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어서원'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09.12.31 여기 한 테러리스트가 있다 (1)
  2. 2009.10.22 테하차피의 달
  3. 2009.09.15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 (4)

한 번쯤 테러리스트를 꿈꾸어본 적 없으신가요? 여기 한 테러리스트가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나! 테러리스트"라고 외치는 분. 바로 희곡작가이자 연출가인 정경환 선생입니다. (인상은 별로 테러리스트 같지 않습니다.^^)


정경환 선생은 1993년 창단 이후 고집스럽게 창작극만을 공연하면서 지금까지 힘들게, 어렵게 극단을 이끌어오고 계시는 부산의 연극인입니다. 그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들을 모은 희곡집『나! 테러리스트』를 얼마 전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을 했더랬지요. 그리고 오늘은 그 책으로 북카페 <백년어서원>에서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나! 테러리스트』에는 모두 여섯 편의 희곡이 실려 있습니다. 「나의 정원」, 「달궁맨션 405호 러브스토리」, 「아름다운 이곳에 살리라」, 「나! 테러리스트」, 「태몽」, 「난난亂亂」 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작인 <달궁맨션>만이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를 지나오면서 오욕의 역사를 초래한 이들을 단죄하고, 잘못된 역사는 심판하고, 5월광주가 개인에게 미친 트라우마를 묘사하는 등 역사와 개인의 삶을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런 진지함은 작가 정경환의 작품세계이고, 삶을 대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대신 표지는 밝고 화사하게 핑크색 계열로 만들었습니다. 너무 여성스럽지 않겠느냐는  저자 선생님의 우려를 뒤로 하고 밀어붙였는데, <백년어서원>의 주인장 김수우 선생님께서도 색깔이 너무 밝고 책이 예쁘게 나왔다고 칭찬을 해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동료 연극인들, 여러 선후배들, 그리고 인문학카페 <백년어서원>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들이 시작 전부터 자리를 꽉 메워주셨습니다. 원로선생님들께서는 예약된 식당으로 자리를 비켜주셔야 할 정도였지요.

자리를 함께 해주신 부산연극계 원로 선생님들



1993년 극단을 창단해 창작극만을 해온 고집에 대한 이야기, 힘들었던 극단 이야기, 시대에 대한 부채의식, 어려서부터 가져왔던 두려움과 공포심을 연극으로 극복한 이야기 등 한 연극인의 진솔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에는 이 여섯 작품 외에도 김문홍 선생님께서 해설을 써주셨고, 작가가 작품 후기를 통해 자신의 연극 인생을 반추해보는 대목이 있습니다.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에 겪은 죽음과 얽힌 트라우마, 청년 시절의 방황, 작가의 꿈, 가족에 대한 애증, 이후 연극을 만나고 깊이 간직해왔던 상처를 극복하게 된 과정 등을 작가는 후기를 통해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편집자인 저는 이 작가후기에 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글을 써오셔서, 쓰긴 썼는데 책에 싣기에는 너무 부끄럽다 하시면서 망설이셨습니다. 전 강력하게 앞에 넣자고 주장했고요. 그렇게 밀고 당기기를 여러번... 결국 후기 형태로 책 뒤로 돌리기고 결정을 했는데, 이 날도 작가는 이렇게 말씀하시는군요.

"그 부분은 읽어보지 마십시오."

그러면서 책에도 쓰지 못한 숨은 이야기까지 들려주십니다.

책에 실린 작품 여섯 편에는 모두 죽음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자살하는 경우도 있고요, 두 사람이 함께 죽는 경우도 있고, 처음에 죽었다가 살아나는 경우도 있고 참 다양합니다. 정경환 선생께서는 그 사람을 어떻게 죽일 건가 목을 매달 건가, 다리에서 뛰어 내리게 할 건가 고민도 많았답니다. 정말 테러리스트 맞긴 맞네요.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어찌보면 섬뜩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어쨌든 선생께서는 연극에서는 주인공들이 죽음을 맞이하지만 연극을 통해서 자신은 죽음에 대한 상처,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면서 연극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케익을 앞에 둔 사랑스런 가족의 모습입니다. 행복하세요~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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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 2010.01.05 1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을 열심히 찍던 어린학생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빠의 모습을 담느라 그리도 바삐 셔터를 눌러댔군요.

