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 서평이 크게 떴습니다.  '부시도 아니고 오바마인데, 미국 왜 이러나?'(링크) 라는 제목입니다.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는 영국 식민지로부터 독립하여 지금의 초강대국이 되어 있는 미국이 건국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견지해오고 있는 외교정책의 실체를 밝힌 마이클 헌트(Michael H. Hunt) 교수의 저작입니다.

한국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수많은 미국 관련 저작들이 번역 소개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지극히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마이클 H. 헌트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어김없이 유엔기와 성조기를 들고 시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한편에서는 ‘반미출정가’를 부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 책은 미국적 가치를 무조건 추종한다거나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특정 입장에서 벗어나 진실을 추구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마이클 헌트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조차도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에서 다루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과연 세월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적 경험의 차이까지 초월해서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한국인들의 관심사에도 타당하게 적용되는지(저자 서문에서...)” 검증하고, 비판적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때, 역사학자인 저자가 역사학적 통찰을 통해서 현실주의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밝혀주는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교정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번역하는데만 2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2008년 책이 출간됐을때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판매는 기대에 못미쳐 많이 안타까웠는데, 늦게나마 이렇게 책의 가치를 알아주시는 독자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얼마전 <시사인>의 책소개 코너인  '아까운 걸작'에 소개되기도 했답니다.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시사인 145호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 - 10점
마이클 헌트 지음, 권용립.이현휘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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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 한국의 독자들은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을 좋아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촘스키를 검색해보니 무려 85권의 책들이 줄을 서 있다. 그러나 미국 학계에 촘스키나 하워드 진만이 있는 것은 아닐 터.

마이클 H.헌트 지음, 권용립 이현휘 옮김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를 번역한 권용립, 이현휘 교수들의 문제의식은 우리 한국의 일반 독자들이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처럼 미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학자들의 책만 편식한다는 데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그간에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정치와 한국외교를 둘러싼 모든 논쟁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미국이 있는데, ‘미국은 한국의 혈맹’이라는 냉전시대의 친미적 대미 인식을 탈냉전 시대에 맞게끔 교정하려는 욕구 때문에 미국의 오만과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책들이 우선 번역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통과 본성을 탐색해온 중후한 저작들보다 미국 외교의 현상을 서술하고 도덕적으로 단죄하는 저널리즘적 저작이 미국 관련 번역서의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 역자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마이클 헌트가 쓴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는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미국 외교의 바탕을 성찰한 책이다. 건국 이후 미국 외교를 지배해온 세 가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미국을 움직여왔는지를 국제정치학과 역사학을 배경으로 서술한다.

사실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냉전이 끝나기 이전인 1980년대 중반이다. 20년도 훨씬 더 지난 이 책을 출간하기로 한 것은 200년도 훨씬 더 넘게 지속되어온 미국 외교의 이데올로기가 20년 만에 바뀔 리가 없기 때문에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2008년에 출간한 책이 햇수로 삼 년째인데, 그동안 미국은 공화당 부시정부에서 민주당의 오바마정부로 바뀌었다. 오바마가 집권하면 미국이 바뀔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변함없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면 이 책을 들춰보기 바란다.


* <시사인>145호에 실린 권경옥 편집자의 글입니다.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 - 10점
마이클 헌트 지음, 권용립.이현휘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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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마바 상원의원이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리더로 뽑은 미국, 부시 재임 기간 동안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나라로까지 추락한 미국이 과연 변할 수 있을까요? 미국 정치외교 전문가 권용립 교수의 답은 '안 변한다'입니다.

마이클 헌트 지음, 권용립 이현휘 옮김, 신국판 값20,000원


변하지 않는 미국 외교의 바탕을 파헤친 책 <이데올로기와 미국외교> 에서도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 외교의 세 가지 이데올로기
첫째, '미국은 항상 위대하다'는 국민적 자의식
둘째, '인종 간에는 위계적 서열이 있다'는 인종주의
셋째, '급진주의와 혁명은 위험하다'는 반급진주의가
지난 200여 년간 미국 외교를 어떻게 끌어왔는지를 대중적 역사학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서술한 책입니다.


