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9.01.10 [뉴시스] 강이라 '볼리비아 우표'
  2. 2018.12.12 그건 꽃이라기보다 상처같다::『방마다 문이 열리고』(책소개)
  3. 2018.01.15 한국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엄마와 아기의 이야기, 『우리들, 킴』 관련 기사
  4. 2017.12.19 소외된 사람들, 결핍의 자화상 『명랑한 외출』 관련 기사입니다
  5. 2017.11.24 우리 시대의 쓸쓸한 자화상. 김민혜 소설집『명랑한 외출』
  6. 2017.11.22 행복을 꿈꾸던 사람들의 쓸쓸한 뒷이야기 ::『명랑한 외출』(책 소개)
  7. 2016.12.21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길 찾기-『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책소개)
  8. 2016.06.15 아름다움의 正名을 찾아가는 여정 :: 유익서 소설집 『고래 그림 碑』 (2)
  9. 2015.12.22 삶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출구 없는 세계의 비정성-『씽푸춘, 새벽 4시』 (6)
  10. 2015.10.21 떠도는 섬 같은 현대인의 모습-『내 안의 강물』(책소개) (1)
  11. 2015.10.13 '턱'하고 와닿는 현실감에 공감 (국제신문)
  12. 2015.10.07 스마트폰·닭발… 사물로 읽어낸 씁쓸한 인생 (부산일보)
  13. 2015.07.16 동정은 필요 없는 보통의 존재 -『다시 시작하는 끝』을 읽고 (6)
  14. 2015.06.09 그녀의 뒷모습에서『조금씩 도둑』을 읽고
  15. 2015.05.22 상실,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조각들 -『조금씩 도둑』의 저자 '조명숙' (2)
  16. 2015.04.09 상처 입은 여성들의 마음을 살피는 공감의 태도-『조금씩 도둑』(책소개) (3)
  17. 2014.12.31 서정아소설집 『이상한 과일』독서후기
  18. 2014.10.29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 남편의 여정-『청학에서 세석까지』(책소개) (2)
  19. 2014.10.20 관계가 불러오는 불안을 포착한 서정아 소설집-『이상한 과일』(책소개)
  20. 2013.05.22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없으랴 ::『테하차피의 달』을 읽고
  21. 2013.04.19 사실과 허구 속에 놓인 작화 행위를 묻다-『작화증 사내』(책소개) (3)
  22. 2011.12.07 나여경 샘 부산작가상 축하해요~ (2)
  23. 2010.12.02 불온한 식탁에 초대합니다.
  24. 2009.01.06 '부산의, 부산에 의한, 부산을 위한' 특별한 소설집 (2)

 

 

◇ 볼리비아 우표

 

강이라의 첫 소설집이다. 제24회 신라문학대상에 단편 소설 '볼리비아 우표',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쥐'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표제작을 비롯해 '쥐' '명상의 시간' '어둠에 묻힌 밤' '오키나와 데이트' 등 8편이 실렸다.

인생의 크고 작은 상처와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 속 인물들은 안간힘을 다해 삶의 균형을 모색한다. 생명이란 다른 생명에 빚지거나 의존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거나 생명을 받아내는 일은 다른 누군가가 목숨을 거는 일이라고. 256쪽, 1만5000원, 산지니

 

뉴시스 신효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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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우표 - 10점
강이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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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마다 문이 열리고

 

 

최시은 소설집

 

 

 

▶ “그건 꽃이라기보다 상처 같다” 
    거칠고 복잡다단한 세계를 구현하다

 

최시은 작가의 첫 소설집.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세상의 문들이 열린다. 이번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에서는 폭력, 상처, 가난, 아픔 등 저마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말 못할 고통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냉동창고, 토막살인, 강간범, 개장수, 탈북 여성, 누에, 복어 등 날것의 소재들이 현장감 있게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데, 그만큼 작품 세계가 단조롭지 않다. 딸을 강간한 두 번째 남편을 고소하지만, 막상 생계를 위해 그의 항소를 도울 수밖에 없는 여자나 토막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그의 앞에 스스로 걸어들어 가는 여자와 같이 복잡하게 얽힌 삶의 비릿한 냄새를 쫓아간다. 섬세한 묘사로 완성한 최시은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는 삶의 거친 숨결을 느끼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 누에고치의 고요한 웅크림과
    냉동된 분노가 살아나는 활낙지의 발작

 

총 7편의 소설에는 쉽지 않은 상황 속에 놓인 인물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성범죄자 아들과 함께 사는 엄마(「누에」), 남자 하나를 두고 싸우다 임신한 상대 여자를 만나자 말없이 돌아서는 여자(「3미 활낙지 3/500」),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뒤, 소설을 쓰는 여자(「환불」), 노부모와 함께 살며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여자(「그곳」) 등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모든 소설에서 현장을 취재한 듯 꼼꼼하게 서술된 배경들과 각 인물의 상황들은 마치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작가 최시은은 긴장감 있게 작품을 끌고 가다 특정 부분에서는 숨 고르기를 하는데, 이는 소설 「환불」과 「그곳」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서사와 서사 사이에 사유의 공간을 적절히 배치해 작품의 배경과 상황, 인물에 대한 이입을 돕는다. 더불어 「가까운 곳」에서는 소설 초반, 동네에 풍기는 이상한 냄새와 이것이 강씨의 살인 때문임을 빠른 전개로 풀어나가다 중후반, 선생님인 정희의 이야기로 옮겨오면서 소설은 속도를 조절한다. 마치 떨리고 초조한 정희의 발걸음을 따라가듯 말이다. 이렇듯 작가는 능수능란하게 작품의 속도와 긴장감을 조절하며 독자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인한다. 그리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들 속에는 행복해 보이는 표면 아래에 자리한 삶이 보인다.

 

 

▶ 아픔 속으로 한없이 들어가,
    사회의 구조와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는 삶의 어둠을 거둘 수 없게 만드는 사회구조와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본연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소설집의 첫 포문을 여는 「그곳」은 제대로 된 직장 없이, 나이 많은 부모와 살아가는 중년 여성의 자전적 경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돈을 벌고, 사회가 매달 던져주는 생활비를 받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녀에게 삶은 희망이라는 빛보다 견뎌내야 하는 하루의 무게에 더 가깝다. 작가 최시은은 현실적 묘사와 상황 설정들을 통해 가난과 삶의 무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소설 「잔자바르의 아이들」은 사회적 낙인에 직면한 개인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두 번째 남편이자 함께 사는 남자가 딸 소희를 성폭행한다. 아동성폭행범으로 체포된 남자, 하지만 그녀는 그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변호에 나선다. ‘악’마저도 무너지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는 무엇인가? 이 작품은 ‘가난’에 따른 범죄의 되물림, 처벌과 해결 과정에 내재된 사회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소설 「누에」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 아들과 살아가는 중년 여성의 일상을 담담한 고백체로 전하는 작품이다.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범죄의 안과 밖을 들여다보고, 더 이상 행복이란 단어를 끌어 올 수 없는 한 개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소설 「가까운 곳」은 산에서부터 마을로 내려오는 이상한 냄새로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멧돼지가 죽어서 나는 냄새라는 강씨의 말을 믿고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다. 한편 불량 학생으로 낙인찍힌 지은이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자 담임인 정희는 지은의 학적을 정리한다. 그날 이후 밤마다 이상한 꿈을 꾸는 정희. 그러던 어느 날 퇴근 무렵 아이들의 체험활동수업 결과물을 실고 온 강씨와 마주친다. 외진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실종. 소설은 자극적 소재와 스릴러적 분위기를 통해 인간 내면의 폭력성에 집중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게 들여다본다.

 

 

 ▶ 여성과 여성, 그리고 여성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의 작품들은 대부분 중년의 여성이 서술자로 등장한다.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여성(「환불」), 아이를 잃은 여성(「3미 활낙지 3/500」), 완벽을 추구하는 남자의 비위를 맞추는 여성(「요리」) 등 각기 다른 사정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환불」은 자궁을 들어낸 이후 소설 쓰기에 매달리기 시작한 중년 여성의 특별한 여름을 묘사한 작품.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똑같은 일상 속에서 여성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중년 여성이 소설을 통해 자신을 다듬어 가기 위한 작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3미 활낙지 3/500」의 정옥은 선천성 폐쇄부전증을 갖고 태어난 아이를 낳는다. 3년 후 아이를 잃은 정옥은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나고, 이후 지금의 사장을 만난다. 하지만 사장의 여자라고 자신을 밝히는 사람이 임신한 배를 안고 걸어 들어온다. 정옥은 그 여자를 보자 자신도 모르는 감정이 마구 솟구친다. 이 작품에서는 아픔을 제대로 달래지 못한 채 생을 이어가야 했던 여자의 힘겨운 몸부림이 느껴진다. 「요리」는 성적으로 착취되는 동시에 그 착취를 일삼는 남성의 권력을 비꼬는 여성의 자조적인 고발이다. 요리, 분위기, 음악, 여자. 완벽을 추구하는 남자의 말투에서 가공된 우아함이 떨어진다. 남자는 자신의 입맛대로 만들어지는 요리처럼 여자와의 잠자리 또한 자신의 고상한 취향에 맞춰져야 한다. 여자는 남자의 요리와 잠자리에 감탄사를 내뱉지만 사실 한 번도 배가 부른 적이 없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저자 소개                                                        

 

최시은

1970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났다. 그곳 어촌들 대부분이 그렇듯 내가 태어난 곳도 농업과 어업을 함께했다. 그랬으므로 바다와 산은 자연스레 나의 성장 배경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으로 이주, 영도 산동네에서 지독히 가난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때 어렴풋 작가를 꿈꾸었으나 포기. 대학에서 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 잡다하게 책을 읽었다. 마흔에 소설 공부를 다시 시작. 2010년 진주가을문예로 등단. 그러나 여전히 소설은 어렵다. 부산작가회의, 부산소설가협회 회원이다.

 

목차                                                            

 

Posted by 비회원

산지니의 신간, 황은덕 소설집 『우리들, 킴』 관련 기사들을 모았습니다.

사회의 시선 속에 갇힌 미혼모와 입양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사회 가운데 버려진 개인의 아픔을 다룸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짚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사각지대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신간] 몬순·배교·우리들,킴·자폭하는 속물 (연합뉴스)

▲ 우리들, 킴 = 제10회 부산작가상, 제17회 부산소설문학상을 받은 황은덕 작가의 새 소설집이다.

2009년 출간된 '한국어 수업'을 통해 입양, 이민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전한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입양을 야기하는 사회구조를 꼬집는다. 입양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능동성과 연대성도 더욱 부각된다.

표제작인 '우리들, 킴'은 벨기에 입양인 킴이 한국에 있는 엄마를 찾는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산지니. 240쪽. 1만3천원.

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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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책]우주의 측량 外 (경향신문)

▲우리들, 킴

황은덕 작가의 7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7편 중 4편이 입양에 할애돼 있고, 나머지 3편은 불륜과 미혼모 등을 다룬다. 작가는 실제 벨기에 입양인들을 만나면서 소설을 구상했다. 입양인들이 겪어야 하는 소수자로서의 삶과 버려진 기억에 대한 상처들을 더듬어나간다. 산지니. 1만3000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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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의 신간] 『우리들, 킴』 외

리들, 킴 : 황은덕 소설집

전 세계로 흩어진 ‘킴’들과 그들의 엄마인 미혼모들의 이야기다. 입양문제를 야기하는 사회구조와 남성권력을 겨냥하는 동시에 입양인들의 능동성과 연대성을 강조한다.

황은덕/ 산지니/ 1만3000원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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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책]스스로 답을 찾는 힘·레몬 같은 삶 外

◇'우리들, 킴'

황은덕 작가의 소설집이다. 한국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 작품이다. 7편의 작품 중 4편이 입양에 할애되어 있고, 나머지 3편은 불륜과 미혼모 등의 치정문제를 다루고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소설 '우리들, 킴'은 벨기에 입양인 킴이 한국에 있는 엄마를 찾는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40쪽, 산지니, 1만3000원.

뉴시스

기사 전문 읽기

 

 

우리들, 킴 - 10점
황은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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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국제신문에 김민혜 소설집 『명랑한 외출』 기사가 올라왔네요!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어도 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네요^^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요?

아마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는 조금씩 결핍된 것들이 있을 거예요.

그 결핍의 공허함과 관계의 단절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김민혜 작가의 소설집 『명랑한 외출』!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결핍된 자들의 ‘명랑한 외출’

신인작가 김민혜 첫 소설집, 가족의 해체 냉소적으로 다뤄

 

 

부산의 신인 소설가 김민혜는 첫 소설집 ‘명랑한 외출(산지니·사진)’에서 가족의 위기와 해체를 집요하게 다룬다.

 

소설의 표제작 ‘명랑한 외출’의 주인공 정희진은 미혼모다. 희진은 자신이 힘들 때 헌신적으로 도와준 경찰의 아이를 가졌다. 이혼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상대는 막상 희진이 아이를 갖자 싸늘해지고, 양육을 감당하지 못하는 희진은 아이를 버릴 결심을 한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밤낮없이 희진의 방문을 두드리는 집주인 할머니도, 병든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는 희진의 애인도 그리고 희진 자신도 ‘가족의 안온함’이라고는 알지 못한다.

 

‘정크 퍼포먼스’의 박주원은 한때 제법 잘 나가는 종묘상이었지만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다. 부동산을 처분해 아들과 아내를 외국으로 보낸 그는 각종 통조림으로 연명하며 좀비처럼 산다. 어느 날 새벽 거리를 헤매다가 길에서 지폐가 가득 든 상자를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오지만, 막상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  ‘고물 행위예술가’ 문시우와 의기투합해 알몸에 지폐를 잔뜩 붙이고 대낮 거리로 나서는 희한한 퍼포먼스를 벌인다.

 

범어사 근처에 사는 신비한 화랑 여주인이 등장하는 ‘범어의 향기’ 말고도 ‘물속의 밤’ ‘마블쿠키’ 등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패턴이 반복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유사한 결핍을 앓고 있다. 태생부터 가족은 부재했고, 주인공들은 그 부재를 메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김민혜의 작품에서 가족이란 그저 믿고 사랑하는 존재, 함께 사는 구성원이 아니다. 그것은 정당하든 부당하든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단위이자 최후의 단위이며, 가족의 결핍과 해체란 자본주의의 모순에 기인하는 동시에 병폐를 가속화한다. 돈을 몸에 덕지덕지 붙이는 질 낮은 퍼포먼스로, 아이를 버린 직후 입가에 흘리는 엄마의 미소로 작가는 그 병폐를 비웃는다.

 

신인 작가가 귀한 지역 소설 문단에 새로운 얼굴과 용기는 눈에 띄게 마련이다. 27년 교직 생활을 하다 소설을 쓰려고 직장을 그만둔 김민혜는 2015년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고, 늦깎이 경력을 보충하듯 속도를 붙여 첫 번째 결실을 내놓았다. 


그는 “독자의 반응이 조금씩 오는데, 대개 ‘작품 속 시선이 너무 냉정하다’는 것이라서 당황했다”고 웃었다. 그는 “사막 끝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소설가라는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신귀영 기자

 

기사 링크 

 

 

 

명랑한 외출 - 10점
김민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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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

 

산지니의 신간, 김민혜 소설집 『명랑한 외출』 관련 기사가 두 편 실렸네요!

평범한 삶과 보통의 행복을 바라던 사람들의 머리 위에 드리운 유리천장.

보통의 삶조차도 포기하게 만든 유리천장은 왜 생긴 걸까요?

외면 때문에, 무관심 때문에, 그리고 또 어떤 이유로...

우리 사회에 자리한 짙은 그늘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민혜 소설집 『명랑한 외출』!

 

궁금하시다면 지금 바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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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새 책] 왕이라는 유산 外

 

■명랑한 외출 

가족과의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어 외로운 기러기 아빠, 아이와 현실 사이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미혼모, 모국의 품에 끝내 안기지 못한 한국계 입양아…. 부산의 정서를 품은 김민혜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범어사와 해운대, 아쿠아리움 등 낯익은 장소를 배경으로 심리적 절벽에 이른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김민혜 지음/산지니/238쪽/1만 3000원. 

