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있는 경험이겠죠.

저도 의욕 넘치게 화분을 샀다가 여러 번 죽인 적이 있습니다. 


성선경 시인은 

화분에 물 주기를 "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교보문고는 교보문고 북모닝 CEO서비스로 

유료회원에게 시를 이용한 영상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윤성학 시인이

성선경 시인의「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기」를 꼽았습니다.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기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은 화분에 물 주기

그저 시간이 나면 관심을 가지는 척

물 조루를 들고 어디 새잎이 났는지

어디 마른 잎사귀는 없는지 살펴보는 일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내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귀한 일이

화분에 물 주는 일 바싹 마른 화분에 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도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귀한 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일

누가 봐도 그저 그런 사소한 일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아들과 둘이서 무슨 대화를 나누나 싶게

그저 시간이 나서 마주 앉아 차 한잔 마시듯

아무 말도 없이 물 조루를 들고 서성거리는 일

세상에 제일 중요한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

그저 눈빛으로만

너도 여기 좀 봐!

응 새잎이 났네!

고개를 끄덕끄덕 다시 화분을 옮기고

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





최근에 화분 하나를 망쳤습니다. 어지간하면 죽지 않는 나무라는 해피트리인데 기어이 보내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영양제를 꽂고 흙을 갈아준 다음 옥상에 내놓고 비를 맞춰주기도 했지만 마른 가지에서 새 잎이 나지 는 않았습니다. 병이 나타난 후에는 백약이 무효였던 것이죠. 성선경 시인의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 (산지니 시인선)』 중에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주기」라는 시는 그런 면에서 나를 꾸짖는 시로 다가왔습니다. 


표 나지 않는 일 


시인은 ‘해봤자 표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자신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귀한 일이라고 하십니다. 고요한 가운데 자신을 닦고, 당장 달라지지 않더라도 오랜 기간을 두고 천천히 스스로를 가꿔나가는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그런 거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빠뜨리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기란 참 어렵지요. 하지만 회사에서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그 ‘표 나지 않는 일’입니다. 표 나지 않는 일은 지시하기도 수행하기도 어렵습니다.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이 일을 해봤자 누가 알아주겠어? 라는 의문이 먼저 들기 마련입니다. 


매번 표 나는 일만 할 수는 없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표 나지 않는 일을 표 나게 합니다. 그들은 ‘No paper, No work’를 기본으로 삼지요. 문서로 남지 않는 일은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간단한 보고라도 문서로 만들어 상사에게 내밉니다. 제가 아는 후배는 자신이 하는 일을 거의 분(分) 단위로 엑셀 파일에 기록합니다. 회계 부서에서 일하는 친구인데 전국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회 계 업무가 종합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자신이 언제, 누구와, 무엇에 관하여 통화했는지까지 모두 기록에 남긴 다고 하더군요. 타부서 담당자가 나중에 딴소리를 해봤자 그의 기록이 매번 판정승을 거둡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말과 글로 이루어집니다.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많기는 하 지만 말은 공중에 흩어집니다. 기록은 남습니다. 기록은 표 나지 않는 일을 그나마 표가 나도록 하는 장치입 니다. 문서가 우리의 일을 가치 있게 해준다는 것은 매우 기초적인 사항이지만 동시에 매우 핵심적이라는 것 임을 기억해야겠지요. 


표 나지 않는 일 


시인은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을 주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라고 하며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달에 승진자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 과정의 요체는 후배 육성이었습니다. 어떻게 후배들을 코칭할 것인가? 이 시를 읽으며 아주 중요한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것은 바로 라포(Rapport), 본래 의미는 환자 와 의사간의 심리적 교류입니다. 회사에서는 이 의미가 선배와 후배간의 상호 신뢰관계, 인간적인 유대감으로 적용됩니다. 저 선배는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할 것이다, 저 선배를 따라가면 나는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라 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친밀감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칭과 트레이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트레이닝은 Traing(기차)+ing라는 뜻이라는군요. 즉 기 감성특별시 3 / 3 차가 다니듯 정해진 경로를 반복해서 훈련하도록 해서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일입니다. 반면 코칭은 여러 가지 내용과 형식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을 도모해주는 일입니다. 후배를 코칭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으로 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후배도 선배의 개인적인 성정과 기호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화분’으로 돌아갑니다. 꽃나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집은 유난히 식물이 잘 자라고 어떤 집은 화분만 들여놓으면 죽어나가죠. 화분을 잘 키우고 상추나 깻잎을 잘 키우는 사람의 특징은 무얼까? 그건 바로 ‘대화’가 아닐까요. 물을 주며 꽃나무와 중얼중얼 대화를 합니다. 크고 작은 일들을 서로 얘기하며 마음을 나누는 일. 후배를 잘 키우는 사람과 무척 닮았네요. BM


윤성학 | 시인 시인이자 생활인.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감성돔을 찾아서」등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당랑권 전성시대>가 있다. 현재 N사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시인의 눈으로 보는 생활인의 모습을 시에 담아 내고 있다. 



