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지역의 역사에 상상력 채색, 이상섭의 ‘거기서 도란도란’

작가가 채집한 부산의 스토리…오륙도 등 16개 소재로 한 팩션



이상섭 소설가가 팩션집 ‘거기서 도란도란’(산지니·사진)을 냈다. 소설과도 논픽션과도 구분되는 팩션은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입혀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학 장르다. 오랫동안 직접 걷고, 먹고, 즐기며 지역의 스토리를 채집해온 이상섭 소설가가 지역의 내력을 발굴해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팩션 장르를 택한 것은 뭔가 딱 맞는 옷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



   



예를 들어 신선대. 부산광역시 남구 용당동 해변의 좌안에 자리 잡은 바닷가 절벽과 산정을 총칭하며, 1972년 부산 기념물 제29호로 지정됐다. 87t급 범선인 영국 프로비던스호는 조선 정조 21년인 1797년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신선대 일원 용당포에 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윌리엄 로버트 브라우턴 함장과 선원들은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중 중 식수와 연료가 부족해 표류하다 부산에 흘러들어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상한 나라의 배 한 척이 표류하며 동해 용당포 앞바다에 닿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코가 높고 눈이 파랬습니다”로 시작하는 경상도 관찰사 이형원의 짧은 보고가 있고, 프로비던스호 함장의 당시 항해일지에는 흰 무명옷을 입고 무리 지어 몰려 나온 조선 사람들과의 첫 만남과 일대 자연에 대한 묘사가 상세하다.



이 정도 소재면 이야기를 쓱싹쓱싹 잘 풀어내는 소설가가 상상력을 엮어내기에 충분하다. 단편소설 길이의 ‘저기 둥둥 떠 있던’은 용호동 신선대에 서양인이 정박했던 이 역사 속 사건에 남사당패 창우와 그가 사랑한 여인 사월이 그리고 사월의 딸 단점이, 단점이를 사랑한 풍이라는 민초 캐릭터를 만들어 넣었다. 사는 것이 죽는 것과 같은 천인의 삶, 신분제의 억압, 신무기를 든 양인들에게 떳떳이 대적할 용기는 없으면서 자국 백성에게는 ‘이적행위’를 했다는 누명을 씌워 살이 찢기도록 형벌을 가하는 조선 관리들의 위선 등 당시 사회상황을 이 ‘8일간의 사건’에 재미있게 녹여냈다.



조갑상 소설가는 이상섭의 이번 팩션집을 두고 “실감이 감동을 준다는 것을 알면 세부가 필요하고 장치물과 소도구를 잘 부려야 한다”며 “책에 담긴 대부분의 이야기는 저마다 적절한 장치물들로 인해 시간을 탄력 있게 복원하고 딱딱한 사실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풀어낸 이야기는 16개다. 오륙도 등대섬, 해운대 간비오 봉수대, 일광과 기장 학리 해녀, 우암동 소막, 동삼동 패총전시관의 사슴선각무늬토기, 캐나다 참전용사 허시형제, 강서 대저 적산가옥, 정과정 공원, 금정 하정마을 어귀, 동래 마지막 기생 유금선, 사직종합운동장 등이 글감이 됐다. 팩션이라는 특성상 상상력을 덧대 창조해 낸 (충분히 있을 법한)캐릭터는 있지만 역사 왜곡은 없으니, 소설 한 토막 읽다 보면 지역사 한 토막 배우기에도 좋다. 


신귀영 기자

(기사원문 보러가기)



경남도민일보 


◇부산 구석구석, 이상섭 팩션집-거기서, 도란도란 = 부산을 발견하는 새로운 글쓰기. 이상섭은 부산의 장소성을 팩션이라는 장르로 녹여냈다. 해운대, 사직종합운동장, 대저 적산가옥 등 부산 역사가 깃든 장소들은 작가가 그려낸 허구의 서사를 통해 16편의 이야기 속에서 재탄생했다. 이상섭 지음, 산지니 펴냄, 240쪽, 1만 4000원.