 

부산일보 박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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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인문학 이펙트'·'소리 질러서 미안해' 外

 

◇'명랑한 외출'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민혜씨의 첫 소설집이다. 2015년 '월간문학'에 당선된 '물속의 밤', '동리목월'에 당선된 '정크 퍼포먼스'를 비롯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발표한 소설 8편이 묶여 있다. 오랜 시절 작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의 정서가 작품마다 녹아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범어사, 해운대, 아쿠아리움 등이 소설 속의 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러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작가는 관계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가족과의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어 외로운 기러기 아빠('정크 퍼포먼스'), 아이와 현실 사이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미혼모('명랑한 외출'), 모국의 품에 끝내 안기지 못한 한국계 입양아('케이트'), 열등감과 의심 사이에서 망가져버린 부부('아내가 잠든 밤') 등 심리적 절벽에 이른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의 비극을 묘사한다. 238쪽, 산지니, 1만3000원.

 

뉴시스 신효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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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새 책] 한국 산문선 1~9 外

 

■명랑한 외출 


소설들은 모성과 가족에 시선을 집중한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천착과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집요한 응시를 통해 인간의 선택과 욕망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표제작을 비롯해 '정크 퍼포먼스' '범어의 향기' 등 8편의 소설을 실었다. 김민혜 지음/산지니/237쪽/1만 3000원.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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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명랑한 외출
김민혜 소설집

 

 

▶ “그녀는 문득 바다로 가고 싶었다.
몇 시간이고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다.”

 

부산의 정서를 품은 김민혜 작가가 그려내는
여덟 편의 외로운 이야기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민혜의 첫 소설집 『명랑한 외출』이 출간된다. 2015년 『월간문학』에 당선된 「물속의 밤」, 『동리목월』에 당선된 「정크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발표한 여덟 편의 소설이 묶여 있다. 오랜 시절 작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의 정서가 작품마다 녹아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책을 읽다 보면 범어사, 해운대,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낯익은 장소들이 소설 속의 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러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김민혜 작가는 관계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가족과의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어 외로운 기러기 아빠(「정크 퍼포먼스」), 아이와 현실 사이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미혼모(「명랑한 외출」), 모국의 품에 끝내 안기지 못한 한국계 입양아(「케이트」), 열등감과 의심 사이에서 망가져버린 부부(「아내가 잠든 밤」) 등 심리적 절벽에 이른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의 비극을 묘사하고 있다.

 


▶ “모두가 자신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표제작이기도 한 소설 「명랑한 외출」에는 한 미혼모가 나온다. 평생 애정과 관심을 갈구했던 여자가 있다. 부모에게도, 마지막 희망이었던 한 남자에게도 버림받은 그녀 옆에는 남자가 남긴 유일한 혈육인 아이만이 있다.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애정을 주는 아이를, 그녀는 마지막 외출에서 함께 간 동물원에 버려두고 돌아온다. 아이에 대한 미련과 죄책감을 뒤로하고 그녀는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 오롯이 자신을 향해 쏟아질 사랑만을 갈구하며 다시 명랑한 모습으로 외출한다.

백화점에서 습관적으로 아이 옷을 집어들 만큼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모성을 외면하고 그 손을 놓아버리는 여자의 모습을, 과연 우리는 비난할 수 있을까?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우리의 양심은 과연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질까? 김민혜 작가는 오래된 무관심과 외면 가운데 퍼진 현대 사회의 비극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 행복을 꿈꾸던 사람들의 쓸쓸한 뒷이야기

 

작품 속의 인물들이 바란 것은 평범한 삶이었고 행복이었다. 보통의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정크 퍼포먼스」, 「마블쿠키」)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나기를 바랐으며(「범어의 향기」) 남들만큼만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다(「명랑한 외출」). 또 기억에도 없는 모국을 그리워했고(「케이트」)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기를 바랐다(「물속의 밤」, 「아내가 잠든 밤」, 「인터미션」). 인물들이 가진 보통의 꿈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좌절되었고, 마지막까지 그들의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인물들은 유리천장 너머의 행복을 바라보며 분노하거나 체념하거나 도망친다.

그런 가운데 끝내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 있다. 「인터미션」의 주인공인 연극배우 ‘홍정아’다. 무대 위에서 불같이 타올랐다가 공연 종료와 함께 끝나버린 짝사랑에 괴로워하던 그녀는 룸메이트인 베트남 여인 프엉의 생활을 망상으로 좇으며 자신의 사랑도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는 꿈을 꾼다. 지극히 정신승리에 가까운 그녀의 행동이 ‘시련의 극복’처럼 보이는 것은 다른 인물들의 지독히도 쓸쓸한 마무리 탓이리라.

 

 

▶ 현대 사회의 오래된 흉터, 짙은 그늘을 말하다

 

현대인들은 저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상처를 묻어두고 살아가고 있다. 가깝게는 가족이나 연인이, 그 뒤로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가 입힌 오래된 상처를 모른 척 숨기는 동안 그의 자아는 끝 간 데 없이 내몰린다.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꾹꾹 눌러 숨겼던 아픔은 어떤 계기를 만나 한순간에 터져 나오게 된다. 김민혜 작가는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에 표출되는 비인간화를 놓치지 않고 작품에 담아냈다.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지는 손가락질에 둘러싸여 있다. 사회는 그들을 여성 혹은 남성이라서, 아이 혹은 어른이라서, 젊거나 혹은 늙었다는 이유로 몰아세운다. 핀치에 몰린 그들은 다시 누군가를 몰아세우며 스스로를 보호할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현대 사회의 짙은 그늘은 퍼지고 있다. 상처를 감추고 스스로를 속이는 동안 자아로부터 유리된 외로운 현대인들은 오늘도 그늘을 감추며 외출에 나선다, 명랑한 모습으로.

 

 

 

책속으로 / 밑줄긋기


pp.20-21. 아내는 유난히 웃음이 많은 여자였다. 별로 우습지도 않은 일에도 재미있다는 듯 목젖이 보이도록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웃고는 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아내의 웃음이 불러들이는 듯했다. (…) 그러던 아내의 웃음이 서서히 사라진 것은 아들 녀석의 성적이 아내의 기대만큼 따라 오지 못해서였다.

 

p.58.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호소한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점점 세상이 어두워지는 것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심정은 어떤 것일까? 금샘의 물고기처럼 퍼덕이며 범어사의 향기를 품었던 그녀야말로 다음 취재의 대상이 될 거였다.

 

p.70. 남부럽지 않은 가정과 실력과 미모를 갖춘 그 애가 은근히 미웠다. 청소용품이 들어 있는 창고를 뒤져 락스를 들고 왔다. 그 애가 잠들고 나자, 선반에 올려놓은 그 애의 콘텍트렌즈 케이스를 집어 들었다.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렌즈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식염수는 창문 밖으로 버렸다. 그 안에 락스를 채워놓고 렌즈를 다시 넣었다.

 

p.109. 보이지 않는 다수의 적에 홀로 대항해야 했던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과 억울함이 칼끝이 되어 온몸을 찔렀다. 케이트의 혼은 지금 어디쯤 떠돌고 있을까?

 

p.129. 그녀는 종종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왔다. 차라도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얘기나 나누자고 했다. 그녀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애절하게 들렸지만 나는 묵살해버렸다. 분노와 고독감이 밤마다 나를 삼킬 듯 덤벼들었지만 여전히 그녀를 만나는 일은 꺼려졌다.

 

pp.164-165. 아내는 오랜 시간 집 속의 버려진 물건들처럼 서서히 썩어갈 것이다. 십 년 뒤나 이십 년 뒤에 집이 삭아서 쓰러질 때 아내도 같이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차도 저 멀리에 화려한 불빛이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불쑥 나타났다.

 

p.192. 비에 젖은 나무들이 바람에 갈기를 세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창밖으로 보였다. 사나운 짐승 울음소리를 내며 숲을 집어삼킬 듯 회오리쳤다. 왜 간호사는 자신에게 가족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여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p.212. 극단에 있을 때 가슴앓이를 한 사랑은 피지도 못하고 하릴없이 스러져버렸다. 고백조차 못한 사랑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버렸다. 이대로 내 삶의 막이 내려간다는 생각을 하니, 억울함과 분노가 밀려왔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고백이라도 하고 싶었다.


 

저자 소개

 

김민혜


1963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2015년 「물속의 밤」을 󰡔월간문학󰡕에, 「정크 퍼포먼스」를 󰡔동리목월󰡕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정크 퍼포먼스
범어의 향기
명랑한 외출
케이트
물속의 밤
아내가 잠든 밤
마블쿠키
인터미션

 

해설: 다양한 가능성의 탐색_송명희
작가의 말

 

 

김민혜 소설집

명랑한 외출

 

김민혜 지음 | 238쪽 국판  | 13,000원 | 978-89-6545-451-9 03810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민혜의 첫 소설집. 오랜 시절 작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의 정서가 작품마다 녹아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책을 읽다 보면 범어사, 해운대,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낯익은 장소들이 소설 속의 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러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김민혜 작가는 관계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명랑한 외출 - 10점
김민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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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투덜대며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주인공들

불안전한 세계에 사는 여성들

현실의 우리와 닮았다


2005년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안지숙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작가가 십여 년 동안 틈틈이 쓴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보다 문제를 끌어안고 미련스럽게 견딘다. 화려한 인생을 꿈꾸기보다 투덜거리며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여성, 가정이나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의 이야기로, 작가는 불안전한 세계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로 현실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실제로 소설에 나온 직장 생활 이야기는 안지숙 작가의 경험에서 나왔다. 작가는 스토리텔링 업체나 외주 업체에서 ‘을’의 입장에서 일한 경험, 수개월째 월급이 밀렸지만 결국 받지 못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에 녹여냈다.


작가의 실감 나는 이야기는 소설보다 현실이 더 끔찍하지 않느냐고 넌지시 묻는다. 당연했고 만연했기에 지나쳤던 일상의 고통과 상처를 소설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각성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들이 내쉬는 가쁜 호흡에는 가정사까지 배여 있지만 차라리 지금 어려운 현실에 서 있는 모습들이 펄펄 살아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인물들은 불안정하고 비인간적인 현재 직장을 떠나 길 찾기 앱이 깔린 휴대폰을 들고 새 길을 찾고 있지만, 적당히 타협하거나 반발하기보다는 차라리 더 철저하게 굴종하고 패배하는 인간상을 보여주는 것도 안지숙의 길 찾기로 보인다. 작가는 그만큼 지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_조갑상 소설가

 


 

▶ ‘비정규직’으로, ‘을’로 살아가는 약자들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놀래미」,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각다귀들」은 직장생활을 이야기의 주 무대로 삼았다. 「놀래미」에서 여경은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문화마케팅 회사에서 일한다. 회사의 본부장과 대표는 부부로, 둘의 마음에 드는 직원을 승진시키고 중요한 일을 준다. 소문이 무성한 상태에서 직원들은 하나둘 나가고 여경은 본부장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던 탓인지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그런데 여경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회사의 창업정신과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지어낸 가짜라는 걸 알게 된다.

 

「각다귀들」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K에만 의지해서 사업을 따내려는 최 국장을 재치 있게 다뤘다. 최 국장은 영숙에게 몇 달째 월급을 주지 않고 있다. K의 동향을 파악한 후 정책만 따내면 한 방에 빚과 월급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영숙은 밀린 급여와 상여금을 받기 위해 최 국장이 시키는 일을 하지만 결국 최 국장은 믿었던 K에게 사업을 따내지 못한다.

작가는 두 작품이 자신의 경험담이라고 말하며 회사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와 모순을 함축적으로 다뤘다.


▶ 현실은 비참하고 씁쓸하지만 길 찾기에 나서보자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은 소설집에서 가장 희망적이다. 소영은 관청에서 외주를 받는 사설 문화재단에서 재래시장 상인들의 인생을 스토리텔링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외주를 맡은 프로젝트는 다시 극단에게 외주를 준다. 소영은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자신의 위치와 재단과 극단 사이에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게 괴롭다. 다행히 외주를 맡은 극단이 밝음이 대학 때 함께 연극부였던 미홍이 이끄는 극단이다. 가진 건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미홍이 소영은 부럽다. 고민 끝에 소영은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미홍에게 극단 일을 해보고 싶다고 전화를 건다. 작가는 미홍과 소영의 인생 모두 녹록치 않지만 이 작품으로 자신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권한다.

 

 

 

▶ 삶을 선택하지 못하고 가정과 사회에서 희생당한 여성들

 

「청게」는 작가의 독특한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부모의 이혼과 사망으로 주인공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삼촌 집에 얹혀살게 된다. 그곳에서 동갑내기 사촌 지니와 가깝게 지내게 된다. 성인이 된 후 ‘나’는 어렵게 모은 전세금으로 지니와 독립을 꿈꾸지만 예전에 다정한 지니는 온데간데없고 전세금을 노리며 ‘나’의 존재를 귀찮게 여긴다. 상처받은 ‘나’는 조금씩 몸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청게잡이를 하러 갔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처럼, 자신의 몸도 청게처럼 변하는 걸 느끼게 된다.


「스토커의 문법」은 1인칭 독백으로 한 남자에 대한 집요한 집착을 다뤘다. 장애를 가지고 있던 ‘나’는 장애인인권센터 간사로 일하고 있었다. 우연히 재능기부로 강사를 맡은 시인에게 관심을 가지는데, 이후 ‘나’는 시인이 일하는 신문사에 계약직 교열기자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산책도 하고 술도 마시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지만 그날 이후부터 시인은 해명도 없이 여자를 피해 다닌다. 장애가 있던 여자의 몸은 점점 더 망가져 간다.


「티눈」은 입양한 아들 때문에 소외당한 딸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칠촌조카를 집안의 대를 잇게 하겠다며 아들로 입양한다. 주인공은 부모를 원망하며 결국 가출을 한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늙고 병들자 부모는 딸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낸다. 「바리의 세월」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삶을 그렸다. 외숙모의 집에서 부엌데기로 산 바리는 구박을 받으며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그러다 무장승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행복한 시절을 보내는 듯했으나 무장승이 세상을 떠나고 딸 넷을 키우며 다시 어렵게 살아간다. 자식 뒷바라지로 힘겹게 살았지만 시집간 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바리를 찾아오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못하고 희생당한 여자의 기구한 인생을 다뤘다.

 

【작가의 말】

하나같이 알량하게 살아온 여자의 자학개그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밖에. 핑계라면, 소설은 결국 상처 헤집기라는 것. 상처가 속으로 곪아들기 전에 헤집어서 통증을 느끼게 하는 것. 통증을 견디고 치유하는 방법을 상상의 지평에서 모색하는 것. 이것이, 혹은 이것도 소설 아닌가.

 

 

【책 속으로&밑줄긋기】


P.18: 헤엄이 서투른 물고기일수록 바다 깊은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지낸다고 했다. 공격당하면 도망치기 힘드니까 산호초 같은 데 숨는 게 그들의 생존법이었다. 산호초 속에서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 낚시꾼들이 던진 미끼를 가늠하는 놀래미처럼 사는 것이 여경은 부끄럽지 않았다.


P.57~58: 공연이 있을 때마다 선후배와 동기들을 찾아다니며 표를 강매했고, 밥값과 사무실 운영비를 뜯었다고 했다. 덕분에 빈대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미홍이, 나는 부러웠다. 빈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붙잡고 갈 만한 뭔가가 있다면 막막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게는 미홍의 밝음 같은 게 없었다.


P.92: 사장의 사업패턴은 딱 한 가지. 각다귀처럼 K 주변을 돌면서 그의 행보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의 권력에 빌붙는 방식으로 일을 도모하는 거였다.


글쓴이 : 안지숙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을 졸업했다. 2005년 단편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았다. 『인생은 생방송』 『왕이 만든 도시』 『희망을 꿈꾸는 민들레』 등 몇 권의 스토리텔링 책자를 대표 집필했다. 야근과 출장으로 얼룩진 시절을 살다가 요즘은 소설쓰기에 빠져 있다.


차례

 

 

 

 

불안정한 세계에 살고있는 여성들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안지숙 지음 | 246국판 변형 | 13,000원 | 978-89-6545-384-0 03810

 

2005년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안지숙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작가가 십여 년 동안 틈틈이 쓴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보다 문제를 끌어안고 미련스럽게 견딘다. 화려한 인생을 꿈꾸기보다 투덜거리며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여성, 가정이나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의 이야기로, 작가는 불안전한 세계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로 현실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암각화와 피카소, 승전무와 아쟁 산조를 관통해

아름다움의 正名을 찾아가는 여정

 

유익서 소설집

『고래 그림 碑』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래 꾸준히 예술의 존재 이유와 예술가의 삶에 대한 소설을 발표해온 작가 유익서가 새로운 소설집을 펴냈다. 한산도에 칩거한 지 7년, 치밀한 연구와 함께 예술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정제해온 작가는 여덟 편의 신작을 담은 이번 소설집에서 자신의 예술론을 집대성한다.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결핍되고 왜곡되어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고래 그림 碑』의 주인공들은 아름다움의 참 이름을 찾아 나선다. 반구대 암각화와 피카소, 승전무와 아쟁 산조를 관통하는 이 작품집을 통해 작가는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예술은 어떤 것이며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또 ‘아름다움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대해 과감하면서도 진중하게 답한다. 

