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작가 도서 5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뽑은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정일근 시인의 '소금 성자'(산지니), 임성구 시조시인의 '앵통하다 봄'(문학의 전당), 이서린 시인의 '저녁의 내부'(서정시학), 성명남 시인의 '귀가 자라는 집'(한국문연), 김륭 작가의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문학동네), 유익서 소설가의 '고래 그림 碑'(산지니) 등 도내 작가 6명의 도서가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됐다.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보급 사업은 출판산업과 국민 독서문화 증진을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총 500종이 선정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1.6% 증가한 561개 출판사의 2731종의 국내 초판 발행(2015년 8월 1일~2016년 7월 31일) 문학도서가 접수됐는데, 문학평론가, 작가, 도서관 관계자 등 전문가 59명의 3단계 합의제 현장심사 등을 거쳐 최종 선정됐다. 선정 분야를 살펴 보면 시 135종, 소설 76종, 수필 111종, 평론·희곡 15종, 아동청소년 163종이다.

도내 문인들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상 한 해 문학계 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 세종도서 목록 500종 가운데 1%인 6종이 선정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김경 '삼천포 항구', 강경주 '노모의 설법', 민창홍 '닭과 코스모스', 김복근 '새들의 생존법칙', 정선호 '세온도를 그리다', 박우담 '시간의 노숙자', 박태일 '옥비의 달', 강희근 '프란치스코의 아침', 김연동 '휘어지는 연습'(이상 시집), 유익서 '세 발 까마귀', 전경린 '해변빌라'(이상 소설), 이선애 '강마을 편지', 김순철 '통영 르네상스를 꿈꾸다', 이두애 '흑백 추억'(이상 수필집), 김미숙 '양말 모자', 전문수 '천심'(이상 아동문학) 등 16종이 선정됐다.

선정 도서 수로는 지난해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고, 장르로도 지난해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 등 4개 장르였지만 올해에는 시와 아동문학, 소설에서 이름을 올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도내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은 500권 가운데 한 권도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문인들은 지역의 한계를 이유로 꼽았다. 한 문인은 "올해 도내 문인들의 출품작이 줄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지역 출판계 인프라 부족과 '문단 정치'의 폐해가 더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 대다수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어 지역 문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심사위원의 학연과 인맥이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작가 개인이 출품하는 게 아니라 출판사에서 한 해 동안 펴낸 도서 가운데 우수한 작품을 대상으로 응모하면 심사위원이 이를 검토해 선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작가와 출판사 정보가 심사 때 미리 노출된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2016-12-08 | 정민주 기자 |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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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설산 소금은 신이 준 선물”
시인 특유의 깊은 서사성 녹아 있는 시 56편 실려
삶의 태도·느낌 생생한 리듬 통해 이미지로 형성


한국출판진흥원은 최근 정일근 시인의 12번째 시집 <소금 성자>를 1월의 읽을만한 책으로 선정했다.

이 시집에 실린 56편의 시에는 정일근 시인 특유의 깊은 서사성이 잘 녹아있다.

그는 시가 하나의 ‘역’(驛)에 오래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이곳 저곳을 여행하는 기분까지 든다.

특정 장소를 바꾸지 않더라도 그의 시는 시어의 배열을 통해 이미지의 전환을 이뤄낸다.

수박, 앵두, 사과 같은 먹거리에서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바다와 경주 남산에서는 기다림이나 그리움 등을 그려낸다.

  
▲ 정일근 시인

특히 그의 시에는 고래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시 ‘고래52’에서는 고래를 매개로 인간의 공격성과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성을 이야기하고,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

또 ‘고래는 사람의 칭찬에 춤추지 않는다’라는 시는 고래박물관 속 고래를 서사적으로 표현해내면서 인간의 무지와 오만함을 이야기한다.

칭찬한다고 돌고래는 춤추지 않는다/ 박수에 신이 나서 높이뛰기 하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장생포 수족관에 죄 없는 죄로 갇혀 살며/ 살기 위해 춤추고 먹기 위해 제 몸 날린다/ 그때마다 제 입으로 들어오는 한 끼니를 위해/ 돌고래는 죽자고 춤춘다/ 돌고래는 죽자사자 높이뛰기 한다. (‘돌고래는 사람의 칭찬에 춤추지 않는다’ 전문)



쉬운 시어로 짧게 쓴 것도 특징이다. 시인은 시 속 풍경만 제시할 뿐 시의 완성은 독자가 한다는 생각때문이다.

정 시인은 “길게 말하는 시일수록 독자들이 외면하는 것을 느꼈다”며 “독자들이 생각할 여백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표제시 ‘소금 성자’에도 드러난다. 이 시는 지난 2000년 시인이 에베레스트에 올랐을 때의 풍경을 옮긴 것이다.



