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의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

정정화의 실금 하나를 읽고


정정화 작가의 소설집 실금 하나에는 총 8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의 제목으로 묶인 단편 소설집이라고 하더라도 소설 하나하나에서 일관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정정화 작가의 실금 하나는 어렵지 않게 8편의 소설 모두를 관통하는 주제를 찾을 수 있었다. 그건 곧 부조리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201호 병실은 가족관계의 불화, 돌탑 쌓는 남자실금 하나는 부부 관계의 불화, 가면, , 괜찮니?,크로스 드레서학교와 회사에서의 불화, 빈집은 친구 관계의 불화를 내세운다. 불화와 갈등은 소설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세상과 불화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 갈등이며 그러한 갈등 속에서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화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소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화나 갈등은 소설에서 전제조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정정화 작가의 소설에서 인물은 대부분 순수하고 정직한 주인공과 그와 대립하여 위선적인 세계와 영합한 이들의 대립구조로 볼 수 있다. 이는 너무나 선명한 선악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갈등이 현실 세계에 너무나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을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든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에서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와 그의 재산을 둘러싸고 가족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인 201호 병실에서 역시 아픈 노인들이 가득한 201호 병실의 침대를 의인화해 서술하고 있다. 그는 병실에 입원한 노인들의 이야기와 욕망, 그리고 한때 자신의 위에서 입원 생활을 했던 설아 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돌탑 쌓는 남자실금 하나는 모두 부부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는데 이 두 편의 소설에서는 모두 가부장적인 남편이 등장한다는데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실금 하나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떠오를 만큼 강렬한 부분이 있었다. 가면은 보험사에 취직한 정민 씨의 이야기이다. 그런 정민 씨의 팀장인 가희는 자신이 지점에서 가장 실적이 높은 명인이 되면 같은 조인 정민에게도 보상이 있을 것.”이라며 정민의 실적을 가로채지만 정작 정민은 실적이 가장 낮아 회사에서 무시를 당하기 일쑤이다. 반대로 가희는 지점장과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고객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점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잡게 된다. 그런 가희를 축하하기 위해 연 가면무도회에서 정민과 가희에게 피해를 입은 동료들은 가면을 벗으며 진실을 폭로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가면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 소설집에서는 흔치 않은 소설이다. 이와 비슷한 유의 소설인 , 괜찮니?크로스 드레서는 마찬가지로 학교’라고 하는 직장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괜찮니?는 학부모들에게 부당한 선물을 받고 미술 대회 성적을 조작하려는 염 선생과 그에 동조하는 선생님들에 대해 반기를 들고 상장을 찢어버리지만 결국 물의를 일으켰다는 죄목으로 해고를 당한다. 크로스 드레서에 등장하는 기간제 교사 역시 기간제 교사로 학교 업무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던 찰나 그녀를 살갑게 도와주는 사회 선생과 점점 친해져,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한다.”라고 말하지만, 그녀가 기간제 교사의 업무를 끝내자마자 연락이 소원해지더니 결국에는 같은 학교의 염 선생과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 그녀는 그들이 자주 가던 카페의 바리스타처럼 반대 성별이 입는 것으로 인식되는 옷을 입는 행위인 크로스 드레싱을 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처럼 가면을 제외한 정정화의 소설은 모두 순수한 삶은 지향하는 사람들의 패배로 그려진다. 빈집은 이러한 비극성이 절정에 달하는 소설이다. 외딴 섬에 어머니와 함께 살고있는 현수는 얼른 돈을 벌고 장가를 가라는 어머니의 독촉에 섬 밖으로 나와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간판 사업을 하던 기태와 만나 같이 사업을 시작한다. 현수와 기태, 그리고 기태의 경리인 미영까지 3명이 일을 하면서 현수와 미영은 사랑에 빠지고 둘은 멀리 가서 같이 살 계획을 짜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뒤, 기태와 미영이 현수에게 줄 돈과 계약서를 가지고 야반도주를 하게 되고 현수는 절망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방마저 빼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자 현수는 어머니를 두고 온 외딴 섬을 떠올린다. 그는 결국 외딴 섬으로 돌아가지만, 거기에는 이미 썩어버린 어머니의 시신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불편하게 하고, 분노케 한다. 이러한 불편함과 분노는 부조리한 세상과 그것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에게서 기인한다. 주인공들은 영악한 인물들에게 속절없이 당하지만, 그런 인물들 역시 구조의 피해자이며 구조에 영합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이 대부분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이 소설이 드러내고 있는 현실은 더욱 서늘하다. 하지만 비뚤어진 세상에서는 똑바로 서 있는 자가 비뚤어진 것.’이라는 말처럼 그들은 똑바로 서 있기에 비뚤어져 있다. 그런 이들의 순박함과 올바름에 대한 감각은 작가가 반드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던지는 정의와 올바름에 대한 지향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Posted by 구경민2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실버_ 2020.01.09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평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언젠가부터 부조리한 현실을 다룬 소설을 읽기가 힘들었어요. 현실을 마주하면 할수록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경민 씨가 쓰신 것처럼 그 역시 소설의 역할이므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2. 날개 2020.01.10 0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정화 작가님의 이번 작품을 설명하는 단어 중 '위선'과 '부조리'라는 말이 자주 나오곤 합니다. 어떤 명쾌한 답을 내려주진 않지만, 내가 서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201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인 소설가 정정화(사진)씨가 단편소설집 ‘실금 하나’(산지니)를 펴냈다.