 

 

삶의 필요에서 발생하는, 삶을 바칠 만한 예술

 

  『고래 그림 碑』에 수록된 소설들은 예술에 대한 성찰과 실천이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삼아 펼쳐진다. 표제작은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한 고고미술학도의 도전적인 해석을 다루는데, 주인공이 봉착하게 되는 좌절의 체험담 안에 가파른 석벽 위에 고래 그림이 그려지게 된 과정에 대한 고고인류학적 상상이 펼쳐진다. 미치광이로 오해받으면서도 암각화를 새기는 인물 ‘올’의 절실함은 생활과 예술이 같은 근원에서 나온다는 것을 반추하게 만든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고래 사냥과 마찬가지로 바위 위에 그림을 새기는 일 또한 삶의 필요에 응답한다. 이러한 고대의 예술가와 대비되는 오늘날 고고미술학도의 좌절은 생활과 예술이 완전히 분리되어 삶의 전체성 안에서의 조화를 상실하게 된 현실을 비추고 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의 「소리무늬 山」은 한국적 산수화의 진경(眞境)을 추구하다 그림을 그리던 자세 그대로 생을 마감한 기구한 천재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높은 벼슬에 오를 수도 있었으나 속세를 등지고 살아간 젊은 화가는 우리 화가들이 중국의 서화첩에서 본 것을 흉내 내기만 하는 것을 지탄했다. 자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로 그는 오로지 아름다움만을 추구했고, 아름다움 자체와 그에 대한 구도(求道)적 추구의 자세를 체화한다. 권오룡 문학평론가는 『고래 그림 碑』의 이러한 주인공들이 ‘삶의 미학화’라는 주제를 실현한다고 말한다.

 

깊이의 차원에서 ‘삶의 미학화’는 어느 순간 광기와도 통하게 됨은 물론이고 (…) 삶 자체를 송두리째 내던져야 한다는 무서운 역설의 요구에 직면하게 되기도 한다. (…) 이러한 극단적 실천에 의해 예술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여 영원히 이어지는 불멸성을 추구하는 작업이 된다. (…) 예술은 삶과 죽음을 연결하여 하나로 이어지게 만듦으로써 영원불멸의 생명 사상을 수립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삶의 미학화’로 표출되는 유익서의 독특한 예술관이다. (288쪽)

 

 

서사 속에 녹여낸 철학

“예술의 본질은 형태에 머물지 않고 정신에까지 통해야 한다”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물성을 지닌 옻칠회화에 대한 소설,「1000년 그림」은 천년이 지나도록 불변하는 가치를 지닌 그림이란 무엇일까 질문하게 한다. 작품 속 주인공인 소설가 ‘나’는 이를 “물상의 본질적 기운을 그려내”는 것이라 표현한다. 『고래 그림 碑』의 작품들에서는 악기와 목소리 (「레닌의 왼발」), 육신 대 영혼 (「바리데기 꽃등」), 삶과 죽음 등의 대립쌍이 등장하지만 이들을 이분법적으로는 파악할 수는 없다. “물상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형질은 비가시적인 기운으로 운동하고 있기 마련”(「1000년 그림」)이라는 주인공의 말에서 볼 때 이 대비되는 개념들은 대립이 아니라 순환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소리무늬 山」의 주인공 고강은 “형상만을 고스란히 그린 것은 그림이라 할 수 없”으며, “그 형상 안에 내재해 있는 어떤 보이지 않는 핵(核)을 불러내 그려내야만 그림으로 불릴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자신이 그리는 그림마다 흠을 찾아내 작품을 찢어버리는 주인공 고강은 생전에 만든 작품 중 남긴 단 하나의 그림에서 형태만이 아니라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산을 표현해냈다.

 

  눈앞의 그림이 속삭이고 있는 저 아름다운 음률을 내 가슴이 지금 분명히 듣고 있지 않은가. 산수를 그릴 때에는 뜻이 붓 앞에 있어야 한다 했는데 외형의 산이 아니라 산의 음률로써 우주의 끝을 노닐게 하지 않는가. (280쪽)

 

 

순수하고 투명하면서도 깊은 경지에 이르는 미학적 탐색

 

  유익서의 소설들은 많은 작중인물들이 지금 머물러 있는 한산도라는 섬의 지리적 의미를 상징화의 모태로 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외부세계, 즉 육지와는 바다로 절연된 작은 섬에서 유익서는 이 단절과 협착을 글쓰기 작업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면서 오로지 삶과 예술의 일치라는 문제에만 천착하여 순수하고 투명하면서도 깊은 경지에 이르는 미학적 탐색의 노력을 끈기 있게 이어나간다.

 

  『고래 그림 碑』의 작품들은 ‘미학화’라는 삶의 방식을 추구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오늘날 현실에 대한 미학적 반성을 불러온다. 저자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결핍되고 왜곡되어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적 요소라고 본다. 「수선화의 방」에는 주인공인 ‘그’가 그를 고성에 초대한 강 선생이라는 인물과 알게 된 경위를 소개하기 위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죽도 마을회관에서 열렸던 강연의 일화가 액자 형식으로 포함되어 있다.

 

  사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연제로 무슨 이야기를 더 새롭게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 당위성을 밝혀 정의를 내린 바 있는 너덜너덜한 낡은 주제였다. (…) 게다가 요즘 책보다 유익하고 흥미로운 것이 세상에 얼마나 많이 널려 있는가. (109쪽)

 

  ‘그’는 이 강연에 대해 “케케묵은 연제”이고 “너덜너덜한 낡은 주제”라 표현하는데 이것은 책의 궤도를 넘어 예술의 위상이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의 운명과 책의 운명은 제유적 관계에 놓여 있다. 책을 지키기 위해서 책의 취약점을 되짚어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현실을 되짚고 이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예술의 가능성을 끝까지 탐색해야 한다.

 

  『고래 그림 碑』에 수록된 유익서의 소설들은 모두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예술과 존재 방식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고래 그림 碑』는 소설을 통해 예술의 본질과 현상, 가능성과 가치, 의의 등 미학적 탐색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가 소설의 계보에 자리를 잡는다.

 

 

▶ 글쓴이 : 유익서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부곡(部曲)」,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축제」로 문단에 나온 후,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상황을 적실히 비춰낸 『비철 이야기』『표류하는 소금』『바위 물고기』『한산수첩』 등의 소설집, 그리고 우리 전통음악의 우수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의 근본을 밝혀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새남소리』『민꽃소리』『소리꽃』 3부작을 비롯하여 『아벨의 시간』『예성강』『세 발 까마귀』 등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바 있다. 한동안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단국대학교 대학원과 동의대학교 등에서 소설을 강의했고,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이주홍문학상, 한국PEN문학상, 성균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차례

 

 

 

 

고래 그림 碑

유익서 지음 | 국 | 13,800원

978-89-6545-357-4 03810 | 2016년 6월 20

 

  한산도에 칩거한 지 7년, 치밀한 연구와 함께 예술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정제해온 작가는 여덟 편의 신작을 담은 이번 소설집에서 자신의 예술론을 집대성한다.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결핍되고 왜곡되어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고래 그림 碑』의 주인공들은 아름다움의 참 이름을 찾아 나선다. 반구대 암각화와 피카소, 승전무와 아쟁 산조를 관통하는 이 작품집을 통해 작가는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예술은 어떤 것이며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또 ‘아름다움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대해 과감하면서도 진중하게 답한다.

 

 

 

 

고래 그림 碑 - 10점
유익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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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형 소설집

『씽푸춘, 새벽 4시』

 

 

  등단 후 10여 년만에 출간되는 조미형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씽푸춘, 새벽 4시』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다시 바다에 서다」와 신작 소설 「나비를 보다」와 「연지연 꽃이 피면」을 포함해 총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지금부터 진한 삶의 농도를 가진 조미형 작가의 소설들을 만나보자.

 

 

 

 

 

 

 

 

비인간적인 사회의 논리 속에 갇힌 사람들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인물들의 희망이나 의지를 부질없는 것으로 나타낸다. 이는 자본주의적 풍경의 한 모습으로, 개인의 삶을 짓밟는 비정한 시장의 논리이자 힘의 지배다.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씽푸춘, 새벽 4시」는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나’는 사업 실패 후 중국 통링에서 생가죽 무두일을 하며 사채업자 장두목에게 시달리는 빚의 노예가 된다. 사랑하는 아내는 사채업자에게 끌려가 고초를 당해 죽음을 맞지만 ‘나’는 이를 현실로 인정하지 못한다. 아내의 약값과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행동은 ‘나’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간다.

 

  장 두목이 쓰러진 내 얼굴을 발로 짓이겼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덜커덩거리는 창문 소리만 났다. 다행히도 두 개의 눈알은 제자리에 있었다. 왼쪽 무릎에 뭉개진 양파가 들러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 나는 은근히 장 두목의 쌍칼을 기다리고 있었다. 통링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토함산 자락, 아름드리 소나무로 둘러싸인 고향 집에 가고 싶었다.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면 죽어서라도 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터였다. 꿈길에서 본 고향 집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65쪽)

 

「씽푸춘, 새벽 4시」가 냉혹한 세계 속에서 폭력, 착취로 얼룩진 개인의 고통을 보여준다면 「나비를 보다」는 도시를 구성하는 비인간적 시스템에 개인의 희생을 강요당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도시철도 기관사인 주인공 ‘나’는 도시의 정확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매일 초 단위로 시간에 신경을 쓰며 하루의 대부분을 지하에서 보낸다. 이러한 주인공의 일상은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드는 하나의 부속품으로 작용하지만 정작 개인의 삶은 무기력 속으로 빠지게 된다.

 

  직속 관리자인 팀장은 바뀐 운행스케줄에 대해서 언급조차 없이 안전운행만을 강조했다. (…)“도시 철도는 사람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누군가의 실수로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도시 전체가 마비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괜히 졸다가 나비를 봤네, 어쨌네 하지 말고, 신속 정확하게 도착과 출발에 신경 쓰도록!”
팀장은 턱을 내밀고 주먹을 불끈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144쪽)


  기관사의 기계적인 삶은 동료인 예비신랑 윤이 없어진 시점부터 점차 균열이 일어난다. 돌발승객으로 인해 열차가 지연되고, 안구건조와 피로 누적으로 전동차는 정차 위치를 벗어났으며, 출발하려는 순간 날아오른 신문지를 사람으로 오인해 ‘나’는 비상 브레이크를 당긴다. 1초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던 주인공의 삶에 이러한 균열은 공공성의 힘에 눌려 있었던 개인의 상처를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자유를 일으켜 세운다.

 

 

 

사랑이라는 미망과 착각에 빠지다

 

  「씽푸춘, 새벽 4시」와 「나비를 보다」에서 보인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은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일까? 이에 대해「다시 바다에 서다」와 「잉커송」 두 작품은 사랑의 실체와 마주하면서 암울한 사회에서 사랑은 도구로 쓰일 뿐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함을 보여준다.

 

  그의 시선이 커다랗게 일그러지며 내 얼굴에 꽂힌다. 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하지만 당황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산소마스크를 끼고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어야 할 그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출렁이는 바다 위에 서 있는 듯 다리가 후들거렸다. (36~37쪽)

 

  「다시 바다에 서다」는 외화 번역자인 정미아와 신인 영화배우이자 전직 카레이서 배우 신제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정미아에게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회생활은 몹시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선택한 공간은 가상의 공간”으로 회화 번역을 하며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없는 영화 속 가상의 인물들만 만난다. 그런 정미아에게 제민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능력을 알아봐준 사람이다. “관계를 규정지을 만한 단어가 없”는 사이라는 사실이 당혹스럽지만, 미아는 제민이 자신의 현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후 제민이 영화 촬영 중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미아는 지독한 불면증을 앓기 시작한다. 제민의 사고 장면이 담긴 영화가 개봉을 하고 이를 본 미아는 제민에 대한 그리움을 참을 수 없어 우여곡절 끝에 그의 병실에 들어서게 되고, 그녀는 자신의 사랑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연수야!”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기수가 눈 위를 구르더니 곧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때 무언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팔을 벌린 것처럼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잉커송이었다. 그 나무가 나를 향하여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241쪽)


  「잉커송」에서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주인공에게 하룻밤을 즐겼던 클럽 매니저 박기수와의 인연이 엉뚱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버지가 위독하단 소식을 듣고 귀국한 그녀 앞에 기수가 여동생 연수의 약혼자로 등장한 것이다. 연수는 기수와 함께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겠다며 떠나고, 아버지는 곧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연수를 찾아 중국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동생 연수가 맞닥뜨린 잔인한 현실들을 알게 된다. 연수가 갔다던 황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비로소 동생의 진짜 행방을 알게 되면서 소설은 대미를 보인다. 동생 연수에게 행복한 세계를 열어줄 것 같았던 사랑은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그런 동생의 삶을 마주해야 하는 주인공 앞에도 결국 황폐한 세계만이 남아 있다. 언니인 주인공의 시선으로 “사랑은 애당초 없는 것”임을 깨달은 연수의 삶을 따라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이기적인 세계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하다.

 

 

 

냉혹한 세계를 견디는 버팀목, 가족


  조미형의 소설에서 개인적인 영역은 공적 영역에 억압되어 매우 불안한 상태로 묘사된다. 「스노우 트리」의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방치하고, 「우리끼리 안녕」에서 부모는 가끔 전화해 돈을 부쳐달라고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작가는 불안한 상태의 사적 영역으로 가족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를 극복하고 비정한 사회를 견뎌낼 유일한 방법으로도 ‘가족’을 지목한다는 것이다.

 

  무휘는 연의 손을 잡았다. 작고 여린 손이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지난 세월 그토록 다짐했던 각오가 부질없음을 알았다. 전쟁을 끝내고 버드네에서 연을 안해로 맞아 부부로 살아가리라 소원했다. (200~201쪽)


 「연지연 꽃이 피면」에서 가야 최고의 칼잡이 무휘는 철을 다루는 기술을 빼앗으려는 왜의 공격이 빗발치는 난국 속에서 단 하나의 소원으로 연을 “안해로 맞아 부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끼리 안녕」에서는 교실을 박차고 나온 아이들이 용감하게 세상과 대면하는 장면을 통해 가족의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소설은 억압된 가족 질서에 비판적이지만 친구 일오의 “그럼 우리 셋이 가족이 되는 거지. 멋진 가족이 될 거야.”라는 말처럼 공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가족을 모색한다. 또한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가족이라는 집단은 냉혹한 세계를 견디는 버팀목이 된다.

  “류지, 형 보러 갈 거야?”
  “가야지. 언젠가는…….”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형은 내 옆에 있다. 나는 세이초에 말했다.
  “형이 사진을 하려나 봐.”
  세이초는 말없이 내 어깨를 툭 치며 씨익 웃었다. 횡단보도 앞에 섰다. 편의점이 보인다. 뽀얀 김이 서린 유리창 너머 형광등 불빛에 편의점 안이 따뜻하게 보인다. 빨간 신호등이 졸립다는 듯 깜박인다. 나는 형의 휴대전화를 꺼내 눈에 푹 파묻힌 거리에 초점을 맞춘다. (106쪽)

 

  「스노우 트리」에서 스노우 트리에 집착했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자 슬픔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식에 대한 의무감보다 스노우 트리가 먼저였던 아버지,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삶을 이어갈 수 없었던 남자. 주인공 류지현에게 그런 아버지의 존재는 비겁한 겁쟁이이자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하지만 소설 말미에 우연히 건네받은 형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따뜻한 편의점 안을 들여다보는 나를 통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씽푸춘, 새벽 4시

     

  조미형 지음 | 소설 | 국판 272 | 13,000

  2015년 12월 21일 출간 | 978-89-98079-11-6 03810

 

 소설집 『씽푸춘, 새벽 4시』는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다시 바다에 서다」를 비롯해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조미형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삶의 심연을 드러내고 그 수렁을 건너는 것이 무엇으로 가능한지 탐문한다. 잔인한 시장논리가 사회를 떠받들고, 비인간적인 시스템이 도시를 지탱하는 냉혹한 세계를 불면증, 가려움, 편두통 등 인물들이 겪는 고통의 증상과 삶의 다기한 모습으로 그려낸다. 더불어 이번 작품집에는 신작 소설 「나비를 보다」와 「연지연 꽃이 피면」을 포함해 등단 이후 10여 년 동안 구축해온 조미형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씽푸춘, 새벽 4시 - 10점
조미형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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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지 소설집

내 안의 강물




“내 강은 언제나 꽃이 만발해 있어.”

