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총서 15



빼앗긴 사람들
아시아 여성과 개발





성장신화가 가져온 디스토피아에서 아시아의 현재를 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최고의 자살률, 최장의 노동 시간, 과로사 같은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다. 이 같은 디스토피아의 도래에는 오로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경제논리인 ‘개발 지상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 이화여대아시아여성학센터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개발의 모습을 새로이 조명하고자, 새로운 대안을 위한 아시아 지역 교류(ARENA)에서 2004년 출간된 『빼앗긴 사람들(The Disenfranchised)』의 한국어 번역판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생태계 보존의 문제와 여성/젠더의 문제를 동시에 분석하는 한편, 개발도상국 여성이 겪는 풍부한 사례와 함께 개발 이면에 감춰진 문제점들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은 다문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아시아 각국의 이주 여성과 이주 노동자들을 통해 아시아 각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이처럼 전보다 가까워진 아시아권에서 일어난 개발 이면의 상처와 아픔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 개발 속 희생된 이들의 숨겨진 목소리


‘왜 당신은 알기를 원하는가, 나의 상처를 헤집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지금도 그 공허한 시선과 ‘상처’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떠오른다. (…)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오빠와 엄마 그리고 남편을 빼앗아 갔어요. 아들까지 잃는 것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나는 이 세상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지요. 나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_「물, 토지, 식량 환경재해」에서


이 책을 편집한 우르와시 부딸리아는 인도의 여성운동가로서, 아레나(ARENA)의 젠더 프로젝트에 관여해왔다. 저자는 세계 경제에서 떠오르고 있는 신흥 개발 국가들에 포함되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의 경제발전 과정의 이면에서부터 이미 개발 궤도에 오른 싱가포르, 대만 그리고 군사화 독재로 아픔을 겪고 있는 버마(미얀마)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 초 개발 과정에 있던 6개국의 사례들을 한 권에 엮어냈다. 특히 환경 난민, 인권 유린 등과 같은 개발과정 이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는데, 아시아 각국의 여성과 아이들이 개발 한가운데서 어떻게 권리를 빼앗기고 희생당하는지를 사례연구와 통계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가까이에 있으나 잘 알지 못했던 각국의 상황을 다양한 시사적 내용과 더불어 연구조사를 통해 나온 통계와 자료를 통해 알아볼 수 있어, 국제·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나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이들에게 울림이 큰 책이 될 것이다.

아시아 개발의 이면을 비판적 시선으로 고찰하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빼앗긴 선주민 공동체의 눈에는, 또 농업 공동체로 살아오다가 토지와 생계 수단을 빼앗긴 자들의 눈에는 ‘개발’ 그 자체가 하나의 전쟁이 아닐까? 또한 전쟁을 포함하는 ‘개발’이 바로 패권 추구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개발 그 자체가 헤게모니 담론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닌가? _「책머리에」에서

이 책은 아시아 각국의 학자, 활동가, 풀뿌리 운동 실천가들이 한데 모여 아시아 개발 그 이후를 면밀하게 연구 분석한 결과물이다. 특히 자원 수탈,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 정체성과 역사 말살, 지식과 생명체의 약탈, 상품화, 여성의 착취와 억압 등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편집자 우르와시 부딸리아는 단순히 개발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사람 중심’의 개발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즉, ‘빼앗긴 사람들’의 요구와 희망을 개발의 중심에 놓자고 저자들은 목소리 높인다. 인권을 대가로 경제발전을 이루거나 비민주적 정권, 소수집단의 주변화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불평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에서도 참조점을 시사 받을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선진국이라 여겨왔던 싱가포르 사례에서는 성소수자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 개발 이면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게끔 하였다. 진정한 사람 중심의 개발은 무엇인가. 이는 빠르고 양적인 성장이 아닌 저자가 말하듯 덜 착취하고 덜 이익을 취하는 장기적 지속성장이 그 대안이 될 것이다.