이원정 기자

기사원문 보러가기 




 


거기서, 도란도란

 

이상섭 지음 | 240 | 14,000원 2018년 4월 16일 출간


"부산의 역사나 장소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으로 창작된 '팩션집'『거기서, 도란도란』은 부산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가감 없는 경험과 안목의 기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부산을 발견하는 창작행위로 이동했다. 지속적으로 '부산'이라는 장소에서 천착하며 아직 소설로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역사적 실체이자 삶의 장소인 부산을 발견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거기서, 도란도란 - 10점
이상섭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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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잠홍 편집자입니다.


나뭇잎의 연두색이 점점 선명해지는 걸 보니 이제 여름이 오는구나 싶은데요.

새 계절과 함께 그동안 많은 독자 분들께서 기다려주신 책이 출간됩니다. 

기획 단계에서 맛보기로 보여드렸던 바로 그 책!

(관련글: 따사로운 봄날, 부산 대표 문인들이 산지니 사무실에 모인 이유는?! ) 


바로 5·7문학 무크 창간호입니다. 



다시 지역이다 라는 제목의 창간호에서는 

5·7문학 무크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그리고 물론 부산·경남 대표 문인 16인의 신작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특집에서는 최영철 시인의 신작을 만나보실 수 있고

시 부문에는 조성래, 조향미, 성선경, 이응인, 성윤석, 서규정, 고증식, 박서영, 표성배, 조말선, 최정란 시인의 신작 총 22편이 실렸으며

소설 부문에는 조갑상의 물구나무 서는 아이, 강동수의 언더 더 씨, 정영선의 치약거품을 물고 하는 대답, 허택의 어깨를 내리다가 수록되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날, 함께해주시면 더욱 즐겁겠지요 ^^

창간 기념회에 오셔서 따끈따끈한 책을 바로 읽어보세요! 


일시 : 2016년 5월 12일(목) 오후 6시 30분

장소 : 러닝스퀘어 서면점 (동보플라자 맞은편 모닝글로리 3층)

주최: 5・7문학 편집위원 

구모룡 (문학평론가), 최영철 (시인), 강동수 (소설가)

문의 : 러닝스퀘어 051-816-9610



5・7 문학 무크

로컬은 들여다보고 느낄수록 그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양상이 선명해지는 지점입니다. 

공허한 담론의 재생산이 아니라 

로컬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삶의 진경을 표현하고 재현하는 문학적 실천을 천명합니다.


편집위원의 말

구모룡 문학평론가

“보다 섬세하게 삶을 대면하려는 노력”

지역의 구체적인 삶에 착목하지만 로컬을 더욱 복잡다단하게 만드는 국가와 세계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커져야 합니다.

최영철 시인

“지역은 기회”

전지구적인 위기를 감지하는 곳도 여기고 그래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을 건져올리는 곳도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강동수 소설가

“우리 시대의 화법에 맞는 새로운 리얼리즘 문학의 전형을 찾자”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 시대의 문제를 다시 관찰하고 오늘의 화법에 맞게 발언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비회원

루게릭병을 앓는 부산의 소설가 정태규씨(57·사진)가 눈으로 쓴 창작집 <편지>(산지니)를 최근 출간했다.

<편지>에는 단편소설 8편과 콩트, 스토리텔링 등을 합쳐 14편의 작품을 실었다. 구술과 안구 마우스에 의존해 작품을 썼다. 작가는 2년 전부터 천천히 몸 전체가 마비되어 갔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작품이 한 권 분량에 못 미쳐 두어 편 추가하려고 계획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 구상만 겨우 끝냈을 때 나는 이미 말하는 능력을 잃고 있었다. 구술할 형편도 못되었다. 귀하신 안구 마우스는 자주 고장을 일으켜 미국 본사에 다녀오느라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편지>의 수록작 대부분은 작가가 아프기 전에 큰 줄기를 잡아 놓은 것이지만 그 가운데 ‘비원’은 말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던 지난해 여름에 집필한 것이다.