 결핍된 가족구조 속에서 빚어지는 고독한 연인의 초상

문학이 상처 혹은 기억의 재현(representation)을 통해 구원에 이르는 것을 그 궁극으로 삼는 것이라 할 때 김일지 소설이 지닌 의미는 심대하다. 김일지는 가족에게 상처받은 근원적인 상처, 우리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내면아이’를 호출하여 무대에 세웠다. _정미숙(문학평론가)


1986년 『동서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한 중견소설가 김일지의 신작 소설집 『내 안의 강물』이 출간되었다. 『타란툴라』 이후 8년 만에 출간된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정서적 결핍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을 보다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가족의 유대를 상실한 현대인들의 근원적 고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불안한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을 그린 김일지의 『내 안의 강물』. 각기 다른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불안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상처 입은 과거와 조우하게 하면서, 불안한 현재를 넘어 우리에게 삶에 대한 의지를 어떻게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떠도는 섬 같은 현대인의 모습

우리는 6년을 함께 살면서도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수연이라는 동생이 있고 아버지가 사고로 죽었다는 것, 할머니가 우리를 키웠다는 것, 그런 테두리만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는 어머니도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나 또한 그의 가족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어머니가 없다는 것, 부자인 아버지가 있다는 것, 그 외에는 일체 말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우리는 둘 다 뿌리 없이 떠도는 섬 같은 존재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_「내 안의 강물」, 115쪽.


중편 「내 안의 강물」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6년간 동거하는 한 연인의 삶을 교차하여 그려내고 있다. 동거 형태의 불확실한 사랑 속에서 흔들리는 여자(연이)와 그런 그녀에 대한 사랑이 깊어져가는 남자(준규)의 상처와 고민, 변화의 양상이 소설의 주요한 테마이다. 두 주인공은 오랜 기간 함께 살아왔지만 서로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깊은 정을 통하는 연인일지라도, 내면의 상처를 보여줄 수 없는 현대인들의 취약한 관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롭게 살아가던 그들은 연이가 수술을 위해 열흘간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계기로 관계가 보다 끈끈해진다. 그러나 어머니의 학대를 겪었던 연이와 기혼자였던 아버지의 사생아로 태어난 준규는 각기 다른 상처를 서로 드러내지 못하고, 그들 마음의 생채기는 결코 봉합되지 못한다.


불안의 궤적을 그리다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살아가며 현실을 잊는 알콜중독자 ‘성재’(「거머리」), 아버지가 다르고 어머니만 같은 누나에게 학원비와 용돈을 지원받으면서 늦은 나이에 춤에 빠져든 ‘나’(「나비」), 여덟 살 연하의 20대 남자를 만나 동거에 들어간 여자(「동거」),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과거와는 달라진 삶을 살아가는 두 여고 동창생(「지금처럼 되기 전에」) 등 표제작 이외의 단편 속 주인공들 또한 불안한 현재를 걷고 있는 현대인들의 초상이다. 정미숙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김일지의 소설은 인물들이 취한 불안의 궤적을 따르며 (…) 가파른 현실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하는 인물들의 방황과 좌절을 그린, ‘불안’의 시학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어떠한 호의도 베풀지 못한 현실에 맞서 그들이 보이는 것은 우울의 정서로만 일관하지 않는다. 김일지의 이번 소설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내놓은 ‘희망’의 정서이다. 정신병동에서 일기를 쓰면서 치료 의지를 밝히거나(「거머리」) 거울을 다시 보면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나비」) 등 소설 속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삶의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또한 연애와 결혼의 모순관계 속에서 냉정히 판단하고 그 관계를 끊어내려고 한 여성인물(「내 안의 강물」)의 등장을 통해 어두운 삶을 비관하던 주인공의 삶을 향한 새로운 결단을 읽어낼 수 있다.


글쓴이 : 김일지

부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고 1986년 제1회 『동서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하였다. 2006년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소설집으로 『타란툴라』가 있다.


내 안의 강물 | 김일지 소설집

김일지 지음 | 문학 | 국판 | 272쪽 | 13,000원

2015년 10월 15일 출간 | ISBN : 978-89-6545-317-8 03810

1986년 「동서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한 김일지의 소설집. <타란툴라> 이후 8년 만에 출간된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정서적 결핍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을 보다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가족의 유대를 상실한 현대인들의 근원적 고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불안한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을 그린 김일지의 <내 안의 강물>. 각기 다른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불안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상처 입은 과거와 조우하게 하면서, 불안한 현재를 넘어 우리에게 삶에 대한 의지를 어떻게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차례



내 안의 강물 - 10점
김일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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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이병순 첫 소설집 '끌', '창'·등단작 '끌' 등 수록

신예 소설가 이병순이 생애 첫 소설집 '끌'(산지니 펴냄)을 내놓았다.

이병순 소설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작가 수업과 작품 활동을 줄곧 했고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끌'이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끌>의 작가 이병순 소설가



대개의 독자는 작가가 비로소 소설책을 한 권 엮어서 펴냈을 때, 온전하게 그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소설가가 꾸준히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더라도 그 문예지를 찾아 읽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으므로 책이 아니라면 독자는 소설가의 존재감을 좀체 느끼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집 '끌'은 탄탄하고 진지한 신예 소설가가 부산 문단에서 새로이 출발함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의미를 갖는다. 모처럼 만나는, 옹골차고 든든한 느낌의 '첫 소설집'이다. 이병순 소설가는 독자와 속 깊이 교감하는 방법의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부지런히 모색하고 고민하면서 다채로운 색감과 결을 책에 담았다.

수록 작품은 한결같이 우리 삶의 진실, 생(生)의 절실한 얼굴과 현장을 바탕에 탄탄하게 깔고 있다. 허황하게 공중으로 휘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읽는 이에게 다가가 턱 하고 박히는 현실감과 공감력을 내장했다. 군더더기 없이 단호한 대목도 많다.

'창(窓)'
은 복학을 앞두고 아파트 창호를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에 나선 평범한 대학생에게 창문이 갖는 벽 같고, 거울 같은 상징을 차분하고, 냉정하고, 실감 나게 그린다. 주인공은 말한다. "시급을 많이 주는 곳은 여전히 치킨 배달원이었다. 복학을 한다는 것은 치킨 배달원이 된다는 뜻이었다."

'끌'은 등단작으로 작가의 예술적, 문학적 관심과 방향을 여러 겹으로 품었다. 목공예인인 나는 해맑고 마음에 구김살 없던 아내와 산다. 손과 몸으로 살고 느끼는 나는 아내가 수필을 배우러 다니면서 변하자 생각한다. "나는 수필은 잘 몰라도 아내를 수필보다는 많이 알았다. 아내는 어디선가 자꾸 때를 묻혀 오고 있었다."

'닭발' 또한 잘 빚어낸, 뜨겁고 탄탄한 단편이다. 교사인 나는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말더듬이 증세에 시달린다. 이 덕분에 여성과 사귀게 되지만 소통은 또 미끄러진다. 이 과정을 닭발 하나로 매끈하게 꿰어냈다. 단편 '부벽완월'과 '비문'은 역사소설 형식을 취했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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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점
이병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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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소설집 '끌'을 낸 이병순 소설가. 부산일보 DB


'처음'이란 단어엔 기대와 두려움이 같은 무게로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첫 소설집을 낸 이병순(51) 소설가는 "세상 한복판에 그냥 내던져진 느낌"이라고 했다.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남들은 '늦깎이' 등단이라 했지만, 작가에겐 '이른' 등단이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왔다. 큰 기대 없이 보낸 단편이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본심까지 오르자 용기백배한 작가는 소설 공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20년 논술 강사 일도 접고 '배수진을 치고' 소설에 매달렸다. '굶어 죽을지도 모를' 기나긴 사투를 각오했지만 1년 만에 '덜컥' 당선. 그는 이 '이른 행운'에 취하지 않기 위해 단편소설 하나하나를 '신춘문예 응모작'이라고 여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병순 작가의 첫 소설집 '끌' 
2012 본보 신춘문예 등단작 등 
3년간 열정 쏟은 단편 7편 수록 

스마트폰 '인질' 삼은 택시기사 
포장마차의 단골 술안주 닭발… 
외로움·소통 부재의 일상 담아


소설집 '끌'(사진·산지니)은 지난 3년간 그가 이렇게 결사적으로 쓴 7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스마트폰, 끌, 닭발, 슬리퍼….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보는 사물들을 통해 인간을 들여다본다.

표제작 '끌'은 2012년 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하다. 끌로 가구를 다듬는 목수는 상처 입은 그의 마음도 함께 끌질하고 일상은 손에 잡힐 듯한 날 선 감각으로 다듬어져 간다. 

승객이 두고 내린 스마트폰을 '인질' 삼아 사례비를 받으려던 택시 기사의 남루한 일상('인질')도 있다. 하필 가까운 사람의 번호가 하나도 저장돼 있지 않은 서글픈 인질. 작가는 "'인질'에 집착하는 택시 기사를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과 삶의 부박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포장마차의 술안주 '닭발'로 들여다본 '소통의 부재'('닭발')도 쓸쓸하다. '닭발'은 퇴고까지 거의 2년이 걸린 작품이다. '말(言)은 무엇인가.' 닭발을 매개로 이 거대한 화두를 풀어내기 위해 작가는 양계장에서 종종걸음을 치기도 하고, 끙끙대며 작품 노트만 2권을 썼다. 중편으로 시작했던 소설은 '도저히 안 돼' 구석으로 밀려났다가 2년 만에 단편으로 완성됐다. 소설가의 "자식이 못나도 내 자식인 것처럼 한 번 쓴 작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완성하고야 만다"는 모토 덕분이었다.

피아니스트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리는 여자는 외반무지증 때문에 꽉 조이는 신발을 신지 못 한다('슬리퍼'). 작가는 평범한 소재 슬리퍼를 통해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18세기 조선의 화공 최수리가 타락한 양반 안유백에 '저항'하는 단편 '비문'과 고려 중기 묘청의 난을 평정한 김부식이 정지상을 회상하는 '부벽완월'도 있다. 단편 7편은 모두 결연한 신춘문예 응모작 같다. 

첫 소설집을 낸 작가는 그동안 쓴 단편을 다 털어 냈으니 또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첫 장편을 준비 중인 그는 한 달에 몇 번씩 서울을 오가고 있다. "'멸치'에 대해 쓰면 바다를 통째로 다 알아야 할 것 같은 넘치는 의욕을 다스리지 못해" 장편의 소재가 될 분야 공부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승아 | 부산일보 |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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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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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은 필요 없는 보통의 존재

-『다시 시작하는 끝』을 읽고

  안녕하세요. 인턴 정난주입니다.

  7월, 작은 태풍이 지나가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어김없이 산지니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아침인데도 습하고 더운 날씨의 그 기세가 대단합니다. 거기다 출근 시간에 차까지 막힐라치면 이 버스에 있는 사람들, 도로의 차들 다 저 밖으로 내쫓고 면허도 없지만 핸들을 뺏어들고 법원검찰청 정류장으로 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마치 얼마 전 봤던 영화처럼 말이에요. (다들 연상되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히히) 거제대로를 '분노의 도로'로 만들고, 입에는 은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치이익, 나를 기억해 줘!…… 하지만 그럴 수는 없죠.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산지니에 가기 위해 법원 검찰청 정류장으로 가는 것이지 전과기록을 남기려고 법원 검찰청으로 가는 건 아니니까요…….

매일 아침 제 롤모델이 되어 주시는 퓨리오사 언니…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비단 저뿐만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종전에 언급되었던 영화와 같이, 질주하고 폭주하는 텍스트를 찾는 것 아닐까요. 그곳의 주인공의 폭주로 대리만족하고, 희열을 느끼며 또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막히는 도로를 참아내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읽은 조갑상 작가님의 『다시 시작하는 끝』에서는 우리에게 희열을 줄 수 있는 인물은 많지 않았습니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곳에 나오는 주인공은 저 혹은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과 같이 폭주를 머릿속으로 그리기도 하지만 이내 곧 자신의 망상을 비웃고 주어진 시간을 주어진 일로 보내는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버지가 된 자들를 보며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며 발버둥 쳤지만 결국 모두 아버지가 됩니다. 조갑상 작가님께서는 그런 우리를 건조하고도 어떠한 연민도 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소설을 일부분을 보며 작가님이 어떻게 그려내셨는지 한번 볼까요?

 

 

보통의

불안

『다시 시작하는 끝』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아버지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흔히 아버지라는 소재가 감정에 호소하여 연민의 대상, 희생의 아이콘으로 그려진 것을 다양한 매체에서 많이 보았는데요. 『다시 시작하는 끝』에서는 그 이면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희생했다는 것은 결국 체제에 순응하여 자신의 색을 지우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것에 대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단편 「동생의 3년」과 「하창기 씨의 주말 오후」에서 잘 드러납니다.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중간 정도 하면 돼. 괜히 옳으니 그르니, 부당하니 어쩌니 깊이 생각지 말고 그냥 남 하는 대로 해.(…)깊이 생각하면 손해야.” /(…)최소한 내가 겪은 일 따위는 되풀이하게 해서는 안 되는 건데. - 「동생의 3년」p.208

「동생의 3년」에서는 주인공이 군대에 간 동생에게 어머니가 걱정하시니 ‘요령껏’, 참으며 군생활을 버텨내라고 말합니다. 주인공은 이런 자신의 모습이 못마땅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창기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색무취의 소시민.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세상살이 전반에 걸쳐 자신의 색채나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우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또는 비겁한 건지 아닌지는 뒤로 하더라도, 다소 애매하게 다수의 편에 서거나 중도에 서는 게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그렇게 손해 본 적이 없었던 것도 사실인 듯했다. -「하창기 씨의 주말 오후」p.247

이념의 대립과 자극적인 구호로 가득한 유세장을, 하창기 씨는 어떠한 주장도 없이 그 난리 속을 통과합니다. ‘소시민’이라고 자신을 정의하며 이런 삶이 당연하다고 이야기 하는 하창기 씨의 이 웃지 못할 장면으로, 작가님께서는 당시 어지러운 사회의, 어쩌면 지금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 세상의 단면을 그려내고 싶으셨던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들의 증세는 더 심각해져 결국 「그리고 남편은 오늘 밤도 늦다」의 남편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직장에 대한 불만을 생각할 수 없다.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무릎으로 TV를 끄고 30분이나 변기를 타고 앉아 신문을 읽으며 킬킬거리며 어색하도록 인용 자료를 밝히고 술을 마시고 온 세상을 욕을 해대는 근본 원인은 절대 아니다.(…)그런 온 세상이 그를 불만에 가득 차게 하고 술을 마시게 하고 XX되는 욕설을 내쏟게 하는가. -「그리고 남편은 오늘 밤도 늦다」p.147

술을 마시고 심한 욕설을 퍼붓고, 대화는 하지 않고 신문만 보고 킬킬거리고 인용자료에만 의존하는 남편의 태도는 결국 무엇에 대한 불안인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남편의 증상에는 이제는 흔한 말이 되어버린 ‘원인불명’이라는 원인이 가장 적절하다고 느껴집니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부터 오는 불안, 그 불안의 원인을 알 수 없어 더 괴로워하는 원인불명의 굴레. 무엇이든 불분명하고 불명확한 사회에 남편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정확한 근거로서의 인용자료 뿐이었을 것입니다. 홀로 그 굴레에서 힘겨워 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 동정심이 들기보다는 누군가에 비친 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어 뜨끔하며 소설을 읽었습니다.

불안한, 아버지가 된 사람들

 

또 「방화」에서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아하는 소년이 아버지인 그들을 바라봅니다.

나의 혼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버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사실들을 고정화 시키는 것으로 끝났다. -「방화」 p.308

“안정된 리듬은 권태와 크게 다른 말일까요?”

“자극은 누구나 조금씩 원하고 또 필요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표피적이고 단순하지. 오래 계속하는 일에서 힘도 생기고 융화도 발견하게 돼.”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이 혐오스러울 만큼 싫어질 때가 있는 모양이죠. 그런데 그런 내부의 욕구를 조화니 천직이란 틀 속에 넣어 적당히 말랑하고 부드럽게 변하시키는 것 같아요.” -「방화」 p.313

위는 아버지에 대한 소년의 단상이고, 아래는 자신을 다그친 선생님과의 대화입니다.