빼앗긴 사람들 | 아시아 총서 15

우르와시 부딸리아 편저 | 김선미, 백경흔, 이미경, 정규리, 최형미, 홍선희 옮김 | 사회 | 신국판 | 507쪽 | 30,000원

2015년 7월 15일 출간 | ISBN : 978-89-6545-294-2 93300

아시아 각국의 학자, 활동가, 풀뿌리 운동 실천가들이 한데 모여 아시아 개발 그 이후를 면밀하게 연구 분석한 결과물이다. 특히 자원 수탈,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 정체성과 역사 말살, 지식과 생명체의 약탈, 상품화, 여성의 착취와 억압 등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편집자 우르와시 부딸리아는 단순히 개발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사람 중심’의 개발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편저: 우르와시 부딸리아(Urvashi Butalia)
인도 최초의 페미니즘 출판사인 ‘여성을 위한 칼리(Kali for Women)’의 공동 설립자로, 칼리의 자회사 ‘주반(Zubaan)’을 새롭게 설립했다. 헌신적인 여성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인 그녀는 여성, 매체, 소통 및 공동체 의식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 그녀가 집필한 수많은 출판물 중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산지니)는 특히 많은 찬사를 받으며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를 포함해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다. 아레나(ARENA)의 젠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아레나에서 다년간 함께 활동했다.

기획: 아시아여성학센터(Asian Center for Women’s Studies)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는 이화의 130여 년 여성교육의 역사와 30여 년 여성학 교육을 바탕으로 1995년 설립되었다. 지난 20여 년간 아시아의 여성학 발전과 제도화를 목적으로 아시아여성학 커리큘럼 개발 및 교재 발간, 「Asian Journal of Women’s Studies」 영문학술지 발간, 국제 여성학자 학술 교류 및 차세대 여성학자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왔다. 2012년부터는 아시아-아프리카 여성활동가 역량강화 및 차세대 여성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EGEP)을 주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여성학 이론과 실천, 연구와 현장, 네트워크와 연대를 통합하는 새로운 여성학 지식생산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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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사람들 - 10점
우르와쉬 부딸리아 엮음, 아시아여성학센터/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동남아 4개국 순례기 '배낭에 문화를 담다' 발간 민병욱 부산대 교수

동남아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오히려 더 가까운 이웃나라가 됐다. 그만큼 한국인이 많이 '가본 곳'으로 각인된다. 그럼에도 동남아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값싼 열대과일을 너무 쉽게 떠올리는 열대 휴양지로만 시선이 고착화된 것은 아닐까?

현지인 삶 진지한 태도로 관조 
그들의 생활예술 담담히 풀어 내 
"여행은 차이를 경험하는 것 
그들을 통해 날 되돌아보게 돼"

민병욱(59)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이런 시선에 교정을 요구한 에세이 '배낭에 문화를 담다'를 최근 펴냈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소승 불교 4개국 순례기를 담았는데, 어떤 해변이 더 아름다운가를 비교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 동남아 사람의 삶을 진지한 태도로 관조하고 그들이 숙성시킨 생활예술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낸 문화여행서다. 그래서 아름다운 바다나 향긋한 열대과일보다 더 아름답고 향긋한 사람 이야기로 가득하다.

라오스 빡세에서 씨판돈으로 가는 트럭버스 체험도 그런 그의 태도가 묻어난다. "우마차와 같이 가끔은 널뛰기를 하면서 트럭버스의 천장이나 손잡이에 부딪치고 옆 사람의 무릎에 앉거나 발을 밟는다. 그때마다 널뛰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보고 라오스 사람들은 해맑게 웃으면서 먹거리를 건넨다."

그는 차이를 중시했다. 여행은 차이를 경험하는 것이며, 그 차이로 인하여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그는 서문에서 썼다. 다르기 때문에 눈길을 끌고, 그 눈길에 익숙해지면 닮게 되고, 그렇게 닮다 보면 어느새 소통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런 삶과 여행에 대한 관조가 특유의 짧은 문장으로 갈피를 채웠다. 

하지만 성찰에 무게중심을 둔 책은 결코 아니다. 책을 읽는 재미는 오히려 여행지에서 우연히 접한 생활 예술과 영화에 대한 고찰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태국 인형극에서는 조종자가 왜 숨어서 줄이나 막대로 인형을 조종하지 않고 직접 무대 위에 올라오는지, 시장과 거리예술이 무엇을 어떻게 공유하는지(태국 후아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그랜 토리노'에서 왜 하필 몽족 소년 타오와의 우정을 그렸는지(라오스) 등에 대한 해석도 그래서 더 흥미롭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우리가 그렇게 애를 태우며 찾던 소통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배낭여행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파견교수로 중국에 가서 문헌 자료를 찾고 있었는데, 문득 문헌 자료보다 곁눈으로 엿본 삶의 현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아시아, 유럽은 물론이고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도 다녀왔다. 

하지만 그는 방문한 국가나 도시 수가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올 여름방학 계획도 다 세워 놓았다며 웃었다. 한 달 동안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를 여행할 계획이란다.


백현충ㅣ부산일보ㅣ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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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 문화를 담다 - 10점
민병욱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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