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 인문 에세이『시인의 공책』이 <생활성서>에 실렸습니다.

<생활성서>는 1983년, 한국 천주교 선교 200주년을 기념하여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설립한 출판사 생활성서사에서 낸 월간지입니다.

 

 

 

 

 

 

 


 

 

 

시인의 공책

 

구모룡 지음 | 208쪽 | 13,000원 | 2018년 7월 10일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시인의 공책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최원준. 시인이자 음식문화칼럼니스트. 1987년 부산의 대표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했으며, 1995년 시 월간지 『심상』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북망』 이 있다. 부산학과 현장 인문학을 중심으로 강좌, 저술, 연구 활동으로 각계각층의 부산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문화기획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칼럼, 방송, 강좌 활동 등으로 음식 인문학과 음식 문화사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음식 관련 저서로 『음식으로 부산 현대사를 맛보다』, 『이야기 숟가락 스토리 젓가락』등이 있다. 또한 ‘부산광역시 맛집 선정위원회’ 선정위원, ‘푸드스토리 인 부산’ 공모전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맛칼럼리스트가 아닌 음식 문화칼럼리스트로서 미식도시 부산의 음식문화 발전에 힘을 보태는 사람이다.
맛있는 음식 인문학 『부산 탐식 프로젝트』의 최원준 작가와의 인터뷰.

 

 

△ 부산 동구 상해거리에 선 최원준 작가님 (출처: 국제신문)

 

부산 탐식 프로젝트를 출간한 지 2달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하는 일은 그대로 하고 있어요. 시 쓰고 신문 연재하고 강의 나가고 그런 것들은 계속하고 있고, 책 관련한 일에 대해서는 오늘처럼 인터뷰도 하고 있고, 음식 관련해서 새로운 창작 글들도 쓰고 있어요. 또 이번에 동의대학교 평생학습교육원에서 하는 강의가 하나 개설되는데 강의 관련해서 커리큘럼도 짜고 있어요.

 

북망이후 거의 10년 만에 부산 탐식 프로젝트를 내셨는데요. 음식 인문학 도서를 저술하시게 된 배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출판하게 된 배경에 특별한 계기라든가, 사연이 있었을까요?

 

가족, 친구와 함께 있으면 편하고 행복하듯이, 부산이 어떤 곳인지 부산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면 편하고 행복해져요. "강아지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 지역을 잘 알아야 홈 어드밴티지가 되는 거죠.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는 죽을 때 고향을 보고 죽는다'는 것처럼 고향은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잖아요? 이런 생각들이 부산을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부산은 이주민의 도시이며 문화 다양성의 도시라는 것을 공부하면서 느꼈어요.

부산은 3대째 토박이가 잘 없어요.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머물러 있던 타지인들, 해외 귀향 동포, 6.25 피난민들 또 산업도시가 되면서 제주도 해녀들, 신발공장 같은 직장을 따라서 온 사람들. 이런 이주민들이 고향의 관습을 물려받고 그 지역 음식, 풍습, 문화들을 부산화시키는 과정을 보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부산에 메밀이 없어서 이북에 있던 냉면 대신 밀면이 탄생한 것처럼 부산은 열악했던 시절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먹여주고 재워준 도시라는 걸 더 잘 알게 되었고, 먹는 것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고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 이자 '지역을 읽는 텍스트'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뿐만 아니라 음식 인문학 이야기도 쓰게 되었어요.

 

시인으로서 시를 쓰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과 음식문화 칼럼리스트로서 음식문화를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일 것 같습니다.

 

시는 평생 짊고 가야 할 나의 천직 같은 숙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시는 순수 창작으로 나의 사상이나 철학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만들어 내는 부분의 영역이 무궁무진하고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지만 아무래도 독자와의 소통영역은 그렇게 넓지 않아요. 반면에 음식문화로 소통하는 것은 영역이 넓어요. 식문화처럼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한 분야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에 대한 궁금증, 건강에 대한 관심 크게는 한 음식의 문화·역사적 배경이 궁금해지는 단계까지 사람들의 시각과 관심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는 게 음식문화죠.

 

책을 쓰시다 보면 아무래도 작가님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음식이 생길 것 같습니다. 특히 기록해 놓으신 걸 책으로 옮겨 쓰면서 그 당시의 기억이나 추억 같은 것이 많이 생각나셨을 것 같은데 어느 음식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으십니까?

 

기장 지역하고 강서구 지역의 식당이나 음식들이 많이 기억에 남는 게 그 지역은 저도 경험해보진 못한 음식들이 많았어요. 그중에서 기장 같은 경우는 산에 있는 이파리와 바다에 있는 물풀을 쌈 싸 먹는 '음식 산호자 쌈밥''까막사리', '진두바리', '개맹이' 같이 생소한 재료들이 많았고, 강서지역에는 낙동강 명지지역이 다양한 음식이 많은데 거기에는 명지식 방식이 있어요. 특히 '꼬시래기쌈회'같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음식들이 기억에 남아요. 여타 생선회처럼 채소에 회를 얹어 쌈을 싸 먹는 방식이 아니라, 꼬시래기를 통째 포를 떠서 넓게 편 후, 그 위에 밥과 양념, 땡초, 마늘 등속을 올려 싸 먹는 음식이에요. 쉽게 말하자면 채소로 쌈을 싸는 것이 아니라, 포 뜬 생선회로 쌈을 싸는 방식이죠.