‘비원’은 루게릭병을 소재로 한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다. 원망과 회한이 죽음의 공포를 버텨낼 만한 강한 위안과 결심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이제 여유롭게 글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루게릭병이 허락한다면 널려 있는 시간에 여유롭게 새로운 단계의 글쓰기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부인 백경옥씨는 15일 “‘비원’을 쓸 때는 구술에 의존해 겨우 하루 원고지 6∼7장밖에 쓰지 못할 정도로 힘겹게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상태가 나빠져 요즘은 누워서 지낼 때가 많고 이젠 구술도 힘들다. 다행히 미국에서 수리한 안구 마우스의 성능이 좋아져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며 다음 책 출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는 2012년 겨울 루게릭병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권기정ㅣ경향신문ㅣ20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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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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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정태규 소설가, 투병 중에 새 창작집 펴내

- 단편소설 등 14편 수록

- 같은 병 남녀 다룬 작품도

루게릭병으로 몸이 불편한 소설가 정태규 씨가 14일 부산 남구 대연동 자택에서 최근 펴낸 새 창작집 '편지'를 들어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전민철 기자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소설가 정태규(57) 씨가 "몸은 많이 불편하지만, 글은 계속 쓰겠다"며 문우와 독자들에게 인터뷰 등을 통해 약속한 대로 새 창작집 '편지'(산지니)를 내놓았다.

"작품이 한 권 분량에 못 미쳐 두어 편 추가하려고 계획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 구상만 겨우 끝냈을 때 나는 이미 말하는 능력을 잃고 있었다. 구술할 형편도 못 되었다. 귀하신 안구 마우스는 자주 고장을 일으켜 미국 본사에 다녀오느라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책에 쓴 '작가의 말'에서 마음먹은 대로 쓰지 못한 아쉬움부터 털어놓았다. 몸 전체가 천천히 마비되어 가는 병이고, 아직 치료법이 없어 모두가 무서운 병이라고 하는 루게릭병은 그의 작가정신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아내 백경옥 씨는 "상태가 악화돼 요즘은 누워서 지내실 때가 많다. 이젠 구술도 힘들다. 다행히 미국에서 수리한 안구 마우스의 성능이 좋아져 카톡으로 소통한다"며 "집필 계획을 내게 얘기하고 문학계 새 작품과 경향에만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창작집 '편지'에는 스토리텔링 성격 단편소설과 콩트를 합쳐 14편을 실었다. 수록작 '비원(秘苑)'은 맑고 아름답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남녀가 우연히 서울 창덕궁의 신비한 정원인 비원에서 만난 장면을 그려 작가 자신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갑자기 사람들이 해설사의 손짓을 따라 이쪽을 쳐다보았다.…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개울 위의 작은 다리를 건넜다. "우리 병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볼까요?" 그녀가 소요암이라는 바위를 바라보며 심상하게 물었다. "…짧은 동정과 긴 망각…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잊혀질 것이오. 사람들은 우리와의 관계를 포기하겠지요." "몸으로부터도, 사람으로부터도 우린 끝없이 고립되어 갈 거예요." "동감이오." '('비원' 중)

차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현실을 놓고 이어지는 남녀의 대화는 인상깊다. 둘은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가 인현왕후의 넋이 이끄는 대로 목욕을 한 뒤 고약한 부스럼을 치유했다는 비원의 연못에서 목욕한다. 남녀가 헤어지는 끝 장면은 이렇다. '돈화문 거리에서 둘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살아남아요."'

아내 백 씨는 "2012년 가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서울의 병원에 다니던 지난해 여름 남편과 내가 비원에 가서 산책했는데 그때 구상한 소설"이라고 들려줬다. 다른 수록작은 대부분 써놓았던 작품이다. 임진왜란 때 동래성에서 싸운 젊은 조선 무사와 아내의 지극한 사랑을 그린 '편지'와 '3일간'은 생명에 대한 고결한 마음이 생생하다. '병삼이의 웃음' '우리 집 그 인간' 등 콩트는 낙천성과 웃음이 출몰한다. 

정 작가는 "이 소설집으로 지금까지 써온 글의 한 단계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루게릭병이 나에게 계속적인 집필을 허락한다면 새로운 단계의 글쓰기에 도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봉권ㅣ국제신문ㅣ2015-01-14

원문 읽기

편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온몸이 굳었다, 눈으로 썼다

아내·안구 마우스 도움으로 소설집 출간
2015-01-14 [22:31:29] | 수정시간: 2015-01-14 [22:58:06] | 1면



Posted by 비회원

 

<정태규, 야수를 향한 소리없는 아우성>

 

 

