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해석과 판단>은 '폭력', '실재', 공동체' 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는 '타자성'의 윤리적 접점들을 찾아보고 있다.




1부 _ 폭력



고은미「폭력의 스펙터클과 윤리적 되갚음」
<아저씨>,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악마를 보았다>를 중심으로 잔혹한 폭력 이미지와 복수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 영화 속 폭력 이미지는 대중의 피해 의식과 불안, 배설 욕망을 포착하였지만, 자본주의적 교환 의지를 바탕으로 전시 욕망의 스펙터클을 위해 활용될 뿐이다. 앙갚음을 원하는 복수극 안에서 분개심의 정의를 넘어 윤리적 되갚음을 고민하는 영화적 시선이 필요함을, 글쓴이는 역설하고 있다.



김필남 「폐쇄된 세계, 역류하는 신체 - 김기덕론」
김기덕 영화는 관객들에게 ‘구역질’을 유발하는데 이 의미는 몸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을 게워내려는 가역반응이다. 봉합하고 감추기 급급한 이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구역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영화는 사회 규칙과 규범 등을 부정하기 때문에 관객들과의 소통에 실패했으며, 이 지점이 바로 개인들에게 윤리적 존재가 되게끔 강요하는 사회를 똑바로 직시하게 만든다. 

 


박정민 「고통의 심연」 
이창동의 영화 <밀양>(2007)과 <시>(2010)가 고통을 다루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창동은 자극적인 사건의 재현을 생략한 채, 인물들의 고통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대화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서로 다른 두 입장은 시선의 반복되는 상호교차 속에서 손쉬운 이해와 연민으로 남기를 거부한다. 고통을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는 이창동의 안간힘 앞에서, 우리는 고통과 함께, 타자의 고통의 심연을 그 윤곽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시>의 마지막 수업시간, 미자의 시를 읽기 전에 시인은 시 써온 사람 또 없느냐고 묻는다. 수강생들이 "어려워요"라고 대답하며 멋쩍게 웃을 때, 그 모습은 고통의 재현물 앞에서 가벼운 연민 뒤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2부 _ 실재



오선영 「환상은 없다-황정은론」
황정은 소설에서 나타나는 ‘환상’의 배치와 맥락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황정은 소설 속 인물들은 자기 자신이나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기이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담담한 태도에 놀라는 것은 독자, '우리들'이다. 여기에서 황정은 소설의 새로움과 특별함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황정은의 환상은 베일에 가려진 진실의 이면을 들추어내면서 예외적 존재들의 자기 목소리를 들려준다. 거기서 삶의 진실에 대한 앎이 아닌 행동의 문제를 제기할 때 주체의 윤리적 태도는 나타날 수 있다. 



조춘희 「노동하는 사람들-박현덕 시조(時調)를 읽는 한 방식」
 


 
과연 노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라는 역설적인 물음 앞에 오늘에 복무하고 있는 우리가 던질 수 있는 답변이 있을까. 현대시조가 설 자리를 탐색하는 하나의 방식은 노동의 오늘을 진단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박현덕의 시조에서 찾을 수 있다.
 

 

손남훈 「르포르타주와 글쓰기의 윤리-김곰치의 르포·산문론」 
김곰치의 르포르타주에서 글쓰기의 가능태를 보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작금에 일어나는 르포르타주 글쓰기는 당대 현실의 부조리에 반하는 실재를 향한 충동의 결과인데, 김곰치의 르포르타주는 ‘직각’과 ‘의심’의 글쓰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글쓰기=행동에 근접하고자 하는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부산의 어느 길거리, 그들이 왜 한낮에 부산역까지 가는 초행의 길에 있게 되었는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막내야, 니가 물어봐라, 했던 듯이 셋을 '대표하여' 가장 젊은 축의 사내가 나선 것이고, 길을 묻는 일에 '대표'가 필요했구나, 하고 나는 직각(直覺)했다.

-김곰치 「한 사람」『지하철을 탄 개미』


그의 르포르타주는 논리적 근거를 찾아 자료들을 많이 읽고 준비해가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되레 현장의 생생한 사태들과 맞부딪칠 때 생겨나는 "고유성" "유일무이함"을 그는 신뢰한다.