 

 

 꼬시래기쌈회 (출처: 국제신문)

 

 

개인적으로 4<구석구석 골목골목, 부산의 맛>을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다른 지역 음식보다 더 친숙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는데요 특히 밀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골목 음식 중에 밀면이나 돼지국밥 말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음식이 더 있을까요?

 

사실은 골목 음식이 없어진 것들이 많아요. 옛날에는 부산 아지매들이 새벽에 이고 다니면서 "재첩국 사이소" 하면서 부산의 아침을 깨웠어요. 대표적인 것이 다른 지역에는 없는 이런 재첩국이에요. 지금은 거의 마트에서 사 먹죠. 또 어묵들이 있어요. 옛날에는 겨울에 골목마다 어묵탕을 팔았어요. 요즘에는 많이 없어져서 안타깝지만 퇴근하면서 오다가다 먹는 부산에서는 흔히 늘 볼 수 있는 풍경이었어요.

 

 

최근에는 <골목식당>, <수요미식회> 같은 맛집 소개나 골목 식당 소생 프로젝트 프로그램들이 인기인데요. 작가님도 즐겨보시나요?

 

즐겨보지는 않아요. 방송과 언론의 음식 자체의 맛을 중심으로 하는 것과는 저는 목적 자체가 달라요. 저는 문화를 음식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제가 하는 부분이고 방송, 언론에서 하는 부분은 맛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부분이죠. 저는 맛 칼럼리스트가 아니고 그 지역의 문화나 역사를 알리는 음식 문화칼럼리스트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은 문화인류학 같은 학문적 분야의 음식 자체가 목적이 아닌 음식을 수반으로 해서 인문학을 반영하는 것이죠. 물론 음식 프로그램을 아예 안 보는 건 아니지만 굳이 찾아서 보지는 않아요. 그런 방송들이 저의 텍스트가 되지는 못해요.

 

음식과 삶은 이어지듯이 삶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음식 자체보다 어떤 사람과 음식을 먹는 것도 참 중요할 것 같은데 최원준 작가님은 보통 누구랑 자주 맛집 탐방을 하시나요?

 

음식은 술을 포함해서 6가지 정도를 가려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과 좋은 기분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는 자리가 제일 좋아요. 술도 좋은 사람하고 같이 먹는 게 제일 좋은 거죠.

저는 안 맞는 사람하고는 술을 안 먹고 기분 안 좋을 때는 술을 안 먹어요. 또 목적을 가진 술은 안 먹어요. 예를 들어 접대하거나 받는다든지 또 술이 맹목적으로 되는 해장술, 밥과 함께 먹는 반주도 안 하고 혼자서도 안 먹어요. 이런 것들은 건강에도 안 좋다고 생각해요. (웃음) 이런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는데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참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기분을 가지고 즐겁게 먹는 음식이 최고예요.

 

음식은 역사와 문화, 관습적 색채까지 이해할 수가 있는 '시대를 담는 그릇'이자 부산 음식은 '부산을 읽는 텍스트'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나름 꼼꼼히 읽고 또 작가님의 머리말도 참고해보니 돼지국밥과 밀면이 그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같은데 부산의 문화 다양성을 잘 나타내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네, 맞아요. 가장 부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밀면하고 돼지국밥이에요.

특히 어묵 같은 경우가 문화 다양성이 많이 나타나요. 햄버거는 몽골에서부터 시작됐어요. 징기즈칸이 유라시아를 정복할 때 몽골인들이 말이 달려가는 속도만큼 면적이 넓어졌는데. 이런 기동성은 말에서 식사하는 몽골인들의 식사 습관에 잘 나타나 있어요. 몽골사람들은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육포를 만들어 먹었어요. 휴대하고 다니다가 더운물에 조금 풀어서 먹는 거죠. 조리할 필요도 없으면서 수분을 빼서 가볍지만, 영양분은 농축되어있어 활동하기엔 전혀 지장이 없죠. 이런 몽골인들의 식사 습관을 본 상인들이 독일 함부르크까지 전파되게 되는데 그렇게 변천되어 패티가 만들어지고 함부르크 스테이크가 되었어요. 이후로 주로 신대륙과 미국으로 넘어가는 상인들이 많이 먹으면서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탄생하게 되고 또다시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일본, 한국, 중국까지 다시 돌아온 거죠. 이처럼 음식은 움직이는데 우리 어묵 같은 경우가 그런 문화 다양성을 잘 볼 수 있어요. 일본에 있는 가마부코에서 시작되어서 그것이 우리 방식대로 바뀐 것이 부산어묵이에요. 동아시아의 문화권에서 어묵과 비슷한 생선수편 같은 여러 문화들이 합쳐지면서 부산어묵이 탄생이 됐죠.

 

△ 문화다양성이 잘 나타나는 <부산 어묵> (출처: 국제신문)

 

초량외국인 거리의 러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양고기 요리나 필리핀 요리 <탑실록> 같은 글로벌푸드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이처럼 문화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수용하고 교류되는 데 이런 글로벌 푸드가 부산의 식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부산은 다문화를 수용하기 문제가 없는 곳이에요. 오래전부터 많은 인종과 많은 문화, 다양한 세력들이 들어왔고 개방하며 수용한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는 음식문화도 거리낌 없이 수용할 수 있는 곳이 부산인데,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거리의 음식들이에요. 필요에 의해 받아들이고 현대화되는 과정을 다 거쳐서 햄버거가 되듯이 일본 같은 경우도 포크커틀릿이 돈가스가 되고 김치가 기무치가 되고 커리가 카레가 되는 과정이 있었듯이 부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죠. 그 대표적인 것들이 화교들의 집밥이에요. 음식이 약간 짜고 강한 양념으로 간이 쌔듯이 부산지역에 살면서 입맛에 길들어진 거죠. 또 고향의 음식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현지화되죠. 이렇게 글로벌 푸드를 받아들였기에 오랜 세월이 거치면 우리 부산의 새로운 음식이 탄생하리라 생각을 해요.

