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산지니의 책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이 언급된 기사가 있어 담아 왔습니다.

영화감독 사유진의 평화순례기 4편 중 마지막 편에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이 언급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쟁의 아픔을 겪었던 나라인 만큼, 역사를 직시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베트남 학살지 평화 순례기] 4. 떠도는 영혼들을 위한 기도

전쟁은 자연스럽지 못한 죽음을 낳는다. 베트남은 특히 장기간의 전쟁 역사를 거쳤다. 항불전쟁(1946~1954), 항미전쟁(1955~1975), 캄보디아 전쟁(1977~1991), 중국과의 전쟁(1979) 등으로 폭력적 죽음을 맞은 많은 전쟁 유령들이 베트남 곳곳을 떠돌고 있다.

(…)

권헌익(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교수에 의하면 "베트남인들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따르면 인간의 영혼은 혼(hon)이라는 영적인 영혼과 비어(via)라는 물질적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망자의 영(spirit)은 물질적인 영혼을 통해 추위와 배고픔을 느낄 수 있고, 이러한 느낌을 그 영적인 영혼을 통해 자기연민이나 분노로 변환할 수도 있다. 유사하게, 전쟁으로 인한 폭력적 죽음의 경우에 발생하는 육체적 고통의 경험은 망자의 물질적 영혼 속에 남을 수 있고, 그 영적인 영혼은 고통을 완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내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이런 배고픔이나 갈증, 그리고 분노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질적 영혼이며, 인간의 영혼이 우호적(비어 라인, via lanh)이거나 사악(비어 즈, via du)할 수 있는 것 또한 바로 이 물질적 영혼을 통해서이다"라고 그의 저서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산지니 출판사, 2016)에서 밝히고 있다.

이국 만 리 타향에서 떠도는 '한국군 유령'은 과연 어떤 사연으로 베트남의 농촌 마을 연못가를 아직도 헤매고 있으며 굶주림과 갈증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있을까? 그리고 알지 못하는 또 다른 한국군 유령과 더불어 수많은 베트남 전쟁 유령들은 여전히 지금도 구천(九天)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떠도는 혼'을 부르며 베트남 전쟁의 영혼들을 위해 기도할 뿐이다.

(…)

한국군은 1964년 9월22일을 기점으로 약 11년에 걸쳐, 그 중에서도 1965~1972년에 총 31만 2853명이 파병됐다. 1969년에 이르러 약 5만명의 한국군 병사가 베트남에서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다. 민간인 노동자와 기술자도 1만5000명이 파견되었다. 대한민국 육군의 공식적인 설명에 따르면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전사자는 4687명이고 적 전사자는 4만1400명이다. 이중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약 80여건 희생자는 9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2018년 현재,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다.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원수의 사과와 유감 표명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국빈 방문 중 베트남 국민에게 우회적으로 사과했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호치민 묘지를 참배하고 헌화했다. 같은 해 시민사회에서는 모금활동을 벌여 베트남 퐁티에 희생자를 위로하는 위령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 9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각각 베트남 국빈 방문 중에 호치민 묘소에 참배하고 헌화했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조사와 배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베트남에 대한 사과와 관련해 참전 전우회 등 참전 유공단체와 유공자 등의 반발이 여전히 거센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식 사과와 함께 진상 조사 및 배상의 절차를 진행해야만 한다. 그럴 때 우리도 일본정부에게 일제 강점기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와 보상 문제'에서 자유롭고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략)

사유진 영화감독

인천일보 여승철 기자 

기사 원문 읽기(링크)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 10점
권헌익 지음, 홍석준 외 옮김/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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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즐거운 연휴를 보내고 있으신가요?

 

4월30일은 베트남 전쟁 종전 42주년을 기념하는 날인데요.

 

트남 전쟁에 관련된 책 한 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기어츠상'과 '경암학술상' 수상자

권헌익 교수의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입니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 경험과 기억 속에 존재하는 유령의 모습들을

문화, 인류, 역사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책인데요.

 

베트남인들의 문화속에 존재하는 유령을 하나의 사회적 사실로 증명해 낸

 권헌익 교수의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이번 주 연휴 기간 일독해 보는건 어떨까요^^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 10점
권헌익 지음, 홍석준 외 옮김/산지니

전쟁범죄란 무엇인가 - 10점
후지타 히사카즈 지음, 박배근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냉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사회에 던지는 질문
책을 말하다_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권헌익 지음|박충환·이창호·홍석준 옮김|산지니|358쪽|25,000원
2016년 06월 14일 (화) 15:27:23교수신문  editor@kyosu.net

베트남의 유령 관련 문화가 비합리성이나 무지몽매의
표현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 도덕적 가치, 규범, 삶의
물질적 조건 등과 복잡하게 연동돼 사회적 현실의 중요한
축으로 접근한다.

 


 
   
 

이 책의 필자 권헌익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인류학과 교수로 베트남 전쟁에 관한 일련의 저술을 통해 냉전 시대 베트남에서 발생한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폭력과 그것이 초래한 대규모 죽음의 비극적인 역사를 인류학자의 치밀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조명해왔다. 이 책은 그에게 인류학의 최고 상 중 하나인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 상을 안겨 준 『After the Massacre: Commemoration and Consolation in Ha My and My Lai』 (『학살, 그 이후: 1968년 베트남전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인류학』, 아카이브, 2012)의 후속작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도이머이 정책 이후 베트남 사회에서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부각해온 전쟁유령에 관한 베트남인들의 의례적 담론과 실천에 초점을 맞춰, 베트남 전쟁의 비극적 경험 그리고 그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기념행위가 갖는 사회적·정치경제적·종교적 함의를 입체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 권헌익 교수 
 

베트남 공산당은 1986년 제6차 전당대회를 통해 시장 지향적 경제개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도이머이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국내적으로 1975년 통일 이후 시행해온 사회주의적 계획경제 및 국가재분배 체계의 실패와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국제적으로는 1978년 중국의 시장 지향적 개혁개방, 1989년 소련의 해체에 이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1990년 독일의 통일 등, 냉전의 한 축을 구성했던 사회주의권에서 발생한 급진적 변화의 물결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도이머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짧았던 베트남의 국가 사회주의적 실험이 종언을 고하자 베트남인들의 사회적 삶에도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책의 주제인 베트남 전쟁유령 이야기와 그것을 둘러싼 의례적 실천들은 바로 이러한 거시적인 정치경제적 변혁과 사회변동이라는 맥락에서 부상하고 있는 의미심장한 문화현상으로서, 좁게는 도이머이 이후의 베트남 사회를, 넓게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탈사회주의 사회 일반이 경험해온 이른바 ‘탈사회주의적 변환(post-socialist transformation)’을 이해하는 데 의미심장한 창을 제공해준다.