부산일보에 소개된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권용립 교수와의 '오바마발 변화'에 대한 일문일답입니다.

-미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당선됐습니다. 그는 줄곧 '변화'를 주창해왔는데, 그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은 아시다시피 전형적인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공화국 아닙니까. 존 F 케네디가 백인끼리 가톨릭 교도로서 개신교와 싸웠다면, 버락 오바마는 흑백경쟁을 했지요.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승리하면서 '인종장벽이 무너졌다'고 했는데, 과장되었습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미국은 딴 나라가 될 것이다? 천만에요. 흑인이어서 되레 흑인을 위한 정치를 하기 어려울 것이고, 오바마는 명백히 백인 어머니를 두고 있어 한국에서는 흑인계라지만 미국에서는 엄연히 흑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미국의 역설적인 특징입니다. 그것을 읽어야 합니다. 미국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습니다. 오바마는 하나의 '상징'일 수 있습니다.

권용립. 현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서로 '미국의 정치문명' '미국 대외정책사'와 역서로 '이데올로기와 미국외교'(2007,산지니)가 있다.



- 오바마가 '상징'이라면, 오바마 또한 지배계급에 의한 허위의식인 '이데올로기'입니까.

당분간은 인종차별이 잠복하겠지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작은 인종분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바마를 미국 사회가 선택한 것은 케네디와 마찬가지로 오바마에게서 개인적인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매력(charm)이 있는 것이지요. 미국 외교를 지배하는 정책이 있는데, 오바마가 당선되었으니 인종 간 위계질서를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은 위대하다', '혁명은 위험하다'라는 이데올로기는 유지될 것입니다. 20세기 들어와 미국 대통령을 지냈던 윌슨 이후 '도덕주의적 국제주의'가 미국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가 세계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인데,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역시 이 같은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윌슨은 민주당이고, 민주당은 역사에서 볼 때 '도덕주의적 국제주의'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더 많이 일으켰고, 공화당은 그렇지 않은데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것은 좀 예외적인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의 '변화' 가능성이 없다는 말씀인데, 그의 외교 정책 혹은 우리가 관심 갖는 대북 정책과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이며, 부산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오바마 외교팀은 '도덕주의적 국제주의'라는 이름으로 다르푸르 사태 같은 국제적 학살이나 아프리카 빈곤 문제 등에는 적극 개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크게는 아프리카 빈곤, 지구온난화, 이라크 등 중동사태의 세 갈래를 외교의 중심으로 삼을 것입니다.

북한핵 등 핵문제에 대해 부시보다는 유연한 자세(stance)를 취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업그레이드에 나설 것이며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틈새에 맞을 때 북한과 이란을 인정할 것입니다. 북한의 태도가 중요한데, 오바마 미국의 우선 순위는 북한이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가 될 것입니다. 북핵을 주시할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와는 엇박자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량살상무기 등의 문제가 생기면, 민주당이 20세기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을 대부분을 일으켰듯 오히려 부시보다 강경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한·미 동맹은 10년 전부터 광역동맹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주한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유사시 신속히 미군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이 광역동맹입니다. 중국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정부 입장이 퍽 곤란하겠지요.

한·미FTA는 선거가 그렇지 않습니까, 보통 선거에서는 150% 정도 과장되게 마련인데 오바마가 미국 자동차노조의 지원을 받았다지만 한·미FTA가 깨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FTA 같은 이슈는 사실 정부보다는 연방 의회의 역할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산과의 관계를 말씀하셨는데, 아시다시피 미국 정부는 도시나 농촌의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 문제는 주정부에서 할 일이지요. 연방 차원에서는 국가 간의 정책이 중요합니다.