 

미식도시 부산의 음식문화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는 작가님은 부산지역 이외에 문화의 대중화에도 힘쓰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 지금 국제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부분이 '그 고장 소울푸드'에요. 다른 지역에서는 잘 모르지만, 그 고장에서는 반찬같이 익숙하고 그 고장에만 있는 모든 문화나 삶의 패턴이 녹여져 있는 음식들 말이죠. 작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지금 횟수로 2년째 글을 쓰고 있어요. 전국화가 안 된 그 지역마다의 소울푸드를 기록하고 있죠. 전국화가 된 음식 중에서도 중요한 음식은 꼭 넣기도 해요. 예를 들어 홍어는 전국화가 되었지만, 전라도 지역의 중요한 음식이고 홍어삼합같은 특수성이 있죠. 장흥에서 키조개랑 홍어를 먹듯이 향토음식들 중에서 그 지역의 문화나 생활을 잘 나타내는 음식들을 기록하고 있어요.

 

부산 탐식 프로젝트에서 작가님은 묵묵하게 그곳에 있는 음식사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셀 수 없이 SNS에서 화려한 맛집을 공유하며 자주 찾는데요. 혹시 SNS로 맛집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젊은 사람들은 음식을 문화로 간주해 음식을 먹을 때도 그냥 먹는 것이 아닌 '어떻게 먹을까'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가치관과 문화적 관점은 좋지만, 지나치게 먹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은 문제인 것 같아요. "이 음식은 어떻게 해서 맛있다." 같이 너무 음식 자체 집중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죠. 음식문화는 사람과 사회를 투영하는 방법으로 생각해야지 오로지 음식 자체를 문화화하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음식과 사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봄 도다리, 가을 전어 등 제철 음식이라는 말이 있는데, 겨울에 먹으면 좋을 부산에 음식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요?

 

요새는 다대포 방어가 식감도 좋고 맛있어요. 조류가 거칠어서 다대포 방어가 육질이 아주 탄탄하죠. 제철이니깐 방어 한번 먹어보세요. (웃음)

 

마지막으로, 부산 탐식 프로젝트을 어떠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지 부산 탐식 프로젝트』를 만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한번 쭉 읽고 버리는 책이 아니고 가까운 데 꽂아놓고 두고두고 음식을 대할 때마다 한 장을 읽어보고, 아니면 음식을 먹은 뒤에 집에 와서 한 장을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늘 곁에 두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음식'으로 '부산'을 공부한다는 다짐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난 후 최원준 작가님과 따뜻한 추어탕 한그릇을 먹으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이 부족했지만, 질문 하나하나 귀 기울여주시고 답변해주신 최원준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뵙고 십습니다.

 

부산 탐식 프로젝트 - 10점
최원준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시인의 공책은 이전까지 스스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과정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 자신의 요원한 열망을 갈증하고 탐구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지침서이다. 작가의 비어있는 공책에는 여백과 의 공간일 테지만, 그 공허함 속에서 그는 생동감 넘치는 시를 적어낼 것이다. 갈증을 느끼지 못 할 때야 비로소 한 마리의 나비처럼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시와 두 손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스스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기술한 구모룡 작가가 쓴 글은, 과연 교착상태가 맞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한다. 이 책은 ‘시인의 정의부터 부산, 문화의 오아시스까지,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두발을 내딛고 있는 지역에 대한 생각으로까지를 대망라한 저서이다. 문학 평론가로서 작가의 글은 깊이 있게 자신의 견해를 펼쳐 나간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같은 사건을 경험하지만, 서술되어 있는 글들은 날카롭게 독자를 파고든다. 그중 가장 눈여겨보았던 장은 1<시인의 정의>이다. 그 중 뇌리에 박힌 말을 밝힌다.

 

 

 

마음에 시정을 품은 누구나 시인이다.

 

 

 

 처음 저 글귀를 접했을 때, 선뜻 받아들이기에 어려웠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도 모르는 현대사회의 사람들이다. 이유 모를 공허함과 허망함 속에 채움이라는 행위는 멀고 낯선 단어이다. 무엇인가 채우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이다. 자신의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에, 알아주는 사람도 그런 관계도 찾기 힘들며. 스스로가 채워지지 않아 관계 속 타인들에 대한 공감을 배제한 채 살아간다. 글을 읽어도 감정이 배제된 자기개발서를 몇 번 들춰 보고 끝이 난다. 오죽하면 자신이 아픈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대부분의 사람이 수긍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시정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인문학자혹은 작가에 불구한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해서도 작가는 답한다. ‘우리 모두는 읽고 쓰는 삶을 살아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p.44) 이 대답으로 인해 결론은 우리 모두는 마음속 시정을 품은 시인이다. 글 중 칠곡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시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 하는 할머니들이 쓰신 시집, '시가 뭐고?'가 발간되었다. 할머니들의 시가 시집이 되고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그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별것 없이 그들의 일상,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와 울분. 모든 감정들이 아무것도 없는 무의 바탕에서 시가 되어 생동하는 생명을 가진 것 이다.

 

 

 

칠곡 할머니들의 시집 '시가 뭐고?'