3부_공동체 


장수희 「죄의식의 정치, 윤리의 기술(Art)」
지금까지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되어온 소설가 이기호를 읽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기호가 화두로 삼아온 ‘죄의식’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근대 체제를 만들어온 이 죄의식을 벗어나기 위한 이기호의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것은 이기호의 근작(近作) 「밀수록 더욱 가까워지는」과 『사과는 잘해요』에 잘 드러나고 있으며, 끊임없는 수행을 통해서 죄의식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소설과 소설가의 작업 내용은 소설가 이기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나중에 혹시 나한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말이야."
"그러면?"
"그냥 너한테 해."

-이기호  『사과는 잘해요』

이 말은, 죄의식을 지배하는 자에 대한 기계적 사과의 공허함을 체득한 자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용서의 말이다. 반성적 사유를 통해서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는 것-그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이기호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죄의식과 고백의 무한 순환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희원
「‘아무도 아닌 자들’의 윤리 ― 배수아의 『북쪽거실』을 읽는 어떤 시선」

 배수아의 장편소설 『북쪽거실』을 통해 공동체의 윤리적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동일성의 논리로는 계산해낼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진실과, 그것에 충실하기를 멈추지 않는 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정념과 소통의 방식, 그 속에서 흔적으로 남는 아이러니한 역사를 좇아가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북쪽거실』의 인물들은 충돌로 서로 도래하고 일체화된 합일로서의 소통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계를 단절하는 것에도 특별한 고통이 따르지는 않아 보인다. 때문에 이러한 인물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는 매우 건조해 보이며 때때로 공동체에 대한 상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이 건조함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그들의 입장이 비동일적인 낯섦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지 열정이 없거나 무관심한 때문은 아니다. 


 



김수현 「경계, 불안, 눈(seeing)」
영화 <황해>(나홍진, 2010)와 <무산일기>(박정범, 2011)를 통해 조선족과 탈북자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입장과 태도를 분석한다. 이는 영화 속의 이방인의 존재가 국민국가-자본주의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윤리란 사회적 관계 속에 놓인 주체의 입장과 태도에 관련된 질문을 의미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황해>의 카메라가 빠르게 질주하는 방식을 통해 조선족의 삶을 밀어내고 외면한다면, <무산일기>의 카메라는 끊임없이 머뭇거리고 서성이는 방식을 통해 탈북자의 삶에 밀참함으로써 현실의 구조를 반추하고 되돌아보게 만든다.




박형준 「불화의 공동체-지역학문공동체와 지역학의 윤리」
우리가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중앙 그 자체가 아니라, 중앙이라는 대타적 관념을 작동―점멸시키는 정치회로다. 비평적 논쟁의 실종과 침묵의 공모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의 취약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에 발린 지역적 연대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 더 넓은 의미에서의 ‘로컬’을 ‘불화의 장소(local trouble)’로 사유하는 것이다.  

학문적 논쟁이 실종되고 풍문과 추문이 횡행하는 지역학문공동체, 이 불화로 가득한 장소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만이 '지역'이라는 곤혹스러움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임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 해석과 판단5

| 문학 | 평론

해석과 판단 지음
출간일 : 2011년 12월 30일
ISBN : 9788965451686
신국판 | 270쪽 

2011년 한 해 동안 '폭력', '실재', '공동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사유한 결과물.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한국 현대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는 '타자성'의 윤리적 접점들을 찾아보고자 찍은 방점으로 각각의 글들은 지금-이곳의 현실성에 대한 비평적 개입이자 가장 치열한 방식으로 현재를 사유한 글들이다. 




저자 :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2006년에 결성된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평 그룹이다. 경성대,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외대 등에서 연구와 강의에 임하고 있는 젊은 비평가들이 대학이라는 학연적 위계를 넘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문학 비평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비평의 현재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금-여기의 문제들을 온전히 돌출해내고, 그것에 치밀하게 개입함으로써, 단지 ‘부산’ 지역의 비평이 아닌, 보편적으로 정초 가능한 비평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 - 10점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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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창비 저작권팀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는데요.

“중, 고등 국어교과서가 국정이 아닌 검정 교과서로 바뀌면서 여러 종의 국어 교과서가 발행되어 있습니다. 창비는 검정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문학작품 중에서 좋은 작품을 선택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편에 귀사의 저작물 「밴드와 막춤」(출전:입국자들)을 사용하고자 아래와 같이 문의를 드리오니 검토하시고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략)”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밴드와 막춤」이라는 시를 다른 작품들과 같이 묶어 책을 발행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밴드와 막춤」은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한 하종오 시인의 『입국자들』에 실려 있는 시인데요.