기존의 탈사회주의적 변환 연구자들 대부분은 정치조직, 경제관계, 사회구조의 변화에 주로 방점을 둔 거시적 혹은 텍스트 해석 위주의 접근으로 인해 급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탈사회주의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적 욕망과 좌절 그리고 억압과 저항의 문화적 역동성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데 일정정도의 한계를 노정해왔다. 이 책은 치밀하고 장기적인 인류학적 현장조사에 입각해서 수집한 풍부한 질적 자료를 통해 베트남인들의 사회적 삶의 미시적 결들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거시적인 역사적 변화와 정치경제적 맥락 속에서 총체적·학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탈사회주의적 변환 연구에 진일보한 이론적·방법론적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유령의 삶’ 혹은 ‘유령의 생명력’이라는 표현은 전형적인 형용모순이다. 하지만 당대 베트남인들에게 이 형용모순은 허튼 말장난이나 그럴듯한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엄연한 사회적 현실의 재현이다. 이 책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에서 관찰되는 전쟁유령 현상은 도이머이 이후 급변하는 물질적·상징적 질서 하에서 발생하는 ‘집단적 망상’ 혹은 ‘문화적 상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베트남인들에게 일종의 자연적 현상으로 인지되는 존재론적 힘을 가진다. 따라서 이 책의 주인공인 베트남 전쟁의 유령은 자크 데리다의 책 『마르크스의 유령들』에 등장하는 역사적 은유로서의 유령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의 형태와 종교적 상상력의 형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성되고 살아 숨 쉬는 매우 실존적이고 경험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베트남의 전쟁유령들이 “구체적인 역사적 정체성을 가진 실체로서, 비록 과거에 속하지만 유비적인 방식이 아니라 경험적인 방식으로 현재에도 지속된다고 믿어지는 존재”로서 일종의 ‘사회적 사실’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령 이야기나 귀신 이야기만큼 중대하면서도 진지한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주제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유령이나 귀신은 인류의 사회적 세계를 구성하는 사회적 사실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계의 이러한 지적 전통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베트남에서는 유령과 유령을 둘러싼 문화적 담론과 실천이 매우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인들의 역사적 성찰과 자아정체성 표현의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인류학적·사회학적·역사학적, 심지어 정치경제학적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는 베트남의 유령 관련 문화가 비합리성이나 무지몽매의 표현이 아니라 베트남인들의 역사적 경험, 도덕적 가치, 규범, 삶의 물질적 조건 등과 복잡하게 연동되어 사회적 현실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는 것으로 접근한다.


이 책은, 비록 베트남 사회에서 유령이 조상신이나 여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영적 존재에 비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주변적인 위치를 점하고는 있지만 베트남인들의 사회적 삶에 구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그와 관련된 관념과 실천이 보다 광범위한 도덕적·정치적 쟁점을 이해하는 데 의미심장한 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생생한 민족지적 기술을 통해 감동적으로 논증해내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인류학적 논증은 조상신에게만 배타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유령을 사회구조의 영역과 사회적 상상력의 영성으로부터 배제해온 에밀 뒤르켐의 종교사회학적 전통을 설득력 있게 논박 및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이론적 의의를 가진다. 저자는 “사회이론 내에서 유령의 부재는 기능적 가치와 구조적 질서에 대한 이론적 선입견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뒤르켐의 종교사회학과 성스러운 것에 관한 개념화에 반론을 제기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중심성의 상징적 구성이라는 뒤르켐의 개념적 도식이 사회적으로 주변적인 실체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상관적 프레임 속에서 재고돼야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이론적 프레임 하에서 저자가 묘사하고 있는 베트남인들의 친족관념과 친족의례체계는 계보적 관계와 혈통적 위계에 주로 방점을 두는 기존의 친족이론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반론을 제기한다. 즉 그는 전쟁유령 현상을 통해 구체화되는 베트남인들의 친족관계 및 친족의례체계가 우리와 그들 그리고 안과 밖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계보적·규범적·정치적 이방인을 이중동심원적 구조 내에서 적극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매우 생성적이고 창조적이며 개방적인 체계임을 보여준다. 베트남 친족과 친족의례체계의 이러한 이중동심원적 구조는 베트남 전쟁의 지극히 혼란스럽고 교란된 전선으로 인해 이탈된 상태에서 ‘객사’한 수많은 영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원혼을 달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도이머이 이후 베트남 사회는 냉전의 양극적 질서가 초래한 역사적 갈등과 비극을 넘어 보다 성숙하고 조화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결론에서 권헌익 교수는 베트남인들이 전쟁유령을 위해 수행하는 포용적이고 치유적인 의례행위가 “역사의 상처와 고통을 넘어 인류의 연대라는 윤리적 지평을 지향하는 창조적인 문화적 실천”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냉전의 오래된 질서가 여전히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의 삶을 양극적 대치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지구상 거의 유일한 사회다. 베트남 전쟁유령 현상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화해와 연대의 가능성은 아직도 냉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 사회에 강력한 윤리적·실천적 교훈을 남기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는 또한 한국 사회가 현대사의 질곡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원혼들 그리고 최근 세월호 참사로 인해 꽃다운 나이에 쓰러져간 304명의 희생자들을 적절하게 기억하고 기념해야만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웅변하고 있기도 하다.

  
   
 

 

박충환 경북대·고고인류학과 
필자는 캘리포니아대(산타바바라)에서 중국 현대문화 전공으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저술로는 『글로벌 시대의 문화인류학』(공역), 『석기시대 경제학』(역서), 「Nongjiale Tourism and Contested Space in Rural China」(논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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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글동글봄

편집자의 외근-작가 미팅과 이음책방 방문




출판사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편집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라는 원초적인 물음입니다. 당연히 책 만드는 일을 하지만 구체적으로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닌지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편집자는 책 기획과 교정 교열 등 책 만드는 틀 아래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편집자가 중심을 잡고 능숙하게 해야 할 일은 저자를 만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저자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신중하고 어려운 일이지요.


얼마 전!!


원고 미팅과 계약을 위해 서성란 소설가와 혜화에서 저자 미팅을 가졌습니다. 기획을 위해 저자를 만나는 일도 즐겁지만, 계약을 위한 일은 더욱 즐겁겠죠. 제 가방에는 선생님의 새 원고와 계약서가 있었습니다^^


미팅 장소는 서성란 선생님의 추천 장소 '학림다방'이었습니다. 

저도 잡지에서 읽고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가게 되었네요. 


1956년에 문을 열어 현재 60년이 된 다방이라고 하네요. 지금은 서울대학교가 관악에 있지만 그 당시에는 혜화에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건너편에 문을 열었고, 문리대의 옛 축제명 '학립제'가 '학림다방'으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4.19 혁명 등 격변기 시대 대학생들의 아지트였다고 합니다. 현재는 학점과 방학, 아르바이트, 연애 등 2016년 대학생들의 고민을 나누는 곳이 되었네요.

