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20세기 초 주요 저작 '중국근현대사상총서'로 묶어
1차분에 량치차오·탄스퉁 저서




전통/현대, 개량/혁명, 자본주의/사회주의, 국가/세계, 과학/철학, 동양/서양….


19세기 말~20세기 초 중국 지식인들은 나라의 존망(存亡) 위기 앞에서 격론을 벌였다. 거듭되는 전쟁과 혁명 뒤에 중국 공산당이 승리함으로써 논쟁은 끝난 듯했지만 20세기 말 개혁과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비슷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지금 중국 지식인들은 한 세기 전 선배들이 제시했던 해법을 재성찰하고 있다.

산지니 출판사의 '중국근현대사상총서'는 청말(淸末)~민국초(民國初) 주요 인물들의 저작 중에서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미래 구상에 사상적 자원이 될 수 있는 것을 골라 우리말로 옮겼다. 1차분으로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계몽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1873~1929)의 '신중국미래기'와 '구유심영록(歐游心影錄)', 1898년 무술변법의 주역 탄스퉁(譚嗣同·1865~1898)의 '인학(仁學)', 1923년 과학의 효용과 한계를 놓고 저명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해 벌인 논쟁을 수록한 '과학과 인생관'등 네 권이 간행됐다.

1902~3년 잡지에 연재됐던 '신중국미래기'는 중국이 입헌 국가가 된 지 50년 뒤에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형식의 정치소설이다. 공자의 후손으로 혁명운동의 핵심 인물이었던 쿵훙다오(孔弘道)는 중국이 세계 대국으로 부상한 과정을 예비 입헌(立憲), 분치(分治), 통일, 국부 축적, 대외 경쟁, 비약의 여섯 시기로 나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들은 개량파와 혁명파로 나뉘지만 서로 배척하지 않고 경쟁과 연대를 통해 부강과 독립을 달성한다. 소설 속에서 중국이 '유신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세계평화회의와 상하이 박람회는 오늘의 중국을 예언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중국에서는 이 소설을 시진핑의 '중국몽(夢)'과 연결해 미래 중국의 비전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구유심영록'은 1911년 신해혁명 후 사법·재정총장으로 정치에 깊이 관여했던 량치차오가 파리평화회의에 참석차 1918년 10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유럽을 돌아보고 와서 쓴 책이다. 서양 근대 문명에 절대적 신뢰를 갖고 동아시아에 전파해온 그는 1차 세계대전으로 서구 문명이 폐허가 된 것을 보고 과학만능주의와 약육강식의 사회진화론을 반성하며 물질과 정신의 조화, 개인의 상호 부조와 국가 간 협력·소통, 서양 문명과 중국 문명의 화합을 통해 새 문명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과 인생관'은 과학만능주의를 지지하는 후스(胡適·1891~1962)와 천두슈(陳獨秀·1879~1942), 이에 반대하는 량치차오 등이 1년여에 걸쳐 벌인 논쟁이다. 결과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지지했던 전자가 승리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과학과 전통문화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학'은 중국 전통 윤리의 핵심이었던 인(仁)을 새롭게 해석하여 기존 질서와 기성 종교를 해체함으로써 근대적 가치의 불을 댕긴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이 시기 주요 사상가인 리다자오(李大 조·1889~1927)·류스페이(劉師培·1884~1919)·두야취안(杜亞泉·1873~1933)·천두슈·후스의 사상선집과 장지동(張之洞·1837~1909)의 '권학편', 량수밍(梁漱溟·1893~1988)의 '중국문화요의', 위원(魏源·1794~1856)의 '해국도지(海國圖志)' 등이 계속 번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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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 조선일보 | 2016-02-17

원문 읽기

인학 - 10점
담사동 지음, 임형석 옮김/산지니


구유심영록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과학과 인생관 - 10점
천두슈 외 19명 지음, 한성구 옮김/산지니

신중국미래기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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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총서 16


21세기 중국! 소통뉴 트렌드


지역, 계층, 민족 간의 격차를 넘어 소통하고

고전, 한류, 환경 트렌드의 파도를 타는 중국

시진핑이 중국공산당의 국가주석이 된 이후, 중국은 ‘동서 간, 도시와 농촌 간, 계층 간, 그리고 민족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과 ‘통합’을 꾀하고 있을까? 그리고 새로운 도약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어떤 화두를 직면하고 있을까?

