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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4 종지 속에 담긴 물의 용도는? (2)

 

뭘까요?

마시는 물이라고요?

아닙니다.

난데없이 일곱 살 막내녀석이 종지에 물을 담아 달라고 합니다.

"물은 뭐하게?"

"마실 건 아니야. 그냥 담아줘."

"그럼 뭐 할 건데?"

"내가 여우누이를 읽었는데 말이야, 거기 있잖아. 첫째하고 둘째는 밤에 지키다가 그냥 자버리잖아. 그런데 셋째는 잠이 오는데 물을 찍어가지고 그래서 잠이 안 와. 나도 그렇게 해볼라고."

아. 일요일 저녁, 막내녀석은 독서실에 간 누나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누나가 <삐노끼오의 모험>을 읽어주고 있는데 고등학생 누나가 공부하느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누나 얼굴 보기도 힘들 지경이니까요. 틈만 나면 누나한테 달려가 <삐노끼오의 모험>을 읽어 달라고 합니다. 귀뚜라미가 죽는 대목까지 읽고 오늘도 저녁에 돌아오면 읽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나 봅니다. 며칠 째 누나 돌아오길 기다리다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기필고 누나 올 때까지 안 자고 기다리리라 결심을 했나 봅니다. 여우누이 책에서 읽은 방법까지 동원을 하는군요. 눈꺼풀이 내려앉으면 얼른 달려가 종지의 물을 손으로 찍어 눈에 바릅니다.

"엄마, 어제는 이 시간에 잠이 왔는데 오늘은 잠이 하나도 안 와."

그렇다고 엄마가 책을 안 읽어주는 건 아닙니다. 누나가 읽어주는 책과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 따로 있습니다.

엄마는 바로 <동물 탐험>이라는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하루 세 꼭지씩 읽어주는데, 오늘은 개구리, 개미, 개미핥기를 읽을 차례입니다.

 

 

바로 이 대목을 읽는데 이 녀석이 하는 말,

"그런데 엄마, 왜 애기개미핥기야?"

위에서 세째 줄 보이시나요? 작은개미핥기의 꼬리가 되어야 하는데 애기개미핥기로 되어 있습니다. 애기개미핥기의 설명은 위에 따로 되어 있고 여긴 작은개미핥기를 설명하는 대목이거든요. 편집자가 놓친 거죠.

제가 한참 <정신분석학> 마지막 교정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러게. 책 만드는 사람이 잘못했네. 지금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원고 읽으면서 일하는 것도 이런 실수 안 하고 책 잘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엄마도 더 잘 읽어봐야 해"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이해한다는 듯이 말합니다.

"그럼 엄마 열심히 일해. 근데 해수 엄마는 책 만드는 일 하면 안 되겠다. 아기들이 많잖아."

해수는 어린이집 동생인데, 형제가 4명이나 됩니다. 그것도 어린아이들만요. 아기들을 돌봐야 하니 그 엄마는 이런 일은 할 수 없을 것 같은가 봅니다. 저는 이제 다 컸다는 소리겠지요.

결국 녀석은 오늘도 누나를 기다리지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물탐험>과 옛이야기 한 편 겨우 듣고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였습니다.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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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3.01.14 0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선 '책 만드는 엄마의 아기 키우키' 연재 재개에 풍악부터 울리고~ 에헤라디야~ 눈에 물을 찍어바르면서 누나를 기다리는 막내의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1.14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귀여워요. 아이들은 동심을 깨우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편집자의 실수에 뜨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