 

 

 '시인의 공책'의 저자 역시 직업으로서 작가에 대한 교착상태에 빠져있지만, 언젠가 도달할 자유로운 손가락으로 쓸 자유로운 글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채우고 싶어도 싶게 채워지지 않는 수많은 헛한 마음들을 품고 사는 우리가 어렴풋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구모룡 작가님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위해 공책을 끼고 다니시기로 마음먹었다면, 우리 역시 우리의 를 나타낼 어떤 것을 품으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공책이든 마음이든.

 

 

 과정 중에 생겨난 '시인의 공책' 역시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스스로 만의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역시 그 수많은 방향들 사이에서 우리만의 것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공책

 

구모룡 지음 | 208쪽 | 13,000원 | 2018년 7월 10일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시인의 공책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뉴시스/문화일반 [새책]

 

◇ 시인의 공책

 

 구모룡 에세이집이다. 다른 사람의 활자와 문장을 쉴 틈 없이 읽어야만 빈 여백을 빽빽이 채워나갈 수 있는 '글쓰기의 모순'에 봉착한다. 작가는 긴 고민 끝에 하얀 공책에서 답을 찾았다. 텍스트의 본디 모습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텅 빈 공책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직 나는 나만의 글쓰기의 행로는 찾지 못하고 있다"며 "논문과 평론을 쓰면서 때론 실증의 무게에 이끌리고 방법과 이론의 인력에 속박되었다. 대지의 숨결을 느끼는 발바닥과 보다 자유로운 손가락을 갖고 싶다. 더욱 말랑해져 살아 있는 기운들이 넘나들기를 원한다." 208쪽, 1만3000원, 산지니

 

신효령 기자

 

기사원문 보러가기

 

 

 

 

 

시인의 공책

 

구모룡 지음 | 208쪽 | 13,000원 | 2018년 7월 10일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시인의 공책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해가 쨍쨍했던 목요일 (6/4), 구덕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앞마당에는 폐백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도서관을 두르는 울타리 건너편으로는 숲으로 난 산책길이 보이는 곳.

나무그늘 아래 책 읽기 좋은 

아담한 '동네 도서관' 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도서관 구경/소개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이 날 제가 도서관에 간 건

가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올해의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



"다 말하지 않고 더 말하는" 시


최영철 선생님은 시가 오늘날에는 소수자의, 변방의 장르가 되었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여셨습니다.

80년대에는 문창과 학생들 대부분이 시를 쓰는 이들이었던 데 비해 

오늘날은 드라마나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합니다.

쓸모와 효율의 논리가 지배적인 지금, 시는 주변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그러나 "다 말하지 않고 더 말하는" 시의 속성 때문에

최영철 시인은 "그래도 시가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고 하십니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시를 한 편 나누기로 합니다. 

선생님께서 낭독하실 테니, 저희 참석자들은 시를 써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시를 눈으로 읽다가 소리내어 말하고 들으면 다르듯이, 

써보는 것도 느낌이 새롭습니다.


    첫사랑 

              -이우걸

배경은 노을이었다

머릿단을 감싸 안으며

고요히 떴다 감기는

호수 같은 눈을 보았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준비해둔 말이 없었다


3장 6구로 이루어지는 시조에서는, 마지막 두 구가 클라이막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의 마지막 두 줄이 그리는 풍경은 뜨겁기는커녕 오히려 심심합니다.

최영철 시인은 청산유수로 상대를 유혹할 수 있다면 그건 첫사랑이 아닐 것이라 하셨습니다.

아직 경험이 없어서,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머뭇거리는 

그 순간을 추억하는 시를 함께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시인은 근본적으로 바람쟁이다"


시의 또 다른 특징은 익숙하고 훈련된 것이 아니라 

낯설고 처음인 것마냥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시인은 근본적으로 바람쟁이다"라는 선언(?!)을 하셨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봄이고 꽃이지만, 시인은 그 꽃을 매번 새롭게 봅니다.

"수없이 마음을 뺏기는" 사람이 시인인 것입니다.


"동네에 자기만의 나무를 가져보라"

최영철 선생님께서 즐겨 찾으시는 수영 사적공원의 곰솔나무


시인은 표제작인 <금정산을 보냈다> 이야기를 꺼내시며

가난한 아버지 때문에 아들이 요르단으로 떠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아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시인들은 사실 엄청난 부자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빈손이어야 삼라만상이 자기에게 안깁니다. 

좋은 차 타고 흙길 밟지 않는 사람에게는 들꽃이 보이지 않습니다."


"동네에 자기만의 나무를 가져보세요." 라는 제안을 하실 때에는

선생님이 오래 사시던 수영에 있는 

사적공원의 푸조나무에 대한 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잎-푸조나무 아래


동반 강사로 자리해주신 조명숙 소설가님!


최영철 시인의 짧은 강연이 끝난 뒤, 

조명숙 소설가의 진행으로

시를 함께 읽고, 읽은 시에 대한 질문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표제작 <금정산을 보냈다>를 참가자 분의 낭독으로 함께 읽고,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질문: 이 시의 주제는 부모의 사랑입니까? 시가 너무 어렵습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같은 시는 평소에 쓰는 말로 쓰여져 있어서 이해하기 쉬운데요.

답: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어야 시입니다. 이것은 시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좀 몰라야 시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시를 이해할 수 있나요?