히말라야 설산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물속에 숨어 있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이 있다/ 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 소금을 신이 내려주는 생명의 선물로 받아/ 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소금 성자’ 전문)



시인의 30년 지기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이 시를 해설하면서 “시의 주인공과 그가 받아내는 소금을 각각 시인과 시로 읽어도 무방하다. 정 시인은 시인의 수행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는 한 사람의 시인이 치열하게 삶과 만나는 과정임을 웅변하면서 이렇게 쓴 시가 읽는 사람들 속에 살아 있을 것임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결하지만 그의 시에는 이미지와 리듬감도 살아있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에는 삶에 대한 시인의 태도와 느낌이 생생한 리듬을 생성하고 살아 있는 이미지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세미꽃이 있는 풍경’이라는 시에서 잘 드러난다.



쇠숟가락으로 온기 먼저 담겨 오는 민물새우뭇국 받아들고/ 남루한 가족 모여 따뜻하게 먹는 저녁이 있었다/ 여흘여흘 흘러가던 저녁강 깊어지며 비로소 잠드는데/ 기다릴 사람 돌아올 사람 없지만/ 바람길 따라 에두른 돌담 위로 노란 등불 맑게 켜지는 밤이 있었다. (‘수세미꽃이 있는 풍경’ 전문)



진해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1984년 <실천문학>과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경주 남산>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등의 시집을 냈다. 시와시학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있으며, 현재 본보에 ‘정일근의 감성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산지니 펴냄. 102쪽. 1만원.


석현주 | 경상일보 |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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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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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잠홍 편집자입니다. 

연휴에는 푹 쉬셨나요? 

부산은 겨울인가 봄인가 싶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는데요.

저는 새해맞이 등산을 갔다가 꽃이 피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12월 말의 철쭉이라니!


그런데 '12월 철쭉'으로 검색하면 사진이 참 많이 나오네요...ㅎ_ㅎ 사진출처: http://bit.ly/1TBwlYh


지구온난화는 현실입니다 여러분.

그러므로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을 추천해드리는 바입니다. 

(새해에는 당당한 홍보...!)


2016년이라는 숫자가 슬슬 익숙해져가는 지금

산지니 어워드는 2015년, 저 건널 수 없는 강 너머에 두고 왔으리라 생각하셨겠지요.


훗... 


새해가 밝았다고 방심하시면 아니되는 것입니다.


산지니 어워드의 완결판


산지니 디자이너와 편집자가 편애하는 


2015년의 귀한 책!


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럼 어서 어서 만나 보실까요.



1/ 다시 시작하는 끝

조갑상 소설집



단디SJ 편집자님이 뽑아주신 책은 제목에서부터 가슴 저릿한 느낌이 오는 

조갑상 작가님의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 입니다. 

"25년만에 재발간된 만큼 의미가 큰 책"이라고 하셨는데요. 


1990년 처음 출간된 이후 다시 만나는 작가님의 첫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은 데뷔작 「혼자웃기」와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사라진 하늘」을 비롯해 총 17편의 중단편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작품 수만큼이나 묵직한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데요. 특히 재출간본에는 등단 후 두 번째로 발표한 소설 「방화」가 수록되어 「혼자웃기」,「은경동 86번지」와 함께 은경동 3부작을 이룹니다. 소설에는 고단한 삶과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들, 공간에 대한 긴 묘사, 그리고 쉬이 위로하지 않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독특한 상상력과 스타일로 무장한 소설의 홍수 속에서 오랜만에 현실을 삼켜 소화하는 고통을 고스란히 담은 소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끝> 재출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작가로서 놓치지 않고 추구하려 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선생님께서는

"사람이 억압당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추구하는 바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삶과 사회를 줄곧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어려움이 드리워 있어 

더욱 예민했다"고 답하셨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끝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2/ 내 안의 강물 


김일지 소설집



엘뤼에르 편집자님은 기억에 남는 책을 <내 안의 강물>을 뽑아 주셨어요. 여성 작가의 소설집으로서 편집하면서 보람을 느끼셨다고 하는데요. 

"중편작의 여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뭐랄까..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도시인의 느낌이 표지와 잘 어우러져서 올해 제게 의미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표지, 정말 예쁘죠? 실물로 보면 색감이 훨씬 멋지답니다.


앞에서 언급된 중편 「내 안의 강물」은, 6년째 동거 중인 한 연인의 삶을 교차하여 그려내고 있습니다. 동거 형태의 불확실한 사랑 속에서 흔들리는 여자(연이)와 그런 그녀에 대한 사랑이 깊어져가는 남자(준규)의 상처와 고민, 변화의 양상이 소설의 주요한 테마이고요. 두 주인공은 오랜 기간 함께 살아왔지만 서로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깊은 정을 통하는 연인일지라도, 내면의 상처를 보여줄 수 없는 현대인들의 취약한 관계성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결혼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롭게 살아가던 그들은 연이가 수술을 위해 열흘간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계기로 관계가 보다 끈끈해집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학대를 겪었던 연이와 기혼자였던 아버지의 사생아로 태어난 준규는 각기 다른 상처를 서로 드러내지 못하고, 그들 마음의 생채기는 결코 봉합되지 못합니다.



