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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이 변하지 않는 건… 전태일 열사가 꼽은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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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봉제공장) 천장 높이가 1.5미터밖에 안 돼 모두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해야 합니다. 원래는 3미터 높이였는데 사장들이 임대료를 줄이고 돈을 많이 벌려고 절반을 막아 2층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중략) 통풍도 안 되고 환기장치도 전혀 없으니 원단에서 풍기는 코를 찌르는 포르말린 냄새며, 옷감을 재단하고 옷들을 만들면서 끝없이 일어나는 실밥 먼지는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중략) 서너 시간만 일해도 먼지가 앉아 머리가 허옇게 되고, 도시락을 펴놓고 첫 숟가락을 넘기기도 전에 밥에 먼지가 허옇게 내려앉아 먼지 밥을 먹는 실정입니다. 그런 먼지 구덩이에서 날마다 14시간씩 일을 하다 보니 기관지염·진폐증·폐결핵·각종 눈병들이...” 조정래 소설 『한강』 중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당시 22세)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자 근로기준법 법전을 들고 분신자살하며 대한민국 노동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그의 마지막 외침처럼 그의 죽음이 일으킨 파장은 실로 대단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치하에서 ‘반독재 타도’에 집중했던 지식인들의 관심을 참혹한 노동환경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었고, 실제로 일부 대학생들은 공장에 취업해 노동조합 조직을 꾀하거나 야학을 만들어 노동자의 권리 의식 고취에 힘썼다. 노동운동의 기점을 전태일 분신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실로 대단한 변화였다.

사람다운 노동환경 마련을 위해 초의 심지를 자초하며 빛으로 스러진 전태일. 그의 삶은 그 시대 대다수가 그랬듯 숙명적 가난의 연속이었다. 해방 정국 소용돌이 속(1948년)에서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나 12살 때부터 동대문 시장에서 삼발이 장사로 생계를 꾸렸고 1965년(당시 17살)에는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했다. 하루 14시간을 힘겹게 일했지만, 하루 일당은 고작 50원(월급 1,500원가량). 당시 다방 차 한 잔 값이 5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착취와 다름없는 대우였다. 다만 손재주가 남달라 비교적 빨리 시다에서 미싱보조로 승급하면서 월급도 3,000원으로 올라 가난으로 흩어졌던 가족들도 다시 모을 수 있었고, 학업을 꿈꾸는 등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과의 안락한 삶을 위해선 다른 직공들이 노동 착취당하는 삶에 눈감아야 했는데, 그런 현실은 전태일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열두세 살의 어린 직원들이 점심을 굶어가며 하루 14시간 노동에 일당 70원을 받고 일하는 모습이 그의 가슴에 격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결국 전태일은 불합리한 노동환경 변화에 앞장섰지만,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 멈춰 섰는데 소설 『한강』 속 전태일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손꼽는다. 첫째는 사장들의 탐욕 둘째는 당국의 무관심 셋째는 제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노동자. 이런 이유에서 소설 속에서 전태일은 “(공장에서 일하는) 공원들이 제 밥을 제 손으로 찾아 먹으려고 덤비지 않는데 그 사장들이 너희들 밥 여기 있으니 더 먹어라 하겠냐? (중략) 공무원들은 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무 관심도 없어. 왜 그럴까? 그것도 우리 공원들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들고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야. 우리가 사람답게 사는 길은 단 하나, 우리도 사장들처럼 똘똘 뭉쳐야 해! 뿔뿔이 흩어져 자기 혼자만 살 궁리를 하면서 짐승처럼 짓밟히고, 종처럼 천대받을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일치단결해서 들고일어나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해”라고 말했다.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 그 단결을 이뤄낸 전태일 열사. 그의 삶과 죽음의 의미는 두고두고 전해지고 있는데, 특별히 5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열한 개 출판사가 뜻을 모아 총 열한권의 책을 선보인다. ▲오랜 싸움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여기, 우리, 함께』(갈마바람) ▲인간 존엄을 위한 기본소득을 다룬 『무조건 기본소득』(리얼부커스) ▲중국 여성노동자의 삶을 그린 『우리들은 정당하다』(나름북스) ▲노동의 가치와 연대의 힘을 그린 『작은 너의 힘』(비글스쿨) ▲회사를 상대로 노동조합을 지키는 노동자를 그린 『어느 돌멩이의 외침』(철수와 영희) ▲노동인권수업 방식을 소개하는 『노동인권수업을 시작합니다』(학교도서관저널) ▲진보정당의 궤적을 성찰하는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산지니) ▲전태일의 생애와 현세대 청년들의 삶을 엮은 『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한티재) ▲전태일문학상 수상작을 모은 『JTI 팬덤 클럽』(북치는 소년) ▲전태일 평전 독후감인 『읽는 순서』(아이들은자연이다) ▲전태일을 그린 그래픽노블 『스물셋』(보리).

전태일재단 측은 “2020년 2월 19일 전태일재단과 열한 개 출판사가 연대 협약을 맺고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는 데 서로 연대하기로 했으며, 도서마다 인세 1%를 전태일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며 “이 책들은 2018년 11월부터 출판사들이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의 뜻을 모아 1년 6개월 동안 준비한 끝에 출간됐다. 우리 시대의 전태일들인 독자들께 이 책들을 바친다”고 밝혔다.

오늘날의 노동 현실은 50년 전 전태일 열사의 바람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책에서 답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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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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