아침 저녁 제법 선선한 10월입니다.
오는 27일 저녁 7시, 동광동 40계단 옆 백년어서원에서 <10월 저자와의 만남>을 갖습니다. 매달 저자 한분을 모시고 책 이야기, 사는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이번에 만날 저자는 부산의 대표적인 중견작가 조갑상 소설가와 소설집 『테하차피의 달』입니다. 책과 소설을 좋아하는 분, 책읽기는 싫어하지만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분, 먹고사는 일만으로는 왠지 마음이 허전하신 분들, 모두모두 초대합니다. *참가비는 따로 없고 커피값(3천~5천냥)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일시 : 2009년 10월 27일(화) 저녁7시
장소 : 백년어서원(T.465-1915)



『소설로 읽는 부산』(1998), 『한국소설에 나타난 부산의 의미』(2000), 『이야기를 걷다』(2006) 등 부산에 관한 책들 또한 꾸준히 펴내온 조갑상 소설가는 문학작품 속에서 부산이라는 공간을 재조명하는 한편, 자신의 작품 속에서도 꾸준히 부산의 색(色)을 내며 ‘부산의 문화지리지’를 부지런히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수록된 작품 중,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없으랴」는 초량철도관사를 중심으로 일제 때의 부산 지명들을 애틋하고도 매력적인 문학 공간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섣달그믐날」은 삼랑진역과 자갈치를 배경으로 최하위층으로 내몰린 가장과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느 불편한 제사에 대한 대화록」, 「어렵고도 쉬운 일」 등의 작품에서도 지역 사투리를 고스란히 살려 쓰는 등, 투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배어나는 문장을 구사합니다.


작품 소개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없으랴」
일제강점기 때 일어난 조선인 ‘오모니’에 대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으며, 죽은 혼령의 이야기라는 게 뒤늦게 밝혀지는 특이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초량철도관사를 중심으로 일제 때의 부산 지명들을 애틋하고도 매력적인 문학 공간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초량의 남선창고가 헐리는 데 대한 상실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내를 두고」
노후에 접어든 부부가 종교에 대한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 가리라던 주인공의 생각은 아내의 입교(入敎)와 사고사를 맞아 여지없이 깨어진다. 안전하리라고만 생각했던 노년의 삶이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인해 균열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통문당」
비 오는 봄날, 고가구점 주인이 자기가 어떻게 해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단골손님에게 에둘러 이야기한다. 젊은 시절에 겪은 과거의 하중을 내려놓고자 하는 주인공의 고뇌가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인생의 우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겨울 五魚寺」
포항 오어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 대학시절, 가슴이 없는 여자를 버린 한 남자가 죽은 여자를 문상하는 대신, 절길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과거 젊은 날이 오늘에까지 작용한다는 점에서 「통문당」과도 통하는 이야기다.

「섣달그믐날」
섣달그믐날을 배경으로 최하위층으로 내몰린 가장과 가족을 그린 이야기. 사내는 시골의 빈집에라도 들어가, 삶을 영위하려 하지만 아들과 노모는 도시의 삶을 고집한다.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사내의 이야기가 삼랑진역과 자갈치를 배경으로 을씨년스럽게 펼쳐진다.

「어느 불편한 제사에 대한 대화록」
아버지 기제사를 둘러싼 삼 남매의 갈등을 차분하게 그려낸 이야기. 보도연맹에 가입한 탓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버지에 대해 성오와 준오, 성자는 각각 다른 생각이다. 불편한 과거가 대물림되지 않기를 바라는 장남과 역사의 진실을 대면하기를 바라는 차남의 입장이 대비되어 그려진다.