정태규. 처음 그의 이름을 접한 건 역시나 「문학을 탐하다」에서입니다. 산지니 인턴으로서 작가 돋보기를 연재하고 있는 지금, 2명의 작가에 대해서 썼고 마지막인 정태규 작가에 대해서 쓰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서두가 길어지고 있는데요.^^ 흔히들 책을 읽으면 작가의 세계를 머릿속에서 그려보곤 합니다. 특히 여러 편의 단편집과 산문집은 작가의 세계관을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정태규 작가의 경우 자신의 내면화를 통해 늑대, 표범과 같은 것들로 형상화하여 자신을 구축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속안에 야수 한 마리쯤은 품고 있겠지만 공공연하게 드러내진 않는데요. 그건 자기 안의 야수지만 그것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만한 용기가 없거나 아직 외연으로 발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자신의 야수인 늑대를 발견했으며 이 늑대를 구체화시켜 자신=야수(늑대)가 되고자 합니다.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하는데요. 「길위에서」, 「꿈을 굽다」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작가의 작품이라는게 보통 작가의 세계를 담고 있지만 은은하게 드러나 가공의 소설로서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들의 경우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동일성을 가지고 있어 각 단편의 캐릭터가 풍기는 느낌이 저자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길위에서』

정태규 작가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늘상 자유롭고 싶었습니다만 현실은 내게 너무 무거운 갑옷이 되어 있군요. 갑옷처럼 경직된 사고를 두려워하면서도 나는 그 속으로 자꾸만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허무해지는 느낌입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향해 문을 닫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의 말이 슬프게 느껴집니다. 무엇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들었을까요? 자유롭고자 하나 그러지 못한 그의 모습이 소설 속에서 그대로 드러남을 알 수 있습니다. 「솔베이지의 노래」에서 강진우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끝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떠나보내지도 못하며 그녀의 굴레 안에서 살고 있는 그는 영국으로 떠나는 그녀에게 부러워하며 자신도 떠날 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자신과 있어달라고 외치고 그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버릴 진정 붙잡았다면, 혹은 그녀와 함께 같이 떠났다면 어땠을까요. 그의 외침은 무언의 노래일 뿐이었습니다.

「솔베이지의 노래」에서는 작가 안의 존재하는 창살을 엿볼 수 있다면 「정글 게임」에서 나오는 인물은 작가 자체일 것입니다. 「문학을 탐하다」에서 최학림 기자는 정태규 작가에게 야수가 되어보자고 말합니다. 야수란 도대체 무엇이며 왜 야수여야만하는 걸까요. 정글 게임에서 나오는 퓨마와 「구글 어스」의 퓨마를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정글게임」에서 그는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온 몸이 검은 퓨마 한 마리가 있습니다. 퓨마는 그를 매료시키고 포르노를 보는 일상을 계속 합니다. 자극적인 성행위 장면이 넘쳐나지만 정작 아내 앞에서면 할 수 없게 됩니다. 아내 얼굴을 보면 순간 힘이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그는 사이버 채팅, 게임 속으로 도망쳐버립니다. 그 안에서는 자신을 드러낼 필요 없으며 진지함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일상의 반복 중 그는 퓨마의 꿈을 꾸고 자신이 무언가에 의해 갇혀 있음을 깨닫습니다. 추락하는 비행기의 조정석에 갇혀 있음을 느끼면서 꿈 속의 어둠이 자신을 물들어 퓨마가 자신을 죽일 때마저 무기력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조정석, 갑옷, 퓨마에게 죽임은 야수가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무언가겠죠. 현실에서 작가에게 그 무언가는 어떤 것일까요?

 

 

작가는 현실의 시간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사이버세계, 설산, 포장마차. 하지만 이런 것들은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도 현실을 극복하게 해주지도 않습니다. 단지 도망하는 것일 뿐이며 눈을 감는 행위에 불가하죠. 현실의 세계는 야수가 도사리고 있으나 야수가 되지 못하는 이들의 도피처입니다. 소설에서는 도피처를 환상의 세계로 그리면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착각에 불과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의 세계를 희망하는 것은 절망의 뒷면은 다를 꺼라고 착각하는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2. 『꿈을 굽다』

「꿈을 굽다」는 단문을 모아 낸 산문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태규 작가의 과거모습, 일상생활, 글 쓰는 모습·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초발심

작가는 데모, 실연을 동시에 하면서 인생의 쓴맛을 깨닫습니다.

