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07 책과 함께 10년, 하무리
  2. 2009.10.29 부산 거제동 법조타운 (2)

12명의 남자들이 한달에 한번 모입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60세가 넘습니다.
대체 이 어르신들이 왜 모이는 걸까요?
등산? 골프? 낚시? 친목모임? 먹자계?

매번 모이는 장소는 다르지만 꼭 지참해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입니다. 지정된 한 권의 책을 한달동안 열심히 읽은 후 한날 한시에 모입니다. 물론 모여서 맛난 것도 드시고 술도 몇잔들 하시겠지요. 하지만 이 모임의 주인공은 책입니다. 독서모임의 이름은 ‘하무리’구요. 바로 책이라는 기특한 물건이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이 지긋한 어르신 12명을 이어주는 끈이 돼왔던 겁니다.

그간 하무리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만해도 100여권이 넘는데 정치, 경제, 사회, 문학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읽으신 거지요. 모임의 구성원들은 금융전문가, 판사, 변호사, 대학총장, 전직 방송국 임원, 기업CEO, 화가 등 아주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현직에서 아직까지 열심히 뛰고 계신 분도 계시고 현업에서는 물러났으나 그동안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분도 계십니다.

회원들은 책을 통해 꿈의 도시 꾸리찌바와 떠오르는 강국 중국과 인도를 여행하고 ‘인생수업’ ‘상실수업’을 통해 아름답게 늙는 지혜를 배우며 피터 드러커를 통해 경영학 강의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하고 장영희 교수의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 사연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책으로 인연을 맺은 외국 언론인이나 외교관들을 초대해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하는 등 그 어느 모임보다 열심히 10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읽은 책을 통해 회원들이 얻은 값진 경험과 사는 이야기들을 모아 『하무리-책과 함께 10년』이라는 책으로 엮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로 회원들의 얼굴에는 잔주름이 늘어났고 머리에는 하얀 이슬이 내렸지만 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출판사 방문횟수로 보면 산지니 저자들중 단연 1등이셨습니다. 때론 땅콩과 호떡을 양손에 가득 들고오셔 저희를 기쁘게 해주었구요. 

출간일정을 크리스마스 전으로 맞추려니 제작 일정이 빠듯해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마침내 책이 나오자 휴~ 안도의 한숨과 뿌듯함.
12월 23일, 출판사에 책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직장이 근처에 있는 홍판사님과 이변호사님께서 한달음에 달려오셨습니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책이 참 잘 나왔네요. 서점에서 팔아도 되겠습니다. 팔릴지는 모르겠지만요. 허허 ^^”

12월 24일 사무실로 배달된 나리꽃 10다발

'책 나눠주는 판사'로 유명하신 부산지방법원 홍광식 판사님이 산지니 식구들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모두 한다발씩 나눠 갖고 옆사무실 직원에게도 한다발 인심 쓰고. 사장님께도 한다발 드리니 처음엔 무지 어색해 하며 됐다고 손사래를 치시더니, “줄때 가져가시죠. 사모님께 선물하면 되잖아요.” 김은경 팀장님 한마디에 반짝 눈을 빛내며 들고 나가셨답니다.


▶오는 1월 26일 화요일 중앙동 백년어 서원에서 2010년 첫번째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 <하무리> 저자들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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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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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회의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려는데 아침부터 노래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근처에서 또 식당 개업이라도 하나 봅니다.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스타들과 걸그룹들의 유행가, 개업 도우미들의 기계음 같은 안내 멘트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네요. 근데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은 비트가 아주 강하고 단순한 한두 소절의 멜로디가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되는군요. 계속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세뇌당하는 것 같습니다. 원고를 읽어야 하는데 머릿속엔 노래가사뿐이 안들어 오고… 헉, 어느새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네요.
 

출판사가 자리한 곳은 부산시 거제동입니다. 부산고등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소위 법조타운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고층빌딩, 오피스텔들이 늘어서 있고 그 속엔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래 군부대가 있던 자린데 재개발되어 새로 조성된 지 10년이 채 안됐습니다. 근처엔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나는 남문구역이 있고 철길과 가까워 쪽방이나 판자촌 등 오래된 집들이 많았는데 법원, 검찰청 청사 이전지로 개발구역이 되면서 원주민들은 몇푼 안되는 보상비를 받고 다들 떠났고 개발구역을 가까스로 비켜난 집들이 법조타운 빌딩숲 둘레로 옥닥옥닥 모여 있습니다.

평일 1시 법원 앞 도로. 번잡스럽다.

거제동 법조타운.

법조타운 옆 동해남부선 남문구역과 개발을 피해 남아있는 집들.


 
법조타운이 밖에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는지 식당 개업들을 많이 하는데, 1년을 못버티고 문을 닫는 곳이 많습니다. 냉면집이 칼국수집으로 바뀌어 있고, 삼겹살집은 또 냉면집으로 바뀌고 5일 장사만으로는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비싼 법조타운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지요. 평일 낯시간에는 거리에 사람이 북적대지만 주5일 근무의 영향으로 주말엔 그야말로 썰렁합니다. 토요일 오후부터는 법원앞 6차선 대로의 신호등도 꺼집니다.

 

법원 앞 6차선 대로. 주말엔 신호등이 노란 점등 신호로 바뀐다.

법원 앞 보도. 참 넓다. 일반 보도의 3~4배쯤 돼 보인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 oo날드도 버티다 결국은 문을 닫았고 그 후로 oo리아가 들어왔는데 아직은 버티고 있습니다. 근데 주말엔 햄버거를 안 팝니다. 문을 열면 최소 매장직원 2명은 필요한데 주말장사로는 2명의 인건비도 안나온단 말이겠죠. 근처에서 친구가 분식집을 하는데, 장사가 제법 되는데도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합니다. 뼈빠지게 일해서 빌딩주인만 좋은 일 시킨다고. 마치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처럼. 벌어서 갖다 바치고
가게를 내놨는데 나가지도 않고

 

저희 출판사도 임대료 부담때문에 딴 동네로 이사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쌓여 있는 책들 때문에 엄두를 못냅니다. 빌딩주인은 얼마 전에 벽보를 붙였더군요. 운영비가 올라 임대료를 올려야 하지만 세든 사람들을 생각해서 올리지는 않겠다. 그대신 그동안 제공하던 화장실의 두루말이 화장지와 손 닦는 수건을 이제 끊겠다구요.

 

오후 5 50.

하루종일 귀를 때리던 노랫소리가 드디어 멈췄습니다. 어디서 개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가다 보면 간판이 바뀌어 있는 식당이 있을 것입니다. 어찌됐든 요즘처럼 힘들고 다들 몸 사리는 때에 개업이라면 모든 걸 걸고 시작하는 것일텐데 아무쪼록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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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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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클레오파트라 2009.10.30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법원 갈 일이 있어서 갔더니 정말 기계적인 건물이 목을 조르는 느낌이었어요. 왜 그렇게 미적 감각들은 없는지. 돈이 아름다움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인 경우도 많나 봅니다.
    잘 읽고 갑니다.

    • BlogIcon 산지니북 2009.11.02 2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돈이 문제죠. 건물의 미적감각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햇볕과 바람이나 좀 들어오게 건물 간격을 좀 띄워 세우면 좋겠는데. 건물들이 어찌나 다닥다닥 붙어 있는지... 팔 뻗으면 옆 건물 사람과 악수도 할 수 있을 정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