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콘서트

이미욱 소설집 『서비스, 서비스』









지난 30일 월요일 오후 7시 한결아트홀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번 문학콘서트의 주인공은 산지니의 소설, 이미욱 소설가의 『서비스, 서비스』입니다. 시민 낭송과 동료 낭송에 이어 이미욱 소설가의 작품 낭송이 있었습니다. 



이날 이미욱 소설가는 「단칼」을 낭송하였습니다.


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가장 생생하게 보였다. 신비한 캔버스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캔버스. 그가 그리는 캔버스는 생명력을 가졌다. 촉촉한 윤기와 희고 고운 살결, 얼음처럼 차가운 피부, 탱탱한 탄력으로 생동감이 느껴지는 몸이다. 누구보다 예각이 적고 곡선이 우아하며 한 떨기 싱싱한 들꽃 같은 몸은, 내 것이다. 어떤 화가들은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그는 내 몸에 그림을 그렸다. 




 




이날 대담자는 이상섭 소설가와 함께했습니다. 보통은 평론가와 대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가와 소설가라는 점에서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작품을 꼼꼼히 해석하신 이상섭 소설가의 날카롭고도 심도 깊은 질문은 작품을 다각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때로는 이미욱 소설가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지만 이미욱 소설가 역시 차분하게 작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대담 내용 일부분만 올립니다.




이미욱    책의 전체적인 표지를 확인하고는 책이 나올 생각에 긴장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지 읽는 독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섭    여덟 편의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 표제작을 「서비스, 서비스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미욱    처음 원고를 출판사에 넘길 때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해 생각을 했었어요. 민재와 코코미, 준세 이렇게 세 인물들이 나오는데 각각의 이 인물들이 상처를 가지고 치유하려고 하지만 자기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에서 내면의 황량함을 표현하고 싶었고, 충족되지 않은 결핍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책의 표제작으로 삼았습니다.


이상섭    여기 등장인물을 보면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라는 점에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결핍과 그 욕망들을 충족하려고 하는 게 많이 나옵니다. 특히 동성애코드를 두드러지게 볼 수 있었습니다. 「쎄쎄쎄」와 「단칼」에서도 동성애 코드를 읽을 수 있어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미욱    「쎄쎄쎄」 같은 경우 버려진 아이를 정상적인 가정에서 키우는 것이 주제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어 평범한 가정이 아니라 남자 두 명에서 사는 집으로 설정을 했습니다. 남자 두 명과 버려진 아이, 이 세 사람 모두 불완전한 인간을 표현하고 싶어서 인물 설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칼」에서도 사람에 몸에 그림을 그린다는 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세계가 이상의 모습으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동성의 어떤 모습에 충족되지 않음을 그리고 싶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간지러웠던 부분을 이상섭 소설가가 재치 있고 심도 깊은 질문으로 시원하게 긁어주었습니다. 대담이 끝난 후 관객석에서도 사람들의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관객 질문   「분실신고」에서 뱀이 나오는데 뱀은 보통 굉장히 차갑고 나쁜 사람들과 같은 동격의 의미를 상징할 수 있는데 여기서 뱀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주인공과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뱀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서 ‘잃었다’는 표현을 보면서 작가에게 뱀의 장치는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이미욱    자신에게 주어진 세계가 가혹하고 잔인한 그 세계에 손을 내민 사람은 구원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건 치명적인 유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뱀은 상처가 같은 악마적인 존재로 나오면서 함께 있을 때는 냉혹한 세계지만 함께 가고 있을 때는 뱀은 유혹의 존재로 아이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받아 드릴 수밖에 없는 장치로 뱀의 역할을 설정했습니다.



문학콘서트가 늘 새롭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작가들이 들려주는 평소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미욱 소설가의 『서비스, 서비스』많이 애독해주세요. 아! 문학콘서트는 무료입니다. 다음 콘서트 때 친구들 손잡고 많이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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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서비스 - 10점
이미욱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2005년에 등단한 신예작가 이미욱이 총 8편의 단편을 묶어 첫 소설집을 펴내었다. 이미욱의 이번 소설집 『서비스, 서비스』는 다양한 소재들의 조합과 함께, 가독성 있고 흡인력 있는 문체로 신진 소설가의 탄생을 예고한다. 오타쿠, 외모지상주의, 동성애, 등교거부 현상, 은둔형 외톨이, 왕따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리현상들을 젊은 감각으로 끄집어 올리고 있는 이 책은 상처를 안고 시대를 떠다니는 영혼들을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과 함께 펼쳐내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갖는 부단한 자의식을 통해, 시대가 품고 있는 병폐를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이미욱 소설집


서비스

서비스



소설의 제목인 『서비스, 서비스』는 애니메이션 <신세계 에반게리온>의 TV판 차회예고에서 미사토라는 캐릭터가 던지는 멘트이다. 이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표제작 「서비스, 서비스」의 여주인공 코코미 또한, 프리허그, 메이드까페 등의 일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무형의 것을 제공한다는 소설 속 소재(서브컬쳐)를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다.