결국 나는 절망감과 외로움에 쫓겨 휴학계를 내고 자취방의 짐을 챙겨 시골집으로 올라왔다. 그러곤 시골집의 뒤채 골방에 틀어박혔다. 그 어두운 골방에서 겨울 내내 내가 붙잡고 매달린 화두가 바로 소설쓰기였다.

앞에 「거리에서」 언급한 도피의 세계가 작가에게는 소설쓰기였나 봅니다. 작가는 일종의 미친 상태에 빠져 써내려 갔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고, 온밤을 세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열정은 작가가 안고 있던 절망감과 외로움의 순수한 마음이 온전한 열정을 자아냈다고 말합니다.

그 열정은 나를 향해 닫혀 버린 세상의 문을 열고 싶어 한 열망의 다른 표현이었으리라.

작가는 다시금 열정이 자신에게 찾아오길 바라며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두려워 합니다.

-갈천리에서

작가는 소설을 쓰겠다고 산골 오지로 혼자서 들어갑니다. 산골 오지가 주는 적막함과 외로움이 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판단하면서요. ‘외로움은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며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이렇게 말하는 작가는 외로움이 쌓여 작품을 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런데 그는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가짜다’ 라고 표현합니다. 요지는 이 외로움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인조적인 외로움일 뿐이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외로움은 떠나기만 하면 언제든지 사라질 외로움이라면서요. 공감이 됩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살아가면서 이리저리 치이길 마련이고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를 못하기 때문에 나를 잃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때문에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고 여행 중에서도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집니다.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행위는 자신을 감성적이게 만들고 온전한 시간을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억지로 하는 행위이겠으며 찰나의 순간일 뿐입니다. 여행지에서 나와 다시 현실에 돌아온 나는 현저히 다른 인간입니다. 이 둘이 하나가 되면 오죽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인도여행’, ‘올렛길’, ‘순례의 길’ 등이 유행을 합니다. 소설과 여행. 아니 다른 것일지라도 이들은 나의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여는 열망의 표현입니다.

정태규 작가의 책을 압축하면 자신의 야수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허나 그의 열망이 실패로 돌아가든지 성공하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재 루게릭병을 진단받아 절망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 모습이 야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태규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잃어버렸던 혹은 찾지 못한 야수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떠할까요^^

 


 

꿈을 굽다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길 위에서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책 읽는 부산을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2014 원북원도서 올해의 책 투표하러 가기>> http://www.siminlib.go.kr/onebookone2/

Posted by 비회원

요즘 출판계에선 신경숙 작가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최대 온라인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사건'이 화제입니다.

<엄마를 부탁해>가 아마존 18위에 올랐네요(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블로그)


아직 책을 안 읽은 분들도 제목은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출간 당시 화제가 됐었지요. 2009년 원북원부산을 뽑는 독서 캠페인에서  저희 책 『부산을 쓴다』와 경합을 벌여 우리를 슬프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

원북원서울이나 원북원마산이 아니라 '원북원부산'을 선정하는 캠페인이었기에, 부산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풍부하게 드러낸, 부산 소설가 28인의 합동소설집  『부산을 쓴다』가 걸리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베스트셀러에 대한 대중의 호응과 인지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국내 출판 저작권 분야는 수출에 비해 수입 의존도가 월등히 높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번역출판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합니다. 우리는 외국 책을 많이 수입해서 내지만 우리 책을 외국에 수출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는 거지요. 반면, 미국 출판시장에서 해외문학의 번역 출판 비율이 1%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 외국 작가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자신의 책을 올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을 해낼 수 잇었던 것은 글의 힘, 즉  엄마를 소재로 한 책의 보편적 정서가 바다 건너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있겠지만, 책을 미국 출판 시장에 소개하고 계약을 성사시킨 케이엘에이전시 이구용 대표의 노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의 한국 문학 수출 분투기'라는 부제가 달린 『소설 파는 남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라는 책을 내기도 했지요.

아마존에 올라 있는 독자 리뷰를 보니 책을 보면서 울었다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가족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당장 울엄마부터 돌봐드려야겠다 등등.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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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쓴다 - 10점
정태규 외 27인 지음, 정태규.정인.이상섭 엮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