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있는 경험이겠죠.

저도 의욕 넘치게 화분을 샀다가 여러 번 죽인 적이 있습니다. 


성선경 시인은 

화분에 물 주기를 "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교보문고는 교보문고 북모닝 CEO서비스로 

유료회원에게 시를 이용한 영상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윤성학 시인이

성선경 시인의「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기」를 꼽았습니다.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기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은 화분에 물 주기

그저 시간이 나면 관심을 가지는 척

물 조루를 들고 어디 새잎이 났는지

어디 마른 잎사귀는 없는지 살펴보는 일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내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귀한 일이

화분에 물 주는 일 바싹 마른 화분에 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도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귀한 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일

누가 봐도 그저 그런 사소한 일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아들과 둘이서 무슨 대화를 나누나 싶게

그저 시간이 나서 마주 앉아 차 한잔 마시듯

아무 말도 없이 물 조루를 들고 서성거리는 일

세상에 제일 중요한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

그저 눈빛으로만

너도 여기 좀 봐!

응 새잎이 났네!

고개를 끄덕끄덕 다시 화분을 옮기고

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





최근에 화분 하나를 망쳤습니다. 어지간하면 죽지 않는 나무라는 해피트리인데 기어이 보내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영양제를 꽂고 흙을 갈아준 다음 옥상에 내놓고 비를 맞춰주기도 했지만 마른 가지에서 새 잎이 나지 는 않았습니다. 병이 나타난 후에는 백약이 무효였던 것이죠. 성선경 시인의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 (산지니 시인선)』 중에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주기」라는 시는 그런 면에서 나를 꾸짖는 시로 다가왔습니다. 


표 나지 않는 일 


시인은 ‘해봤자 표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자신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귀한 일이라고 하십니다. 고요한 가운데 자신을 닦고, 당장 달라지지 않더라도 오랜 기간을 두고 천천히 스스로를 가꿔나가는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그런 거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빠뜨리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기란 참 어렵지요. 하지만 회사에서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그 ‘표 나지 않는 일’입니다. 표 나지 않는 일은 지시하기도 수행하기도 어렵습니다.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이 일을 해봤자 누가 알아주겠어? 라는 의문이 먼저 들기 마련입니다. 


매번 표 나는 일만 할 수는 없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표 나지 않는 일을 표 나게 합니다. 그들은 ‘No paper, No work’를 기본으로 삼지요. 문서로 남지 않는 일은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간단한 보고라도 문서로 만들어 상사에게 내밉니다. 제가 아는 후배는 자신이 하는 일을 거의 분(分) 단위로 엑셀 파일에 기록합니다. 회계 부서에서 일하는 친구인데 전국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회 계 업무가 종합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자신이 언제, 누구와, 무엇에 관하여 통화했는지까지 모두 기록에 남긴 다고 하더군요. 타부서 담당자가 나중에 딴소리를 해봤자 그의 기록이 매번 판정승을 거둡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말과 글로 이루어집니다.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많기는 하 지만 말은 공중에 흩어집니다. 기록은 남습니다. 기록은 표 나지 않는 일을 그나마 표가 나도록 하는 장치입 니다. 문서가 우리의 일을 가치 있게 해준다는 것은 매우 기초적인 사항이지만 동시에 매우 핵심적이라는 것 임을 기억해야겠지요. 


표 나지 않는 일 


시인은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을 주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라고 하며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달에 승진자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 과정의 요체는 후배 육성이었습니다. 어떻게 후배들을 코칭할 것인가? 이 시를 읽으며 아주 중요한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것은 바로 라포(Rapport), 본래 의미는 환자 와 의사간의 심리적 교류입니다. 회사에서는 이 의미가 선배와 후배간의 상호 신뢰관계, 인간적인 유대감으로 적용됩니다. 저 선배는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할 것이다, 저 선배를 따라가면 나는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라 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친밀감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칭과 트레이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트레이닝은 Traing(기차)+ing라는 뜻이라는군요. 즉 기 감성특별시 3 / 3 차가 다니듯 정해진 경로를 반복해서 훈련하도록 해서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일입니다. 반면 코칭은 여러 가지 내용과 형식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을 도모해주는 일입니다. 후배를 코칭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으로 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후배도 선배의 개인적인 성정과 기호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화분’으로 돌아갑니다. 꽃나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집은 유난히 식물이 잘 자라고 어떤 집은 화분만 들여놓으면 죽어나가죠. 화분을 잘 키우고 상추나 깻잎을 잘 키우는 사람의 특징은 무얼까? 그건 바로 ‘대화’가 아닐까요. 물을 주며 꽃나무와 중얼중얼 대화를 합니다. 크고 작은 일들을 서로 얘기하며 마음을 나누는 일. 후배를 잘 키우는 사람과 무척 닮았네요. BM


윤성학 | 시인 시인이자 생활인.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감성돔을 찾아서」등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당랑권 전성시대>가 있다. 현재 N사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시인의 눈으로 보는 생활인의 모습을 시에 담아 내고 있다. 



식물 하나 키우는 일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듯, 

사람을 대하는 일도 그렇겠지요.


이 글을 읽으니 다시 시인의 시집을 펼쳐보고 싶네요.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책]속담에 버무린 시간의 흐름과 깨달음

성선경 시인 8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삶의 모습 풍자·해학 담아




평범한 일상에서 진실을 찾는 시를 적었다.


성선경(57) 시인이 8번째 시집으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를 냈다. 명태는 '명예퇴직'과 유사한 발음에서 착안했다. 명예퇴직자이기도 한 시인은 푸석한 삶의 모습을 풍자, 해학 등으로 나타냈다.

이번 시집은 속담을 시 속에 녹여낸 부분이 두드러진다.

성 시인은 "올해 2월, 30여 년간 교사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삶의 패턴을 갖고자 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이 변화했다"며 "이번 시집은 압축과 상징의 형식이 가장 잘 살아있는 속담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시 제목에서부터 그런 경향은 잘 드러난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와 들어가노',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 '새가 날자 날이 저물고', '앵두밭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고', '녹피에 가로 왈' 등의 제목이 그렇다. 속담에 맞게 구어체로 해학적인 시를 썼다.