부산일보 임성원 기자 forest@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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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1989년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정권 붕괴 이후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도 미국 월가의 몰락으로 종말을 맞게 되었습니다. 시장이 만능이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포장한 채 경제적 패권을 휘두르던 미국의 지위가 한순간에 추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추락하는 제국』 (원제: America's Failing Empire)은 냉전이 끝난후 15년간의 미국 외교정책을 그 이전 40년과 연관시켜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냉전이 끝나던 무렵 정권을 잡은 조지 H. W. 부시(시니어 부시) 정부에서부터 클린턴을 거쳐 현재의 조지 W. 부시(주니어 부시) 정부 1기에 이르기까지의 미국 외교정책이 그 내용입니다.

1989년, 미국은 냉전에서 이긴 승자였습니다. 하지만 승리의 진정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미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렸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군사력보다는 경제력을 갖춘 국가들에 의해 미국의 위상이 점점 빛을 잃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데만 관심을 보였습다.
 
이후 약 10년간 이런 우려는 잠잠해졌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졌지요.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에 가해진 공격으로 미국 외교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대응은 세계 여러나라로부터 불신을 샀습니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국은 그야말로 제국의 자리를 차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고 제국다운 역할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이념 전쟁이 마무리된 이후 세계가 미국에게 기대한 것은 아마도 인류 보편적 가치의 확산이었고 그로 인한 세계의 안정과 평화였을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 계층, 이념 간의 갈등 해소 및 화해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적 패권을 추구하고 일방적인 힘의 행사에 주력한 나머지 세계 주도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실패국가로 치닫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국 외교의 산실, 백악관


서문은 이차대전 이후부터 냉전 종식 시점인 1989년까지의 상황을 간략하게 다룹니다. 종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가 수립되는 과정과 냉전 시대를 떠받쳤던 미국 외교정책의 기조를 엿볼 수 있습니다.

1장에서는 갑자기 닥친 냉전 종식의 상황과 그로 인해 크게 변화된 정치, 군사, 외교적 지형 속에서 외교 전문가인 부시와 그의 보좌진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천안문 사태를 일으킨 중국과의 문제, 1차 걸프전과 같은 굵직한 사건에서부터 유고 연방들 간의 분쟁, 파나마 사태, 아이티와 소말리아 문제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제문제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봉쇄’는 냉전 시대의 외교 원칙이었습니다. 이제 그 원칙이 가치를 상실함에 따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이론이 필요했고 더불어 국제적 지형 변화에 따른 미국의 새로운 역할론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2장에는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3장부터 5장까지는 클린턴 행정부 시대의 외교정책을 다루었습니다.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경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긴 나머지 외교가 크게 위축되었고 그로 인해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써 당연히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마저 포기한 시기로 규정됩니다. 특히 인도주의적 개입 문제에 소극적 반응을 보인 정부의 처신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아울러 외교를 경제와 국내 정치 문제에 종속시킴으로써 냉전 이후 신국제질서 확립을 위한 외교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6장부터 8장까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시기의 키워드는 역시 테러와 전쟁입니다. 9·11 테러를 비롯하여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그리고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가들과의 끊임없는 긴장관계가 이어진 시기입니다. 정책 결정권을 가진 몇몇 인사들의 편협한 민족주의 의식이 빚어낸 상황들이었습니다. 때마침 등장한 네오콘이라는 새로운 이념 집단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이 민족주의자들의 힘을 빌렸고 민족주의자들 역시 네오콘으로부터 이론적 논거를 제공받음으로써 일방주의적 정책이 더욱 빈번하게 저질러졌습니다. 그 과정과 내막을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현재 임기말이 다가오고 있는 주니어 부시에 대한 평가를 대단히 부정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부시 집권 1기 동안은 냉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고 20세기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의 국가 위상과 국민의 위상이 추락한 시기로 봅니다.


부시가 임기를 시작하면서 구성한 외교팀은 케네디 정부의 외교팀에 버금가는 ‘최상의 진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채택한 정책은 미국을 재난 직전의 상태까지 가게 했다고 말합니다.