선생님과 첫 만남이었지만 세월이 느껴지는 장소라 그런지 미리 도착해 있는 동안

긴장이 조금 풀렸습니다. 


이번에 산지니에서 새 소설을 출간하는 서성란 소설가는 탄탄한 문장력과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꾸준히 작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1996년 중편소설 「할머니의 평화」로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창작집 『방에 관한 기억』, 『파프리카』, 『침대 없는 여자』, 장편소설 『모두 다 사라지지 않는 달』, 『특별한 손님』, 『일곱 번째 스무 살』, 『풍년식당 레시피』 등을 출간했습니다.


서성란 소설가의 손만 살짝 보여드려요!



물론 첫 만남이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원고에 대해, 소설에 대해,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친밀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롭게 출간할 서성란 소설가의 새 소설, 조금씩 책 소식 전하겠습니다.



서성란 선생님과 미팅을 마치고, 

혜화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 이음책방으로 향했습니다.




책방으로 내려가는 길,


얼마 전 산지니에서 보낸 '주간 산지니'와 '2016년 도서목록'이 가지런히 놓여 있더군요. 협소한 공간이지만 받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총총 서점에 들어가니 아-어떤 책을 사도 좋을 것 같은 책들이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점 한가운데 낯익은 책이 보였습니다.

그것도 가장 중앙에!!


바로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이었습니다.


베트남 관련 책 전시를 하면서 산지니 책도 소개가 되었네요.

저희는 어떠한 결탁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산지니 편집자라는 이유로 이음책방 대표님의 주도하(?)에


책방 소모임이 이뤄지는 한쪽에서 작은 독자(?)와의 만남이 진행됐습니다;;;;;



이음책방 대표님께서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을 읽기 위해 


외서를 먼저 구매했다고 하셨어요.


오신 분들에게 외서와 산지니 책을 비교하면서


표지에 대한 설명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저야말로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마침 자리에 계신 두 분이 제가 대학 때 자원봉사를 한 적 있는


대안 학교 선생님과 재학생이어서 서로 신기해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연히!



어떨결에 산지니 소개도 했네요. 


모두 열정적으로 들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서성란 선생님과 새 소설 계약도 하고 


사람들과 책 이야기도 하는 즐거운 외근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외근이 항상 있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하하;;;






침대 없는 여자 - 10점
서성란 지음/실천문학사


풍년식당 레시피 - 10점
서성란 지음/이리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 10점
권헌익 지음, 홍석준 외 옮김/산지니


미안해요! 베트남 - 10점
이규봉 지음/푸른역사

















Posted by 동글동글봄

 

출간 후 많은 언론이 주목했고 그 덕분인지 5월 초판이 나온 후 1달여 만에 2쇄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10월 캠브리지대학으로부터 책의 판권이 살아 있다는 연락을 받은 후 3년여에 걸친 출간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가치 있는 책을 알아봐 준 언론과 독자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망자들의 세계에는 피아 구분이 없다

베트남 사람들은 전쟁으로 생긴 전사자의 개별 무덤, 마을 집단묘지 뿐만 아니라 무명 외지인들의 무덤도 함께 지킨다. 자기 지역에 연고가 없는 민간인은 물론 외국 군인들을 위해서도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린다. 망자들의 세계에는 피아 구분이 없다.
(…)
책은 학계에서 '사회적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던 유령의 의미를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

 

베트남전 전몰 영혼을 내편 네편 없이 보듬다

“현대세계의 전쟁과 집단기억을 어떻게 조명할 수 있는 지 보여줬다”는 극찬과 함께 가장 우수한 동남아연구서에 주어지는 제1회‘조지 카힌 상’을 받았다. 무당들이 억울한 혼을 불러내 만나는 과정, 접신의 과정, 사당을 세우고 지전을 불태우면서 유령들을 편히 잠재우는 과정 등 저자의 상세한 취재 기록이 쭉 이어진다.
(…)
무당을 통해 죽은 원혼과 직접 대화해보기도 하고, 집요한 취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일부 지역민과 지방정부의 훼방을 뚫어가며 기록한 것들이다. 그 덕에 이제껏 소개된 저자의 책 가운데 가장 손쉽게 읽히기도 한다.
한국일보

 

전쟁 트라우마…그들에게 기억은 곧 치유다

전쟁 영웅도, 조상도 아닌 유령을 학술적으로 분석해 베트남전쟁 희생자에 대한 기억이 주는 사회적, 정치 경제적 의미를 조명한다.
(…)
권 교수는 베트남에서 발생한 잔혹한 폭력과 대규모 죽음의 역사를 치밀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동안 미국 등 서구 전쟁의 아픔은 많은 학자와 후손에게 기억됐다. 반면 베트남을 비롯한 비서구 지역의 아픔은 잘 다뤄지지 않았다.
(…)
베트남의 이야기지만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대규모 살상은 6·25전쟁을 겪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베트남 전쟁 유령 현상에서 관찰되는 화해와 연대의 가능성은 아직도 냉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 사회에 의미심장한 윤리적·실천적 교훈을 남긴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제

 

우리는 산 자처럼 싸우지 않는다오” 망자의 음성 듣고, 가족이 되는 이들

때때로 인류학자로서의 학술적 언급이 등장하지만 책은 대부분 ‘발품의 기록’이다. 저자가 만난 베트남인들은 개별 무덤과 집단 묘지를 만들어 유령들을 돌본다. 가족의 연은 물론 연고도 없는 민간인, 외국 군인 모두를 위해 향을 피운다. 구천을 헤매던 유령들은 윤리적 책임감에 따른 산 자들의 행동을 통해 강력한 상징적 변환을 거쳐 고향이 아닌 마을의 터주신이 되고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된다.
경향신문

 

인류학적 성찰 담은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책은 베트남 전쟁 이후 '전쟁유령 의례'에 초점을 맞춘다. 이 현상은 1980년대 경제개혁 이후 베트남 사회에서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부각된다. 저자는 베트남 전쟁의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기념행위가 갖는 사회적, 정치경제적, 종교적 함의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뉴스1

 

생생한 역사적 증거로 베트남전 유령 조명

런던정경대 냉전연구센터 오드 웨스타드 교수는 이 책에 실은 추천사에서 "권헌익의 책은 탁월하다. 역사학, 인류학, 문학 연구를 아우르는 이 책은 지금까지 어떤 학자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베트남 전쟁에 관한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고 썼다.
국제신문

 

‘유령’ 연구로 다시 읽어낸 베트남, 베트남전

지은이의 연구는 냉전에 대한 유럽 중심적인 인식과 연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유럽에서 냉전은 양극단의 세력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지정학적 경쟁을 펼쳤던 “상상의 전쟁”이라고 봤지만, 비서구 탈식민 지역에서 냉전은 대규모 학살의 경험이었다. 비참하고 폭력적인 경험 속에서도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적 네트워크가 싹텄다는 것을 포착한 지은이의 연구는, 냉전 연구의 본질 역시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겨레

 

냉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사회에 던지는 질문

베트남의 유령 관련 문화가 비합리성이나 무지몽매의 표현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 도덕적 가치, 규범, 삶의 물질적 조건 등과 복잡하게 연동돼 사회적 현실의 중요한
축으로 접근한다.
교수신문

 

 

Posted by 산지니북

베트남전 전몰 영혼을 내편 네편 없이 보듬다

[리뷰] 인류학자 권헌익의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베트남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가내 제단. 일반적으론 조상을 모시지만 베트남 인민들은 이 장소를 걸인, 부랑자, 심지어 적군일지도 모를 유령들에게 모두 개방했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나의 친인척 또한 잘 모셔줄 것이리라 믿으면서. 산지니 제공

냉전은 존재했는가. 핵 공포로 인한 양 진영간 적대적 상호균형 말이다. 다들 고개를 끄덕일 테다.