내 안의 강물 - 10점
김일지 지음/산지니




3/ 조금씩 도둑


조명숙 소설집



조명숙 작가님의 <조금씩 도둑>은 온수입니까 편집자님과 제가 공동 선정한 책입니다.


온수입니까 편집자님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표현했다"고 적어 주셨는데요.

저는 저자와의 만남에서 정미숙 평론가님께서 짚어 주신대로 후각, 촉각을 활용하여 인물과 세계를 만들어내시는 점, 그리고 여성의 삶에 대한 선명한 시각이 감명 깊었습니다.



작가님께 '몸'의 의미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명숙 작가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정신이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몸이 잖아요. 제가 나이가 드니까 그런게 보이더라고요. 어느날 한의원에 갔는데 어르신들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서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의 아픈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픈 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서 그 사람의 내면적인 고통을 조금 더 또렷하게 나타낼 수 있었고요.



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4/ 소금 성자

정일근 시집



 추천을 받다 보니 소설집이 많았지만2015년은 산지니 시인선 002가 탄생한 해이기도 합니다.

정일근 시인의 열두번째 시집, 등단 30주년 기념 시집 <소금 성자>에서는 시인의 정제된 철학이 빛을 발하고 있는데요.

표제작에 등장하는 '성자聖子' 히말라야에서 '소금 받는 평생 노역'을 하고 있는 한 노인입니다

네팔 지진 사태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집이 나오게 되자, 정일근 시인은 인세 전액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네팔 지진 구호성금으로 내놓았습니다올해 초에 네팔 신두팔촉 지역에서 있을 대한적십자사의 구호활동에 직접 참가하시기도 할 예정입니다

온수입니까 편집자님은 "시가 물론 좋았고 앞으로도 산지니가 좋은 시인을 만날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라며 이 책을 뽑으셨어요

<소금 성자>출판진흥원에서 '이번 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지요. 정일근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5/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


진경옥 



진경옥 교수님의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는 권디자이너님, 온수입니까 편집자님의 표를 받았습니다.


권디자이너님: "사진이 많은 책이라 안팎(표지/본문)으로 디자인하기 힘들었는데 실물책의 화려한 자태를 보니 모두 용서가 되었죠."

온수입니까 편집자님: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도 추천할게요. 새롭고 신선한 기획이라 좋았습니다. 이 책으로 독자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산지니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화려한 패션, 그리고 우리를 사로잡는 영화! 놓칠 수 없는 조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쇼윈도를 바라보며 입었던 검은색 드레스, <7년 만에 외출>에서 환기구 위로 불어온 바람에 치솟아 오른 마릴린 먼로의 흰색 드레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커텐으로 만든 비비안 리의 녹색 드레스…. 

이런 영화의상들은 영화 속 인물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면서 동시에 스토리를 이끌어가기도 하고, 그 시대의 패션유행을 이끌어나가기도 했습니. 잘 만든 영화의상은 20, 21세기 패션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맡아왔다고 할 수 있지요.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는 쉰한 가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패션을 통해 그동안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의상의 세계를 조명합니다. 이를 통해 패션과 영화의상의 공생관계와 더불어, 패션디자이너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던 영화의상 디자이너의 이야기와 함께, 시대를 주름잡았던 영화 속 패션아이콘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 - 10점
진경옥 지음/산지니




6/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김비 장편소설



마지막으로 꼽을 책은 김비 작가님의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입니다. 연초부터 '출구 없음' 이라니, 무슨 소린가?! 하실 수도 있지만, 담당 편집자로서 이 책을 뽑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출구 없음'이 사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이미 가지고 있는 힘을 들여다보기를 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트랜스젠더 여성 소설가인 김비 작가님은 장편소설, 에세이 등을 통해 꾸준히 위태로운 삶 속에서 반짝이는 힘에 주목해 오셨습니다. 네 번째 장편소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은, 가난의 쳇바퀴를 도는 데 지쳐 동반자살을 택하지만, 자살이라는 출구조차 막혔음을 깨닫는 한 가족의 ‘후련한 절망’에서 시작하는데요. 이 소설은 우리를 둘러싼 암흑으로 몸을 던져, 희망이 아닌 다른 언어로 삶을 비추고 있습니다.


작가님과의 책이야기 자리에서 하신 말씀을 발췌해 봅니다.