답: 시의 관문은 이해가 아닙니다. 이해는 서사적입니다. 시는 공감의 예술입니다. 또, 시는 이해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 걸 볼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해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문학적 소양이 없는가'하지 마시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이해의 통로로 접근하기보다, 느낌을 주는 시를 찾아 읽으시길 바랍니다. 



번외 질문: 시집 뒤에 실린 대담에서 선생님께서는 들꽃을 만지실 때도 꼭 "만져봐도 되겠습니까?"하고 묻고 만지신다 읽었습니다. 정말인가요?

답: 네, 정말 그렇습니다. 물어봐야 되요. 꽃을 만져보면 꽃이 부끄러워서 몸도 비틀기도 하는데, 그 정도로 내밀한 소통을 하는 게 시심을 가진 자들이 누리는 특혜라고 생각합니다.


 

강연회를 마치고 나오니 구덕도서관의 얼굴마담이라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사람마다 계단참에 쭈그려 앉아

고양이를 반갑게 쓰다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시가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금정산을 보냈다 (반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경남 작가의 재발견]

에로와 그로테스크의 경계, 돌직구 시인 김언희


김언희 시인의 시는 쎄다. 참혹했다. 그것이 제가 받은 그녀 시의 첫인상이었습니다. 김언희 시인은 1953년 7월 20일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경상대학교 외국어교육과를 나왔고 1989년 현대시학에서 대뷔했지요. 2005년 경남문학상을 받은 전례도 있구요, 계간 '시와 세계'가 주관하는 제6회 이상 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최학림 문학기자는 『문학을 탐하다』안에서 '타협 없는 무서운 엽기'라고 그녀의 시를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그녀는 2000년도에 발간한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에서도 자서(自序)에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구토, 오한, 발열, 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물게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똥 햝는 개처럼 당신을 // 싹 핥아 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경고하지요. 그쯤 '엽기'코드가 유행했으니 그녀의 시가 당시의 시대 코드를 잘 반영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녀는 쭉 그런 시를 쓰고 있습니다. 여전히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한 시를요.



그녀의 출판 저서로는 『요즘 우울하십니까』(문학동네, 2011), 『뜻밖의 대답』(민음사, 2005), 『트렁크』(세계사, 2000),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2000)가 있습니다.

저는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와 『뜻밖의 대답』안에 있는 시들을 읽었는데요, 속도감 있게 읽히는 반면 불쾌한 감정을 들게하는 시들이었습니다. 시 안에 나오는 표현들 전부가 부정적인 이미지였으니 당연한 기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녀의 시세계를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일단 그녀의 시를 읽어보도록 하죠.

우선은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에서 뽑은 세 편을 소개할까합니다. 제 주관적인 해석이므로 반기를 드셔도 됩니다. 시는 읽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여러 가지 옷을 입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 양 한 마리가 무릎을 꿇은 채 여자의 잠속을 절룩절룩 걸어다닌다 도끼에 찍힌 자국들이 헐벗은 사타구니처럼 드러나 있는 앵두나무 저 여자는 언제 죽을까 죽은 앵두나무 아래 죽을 줄 모르는 저 여자 미친 사내가 도끼를 들고 다시 등뒤에 선다 미래의 상처가 여자의 두개골 속에서 시커멓게 벌어진다 앵두나무 죽은 앵두나무 말라죽은 앵두나무 도랑을 가득 채우고 흐르는 것은 검은 머리카락이다.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저는 이를 읽으면서 영화 <이웃사람>이 생각 났습니다. 왜일까요? 앵두는 애정관련 표상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앵두가, 그것이 맺히는 앵두나무가 말라죽었다는 건 이 시에 나오는 여자의 처녀성 상실로 생각되네요. 미친 사내의 도끼질을 보며 강간범을 떠올렸구요. 그것도 강간살인범이요. 시를 곱씹으면 계속 그런 장면이 머릿속에 되감기되어 재생되서 끔찍해요. 어쩌면 이 시는 처녀성을 잃고 무참히 살해당하는 여자에게 보내는 추모시가 아닌가. 이런 사회적 성범죄 문제를 각성하라는 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궁으로 가는 길은 불태워졌다

소작(燒灼)된 길

위에서

타고 남은 내 몸은

내가 낳은 난자를 먹어치운다

피가 벌건

입으로

* 소작Coagulation : 난관(난관)을 태우는 영구 피임.

-『가족극장, 소작*된』

 

소작된 길은 생명 잉태를 막는 차단로가 됩니다. 영구피임은 더 이상 임신하지 않으려고 선택하는 불가피적인 것이지만, 여자의 몸 안에 남아있던 난자들은 생명으로 부화하지 못한 채 무참히 죽음을 당하지요. 현대 의료시술에 의해 살해되는 겁니다. 그리고 결국 여자의 달거리로, 그들의 시체가 빠져나오게 되지요. 벌건 핏덩어리로 말입니다. 이미지 자체가 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편으로는 소작된 길로 인해 상실되는 여성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구요.

 

자궁의 목구멍에 아버지가 걸려있다

하수구에 걸린 슬리퍼처럼

-『가족극장, 삭망(朔望)』


삭망(朔望)은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요, 이것과 같은 말로 삭망전이 있습니다. 삭망전은 상중(喪中)에 있는 집에 매달 초하룻날 보름날 아침에 지내는 제사라는 뜻입니다. 제목으로 유추하여 보자면, 상중에 있는 아버지가 지금 성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저 불쾌했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날 만큼은 엄숙해야하는 거 아닐까요. 하물며 상(喪)의 중심에서 상주(喪主) 역할을 해야하는 아버지는 특히요. 그래서인지 하수구에 걸린 슬리퍼를 생각하니 짜증이 났습니다. 아니 짜증보다는 분노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이 시 속의 아버지가 미친놈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다음으로는 『뜻밖의 대답』안의 세 편을 추려봤습니다. 아래로는 더 주관적인 해석이 달려있습니다. 이 시인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구나, 생각이 들어서요.