『입국자들』 소개글 보기

작년에도 『입국자들』에 실려 있는 시 「사전」을 싣고 싶다는 이런 메일을 창비에서 받은 기억이 나네요. 「사전」은 중학교 생활 국어 2-2에 실려 있답니다.
그때 허락 메일을 보내드렸더니 책이 나오고 나서 저희 출판사에 2권을 보내왔더군요.
한 권은 저희 아들놈 읽으라고 집으로 싹~. 마침 제 아들도 중2이거든요.

『입국자들』에 실려 있는 시 중에서 이 외에도 몇 편이 더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데요.  이 시집 만들 때 저희 출판사에서는 처음 출간하는 시집이라 꽤 많이 공력을 들였는데 교과서에도 실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되어 좋네요.

창비의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에서 작품을 선정할 때도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첫 번째 기준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좋은 시를 많이 접해서 우리 주위의 사람, 사물, 세계에 대한 인식이 훌쩍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주민에 대한 인식도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고요.^^


 

사전

시어머니 손에 잡혀 나오면서도
영문을 몰랐던 며느리는
서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시집온 지 겨우 한 달
한국어는 말하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해도
베트남어는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며느리가 시어머니 손을 잡고 앞장섰다

각종 외국어 사전이 꽂힌 서가 앞에서
베트남어 한국어 사전을 뽑아 든
며느리는 빠르게 책갈피를 넘기고
한국어 베트남어 사전을 뽑아 든
시어머니는 천천히 책갈피를 넘겼다

사전 한 권씩 들고 집에 돌아온 고부는
그때부터 편해지고 마음 놓이는지 
굳이 사전을 뒤적여 찾지 않아도 
한국말과 베트남말로
제각각 한마디씩 해도 살림할 수 있었다


입국자들 - 10점
하종오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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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6회 <저자와의 만남>은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의 저자이신 정훈 평론가입니다.


백년어 문을 열고 들어서니 중앙 탁자 위에 <부산여성희망포럼> 대표가 보내신 화사한 난 화분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아니 평소 조용조용하시더니 언제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셨나? 아! 아니군요. 대표님이 시인이시네요. 무늬는 전형적인 평론가인데 본색은 시인 같은 정훈 평론가는 시처럼 평론을 하십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시인이 되지 못한 한을 평론으로 푸는 것은 아닌지 할 정도로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평론 글을 쓰시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시인분들하고 친분이 아주 두터우신 것 같아요. 오늘도 많은 시인분들이 참석해주셨네요. 간만에 자리가 꽉 차 자리가 부족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답니다.

오늘은 이영수 시인의 사회로 만남의 자리가 진행되었는데요. 일찍 오셔서 어찌나 열심히 준비를 하시는지 옆에서 볼 때 사시 공부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준비 덕택에 모임이 더 알차게 진행되는 거겠지요.

사회를 맡은 이영수 시인


오늘은 뒤표지에 직접 글을 써주신 구모룡 교수님도 참석해주셨는데요. 앞자리에 떡하니 앉아 계시니 평론계의 큰 어른으로서 든든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격려사를 한마디 부탁드렸더니, 창조적 비평을 추구하는 평론가답게 정직하고 자신에게 진솔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칭찬과 함께 이론적 감수성도 중요하다는 독려도 잊지 않으시네요.

검은 양복 입으신 분이 구모룡 교수님.


정훈 평론가는 책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야 하는 이 자리가 몹시 부담스러웠다고 저자의 인사말을 시작하셨는데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여 몰입하여 글을 쓰다 보니 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은 능력 밖이라며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더 부담스러웠다고 하시네요. 책을 괜히 내었다는 둥 심지어 평론가가 괜히 되었다는 둥 하시며 고민으로 살이 2킬로그램이나 빠졌지만^^ 책 낸 뒷감당은 하시겠다고 하시네요.

이어 사회자의 조근조근한 설명으로 책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고요.

정훈 평론가는 2002년 부산일보에 「약시와 투시 그 황홀한 눈의 운명-기형도론」으로 처음 등단하셨는데요. 숨겨진 등단 비화가 있더군요. 그때 등단작에 300만 원이라는 상금이 걸려 있었는데 신춘문예 공모를 보는 순간 ‘나한테 주는 상금이구나’하고 바로 직감하셨다네요.