어느 서면 인터뷰에서 ‘주인공인 남수라는 인물은 왜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고 회의적이고 비관적인 사람이냐’ 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 실제로 보통의 이야기는 회의적이고 비관적인 인물이 어떤 사건이나 이유.. 다른 계기가 있어서 다른 인물로 바뀌거든요. 선하게 깨우친다거나, 내가 이제 바뀌어야 되겠다, 내가 이제 가족을 위해 살아야 되겠다, 이렇게 바뀌게 되는데 제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죠. 저는 인물을 바꾸는 대신 세계를 바꾼 거죠. 그러니까 그런 세계라면 그런 인물이 오히려 더 가장 희망적이고, 그 세계를 믿지 않고, 그 세계를 불신하는 비관적인 그 모습이 오히려 더 가장 희망적이고 생을 향해 가장 힘 있는 발걸음을 내딛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 10점
김비 지음/산지니



산지니 어워드의 귀환, 느닷없지 않으셨나요 ㅎㅎ;

이렇게나마 산지니 디자이너와 편집자들이 편애하는 

2015년의 책을 낱낱이 공개해 보았습니다.


새해에도 멋진 책들이 등장할 예정인데요.

궁금하시다면 

산지니 어워드 1부: 2016년 달라지는 산지니!

에 힌트가 있습니다 :)


그럼, 저는 신간과 함께 조만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osted by 비회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1월의 읽을 만한 책

문학·예술 부문 소금 성자선정 소식!!


새해 첫날이 밝았습니다. 다들 연말연시를 따뜻하게 보내고, 2016년 밝아오는 한 해를 잘 맞이하셨나요? 1월 1일을 맞이해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새해 읽기 좋을 만한 9권의 좋은 책을 선정했는데요. 그중에 산지니에서 출간된 정일근 시인의 『소금성자』가 포함되어 있어 더욱 반갑네요. 신년맞이를 책읽기로 시작하고 싶은 여러분께 추천해드리는 아홉 권의 양서들, 그중 편애하는 『소금성자』 이야기 위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




좋은책 선정 사업이란?


정부 산하 기관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출판수요 확대 및 출판문화 향상 도모를 위해 만든 사업인 '좋은책 선정' 사업. 이 사업은 매월 좋은책선정위원회로부터 독자층의 성격을 고려하여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좋은책을 추천받고, 선정한 뒤 선정된 책을 주요도서관 등에 홍보하는 사업입니다. 얼마전 저희 출판사 책 모녀 5세대가 선정되기도 했었는데요.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할지 고민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


살아 있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의가 녹아져…



말순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와 마찬가지로 문학예술 부문의 1월의 도서로 선정된 정일근 시인의 소금 성자. 히말라야에서 묵묵히 소금을 만드는 '소금 성자'의 이야기가 한 편의 동화처럼 시편에 녹아 있는 시집입니다. 소금 성자이외에도 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 「수세미꽃이 있는 풍경와 같은 시편을 통해 정일근 시인의 특유의 서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데요. 책을 추천해주신 오석륜 시인께서는 "살아 있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의"가 담겨 있는 시집이라는 평을 추천사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삶과 자연, 생명에 대한 시인의 사색이 따뜻한 온기로 채워져 있는 시집의 매력 속으로 다함께 빠져 보는 것도 어떨까 하네요. 관련 사이트 링크(Click!)와 함께 추천사 전문을 함께 싣습니다.

소금 성자30년 전, 정일근 시인이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를 다시 띄워주는 한 통의 편지 같다. 그 편지에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언어들이 가득하다. 더불어 삶과 죽음을 껴안는 따뜻한 서정도 흐르고 있다. 희망도 명료하다. 시집에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누구나 그의 시가 여전히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시단의 서정과 그 궤적을 같이 하고 있는 정일근 시인의 성숙된 시적 매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이 시집이 우리에게 주는 독서의 기쁨은 남다르다.

비단벌레차가 천년 전에 출발했든 천년 후에 도착하든 조급하지 마라 신라가 나에게 오는데 천년이 걸렸다(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경주 남산에서)”라고 노래하는 시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제법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삼동 얼음 낀 생선들 서로 포개져 언 몸뚱이 녹이고 있(따뜻한 사진에서) 풍경과, “바람길 따라 에두른 돌담 위로 노란 등불 맑게 켜지는 밤”(수세미꽃이 있는 풍경에서)을 통해서는, 추위 속에서도 체온을 잃지 않는 삶의 의미뿐만 아니라, 시인과 함께 추억을 걷는 동행자로서의 감흥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또한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 소금을 선물로 받아/ 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먹는 사람이 있다”(소금 성자에서)라는 작품과, “최상의 맛은 한 점이면 족하다// 행여 욕심에 한 점 더 청하지 마라/ 그 때부터 맛은 식탐일 뿐이니”(에서) 라는 시에서는, 일상의 경험을 주옥같은 가르침으로 빚어낸 솜씨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응달에 쑥 수북하다, 산수유꽃 터진다// 은현리의 가르침, 부지런히 별 찾아/ 청솔당 문 앞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새마다//봄까치꽃, 별꽃 스스로 지천이다.”(우수서 경칩까지에서)라는 시편도 정밀히 들여다본다면, 행간에 살아 있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의와 더불어, 하찮은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시인이 제 피 찍어 시 한 편 쓰지만/ 마침표는 죄의식처럼 찍어야 한다(마침표에서)”는 정일근의 독백처럼,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수행성 혹은 존재 이유를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찾는 시인의 역할에 충실하리라 믿는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2016년 1월의 좋은 책 목록