『21세기 중국! 소통과 뉴 트렌드』는 경제발전과 사회변동으로 인한 중국인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고전과 한류의 인기, ‘사회주의 생태문명’에 대한 지향에서 읽어내고, ‘부강한 중국’을 강조하는 제5세대 지도부 하에서 중국이 어떻게 소통과 통합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살핀다. 여덟 편의 글에 신세대와 도시, 역사와 환경의 변화에 귀 기울여 한·중의 소통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통찰을 담았다.


사진 출처: http://bit.ly/1EuP0lP

애국주의에 동원된 고대문명과 ‘분노하는 청년’

농촌의 발전과 ‘문언’ 글쓰기에서 발견하는 ‘통합’ 실마리

시진핑은 취임 때부터 “우수한 전통문화를 발굴하는 것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제도’를 만드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인”이라고 강조해왔다. 공봉진은 근래 중국의 전통문화와 사상 열풍을 살피며, 2013년에 비준된 ‘화하문명전승혁신구 건설’ 경제발전전략에 특히 주목한다. 이 전략은 문화를 경제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결짓고, 한족의 선민족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하족을 고대중국의 주인공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중화민족 만들기’라는 중국정부의 목표와도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고전과 고대사 외에도, 중국은 근대사 교육의 심화를 통해 애국주의를 고취시켜 왔다. 1989년 톈안먼 사건 이래로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은 항일 전쟁사를 핵심으로 삼는다. 이 교육을 받고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지켜보며 자라난 중국의 바링허우(80后)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들은 올림픽 성화 봉송 방해에 온·오프라인으로 대항하며 불매운동에서부터 폭력시위까지 전개한 바 있다. 최낙창은 이 ‘분노한 청년들’의 ‘신애국주의’, 그리고 “애국주의로 포장된 사회참여”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연평균 10%의 경제성장률을 가능하게 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연해안 지방의 도시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내륙의 농촌과 동남연해안의 도시 간의 임금이나 사회복지시설의 격차가 심각하다. 중국 인구의 반을 차지하고, 제조업에 의존하는 수출 지향적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 농민공들은 이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창준은 ‘도농 일체화 발전 계획’을 통해 중국이 어떻게 농업의 현대화와 농촌의 도시화를 도모하고 있는지 살핀다.

한지연은 중화민국시기(1911~1949)의 대표적 지식인 중 하나인 첸중수의 문언 글쓰기를 통해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소통과 통합의 의의를 고찰한다. 동서고금을 넘나들고 문학과 학술, 역사와 철학까지 아우르는 첸중수의 글은 입말과 대조되는 ‘문언(文言)’이라는 뿌리 깊은 형식을 차용한다. 첸중수에게 문언은 폐기해야 할 낡은 도구가 아니라 ‘계승’의 가치와 ‘발전’의 여지를 지닌 대상이었다.