동음을 이용한 표현들도 인상적이다. '밥벌(罰)'이라는 제목의 시는 밥벌이를 '밥벌'로 표현했다. "밥벌이는 밥의 벌(罰)이다./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중략)/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밥벌이는 내 밥의 벌이다.//"


나이 듦에 대한 고뇌도 시에 담겼다. 시 '하산'에서는 "이젠 나도 내리막길인데 아직 내 눈엔/꽃은커녕 한눈파는 것도 쉽지 않다/어쩜 한눈파는 것이 정말 삶이고 인생인데/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가 져/…(중략)/내겐 내려가는 길도 예삿일이 아닌데/나도 혹시 하고 잠시 발을 멈추어 본다.//"고 적고 있다. '만추'에서는 "세월은 늘 감추고 싶어 하는 아내의 새치 같은 것/그보다 더 깊은 주름살 같은 것/내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아차릴 때/우수 뒤의 목련같이 우리는 늙는다//"고 표현했다.



성선경 시인. /우귀화 기자

김경복(경남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이번 성선경 시인의 시집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른 늙음의 문제는 시집 전반을 아우르는 현실적 고민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성 시인은 자신의 존재성의 변화에 따른 현실적 감각을 통해 바로 이 존재의 본질적 질료와 형식으로 주어진 시간의 문제를 아프게 이번 시집에 각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인은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하며, 삶의 깨달음을 전한다.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기' 시다.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은 화분에 물 주기/…(중략)/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는 일/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

168쪽, 산지니, 1만 원.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ㅣ경남도민일보ㅣ2016-06-08

원본 읽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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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삶을 섬세하게 대면한다

‘다시 지역’은 오랜 동어반복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무크지 ‘5·7문학’은 지역이야말로 전 지구적인 위기를 감지하는 곳이며 놓을 수 없는 희망을 건져 올리는 곳이라 말한다.

‘5·7문학’은 현금의 문학 지형에서 지금-이곳의 문학이 갈 길을 찾고자 창간되었다. 로컬은 들여다보고 느낄수록 그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양상이 선명해지는 지점이다. ‘5·7문학’은 공허한 담론의 재생산이 아니라, 로컬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삶의 진경을 표현하고 재현하는 문학적 실천을 천명한다. 창간호에 모인 지역의 대표적 시인·소설가·문학평론가 20인은 오늘날 지역에서 펼쳐지는 삶의 수많은 결들을 섬세하게 대면한다.




1980년대 이후, 지금-이곳의 문학이 갈 길

무크지 ‘5·7문학’이 우연에 가까운 계기로 영감을 얻게 된 ‘5·7문학협의회’는 1980년대에 부산에서 요산 김정한 선생을 필두로 결성되어 진보적인 민족문학의 복원, 문학운동의 탈중앙화를 이끌었던 단체이다. 허나 ‘5·7문학’은 과거의 상징을 절취하여 그에 기대고자 하지 않는다. 87체제 이후의 문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때, 협의회의 문학운동에서 다시 건져내어야 할 가치들이 있음을 인지할 뿐이다.

‘5·7문학’의 편집위원들은 지역의 구체적인 삶에 착목하지만 로컬을 더욱 복잡다단하게 만드는 국가와 세계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지금-이곳의 문학을 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세계화라는 추상관념과 자본의 스펙터클이 보다 복잡해진 지역의 문제에 대한 착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체를 놓치고 추상과 관념을 경배하는 문학은 자기도 모르게 세계의 속박을 용인”한다는 것이다.

최영철 시인은 “지역은 기회”라고 말하며 “지역이라는 공간에 인간과 세계가 안고 있는 제 문제가 있고 답도 있”다고 역설한다. “정신없이 대세에 휩쓸려가는 중심”과 달리, 시인에게 지역은 “피상적인 관념이 아닌 실체요 구체라는 점에서 (…) 처음을 되묻고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감지하고 돌파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강동수 소설가는 오늘의 문학이 “시대의 현실과 유리돼 있다는 느낌, 우리 시대의 화두를 회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 시대의 문제를 다시 관찰하고 오늘의 화법에 맞게 발언해야 할 때”이다.




만물에게 열려 있는 ‘주막’ 같은 시

<특집> 5·7의 작가 - 최영철 편

무크지 ‘5·7문학’ 창간호의 특집 작가는 시인 최영철이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외 4편에서 시인은 특유의 유연함으로 어둠을 직면하며 ‘웃픈’ 현실을 관통한다.

최영철 시인이 가장 최근에 펴낸 시집 3종을 중심으로 한 작가론 「만물이 공존하는 공동체 지향」에서 허정 문학평론가는 ‘시가 현실 속에 있어야 한다’는 시인의 시적 지향이 자연, 사물, 무생물 등 “현실과 무연해 보이는 것까지 끌어안는 양상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데 주목한다. 최영철 시인에게 있어 시는 “마지막 남은 재로 흐릿한, 문질러진 자국”이며 동시에 “만만한 주막거리”(「한때 시」)이다. 허정 평론가는 최영철 시인의 시를 만물에게 열려 있어 ‘아무나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읽어내며, 무효용성에 뿌리를 둔 시의 힘을 되새기게 한다.



신작 시·소설

신작 시와 소설 부문에는 지역의 대표적 작가 16인의 작품이 모였다. 시 부문에는 조성래, 조향미, 성선경, 이응인, 성윤석, 서규정, 고증식, 박서영, 표성배, 조말선, 최정란 시인의 신작 총 22편이 실렸고, 소설 부문에서는 조갑상의 「물구나무 서는 아이」, 강동수의 「언더 더 씨」, 정영선의 「치약거품을 물고 하는 대답」, 허택의 「어깨를 내리다」를 만날 수 있다.

한자리에 모인 지역 작가들의 목소리는 부산·경남 문단 내에 얼마나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는지를 보여준다. 각각의 목소리를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음에도 분명한 것은, 이들 작품들이 더욱 굴절되고, 두터워지고, 복잡해진 낱낱의 장소와 사람들의 삶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5·7 작가론: 윤정규와 범죄소설 - 『얼굴 없는 전쟁』 읽기

요산 김정한은 부산의 소설가들에게 강력한 연합의 구심이 되어온 인물이다. 하지만 요산 선생이 오늘날까지 결속과 유대를 촉구하는 정치적 힘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그를 기억하고 증언해온 후배 작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성욱 평론가는 요산 김정한의 ‘2인자’였던 의인(宜人) 윤정규 작가에 주목해 그의 마지막 작품 『얼굴 없는 전쟁』을 범죄소설로 독해했다.


80년대의 부산 경남의 지역문학운동:

‘부산·경남젊은시인회의’에 대하여

‘부산·경남젊은시인회의’는 1986년에 원래 한 뿌리였던 부산·경남 시인들의 길트기를 위해 결성되어 약 10년간 활동했던 단체이다. 뜨거운 애정으로 부산·경남지역 곳곳을 누비던 활동의 발자취를 울산 지역 간사로 활동했던 안성길 시인이 재구성했다.