선생님의 말 속에서 자신도 역시 아버지가 되기 싫어 발버퉁쳤지만 결국 아버지가 된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태도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보통의

폭주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던 「방화」의 소년은 결국 제목처럼 방화를 저지릅니다.

“너는 맏이니까 잘해야 돼, 무엇이든지.”

(…)나는 땀이 나는 손을 빼고 싶었다. /(…) 후텁지근한 그날 밤 이후로 나는 손에서 땀이 조금만 나도 당장 수돗가로 달려가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나 이제 곧 눅눅하고 축축한 손의 끈적임도 없어질 것이다. (…) 연기가 아주 낮고도 가늘게 피어올랐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걸레는 타들어갔다. -「방화」 p.318

인용된 부분은 소년이 어릴 때 아버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어머니가 아픔을 말하고 난 뒤 이어지는 장면입니다. 그때의 아버지와 땀이 나 축축하게 젖은 손은 오래도록 소년의 기억속의 남았습니다. 땀에 젖은 손은 그 이후에도 소년을 그 기억에 시달리게 했는데요. 방화를 결심한 소년은 더 이상 손이 땀에 젖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방화는 결국 아버지와 그 기억으로부터의 해방이며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는 소년은 발버둥 같이 느껴집니다.

 

 

 

동정은

필요

없다

이 소설에서는 아버지가 된 그들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것이 그러하다’는 태도로 일괄되게 서술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판이나 풍자의 대상으로 해석하는 것 또한 과하다고 느껴집니다. 작가는 ‘그저 그러함’을 보여주면서 주변 어디에든 있는 인물 중 하나의 삶 속에 들어가, 그 중에서도 그들의 한 장면을 콕 집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일탈하는 장면을 보는 것에만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일탈하는 장면을 보면 볼수록 일탈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조갑상 소설가는 그런 두려움을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며 지난 세월의 아버지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지금도 아버지가 되어 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시작하는 끝』을 추천하며 서평을 마칩니다.

 

 

작가

소개

조갑상 작가님은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혼자웃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고,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 『길에서 형님을 잃다』, 『테하차피의 달』, 장편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 『밤의 눈』을, 산문집 『이야기를 걷다』를 쓰셨습니다. 요산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만해문학상, 서라벌문학상을 수상하셨으며, 2015년 현재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십니다.

 

특히 이번 『다시 시작하는 끝』은 중견 소설가가 되신 조갑상 작가님의 첫 소설집을 재출간한 것으로 작가님께서도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이번 재출간본에는 ‘방화’가 추가되어 '혼자웃기', '은경동 86번지'와 함께 은경동 3부작을 이루어 독자분들로 하여금 80년대의 부산을 더욱 생생하고 자세히 볼 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다시 시작하는 끝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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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뒷모습에서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독서후기

 


 

 

 

 

 

 

'이 단발머리 여자는 누굴까?'
'그녀가 읽고 있는 저 책을 뭘까?'
'그녀는 무엇 때문에 고개를 돌렸을까?'

 

   『조금씩 도둑』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참 단순하게도 표지의 여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던 여자. 창밖에 일어난 어떠한 일(사건)로 하여 순간 고개를 돌린 듯한(그녀의 단발머리가 흔들렸거든요!) 모습은 평화로운 여자의 시간이 깨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잔잔한 삶에 예고 없이 다가온 어떤 사건, 그리고 그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 제게『조금씩 도둑』의 첫인상을 그러했습니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본다'

 

 「점심의 종류」의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나와 상관없이 창밖의 풍경들은 시간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갑니다. 밖의 모든 것들은 10년 뒤의 미래를 살고 있지만,「점심의 종류」의 주인공은 아직 10년 전,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소설의 앞부분을 다시 읽었을 때, 잔잔한 창밖 모습이 왠지 환상처럼 느껴졌습니다. 밀려드는 시간의 홍수가 아픔을 채 덮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그 고요한 풍경들이 진짜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2014년 4월, 시대적인 상처가 되어버린 '세월호 사건'. 소설을 그 사건이 발생한 뒤 10년 후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영미가 볶음밥 접시를 들이민다. "먹어, 좀. 언니 볶음밥 좋아하잖아." 못 들은 척한다. 옛날 일이다. 볶음밥을 좋아했고, 만두를 좋아했다. 하지만 진흙이 메워진 것 같은 머릿속, 누런 위액이 구석구석 고여 있는 것 같은 뱃속, 스멀거리는 통증과 가려움으로 채워진 뼈와 살…. 고통의 증거들 속에서 배회하는 기억이 식욕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 저자와의 만남(http://sanzinibook.tistory.com/1367)을 통해서 조명숙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식지 않은 슬픔, 분노, 모멸감을 느끼며 '작년에 일어난 일'이 아닌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창 밖의 풍경 속에 살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점심의 종류」를 비롯해 2008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앞두고 촛불시위를 벌이는 애인을 찾는 여자의 우울한 일상을 그린 「거기 없는 당신」, 2005년 APEC정상회의를 둘러싼 어떤 사회적 기미를 ‘가가’의 하루를 통해 풀어낸 「가가의 토요일」까지. 무엇보다 이번 작품집에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어떤 소설이 현실보다 리얼하겠어?”

「하하네이션」의 작가 지망생 '유'가 한 말처럼 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블라인드를 올리고 현대사회의 리얼한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조금씩 도둑』의 주인공들은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이치로와 한나절」의 '고아'인 주인공,「러닝 맨」은 '자식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아버지',「사월」은 '실질적인 결혼 생활이 끝난 여성',「나비의 저녁」의 남자의 충격적인 죽음을 이겨나가며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는 여자 등. 삶의 상처가 몸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마음의 응어리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소설들 속에서 이런 고통을 마주하는 것은 매우 힘이 듭니다. 하지만 잔잔하게(하지만 뾰족하게) 밀려드는 고통을 참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은 아픔 끝에 묻어있는 따뜻한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은 표제작이기도 한「조금씩 도둑」입니다.

 

   "띠띠는 피융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초라하고 고되게 나이를 먹은 피융이 눈앞에 있었다. 띠띠는 피융의 곁에 누웠다. 피융에게서 시큼한 시장 냄새와 헤나 냄새가 함꼐 풍겼다. 띠띠는 피융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띠띠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훔쳐와 버려서 피융은 그 자체로 별로 남은게 없었다."

 

   용희, 선경, 영미 대신 피융, 바바, 띠띠라는 이름으로 우정을 쌓아가던 열여섯의 소녀들.  꿈 많던 청년기에서 중절 수술의 후유증을 얻게 되는 고단한 삶에 이르기까지. 세 소녀는 서로의 아픔을 조용히 끌어안으며 함께 생을 견뎌 나갑니다. 특히 친구 '피융'에게 조금씩 마음을 주고만 '띠띠'의 마음은 애달프게 다가왔습니다. 소설 중간마다  "괜찮아?"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옵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부를 물어보는 사소한 말 속에서 왠지 모를 위안을 얻습니다. 아마, 이 세 소녀가 고단한 생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이 말 속에 들어있었던 것을 아니었을까요?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다시 책의 표지를 봤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느껴졌던 여자의 모습에서 창밖의 세상을 바라보고 삶의 고통을 잊지 않는 여자의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아픔과 위로,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고된 현실을 걸어나갈 힘을 얻습니다. 9편의 작품들을 만나며 블라인드를 걷고, 밖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씩 도둑』은 아픈 현실 위에서도 생의 꽃을 피우는 많은 사람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전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아마, 표지 속 여자의 뒷모습도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닐까요? 

 

 

 

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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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연제구 거제1동 |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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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조각들'

이번 대담자로 나서 주신 정미숙 문학평론가는 이 카피가 조명숙 작가님의 작품을 잘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소담스럽게 차려진 작품들 안으로 비치는 삶의 민낯들은 아프고 치열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조명숙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계속해서 삶을 이어갈 희망과 이상을 만나게 해줍니다. 66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아프지만 따뜻했던 소설집『조금씩 도둑』의 조명숙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저자: 조명숙

1958년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96년 『진주가을문예』와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창작집 『헬로우 할로윈』,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댄싱 맘』(2012 향파문학상 수상)과 장편소설 『바보 이랑』, 『농담이 사는 집』 등을 썼다. 2006년 장편동화 「누가 그랬지?」로 14회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으며, 그림동화책 『샘바리 악바리』, 『아기뱀 꼬물이』를 냈다. 그 외에 산문집 『우리 동네 좀머씨』가 있고, 아내들을 위한 연시집 『하늘 연인』을 엮었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는 대담자로 정미숙(문학평론가) 선생님께서 참석해 주셔서 보다 유쾌하고 재밌는 시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정미숙(이하 정) 

오늘 부부의 날인데 공교롭게도 조명숙 선생님과 최영철 선생님을(조명숙 선생님과 최영철 선생님의 소설가  시인 부부이십니다.) 함께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더불어 모범적인 문인 부부를 보며 본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조명숙 선생님의 작품들은 문체가 친밀하고, 탄탄한 구성을 통해 집요하게 타자들의 삶과 상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조금씩 도둑』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참으로 치열하고 따뜻한, 그리고 아픈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제작인 <조금씩 도둑>은 제목의 참신함에 반했고, 동성애적인 코드와 여성연대, 견딤을 만나며 참으로 아름답게 읽었습니다. 이외에도 조명숙 선생님의 『조금씩 도둑』에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치로와 한나절>의 주인공은 '고아'로 설정되어 있고, <점심의 종류>는 시대적 상처인 '세월호 사건', <러닝 맨>은 '자식을 잃을 위기의 아버지', <가가의 토요일>은 '사랑이 모두 과거에 끝난 쓸쓸한 여성', <사월>은 '실질적으로 결혼 생활이 끝난 여성' 등 행복하지 않은 인물들의 집요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문맥을 쉽게 건너뛰지거나 과장하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사람들이 현을 직시하는 모습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절망-희망, 현실-이상의 변주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표제작 <조금씩 도둑>에서 띠띠와 피융의 동성애 코드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동성애, 결혼, 여성주의는 어떤 것입니까?

 

조명숙(이하 조)

페미니스트냐, 동성애자냐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여자인 내가 어떻게 여성을 보는가? 그 관점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자로 살아가면서 제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봤던 것 같고요.

 

선생님의 소설들에서는 (남성적인) 남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남성은 믿을만한 존재가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웃음) 

 

(웃음) 남자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낮습니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집의 중심은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제가 배우기로는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고 배웠는데 살아가면서 느끼는 바로는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어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도, 가정을 지켜 나가는 것도 여자의 영향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남자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물질적인 것보다 여자, 아이들이 가지는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이 우선돼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것이 삶 전체를 포용하는 여성성이라 생각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오랜 신뢰에 기반한 동성애적 코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저 역시도 동성애를 관계에서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도둑>에서 조금씩 진행되는 동성애(사랑)가 굉장히 현실적으로 받아지면서, 한편으로는 여성주의와 맞물려 있다고 보는 것에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소설에는 '헤나 냄새', '시큼한 시장 골목 냄새'와 같이 후각이 많이 드러나는데 이는 굉장히 감각적이란 느낌을 줍니다. 작중 인물들이 대부분 몸이 아픈 상태로 등장하는데, 이는 오히려 세상과 더 밀착되어 있고 정신과 감각이 더 열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각적 표현들이 인물들의 아픔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몸', '아픈 몸'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신이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몸이 잖아요. 제가 나이가 드니까 그런게 보이더라고요. 어느날 한의원에 갔는데 어르신들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서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의 아픈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픈 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서 그 사람의 내면적인 고통을 조금 더 또렷하게 나타낼 수 있었고요.

 

선생님의 소설이 잔잔하게 와닿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다고 할까요? 고통의 감각을 잃지 않는 느낌을 받아요. 조명숙 선생님도 이제 '나 조명숙이야'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셨는데, 이전 작품들에서도 느꼈던 아픈 여성들을 바라보는 그 감각이 여전하단 생각이 듭니다. 반면 몸의 문제를 여성과 인간의 경계로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성숙되었단 느낌을 받았고요. 

 

일상 속에서는 어느 평범한 아줌마로 살면서도, 작가로서 놓치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공감하는 태도였습니다. 작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뒤, 서울에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광화문에 안 갔어요. 안 갔다고 해야 하나, 못 갔다고 해야 하나 헷갈리지만... 제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깊이 공감하고 혼자 막 눈물도 흘리는데 실제로 행동은 안되더라고요. 지난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럽고 힘들어 하고 있을 무렵에 저 역시도 어린 생명을 보내야 하는 일이 생기더군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그래도 우리는 편안하게 보냈잖아. 그 바다를 보면서 보낸 사람들... 그 사람들은 마음이... 어떨까" 이후에 사건이 수습되는 과정과 몇몇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을 보며서 인간으로서 느끼게 되는 모독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제가 <점심의 종류>에서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 드릴려고 했는데,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해 주시니 바로 이야기 해야 겠네요. 선생님의 소설 대부분들이 과거에 이뤄졌고 현재에 반추하는 형식인데 <점심의 종류>는 10년 후의 미래에 와 있더라고요. 미래에 존재하는 여자가 밥을 잘 못 먹는 상황을 보면서 박완서 선생님의 나목이 떠올랐습니다.

 

제 스스로는 <점심의 종류>가 작위적인 부분이 많아서 (세월호) 유족 분들한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인간으로 느꼈던 분노, 모멸감을 느끼면서 '아직도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가?'라는 생각도 했고요.

 

 

다른 소설들에서 결혼 생활이 피폐적으로 끝나지만 대안적인 가족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점심의 종류>를 읽으면서 선생님께서 얼마나 충격을 받으셨는지 느껴졌던 것 같아요. 동생의 위로도 10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보면서 어떤 대안이나 여지가 없는 것이구나... 싶기도 했고요. 또 한편으론 문제는 가족 안으로, 쓸쓸함의 패턴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소설에서의 보잘 것 없는 남성들을 작파하고 남성과의 연대를 통해서 한 번 휘젓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웃음) 

 

(웃음) 선생님은 참 용감하신 것 같습니다. (웃음)

 

제가 좀 용감하지요? (웃음) 선생님의 소설이 좋은 말로 하면 성숙하지만 나쁜 말로 하면 여성주의에 상처 받아서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많이 늙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성숙이죠! (웃음)

 

제가 작중 인물들을 힘없이 설정한 것은 어찌보면 불가항력적인, 우리가 정말 많이 싸우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은 결과들이 모여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하게 요즘은 자갈을 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문학으로서나마 꿈틀거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양아름 편집자의 남자친구가 제게 정면으로 물어보더라고요. 문학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한다고 생각하냐고. 저는 그냥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문학의 힘이 크다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요. 지금은 기대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얼마 전, 늦둥이 아들이 박종철 관련 책을 읽고는 열사라면서 열변을 토하더라고요. 그것을 보면서 책(혹은 문학)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아들과 세대차이가 제법 나는데 그것도 극복하고 말이죠. (웃음)  

 

 

(문학에 대한 기대가 없다)이렇게 말하면 안되는데, (웃음) 소설 쓸 때는 저의 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후배 작가들은 문학의 힘을 믿고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비의 저녁>에서 결국 남편이 죽고 오윤이 혼자 남겨져 종이를 만들다 기계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굉장히 상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은데 저는 정말 신나게 썼습니다. 이 부분은 저의 지인이 종이 공장에서 근무를 할 때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대요. 그래서 '이거 소설감이다' 싶으면서도 '거짓말 아니냐'고 물었는데, 실제로 신발만 남겨져 있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3년 뒤에 소설이 나오고 읽어나 보라고 보냈는데, '그냥 뻥을 친 건데 거기에 뻥이 더해져 이렇게 작품이 됐네.'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이 실패했다고 생각한 이유가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썼거든요.

 

선생님, 연애... 연애는 아닙니다.

 

안 그래도 다른 분들도 연 애소설이 아니라 예술가 소설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저는 가끔씩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면 소설이지만 굉장히 비유나 시적인 표현이라고 느낄때가 있습니다. 혹시 남편 분인 최영철 선생님의 영향인 것인지요?

 

제가 등단이 늦지 않습니까? 저는 작품 활동의 공백도 있었고요. 제가 십 몇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문학의 성취를 이룬 시인하고 사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열패감도 들고... 그래도 '저 사람은 내 손바닥 안이다' 싶은 위로를 하기도 해요. (웃음)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 했던 진한 시간이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더 많은 이야기와 조명숙 선생님께 드리고픈 질문은 접어둬야 했지만, 조명숙 선생님의 작품으로 더 깊게 만나보기로 약속하고 아쉬움 마음을 달랬습니다.