세계사 수업 덕이다. 그런데 한국전쟁 전문가 박명림(연세대)은 고개를 젓는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동아시아에서만 3개의 전쟁이 있었다. 중국의 국공내전, 한국전쟁, 베트남전. 척 봐도 짐작할 수 있다시피, 전쟁도 그냥 전쟁이 아니라 수많은 비극과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는 ‘내전’이기도 하다.

냉전이 역설적으로 평화를 가져왔다고? 그건 미국과 소련 얘기일 뿐이다. 양 진영 중심부 국가의 냉전은 양 진영 주변부 국가의 피비린내 나는 열전을 깔고 앉아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은 남 얘기 같지 않다. 우리가 참전하기도 했지만, ‘주변부의 열전’을 함께 앓았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저자는 ‘학살 그 이후’(아카이브)로 문화인류학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기어츠상을 받으면서 우리 독자들에게도 알려진 인류학자안 권헌익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베트남전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그래서 만대에 걸쳐 한국군의 죄악을 기억하리라는 증오비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지금은 휴양지로 이름을 얻고 있는 중부의 꽝남성 다낭 일대를 직접 찾아 주민들을 만나고 기록했다. 이 책도 “현대세계의 전쟁과 집단기억을 어떻게 조명할 수 있는 지 보여줬다”는 극찬과 함께 가장 우수한 동남아연구서에 주어지는 미국의 ‘조지 카힌 상’을 받았다.

1989년 경제개혁정책 ‘도이머이’ 도입 이후 베트남에서 호황을 맞은 업종 중 하나는 관(棺)을 만드는 일이었다. 경제 부흥이 진행되면서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이 들어서고 대규모로 택지가 개발되자 그 과정에서 각지에 버려지고 잊혀져 있던 유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대규모 유해 발굴 작업은 베트남을 유령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갈 곳을 잃고 헤매는 유령들에게 베트남 인민들이 바치는 향과 지전. 산지니 제공

혁명전사였거나 신분이 확실하다면 국립묘지나 유족에게 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대개의 유해는 정체를 알기 어려웠다. 기억의 불일치도 있었다. 누군가는 혁명전사라 했지만, 누군가는 부역자라 했다. 특히 공산당이 ‘혁명의 토대’라 불렀던 비밀 요원들일수록 뒤에 남겨질 가족과 다른 조직원의 안위를 위해 신분을 알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죽었다. 베트남 사람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프랑스, 미국 등 적국 군인도 많았다.

이 알 수 없이 뒤엉켜버린 채 나타난 죽음을, 그리하여 한꺼번에 등장한 유령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국가 정통성을 우선시하는, 과학적 사회주의를 앞세우는 베트남 공산당 정권을 비웃듯, 봉건 잔재나 미신 취급을 받던 전통 종교와 제사 의식이 전면적으로 부활했다.

무당들이 억울한 혼을 불러내 만나는 과정, 접신의 과정, 사당을 세우고 지전을 불태우면서 유령들을 편히 잠재우는 과정 등 저자의 상세한 취재 기록이 쭉 이어진다. 무당을 통해 죽은 원혼과 직접 대화해보기도 하고, 집요한 취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일부 지역민과 지방정부의 훼방을 뚫어가며 기록한 것들이다. 그 덕에 이제껏 소개된 저자의 책 가운데 가장 손쉽게 읽히기도 한다.

초점은 전쟁과 죽음이 찢어놓은 사회를 어떻게 복원할 것이냐다. 최초의 사회학자라는 뒤르켐의 제자 로버트 허츠의 ‘양 손’ 개념을 끌어 쓴다. 일반적으로 죽음을 평가, 판정하는 손은 오른손이다. 꽉 쥐어진 주먹 형상이 어울릴 법한 오른손은 “권력의 균형, 국가간 연맹, 봉쇄와 도미노 이론, 혹은 핵무장 저지와 게임이론의 측면에서 전 지구적 갈등을 논한다.” 왼손은 “거의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주로 갈라진 공동체와 이웃, 파열된 가족과 친족, 분열된 의식과 정체성에 관한 것”을 다룬다. 느슨하게 늘어져 자연스레 벌린 형태가 들어맞을 왼손은 이 죽음들을 앞뒤 재지 않고 그냥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손이다.

전쟁, 그것도 이데올로기까지 개입된 극한의 내전이 불러오는 양측간 격렬한 갈등과 충돌은 “교조적, 이데올로기적, 위계적 국가기관과 조직적 네트워크들의 팽창”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반교조적, 비이데올로기적, 협력적인 사회적 네트워크들 또한 번성”하게 한다.

권헌익 케임브리지대 교수.

왼손이 들려주는 사회적 네트워크 얘기는 사뭇 다르다. “십자포화가 난무하는 폭력적 양극 갈등의 거리에서 이미 그어져 있는 정치적 충성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잘 협력하는 사람들만이 신체적, 도덕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그렇기에 ‘깍망’이라 불린 혁명조직은 혁명가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조직”으로 여긴 인민들, “특히 인간적 연대의식을 회복하고팠던 여성들”이 깍망에 모여들었다.