“한두 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데 경남과 부산의 젊은 시인들이 너무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벚꽃 피는 4월에 진해에서 한 번 모입시다”라는 정다운 제안이 씨가 되어 결성된 ‘부산·경남젊은시인회의’의 첫 모임에는 30여 명의 젊은 시인들과 20여 명의 선배 시인들이 함께했다. 이후 회지 <시인회의>와 지역문학 보고대회 등을 열며 젊은시인회의는 지역의 현안들, 노동, 교육, 서민 등의 문제를 문학으로 껴안고자 했다. 부산·경남은 물론 경북, 호남과 연대해 90년대 초반 지역문학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지렛대 역할을 담당한 ‘시인회의’를 기억하는 것은 오늘날 연대와 소통의 가능성을 찾는 데 이바지하는 소중한 일이다.




무크지 5.7 문학의 의의와 앞으로의 발전 방안

5·7문학이 다시 소환하는 ‘지역(local)’은 많은 전회와 변곡을 힘겹게 거치며 여러 의미를 누적해왔다. 이제 로컬은 보편, 균일, 스펙터클, 평면화, 추상화를 거부한다. 서문에서 편집위원들은 5·7문학의 발간이 “단지 작고 단순한 것들을 예찬하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밝힌다.

아울러 [5·7문학은] 다양성과 차이를 말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이미 이항대립의 게임도 훌쩍 벗어나 있으므로 ‘지방주의’나 ‘비판적 지방주의’로 환원되길 원치 않는다. 공허한 담론의 재생산이 아니라 로컬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삶의 진경을 표현하고 재현하는 문학적 실천을 천명한다. 그러므로 ‘다시 지역’이라는 우리의 소박한 전언은, 귀환장정이 부는 휘파람같이 가볍지만 않다. 앞으로 문학적 수행과 실천을 통해 조급하지 않는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무크지 ‘5·7문학’을 발간하며」 중에서

5·7문학이 오늘날의 문학지평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지금-여기가 원하는 문학을 향해 가는 길에 함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편집위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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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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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역이다: 5·7문학 무크 1

5·7문학 편집위원 엮음 | 필자: 강동수, 고증식, 구모룡, 박서영, 서규정, 성선경, 성윤석, 안성길, 이응인, 전성욱, 정영선, 조갑상, 조말선, 조성래, 조향미, 최영철, 최정란, 표성배, 허정, 허택 | 신국판 260쪽 | 13,000원

2016년 5월 7일 | 978-89-6545-353-6 03810

로컬은 들여다보고 느낄수록 그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양상이 선명해지는 지점이다. 공허한 담론의 재생산이 아니라 로컬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삶의 진경을 표현하고 재현하는 문학적 실천을 천명한다. 창간호에 모인 지역의 대표적 시인·소설가·문학평론가 20인은 오늘날 지역에서 펼쳐지는 삶의 수많은 결들을 섬세하게 대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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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크 제1호 '다시 지역이다' 출간


5·7문학협의회의 정신을 기리고, '5·7의 마음'을 오늘의 지역문학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원으로 삼겠다는 활동이 시작됐다. 5·7문학 무크 제1호 '다시 지역이다'(사진)가 산지니출판사에서 최근 나왔다. 무크는 부정기간행물을 뜻한다. '다시 지역이다'를 기획하고 엮은 편집위원은 강동수 소설가,구모룡 문학평론가, 최영철 시인이다. 5·7문학협의회는 소설가이자 민주화운동가 요산 김정한 선생이 주도해 1985년 5월 7일 부산에서 결성한 문인단체이다. 구성원은 모두 부산의 문인이었다. 군부독재가 절정에 이른 시기에 출범한 이 문인 결사체는 민주화운동에 이바지했을 뿐 아니라 부산작가회의의 뿌리가 됐다. 무엇보다 여기 참여한 문인들은 저항도 했지만, 작품도 잘 썼다. 이렇듯 뜻깊은 참여와 창작의 전통과 정신을 오늘의 지역문학현장으로 가져와서 살리자는 것이 이번 무크지 '다시 지역이다' 발간에 담긴 뜻이다.

편집위원 세 사람은 '1980년대 이후의 문학과 지금-이곳의 문학이 갈 길'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 내용을 책에 실었다. 이 대화는 '5·7문학' 지향과 활동 방향을 보여준다. "전지구적인 위기를 감지하는 곳도 여기고 그래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을 건져올리는 곳도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최영철)

"그것은 피상적인 관념이 아닌 실체요, 구체라는 점에서 지역은 늘 저에게 처음을 되묻고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감지하고 돌파하게 하는 힘의 원천입니다."(최영철)

"5·7문학은 지역성에 토대를 두면서 우리 시대의 화두를 리얼리즘 정신 속에서 새로이 제기하는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강동수)

"문학이 구체를 놓치고 추상과 관념을 경배할 때 자기도 모르게 세계의 속박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구모룡)

"그렇다면 답은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 하는데 그 답이 저는 예전과 같은 소집단 운동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문학은 그렇게 다시 가난해지고 다시 외로워져야 합니다. 그것만이 살길입니다. 문학의 하향 평준화를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최영철)

이 책에는 조성래 조향미 성선경 이응인 성윤석 등의 신작 시, 조갑상 강동수 정영선 허택 소설가의 신작 소설, 최영철 시인론(허정 평론가)과 윤정규의 '얼굴 없는 전쟁' 비평(전성욱 평론가) 등을 실어 새 기운과 읽을거리를 다 갖췄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5-08

원문 읽기

다시 지역이다 - 10점
5.7문학 편집위원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잠홍 편집자입니다.


나뭇잎의 연두색이 점점 선명해지는 걸 보니 이제 여름이 오는구나 싶은데요.

새 계절과 함께 그동안 많은 독자 분들께서 기다려주신 책이 출간됩니다. 

기획 단계에서 맛보기로 보여드렸던 바로 그 책!

(관련글: 따사로운 봄날, 부산 대표 문인들이 산지니 사무실에 모인 이유는?! ) 


바로 5·7문학 무크 창간호입니다. 