「테하차피의 달」
미국 모하비 사막의 ‘테하차피’에 위치한 태고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 1박 2일 동안의 묵언수행과 법회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아 그곳에 모인 네 사람의 시점을 교차, 종합하면서 이민의 문제와 삶의 다양한 국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렵고도 쉬운 일」
여든에 접어든 부친이 대학병원에 입원하고서 가족들이 보여주는 여러 모습과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아버지가 회복되기를 바라면서도 죽음을 준비하는 자녀들의 이중성을 떠들썩하고도 밝게 그려내고 있다.


 

테하차피의 달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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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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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히로시마에서 산지니출판사 메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습니다.
그동안 일본 번역서는 여러권을 냈지만 우리 책이 일본에 소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혹 일본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안하는 메일이라도 보낸 걸까, 아니면 일본 책값은 무지 비싸던데 혹 대량주문이라도, 갖가지 생각을 하면서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군데군데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교정을 하지 않고 편지 내용을 그대로 소개합니다. 서툰 한국어 편지가 부산의 한 출판사를 응원하는 이 분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의 히로시마에 사는 여성입니다.

작년 책을 읽고, 부산의 "부산포"[각주:1]라는 식당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작가와 화가가 모이는 지적 술집으로 소개되기도했습니다.
 
그 것을 계기로 저는 부산에서 일어나고있는 문화 활동에 대해서 알게되었습니다.
중앙동이 여름 열린 이벤트에 대해서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었습니다.
백년어 서원의 강의는 꼭 참가하고 싶었 습니다만, 가입하려면 좀 더 한국어를 향상시켜않으면 안됩니다.

지역에서 문화 발신, 지역 색깔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활동에 매우 감동했습니다.
 또한 그러한 활동이 신흥 거리와 건물 아니라 정서 풍부한 변두리(오래된 거리)에서
일어나고있다는 것이 또한 훌륭한 생각했습니다.

부수적으로, 임성원씨의 "미학, 부산을 거닐다"[각주:2]가 간행되어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 부산을 방문하게되었습니다. 부산포 에서 염원 식사를하는 것이,이 책을 구입하는 것이 매우 기대됩니다. (아직 인터넷에서 목차만을 읽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읽기가 아주 손꼽아합니다)
 
제 한국어는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이 책을 구매하는 경우, 사전을 인수하면서 노력하고 읽고 부산의 매력을 더 알고 싶은 생각합니다.
 
바다를 끼고 일본에도 이러한 일련의 부산의 문화 활동을 응원하고 부산을 사랑하는 사람이있다는 것을 알고 주셔서 싶어 메일을 보내드 렸습니다.
 
여러분의 앞으로의 더욱더의 활약을 기원합니다.
 



올해는 정부의 출판 지원 예산이 많이 축소되고 당연히 그 여파가 지역출판사에는 더 크게 왔습니다. 또한 경기를 부양한다고 도서관의 1년치 도서구입예산을 상반기에 모두 쓰게 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는데요. 그 영향때문이기도 하고 휴가와 방학이 몰려있는 8월에는 매출이 심하게 떨어져 출판사에게 정말 힘든 한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응원의 편지를 받으니 좀 더 힘을 내서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부산포는 중앙동 백산기념관 뒷길에 자리한 자그마한 식당겸 주막입니다. 달래전, 해물파전, 콩비지찌개 등을 판매하며 점심 시간과 이른 저녁에는 맛갈스런 반찬과 함께 나오는 정식도 맛볼 수 있습니다.


●<미학, 부산을 거닐다>는 부산의 영화, 미술, 춤, 음악, 문학, 연극, 대안예술 등 부산 예술문화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책을 쓴 <임성원 저자와의 만남> 이 얼마전 백년어서원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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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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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비단안개 2009.09.15 15: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마음이지만 응원을 보냅니다. 힘 내셔요!!!

    부산포 식당에 한 번 가겠습니다.^^

  2. 토비 2009.09.16 1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에 관심 있는 일본사람들이 많은가봐요.

    • BlogIcon 산지니북 2009.09.16 1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무래도 지리상 가깝다보니... 부산 중앙동 쪽엔 일제시대 가옥이나 건물들이 아직도 군데군데 남아있는데 그걸 직접 보러 오는 일본인들도 있더군요. '조상님들이 세워놓은 건축물'이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