이번에는 1월의 선정목록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무슨 책 읽을까 고민되시는 분들에게 정해드리는 새해 따뜻한 책들, 다섯 개 부문의 아홉 권이 선정되었네요. 소금 성자뿐 아니라, 선정된 책의 저자/출판사 모두 축하드립니다!


분야

도서명

/역자

출판사

발행일

추천자

문학

예술

말순 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최정원 , 유별남 사진

베프북스

2015. 8.31.

강옥순

소금 성자

정일근

산지니

2015. 9.22.

오석륜

인문학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러셀 로버츠/이현주

세계사

2015.10.27.

이진남

사회

과학

우리가 사는 세계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

천년의상상

2015.11.23.

김광억

페이스북 심리학

수재나 E. 플로레스/

안진희

책세상

2015. 9.30.

이준호

자연

과학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사이언스북스

2015. 9.18.

이한음

실용

일반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우경임이경주

아날로그

2015.12.10.

전영수

유아

아동

이상한 분실물 보관소

김영진

책읽는곰

2015.10.15.

김서정

파리 잡기 대회

 실비아 맥니콜/최윤정

책과콩나무

2015.11.30.

김영찬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

소금 성자를 말하다


정일근 시인은 네팔 여행에서 만났던 한 노인을 두고 이 시를 쓰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저 스스로에게 부과된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며 자신의 삶에 충실한 그런 사람이 곧, 성자(聖子)라고 말하는 이 시가 저는 참 좋았습니다. 한때 그런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살아가는 것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 말입니다. 제 친구는 그런 제게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가는 데서 의미가 있다는 우문현답을 해주었어요. 이 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매일매일 소금을 만들며 충실하게 살아가는 한 개인이 다른 문명권을 살고 있는 시인에게 성자(聖子)’로 비춰졌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가며 우주의 성스러운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1월의 책, 소금 성자의 참맛을 다함께 느껴 보시는 겨울이 되길 바랍니다. :-D



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정일근 시인이 평소 즐겨 찾는 밀양 얼음골 사과밭에서 잘 익은 사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 등단 30년 맞아 12번째 시집
- 인세 전액 네팔지진 구호 내놔
- "윽박지르지도 요구도 않고
- 독자가 빈 공간 완성하게 해"

"신라 사람들이 지은 10구체 향가를 많이 생각합니다. 10구체 향가가 시를 쓰는 내 마음에 들어와 있어요."

정일근 시인에게 10구체 향가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10줄 안팎으로 짧게 쓰는" 긴장감 어린 형식미가 그 핵심이다. 10행을 채 넘지 않도록, 깎아내고 덜어낸 간결한 시행에서 생기가 돋아나 독자에게 닿는 상큼한 광경을 그는 1000년 전의 향가에서 본 듯하다.

'고추밭에 고추가 달린다. 고추는 주인을 닮는다며 나릿나릿 달린다. 서창 장날 천 원 주고 사다 심은 고추 모종이 달린다. 고추꽃이 달린다. 별같이 하얗고 착한 꽃이 달린다. 어머니에게 나는 첫 고추, 고추꽃 일어 고추 달고 달린다. 은현리에 고추가 달린다. 풋고추가 달린다. 아삭이 고추가 달린다…'(시집 '소금 성자'에 실은 '고추가 달린다' 중)

   

고추가 탐스럽게 열린 모습 같기도 하고, 잘 자란 아삭이고추 꽈리고추들이 은현리 마을을 뛰어다니는 듯한 생기 넘치는 모습 같기도 한데 이 시는 7행짜리 짧은 시다.

정일근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소금 성자'(산지니 펴냄)을 내놓았다.

"경남대 4학년에 다니던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가 당선되면서 저는 시인이 되었지요. 올해로 30년입니다. 때마침 운이 좋아 지금 모교 경남대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으니 이번 시집은 제겐 참 뜻깊네요."