다시 지역이다 라는 제목의 창간호에서는 

5·7문학 무크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그리고 물론 부산·경남 대표 문인 16인의 신작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특집에서는 최영철 시인의 신작을 만나보실 수 있고

시 부문에는 조성래, 조향미, 성선경, 이응인, 성윤석, 서규정, 고증식, 박서영, 표성배, 조말선, 최정란 시인의 신작 총 22편이 실렸으며

소설 부문에는 조갑상의 물구나무 서는 아이, 강동수의 언더 더 씨, 정영선의 치약거품을 물고 하는 대답, 허택의 어깨를 내리다가 수록되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날, 함께해주시면 더욱 즐겁겠지요 ^^

창간 기념회에 오셔서 따끈따끈한 책을 바로 읽어보세요! 


일시 : 2016년 5월 12일(목) 오후 6시 30분

장소 : 러닝스퀘어 서면점 (동보플라자 맞은편 모닝글로리 3층)

주최: 5・7문학 편집위원 

구모룡 (문학평론가), 최영철 (시인), 강동수 (소설가)

문의 : 러닝스퀘어 051-816-9610



5・7 문학 무크

로컬은 들여다보고 느낄수록 그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양상이 선명해지는 지점입니다. 

공허한 담론의 재생산이 아니라 

로컬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삶의 진경을 표현하고 재현하는 문학적 실천을 천명합니다.


편집위원의 말

구모룡 문학평론가

“보다 섬세하게 삶을 대면하려는 노력”

지역의 구체적인 삶에 착목하지만 로컬을 더욱 복잡다단하게 만드는 국가와 세계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커져야 합니다.

최영철 시인

“지역은 기회”

전지구적인 위기를 감지하는 곳도 여기고 그래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을 건져올리는 곳도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강동수 소설가

“우리 시대의 화법에 맞는 새로운 리얼리즘 문학의 전형을 찾자”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 시대의 문제를 다시 관찰하고 오늘의 화법에 맞게 발언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비회원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 中

세상이 나에게 다그쳐 묻습니다. 젊은 시절 품었던 꿈과 이상은 어찌한 채 밥벌이하느라 그렇게 바쁘냐고.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던 너의 과거는 모두 거짓이었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 대가로 내려진 벌을 받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집을 나섭니다. 세상의 수많은 가장이 자식 입에 밥 한 숟가락을 넣기 위해 ‘밥벌(罰)’을 달게 받습니다. 

양병훈 | 한국경제신문 |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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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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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수) 제72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은 성선경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로 꾸며졌는데요, 

시만큼 위트가 넘치는 성선경 선생님의 입담으로

한 시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자이신 성선경 시인과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의 대담으로

진행된 이날의 행사는 시 속에 들어 있는 의미와

그 의미를 통해 시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이야기한 여러 시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몇 편을 옮겨 볼까하는데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도 시의 의미와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성선경 (이하 성) : 먼저 제목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라는 제목에서 '명태'는 '명예 퇴직'이라는 의미가 겹쳐지도록 만든 말입니다. 그리고 '조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는 왠지 말이 안되잖아요. 명태 씨 정도 됐으면 느긋느긋 일어나서 '석간신문'을 읽어줘야 폼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웃음)  사실 저는 올해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제가 꿈에도 그리던 전업 작가가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는 큰 꿈을 꾸지 않아요. 소박한 꿈, 누군가 들어줄 것만 같은 그런 꿈만 꾸는데요. 명예 퇴직을 하고난 뒤에 제가 하는 일이 화분에 물 주는 일입니다. 아주 즐겁게 하고 있는 일이죠. (웃음)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기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은 화분에 물 주기

그저 시간이 나면 관심을 가지는 척

물 조루를 들고 어디 새잎이 났는지

어디 마른 잎사귀는 없는지 살펴보는 일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내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귀한 일이

화분에 물 주는 일 바싹 마른 화분에 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도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귀한 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일

누가 봐도 그저 그런 사소한 일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아들과 둘이서 무슨 대화를 나누나 싶게

그저 시간이 나서 마주 않아 차 한잔 마시듯

아무 말도 없이 물 조루를 들고 서성거리는 일

세상에 제일 중요한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

그저 눈빛으로만

너도 여기 좀 봐!

응 새잎이 났네!

고개를 끄덕끄덕 다시 화분을 옮기고

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

 

 

최학림 (이하 최) : 이 시를 읽으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의 대단함. 우리가 살면서 도달해야 하는 지점이 이런 생활 속의 어떤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감사합니다. (웃음) 옆에 있는 최학림 기자는 오래된 벗입니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이렇게 일년에 두 번 꼭 부산에 와서 술을 먹고 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늘 최학림 기자와 함께 했어요. 그런 인연으로 이번 시집의 뒷표지에 표4를 적어주셨는데요. 이 표4가 참 재밌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둘러앉은 사람들 모두가 순간적으로 말이 없어지는 진공상태를 '천사가 지나가는 순간'이라고 한다. 이제 명태 씨의 이야기들을 알게 된 내 앞에서는 천사가 함부로 지나가지 못하리라. 일찍이 김종삼은 '내용 없는 아름다움'을 말했지만 우리는 명태 씨에게서 '내용 있는 구수함'을 맛본다. 골계와 해학의 입담! 거기에 구성진 리듬과 가락이 있다. 이야기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흥겹게 놀고 있다."

 

  : 저는 이 시집의 앞부분은 인생에 대해 허허롭게 이야기하는 원숙한 시들란 생각을 했고, 시집 제3부의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와 들어가노' 이후, 뒷편의 시들은 좀 재밌는 시들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재미삼아 하는 농담이나 잡설까지도 포함하여 시를 쓰고 있는데요, 과연 이런 것들이 생을 통찰하는 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묻고 싶습니다. 

 

: 저는 지금까지 너무 진지하게만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야구를 잘하려면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하죠? 시도 마찬가지로 힘을 빼야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쳤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는 가난한 집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참 벅찬 일이었죠. 그래서 졸업식이 끝난 뒤 새우깡에 소주를 막 마셨어요. 그 다음날 그 모습을 모두 본 삼촌이 저희를 불러서 어제는 왜 그랬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졸업식이 끝나서 그랬다고 변명을 하다가 친구 중에는 교복을 찢다가 상처난 애도 있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삼촌께서 '갸 가죽은 안 버렸나?'라고 하시더라고요. 사람에게 난 상처를 '가죽을 버리다'라고 이야기하신 거죠. 그 위트, 꾸중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날의 위트 있는 한 마디가 더 깊게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어요. 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시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 이번 시집에서는 풀어해치고 허허롭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가 되냐고 물었고, 이것이 시가 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이 시점이 성선경 시인이 와 있는 지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

 

거북이가 아주 급한 걸음으로

급한 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는데

이를 보는 사자가 하 기가 차서

심술궂게 한 말씀 하시는데

"너! 토끼와 경주에서 또 졌다며"

옆으로 와 다정히도 놀리는데

거북이는 만사 귀찮다는 듯이

아주 급한 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는데

사자는 따라오며 또 놀리는데

다정하게 붙어서 놀리는데

"야! 너 가방이나 벗고 뛰지 그랬니?"