그것은, 어디에나, 있고,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간에, 극장이라, 부르거나, 유치원이라, 부르거나 간에, 그것은, 도살장이고, 도살장임에, 틀림없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들의, 공공연한 용도를, 사무치는, 용도를, 모르는 사람, 역시, 없다, 어떤 간판을, 달았든지 간에,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집, 안방에서, 또는 욕실에서, 家傳의, 도살 기구들이 흔들거리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흡사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섬뜩한 항등식, 무엇을, 대입해도 성립되는, 도살의, 등식을, 모르는 사람, 또한,

-『벙커 A』


우리는 벙커 안에 갇혀있습니다. 시인의 말대로라면 항상 어느때나 어디서나 우리는 벙커 안에 갇혀있는 셈입니다. 그 벙커에는 이름이 있지만 벙커는 그냥 벙커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무참하게 도륙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엇이요. 우리는 그 벙커안에서 무엇을 도륙 당하고 있는 걸까요. 아마 벙커 안에서 도륙되어지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의 '생각'이 아닐까요? 극장에서는 같은 화면을 똑같이 앉아 보고, 유치원에서도 똑같은 내용을 배우죠. 공장에서 찍어내듯 균일화된 사람들이 탄생합니다. 말그대로 이름만 다른 벙커죠. 도살장이지요. 각기 다른 개개인을 죽이는, 벙커는 도살장이군요. 김사과 소설가의 『미나』가 생각나네요.


이자의 개가 되고

호출기의 개가 되고

더 이상 변명일 수 없는 변명의 개가 되고

단말기의 개가 되고

땅거미의 개가 되고

숙취의 개가 되고

시의 개가 되고

구멍의 개가 되고

입에서 나온 입으로 뻐꾹

뻐뻐꾹 성교를 하고 백날이고 천 날이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침내

마침내 그것의 개가 되고

백날이고 천 날이고

누린내가 피어오르고

-『마침내 그것의』


<마침내 그것의>는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을 힐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여기서 '개'는 '노예'로도 바꿔말할 수 있겠네요. 자신의 생활 수준에 안맞는 소비 때문에 이자의 노예가 되는, 휴대폰 단말기처럼 기기의 노예가 되는, 땅거미지도록 술을 퍼마시는 술의 노예가 되는, 상대에게 뻐꾸기 날리며 교접을 원하는 성의 노예가 되는, 개가 되는 그러한 현실. 그리고 결국 누린내가 피어오르죠. 이 누린내는 죽음을 뜻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얼마나 허무한 인생입니까. 평행 무언가의 노예로, 개로 사는 현실은요.


나에게는

뾰족하게 깍은 연필 한 자루 있네

나에게는 뾰족하게 깍은

자지 하나 있네

뾰족하게 깍은 자지, 아버지의

자지로 오늘도 나는

내 눈을

찌르네

아버지, 아버지가 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녜요

-『나에게는』


비약적일지도 모르지만, 전 연필을 사람이 쓰는 ‘말(言語)’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뾰족하게 날이 선 말이지요. 그것을 다시 아버지의 성기에 빗대어 말한 것은 그 습관을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는 말이 됩니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지 않습니까. 화자는 뾰족하게 날이 선 자신의 말로 자신도 아버지도 상처입히지요. 아버지가 밴 아이는 내가 준 상처의 말이지만 화자는 그것을 부정하지요. 그 말은 애초에 아버지의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화자는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그대로 답습했을뿐이죠.



시를 보고, 읽고, 나름대로 해석해보면서 역시 생각한 것은 ‘김언희 시인은 시는 쎄다.’였습니다. 부패된 부정한 사회와 가정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스타일이랄까요. 괜스레 독설가 언니를 만나고 온 듯한 느낌도 들었구요.

 

김언희 시인은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훌륭한 시를,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쓰고 싶었습니다.”라고 그녀의 네 번째 시집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당신은 김언희 시인의 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김언희 시인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책을 참고해보세요.


문학을 탐하다 - 10점
최학림 지음/산지니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책 읽는 부산을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2014 원북원도서 올해의 책 투표하러 가기>> http://www.siminlib.go.kr/onebookone2/

Posted by 비회원

소설을 읽는 사람보다 영화나 드라마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고, 시를 읽는 사람보다 시를 쓰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예전의 그 위대한 문학은 끝장났고 이제 문학은 기껏 오락거리가 되어버렸다고 푸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몰락과 종언의 온갖 풍문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홀로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문학을 둘러싼 그 추문들의 한가운데서 정결한 마음으로 글 짓는 일에 몰두한다. 마치 그것만이 그 어떤 지독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위안이라도 되는 것처럼. (『불가능한 대화들』, 6쪽)




염승숙 :
부끄럽게도 소설을 읽고 또 쓰면서, 저는 매일 국어사전을 들고 다니는 학생이었어요. 수업을 들을 때도, 도서관을 갈 때도, 집으로 돌아올 때도, 언제나 국어사전을 손에 쥐고 있었죠.

더보기


김숨 :
오후 두 시. 그것은 내 출근시간이다. 프란츠 카프카. 그는 오후 두 시에 퇴근을 했다지. 그는 오후 두 시에 퇴근해 한숨 낮잠을 자고 일어나 독서를 하고 새벽까지 글을 썼다지.