'모두 다 받아줘서 바다라고 했다. 마침내 원자력발전소까지 받아준 바다가 말한다. 봐라봐라, 봐라봐라, 이 바다 사람이 다 받아야 할 밥성이다'('바다의 적바림'·15 전문) 

'쇠숟가락으로 온기 먼저 담겨 오는 민물새우뭇국 받아들고 / 남루한 가족 모여 따뜻하게 먹는 저녁이 있었다 / 여흘여흘 흘러가던 저녁강 깊어지며 비로소 잠드는데 / 기다릴 사람 돌아올 사람 없지만 / 바람길 따라 에두른 돌담 위로 노란 등불 맑게 켜지는 밤이 있었다'('수세미꽃이 있는 풍경' 전문)

10구체 향가의 마음을 생각하며 쓴 짧은 시는 "독자를 윽박지르지도 않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요구하거나 이끌려고 들지도 않고, 여백을 남겨 그걸 독자가 완성하도록"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그는 말했다.

"2000년에 히말라야를 다녀왔죠. 그때 네팔에서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 마음이 참 좋았어요." 그는 등단 30년을 맞아 펴낸 이 시집의 인세 전액을 대한적십자사 네팔 지진피해 구호성금으로 내놓는다. '소금 성자'는 입소문 덕분인지 출간 14일 만에 2쇄를 찍었다. 은현리 고추, 밀양 얼음골사과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했음을 생각하며 힘을 보탠다는 마음이다.

'이 가을 가장 뜨거운 것은 사과 씨앗이다 / 어제의 사과에서 몸을 받아 오늘의 사과를 만들어낸 둥근 목숨 스스로 곡진하여 / 그 열기 어찌할 수 없어 껍질째 빨갛게 끓는다 / 밀양 얼음골 십만여 평 사과바다가 씨앗 하나로 창창히 깊어지고 / 씨앗 하나로 뜨거워져 넘친다'('끓는 사과' 전문)

정 시인은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있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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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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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그륵’ ‘감지(紺紙)의 사랑’ 등 서정성 짙은 시를 써온 정일근 시인(57·경남대 교수·사진)이 등단 30주년을 맞아 12번째 시집 《소금 성자》(산지니)를 출간했다.



새 시집에 실린 56편의 시는 3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시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체적인 삶의 장면 속에서 희망을 찾는 그는 표제작에서 히말라야의 한 노인과 소금을 노래한다.

‘소금을 신이 내려주는 생명의 선물로 받아/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소금 성자’ 부분)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시의 주인공과 소금의 관계를 시인과 시의 관계로 포착한다. 소금처럼 모든 것이 흔한 세상에서 흔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시인의 자세가 빛나는 시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이 창조해낸 세계 속에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시의 배열을 통해 이미지의 전환을 이뤄낸다. 그는 사과 청어 수박 앵두 같은 먹거리에서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바다와 경주 남산에선 기다림과 그리움을 그린다.

쉬운 시어로 짧게 쓴 것도 특징이다. ‘최상의 맛은 한 점이면 족하다//그것이 맛의 처음이며 끝이다//행여 욕심에 한 점 더 청하지 마라/그때부터 맛은 식탐일 뿐이니’(‘맛’ 부분) 같은 시에선 선시(禪詩)의 향기가 느껴진다. 정 시인은 “길게 말하는 시일수록 독자들이 외면하는 것을 느꼈다”며 “독자들이 생각할 여백을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풍경을 제시할 뿐, 시는 결국 독자가 완성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인으로 30년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사회와 독자들 덕분”이라며 “시인은 독자에게 보답하는 마음, 사회적 책무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시집을 부산에 있는 출판사에서 낸 것도 그래서다. 정 시인은 “그동안 시한테 윽박만 지른 것 같은데 30년이 되고 나니 이젠 시가 하는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번 시집 인세 전부를 네팔에 기부하기로 한 것도 이런 생각에서다. 이미 초판 인세 전액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 그가 네팔을 돕기로 한 것은 2000년 히말라야 원정대에 동행했던 인연 때문이다. 그곳에서 얻은 위안과 평화는 고산병 후유증보다 컸다. 가난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었다. 내년 1월에는 학생들과 함께 네팔로 봉사활동을 떠날 예정이다.


박상익 | 한국경제신문 |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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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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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시인 열두 번째 시집 ‘소금 성자’
에베레스트 올랐을 때 풍경 등 담아
인세 전액 네팔 지진피해 성금으로 쓰여

걸러내서 꼭 필요한 것만 남은 것, 정제된 하얀 소금 한 되 같은 시집이 나왔다. 두고두고 짭짤히 읽힐 것이다.

정일근 시인(57)이 시집 ‘소금 성자 (산지니)’를 펴냈다. ‘방!’ 이후 2년 만이다. 히말라야에서 소금을 받아내듯 56편을 골라 묶었다.

등단 30주년을 맞는 해에 펴내는 12번째 시집, 그는 시인의 말에 “시로 발언하고, 시로 실천하고, 시로 존재한다”고 썼다.

30년 만에 동양의 12간지에 따라 한 바퀴를 돈 느낌, 다시 제자리를 찾아 하나부터 시작하려면 바로 서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 시작은 ‘읽히는 시’를 쓰자는 것. 대부분의 시가 한 페이지를 넘어서지 않는다.