주인공이신 정훈 평론가


마감이 한 달 정도밖에 안 남았으니 소설은 분량이 많고 시는 짧으니 대상은 바로 시로 정하고... 그럼 어떤 시인으로 할 것인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유명하고, 요절했고, 한 권만 낸 시인은 누가 있나 생각했답니다. 바로 기형도 시인이 생각나더라나요. 한 달 내내 시집 『입 속의 검은 입』만 읽었답니다. 배고픈 시절이라 꼭 상금이 필요했었답니다.
어쨌든 그래서 쓴 글로 등단을 하게 되어 오늘의 정훈 평론가가 있게 되었다네요.^^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 - 10점
정훈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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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겨우내
햇볕 한모금 들지 않던
뒤꼍 추녀밑 마늘광 위으로
봄비는 나리어

얼굴에 까만 먼지 쓰고
눈감고 누워 세월 모르고 살아온
저 잔설을 일깨운다

잔설은
투덜거리며 일어나
때묻은 이불 개켜 옆구리에 끼더니
슬쩍 어디론가 사라진다

잔설이
떠나고 없는
추녀 밑 깨진 기왓장 틈으로
종일 빗물 스민다

-이동순,『숲의 정신』, 산지니, 2010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네요.
감수성 풍부한 소녀적엔 일부러 비를 맞고도 다녔는데...
이젠 비도 예전 그 비가 아니네요. ㅠㅠ


숲의 정신 - 10점
이동순 지음, 최영철.김경복.황선열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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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제야 2011.04.22 1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사능이라는 것이 봄비의 멋진 정취까지 앗아가 버리고 말았네요

  2. 바람 2011.04.22 1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권인하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가 나오길래
    모처럼 상념에 잠겼었는데...
    산성비, 황사비에 이제 방사능비라니요.

소설을 읽는 사람보다 영화나 드라마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고, 시를 읽는 사람보다 시를 쓰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예전의 그 위대한 문학은 끝장났고 이제 문학은 기껏 오락거리가 되어버렸다고 푸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몰락과 종언의 온갖 풍문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홀로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문학을 둘러싼 그 추문들의 한가운데서 정결한 마음으로 글 짓는 일에 몰두한다. 마치 그것만이 그 어떤 지독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위안이라도 되는 것처럼. (『불가능한 대화들』, 6쪽)




염승숙 :
부끄럽게도 소설을 읽고 또 쓰면서, 저는 매일 국어사전을 들고 다니는 학생이었어요. 수업을 들을 때도, 도서관을 갈 때도, 집으로 돌아올 때도, 언제나 국어사전을 손에 쥐고 있었죠.


김숨 :
오후 두 시. 그것은 내 출근시간이다. 프란츠 카프카. 그는 오후 두 시에 퇴근을 했다지. 그는 오후 두 시에 퇴근해 한숨 낮잠을 자고 일어나 독서를 하고 새벽까지 글을 썼다지.



김이설 :

다섯 살, 두 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밤 외에는 없다. 아이들을 재우고 부지런히 책상 앞에 앉아도 10시 부근. 몇 문장 쓰지 못했는데도 어느새 자정이다. 여지없이 출출하다.

김재영 :

나는 소설을 통해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진 않았던가.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어 난감했다. 처음 소설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내 나이 이미 서른이었다. 나는 무엇에 이끌렸던 걸까. 이미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아내이자 한 집안의 외며느리였다.

정한아 :

출판사에서 전화가 온 것은 오후 무렵이었습니다. 방금 오토바이 퀵 배송으로 책을 보냈으니까 두 시간이면 도착할 거라는 말이었지요. 저는 집 안을 서성거리다가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김사과 :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의식적으로 했던 훈련은 하루키적 세계관과 스타일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사실 아주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써지는 대로 썼다. 처음엔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김언 :

저 스스로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고 시를 처음 배우는 친구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입니다만, 제발 자유롭게 쓰자는 주문을 많이 합니다. 시만 놓고 보자면, 흔히들 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인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안현미 :

시가 아니면 죽을 것 같은 시절을 지나면서 썼던 시들이 첫 번째 시집에 묶인 시들이라면, 시가 아니면 쓸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적어 내려간 것이 두 번째 시집에 묶인 시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금진 :

시를 쓸수록 그것이 자꾸 욕망과 허영을 동반하는 것을 봅니다. 시를 잘 쓰고 싶은 욕망과 사람들 앞에서 그 시가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결국 동일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학은 결국 독자를 전제로 하는 것일 테니까요.