 

 

 

▶▶ 조명숙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보세요!

 

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댄싱 맘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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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






상처 입은 여성들의 마음을 살피는 공감의 태도

2012년 소설집 『댄싱 맘』 이후 3년 만에 중견소설가 조명숙이 네 번째 소설집을 출간했다. 어둠을 식별하는 감각적 문체와 정주하지 않고 유목하는 글쓰기 행보를 보였던 그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상처 입은 여성들의 세심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돌아왔다. 특히 『조금씩 도둑』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최근작 「점심의 종류」가 수록되어 있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와 현대인의 상실감을 엿볼 수 있다. 소설에 나타나는 다양한 소품들인 가정과 국가 폭력, 친구와 연인, 그리고 예술 안에서 조명숙 소설 속 인물들의 어두운 삶의 파편이 조각조각 드러난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 우물물 길어올리듯 상처의 흔적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한 태도가 엿보이는 작품집 『조금씩 도둑』에서 독자들은 작가 조명숙이 들려주는 생의 기쁨과 슬픔들을 마주하며 따스한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어떤 허구보다도 더 극적인 현실,

일상에 잠복해 있는 현실의 그 ‘리얼’한 재생

글은 기교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혼신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 아마도 이 작가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_전성욱(문학평론가)

「작가의 말」에서 “소설이란 것이 어느 시점에 착상해서 언제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 2005년의 사건과 5개월이 되기 전에 써 버린 2014년의 사건이 뒤섞여 있다.”라고 밝힌 것처럼 이번 작품집에서는 실로 다양한 시대적 배경과 서사를 이끌고 있는 여럿 인물들이 나온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있고 나서 10년 이후의 유가족의 슬픔을 재현한 「점심의 종류」에서부터, 2008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앞두고 촛불시위를 벌이는 애인을 찾는 여자의 우울한 일상을 그린 「거기 없는 당신」, 2005년 APEC정상회의를 둘러싼 어떤 사회적 기미를 ‘가가’의 하루를 통해 풀어낸 「가가의 토요일」까지 조명숙 소설이 갖고 있는 시대의 스펙트럼은 꽤 넓은 편이다. 소설이 현재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할 때, 현대사회의 병리를 짚는 것도 소설이어야 할 것이다. 그 점이 더욱 잘 드러나는 소설은 수록작 「하하네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 지망생 ‘유’의 일상을 통해 우리 삶의 부조리와 글쓰기의 문제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유’는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 ‘사물과 사람과 시간 같은 것’에 예민하려 했지만 결국 그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인 ‘하하네이션’ 내에 있는 현실의 비극에 둔감했던 자신을 뒤돌아보고 “장차 작가가 되려고 했지만, 결코 작가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떤 소설이 현실보다 리얼하겠어?”라고 되묻는다. 




딸을 잃은 세월호 그 사건 이후, 십 년

“우리가 뭘 인생이란 걸 살았다고. 그런 거 없었다.”

지금 여기 있지만 십 년 전의 그것이 아닌 리모컨, 지금 여기 있지만 십 년 전의 그 사람이 아닌 영애, 지금 여기 있지만 십 년 전의 영미가 아닌 영미, 매일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 유미. 그렇기 때문에 영애는 살아 있어야 했다. 내 속에서도 점점 희미해지는 유미를 누가 기억해 줄까? 질문을 담은 눈으로 영미를 본다. 영미에게 유미가 겹쳐진다. 잠 어린 눈을 비비며 식탁에 앉던 유미, 책가방을 메고 팔짝팔짝 뛰어서 목에 매달리던 유미, 젖은 머리카락으로 물을 뿌리며 환히 웃던 유미…가 영미처럼 있다. _「점심의 종류」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그 통탄할 사건은 이제 사건이 발생한 지 1주기가 된다. 끝나지 않은 유족의 아픔과 보상금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세월호 문제는, 인양을 해서라도 남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달라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공식 요청과 더불어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국민여론을 통해 세월호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발표된 시점이다. 조명숙의 단편 「점심의 종류」은 사건 이후 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월호 사건으로 딸을 잃은 그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엄마 ‘영애’의 삶을 다루고 있다. 소설은 기억과 회상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병치하며 서술되는데, ‘영애’는 6·25 전쟁으로 평화롭던 가족의 균열을 보이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하며 다시금 고통을 받고 영화라는 ‘환상’ 속에서도 도피할 수 없음을 발견한다. 결국 ‘영애’의 동생 ‘영미’마저 이민을 떠나고, 대한민국의 지독한 현실 속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을 위로받고 구원을 받기란 불가능함을 역설하고 있는 소설이다.



끝내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훔쳐낸 네 마음

서른두셋쯤의 나이, 띠띠와 피융이 지나온 나이의 그들이 거기 있었다. 워커를 신은 피융이 손을 내밀었고, 스카프를 두른 띠띠가 그 손을 잡았다. 탁자 아래서 그들의 무릎이 어깨처럼 조심스럽게 부딪쳤다.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띠띠는 분명히 느꼈다.

“피융과 나도 저렇게 앉아 있었어.”

서늘하고 메마른 혼잣말이 피융이라는 이름이 뚫어 놓은 구멍을 빠져나갔다. 잔영만 남은 여러 순간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저런 때가 있었다. 한 번이었는지 두 번이었는지, 세 번이었는지 네 번이었는지….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다 마침내 피융이 오면 띠띠는 달려가 얼싸안았다. 손을 잡고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 피융의 눈은 얼마나 까맣고 초롱했던지. 띠띠는 재생하고 싶은 그 순간을 붙잡으려 애썼다. _「조금씩 도둑」 중에서

열여섯 무렵, 용희, 선경, 영미 대신에 피융, 바바, 띠띠라는 이름으로 우정을 다짐하던 세 소녀가 마흔을 전후로 한 나이가 되기까지의 상처 입은 마음과 서로를 향한 위로를 담고 있는 표제작 「조금씩 도둑」은 과장된 시선이 아닌 담담한 문체로 그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냈다. 꿈 많던 청년기를 보내고 중절수술에 후유증까지 서로의 고단한 삶을 알고 있는 셋의 우정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빛이 난다. 더욱이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결국 친구였던 ‘피융’에게 조금씩 마음을 주고 만 ‘띠띠’의 마음이 애달프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취향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수긍하기로” 하면서 띠띠는 끝내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성장하지 않은 여자로 버텨냈다. 자궁을 축출한 여자가 매번 해바라기 씨를 주문하며 오지 않는 택배기사를 기다리는 이야기 「사월」과, 남자의 충격적인 죽음을 이겨나가며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는 여자의 이야기가 담긴 「나비의 저녁」 또한 상실을 겪은 여성의 삶과, 상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살아나가야 하는 생의 고단함을 그리고 있는 소설들이다. 



환상의 기록으로서의 소설

“이 모두는 사실이 아니다.”

달리는 아버지와 함께 그 집에서 옴짝도 하지 않은 채로 여섯 달에서 두 달을 더 산 막내는 숨을 거두기 사흘 전 병원에 옮겨졌다. 막내가 숨을 거두던 날에도, 세 오빠들이 침울함을 가누지 못한 채로 화장장에 다녀오던 날에도 아버지는 새벽을 달렸다. 아버지의 달리기는 막내가 죽은 뒤 몇 해가 지나도록 계속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니, 이 모두는 사실이 아니다. 막내가 폐암이라는 말을 꺼낸 날 갑작스럽게 달리기 시작한 아버지는 집에서 두 블록 지난 파출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식들의 희망사항이었을 뿐, 그렇게 달려 나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막내가 한사코 병원을 마다하고 집에서 비명을 삼킨 것도 그날 밤 그렇게 달려 나간 아버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아니다. 아버지는 아직 달리고… 있다. _「러닝 맨」 중에서

특유의 감수성으로 환상적인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조명숙의 소설은 「이치로와 한나절」과 「러닝 맨」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간결하고도 속도감 있는 문체에 덧붙여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호성이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작가는 사건의 장면들을 독자에게 묘사한 뒤, 이를 일종의 환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기발함을 보인다. 자기를 버려두고 떠나버린 엄마와, 자살을 해버린 친구 청수, 그리고 눈과 귀와 기억이 희미해져가는 할아버지를 생각해내는 ‘나’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그런 주인공에게 나타난 원숭이와 보낸 한나절의 기록을 조명숙은 소설 속에 담았다. 소설 속에 나온 원숭이는 환각이나 환상일 테지만 결국 엄마와 청수와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갸륵한 ‘나’의 마음이 담긴 ‘일상’의 한 부분일 것이다. 가족사의 곡절과 함께 배다른 막내 여동생의 죽음을 그려낸 「러닝 맨」 또한, 자식의 환상 속에서 달리는 아버지의 서사이다. 이처럼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놓은 불가능한 환상의 서사들 속에서, 독자는 조명숙 소설이 드러내는 삶의 보편적 진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발견할 것이다.


조금씩 도둑 

조명숙 소설집

조명숙 지음 | 문학 | 국판 변형 | 244쪽 | 13,000원

2015년 4월 6일 출간 | ISBN : 978-89-6545-286-7 03810

2012년 소설집 <댄싱 맘> 이후 3년 만에 소설가 조명숙이 네 번째 소설집을 출간했다. 어둠을 식별하는 감각적 문체와 정주하지 않고 유목하는 글쓰기 행보를 보였던 그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상처 입은 여성들의 세심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돌아왔다. 특히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점심의 종류'가 수록되어 있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와 현대인의 상실감을 엿볼 수 있다.




글쓴이 : 조명숙

1958년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96년 『진주가을문예』와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창작집 『헬로우 할로윈』,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댄싱 맘』(2012 향파문학상 수상)과 장편소설 『바보 이랑』, 『농담이 사는 집』 등을 썼다. 2006년 장편동화 「누가 그랬지?」로 14회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으며, 그림동화책 『샘바리 악바리』, 『아기뱀 꼬물이』를 냈다. 그 외에 산문집 『우리 동네 좀머씨』가 있고, 아내들을 위한 연시집 『하늘 연인』을 엮었다.


차례



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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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일'



서정아 지음|산지니






 관계를 화두로 한다고 소개되었던 글을 읽은 후 이 소설집이 궁금해졌다.

줄곧 디자인하게 되는 원고가 아닌 이상 산지니의 책을 따로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노력없이는 계속 그럴것 같아 표지에 끌려 궁금했던 소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한 과일>은,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

이상한 과일

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

나를, 알아?

꿀벌의 비행

해산

빙하로 가는 날엔

잎이 삼킨 것들



이렇게 총 여덟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묘하게 닮은 분위기였다.  각 소설속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관계로 인해 생기는 문제, 갈등 속에서 그것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거나 모른 척 흘려보내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소설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었으며, 배경도 가정과 직장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가끔 들려왔었던 이야기들 같았으며 그래서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책은 빠르게 읽혀나갔고, 순간순간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였다. '내상황이 이랬다면'이란 상상도 가끔 되었던 것 같다.



특이한 점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요소들이다.많은 소설들에 고양이, 민달팽이, 개미, 벌, 풍뎅이와 같은 동물,곤충이 등장하며, 그 요소들은 마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세밀히 연관되어져있는 듯 했다. 

소설속 주인공들은 외로운 사람들이었고, 인간관계는 더이상의 안전장치가 아니었다.그렇기 때문에 내 삶에 빗대어 충분한 공감을 하기는 어려운 소설들이었다. 그러나 메마르고 각박한, 상처도 많고 불안한 상황속에서 덤덤히 살아가는 20-30대 여성들의 이야기였기에 충분히 감동으로 와닿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상한 과일 - 10점
서정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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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에서 세석까지

정태규 평론집







지리산 청학동에서 세석평전에 이르기까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 남편의 여정

1994년 출간된 이후, 중견소설가 정태규의 작품세계의 원형을 이룬 첫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의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소설집 『길 위에서』와 산문집 『꿈을 굽다』를 통해 굵직굵직한 주제의식으로 작품활동을 전개했던 작가였으나, 첫 소설집의 절판으로 책을 찾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집이 있는 풍경』의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는 표제작품을 비롯하여 열세 편의 소설을 담아, 새로운 얼굴로 재출간되어 독자를 맞는다. 양부가 죽기 전에 남긴 유서에서 친부에 대한 사연을 읽고 아들이 지리산을 오르는 표제작 「청학에서 세석까지」를 비롯해, 젊음의 상처라는 통과제의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수」, 행복했던 유년 시절을 다룬 「집이 있는 유년 풍경」 등 각기 다른 소설들에서 작가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인간됨의 문제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비인간성 속에서도 인간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아범아. 이 애비는 사상이 뭔지 역사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핏줄이란 것만은 안다./ 아범아./ 나는 때때로 예수쟁이들이 믿는 그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느낀단다. 그때 그 빨치산 대장이 우릴 살려준 것과 내가 너를 발견하고 부자지간의 인연을 맺게 된 사실 사이에는 아무래도 불가사의한 어떤 신비로운 손길의 작용이 있었으리라 믿어질 때가 있다. 

_「청학에서 세석까지」에서


정태규의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인간성이다. 정태규의 소설 속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 가령 표제작 「청학에서 세석까지」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임에도, 속을 들여다보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역사가 아닌 ‘육친성’과 ‘인간됨’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집이 있는 유년 풍경」에서는 22평의 시민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옛이야기를 통해 결코 물질적인 돈이나 집, 명예나 지위로 행복을 안위할 수 없음을, 행복은 다른 것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의 늪」에서 베트남 전쟁 와중에 집단 성폭행 현장에 동참했던 주인공이 이후 내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비인간성에 대하여 회의한다.




원초적 아늑함으로서 ‘집’을 그려내다

정태규의 첫 소설집에서는 유독 ‘집’이라는 소재가 많이 드러난다. 이는 「집이 있는 유년 풍경」, 「아버지의 가을」, 「형의 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주로 유년 시절 집의 풍경은 행복한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유년의 추억으로 켜켜이 쌓인 행복한 집의 공간은 집 밖으로 쫓겨나는 경험을 통해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할 뿐이다. 정태규는 소설 속에 가스통 바슐라르의 “집은 육체이며 영혼이자 인간 존재의 최초의 세계이며, 또한 그것은 정녕 하나의 세계이며, 또한 그것은 정녕 하나의 우주이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6․25 전쟁(「형의 방」)과 60년대 시위 장면(「집이 있는 유년 풍경」)을 통해 가정이라는 작은 공간이 시대의 흐름에 어떻게 바뀌는지, 또한 한 개인이 성장하는 공간 속에서 시대상황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놓치지 않는 정태규의 문학세계

사내의 가르마는 왼쪽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앞 차례로 이발을 하고 나간 사람들 모두가 왼쪽으로 가르마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언제 이런 게 생긴 것일까. 내가 나 자신의 자유의 탑 속에 갇혀 있을 때 사람들은 함께 음모하였던 것일까. 가르마를 모두 왼쪽으로 통일시키기로. 여기는 어딜까. 이곳의 주인은 정말 저 이발소 주인일까. 그 빌어먹을 가르마. 그것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결국은 한 가지일까. 

_「가르마를 위하여」에서

그의 모든 작품들이 휴머니즘만으로 점철된 것은 아니다. 소설 「가르마를 위하여」에서는 이발사의 가르마를 타는 행위에서 이발제도가 지니는 이데올로기를 읽고 있으며, 「원조를 찾아서」는 언론제도의 허구성을, 「모범작문」은 교육제도의 모순을 말하고 있다. 한편 「지하철 순환선에서」는 가부장제 속에서의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다양한 사회문제를 탐구하는 정태규 문학세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글쓴이 : 정태규

1958년 경남 합천 출생. 부산대학교 대학원(국문학과)을 졸업하였고,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집이 있는 풍경』(개정판 『청학靑鶴에서 세석細石까지』), 『길 위에서』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꿈을 굽다』, 평론집으로 『시간의 향기』가 있다.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 제28회 향파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과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청학에서 세석까지     정태규 소설집

정태규 지음
평론 | 신국판 | 
348쪽 | 16,000원

2014년 10월 20일 출간 | ISBN : 978-89-6545-269-0 03810

1994년 출간된 이후, 소설가 정태규의 작품세계의 원형을 이룬 첫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의 개정판. 그동안 소설집 <길 위에서>와 산문집 <꿈을 굽다>를 통해 굵직굵직한 주제의식으로 작품활동을 전개했던 작가였으나, 첫 소설집의 절판으로 책을 찾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에 표제작품을 비롯하여 열세 편의 소설을 담아, 새로운 얼굴로 재출간되었다. 