“열 번째 시집까지는 행이 길고, 장중한 시들이 많았지요. 어느 날, 변해야겠더라고요. 다 덧없게 느껴졌어요. 그런 시가 읽히겠냐 싶었죠. 이제는 시로부터 내가 길들여져야겠다 생각합니다.”

신라의 후손이라고 말하는 그는, 신라 향가의 맥을 이어 짧고 또박또박한 시를 썼다. 시를 정제했다. 계몽적이었던 시에서, 독자들의 생각 몫을 위해 비워놓은 시가 됐다.

표제작이 된 ‘소금 성자’도 마찬가지. 이 시는 지난 2000년 시인이 에베레스트에 올랐을 때 마음에 스민 풍경을 옮긴 것이다.

히말라야 설산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물속에 숨어 있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이 있다/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소금을 신이 내려주는 생명의 선물로 받아/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 ‘소금 성자’ 전문 

시인의 30년 지기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의 주인공과 그가 받아내는 소금을 각각 시인과 시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며 “그는 한 편의 시에 이르는 과정의 성실성이 소금과 같이 읽는 이에게 스며들 것이라 믿는다”고 썼다.

그가 스스로 소금 성자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나눔’이다. 소금 성자가 당나귀와 소금을 나눠 먹었듯 그가 성실히 정제한 시를 나누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일근 시인이 지난 14일 오후 경남대 교정에서 시집을 펼쳐보고 있다.

이 시집의 인세 전액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네팔 지진 피해 구호 성금으로 쓴다. 내년 1월 시인이 네팔 해외봉사를 갈 때에 맞춰 현지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누군가 시집을 사서 읽는 것이 네팔 아이들의 공책과 연필, 혹은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어 기쁩니다. 시로도, 나눔으로도 곱씹을수록 맛있는 시집, 오래 읽히는 시집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 시인은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등을 펴냈다. 현재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슬기 | 경남신문 |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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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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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입니다.

책의 계절 가을이 다가왔네요.


산지니 시인선 『소금 성자』의 정일근 시집 속에는 싱그러웠던 여름날을 뒤로하고,

스러지는 것들에 대한 애잔한 감상을 담은 편들이 여럿 수록되어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구모룡 교수와 저자 정일근 시인의 대담을 통해

가을날 시를 온전히 즐기며, 사유할 수 있는 자리에 모십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다과가 제공됩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려요 :)



일시 : 2015년 10월 26일(월) 오후 6시 30분
장소 : 러닝스퀘어 서면점 (동보플라자 맞은편 모닝글로리 3층)

대담자: 구모룡 (문학평론가)

문의 : 러닝스퀘어 051-816-9610




소금처럼 스며드는 시어들이 빛을 발하다-『소금 성자』(책소개)



 

저자: 정일근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경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재학 중인 1984년 무크 『실천문학』과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1991),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1994), 『처용의 도시』(1995), 『경주 남산』(1998),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2001),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2003), 『오른손잡이의 슬픔』(2005),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2006),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2009), 『방!』(2013) 등이 있으며 『소금 성자』(2015)는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이다. 현재 경남대학교 문과대학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시와시학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시), 이육사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시), 한국예술상(시)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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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출판그룹 트위터 : http://twitter.com/sanzinibook



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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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시인선 002


소금 성자

정일근 시집





구체적인 삶을 통한 희망가,

궁극의 서정을 말하다



히말라야 설산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물속에 숨어 있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이 있다// 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 소금을 신이 내려주신 생명의 선물로 받아// 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_「소금 성자」, 전문.


정일근의 열두 번째 시집 『소금 성자』가 산지니에서 출간되었다. 서정시인 정일근은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2009) 등 30여 년간 꾸준히 시집을 발표해온 중진시인이다. 특히 구체적인 삶을 통하여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시세계는, 일상의 경험이 빚어낸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번 시집 『소금 성자』에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인 히말라야의 한 노인과 그가 받아내는 소금 이야기가 담겨졌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시의 주인공과 소금의 관계를 시인과 시의 관계로 읽어내며, 시인이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말한다"고 읽는다. 무감각해지는 현대사회 속 궁극의 서정을 담아내는 정일근 시인이 그리는 세계는 이번 시집 『소금 성자』에서 소금처럼 빛을 발할 것이다.


기다림과 그리움의 미학



첨성대 앞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린다 온다는 시간 지났다 나는 매표원에게 항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다려본 지 오래다 기다리는 동안 계림의 황금 가을이 나에게 온다 아름다운 호사다 비단벌레차가 천년 전에 출발했든 천년 후에 도착하든 조급하지 마라 신라가 나에게 오는 데 천년이 걸렸다 오늘 내게 중요한 것은 너를 기다리는 일 내 손에 탑승권이 있으니 만족한다 비단벌레차가 오고 있나 보다 황남동 쪽 어디에서 푸른 사랑의 섬광 번쩍하며 눈부처로 내려앉는다. _「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경주 남산」, 전문.