식물 하나 키우는 일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듯, 

사람을 대하는 일도 그렇겠지요.


이 글을 읽으니 다시 시인의 시집을 펼쳐보고 싶네요.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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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별과우물 2016.08.09 14: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드디어 소개가 되었군요! 기쁩니다.
    '해봤자 표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 中

세상이 나에게 다그쳐 묻습니다. 젊은 시절 품었던 꿈과 이상은 어찌한 채 밥벌이하느라 그렇게 바쁘냐고.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던 너의 과거는 모두 거짓이었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 대가로 내려진 벌을 받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집을 나섭니다. 세상의 수많은 가장이 자식 입에 밥 한 숟가락을 넣기 위해 ‘밥벌(罰)’을 달게 받습니다. 

양병훈 | 한국경제신문 |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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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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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별과우물 2016.05.03 0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에는 정말 좋은 시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삶이란 쥐보다/쥐머리보다/쥐꼬리에 매달리는 것/…/우리의 삶은 늘/저 가늘고 긴 쥐꼬리에 경배하는 것.'('쥐꼬리에 대한 경배' 중)

서글픈 우리네 인생을 시어로 꾸준히 담아낸 성선경(56·사진)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표지 사진)'를 펴냈다. "나이 오십만 넘으면 새로운 세상이 있는 줄 알았다"던 성 시인은 늙어감에 대한 회한과 점점 속물적으로 변해가는 삶을 무덤덤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풀어낸다. 

시인 성선경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20일 서면서 저자와의 만남


이는 역설적으로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빚어내며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하기도 한다.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밥罰-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중)가 대표적이다. 

성 시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20일 부산 서면에서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이 대담자로 나서서 성 시인과 함께 작품세계를 돌아보고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한다. 

▶산지니 '제72회 저자와의 만남'=

20일 오후 7시 부산 러닝스퀘어 서면점. 참가비 무료. 051-816-9610. 

윤여진 | 부산일보 |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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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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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평범한 장면 속에서
- 명퇴 앞둔 50대가 읊조리듯
- 삶의 회한 시적 언어로 버무려

삼복 더위로 푹푹 찌는 여름날 친구 다섯이 오랜만에 만나 보신탕집에 갔다. 이 집 메뉴는 삼계탕과 보신탕, 단 둘이다. 연신 들이닥치는 손님으로 바빠 죽을 것 같은 보신탕집 주인장은 빨리 주문부터 받느라 이렇게 외친다. "여기 개 아닌 사람 손 드세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주인장은 확인한다. "다섯 명, 모두 개 맞죠?"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를 최근 펴낸 성선경 시인.

무신경하게 들으면 우스개, 애견인이 하면 저주가 섞인 꾸지람이 될 이 장면을 명퇴했거나 명퇴를 앞둬 약간 쓸쓸한 느낌도 없지 않은 오십대가 소개한다면? 시인 성선경의 시에서 이 촌극은 웃기고 쓸쓸한, 좀 후줄근하지만 미워하기 힘든 삶의 한 장면이 된다. 이 장면을 담은 그의 시 '녹피(鹿皮)에 가로 왈'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다섯 명 모두 개가 되었는데 / 개를 먹으러 갔는데 / 멍멍 짖지 않는 뚝배기 / 줄줄 땀 흘리는 숟가락.'

성선경(56) 시인은 시와 우리가 '친구'가 되게 해준다. 깍쟁이 같은 친구 말고, 옆에서 다 지켜보면서 눈물 콧물 닦아주던 속 깊은 존재로 시를 독자의 삶 가까이 끌어당겨준다. 요즘 같은 세태에 이런 능력과 성의는 드물고 귀하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 펴냄)'는 경남 창원시에 살며 마산무학여고 교사로 오래 일한 성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다. 

2003년 펴낸 시집 '서른 살의 박봉 씨'에선 서른 살 박봉 씨를 주인공으로 삼았던 그가 이 시집에선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내세웠다. 물론, 명태 씨는 명퇴(명예퇴직)와 겹친다. 명태 씨는 진짜 열심히 살았다. 근데 돌아보니 허무나 회한 같은 심정이 밀려오기도 한다.

'적금 타자 아들이 이사를 하고 /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 / 장롱이며 침대며 다 있는데 / 냉장고가 고장이 나고…'('복사꽃 지자 복숭아 열리고' 중)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는데 / 꽃피는 봄날에 / 계란 몇 개 깨어버렸네 / 그냥 두었으면 병아리가 되었을 / 닭이 되었을, 닭이 되어 / 알을 낳았을, 알을 품어 / 병아리를 오종종 오종종 / 거느리고 다녔을, 어미닭이 되었을 / 계란 몇 개를 깨어버렸네'('봄밤에 시를 쓰다' 중)

진하게 달인 반성도 오십대 명태 씨를 찾아온다.