이번 작품집은 지난 2017년 출간된 ‘고양이가 사는 집’에 이어 두 번째 작품집으로 ‘돌탑 쌓는 남자’,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등 모두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번 작품들은 부모와 자식, 부부, 직장, 친구 사이에서 관계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일그러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낸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는 뇌출혈로 쓰러진 노인이 요양병원과 요양원, 딸의 집을 전전하며 서서히 기억을 잃어간다는 얘기다. 점점 과거의 기억으로 회귀하던 노인은 그리던 고향집에 가보지도 못한 채 결국 재산을 놓고 다투는 자식들을 눈앞에 두고 죽음을 맞는다. ‘201호 병실’은 병실에 있는 병원용 침대가 담아내는 환자들의 일상이라는 독특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병실에는 안 노인과 구 노인 그리고 중환자 할머니가 있다. 두 노인은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퇴원만을 기다리지만, 몸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간다.

문학평론가 구모룡씨는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어그러지고 깨어진 관계 속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 처해 있지만 참된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평한다.

 


 

기사 링크 :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316498

경남신문 이명용 기자

 

실금 하나 - 10점
정정화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기무철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년 12월 17일 울산 교보문고에서

<실금 하나> 정정화 작가의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지난해부터 울산의 소설가들과

울산 교보문고가 함께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지역서점에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독자들과의 만남의 기회를 갖게 해 준다는 점에서 뜻깊은 시간이라 생각됩니다.

 

 

 

북콘서트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는 울산 작가들의 작품을 행사 기간동안 전시/판매하고,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낭독회', '강연회' 등의 자리도 마련되었습니다.

 

정정화 작가의 북콘서트에는 특별히 <실금 하나>의 해설을 맡아주신

구모룡 평론가도 참석하셨습니다.

 

<실금 하나>는 정정화 작가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 입니다.

표제작 '실금 하나'를 비롯해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북토크 후 사인회도 가지셨네요^^

정정화 작가님의 <실금 하나> 출간과 성공적인 북토크를 산지니도 축하합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한 작품 활동을 기대하겠습니다 :)

 

 

 

실금 하나 - 10점
정정화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에디터날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실금 하나

|정정화 소설집

 

 

▶ 소설집 『실금 하나』, 다양한 삶 속의 일그러진 관계를 비추다
정정화 소설가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이다. 작가는 『실금 하나』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을 통해 부모와 자식, 부부, 직장, 친구 사이에서 관계가 일그러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주목한다.
작가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도 참된 삶을 갈망하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등장시키며 독자에게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묻는다. 이번 소설집은 문학평론가 구모룡 교수의 해설로 작품의 이해에 깊이를 더했다.

