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케임브리지大 권헌익 교수, ‘베트남 전쟁의…’ 국내 출간

현지서 머물며 일상참여 연구 
학계 “인류학적 통찰의 수작” 

개방정책후 정치 해빙기 도래 
미군 유해 발굴 본격화되면서 
전쟁영웅·적군 초월 추모 확산 
전국적 차원 친족의례로 정착 

“역사적인 상처와 고통을 넘어 
‘인류연대’ 향한 문화적 실천” 

‘유령(ghosts)’은 사회과학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을까. 유령은 다뤄지더라도 비유적으로 취급될 뿐 사회과학적 연구의 직접 대상으로 삼는 건 금기다. 유령은 사회적 세계를 구성하는 ‘사회적 사실’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이고, 현대 국가는 과거 혹은 지금도 ‘미신’으로 낙인 찍어 유령에 대한 민간의 풍속이나 의례까지 강제로 금지했다. 

유령을 ‘구체적 실체’로 다뤄 세계 인류학계에 충격을 던진 학자가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의 권헌익(54·사회인류학·사진) 석좌교수다. 그는 베트남전쟁 이후 현장에서의 오랜 실증적 연구를 통해 유령이 “구체적인 역사적 정체성을 가진 실체로, 비록 과거에 속하지만, 비유적인 방식이 아니라 경험적 방식으로 현재에도 지속한다고 믿어지는 존재”로서 베트남에서 ‘사회적 사실’을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한 저서 ‘베트남 전쟁의 유령’(산지니)이 영국에서 출간된 지 8년 만에 국내에서 번역됐다. 이 책은 뛰어난 동남아시아 연구서에 주는 ‘조지 카힌 상’ 제1회 수상작으로, 세계 학계에서 ‘어떠한 학자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 ‘인류학적 통찰의 거의 완벽하고 경이로운 예’라는 찬사를 들었다. 권 교수는 역시 베트남전을 다룬 ‘학살, 그 이후’(아카이브, 2012)로 2007년 인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기어츠 상’을 받은 바 있다. 

 

저자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상당 기간 현지에 거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일상, 특히 가정의례에 직접 참여하며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시점이 의미가 있다. 1986년 ‘도이머이 개방정책’ 이후 베트남 정부의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 미국 등 이전 적성국에 대한 화해 제스처 등 이데올로기의 변화는 정치적 해빙을 가져왔는데,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전국적 차원의 종교의례의 부활이었다. 주로 ‘전쟁영웅’에 제한돼 공식적으로만 추모되던 죽은 자들의 의례가 친족의 의례로 들어오고, 당시 ‘우리 편’이 아니었던 망자들도 친족의례에 편입됐다.

특히 도로 건설 등 경제개발로 발굴되는 전쟁 유해의 수가 급증했고, 미국과 수교(1995년) 이후 미군 유해(MIA·작전 중 실종자) 발굴이 본격화하면서 친족을 넘어 말 그대로 떠도는 유령들도 부활하게 됐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 MIA 발굴은 중요한 열쇠였고, 지방 관료들은 유해를 잘 찾는 영매(무당)를 고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베트남인에게 전쟁 유령은 일종의 자연적 현상으로 인지되는 ‘존재론적 힘’을 가지며 그러한 사례는 책에 다양하게 소개된다. ‘존재론적 난민’이었던 유령들은 산 자들의 인정과 의례를 통해 제대로 정착하거나 떠날 수 있고, 은혜를 갚기도 한다고 현지인들은 경험을 통해 증언한다.


저자는 베트남에서 유령을 둘러싼 담론과 실천이 매우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일 뿐 아니라, 베트남인들의 역사적 성찰과 자아 정체성 표현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류학적·사회학적·역사학적, 심지어 정치경제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사례 가운데 현지 조사 중에 한 지역의 영매를 만난 저자는 ‘명사수’라고 불리는 유령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 세계의 사람들도 여전히 명분 때문에 논쟁하고 싸우나요? 망자들의 세계에도 ‘우리 편’과 ‘그들 편’이 있나요?” 유령은 “아니요, 친애하는 외국인 친구! 망자들은 싸우지 않는다. 전쟁은 산 자들의 일이다. 내 세계의 사람들은 그들이 당신 세계에 있었을 때 싸웠던 전쟁의 동기와 목적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베트남인들이 전쟁 유령을 위해 수행하는 의례행위는 “역사의 상처와 고통을 넘어 인류의 연대라는 윤리적 지평을 지향하는 창조적인 문화적 실천”이라고 말한다. 6·25전쟁의 상흔을 여전히 안고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문화일보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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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2015년 10월, 
이달의 청소년 권장도서『모녀 5세대』!