부시의 외교팀은 알카에다와 빈 라덴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고 소위 불량국가의 위협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던 9·11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고 그로 인해 파멸을 불러오고야 말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9·11 이후에도 모든 국력과 국가의 에너지를 사담 후세인 제거에 집중시킴으로써 이라크 전쟁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수많은 우방을 잃었고 악당으로 인식되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막대한 반감만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입니다.

결국 부시 외교팀은 전후 이라크 상황을 오판함으로써 미군을 자신들이 파 놓은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다고 평가합니다.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중동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미국이 세계 평화의 최대 위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징후가 전 세계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추락하는 제국』워런 코헨 지음, 김기근 옮김



『추락하는 제국』은 다소 무겁고 전문적인 분야일 수 있는 외교정책이 주제이긴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깊은 식견을 갖추지 않고서도 능히 읽을 수 있을 만큼 매우 쉽게 쓰인 책입니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국제적 사건 위주로 설명되어 있는 데다 그 내용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 미국 외교정책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외교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정치가들의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에 대한 파악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 편의 이야기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대단히 존경받는 인물이었던 파월이 외교팀 내에서는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크리스토퍼와 레이크는 외교에 무관심한 대통령을 대신해서 외교팀을 이끌어갈 만한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은 못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크리스토퍼, 레이크, 올브라이트, 버거를 모두 합쳐야만 애치슨이나 키신저에 비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클린턴 행정부 외교팀의 면모는 외교계를 대표하고도 남았지만 활기도 없었고 또 활기를 띨 가능성도 없었다. 카터 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낸 바 있는 국무장관 워런 크리스토퍼는 다자주의와 국제협력 정책이 대통령과 국가에 대한 기여라고 믿고 있었다. 만약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그는 인권 보호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을 것이다. 크리스토퍼는 아주 지적이고 점잖은 인물이었지만 부시 행정부에서 베이커가 그랬던 것처럼 클린턴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고 클린턴으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클린턴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 레스 애스핀은 식견 있는 정객이었으나 행정가로서는 무능해서 군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다. 대단히 존경받는 인물로써 합참의장 자리에 오른 콜린 파월은 군 내 동성애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하며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손상시켰다. 안보 보좌관에 오른 토니 레이크는 한때 닉슨 정부에서 헨리 키신저를 잠깐 보좌한 경력을 갖고 있었지만 키신저의 외교적 능란함이나 수완을 배우지는 못했다. 그는 카터 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기획팀을 이끌면서 신중하고도 정확한 판단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스스로를 이상주의자로 여겼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문, 104p)


콘돌리자 라이스가 얼마나 부시의 신임을 받고 있는지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빗대어 설명합니다.

벌컨의 중심인물은 콘돌리자 라이스였다. 라이스는 소련 전문가로서 시니어 부시 정부의 NSC에서 스코크로프트와 함께 일했고 이후 스탠포드 대학의 최연소 학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었다. 라이스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안보 보좌관이라는 얘기가 일찍부터 나돌았다. 라이스는 주니어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 보좌관 자리를 차지할 게 거의 확실했고 라이스 역시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부시가 취임한 뒤 라이스는 대통령 휴양소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많은 주말을 부시 가족과 함께 보냈을 정도였다. 라이스는 대단한 능력을 갖춘 전문가인 데다 정부 정책에 대해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인물이었고 게다가 도날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는 국방장관에, 부시의 심복인 딕 체니는 부통령에 지명되었기 때문에 라이스가 나머지 외교진을 이끌 거라고 점쳐졌다. 어떤 방송 해설가는 라이스를 두고 ‘두 코끼리 사이에 끼인 공깃돌’(미 공화당의 상징이 코끼리이고 럼스펠드와 체니가 거구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라이스를 빗대어 한 말-역자)이라고 비유했다. (본문, 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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