이번 시집은 ‘기억’과 ‘그리움’이 감각의 근원을 이룬다. 정일근 시인은 1980년대 ‘새로운 서정’의 지역문학운동을 개진한 바 있는데, 이 ‘새로운 서정’에는 세상을 바꾸자는 시인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구모룡 평론가는 1990년대 이후 정일근 시인은 삶의 거처가 옮겨지고 그의 시세계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였다. 구체적인 장소가 매개가 되어 시인의 ‘움직이는 시’세계 또한 순례의 과정을 보이는 것이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경주 남산」에서 드러나듯 기억은 기다림과 다가오는 것들, 그리고 저 너머 세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을 안고 화자에게 돌아온다. 「고래, 52」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고래보호운동가인 그가 ‘고래’를 유토피아의 표상으로 생각하여 숭고한 아름다움을 그려낸 시다.


삶과 죽음을 껴안는 생명의 긍정성



우수서 경칩까지 같이 걸어와 보니, 아니다/ 응달에 쑥 수북하다, 산수유꽃 터진다// 저건 어느 땅 한줌이든 버리지 않는/ 은현리의 가르침, 부지런히 볕 찾아/ 청솔당 문 앞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새마다// 봄까치꽃, 별꽃 스스로 지천이다. _「우수서 경칩까지」, 부분.


‘움직이는 시’로서 정일근 시인의 시세계가 압축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시인이 현재 거주하는 장소인 ‘은현리’이다. 그는 “은현리 유월, 꽃 한 송이 피운 뒤에 또 한 송이 피우며 접시꽃이 걸어”(「접시꽃이 걸어간다」)가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며, “어느 땅 한줌이든 버리지 않는/ 은현리의 가르침”(「우수서 경칩까지」)을 들며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를 표현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생동하는 자연사물의 움직임을 오로지 시인의 경험에 의존하여 서술함으로써 시적 공감을 획득할 뿐 아니라, 시적 화자와 다양한 의미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자연사물의 인과관계를 특유의 서정성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삶의 미궁에 놓인 궁극의 시



시인이 제 피 찍어 시 한 편 쓰지만/ 마침표는 죄의식처럼 찍어야 한다/ 이 시가 끝났다는 시의 마침표는 되겠지만/ 그건 시인의 마침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는 시인과 함께 살아 있는 생물이어서/ 시인의 눈물로 고쳐지고 또 고쳐지며 시는 살아 있어야 한다 _「마침표」, 부분.


이 시집은 정일근 시인이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등단 30주년을 기념하여 출판되었다. 따라서 정 시인이 갖고 있는 시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보다 압축적으로 묘사되기도 했는데, 이는 “자갈밭에 제 몸 굴려가며 시의 뼈를 깎아야 한다”(「별이름 루婁에 대하여」), “미궁의 시”(「미궁의 시詩」), “미궁에서 찾아온 시”(「미궁에서 찾아온 시詩」)와 같은 시어들에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나 시인은 시인의 수행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시집의 표제이기도 한 『소금 성자』처럼 한 편의 시를 쓰는 일이 “소금”처럼 읽는 이에게 스며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찾는 과정이 빚는 그의 ‘새로운 서정’은 80년대 이래 여전히 역사성을 가지고 전진할 것이며, 등단 30주년을 맞이한 현재에도 끊임없는 운동성을 갖고 지속될 것이다.

특히 이 시집은 시인이 인세 전액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네팔 지진 구호성금으로 내놓아 ‘착한 시집’으로도 의미를 가지며, 정일근 시인은 내년 1월 네팔 신두팔촉 지역에서 있을 대한적십자사의 구호활동에 직접 참가한다.





글쓴이 : 정일근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경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재학 중인 1984년 무크 『실천문학』과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1991),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1994), 『처용의 도시』(1995), 『경주 남산』(1998),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2001),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2003), 『오른손잡이의 슬픔』(2005),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2006),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2009), 『방!』(2013) 등이 있으며 『소금 성자』(2015)는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이다. 현재 경남대학교 문과대학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시와시학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시), 이육사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시), 한국예술상(시) 등을 수상했다.



소금 성자 | 산지니시인선002

정일근 지음 | 문학 | 46판형 양장 | 102쪽 | 10,000원

2015년 9월 22일 출간 | ISBN : 978-89-6545-316-1 03810

정일근의 열두 번째 시집. 구체적인 삶을 통하여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시세계는, 일상의 경험이 빚어낸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번 시집 <소금 성자>에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인 히말라야의 한 노인과 그가 받아내는 소금 이야기가 담겨졌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시의 주인공과 소금의 관계를 시인과 시의 관계로 읽어내며, 시인이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말'한다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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