깍망의 작동 방식은 이렇다. 가령 어느 날 이웃집 여자가 회사에 출근한 내 딸을 굳이 불러내서는 억지로 심부름을 시켜 멀리 내보냈다. 그 날 오후 베트콩이 딸의 직장을 급습,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 “생존을 위해 이뤄지는 이러한 교묘한 거래에서 어떤 질문도 하지 않고 어떤 정보도 캐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살았으면 됐다. ‘아니 어떻게?’라고 묻는다는 건 서로를 곤란하게 할 뿐이다. 이 상황에서 애국자는 누구이며, 부역자는 누구인가. 또 그걸 애써 구분한다 한들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뒤얽힌 유해가 불러내는 기억, 뒤얽힌 유해가 묻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화두는 ‘딱한 죽음’이다. 온갖 분석, 대책이 다 나온다. 오른손들의 경연장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사회 왼손의 역할은 무엇일까. 당연한 분노를 넘어 고민해볼 지점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ㅣ한국일보ㅣ20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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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 10점
권헌익 지음, 홍석준 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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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산 자처럼 싸우지 않는다오” 망자의 음성 듣고, 가족이 되는 이들


ㆍ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ㆍ권헌익 지음, 박충환·이창호·홍석준 옮김 | 산지니 | 358쪽 | 2만5000원




책을 읽기에 앞서 이런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베트남 사람들은 혁명지도자였던 호찌민의 사당에서 기도한다. 자식을 낳게 해달라거나, 가족들이 건강하게 해달라고 ‘호 아저씨’에게 부탁한다. 그렇게 대화하는 대상은 꼭 영웅이 아니어도 좋다. 가령 그들은 전쟁 중에 세상을 떠난 이름 모를 병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 새로운 가족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함께 산다. 말하자면 베트남 사람들은 유령(Ghost)의 존재를 실감한다. 그것이 베트남인들의 정신세계이고 문화이며 삶이다.

저자는 인류학자 권헌익(54)이다. 산 사람들의 주변을 여전히 맴도는 전쟁 유령들을 베트남인들이 어떻게 애도하는지를 탐구하는 이 책에 대해 저자는 “기괴한 연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책의 머리에서 저자가 꺼내놓은 인용들, 베트남인들이 유령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서술들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예컨대 즈엉 투 흐엉의 <무명의 소설>에서 젊은 의용군 꾸안은 홀로 귀향하던 중에 전사한 군인의 해골과 조우한다. 그는 망자의 영혼이 자신을 그곳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하고는 망자의 일기를 고향 어머니에게 가져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불행하게도 이미 돌아가셨다면 무덤을 찾아가 읽어드리겠다”고 다짐한다. 또 반 레의 소설 <만약 당신이 여전히 살아 있다면>에서는 한 혁명군의 영혼이 저승과 이승의 경계 앞에서 서성인다. 그는 강을 건널 노잣돈이 없어 다시 마을로 돌아가 ‘떠도는 유령’이 된다. 이렇듯 베트남인의 삶에서 유령이라는 존재는 익숙하다. 저자는 그것이 “‘이데올로기의 유령’ ‘스탈린의 망령’ 같은 역사적 은유가 아니라 사회적 사실”이라며 “역사적 정체성을 가진 실체로서, 비록 과거에 속하지만 현재에도 지속되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때때로 인류학자로서의 학술적 언급이 등장하지만 책은 대부분 ‘발품의 기록’이다. 저자가 만난 베트남인들은 개별 무덤과 집단 묘지를 만들어 유령들을 돌본다. 가족의 연은 물론 연고도 없는 민간인, 외국 군인 모두를 위해 향을 피운다. 구천을 헤매던 유령들은 윤리적 책임감에 따른 산 자들의 행동을 통해 강력한 상징적 변환을 거쳐 고향이 아닌 마을의 터주신이 되고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된다.

전쟁 유령들과 산 사람들의 동거를 더듬는 저자의 속내는 명징하다. 음력 7월 어느 날, 저자는 어두운 묘역에서 영매를 통해 그 지역의 신위를 만난다. 저자는 ‘명사수’라고 불리는 유령에게 묻는다. “당신들도 명분 때문에 논쟁하고 싸우나요?” 명사수가 답한다. “아니오. 친애하는 친구! 망자들은 싸우지 않는다오. 전쟁은 산 자들의 일이라오. 내 세계의 사람들은 전쟁의 동기와 목적을 기억하지 않는다오.” 결국 저자는 자신이 베트남에서 목격한 것이 “역사의 상처를 넘어 인류의 연대라는 윤리적 지평을 창조하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그것은 “아직도 냉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 사회에 의미심장한 교훈을 남긴다”고 덧붙인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ㅣ 경향신문 ㅣ 20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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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 10점
권헌익 지음, 홍석준 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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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연구로 다시 읽어낸 베트남, 베트남전(한겨례)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권헌익 지음, 박충환·이창호·홍석준 옮김
산지니·2만5000원

적군과 아군,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희생자를 낳아 현대사에서 최악의 전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베트남 전쟁(1964~1975)이 벌어진 뒤, 베트남에서는 ‘유령’들이 넘쳐났다. 죽은 사람은 흔히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의례 행위에 따라 기억되고 그들에게 ‘조상’(베트남 말로는 ‘옹 바’)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오랫동안 계속된 대규모 전쟁은 단선적인 친족 체계에 기대어 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고통스럽게 ‘객사’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고, 이들의 친족적 연고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은 수많은 전쟁 사망자의 개별 무덤, 마을 주민들의 집단 묘지와 함께 그 못지않게 많은 무명 유해의 무덤도 유지해왔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떠도는 유령은 이들에게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이 아닌, 자연적이고 실질적인 “당대의 경험”이었다.

<학살 그 이후>(2012, 아카이브)를 비롯해 전쟁이 끝난 뒤 베트남에서 전쟁의 경험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를 꾸준히 탐구해온 권헌익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사회인류학)는 이번 책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에서 유령이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대규모 죽음의 역사와 망자를 기념하는 행위에 담긴 도덕성은 외교사와 경제사만큼이나 중요한 연구 주제”라며, 베트남 사람들이 전쟁 유령을 위해 수행하는 의례 행위에 “역사의 상처와 고통을 넘어 인류의 연대라는 윤리적 지평을 지향하는 창조적인 문화적 실천”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지은이는 껌레라는 마을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유령 이야기를 수집했는데, 민간 공동체 차원에서는 이쪽 편과 저쪽 편, 영웅적 죽음과 비극적 죽음, 외국 유령과 베트남 유령 등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포착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베트남 사람들이 집과 조상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친족 체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유령을 대상으로 삼은 새로운 친족 관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서 이곳으로 와 이름 없이 죽은 유령은, 조상은 아니지만 ‘아저씨·아주머니’(베트남 말로 ‘꼬 박’)가 되어 조상과 비슷한 의례의 대상이 됐다. 권 교수는 이처럼 베트남 사람들이 수직적이고 배제적인 계보를 앞세우는 친족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인류 보편적인 윤리를 동력으로 삼아 동심원을 그리듯 친족 관계 자체를 더 넓은 차원의 ‘개방적 관계망’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은이의 연구는 냉전에 대한 유럽 중심적인 인식과 연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유럽에서 냉전은 양극단의 세력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지정학적 경쟁을 펼쳤던 “상상의 전쟁”이라고 봤지만, 비서구 탈식민 지역에서 냉전은 대규모 학살의 경험이었다. 비참하고 폭력적인 경험 속에서도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적 네트워크가 싹텄다는 것을 포착한 지은이의 연구는, 냉전 연구의 본질 역시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최원형ㅣ한겨레ㅣ2016-06-03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 10점
권헌익 지음, 홍석준 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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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케임브리지大 권헌익 교수, ‘베트남 전쟁의…’ 국내 출간

현지서 머물며 일상참여 연구 
학계 “인류학적 통찰의 수작” 

개방정책후 정치 해빙기 도래 
미군 유해 발굴 본격화되면서 
전쟁영웅·적군 초월 추모 확산 
전국적 차원 친족의례로 정착 

“역사적인 상처와 고통을 넘어 
‘인류연대’ 향한 문화적 실천” 

‘유령(ghosts)’은 사회과학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을까. 유령은 다뤄지더라도 비유적으로 취급될 뿐 사회과학적 연구의 직접 대상으로 삼는 건 금기다. 유령은 사회적 세계를 구성하는 ‘사회적 사실’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이고, 현대 국가는 과거 혹은 지금도 ‘미신’으로 낙인 찍어 유령에 대한 민간의 풍속이나 의례까지 강제로 금지했다. 