아주 다정히도 놀리는데

거북이는 너무 화가 나서

그 자리에 멈춰

척 허리 버팀을 하고

거기 사자를 보고 한 말씀 하시는데

"야! 이년아 머리나 좀 묶고 다니지?"

한 말씀 던지고 뒤도 안 보고 가는데

엉금엉금 빨리도 가는데

이를 보고 사자가 하 기가 차서

"야! 너 정말 가방 안 벗을 거냐?"

심술궂게 또 딴죽을 거는데

거북이는 제 갈 길이나 꾸벅꾸벅 가면서

"미친년! 머리나 좀 묶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꾸벅꾸벅 가면서

엉금엉금 꾸벅꾸벅 가면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엉금엉금.

 

: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 이 시를 보면 이번 성선경 시집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언어유희, 말장난 말놀이를 참 많이 했는데요. 말장난의 범위가 단순히 낱말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 구조 전체로 넓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말놀이가 한 구절에 국한될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전체가 장난이 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우리가 더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서의 말씀도 우리를 감동시키지만 더 오랫동안 우리에게 기억되는 것은 이솝 우화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꼭 기억되어야 할 진리는 떠도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친구들과 농담하다가, 술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시를 만들어 보았는데... 다른 분들도 재밌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렇다면 시의 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 제가 마산에 사는데요. 어느 날 길을 지나가다가 어느 노조에서 써 붙인 것같은 플랜카드를 봤어요. 임금 인상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시급이 몇 십원 정도였나봐요. 그래서 표어처럼 떡 하니 붙여놨는데 "10원도 돈이냐 쭈쭈바도 100원이다"라고 돼 있는 거예요. 이야, 엄청 감동적이었어요. 임금 인상 백 번 이야기하는 것 보다 저 문구 하나가 더 강력하게 와 닿더라고요. 급할수록 에둘러 가라는 말이 있죠. 에둘러 가는 것, 그것이 문학이 아닐까 싶어요. 시는 무기가 될 수도 혁명이 될 수도 없지만, 시가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에둘러 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는 원형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라 생각해요. 제 세 번째 시집이 <서른 살의 박봉 씨>인데 서른 살 하면 뭐가 떠오를까요? 저는 '박봉'이 떠올랐어요. 나이가 60이 다 되어 가는 사람은 뭐가 떠오르겠습니까. 명예 퇴직, 즉 '명태 씨'죠. 그런 식으로 하나의 원형을 만들자는 꿈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입니다. 

 

: 그런 것 같네요. 그래도 이것은 지적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재밌는 말을 가지고 부려 먹는 것과 그 속에 내가 있는 것, 강인한 시대적 배경이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염두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속담, 격언들은 늘 서사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이 시대와 맞아 떨어질 때 통쾌함을 느낄 수 있죠.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 중에 재밌는 사실 하나는 아이들에게 제가 무엇을 가르쳤는지는 남아 있지 않아요. 하지만 수업 시간에 제가 농담한 것은 다 기억하더라고요. 실질적으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눈 파는 것'인 것 같아요. 일탈, 이것이 삶에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성선경 시인의 태도는 이런 것 같습니다. 삶은 누추할지 모르지만 그 장면이 언어로 통과되면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인생의 여러 국면들이 있는데 이것을 말로서 건들일 수 있는 것이 생의 절정이 있는 것이라 표현하는 것 같아요. 성선경 시인은 언어에 대해 굉장히 각별한 마음이 가진 것 같습니다.

 

 : 명명되고, 이름 불리어지는 것, 그것은 참 특별한 힘을 가진 것 같습니다. 제가 늘 책을 내면 어머님께 한 권씩 전해드리는데 어머니는 늘 한 쪽에 밀어두시더라고요. 그러다 제가 산문집을 하나 냈을 때였어요. 산문집 속에 어머니 이야기도 있고 해서 책의 맨 앞에 어머님의 성함을 정성껏 적어서 드렸어요. 다른 책은 다 던져버리시는데 이 산문집은 화장대 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예정된 시간이 되자 성선경 선생님께서

 "자! 이제 술 먹으러 갑시다"

라고 하시며 웃음으로 제72회 저자와의 만남을

마무리 지어 주셨습니다.

 

시를 보며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멀리 마산에서 와 주신 성선경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날 대담을 이끌어 주신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을 비롯하여

참가해주신 모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소박하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

 

그럼 산지니 제73회 저자와의 만남에서 또 뵙겠습니다.

다음은 누구일까요? (두둥!)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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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 입니다. 72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개최 될 예정입니다.


생의 무력함 속에서도 빛나는 일상의 소중함-『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


봄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인의 재치가 인상적인 시집입니다.


최학림 전 부산일보 문화부장과 함께하는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 성선경 시인과 함께 빛나는 일상의 소중함을 온전히 느끼고 다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려요.


일시 : 2016년 4월 20일(수) 오후 7시

장소 : 러닝스퀘어 서면점 (동보플라자 맞은편 모닝글로리 3층)

대담자: 최학림 (부산일보 전 문화부장)

문의 : 러닝스퀘어 051-816-9610

후원 : 산지니출판사 


저자 : 성선경

196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경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재학 중 1987년 무크 『지평』,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널뛰는 직녀에게』, 『옛사랑을 읽다』, 『서른 살의 박봉 씨』, 『몽유도원을 사다』, 『모란으로 가는 길』, 『진경산수』, 『봄, 풋가지 行』,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동요집 『똥뫼산에 사는 여우』(작곡 서영수), 시작에세이 『뿔 달린 낙타를 타고』, 산문집 『물칸나를 생각함』을 냈다. 경남문학상, 월하지역문학상, 마산시문화상, 시민불교문화상을 받았다.


산지니 출판그룹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anzinibook 

산지니 출판그룹 트위터 : http://twitter.com/sanzini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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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쥐보다/쥐머리보다/쥐꼬리에 매달리는 것/…/우리의 삶은 늘/저 가늘고 긴 쥐꼬리에 경배하는 것.'('쥐꼬리에 대한 경배' 중)

서글픈 우리네 인생을 시어로 꾸준히 담아낸 성선경(56·사진)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표지 사진)'를 펴냈다. "나이 오십만 넘으면 새로운 세상이 있는 줄 알았다"던 성 시인은 늙어감에 대한 회한과 점점 속물적으로 변해가는 삶을 무덤덤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풀어낸다. 