대중문화에 투영된 신세대 의식구조와 한류의 행방

중국의 환경정책, 그리고 깊은 소통을 위한 탄뎀 교육법

새로운 트렌드에 집중하는 2부에서는 먼저 대중문화를 다룬다. 이강인은 중국TV에 방영된 드라마를 통해 바우링허우(80后)와 지우링허우(90后)의 의식구조와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통찰한다. 전에 없던 물질적 풍요를 즐기면서 따라오는 소비의 압박과 치솟는 주거비용, 그리고 취업의 어려움 등 이들의 고민거리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그것과도 상통한다. 그러나 신세대가 태어난 역사적 배경을 꼼꼼히 살펴 중국 신세대의 특징을 개괄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어서 조윤경은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이래 새로운 확장기를 맞고 있는 한류를 조명한다. 기존의 한류가 드라마와 대중음악 중심으로 발생했다면, ‘신한류’는 뉴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며 한국의 의식주 문화, 언어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중국의 문화적 자존심 때문에 반한류 감정이 고개를 들고 있는 요즘, 한류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박미정은 중국의 환경정책을 조명한다. 국제사회는 중국에 지속적으로 환경오염 방지와 대응을 촉구해 왔지만, 그동안은 환경오염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오염 사건의 중심에 국유기업이 있어 대처가 어려웠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환경문제를 중국 경제성장의 장애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덕분에 정부 산하 연구기관과 NGO의 활동이 활발해졌지만, 궁극적으로는 환경보호보다 경제발전을 우선에 두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효영은 한·중 문화 간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탄뎀(Tandem) 학습법’을 소개한다. 단순하게 언어 구조와 회화 표현을 익히던 예전과는 달리, 오늘날에는 효율적인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언어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외국어 교육의 목표이다. ‘탄뎀 학습법’에서는 서로 다른 모국어를 사용하는 두 외국어 학습자가 한 조를 형성하여 서로 언어를 가르치고 배운다. 이때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 간 의사소통을 함께 체험하면서 친분을 쌓게 되어 민간외교의 씨앗을 뿌리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동시대 중국, 중국인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21세기 중국!…』을 읽다 보면, 그동안 중국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인문학 붐으로 중국 고대 철학에 대해 배우고, 봄마다 중국에서 황사가 온다는 소식에 눈살을 찌푸리곤 하지만, 정작 오늘날의 중국, 중국인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G2 중 한 나라이기 이전에 중국은 우리의 이웃으로, 꾸준히 소통해야 할 국가이다. 중국의 다양한 현재진행형의 화두에 대해 빠르게 파악할 기회가 더욱 값진 이유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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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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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국! 소통과 뉴 트렌드 | 아시아 총서 17

공봉진 외 지음 | 학술 | 신국판 | 248쪽 | 18,000원

2015년 8월 31일 출간 | ISBN : 978-89-6545-313-0 94300


경제발전과 사회변동으로 인한 중국인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고전과 한류의 인기, ‘사회주의 생태문명’에 대한 지향에서 읽어내고, ‘부강한 중국’을 강조하는 제5세대 지도부 하에서 중국이 어떻게 소통과 통합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살핀다. 신세대와 도시, 역사와 환경의 변화에 귀 기울여 한·중의 소통을 향해 나아간다. 



21세기 중국! 소통과 뉴 트렌드 - 10점
공봉진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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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대 왕후이 교수.(한겨레 제공)


이종민 경성대 중국대학 교수의 『흩어진 모래: 현대 중국인의 고뇌와 꿈』이 산지니의 아시아 아홉 번째 총서로 출간되었습니다. 

2000년대를 앞두고, 미국 스탠퍼드대학 석좌교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사회주의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언급하며 '역사의 종언'이라 명명한 바 있습니다. 유럽식 역사로 재편된 세계사에서 '서구문명의 확산'을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바라본 것입니다. 그러나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고수하며 중국경제의 급부상을 보여왔습니다. 미국에 도전할만큼 세계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것도 사실이고요.

이처럼 서구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반한, 현 시대의 중국사회를 한국의 중국학자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종민 교수는 현 중국사회를 바라보기에 앞서 근대 중국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중국몽(中國夢)'과 그들의 사상에 주목했습니다.

루쉰은 타자의 거울로서 중국민족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에 내재한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끊임없이 자민족의 문제점을 파악하려 애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루쉰뿐만 아니라, 쑨원, 천두슈, 량치차오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자국의 존망에 대해 고뇌했던 근대 중국인들의 고뇌와 꿈은 위화와 왕후이에 이르는 현대 중국인의 고뇌로도 이어집니다.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사회와 앞으로의 중국사회, 그리고 서구중심의 세계사에 벗어난 아시아를 이해하는 방법을 이종민 교수의 신간 『흩어진 모래』를 통해 깊이 있게 통찰할 수 있길 바랍니다.