유령을 ‘구체적 실체’로 다뤄 세계 인류학계에 충격을 던진 학자가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의 권헌익(54·사회인류학·사진) 석좌교수다. 그는 베트남전쟁 이후 현장에서의 오랜 실증적 연구를 통해 유령이 “구체적인 역사적 정체성을 가진 실체로, 비록 과거에 속하지만, 비유적인 방식이 아니라 경험적 방식으로 현재에도 지속한다고 믿어지는 존재”로서 베트남에서 ‘사회적 사실’을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한 저서 ‘베트남 전쟁의 유령’(산지니)이 영국에서 출간된 지 8년 만에 국내에서 번역됐다. 이 책은 뛰어난 동남아시아 연구서에 주는 ‘조지 카힌 상’ 제1회 수상작으로, 세계 학계에서 ‘어떠한 학자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 ‘인류학적 통찰의 거의 완벽하고 경이로운 예’라는 찬사를 들었다. 권 교수는 역시 베트남전을 다룬 ‘학살, 그 이후’(아카이브, 2012)로 2007년 인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기어츠 상’을 받은 바 있다. 

 

저자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상당 기간 현지에 거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일상, 특히 가정의례에 직접 참여하며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시점이 의미가 있다. 1986년 ‘도이머이 개방정책’ 이후 베트남 정부의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 미국 등 이전 적성국에 대한 화해 제스처 등 이데올로기의 변화는 정치적 해빙을 가져왔는데,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전국적 차원의 종교의례의 부활이었다. 주로 ‘전쟁영웅’에 제한돼 공식적으로만 추모되던 죽은 자들의 의례가 친족의 의례로 들어오고, 당시 ‘우리 편’이 아니었던 망자들도 친족의례에 편입됐다.

특히 도로 건설 등 경제개발로 발굴되는 전쟁 유해의 수가 급증했고, 미국과 수교(1995년) 이후 미군 유해(MIA·작전 중 실종자) 발굴이 본격화하면서 친족을 넘어 말 그대로 떠도는 유령들도 부활하게 됐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 MIA 발굴은 중요한 열쇠였고, 지방 관료들은 유해를 잘 찾는 영매(무당)를 고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베트남인에게 전쟁 유령은 일종의 자연적 현상으로 인지되는 ‘존재론적 힘’을 가지며 그러한 사례는 책에 다양하게 소개된다. ‘존재론적 난민’이었던 유령들은 산 자들의 인정과 의례를 통해 제대로 정착하거나 떠날 수 있고, 은혜를 갚기도 한다고 현지인들은 경험을 통해 증언한다.


저자는 베트남에서 유령을 둘러싼 담론과 실천이 매우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일 뿐 아니라, 베트남인들의 역사적 성찰과 자아 정체성 표현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류학적·사회학적·역사학적, 심지어 정치경제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사례 가운데 현지 조사 중에 한 지역의 영매를 만난 저자는 ‘명사수’라고 불리는 유령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 세계의 사람들도 여전히 명분 때문에 논쟁하고 싸우나요? 망자들의 세계에도 ‘우리 편’과 ‘그들 편’이 있나요?” 유령은 “아니요, 친애하는 외국인 친구! 망자들은 싸우지 않는다. 전쟁은 산 자들의 일이다. 내 세계의 사람들은 그들이 당신 세계에 있었을 때 싸웠던 전쟁의 동기와 목적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베트남인들이 전쟁 유령을 위해 수행하는 의례행위는 “역사의 상처와 고통을 넘어 인류의 연대라는 윤리적 지평을 지향하는 창조적인 문화적 실천”이라고 말한다. 6·25전쟁의 상흔을 여전히 안고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문화일보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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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유령 이야기를 읽었던 것은 언제일까요?


출처: gholly-fromb.tistory.com


초등학생 때는 문방구에서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을 사 읽곤 했습니다. 

손바닥만한 책에 나오는 귀신 이야기가 너무 무서워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계속 등 뒤를 돌아본 기억이 있는데요.


그 이후에 활자로 만났던 유령들은 

진지한 문학 작품의 상징적 인물이거나

사회과학 책에서 '냉전의 유령'과 같은 비유 정도여서,

해질녘 귀갓길에 마주칠 것 같은 존재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나와 이 세계에 공존하는 존재로서의 유령은 

글보다는 무더운 여름 친구들이 담력 겨루기처럼 하는 수다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심하게 꺼내시는 이야기에서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습니다.


무섭기는 한데 믿는다고 선뜻 말하기는 부끄러운 것.

저에게는 그런 존재였던 유령과 사람들의 관계를 연구하는 책이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입니다.



권헌익 교수의 베트남 2부작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는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베트남의 다낭과 인근 지역을 배경으로 합니다.

베트남에서는 '미국 전쟁'이라고 불리는 전쟁은 1975년에 끝났지만,

전쟁은 베트남인들의 삶 구석구석에 스며 있고

삶의 터전 그 자체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책에서 중요한 장소로 등장하는 껌레(Cam Re) 지역은 

전쟁 때 조성된 광활하고 오래된 묘지에 위치합니다. 

거의 모든 껌레 가구의 농지에는 십여 기 이상의 무덤이 있고요. 


출처: bettertour.tistory.com


베트남인들의 삶에서 유령은 낯선 이방인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들과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그리고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존재입니다.

한 남자는 밭에서 전쟁 중 죽은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어느 마을에서 늘 같은 길에 나타나는 외국 군인 유령은 주민들에게 익숙한 존재입니다.


책에서는 "누군가의 유령은 다른 이의 조상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연, 혈연이 없고 때로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데도 

베트남인들은 유령들을 위해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립니다.

이러한 추모는 1980년대의 경제 개혁 이후에 뚜렷한 문화적 현상으로 부상했다고 합니다. 