시인 성선경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20일 서면서 저자와의 만남


이는 역설적으로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빚어내며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하기도 한다.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밥罰-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중)가 대표적이다. 

성 시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20일 부산 서면에서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이 대담자로 나서서 성 시인과 함께 작품세계를 돌아보고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한다. 

▶산지니 '제72회 저자와의 만남'=

20일 오후 7시 부산 러닝스퀘어 서면점. 참가비 무료. 051-816-9610. 

윤여진 | 부산일보 |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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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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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평범한 장면 속에서
- 명퇴 앞둔 50대가 읊조리듯
- 삶의 회한 시적 언어로 버무려

삼복 더위로 푹푹 찌는 여름날 친구 다섯이 오랜만에 만나 보신탕집에 갔다. 이 집 메뉴는 삼계탕과 보신탕, 단 둘이다. 연신 들이닥치는 손님으로 바빠 죽을 것 같은 보신탕집 주인장은 빨리 주문부터 받느라 이렇게 외친다. "여기 개 아닌 사람 손 드세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주인장은 확인한다. "다섯 명, 모두 개 맞죠?"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를 최근 펴낸 성선경 시인.

무신경하게 들으면 우스개, 애견인이 하면 저주가 섞인 꾸지람이 될 이 장면을 명퇴했거나 명퇴를 앞둬 약간 쓸쓸한 느낌도 없지 않은 오십대가 소개한다면? 시인 성선경의 시에서 이 촌극은 웃기고 쓸쓸한, 좀 후줄근하지만 미워하기 힘든 삶의 한 장면이 된다. 이 장면을 담은 그의 시 '녹피(鹿皮)에 가로 왈'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다섯 명 모두 개가 되었는데 / 개를 먹으러 갔는데 / 멍멍 짖지 않는 뚝배기 / 줄줄 땀 흘리는 숟가락.'

성선경(56) 시인은 시와 우리가 '친구'가 되게 해준다. 깍쟁이 같은 친구 말고, 옆에서 다 지켜보면서 눈물 콧물 닦아주던 속 깊은 존재로 시를 독자의 삶 가까이 끌어당겨준다. 요즘 같은 세태에 이런 능력과 성의는 드물고 귀하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 펴냄)'는 경남 창원시에 살며 마산무학여고 교사로 오래 일한 성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다. 

2003년 펴낸 시집 '서른 살의 박봉 씨'에선 서른 살 박봉 씨를 주인공으로 삼았던 그가 이 시집에선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내세웠다. 물론, 명태 씨는 명퇴(명예퇴직)와 겹친다. 명태 씨는 진짜 열심히 살았다. 근데 돌아보니 허무나 회한 같은 심정이 밀려오기도 한다.

'적금 타자 아들이 이사를 하고 /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 / 장롱이며 침대며 다 있는데 / 냉장고가 고장이 나고…'('복사꽃 지자 복숭아 열리고' 중)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는데 / 꽃피는 봄날에 / 계란 몇 개 깨어버렸네 / 그냥 두었으면 병아리가 되었을 / 닭이 되었을, 닭이 되어 / 알을 낳았을, 알을 품어 / 병아리를 오종종 오종종 / 거느리고 다녔을, 어미닭이 되었을 / 계란 몇 개를 깨어버렸네'('봄밤에 시를 쓰다' 중)

진하게 달인 반성도 오십대 명태 씨를 찾아온다.

'밥벌이는 밥의 벌(罰)이다 /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밥罰-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중)

명태 씨는 지나온 삶을 더듬고 다듬으면서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채웠다. 시가 우리의 친구가 되게 해주는 시인 성선경의 능력과 성의가 새삼 귀하게 다가온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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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시인 여덟번째 시집… 

삶·시간·존재 등 자기연민 묘사 깊은 울림 자아내


“희망이란 뭐 별건가?/내년이면 아들은 졸업반/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게 어디냐?/나는 다시 힘이 나고 용기가 솟는다/이야 이야 이야오.(‘아주 꾀죄죄한 희망’ 부분)
 궁색하고 누추한 우리의 생을 삶의 언어로 노래하는 성선경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최근 출간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태 씨’를 통해 “늙어감의 문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가항력적 슬픔과 무력함”(김경복, 해설)을 드러낸다.
 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가 우리의 인생과 닮아 서글프다.
 “이젠 나도 내리막길인데 아직 내 눈엔/꽃은커녕 한눈파는 것도 쉽지 않다/어쩜 한눈파는 것이 정말 삶이고 인생인데/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가 져/나무를 보고 꽃을 보는 일/아직은 내게 너무 어려워/자주 몸이 기우뚱하고 발이 꼬인다”(‘하산(下山)’ 부분)
 시인은 늦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기처럼 스스로의 생애가 이제 장년에서 노년으로 기울고 있음을 명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쉰 이후에 마주하는 삶의 문제를 고뇌하고 시간의 속절없음과 존재에 대한 사색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발이 꼬여’ 제대로 된 걸음을 걸어 나갈 수 없는 ‘내리막길’의 구석에서 느끼는 자기연민의 묘사가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문학평론가 김경복은 추천사에서 “무력함과 무상함에 노출된 존재의 원형적 감정의 한 형상을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삶이 뭐 별거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성 시인은 “삶이 별거 이기 때문에 살 만하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감이 힘들다”고 말한다.

이경관 | 경북도민일보 |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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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성선경 시인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발간

말맛이 살아있는 속담이 시가 됐다.
창원 성선경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를 내놨다.
‘봄 풋가지행’을 내놓은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 떫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부쩍 밝아진 표정이었다.
말을 잇는 입꼬리도 싱싱했다. 그가 명퇴한 ‘명태 씨’가 됐기 때문이다. 

성선경 시인.

지난 2월 29일 그는 30년간의 교직생활에서 물러나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석간신문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죠. 우리지역 석간신문들이 다 조간이 돼서 안타깝지만요. 작품에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8편의 연작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쓰면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요즘 말로 ‘웃픈(웃기고도 슬픈)’ 자화상을 이 시에서 드러내고 있는 시인은 시집 전체에도 살려냈다. 특별한 형식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그는 속담을 끌어왔다. 속담 시집이라 부를 만하다.

밥벌이는 밥의 罰(벌)이다./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 ‘밥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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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그 답이 속담과 격언이었어요. 오랜 시간 구전돼 쌓인 이야기를 적층문학이라고 하는데, 단순하면서도 많은 민중들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쓰면서도 재밌었어요.”