김이듬 :

독자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멋대로 읽으시길 원합니다. 제 맘에 드는 시보다 그렇지 않은 시를 좋아하시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의미와 논리를 말하고 싶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자격도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의미와 논리를 지우려고 씁니다. 진실, 그런 게 있다면 그것을 말하기보다 그 진실을 지키려고 애씁니다. (205쪽)


박진성 :

뼈저리게 반성하고 또 스스로 경계하는 일이지만 시를 쓰는 사람에게 가장 나쁜 습관 중의 하나는 스스로의 시를 복제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병에 대한 시를 계속 복제해내는 나의 시작(詩作)에 환멸을 느꼈고 자폐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나의 생활이 지겨웠습니다. (234쪽)


이영광 :

나는 내가 시를 쓰면서도 시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시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딴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시인들 사이에 끼여 있으면 내가 이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겨먹은 인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불가능한 대화들 - 10점
염승숙 외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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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저녁노을* 2011.03.30 2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잘 보고가요.
    즐거운 시간되세요.^^

누군가 사랑과 책은 나누면 나눌수록 좋다고 하던데요. 특히나 좋은 책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죠. 이런 책의 행복한 순환을 이끌어내는 북리펀드 사업.
북리펀드는 한국출판인회의와 네이버가 함께 하는 독서 캠페인인데요.

매달 40권의 도서를 선정하여 홍보하고, 책 구매 독자들이 책을 읽은 후 반납하면 책 가격의 50%를 돌려주는 사업이랍니다. 반납된 도서는 전국의 마을도서관에 기증하고요. 아직까지 북리펀드가 뭔지 생소하신 분은 네이버에서 ‘북리펀드’를 검색하시면 바로 나옵니다.

책을 사시는 분은 나중에 반납하고 책값의 반을 돌려받으니 부담이 적고 반납된 도서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산 넘고 바다 건너 책을 구하기 힘든 분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니 좋은 일도 되구요.

평소 읽고 싶었는데 책값이 부담되었다면 이런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선정될 수 있도록 투표하는 수고는 당연히 해야겠죠.


저희 출판사도 당근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매달 2권의 도서를 신청하는데 이번에는 『입국자들』과 『극동 러시아 리포트』를 신청했답니다. 오늘 투표상황을 보니 『입국자들』이 1위를 달리고 있더군요. 1등이나 40등이나 선정되는 것은 똑같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습니다.^^

그럼 열화(ㅎㅎ)와 같은 성원을 받고 있는 『입국자들』은 어떤 책인지 궁금하시죠.^^
『입국자들』은 이주민 문제를 화두로 삼고 그 문제에 지속적으로 천착하고 있는 하종오 시인의 이주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는 시집인데요.

이제껏 많은 매체들이 이주민의 삶에 주목해왔지만 실상과는 괴리가 있는 다소 일방적인 시각이 많았죠. 이주민들이 직면한 비참한 현실만을 주목하여 그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거나, 또는 그들을 정적인 인물로 고립시키거나, 선한 인물로 신비화하기도 하고요. 반면, 한국인들은 주로 악한 인물로 그리고 있죠.^^ 이러한 점들은 대체로 한국인의 시선에서 그들을 일방적으로 대상화할 때 나타나는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종오 시인은 이러한 일방적인 시선을 넘어서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선들을 맞대면시키며 섬세한 시선으로 이주민들의 일상생활을 포착해내고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사기를 치기도 하고(「눈비음」), 한국 체류기간 동안 고용주에게 배운 나쁜 버릇을 자국에서 되풀이하며 자신의 배를 불리기도 하고(「소자본가」), 솟구치는 욕정 때문에 자국 언어로 한국여성들에게 진한 농을 던지기도 하고(「공단 밤거리」), 합법 체류자가 되기 위해 결혼할 한국여성을 찾아 밤거리를 어슬렁거리기도 하고(「이유 있는 방황」),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는 일하기를 꺼려하고(「작은 공장」),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이주민들이라고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시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이주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주민 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시인의 연륜이 담긴 시들을 통해 이주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입국자들』이 북리펀드 도서로 선정되면 책의 선순환에 같이 동참해도 좋을 것 같네요.