유령을 위한 향과 가짜 돈.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seafaringwoman/5455195256/


저자는 베트남에서 

"망자의 역사와 산 자의 생동적 활동이 공존하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씁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 중요한 인물인 '연꽃'이라는 소녀 유령이 있습니다. 

연꽃은 생전에 고아였고 생계를 위해 땔감을 모아 팔았는데, 

땔감을 모으던 중에 강물에 휩쓸려 자신이 살던 지역과 멀리 떨어진 강가에서 죽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자신의 시신이 묻혀 있는 마을에 사는 여자아이의 몸에 들어와 

그 아이의 가족들에게 시신을 찾아달라고 요청합니다. 


텃밭에서 어린아이의 시신이 발견되자 

연꽃은 그 가족에게 자신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족의 둘째 딸이 된 연꽃은 놀랍게도 

전쟁 당시 혁명 활동에 동참했던 이들 여럿이 있는 이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유령으로 성장합니다. 

가족의 이웃인 찌엠 아저씨는 연꽃의 성장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혁명가를 길러내는 것은 그녀 가족의 전통이다." 

찌엠 아저씨에게 저자는 조심스럽게 질문합니다. 


“아저씨, 실례가 된다면 용서하세요! 당신은 연꽃이 진짜라고 진정으로 믿고 있나요?”

“조카야, 그녀가 진짜가 아니라면, 너는 왜 내게 그녀에 대해 묻고 있는 거냐?”


-유령의 변환 중에서

중요한 것은 유령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망상이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자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직접 유령과 대화하기도 합니다! 
제7장 유령을 위한 돈을 읽어보세요.)


조상을 위한 가내 제단. 

출처: travel.tourism.vn


베트남 문화에서 유령은 베트남인들이 집 안에서 추모하는 조상과 

국가적 기념의례의 대상인 전쟁영웅에 비해 주변적인 존재이지만, 

이들 못지않게 베트남인들의 일상에 함께하는 존재입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 그리고 집이 아닌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조상과 유령의 구분이 모호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맥락에서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은 유령을 '사회적 사실'로 연구하고 있다고 할까요. 



출처: www.theodysseyonline.com


문화인류학자들은 대체 뭘 공부하냐?는 질문에 대해, 이런 답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세계가 사실(fact)에 기대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꿈과 망상, 희망과 두려움, 상상과 야망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이해한다. 

인류학자들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축하지 않는다. 

Savage Minds Interview: Sarah Kendzior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은 문화 인류학의 

"인류학적 통찰의 거의 완벽하고 경이로운 예"라는 찬사를 받았는데요,

(마이클 램벡 런던정경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의 평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베트남 전쟁 유령과 그들을 위한 의례의

선명한 사회적·정치경제적·종교적 함의에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베트남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을 읽을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베트남의 냉전사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겹쳐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규모 학살과 극단적인 '내 편' '네편' 구분으로 점철된 냉전을 겪은 한반도.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냉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 '거리에서의 비극적 죽음'으로 가족과 고향을 잃은 베트남인들의 이야기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이북의 고향을 떠나신 저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얼마 전 2주기를 맞이한 세월호 유가족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한국인들도 베트남인들도

상처를 겹겹이 축적한 채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베트남 전쟁 참전국이지요. 

베트남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인들이 

많은 베트남인들을 학살했다는 것을 기억하면

저는 베트남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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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책이 나오기까지의 우여곡절에 대한 몇 가지 여담을 해보렵니다. 


1. 영혼이냐 유령이냐?!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의 원제는 Ghosts of War in Vietnam 입니다. 

번역서를 맡게 되면 언제나 큰 고민이 한글 제목을 어찌할 것인가?! 인데요.

눈썰미가 빠르신 권헌익 교수님 팬(...) 여러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동안 언론 기사에서 Ghosts of War in Vietnam은 

쭈욱 '베트남 전쟁의 영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그런데 번역을 맡아주신 박충환, 이창호, 홍석준 교수님께서는 제목을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로 옮기셔서 저에게 원고를 보내주셨지요.

저는 원서와 교정지와 언론기사를 번갈아 쳐다보며 

유령? 정말 유령에 대한 책이란 말이야?? 라는 의심을 했지만 

이내 글에 빠져들었고, 

추상적인 느낌의 '영혼' 보다는 도발적인 '유령들'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의 제목은 권헌익 교수님, 번역자 선생님들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


2. 유령을 어떻게 표현하지?

혹시 눈치채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유령'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이미지를 단 한 컷도 쓰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한 번이라도 '유령'을 이미지 검색해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유령' 하면 주로 납량특집에 나올 법한 오싹한 이미지뿐이라는 사실ㅠㅠ 


그래서 책의 표지 작업에도 사실 난관이 있었습니다. 

산지니에서는 담당 편집자가 디자이너님이 참고할 만한 이미지를 찾기도 하는데요,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의 경우 저는 

베트남인들이 거리에서 향을 피우거나 기도하는 모습 사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적당한 이미지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어정쩡한 사진들을 전달했고  

표지 시안이 나왔으나 디자이너도 편집자도 만족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침 부산의 민주공원에서

꾸준히 베트남인들의 전쟁 기억에 대한 작업을 해오신 

이재갑 사진작가의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

그런데 전시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

그런데 담당 편집자인 저는 오후에 해외로 출국해야하는 상황!!!


그야말로 절규... 할 뻔 했습니다


저는 부리나케 전시회에 가서 사진들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님과 적절한 작품을 골라

이재갑 작가님께 연락을 드리니 흔쾌히! 표지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 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어 이재갑 작가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표지에 사용된 이재갑 작가님의 작품 <빈딩성 가족무덤> .


이렇게 출간 전에 일어난 일들을 적다 보니 책이 드디어 나온 것이 새삼 놀랍고(ㅎㅎ)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임을 되새기게 됩니다.

이제는 독자 여러분들과 만날 일만 남았네요 :)

독자 여러분께도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 일이기를 기대합니다!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 10점
권헌익 지음, 홍석준 외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전후 베트남, 떠도는 영혼에 대한 대중적 상상과 역사적 성찰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인류학계의 최고 상 중 하나인 ‘기어츠 상’의 수상자 권헌익 교수의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이 마침내 국내 출간되었다. 캠브리지대학교의 석좌교수인 권헌익은 냉전 시대 베트남에서 발생한 잔혹한 폭력과 대규모 죽음의 비극적인 역사를 인류학자의 치밀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적 시선으로 조명해왔다.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은 1980년대의 경제개혁 이후 베트남 사회에서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부각된 전쟁유령에 관한 의례에 초점을 맞추어 베트남 전쟁의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기념행위가 갖는 사회적, 정치경제적, 종교적 함의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세계 석학들로부터 “놀라울 정도로 감동적”, “어떠한 학자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 “인류학적 통찰의 거의 완벽하고 경이로운 예”라는 극찬을 받은『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은 뛰어난 동남아시아 연구서에 주어지는 ‘조지 카힌 상’의 제1회 수상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국가적으로 추모되는 전쟁 영웅도, 가정 내에서 기려지는 조상도 아닌 떠도는 유령을 주제로 삼아 냉전사와 친족 연구 등의 지평에서 독보적 시각을 제시한다. 학술서이지만, 권헌익 교수는 베트남인들의 목소리를 생동감 있고 아름다운 문체로 전한다. 뿌리 뽑힌 유령들을 애도하는 베트남인들의 이야기는 냉전의 양극적 질서가 견고한 한국 사회의 독자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감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무지몽매의 표현이나 비유가 아닌 ‘사회적 사실’로서의 유령