표류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를 끌어올리다

그들은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혈연이 아니라 같이 살면서 서로를 보살펴주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이들의 위험한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작가는 탄력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장, 그리고 섬뜩하리만큼 예리한 인물들의 자의식을 통해 이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_조갑상(소설가·경성대 교수)

결여의 자리를 대타자의 규율로 채우는 과정을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의 인물들이 성장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다만 그들이 결여 속에서 앓고 있는 그 고통을 방치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비정한 가학성이야말로 이 작가가 혹한에 대하여 말하는 어떤 방식은 아닐까? _전성욱(문학평론가)


핵가족화와 일인 가정, 동거가족 등 현대 사회의 ‘가족’이란 마냥 안온하고 따스한 위로의 공간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외로움’의 공간이자 ‘전장’의 공간일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싸움’이 끊임없었던 아픈 기억의 공간일 수 있다. 표제작 「서비스, 서비스」에서도 건담 프라모델에 집착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혼 후 각자 재혼해버린 부모로 인해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민재. 그렇게 부모의 사랑이 결핍된 채 살아온 민재는 자기 방의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건담 프라모델에 집착한다. 프라모델의 세계를 알려주었던 친구와 함께 떠났던 일본여행에서 민재는 메이드까페 소녀 코코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서 귀청소 마사지를 받으며 어린 시절 그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상처들을 상기한다. 민재에게 있어 코코미의 다정한 ‘서비스’는 깊은 의미를 지닌 것이었으나, 코코미에게는 그저 감정이 결여된 공허한 ‘일’에 불과했던 것이다.





가족해체 위기에 대한 젊은이의 보고서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작가는 비정한 현대사회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소외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런 주인공들을 하나로 엮는 키워드는 바로 ‘버림받음’의 정서이다. 말 못할 사정으로 엄마를 언니로 알고 자라는 여주인공(「단칼)이나 태어나자마자 미혼모인 엄마에게서 유기 당하는 아이(「쎄쎄쎄」), 나이 어린 아빠한테서 집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자고 오라고 문전박대 당하는 「분실신고」속 소녀는 각기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메이드까페 소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거부당하는 소년(서비스, 서비스」),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부모와 친구, 연인으로부터 버림받는 은둔형 외톨이 여성(숨은 그림자」), 못생긴 외모로 인해 남자에게 거절당하는 여성(「미미」), 그리고 부모와 친구로부터 버려지면서 본인의 처지를 작은 먼지와 동일시하며 위안받는 청소년(「연애(涓埃)」), 이명 증세로 동시통역사 일을 할 수 없어 사회에서 고립된 채 홀로 살아가는 사내(「사막의 물고기」)까지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나아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작가 이미욱은 이러한 다양한 상황 속에서 버림받고 있는 이들을, 마치 아슬아슬하면서도 세밀한 정물화를 그려내듯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상실된 결핍을 향한 부질없는, 그러나 의미 있는 몸짓

애니메이션 음악, 가게를 홍보하는 내레이터의 음성, 스피커에서 터지는 유행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거리에 퍼지자 형광 빛깔의 간판들이 들썩거렸다. 수많은 소리에 민재와 준세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인파로 흥청거리는 거리의 끝자락에는 노란 트레이닝복 재킷을 걸치고 블랙 미니스커트를 입은 빨간 머리 여자가 ‘Free Hug’(프리 허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프리 허그를 받아 주는 사람이 없어서 마치 벌 받는 자세처럼 보였다.

“저기 빨간 머리 여자애 얼굴이 우울해 보여. 누군가 안고 위로해 줘야 할 것 같아.”

준세는 빨간 머리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듯 양손을 들었다.

“더 외로운 사람이 덜 외로운 사람을 안아 준다고 하잖아.” _「서비스, 서비스」, 55쪽.


이미 상실된 결핍이란 채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욱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상실된 결핍을 무엇으로든 채우고자 필사적인 몸짓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몸짓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기 상처 입은 등장인물들이 채워지지 않은 결핍의 환부를 기꺼이 드러내며 서로를 위안하고, 그 과정 속에서 상처투성이 삶을 보듬는다. 결국 작가 이미욱은 버림받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상처받은 이들이 건네는 위로가 아닐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상처를 겪어본 자들만이 타인의 상처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 서비스』가 가지는 둔중한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지닌다.




글쓴이 : 이미욱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5년 《국제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단칼」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w-mioff@daum.net


차례


『서비스, 서비스』

산지니소설선 18
이미욱 지음
문학 | 국판 | 264쪽 | 12,800원
2013년 9월 24일 출간 | ISBN : 978-89-6545-226-3 03810

이미욱의 첫 소설집. 오타쿠, 외모지상주의, 동성애, 등교거부 현상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리현상들을 젊은 감각으로 끄집어 올리고 있는 이 책은 상처를 안고 시대를 떠다니는 영혼들을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과 함께 펼쳐내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갖는 부단한 자의식을 통해, 시대가 품고 있는 병폐를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서비스, 서비스 - 10점
이미욱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