입국자들 - 10점
하종오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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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성심원 2010.06.10 1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의 순환이라... 저는 책은 소유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읽지 않아도 책꽂이에 꽂혀 있으면 읽은 내용 등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2. BlogIcon 마루니 2010.06.10 1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책 욕심이 많아 많이 쌓아두는 편인데, 그것도 좋지만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번 읽은 것은 잘 안 보게 되더라구요.^^ 의외로 책에 고파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잡지 많이들 받아보시죠. 시사지, 문예지, 패션지, 종합지 등 잡지도 아주 다양한데요. 잡지는 단행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지식을 깊이 있게 체계화하는 데에는 물론 단행본이 낫지만 일상과 관련된 중요한 시사성 정보를 얻거나 여러 작가의 따끈따끈한 새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잡지가 빠르죠.


올해부터는 저희 출판사도 <작가와사회>라는 문예지를 발간하는 데 동참하게 되었는데요. <작가와사회>는 부산작가회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문예지로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작가들을 찾아내고, 그 작가의 작품을 실음으로써 부산문학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는 계간지랍니다.

이번 2010년 봄호가 벌써 통권38호로 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답니다. 잡지를 발간하는 순간 손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요. 그래서 보통 잡지의 생명이 그리 길지는 못하답니다. 그런데도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꾸준히 문예지를 발간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잡지의 저력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작가와사회>는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지역에만 머물고 있지는 않습니다. 타 지역 작가와의 연대와 교류를 통해서 더욱 풍성한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지역을 깊게, 넓게 들여다봄으로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잡지라고 할 수 있죠.

읽을거리도 아주 다양한데요. 이번 봄호 특집은 ‘청소년과 문화’입니다.
그동안 청소년들은 입시제도라는 중압감 때문에 문학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는데요. 아동문학과 성인문학의 중간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서 청소년과 문화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문학의 코드에서 본 이 땅의 청소년들은 어떤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일별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작시 30여 편과 신작 소설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물론 부산작가회의 소속 회원들의 시와 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2010년 봄호부터는 부산지역의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인 ‘부산문학의 현장을 찾아서’가 새롭게 신설되었는데요. 그동안 부산의 문단에서 다루지 않았던 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코너인데 그 첫 걸음으로 김민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김민부 시인은 부산의 암남공원에 시비가 있는 부산을 사랑한 작가였지만, 그동안 이 시인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적은 드물었습니다. 소외된 지역의 작가를 발굴하고 조명하는 일은 독자들에게 더욱 풍성한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입니다.

우리 시대 초점이 된 문제들을 살펴보는 코너도 있는데요. ‘시평세평’이라는 코너입니다. 촌평에 가깝지만 날카로운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주변에서 시작해서 그 주변이 확장되면서 의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지역을 깊이 보고 넓게 봄으로써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죠.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 지역의 문제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보너스!! ‘시평세평’ 코너에 있는 이상섭 소설가의 「대학등록금, 이거 장난 아니네?」 일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가카’의 말처럼 과연 등록금이 싸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세계교육 1위인 핀란드는 차치하고서 우선 프랑스부터 보자. 프랑스의 대학등록금을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고작 50만 원밖에 안 된다. 그 돈으로 학생들 교육을 시킨다면 질이 떨어질 수밖에. 헌데 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교육의 내실화가 우리나라보다 ‘훨’ 낫다. 영국은 또 어떤가. 고교까지 무상교육이고, 대학등록금은 학자금대출제도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 대출이자도 무이자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학자금대출제도가 있긴 하다. 이름하여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 학자금이 비싸다고 울어대니 일단 대출 받아 공부하고 취업한 뒤 천천히 갚으십시오. 이거, 얼마나 눈물겹게 고마운 제도인가. 이름 그대로 돈 없는 서민에게는 ‘든든한 자금’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 제도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게 되레 사람 뒤통수친다. 이자가 무려 연 금리 5.7%! 이 정도라면 대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돈놀이하는 거지, 학문의 길을 독려하는 게 학자금대출이 아니다. 대학생들이 ‘MB&캐시’라고 비아냥거리는 이유가 달리 있겠는가.

 

작가와 사회 2010.봄 - 10점
작가와사회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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