유령 이야기만큼 중대하면서도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주제는 드물다. 대부분의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유령은 인류의 사회적 세계를 구성하는 사회적 사실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도 근대화의 과정에서 유령 이야기는 물론 각종 민간 추모 방식을 공식적 활동에서 배제하고 있다. 국가적 기억에서도, 또 조상이라는 친족관계 내의 추모 대상으로서도 배제되는 것이 바로 유령이다.

하지만 권헌익 교수는 베트남의 전쟁유령들이 “구체적인 역사적 정체성을 가진 실체로서, 비록 과거에 속하지만 비유적인 방식이 아니라 경험적인 방식으로 현재에도 지속된다고 믿어지는 존재”(16쪽)로서 ‘사회적 사실’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베트남에서는 유령 그리고 유령을 둘러싼 문화적 담론과 실천이 대중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인들의 역사적 성찰과 자아정체성 표현의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인류학적·사회학적·역사학적, 심지어 정치경제학적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베트남의 유령 관련 문화를 비합리성이나 무지몽매의 표현이 아니라 베트남인들의 역사적 경험, 도덕적 가치, 규범, 삶의 물질적 조건 등과 복잡하게 연동되어 사회적 현실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는 것으로 접근한다.


친족관계·냉전사 연구의 지적 전통에 도전하는 독보적 시각


권헌익 교수의 베트남 2부작 중 앞서 출간된 『학살, 그 이후』는 대규모 학살이 일어난 마을의 주민들이 타인의 시신과 뒤섞인 가족의 유해를 어떻게 현존하는 국가적 혹은 가내 기념의 체계와 동화시키는지를 논한다. 반면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은 친족도 전쟁영웅도 아닌 전몰자라는 중요한 영역으로 논의를 확장한다. 남부 및 중부 베트남의 공동체들은 전사자의 개별 무덤과 마을 주민들의 집단 묘지뿐만 아니라 많은 무명 외지인의 무덤을 함께 지켜왔다. 베트남인들은 ‘길 위에서’ 비극적으로 죽은 이들이 그 죽음의 비통함과 폭력성 때문에 그들이 죽음을 맞이한 장소에 묶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망자들은 산 자들에 의해 그들의 기억이 인정되고 공유될 때에야 비로소 트라우마적 상황에서 자유로워진다. 뿌리 뽑힌 전쟁유령들은 윤리적 책임감에 따른 산 자들의 행동을 통해 강력한 상징적 변환을 거쳐 고향이 아닌 장소의 중요한 터주신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기도 한다. 전시와 전후 베트남인들의 삶에서, 친족관계는 예정되어 있는 배제적 계보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개방적 관계망이다.

권헌익 교수는 냉전을 ‘상상의 전쟁’이라고 설명하는 유럽중심적 시각을 비판한다. 냉전이 전 지구적 차원의 갈등이었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현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서구에서 냉전이 ‘장기적인 평화’로 경험되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비서구 지역에서 냉전은 대규모 학살을 동반했다. 따라서 대규모 죽음의 역사와 망자를 기념하는 행위는 외교사와 경제사만큼이나 중요한 연구주제이다.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은 이러한 집단기억의 차이를 짚어내며 양극정치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깊이를 더한다.


“망자들의 세계에는 우리 편, 저쪽 편이 없다”

냉전이 지속되는 한반도의 현실과도 맞닿은 책


현지 조사 중에 한 지역의 신위를 만나 대화할 기회를 얻게 된 저자는 ‘명사수’라고 불리는 이 유령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권: 당신 세계의 사람들도 여전히 명분 때문에 논쟁하고 싸우나요? 망자들의 세계에도 “우리 편”과 “그들 편”이 있나요?

명사수: 아니오, 친애하는 외국인 친구! 망자들은 싸우지 않는다. 전쟁은 산 자들의 일이다. 내 세계의 사람들은 그들이 당신 세계에 있었을 때 싸웠던 전쟁의 동기와 목적을 기억하지 않는다.

-274쪽, 「유령을 위한 돈」 중에서

명사수의 말에 따르면 망자들의 세계에서는 ‘내 편’, ‘네 편’의 구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늘날 베트남인들은 전쟁 때문에 적이 되었던 가족의 일원들, 가족의 연은 물론 지역적 연고도 없는 민간인, 외국 군인 모두를 위해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린다. 베트남인들이 전쟁유령을 위해 수행하는 의례행위는 “역사의 상처와 고통을 넘어 인류의 연대라는 윤리적 지평을 지향하는 창조적인 문화적 실천”(28쪽)인 것이다.

한국은 냉전의 오래된 질서가 여전히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의 삶을 양극적 대치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지구상 거의 유일한 사회이다. 이에 옮긴이들은 “베트남 전쟁유령 현상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화해와 연대의 가능성은 아직도 냉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 사회에 중대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윤리적·실천적 교훈을 남기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역설한다. 뿌리 뽑힌 유령의 존재는 대규모 죽음의 경험을 겹겹이 축적해온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을 통해, 끔찍한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인간이지만 ‘내 편’과 ‘네 편’의 극단을 넘어 생명의 존귀함을 포용하는 것 또한 인간임을 기억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지은이 : 권헌익


사회인류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의 석좌교수이다. 런던정경대학에서 재직했고, 서울대학교에 초빙교수로 있다. 시베리아와 베트남에서 현지조사를 했으며 근래에는 한국전쟁의 현재적 역사에도 관심을 두고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학살, 그 이후』 『또 하나의 냉전』 『극장국가 북한』(공저) 등이 있다.


옮긴이 : 박충환 · 이창호 · 홍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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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권헌익 지음 | 박충환·이창호·홍석준 옮김 | 신국판 358쪽 

978-89-6545-354-3 93300 | 25,000원 | 2016년 5월 25일

인류학의 노벨상, ‘기어츠 상’을 수상한 권헌익 교수의 베트남 2부작 완결판. 1980년대 경제개혁 이후 베트남 사회에서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부각된 전쟁유령에 관한 기억과 기념행위가 갖는 사회적, 정치경제적, 종교적 함의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 참고: 한글판의 표지이미지는 이재갑 사진가의 작품 <빈딩성 가족무덤>입니다.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 10점
권헌익 지음, 홍석준 외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