읽으면서도 재밌다. 우리가 아는 속담이 풀려 시가 되면서 장면을 일깨운다. 30년 시력은 능청스럽게 감정의 냉온을 오가며 속담이 갖고 있는 해학·골계미를 띤다. 손에 잡히지 않는 현대시와는 달리 한 편 읽을 때마다 이야기를 품은 영상이 지나간다. 투명한 수채화가 아니라 질박하면서도 다채로움을 잃지 않은 민화에 가깝다.

한 마리가,/그것도 딱 한 마리가/온 세상을 흙탕물로 만들었다면/아마 그건 미꾸라지가 아니지?/(…)/그건 용이지 아마!/그런데 왜/가만히 있는 미꾸라지를 왜/사람들은 왜 물풀에 몸을 숨기고/자는 듯 죽은 듯 숨어 있는/미꾸라지를 왜/무슨 이무기나 용 취급하지?

-‘가만히 있는 미꾸라지를 왜’ 일부

속담 시의 대부에는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가 담겨 있다. 삶의 새로운 시작에 선 그가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어떻게든 표 나는 일을 하려는 우리에게, ‘해봤자 표 나지 않는’ 화분에 물 주기가 ‘가장 귀한 일’임을 알려준다.

“아들이랑 말없이 화분에 물 주는 일이, 이 보잘 것 없는 일이 내 일생에서 가장 남겨져야 할 중요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야 제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거죠.”

책장이 계속 넘어간다. 독자들이 그가 비틀어 놓은 속담 속에서 ‘꾀죄죄한 희망’이나마 찾고, ‘이야이야오’ 콧노래 부르게 될 것이다.

이슬기 | 경남신문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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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산지니 시인선 세 번째 시집으로 성선경 시집이 나왔습니다. 

제목이 독특하지요.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라니요. 


봄처럼 푸석해진 

내 마음 어디를 콕 찌르는 시입니다. 






생의 무력함 속에서도 빛나는 일상의 소중함과 정신적 성숙

희망이란 뭐 별건가?

내년이면 아들은 졸업반

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게 어디냐?

나는 다시 힘이 나고 용기가 솟는다

이야 이야 이야오.


-「아주 꾀죄죄한 희망」 부분


그는 궁색하고 누추한 우리 삶의 틈을 벌린 뒤 능수능란한 언어의 촉수를 그 속으로 집어넣어 우리를 간질이고, 나는 저 웃기는 이야기들에 배꼽을 잡는다. _최학림(부산일보 전 문화부장)


무력함과 무상함에 노출된 존재의 원형적 감정의 한 형상을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다. _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환기하는 성선경 시인의 신작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여덟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태 씨’를 통해 “늙어감의 문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가항력적 슬픔과 무력함”(김경복, 해설)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봄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인의 재치가 인상적이다.


나이 든다는 것, 

존재의 무력감 속에 담긴 서늘함의 시원을 탐색하다


이젠 나도 내리막길인데 아직 내 눈엔

꽃은커녕 한눈파는 것도 쉽지 않다

어쩜 한눈파는 것이 정말 삶이고 인생인데

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가 져

나무를 보고 꽃을 보는 일

아직은 내게 너무 어려워

자주 몸이 기우뚱하고 발이 꼬인다


― 「하산(下山)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부분


시인은 늦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기처럼 스스로의 생애가 이제 장년에서 노년으로 기울고 있음을 명징하게 인식하고 있다.(“생각하면 한로(寒老)/ 나도 한가로이 늙어 갈 수 있을 것인가?”-「한로(寒老)」) 시집의 전편에 걸쳐 쉰 이후에 마주하는 삶의 문제를 고뇌하며 시간의 속절없음과 존재에 대한 사색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발이 꼬”여 제대로 된 걸음을 걸어 나갈 수 없는 “내리막길”의 구석에서 느끼는 자기연민의 묘사가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조금씩 생명성을 잃고 사라져 가는 자신에 대한 자조와 슬픔이 “이젠 소리통도 관절염을 앓는”(「탄현(彈絃)」), “나는 이제 누워 있는 부처”(「와불(臥佛)」) 등의 묘사로 변주되면서 ‘늙음’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다.


속물적 삶에 대한 냉소와 부정, 그리고 자기반성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밥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전문


「밥罰」은 삶의 진실성을 놓쳐버린 것에 대한 비판을 담아, 시인이 자기 징벌의 마음으로 스스로의 시비(是非)를 가리는 시이다. 시집 전편에 깔려 있는 속물적 삶에 대한 혐오의 감정에서 벗어나 자기 현실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한 처방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시와 마찬가지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에는 일상 속에서 빚어지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시들이 다수 실려 있다.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생의 소중한 진실을 깨닫는가 하면(세상에 제일 중요한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 그저 눈빛으로만/ 너도 여기 좀 봐!”-「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주기」), 1급수 맑은 강가에만 살던 쏘가리의 생명력 넘치는 삶이 우리네 일상에도 펼쳐질 수 있음(“저 맑은 물에 쏘가리가 산다네/ 글쎄, 저 맑은 물에 어떻게/ 쏘가리가”-「그곳에도 쏘가리가 산다네」)을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성선경 시인의 신작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에는 지리멸렬한 생의 범속함을 특유의 재치와 정신적 성숙으로 극복하려는 면모가 돋보인다.



성선경

196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경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재학 중 1987년 무크 『지평』,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널뛰는 직녀에게』, 『옛사랑을 읽다』, 『서른 살의 박봉 씨』, 『몽유도원을 사다』, 『모란으로 가는 길』,『진경산수』, 『봄, 풋가지 行』,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동요집 『똥뫼산에 사는 여우』(작곡 서영수), 시작에세이 『뿔 달린 낙타를 타고』, 산문집 『물칸나를 생각함』을 냈다. 경남문학상, 월하지역문학상, 마산시문화상, 시민불교문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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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성선경 지음|문학|46판 양장|168|10,000원

2016년 3월 15일 출간ISBN : 978-89-6545-341-3 03810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환기하는 성선경 시인의 신작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여덟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태 씨’를 통해 “늙어감의 문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가항력적 슬픔과 무력함”(김경복, 해설)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봄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인의 재치가 인상적이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입춘(立春)

: [명사] 이십사절기의 하나.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들며, 이때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한다.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추위가 한풀 꺾였나 싶더니,

달력을 보니 '입춘'이네요.

 

지금, 산지니 출판사는

봄이 어서 오길 재촉하는 마음으로

봄에 출간될 원고들을 재촉 중이랍니다.