'밥벌이는 밥의 벌(罰)이다 /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밥罰-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중)

명태 씨는 지나온 삶을 더듬고 다듬으면서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채웠다. 시가 우리의 친구가 되게 해주는 시인 성선경의 능력과 성의가 새삼 귀하게 다가온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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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시인 여덟번째 시집… 

삶·시간·존재 등 자기연민 묘사 깊은 울림 자아내


“희망이란 뭐 별건가?/내년이면 아들은 졸업반/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게 어디냐?/나는 다시 힘이 나고 용기가 솟는다/이야 이야 이야오.(‘아주 꾀죄죄한 희망’ 부분)
 궁색하고 누추한 우리의 생을 삶의 언어로 노래하는 성선경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최근 출간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태 씨’를 통해 “늙어감의 문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가항력적 슬픔과 무력함”(김경복, 해설)을 드러낸다.
 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가 우리의 인생과 닮아 서글프다.
 “이젠 나도 내리막길인데 아직 내 눈엔/꽃은커녕 한눈파는 것도 쉽지 않다/어쩜 한눈파는 것이 정말 삶이고 인생인데/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가 져/나무를 보고 꽃을 보는 일/아직은 내게 너무 어려워/자주 몸이 기우뚱하고 발이 꼬인다”(‘하산(下山)’ 부분)
 시인은 늦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기처럼 스스로의 생애가 이제 장년에서 노년으로 기울고 있음을 명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쉰 이후에 마주하는 삶의 문제를 고뇌하고 시간의 속절없음과 존재에 대한 사색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발이 꼬여’ 제대로 된 걸음을 걸어 나갈 수 없는 ‘내리막길’의 구석에서 느끼는 자기연민의 묘사가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문학평론가 김경복은 추천사에서 “무력함과 무상함에 노출된 존재의 원형적 감정의 한 형상을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삶이 뭐 별거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성 시인은 “삶이 별거 이기 때문에 살 만하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감이 힘들다”고 말한다.

이경관 | 경북도민일보 |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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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성선경 시인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발간

말맛이 살아있는 속담이 시가 됐다.
창원 성선경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를 내놨다.
‘봄 풋가지행’을 내놓은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 떫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부쩍 밝아진 표정이었다.
말을 잇는 입꼬리도 싱싱했다. 그가 명퇴한 ‘명태 씨’가 됐기 때문이다. 

성선경 시인.

지난 2월 29일 그는 30년간의 교직생활에서 물러나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석간신문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죠. 우리지역 석간신문들이 다 조간이 돼서 안타깝지만요. 작품에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8편의 연작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쓰면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요즘 말로 ‘웃픈(웃기고도 슬픈)’ 자화상을 이 시에서 드러내고 있는 시인은 시집 전체에도 살려냈다. 특별한 형식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그는 속담을 끌어왔다. 속담 시집이라 부를 만하다.

밥벌이는 밥의 罰(벌)이다./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 ‘밥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전문 


메인이미지


“가장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그 답이 속담과 격언이었어요. 오랜 시간 구전돼 쌓인 이야기를 적층문학이라고 하는데, 단순하면서도 많은 민중들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쓰면서도 재밌었어요.”


읽으면서도 재밌다. 우리가 아는 속담이 풀려 시가 되면서 장면을 일깨운다. 30년 시력은 능청스럽게 감정의 냉온을 오가며 속담이 갖고 있는 해학·골계미를 띤다. 손에 잡히지 않는 현대시와는 달리 한 편 읽을 때마다 이야기를 품은 영상이 지나간다. 투명한 수채화가 아니라 질박하면서도 다채로움을 잃지 않은 민화에 가깝다.

한 마리가,/그것도 딱 한 마리가/온 세상을 흙탕물로 만들었다면/아마 그건 미꾸라지가 아니지?/(…)/그건 용이지 아마!/그런데 왜/가만히 있는 미꾸라지를 왜/사람들은 왜 물풀에 몸을 숨기고/자는 듯 죽은 듯 숨어 있는/미꾸라지를 왜/무슨 이무기나 용 취급하지?

-‘가만히 있는 미꾸라지를 왜’ 일부

속담 시의 대부에는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가 담겨 있다. 삶의 새로운 시작에 선 그가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어떻게든 표 나는 일을 하려는 우리에게, ‘해봤자 표 나지 않는’ 화분에 물 주기가 ‘가장 귀한 일’임을 알려준다.

“아들이랑 말없이 화분에 물 주는 일이, 이 보잘 것 없는 일이 내 일생에서 가장 남겨져야 할 중요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야 제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거죠.”

책장이 계속 넘어간다. 독자들이 그가 비틀어 놓은 속담 속에서 ‘꾀죄죄한 희망’이나마 찾고, ‘이야이야오’ 콧노래 부르게 될 것이다.

이슬기 | 경남신문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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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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