흩어진 모래-현대 중국인의 고뇌와 꿈 

이종민 지음 

산지니·2만8000원

중국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던 20세기 초, 개혁가 량치차오는 <신중국 미래기>(1902)라는 미래정치 소설에서 60년 뒤 세계의 중심 대국이 된 입헌공화국 중국을 상상했다. 중국 근현대 사회사상과 문화분야, 복지사회주의적 전망에 대한 비평작업을 해 온 이종민 경성대 중국대학 교수는 저서 <흩어진 모래>에서, 비록 50년쯤 더 걸렸지만 량의 꿈(중국몽)이 실현된 게 아니냐며 놀라워한다.

‘흩어진 모래’(散沙)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문헌은 <신중국 미래기> 발표 1년 전인 1901년 량치차오가 쓴 또 다른 글이다. 그때 영국·미국의 앵글로색슨족이 성취한 근대 국민국가를 부러워한 량은 중국이 영국·미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국민(민족)성의 결함에서 찾았다. 중국 국민성 개조를 꾀한 그가 고치려 했던 핵심 문제는 공공정신의 결핍이었다.

우매하고, 나약하고, 모호하고, 비겁하고, 더럽고, 시끄럽고, 고집스럽고…. 이런 부정적 이미지와도 결합돼 있는 ‘흩어진 모래’는 량이 만든 말이 아니다. 중국인을 깔보던 서양인들이 사용하던, 인종주의적 편견에 가득 찬 이 말은 20세기 내내 중국인들을 괴롭혔다. 쑨원, 차이위안페이, 천두슈, 루쉰, 리쩌허우 등 이 책 제1부 ‘중국인은 무엇이 문제인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평생 추구한 것도 ‘흩어진 모래’ 함정의 탈출 내지 극복 방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흩어진 모래를 민중대연합의 구상 아래 민족주의로 통합하여 ‘거대한 사막’으로 만든 이가 바로 마오쩌둥이었다고 지은이는 썼다. 이 책 제2부 ‘중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마오의 전략과 성과, 한계 및 과제에 대해 논한다. 마오의 신민주주의론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반제반봉건의 역사로 해석하며, 계몽과 구망(救亡)을 근대 중국의 양대 실천 과제로 인식했다.

신민주주의론이 중국의 주요 모순을 민족 모순으로 설정하여, 반제 애국혁명운동을 우선적 과제로 삼는 바람에 반봉건 문제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고 비판하면서 20세기 중국사를 ‘계몽과 구망의 이중 변주’ 과정으로 해석한 사람이 리쩌허우다. 계몽은 봉건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자유·평등·민주·민권 등 인간성의 이념을 구현하려는 것이고, 구망은 풍전등화의 중국을 제국주의 침략으로부터 구해내려는 저항 및 구국운동을 가리킨다. 개혁개방이 본격화한 1980년대에 일군의 비판적 지식인들이 20세기 중국혁명 전체를 집단주의, 근대 자본주의적 발전을 거치지 않은 봉건주의의 산물이라며 낡은 전통에 대한 반성과 서구 근대적 가치의 수용을 통한 근본적 개혁, 즉 반전통주의와 서구적 근대화의 길을 추구했다. 바로 신계몽주의다. 리쩌허우는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지금까지 계몽과 구망은 조화롭게 변주되지 못하고 계몽이 구망에 압도당했다며 주변부로 밀려난 계몽을 실천하는 것이 현재의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흩어진 모래>의 기본 줄기가 바로 이 계몽과 변주를 둘러싼 공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소설가 위화가 졸부가 됐지만 광적인 물질적·육체적 욕망, 극단적 부의 편재, 인간성과 생태 파괴가 난무하는 오늘의 중국을 압축적으로 그린 <형제>의 세계도 리쩌허우 식 문제의식의 반영일 수 있다.