차례



청학에서 세석까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오늘 소개할 책은 서정아 소설가의 『이상한 과일』입니다. 서정아 소설가의 첫 책이라 조금 더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설명보다 이번 책 재밌습니다. 진~짜!  









관계가 불러오는 불안과 고독을 포착한 

서정아 첫 번째 소설집

“모든 일들은 용서받을 수 있거나 모른 척 지나가게 될 것이다”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서정아 소설가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은 관계를 화두로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남편과 아내, 엄마와 딸, 친구와 애인 등 인간관계가 불러오는 불안과 고독을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로 드러내고 있다. 유부남과 만나는 친구,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괴로워하는 나, 권태를 숨기고 사는 부부 등 작중인물들에게 인간관계는 더 이상 세상에 안전장치가 되어주지 못한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관계로 인해 생기는 갈등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기보다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거나 모른 척 흘려보낸다. 갈등 없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실제 우리의 삶과 닮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서정아 소설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인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탐색한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가정과 직장을 삶의 무대로 삼고 있는

현대 젊은 여성들의 이


서정아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여성들이며, 이야기의 주 무대는 가정과 직장이다. 「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와 「나를 알아?」 는 직장에서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고, 「해산」은 아이를 잃은 여성이 엄마와의 유년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정아 소설가는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삶을 소설에서 외면하지 않고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직장에서 소문의 중심이 되는 여성, 어린 시절 가족 내 성폭력을 당한 여성, 아이를 잃은 여성 등 현대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로 직장생활과 애정문제, 가족과의 갈등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소재는 소설의 이야기를 더욱더 현실감 있게 만들며, 현대 젊은 여성들의 공허한 내면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게 한다.


젊음은 아름답고 순수하기에 위태롭고 영원하지 못하기에 절박하다. 서정아의 소설은 꽃 같은 젊음이 왜 슬픈지, 혼돈스런 젊음이 어떤 희생을 치르고 제자리를 찾는지를 온몸으로 묻고 답하는 이십대 여성들의 세계다. 소설 속의 인물이 현실의 우리와 다르다면 어디든 끝까지 가보기 때문인데, 끝까지 가서 그들이 선 자리는 상처투성이로 발가벗겨지고 되돌아올 수 없는 세상의 끝 죽음이기도 하다. 탄력과 절제를 갖춘 플롯, 집중적인 감정, 메마른 시선의 형식미가 인물들을 기억에 남게 한다. _조갑상(소설가)




일상의 균열과 폭력을 은유적으로 표현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은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노래 제목이다. 백인에게 린치로 교수형을 당한 흑인들의 시체가 나무에 매달려 흔들리는 것을 보고 루이스 알렌이라는 사람이 시를 썼고, 이걸 빌리 홀리데이가 노래로 불렀다. 루이스 알렌은 이런 끔찍한 광경을 보고 흑인의 시체를 이상한 과일이라고 묘사했다. 

표제작「이상한 과일」에서 남편은 대화와 섹스를 거부하는 아내로 인해 직장동료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내의 불륜을 짐작하지만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남편은 아내에게 묻지 않는다. 이번 소설에 해설을 쓴 김필남 평론가는 “세상의 잣대로 보자면 남편은 이상하다. 그런데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들, 즉 게이, 기형적으로 짧은 다리를 가진 고양이, 불륜, 사생아 등이야말로 이 복잡하고 모호한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시선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서정아 소설가는 소설 속에서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일상의 균열과 폭력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남쪽에 있는 나무에는 이상한 과일이 열렸네. 잎새에 묻은 피와 뿌리에 묻어 있는 피. 검은 육체가 남풍을 받고 흔들리네. 이상한 과일이 포플러 나무에 열렸네. ……나무에 매달린 흑인 시체를 과일에 비유한 거예요. 가사가 섬뜩하지 않아요?” _「이상한 과일」 36쪽


옳은 것, 예쁜 것만 찾는 기형의 세상에서 그것보다 더 이상하다고 하는 것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 세상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_「해설」 229쪽




지루함 없이 빠르게 읽히는 재미


이 소설집의 또 다른 매력은 이야기의 속도감이다.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읽히는 이야기는 당연 독자들에게 재미를 안겨준다. 서정아 소설가가 한 올씩 땋아 내려가는 사건들은 절제된 구성력으로 탄탄한 전개를 보인다. 가정, 직장, 연애 등 젊은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으로 독자에게 가독성과 흥미를 함께 선사한다.


박 실장은 등산에 어울리지 않는 김선주의 옷차림을 비꼬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마냥 밝게 웃었다. 회사에서도 늘 그랬다. 좋게 말하면 순진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좀 모자라 보일 정도로 눈치가 없었다. _「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66쪽


혹시나 다른 곳에 들어가 있나 싶어 사무실 사람들의 책상 서랍과 캐비닛까지 모두 뒤져 보았지만 류의 문서철은 나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지난 금요일 나의 집에서 소각되었으니까. _「나를 알아?」89쪽



작품 소개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

젊음과 아름다움이 변질되는 것이 두려운 ‘경’, 이런 경을 좋아하는 ‘미수’, 끊임없이 남자를 유혹하는 엄마. 미수는 엄마 역시 영속성을 집착하며 남자를 유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과일」

부부 사이에서 일어난 권태와 불신에 관한 이야기. 대화와 섹스를 거부한 아내를 견디지 못해 직장 동료와 불륜을 저지른 남편.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에게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

직장에서 소문의 중심에 선 김선주가 주인공 최해연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며 가까이 다가온다. 안락한 일상에 방해받고 싶지 않은 최해연은 김선주가 부담스럽다. 김선주는 최해연에 대한 연민과 안락한 자신의 삶을 지키고 싶은 두 가지에서 마음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나를, 알아?」

직장에서 인기 많은 ‘류’와 가까워진 주인공 ‘나’. 그러나 ‘류’는 자신과 친해졌다는 이유로 ‘나’를 마음대로 생각하고 재단한다. 그러나 ‘류’ 역시 이런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편파적인 이미지에 갇혀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꿀벌의 비행」

문득 하진은 남자친구 명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언젠가부터 명의 곁에는 후배 은지가 있고 둘 사이가 계속 의심된다. 의심은 집착을 낳고 명과의 관계도 위태롭게 만든다.


「해산(解産)」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 현주는 임신을 하게 된다. 현주는 미혼모가 되기로 결정하지만 결국 사산된 아이를 낳는다. 엄마를 찾아가 위로를 받고 싶지만 엄마는 어릴 때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줬던 그대로 냉랭하다.


「빙하로 가는 날엔」

불륜, 성폭행, 이별을 겪은 젊은 두 여성의 이야기. 유부남과 만나고 있는 친구, 어릴 때 가정 내 성폭력을 당했던 나. 그러나 비밀스럽게 지켜왔던 두 사람의 과거는 폭로된다. 상처를 딛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젊은 두 여성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그렸다.


「잎이 삼킨 것들」

주인공 ‘나’가 대학 졸업하고 얻은 취직자리는 학원 강사. 잘 나가는 학군에 학원 강사를 하면서 원장과 학생들에게 은근한 멸시를 받는다. 우연히 대학 때 선망하던 선배를 학원 건물에서 마주친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변한 선배와 마주하면서 지금 내가 잊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자문한다.






글쓴이: 서정아

1979년 인천에서 출생, 여러 도시를 거치며 성장하다 1996년 부산에 정착했다.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clawjsanf@hanmail.net




『이상한 과일』

  서정아 소설집


서정아 지음 | 소설 | 신국판 | 242쪽 | 13,000원

2014년 9월 30일 출간 | ISBN : 978-89-6545-264-5 03810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서정아 소설가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은 관계를 화두로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남편과 아내, 엄마와 딸, 친구와 애인 등 인간관계가 불러오는 불안과 고독을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로 드러내고 있다.





+차례




절찬리 판매 중!

이상한 과일 - 10점
서정아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조갑상 작가님의 소설 『테하차피의 달』을 읽었습니다.


『테하차피의 달』은 소설집인데요, 주로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계획된 살인으로 인한 죽음, 갑작스런 사고사, 우연히 들려온 잊혀 가던 이의 죽음 등. 물론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가 전부는 아닙니다. 다만 제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핵심이랄까 그런 것이 죽음과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바람의 언덕

출처-네이버

책의 제목인 ‘테하차피의 달’은 소설집에 일곱 번째로 실려 있는 소설입니다. 읽기 전 제목을 보고 제목이 참 신비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테하차피’란 인디언 말로 ‘바람의 언덕’이라는 뜻이라고 설명이 나옵니다. 인디언 말은 정말 독특하고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저는 ‘테하차피의 달’도 읽으면서 좋았지만 다 읽고 난 후 뇌리에 박혔던 소설은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없으랴’라는 소설, 소설집 첫 번째에 실려 있던 소설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실려 있었고 분량도 그리 길지 않았지만 다 읽고 나서 그리고 읽을 때에도 뭔가 강렬하게 다가 온 소설이었습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단편소설엔 힘없이 일본인들에게 당하는 조선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꿈꾸기 어려운 시절 나름대로 희망을 가지고 사랑을 품으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조선인 여성이 무엇을 해보려고 하지만 제대로 시도도 해보기 전에 그 꿈은 꺾여버립니다. 가혹한 시대 속에서 힘없는 식민지 백성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잔혹함에 소설집을 다 읽고 내려놓은 후에도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이 소설을 지워낼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제사. <출처 : wikipedia(frakorea)>출처 : wikipedia(frakorea)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소설은 다섯 번째 소설 ‘어느 불편한 제사에 대한 대화록’입니다. 이 소설을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얼마 전 읽었던 『밤의 눈』이 생각나서입니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제목이 특이하네 하면서 ‘제사’란 글자를 보고 제사를 누가 맡을 지를 정하는 건 언제나 골치지 하면서 소설을 읽어나갔는데, 제사 문제가 처음 내가 생각한 제사 문제가 아님을 곧 깨달았습니다. 소설 속의 제사 문제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의 2주 차이 나는 기제사를 합치는 것이었는데(여기까지도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이유가 참 씁쓸합니다. 남매들의 아버지는 보도연맹 사건으로 학살된 분이셨고 그 후 가족들은 아버지가 좌익인사라는 낙인 때문에 알게 모르게 고생을 하며 살았습니다. 해서 아버지의 제사를 하기 시작한 것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참이 지난 후였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제사를 어머니의 기일로 합치자는 큰형의 말을 시작으로 갈등이 시작됩니다. 제사를 합치고자 하는 큰형의 마음은 묻혀버린 과거로 불편한 일들을 겪어야하는 것은 자기대로 끝나야하고 다음 세대들에겐 그런 것들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고 이를 반대하는 남동생은 불편한 과거를 제대로 알고 잘못된 지난날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입니다. 둘에게 있어 아버지는 무겁고 자신을 억압하는 존재이지만 그 고리를 끊고자 하는 마음과 안 된다는 마음으로 서로 충돌하는 것입니다. 보면서 정말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이 정말 유가족들의 심정, 아픔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큰형도 아버지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이 그 때문에 받은 상처가 혹여 자신의 자식들에게로 이어질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에 그런 것임을 알 수 있었기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소설 두 작품을 얘기하고 보니 두 작품 모두 억압받던 시대에 고통 받았던 사람들과 관련된 얘기라는 공통점이 보이네요. 이 두 작품이 특히나 마음에 깊이 와 닿은 것은 실제로 있었을 법한 이야기이고 그런 이야기 속에서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를 느끼며 감정적으로 동화가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야기 속의 시대는 지금과는 다른 시대여서 우리가 제대로 공감을 하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그때를 깊이 이해하고 느끼려 해봐도 감히 다 알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억압의 고통은 직접 받지 않고는 제대로 느낄 수 없으니까요. 글로만 읽어도 이렇게 섬뜩한데 실제는 어떠했을 지 상상이 잘 되지 않네요.


우리는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유명아이돌이 ‘민주화’라는 단어를 부정적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 전 그것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민주화’라는 단어를 그렇게 사용하게 된 배경이 무서웠고 그 단어를 사용한 사람도 그 단어의 사용을 용서한다는 사람들도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훌륭한 분들이 피흘려가며 투쟁해서 얻어낸 ‘민주화’를 그런 식으로 사용한 건 너무 잘못된 거죠. 용서받기 힘든 일이며 설사 용서를 하더라도 그분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요즘 사회가 많이 병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과거를 되새길 수 있는 책이나 자료들을 읽으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조갑상 작가님의 『테하차피의 달』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 삶 대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입니다.


테하차피의 달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저 남자의 얘기는 대부분 거짓이지만 그중에는 진실도 섞여 있죠.

  그래서 긴장해서 들어야 해요.”





정광모 소설집 

작화증 사내













독특한 신예작가가 한국 문단계에 등장했다. 일상의 내부를 비집고 들어온 치밀한 상상력으로 점철된 소설가 정광모의 세계는 담담하면서도 드라이한 개성을 지녔다.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알싸한 맥주거품이 솟아오르듯 현대인이 품고 있는 절망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군더더기 없는 하드보일드 문체로 현실을 끄집어 올리는 작가 정광모의 첫 소설집 『작화증 사내』는 그래서 더욱 독특하다. 왜곡되고 비틀린 현실 속, 정신병원에 감금된 한 사내의 거짓 이야기로부터 작가는 이야기의 본질과 소설적 진실의 자리를 되묻고 있다.





담담하면서도 치열하게 현실을 비틀다

‘첫 문장을 쓰고, 이어서 차근차근 인물의 스토리와 운명을 결정하노라면 (…) 나는 창조주가 세상을 창조하면서 느낀 기쁨에 조금이라도 접근했다는 쾌감에 젖는다.’_정광모, 「작가의 말」


2010년 월간지 「한국소설」로 등단한 작가 정광모는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을 뒤로하고 전업작가로 나섰다. 치열하게 현대 문명을 탐구함과 동시에 문학의 존재 이유를 성찰한 결과물이 바로 이번 소설집 『작화증 사내』에 담겨 있다. 현대인의 일상을 일곱 가지 단편으로 무덤덤하게 짚고 넘어간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기계화된 문명 속에서 체제 순응적 삶을 강요당하는 인간 군상을 포착해냈다. 그것은 별일 없는 무료한 일상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작가 정광모의 부단한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사실과 허구 속에 놓인 작화 행위를 묻다


정광모의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우직하게 끌고 가는 힘이며, 이를 통해 우리 생의 의지를 북돋고 바른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그 정직함에 있다. _박형준(문학평론가)

주인공들은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하면서, 또는 탈출하려 몸부림치면서 궁극적인 삶의 신비를 체험한다. _윤후명(소설가)

정광모 소설은 모든 것이 갖춰진 현대 문명 속에서, 구원이 없는 인간의 실존을 그린다. 개성이 예술의 중요 덕목이라면 정광모 작가는 드라이한 현대적 개성을 지녔다. _이복구(소설가)


7편의 단편 가운데 표제작은 「작화증 사내」이다. 작화증(confabulation)이란, “공상을 실제 일처럼 말하면서 허위라고 깨닫지 못하는 병”을 의미하는 정신병리학적 증세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화증 환자의 작화 행위를 ‘박’이라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지긋이 바라보면서 ‘이야기’의 본질을 묻고 있다. 스토리텔링 기법이 각광받고 상상력이 주목받는 시대이나, 소설 속에 그려지듯 ‘작화증 사내’의 행위들은 모두 미치광이 ‘작화증 환자’의 행동으로 치부될 뿐이다. 임상심리사의 발화를 통해 사내의 말들은 단순한 허위 이야기의 차원을 넘어, 사회 시스템을 뒤흔드는 사회적 ‘질병’으로까지 위험시된다. 이처럼 작가 정광모는 감정적인 수사를 배제하고 담담한 필치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와 은폐된 사실을 그려냈다. 이로써 작가는 문학적 사유와 함께 진실과 허위로 얼룩진 ‘이야기’의 구조 자체에 대한 탐구를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비순응적 삶의 양식을 조명하다

정광모 소설가가 드러내는 현실인식은 여타 작품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차마 마주하지 못하는 역사적 외상을 ‘용두산공원’이라는 역사적 장소를 통해 드러내는 한편(「기억 금지구역」), 진실을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을 손쉽게 강요당하는 우리 사회의 순응주의를 꼬집기도(「답안지가 없다」) 한다. 직장의 회식 자리마저도 업무능률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구조화되는 현실(「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이나,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늘 새로운 과업을 창출해 낼 것을 주문받는 현대인의 쓸쓸한 단면(「시시포스 묻히다」)을 묘파해 내기도 한다. 