출판산업진흥원에서는 매달 청소년 권장도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초, 중, 고등학생들이 읽을 만한 

문학/예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 유아/아동 분야의 좋은 책을 뽑아주시는데요.

이번 달, 사회과학 분야의 청소년 권장도서로 『모녀 5세대』가 선정되었습니다!


달의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


『모녀 5세대』를 선정해주신 '좋은책선정위원회'에서는 책을 이렇게 소개해주셨네요. 



모녀 5세대


에세이 | 46판 360쪽| 978-89-6545-310-9 03810 

이기숙 지음 | 20,000원 | 2015년 08월 14일

1900년대생 외할머니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손녀까지, 그녀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난 여성들과 본인의 삶을 돌아보며 마음의 기억들을 모아낸 책으로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관통하는 여성들의 삶을 담아냈다. 이 기억들은 한국 근현대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담당 편집자로서 뿌듯한 마음 감출 수 없습니다.

다섯 세대를 아우르는 『모녀 5세대』는 말 그대로 할머니에서 손녀까지 다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거든요. 


자식을 열 명이나 낳으신 이기숙 저자의 할머니 세대,

그리고 컴퓨터로 공부하는 게 익숙한 손녀 세대까지, 

100년 한국 근현대사를 일상의 이야기로 만날 수 있는 책은 드물지요.


할머니가 직접 절구에 쌀을 찧어 떡을 만들어주신 이야기에서

네 자매가 좁은 다다미방에서 투닥거리는 모습

손녀와 카톡으로 나누는 엉뚱 대화까지.


청소년 여러분『모녀 5세대』의 꿀잼 에피소드들과 만나 보세요 !



모녀 5세대 - 10점
이기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납품용 책에 붙일 스티커를 만들게 될 날이요. <단절> (쑨리핑 저/김창경 역)이 2008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사회과학분야에 뽑혔습니다. 문화관광부나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로는 몇 번 뽑힌 적이 있지만 학술원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너무 기쁩니다.



<단절>은 90년대 이후 20여년 동안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 유래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중국 사회 현실을 예리하게 분석한 책입니다. 책을 쓴 쑨리핑(孫立平) 칭화대 교수는 중국 사회학계의 1인자로 평가받고 있는 유명한 분이랍니다. 중국 사회에 대한 쑨리핑 교수의 견해와 비평은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요.


쑨리핑 교수는 90년대부터 중국의 사회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관련하여 많은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經濟觀察報(The Economic Observer)》 등 여러 신문 잡지에다 중국 사회가 처한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글들을 기고하여 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블로그(http://sunliping.vip.bokee.com/)에다 이러한 사회평론성 글들을 올려두어 독자들과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도 블로그가 대세군요.


쑨리핑 교수의 블로그입니다. 온통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독자들의 참여와 의견을 묻는 질문들이 많은 것 같네요.

고층아파트와 판잣집이 혼재한 중국의 도시입니다.(본문 183쪽)
중국사회가 급격히 도시화하고 세계의 제조업 공장으로 자리잡으면서
주택, 치안, 환경, 빈부격차 등 많은 사회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단절>은 작년 8월에 세상에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많은 언론(조선, 경향, 경기신문, 중앙, 연합뉴스, 부산일보, 경남도민일보, 남도일보 등)들의 관심을 받았고, 간행물윤리위원회 '이달의 책'으로도 뽑혔었는데 이번에 우수학술도서까지.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습니다.

<단절> 앞표지에 스티커 붙은 모습


책 납품도 무사히 마쳤고, 이제 책값 들어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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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