 

다가오는 봄,

제 덩치를 키우는 초목의 눈처럼

제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산지니의 신간들을 살짝 소개해드릴께요!

 

 

 

 

 

 

 

 

 

 

 

 

 

 

 

다가오는 2016년 봄에도

산지니의 책과 함께 하세요 : D

 

 

 

 

 

Posted by 비회원

문학을 탐하다, 우리 지금 만나!

 

 문학(文學) [명사]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 또는 그런 작품.

탐하다(貪--) [동사] 어떤 것을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어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

 
문학을 탐하다. 이 제목은 사전적 의미로 풀어본다면 참으로 묘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학을 탐한다는 이 말을 곱씹으면 문학이란 사상과 감정을 언어로 또는 작품으로 만들어낸다는 뜻이고, 탐하다는 말은 그런 문학을 갖고 싶어 안달내는 누군가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이런 문학을 탐내는 첫 번째 누군가는 단연 이 글을 집필한 최학림 문학기자요, 두 번째는 바로 이 책을 읽게 될 당신이 되지 않을까요?

 

최학림 기자가 문학 기자가 되기까지 과정은 꼬박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문학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부산일보>에 입사해서 여러 과정을 거쳐 문학기자가 된 최학림. 그가 만난 작가들의 이야기들이 여기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문학을 탐하다』는 세 가지 파트로 나눠지고 또 그 한 파트 한 파트 안에는 각각 여섯 명의 작가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즉, 이 책 한 권으로 독자들은 총 18명의 작가들을 만나보는 셈이지요.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입니까? 책 한 권으로 18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다니! 또한 최학림 기자는 작가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와 독자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고 있습니다. 최학림 기자가 풀어놓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가 들려준 작가들에게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이 읽고 싶어집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와 독자는 작품 밖에서 미리 만나게 되지요. 그렇게 보면,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문학을 탐하다』의 위치가 아닐까 싶네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태규 소설가, 최영철 시인, 조갑상 소설가, 이복구 소설가, 유홍준 시인.

제가 처음 『문학을 탐하다』를 접했을 때 이 책 안에는 생소한 작가들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문학을 멀리하는 독자층이라면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처음 보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였어요.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존재감이 분명한 이 작가들은 이 책을 뚫고 나옵니다. 대담하게 독자의 앞에 걸어 나와 묻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면 독자는 작품이라는 몸에 걸쳐진 『문학을 탐하다』라는 옷을 보고 그 안에 감춰진 속살을 생각해봅니다. 옷 속으로 비친 속살을 보며 그 안을 가늠해봅니다. 그러다 호기심이 이는 순간 이 책을, 그리고 이 책 안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손에 집어든 당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아니면 저처럼 이미 작품들을 펼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구요.

『문학을 탐하다』를 읽다보면 최학림 기자가 얼마나 문학에 애정이 있는 사람인지 느껴지실거예요. 최학림, 그는 진정으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문학을 애정의 대상으로 보고, 그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나 자신의 글쓰기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최학림 기자의 눈을 통해 18인의 작가를 엿볼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렇기에 작가들이 멀게 느껴져서, 혹은 작품을 어렵다며 책 읽기를 멀리하는 그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대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작가,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거예요. 이건 마치 소개팅하는 기분일지도 몰라요. (두근두근)

소설가 이복구, 시인 김언희, 시인 최영철, 시인 유홍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엄국현, 소설가 조갑상, 시인 신진, 시인 성선경, 소설가 정영선, 시인 박태일, 소설가 강동수, 소설가 정태규, 시인 조말선, 시조 시인 박권숙, 소설가 이상섭, 시인 정영태, 시인 최원준.

나른한 오늘 오후.

18명의 작가들과 유쾌한 만남을 가져보시지 않겠어요?

 

 

- 마하 올림

 

 

문학을 탐하다 - 10점
최학림 지음/산지니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책 읽는 부산을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2014 원북원도서 올해의 책 투표하러 가기>> http://www.siminlib.go.kr/onebookone2/

Posted by 비회원
햇볕 따사로운 주말 오후.
김해 생림 도요마을에서 북 콘서트가 있었는데, 아이와 함께 나들이 삼아 다녀왔다.  
김해는 부산 바로 옆도시이긴 했지만 도요마을은 김해에서도 한참을 들어가는 곳이었다.
제법 높은 산세를 자랑하는 무척산 옆을 돌아 낙동강을 끼고 돌아가니 아담한 도요마을이 보였다. 폐교된 분교를 고쳐 만든 도요창작스튜디오 안에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연습실이 있고, 작은 도서관과 <도요출판사>가 명패를 달고 있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조갑상 소설가

많은 문학인, 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넘어가는 저녁 햇살 아래 조용하고도 부드럽게 진행되었는데, <테하차피의 달>을 쓰신 조갑상 교수님께서도 참석하셔서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조갑상 교수님의 부친께서는 공무원을 하셨는데 퇴임을 하실 적에 연금을 한꺼번에 받는 걸로 선택을 하셨다고 한다. 교수님께서는 그러지 않았더라면 아흔이 넘는 지금까지도 연금을 받고 계시지 않았겠느냐고, 국민세금을 축내지 않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씀하셔서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손, 장남으로서의 애환을 말씀해주신 마산의 성선경 시인은 아버지에 대한 재미있는 시를 낭송해주셨다.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연극 공연도 이루어졌는데, 이는 조용한 마을에 스튜디오가 들어와서 연습과 공연으로 행여 마을 주민들께 누가 될까봐 마을 주민들한테 연극을 선물한다는 의미도 같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극단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공연한 극은 현대판 <춘향전>이었는데, 이몽룡이 청바지를 입고 나와 신세대 도련님의 이미지를 보여주었고, 춘향이는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거친 욕설을 입에 달고 있어 새로운 캐릭터을 보여주었다. 

데리고 간 막내 녀석은 춘향이 누나가 마음에 드는지 이도령과 방자가 나와서 한참을 실갱이를 하자 "그 누나는 언제 나와?" ... "왜 빨리 안 나와" 하면서 계속 관심을 보인다.(예쁜 건 알아가지고...^^) 또 배우들이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나오니 이상한지 "저건 언제 지울 거야?" 하면서 유심히 쳐다본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서도 "엄마, 연극 재밌었어" 하면서 계속 생각이 나는 눈치다.

앞으로도 이 도요마을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화행사를 계속할 거라 하니 주말 나들이 삼아 한 번씩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무대에도 한 번 올라가 보고...




 





 



Posted by 아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