더보기



김이설 :

다섯 살, 두 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밤 외에는 없다. 아이들을 재우고 부지런히 책상 앞에 앉아도 10시 부근. 몇 문장 쓰지 못했는데도 어느새 자정이다. 여지없이 출출하다.

더보기



김재영 :

나는 소설을 통해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진 않았던가.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어 난감했다. 처음 소설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내 나이 이미 서른이었다. 나는 무엇에 이끌렸던 걸까. 이미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아내이자 한 집안의 외며느리였다.

더보기



정한아 :

출판사에서 전화가 온 것은 오후 무렵이었습니다. 방금 오토바이 퀵 배송으로 책을 보냈으니까 두 시간이면 도착할 거라는 말이었지요. 저는 집 안을 서성거리다가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더보기



김사과 :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의식적으로 했던 훈련은 하루키적 세계관과 스타일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사실 아주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써지는 대로 썼다. 처음엔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더보기



김언 :

저 스스로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고 시를 처음 배우는 친구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입니다만, 제발 자유롭게 쓰자는 주문을 많이 합니다. 시만 놓고 보자면, 흔히들 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인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더보기



안현미 :

시가 아니면 죽을 것 같은 시절을 지나면서 썼던 시들이 첫 번째 시집에 묶인 시들이라면, 시가 아니면 쓸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적어 내려간 것이 두 번째 시집에 묶인 시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보기



최금진 :

시를 쓸수록 그것이 자꾸 욕망과 허영을 동반하는 것을 봅니다. 시를 잘 쓰고 싶은 욕망과 사람들 앞에서 그 시가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결국 동일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학은 결국 독자를 전제로 하는 것일 테니까요.

더보기



김이듬 :

독자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멋대로 읽으시길 원합니다. 제 맘에 드는 시보다 그렇지 않은 시를 좋아하시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의미와 논리를 말하고 싶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자격도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의미와 논리를 지우려고 씁니다. 진실, 그런 게 있다면 그것을 말하기보다 그 진실을 지키려고 애씁니다. (205쪽)


박진성 :

뼈저리게 반성하고 또 스스로 경계하는 일이지만 시를 쓰는 사람에게 가장 나쁜 습관 중의 하나는 스스로의 시를 복제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병에 대한 시를 계속 복제해내는 나의 시작(詩作)에 환멸을 느꼈고 자폐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나의 생활이 지겨웠습니다. (234쪽)


이영광 :

나는 내가 시를 쓰면서도 시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시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딴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시인들 사이에 끼여 있으면 내가 이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겨먹은 인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보기



불가능한 대화들 - 10점
염승숙 외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벌써 내일로 다가왔네요. 오는 17일(금)부터 19일(일)까지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과 로비, 녹음광장 등에서 '2010 가을 독서문화축제'가 열립니다. 일명 '독書공방'이란 이름의 축제인데요.
저는 사실 추석이 낼모레인데 이 엄청 바쁜 시기에(나만 바쁜가?)  누가 많이 참석할 수 있다고 하필이면 이때 행사를 한다고 하는지... 궁시렁거리고 있습니다. 벌초하랴, 추석장 보랴, 선물 준비하랴  모두들 바쁘지 않나요. 이왕이면 추석 끝나고 가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10월에 하면 좋을 건데 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모두 다 똑같은 조건은 아니니 시간이 펑펑 남아도는 분도 있고, 아님 바쁠수록 돌아간다고 잠깐 여유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도 있을 테니... 부산에서 이런 행사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좋은 마음으로 저희 출판사도 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원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등이 중심이 돼 지난 2008년부터 서울에서 열어 온 행사인데, 전국순회행사로 바꾼 뒤 올해 처음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리는 겁니다. 서울에서야 서울북페스티벌, 와우북페스티벌, 서울국제도서전  등  책의 향기를 느낄 행사가 많지만 부산은 좀 부족하죠.^^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니 많이 오셔서 흠뻑 책의 향기를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기간 동안  1층 로비에서는 출판사 존, 해외도서 존, 부산 독서문화 존, 노벨상 수상작가 도서전, 보수동 책방골목 존 등 도서 홍보관이 설치되어 있고요. 시청 야외광장에서는 테마별 도서 존, 책 이야기 마을 존 등 야외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학술세미나, 도서전시, 도서사진전시, 테마별 체험, 열린 북 콘서트, 백일장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도 많이 준비되어 있네요. 아 그리고 지방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유명한 저자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답니다.

17일(금)에는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독서문화상 시상식, 지역 독서 문화 세미나, 독서진흥 포럼 등이 열리네요. 부산지역 학생과 시민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서실태 조사를 토대로 독서진흥 방안을 검토하는 독서진흥 정책포럼이 대학을 비롯한 출판, 언론, 도서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부경대 남송우 교수의 진행으로 열리네요.
저도 이 설문조사 결과물을 읽어봤는데요. 꼼꼼한 조사와 해결방안도 많이 생각하고 있더군요. 독서진흥을 위해 실천가능한 좋은 방안이 많이 나오고 또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추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또 이날 소설가 김별아와 '툭 턴 만남'도 준비되어 있고, 동화작가 원유순의 강연도 있네요.

18일(토)에는 국민배우 최불암과의 책 이야기, 희망연구소 서진규 소장의 강의도 준비되어 있고 '열린 북콘서트'도 열린답니다.
19일(일)에는 시인 정호승과의 '툭 턴 만남', 인형극단 코닥지의 인형극 공연 등이 마련되어 있네요.