그러나 신좌파의 기수였던 왕후이(사진) 칭화대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리쩌허우의 것과는 다르다. 왕은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 사회주의를 부정해야 할 봉건주의로 규정하고 ‘서구 자본주의적 현대성’의 길을 추구한 1980년대의 신계몽주의가 1990년대에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분화돼 간 것은 필연적이었다며, 중국 사회주의의 유산과 경험을 활용한 ‘반현대성의 현대성’의 실천을 주장한다. 이는 중국 사회주의를 세계적 자본주의 비판운동, 그 대안 모색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반현대성의 현대성은 “중국 사회주의가 자본주의, 더 정확하게는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중국적 특수성일 뿐만 아니라, 아울러 비자본주의적 발전을 통해 3대 차별(노동자와 농민, 도시와 농촌,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일소하여 사회 정의와 평등을 구현한다는 보편적 측면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이 교수는 그러나 중국 현실이 보여주듯 왕이 추구하는 ‘새로운 인민 민주의 정치’에는 폐쇄적 당-국가체제 의존 등 문제점이 많다며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를 대안으로 권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15426.html

한겨레 | 2013.12.15 문화면


저자와의 만남 안내>>>

이번 주 금요일,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서면 러닝스퀘어에서 열립니다.

자세한 정보는 링크 참조해주세요~**

많은 참여 바랍니다.

현대 중국인의 고뇌와 꿈 『흩어진 모래』 저자와의 만남에 초대합니다.



흩어진 모래 - 10점
이종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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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11월 6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버락 오바마의 재선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바마의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담대한 희망』이 화제의 책이 된 2008년과는 대조적으로 2012년 한국 독자는 미국 대선에 무관심함을 보였다. 4년마다 열리는 미국 대선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고 중심인물인 대통령 후보의 사상을 알려는 독자의 움직임으로 출판계에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이번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바마의 재선이 예상된 점도 있지만, 과거보다 약해진 미국의 힘과도 관련이 있다.


     반면, 11월 8일부터 열린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제18차 당대회)는 신문과 방송의 관심뿐 아니라 출판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에 이은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거쳐 10년간 중국을 지도하였던 후진타오가 퇴진하고 앞으로 10년간 시진핑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의 책 중 대표적인 책으로 가오샤오가 쓴 『대륙의 리더 시진핑』, 샹장위의 『시진핑과 조력자들』과 『시진핑 리커창』, 사토 마사루의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최근에 출판되었다.


     정치적인 문제로 필명을 사용한 가오샤오는 중국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시진핑을 조사하는 작업에 참여한 관리를 여러 차례 접견해가면서 『대륙의 리더 시진핑』을 집필하였다. 시진핑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버지 시중쉰의 일대기는 물론 시진핑이 중국의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샹장위는 1960년대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정부 기관에서 일했고 그 후에 기자생활을 했으며 근래에는 중국 정치인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단행본을 집필하고 있다. 언론과 출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본토에서 출판하지 못하고 대만에서 출판된 책을 번역하였으며 중국공산당의 실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토 마사루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통해 향후 10년간 중국이 어떤 환경에 놓일 것이며 국제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그리고 다가오는 중국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사토 마사루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논리로 중국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할 수 있는 변수들을 살피고 이를 통해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방정식을 제시한다.


     이번에 권력을 잡는 시진핑을 비롯한 태자당의 상당수는 1958년 대약진운동 당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66년 문화대혁명 시절 10대 청소년기에 시골로 쫓겨나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위화의 산문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30여 년 동안 중국의 기적적인 경제성장 과정에서 무수히 벌어진 문화대혁명식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2년, 다양한 종류의 폭력이 혁명의 이름으로 미화되는 일은 중국사회에 만연해 있고, 그로 인한 민간의 불만 정서와 사회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이 다수의 중국인의 고통을 자기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며 중국사회를 개혁할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산지니 대표 강수걸



대륙의 리더 시진핑 - 10점
가오샤오 지음, 하진이 옮김/삼호미디어

시진핑과 조력자들 - 10점
샹장위 지음, 박영인 옮김, 지해범 감수/대가

시진핑 리커창 - 10점
샹장위 지음, 이재훈 옮김, 강준영 감수/린(LINN)

시진핑 시대의 중국 - 10점
사토 마사루 지음, 이혁재 옮김, 권성용 해제/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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