 

 

▶ 현대사회에서 어그러지고 깨어지는 가족을 그리다
정정화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되어 가는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는 뇌출혈로 쓰러진 노인이 요양병원과 요양원, 딸의 집을 전전하며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이야기다. 노인의 딸과 며느리는 아픈 노인보다 남겨진 재산의 향방에 더 관심이 있다. 점점 과거의 기억으로 회귀하던 노인은 그리워하던 고향집에 가보지도 못한 채 결국 재산을 놓고 다투는 자식들을 눈앞에 두고 죽음을 맞는다. 작품은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부모의 임종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씁쓸한 세태를 그린다.
「201호 병실」은 201호 병실에 있는 병원용 침대가 담아내는 환자들의 일상이라는 독특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병실에는 안 노인과 구 노인 그리고 중환자 할머니가 있다. 두 노인은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퇴원만을 기다리지만, 몸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간다. 무생물을 화자로 그려내는 노인들의 병상 생활과 그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버린 노인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한편, 작가는 다음 작품을 통해 관계가 멀어지고 깨어진 부부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먼저 「돌탑 쌓는 남자」의 주인공 ‘나’는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다가 지진을 경험하고, 집에서 나와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피신하는 와중에 한 남자가 길 너머에서 돌탑을 쌓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남자는 자신의 무관심으로 죽은 아내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돌탑을 쌓는다고 했다. 아이의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과 육아에 관심이 없는 남편과 관계는 소원해졌으며, 승진하는 옛 동료의 소식에 무기력함이 깊어가고 있었던 ‘나’는 돌탑 쌓는 남자가 건네는 한마디에 스스로를 괴롭혔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다음으로 표제작 「실금 하나」는 삼십 대 후반의 이른 나이에 조기 폐경을 맞게 된 아내의 이야기다. 아내는 조기 폐경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만 집에 둔 채 늦은 밤 밖으로 나간다. 남편인 ‘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아내의 행동의 이유를 찾아가다가 부부 관계에 금이 간 결정적인 사건이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실금 같은 작은 틈이 조금씩 벌어져 부부간의 사이가 멀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이 두 작품에서 작가는 회사의 성과에 매여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남편, 경력단절과 육아로 힘겨워하는 아내, 그로 인해 멀어지고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보여준다. 회사와 가정,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고 힘겨워하는 부부의 모습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상황이기에 공감을 불러온다.

 

 

▶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 참된 삶을 갈망하다
정정화 작가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 참된 삶을 찾아가는”(구모룡 평론가) 인물들을 담아냈다. 「가면」에서는 중년의 나이에 초보 보험설계사가 된 ‘정민’이 회사에서 겪는 부조리를 가면이라는 소재로 드러낸다. 미모의 팀장 ‘송가희’는 정민이 가져온 보험실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서 보험왕에 뽑힌다. 지점장은 송가희를 위해 가면무도회를 열기로 하고, 정민은 이 자리에서 가면을 쓴 채 가희의 모든 부당함과 부정을 폭로하고자 한다. 조직 내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약자의 모습을 가면무도회라는 장치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너, 괜찮니?」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춘 남녀인 ‘나’와 ‘그’가 비합리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겪는 부당하고 부조리한 일들을 보여준다. 나는 교육현장에서 횡행되는 비윤리적인 일을, ‘그’는 상사에게 강요당하는 동성애의 폭력을 겪는다. 그는 상사에 대항하다 구치소에 수감되고, 나는 기간제 일을 관두게 된다.
「크로스 드레서」 역시 막막한 현실을 살아내는 한 청춘이 어떻게 그 현실을 탈피하는 지를 그린다. 교사임용시험 공부를 하는 장수생인 나는 2개월짜리 기간제 교사를 하게 되고, 사회 담당 염 선생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얼마 후 염 선생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고 임용시험에 다시 떨어진다. 도망칠 곳 없는 현실 앞에서, 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작품 「빈집」은 거짓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한 자아가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섬 총각 ‘현수’를 통해 보여준다. 신붓감을 찾기 위해 육지로 나온 현수는 고향 선배 기태를 만나고, 자신의 전 재산을 기태의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그러나 기태는 현수에게 월급 주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현수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했던 미영과 기태의 사이를 수상하게 느낄 무렵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뒤 현수는 다시 고향집으로 내려가고, 무성한 풀이 자란 집에서 엄마의 주검을 발견한다.