저희 출판사도 출판사 존에서 도서 전시를 한답니다. 그동안 출간종수가 100여 권을 훌쩍 넘는데 한자리에서 다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출판사는 웬만해서는 책 할인을 잘 하지 않는데요, 축제인 만큼 팍팍 할인도 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왕찬스^^


18일(토) 2시에서 3시 사이에는  1층 대회의실 앞 '사인존'에서 <물의 시간>의 저자인 '소설가 정연선'과 '허정 평론가'의 좌담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소설가와 평론가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에 대해 한번 고민도 해보시구요. 뭔 이야기인지는 와서 알아보시기를... 좌담 끝나면 소설가의 사인도 받을 수 있는 기회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독서문화축제 많이 참석하셔서 많이 즐기시기를 바래요.^^

 


 

Posted by 비회원


월요일 아침마다 전 직원이 모여 회의를 한다.
출판사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전 직원이 같이 공유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같이 나누기 위해서 오전 약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각 편집자마다 편집하고 있는 원고의 진척 정도, 출간의뢰 들어온 원고 검토(출간할 건지 말 건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 서점 출고사항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따라 유난히 전화가 자주 와 흐름이 자주 끊겼는데(혹시 주문 전화일지 몰라 안 받는 것은 생각할 수 없음) 백 번 끊겨도 좋은 전화 한 통.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 2/4분기 올해의 청소년도서에 하종오 선생님의 『입국자들』이 선정되었다는 전화였다. 회의는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겨운 것 또한 사실. 모두들 뻑뻑한 얼굴로 회의하고 있다가 돌연 모두들 화색이 가득.^^

뭐든지 상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것. 더구나 보너스로 연결되면 더더욱 좋은 것. 우리 출판사는 따로 보너스가 없는 대신 도서 선정시 구입금액의 1%를 보너스로 받는다. 비록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갑자기 생긴 공돈이니 기분은 짱이다. 오늘은 우리 사장님 기분 좋다고 점심도 탕수육으로 한턱 쐈다.

이런 기쁨을 우리에게 선사한 『입국자들』이란 어떤 책인가?
이주민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형상화해 온 하종오 시인의 새 시집으로 이주민들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책이다.

입국자들, 46판 양장, 값 12000원



우리들은 흔히 이주민을 인간 개개인으로 보지 않고 인종이나 민족적 차원으로 환원하여 깜둥이, 필리핀인, 태국인 등으로 호명한다. 그러나 시인은 이주민을 집단으로 보지 않고 그들 개개인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다.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하고 교감할 수 있는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만남을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입국자들』에서 담아내고 있는 이주민들의 모습은 자기들끼리 사기를 치기도 하고, 한국 체류기간 동안 고용주에게 배운 나쁜 버릇을 자국에서 되풀이하며 자신의 배를 불리기도 한다. 솟구치는 욕정 때문에 자국 언어로 한국여성들에게 진한 농을 던지기도 하고, 합법 체류자가 되기 위해 결혼할 한국여성을 찾아 밤거리를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는 일하기를 꺼려하고,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주민이라 해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http://sanzinibook.tistory.com/63

 

Posted by 비회원

서점가에선 요즘 시집이 안팔린다고 합니다. 시 한편 읽을 마음의 여유조차 없을 만큼 삶이 각박해졌거나 시인들이 자신들만 해독할 수 있는 난해한 언어로 시를 어렵게 짓는 것이 유행이 되어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 사랑에 빠지다>라는 제목으로 한국대표시인 70인의 시가 미디어다음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그 중 문단의 중견시인인 하종오 시인의 <결혼의 가족사>를 소개합니다.


<결혼의 가족사>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중매결혼하여 자식들 낳았다
자색 밸 때마다 정말로 사랑했을까
자식 낳지 않을 때도
서로 더 사랑하기 위해
마음을 밀고 당기느라 큼, 큼, 거리며
품을 주었을까 등을 돌렸을까

 우리 부부는
연애결혼하여 자식들 낳았다
자식 밸 때마다 정말로 사랑했다
자식 낳지 않을 때도
서로 더 사랑하면서
마음을 밀고 당기느라 후, 후, 거리며
손을 맞잡기도 했다 발을 포개기도 했다

우리 아들은 중매결혼할까
우리 딸은 연애결혼할까
혼인 적령기에 접어들면서도
아직 배내짓을 하며
어미하고 아비하고 깔깔, 깔깔, 거리면서
번갈아 마음을 밀고 당기는 아들 딸,
참사랑할 상대를 구하지 않는다
치사랑 내리사랑을 더 나누고 싶어서일까

 

시작노트 :
"무슨 까닭인지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고, 떠나지 않고 있다."

어린 자식들이 다 자라서 풋풋한 청년 처녀가 되었다. 그런 젊은 나이 그런 청춘의 시절을 우리 부모님이 지나와서 우리 부부를 낳았고, 우리 부부도 그렇게 지나와서 자식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자식들이 혼인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무슨 까닭인지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고, 떠나지 않고 있다.

 하종오 : 1954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7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반대쪽 천국>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베드타운> 등이 있다.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도서관 나들이  (4) 2009.08.14
처음 심어본 고추모종  (2) 2009.06.11
봄이다!  (0) 2009.04.15
<백년어>서원에 다녀왔습니다.  (1) 2009.04.08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 청춘들  (0) 2009.01.05
고소장  (0) 2008.11.20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