이처럼, 소설집 『작화증 사내』는 기존의 개인적 서사와 감정을 위시한 주류문단의 서사 방식과는 달리, 정광모 작가만의 독특하고도 치열한 작가의식으로 현대인의 실존과 함께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낸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추리적 전개, 새로운 스타일의 발견

한편, 소설 「밤, 마주치다」는 ‘박관수 시장’이 도모하고자 하는 수많은 일이 좌절되고 그로 인해 어긋나는 일상 속에 느끼는 ‘박관수 시장’의 무력감과 피로감을 여실히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대 정치의 비정함과 살인의 유사성’을 그려 내고 싶었다고 말하는데, 정치적 협잡과 뒷거래가 오가는 가운데 느끼는 주인공의 염세적 삶의 태도는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시체의 검은 봉투에서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텔레비전 뉴스에 연일 보도되는 아주 일상적인 사건을 두고 ‘검은 봉투’라는 소설적 매개를 통해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실에 끈끈이 밀착되어 있으면서도 구성지게 어울리는 정광모 작가만의 상상의 조미료를 첨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덤덤하기에 오히려 매력적인 정광모의 세계는 그러나 절망만으로 점철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증의 시작과 끝」에서 이 시대의 우울과 직접 대면하라고 작가는 종용하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보다 주목되는 작가 정광모. 그는 풀리지 않는 인생의 미로를 일곱 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의 입을 빌려 포착해 내는 뛰어난 묘사력과 상상력을 동시에 지녔다.

 

『작화증 사내

산지니소설선 17
정광모 지음
문학 | 국판 변형(140*205mm) | 244쪽 | 12,000원
2013년 3월 28일 출간 | ISBN : 978-89-6545-213-3 03810

군더더기 없는 하드보일드 문체로 현실을 끄집어 올리는 작가 정광모의 첫 소설집. 현대인의 일상을 일곱 가지 단편으로 무덤덤하게 짚고 넘어간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기계화된 문명 속에서 체제 순응적 삶을 강요당하는 인간 군상을 포착해냈다. 왜곡되고 비틀린 현실 속, 정신병원에 감금된 한 사내의 거짓 이야기로부터 작가는 이야기의 본질과 소설적 진실의 자리를 되묻고 있다.

 



글쓴이 : 정광모

부산 출생. 2010년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대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을 졸업했고 저서로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 있다.


차례

기억 금지구역

시시포스 묻히다

밤, 마주치다

답안지가 없다

작화증 사내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

통증의 시작과 끝


해설 : 비순응적 삶의 형식-박형준

작가의 말


작화증 사내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2011년 제11회 부산작가상 소설 부문에 『불온한 식탁』의 나여경 소설가가 선정되었습니다. 축하드려요. 샘^^


지난 1년 간 부산작가회의 회원들이 발간한 시집과 소설집을 대상으로 했는데요. 시 부문에는 『칸나의 저녁』으로 손순미 시인이 선정되셨네요.

부산작가회의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심사평입니다.

부산작가상 소설부문 심사평

올해 부산작가상 소설 부문의 심사대상은 아홉 편이 심사 대상에 올랐던 지난해와 견주어 볼 때 작품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사 대상의 작품수가 많지 않았던 만큼 심사위원들은 더욱 꼼꼼하고 세심하게 작품들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읽고 검토하였다. 작품집 모두에서 그들의 작가적 역량과 노고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수작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조심스럽고 부담스런 심사의 지난한 과정을 보람되게 만들어 주었다.
막상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들 중에서 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오랜 논의와 고심 끝에 소설부문 올해의 부산작가상은 나여경 작가의 <불온한 식탁>에 수여하기로 결정하였다. 작품집의 완성도와 함께 무엇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주목한 선택이었다.
<불온한 식탁>은 나여경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몇몇 작품에 드러난 결말처리의 미흡성이라든가 삽화적인 상황처리가 지적되기도 했지만, 서사를 무리 없이 끌고나감으로써 얻어지는 가독성의 미덕이 그런 단처를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여성의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돋보였다. 가족과 사람의 관계를 소박한 온정주의적 시각으로 그리지 않고, 그 ‘불온함’에 주목하는 예리함이 좋은 평을 이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탐구하는 성실함이 돋보이는 작품집이었다. 환상이 리얼리티를 가로막고 기교가 작가적 뚝심을 대신하는 지금의 문단 세태 속에서 그런 성실함은 무엇보다 중요한 작가의 미덕이라 여겨졌다. 심사위원들의 고뇌어린 판단이 작가에게 용기와 격려가 되었으면 한다. -
심사위원: 이복구(소설가), 전성욱(문학평론가)

『불온한 식탁』 책소개 보기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300만 원)이 주어지며, 시상은 12월 9일(금) 저녁 6시30분 부산작가회의 송년의 밤(장소: 초량 노블리아 뷔페) 때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샘!! 꽃다발 들고 축하하러 가게요.^^


 

Posted by 비회원


곰이 뜬 건 그때였다. 멀리서 헤드라이트 빛이 보였다. 곰이다, 외치는 함성과 급히 뛰는 구둣발 소리, 냄새를 맡은 우리 애들이 대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나는 집 뒤로 달렸다. 예상대로 비상문이 열리고 범털 형님이 호위를 받으며 뛰어나왔다. 우선 범털 형님을 차에 태워 보낸 후 다른 보살들을 위해 비상문을 열었다. 이미 마당으로 진입한 두 명의 곰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 나를 보자 순간 멈칫하던 한 명의 곰이 먼저 주먹을 날렸다. 급히 고개를 옆으로 피하며 발을 올려 곰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짧은 신음과 함께 중심을 잃은 곰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몸을 돌려 뛰려는 내 등으로 불구덩이 쏟아진 듯 통증이 느껴졌다. 곰이 내 등을 향해 내려친 각목이 반 토막 나며 멀리 튀어 달아났다. 몸을 낮췄다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곰의 복부를 구둣발로 찍었으나 헛발질이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내게 곰이 다가왔다. 급한 대로 돌을 주워 던졌다. 이마를 움켜진 곰의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피가 보였다. 

-「더미의 변명」에서

이처럼 폭력이 난무하고 스릴 넘치는 사내들의 어두운 세계를 그린 작가가 여성작가라는 것이 믿어지세요. 이 작품의 저자는 바로 나여경 소설가로 등단 10년 만에 이번에 첫 소설집 『불온한 식탁』을 출간하게 되었답니다. 정말 제목 한번 불온하지요. 내용도 정말 불온하답니다.^^

나여경 소설가, 한 미모 하시죠.^^



저처럼 순진한 사람은 중간 중간 ‘이런 세계도 있었어?’, ‘아! 좀 야하네’ 하는 장면이 곧잘 나온답니다. 어디서 소재를 구하는지 작가가 직접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아닌지?(죄송^^) 살짝 의심이 들 정도랍니다. 각 작품마다 독특한 소재들을 잘 가공하여 인물의 성격과 사건의 역동적 구성 속에 잘 버무려 뚜렷한 서사성과 재미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답니다.

책소개 보기

10년 만에 묶은 소설집이라서 그런지 그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 이 소설집 안에 고스란히 잘 녹아 있는데요. 한마디로 정말 술술 재미있게 잘 읽힌답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를 견지하면서도 든든한 서사성을 담보하고 있어서 한번 잡으면 다 읽어야 손을 놓게 된답니다. 너무 자랑만 하나요? 편집자로서 작가에 대한 콩깍지랍니다.^^

11월 마지막 날 『불온한 식탁』 출판기념회를 가졌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는데요. 제가 아는 부산 작가분들은 거의 참석하신 것 같더라고요. 7080세대들이 좋아할 아주 분위기 있는 라이브카페에서 했는데요. 요즘 보기 힘든 DJ 준이 오빠도 나오는 그런 곳이랍니다. 아쉽게도 이 날은 준이 오빠의 얼굴은 봤는데 목소리는 듣지 못했답니다. 나여경 샘이 전설의 그 ‘쭌이 오빠’ 목소리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말입니다.

DJ 박스 안의 준이 오빠(?)


저자분 성향에 따라 출판기념회는 그때그때 분위기가 넘 다른데요. 이날은 한 우아했습니다.

재즈 밴드의 트렘펫 연주


식순에 의해서 1부는 재즈밴드의 축하공연(?)과 간간이 세미클래식 연주, 추리문학관의 김성종 선생님,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이신 김헌일 선생님 그리고 이 소설집에 해설을 써주신 정태규 선생님의 축사와 덕담이 이어졌답니다. 그런데 정태규 선생님은 해설에 써주신 내용을 다시 한 번 길게~~ 요약정리해주시는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정태규 샘의 기나긴 축사^^


2부는 맛있는 저녁식사 시간. 저는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갔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돈까스(?) 유혹에 혹해서 또 먹고 말았답니다.

3부는 참석하신 여러 동료 문인들과 주거니 받거니 축하주를 나누며 즐거운 여흥시간을 가졌는데요. 소설가 이상섭 샘이 사회를 맡으셨는데, 살짝 야한 이야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하셨는데 사실 반응은 별로 없었답니다.ㅎㅎ 글을 쓰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다 알고 계셔서 그런가(?!)

갑자기 저희 출판사 식구도 나와서 노래를 하라고 하는 바람에 단체로 굴비 역이듯 달려 나가 한 봉변을 당하고 왔습니다. 사장님이 ‘밤배’를 부르고 우리는 뻘쭘하게 서서 있다 들어왔는데요. 사회 초년생 이래 처음 당하는 뻘쭘함이었습니다. 정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나여경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11시까지 자리가 이어졌는데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지 2차로 노래방에 가서 새벽 1시까지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선생님 『불온한 식탁』 출판 정말 축하드리고요, 다음 작품은 장편 기대합니다.^^

불온한 식탁 - 10점
나여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신국판, 300쪽, 10,000원

'부산의, 부산에 의한, 부산을 위한' 특별한 소설집이 출간 됐습니다. 사실 이 멋진 제목은 연합뉴스 고미혜 기자님의 작품입니다. 신간 <부산을 쓴다>를 소개하는 기사 제목을 요렇게 달아놓으셨드라구요.

 

 

 

그림 심점환 (부산일보 사진제공)

작년 요산(樂山) 김정한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08년 8월 14일부터 매주 한 차례 부산일보에 연재됐던 단편소설들을 묶어 책으로 낸 것입니다. 책에는 신문에 연재되지 않은 8편을 더해 모두 28편의 작품이 실렸습니다. 책은 글을 살리느라 그림을 뺐지만 신문 연재는 서양화가 심점환의 그림도 같이 볼 수 있답니다.

 

20대 여성 작가부터 70대 원로 소설가에 이르기까지 부산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28명의 소설가들이 쓴 원고지 30장 분량의 짧은 글들의 배경은 구포시장, 사직야구장, 용두산공원, 반송, 영도다리, 온천천 등 부산 곳곳입니다.

 

 

온천천은 부산 금정산에서 시작해 금정구,동래구,연제구를 거쳐 흐르는 하천입니다. 과거 무분별한 개발로 하천 생태계가 거의 파괴되고 오염이 심해 사람들이 외면했는데, 1995년부터 연제구에서 온천천 살리기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자연환경이 많이 살아났습니다. 더불어 하천옆의 집값, 땅값도 많이 오르고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 받아 주말이면 꽤 북적거립니다.


 

정태규의 '편지'는 동래읍성 해자(垓字)에서 발견된 400년 전 부부의 편지를 읽고 죽은 남편에게 편지를 쓰는 아내의 이야기다.

임진왜란 당시 함락의 슬픔을 안고 있는 동래읍성은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부부의 애틋한 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됐다.

1987년 초량동을 배경으로 한 정형남의 '필름 세 통의 행방'에는 생전의 요산 선생이 등장하기도 한다.

시위군중과 진압경찰이 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한 출판기념회에서 요산 선생이 축사를 위해 찾았는데, 성황리에 마친 그 출판기념회의 사진을 찍은 필름 세 통의 행방은 이십 년이 훌쩍 뛰어넘은 후에도 묘연하다.

촛불집회를 보도하는 TV에 우연히 잡힌 옛 사랑을 찾아 서면으로 간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조명숙의 '거기 없는 당신'에서 등장하는 대현지하상가, 동보극장, 쥬디스태화처럼 부산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지명들도 소설집 곳곳에서 등장한다.
-연합뉴스

수록작 가운데 박명호의 단편 〈야구장에서 돼지를 사냥하다〉는 사직야구장을 무대로 부산 사람들의 유별난 야구 사랑을 그렸다.
-조선일보




부산을 노래한 시는 간간이 시집으로 묶여 나왔지만, 소설의 경우 집단적으로 지역을 화두로 한 창작물이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으로는 혹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서울을 쓴다><마산을 쓴다> <통영을 쓴다> 등등.

 책의 표지 그림은 부산역 맞은편 보리밥집 거리 풍경인데, 첫 창작 그림책 <입이 똥꼬에게>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젊은 미술가 박경효의 작품입니다. 최영철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산지니)에 그린 부산 관련 작품들과 그림책에 실린 원화들로 2008년 여름  광안리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었지요.



 

책 속으로

 

삼팔따라지 인생이라는 말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짓고땡 노름판에서 삼월 사꾸라와 공산 팔 패를 잡으면 끝장이지만 여기서는 숫자의 의미가 확 달라진다. 평일에는 파리를 날리다가도 장날이 되면 한 밑천 톡톡하게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오일장이 현대인들의 외면으로 사라져 가고 있지만 구포장은 좀 다르다. 낙동강 유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좋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사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지금도 장날이 되면 유동 인구가 이만여 명을 넘을 정도다. 
- 본문133~134p <아름다운 숙자씨>

 

도와줄 거라며 불룩한 배를 디밀고 여기저기 다니던 남편은 가만히 있으라는 타박을 듣고 난 후 먹다 남은 배를 손가락으로 집어먹고 있었다. 안 먹으면 그것도 처치 곤란이니 이곳저곳 얼쩡거리는 것보다야 나았지만 명절 끝이라 여전히 주는 것 없이 미웠다.
저렇게 맛있을까.
H는 힐끗 남편을 쳐다본 후 다시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따 반송 한 번 가 볼까?”
입 안에 배를 문 남편의 불분명한 발음이었지만 H는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뭐 바안쏭?
여벌 수저를 챙기던 H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 사람이 갑자기……?
수저를 들고 있던 손끝이 아주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 어쨌든 못 들은 척했다.
“반송에 가 보자니까.”
못 들은 척하기에는 너무 큰 목소리였다.
“뭐 하러?”
H는 시치미를 떼고 최대한 퉁명스럽게 물었다.
“상가를 한 번 볼까 해서. 3호선이 개통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H는 갑자기 볼일이 생각났다는 듯 수저를 내팽개치고 베란다로 나갔다. 금방까지 떠올리고 있던 ‘그때 그 사람’ 변이 살고 있던 곳이 바로 반송이었다.  
- 본문133~134p <반송을 만나는 두 가지 방법>


차례

1부
편지 - 동래읍성 정태규
마지막 인사 - 범어사 정인
야구장에서 돼지를 사냥하다 - 사직야구장 박명호
별을 향해 쏘다!! - 온천천  김미혜
연꽃은 피고, 또 지다 - 두구동 연꽃소류지 이인규
온천장의 새벽 - 금정산 전용문
영혼들의 집 - 영락공원 유연희

 2부
다시, 희망을 - 구포국수 이상섭
연인 - 을숙도 박향
일몰 - 삼락공원 김일지
물이 되어 - 녹산 수문 주연
설레는 마음으로 - 다대포  김서련
아름다운 숙자 씨 - 구포시장  고금란

3부

거기 없는 당신 - 서면 조명숙
가족사진 - 용두산공원 황은덕
아침바다를 만나다 - 태종대 옥태권
시간의 꽃을 들고 - 부산진성  박영애
영도, 다리를 가다 - 영도다리 구영도
필름 세 통의 행방 - 초량  정형남
태양을 쫓는 아이 - 하얄리아부대 이정임

4부
모리상과 노래를 - 해운대  조갑상
반송을 만나는 두 가지 방법 - 반송 정영선
뜨거운 안녕 - 좌수영교 이미욱
빛과 그늘 - 광안리  문성수
낙농마을 이야기 - 황령터널  정혜경
내 님을 그리사와 - 정과정비  이규정
매미가 울었다 - 수영사적공원  김현
월가(月歌) - 이기대  나여경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