괴로워하던 그녀는 룸메이트인 베트남 여인 프엉의 생활을 망상으로 좇으며 자신의 사랑도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는 꿈을 꾼다. 지극히 정신승리에 가까운 그녀의 행동이 ‘시련의 극복’처럼 보이는 것은 다른 인물들의 지독히도 쓸쓸한 마무리 탓이리라.

 

 

▶ 현대 사회의 오래된 흉터, 짙은 그늘을 말하다

 

현대인들은 저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상처를 묻어두고 살아가고 있다. 가깝게는 가족이나 연인이, 그 뒤로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가 입힌 오래된 상처를 모른 척 숨기는 동안 그의 자아는 끝 간 데 없이 내몰린다.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꾹꾹 눌러 숨겼던 아픔은 어떤 계기를 만나 한순간에 터져 나오게 된다. 김민혜 작가는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에 표출되는 비인간화를 놓치지 않고 작품에 담아냈다.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지는 손가락질에 둘러싸여 있다. 사회는 그들을 여성 혹은 남성이라서, 아이 혹은 어른이라서, 젊거나 혹은 늙었다는 이유로 몰아세운다. 핀치에 몰린 그들은 다시 누군가를 몰아세우며 스스로를 보호할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현대 사회의 짙은 그늘은 퍼지고 있다. 상처를 감추고 스스로를 속이는 동안 자아로부터 유리된 외로운 현대인들은 오늘도 그늘을 감추며 외출에 나선다, 명랑한 모습으로.

 

 

 

책속으로 / 밑줄긋기


pp.20-21. 아내는 유난히 웃음이 많은 여자였다. 별로 우습지도 않은 일에도 재미있다는 듯 목젖이 보이도록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웃고는 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아내의 웃음이 불러들이는 듯했다. (…) 그러던 아내의 웃음이 서서히 사라진 것은 아들 녀석의 성적이 아내의 기대만큼 따라 오지 못해서였다.

 

p.58.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호소한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점점 세상이 어두워지는 것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심정은 어떤 것일까? 금샘의 물고기처럼 퍼덕이며 범어사의 향기를 품었던 그녀야말로 다음 취재의 대상이 될 거였다.

 

p.70. 남부럽지 않은 가정과 실력과 미모를 갖춘 그 애가 은근히 미웠다. 청소용품이 들어 있는 창고를 뒤져 락스를 들고 왔다. 그 애가 잠들고 나자, 선반에 올려놓은 그 애의 콘텍트렌즈 케이스를 집어 들었다.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렌즈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식염수는 창문 밖으로 버렸다. 그 안에 락스를 채워놓고 렌즈를 다시 넣었다.

 

p.109. 보이지 않는 다수의 적에 홀로 대항해야 했던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과 억울함이 칼끝이 되어 온몸을 찔렀다. 케이트의 혼은 지금 어디쯤 떠돌고 있을까?

 

p.129. 그녀는 종종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왔다. 차라도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얘기나 나누자고 했다. 그녀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애절하게 들렸지만 나는 묵살해버렸다. 분노와 고독감이 밤마다 나를 삼킬 듯 덤벼들었지만 여전히 그녀를 만나는 일은 꺼려졌다.

 

pp.164-165. 아내는 오랜 시간 집 속의 버려진 물건들처럼 서서히 썩어갈 것이다. 십 년 뒤나 이십 년 뒤에 집이 삭아서 쓰러질 때 아내도 같이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차도 저 멀리에 화려한 불빛이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불쑥 나타났다.

 

p.192. 비에 젖은 나무들이 바람에 갈기를 세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창밖으로 보였다. 사나운 짐승 울음소리를 내며 숲을 집어삼킬 듯 회오리쳤다. 왜 간호사는 자신에게 가족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여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p.212. 극단에 있을 때 가슴앓이를 한 사랑은 피지도 못하고 하릴없이 스러져버렸다. 고백조차 못한 사랑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버렸다. 이대로 내 삶의 막이 내려간다는 생각을 하니, 억울함과 분노가 밀려왔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고백이라도 하고 싶었다.


 

저자 소개

 

김민혜


1963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2015년 「물속의 밤」을 󰡔월간문학󰡕에, 「정크 퍼포먼스」를 󰡔동리목월󰡕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정크 퍼포먼스
범어의 향기
명랑한 외출
케이트
물속의 밤
아내가 잠든 밤
마블쿠키
인터미션

 

해설: 다양한 가능성의 탐색_송명희
작가의 말

 

 

김민혜 소설집

명랑한 외출

 

김민혜 지음 | 238쪽 국판  | 13,000원 | 978-89-6545-451-9 03810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민혜의 첫 소설집. 오랜 시절 작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의 정서가 작품마다 녹아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책을 읽다 보면 범어사, 해운대,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낯익은 장소들이 소설 속의 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러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김민혜 작가는 관계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명랑한 외출 - 10점
김민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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