 

 

거짓된 삶을 직시하고 거부하며 저항하는 인물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실금 하나』의 작품은 노인문제, 부부문제, 비정규직 문제, 갑을관계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어그러지고 깨어진 관계 속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일상이 아닌 것이 없는 소설 속 인물들의 현실은, 또한 나의 삶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애씀이 더욱 와닿는다.

 

 

| 첫 문장     

오랜만에 옷장에 걸린 옷들을 살핀 건 결혼 10주년을 맞아 식당 예약을 해놨다는 남편의 말 때문이었다.

| 책 속으로

P. 77    절규 가면을 들고 거울을 봤다. 볼을 홀쭉하게 하고 입을 벌려보았다. 거울 속 정민의 표정도 절규하는 것처럼 일그러뜨려졌다.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얼추 비슷한 표정이 만들어졌다. 가면과 민낯의 일치에 정민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                                                                                              _「가면」

P.117     철제로 된 몸통에 스펀지를 감싼 인조 가죽, 바퀴, 안전 가드로 이루어진 내 모습. 나는 매트리스를 받쳐주는 철 부분에 길쭉하게 긁힌 흔적이 있다. 환자를 이송하던 중 벽 모서리를 지나다 생긴 상처인데 그때 여자가 비명을 질렀던 기억이 또렷하다.                                                                                   _「201호 병실」

P. 171    등대는 언덕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현수는 고깃배를 타고 엄마가 있는 섬으로 가는 중이었다. 배가 엔진 소리를 내며 파도를 가로질러 미끄러졌다. 습한 바람이 물보라가 들이치는 뱃머리에 눅눅한 기운을 몰고 왔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_「빈집」

 

| 저자 소개

울산 울주 배냇골에서 태어났다.

2015년 경남신문과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고양이가 사는 집」(필명 길성미), 「담장」이 각각 당선되었다.

단편 「쿠마토」가 『2016 신예작가』에 실렸고, 2017년 소설집 『고양이가 사는 집』(연암서가), 2019년 6인 작가 테마소설집 『나, 거기 살아』(문학나무)를 출간했다.

 


 

| 목차

돌탑 쌓는 남자 /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 가면
실금 하나 / 201호 병실 / 너, 괜찮니?
빈집 / 크로스 드레서

해설(구모룡 평론가) / 작가의 말

 

실금 하나_정정화 소설집

정정화 지음│240쪽│15,000원│

2019년 12월 17일 출간

978-89-6545-637-7│140*205

 

 

 

실금 하나 - 10점
정정화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실버_ 2019.12.30 15: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나상ㅎㅎ 손이 예쁩니다 : )

울산 소설가들 신작 소설집 잇따라 출간 '책 잔치'

 

▲ 울산지역 소설가들이 펴낸 소설집.

울산소설가협회(회장 권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소설가들이 잇따라 신작집을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호상 소설가가 첫 작품집 『젊은 날의 우화(羽化)』(도화)를 냈다. 표제작인 <젊은 날의 우화>을 비롯해 2편이 중편과 4편의 단편을 실었다. 모두 탄탄한 문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표제작인 <젊은 날의 우화>는 입사 동기인 두 주인공의 사랑을 매미가 성충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사계절 사랑을 대하는 두 남녀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상처 입은 삶을 대하는 각자의 방식도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만 하다. <복순 씨의 개종改宗> <딱따구리의 죽음> <가락지> <우물> <홍수> 등의 작품들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소설가 심은신은 장편 소설 『버블 비너스』(청어)를 냈다. 심은신 작가의 『버블 비너스』는 환영과도 같은 인간의 갈망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줄곧 외모 예찬과 성적 욕망, 그리고 부를 향한 열망이 샴쌍둥이처럼 하나의 뿌리에서 파생되었음을 강조한다. 얼굴을 고쳐 여신이 되고자 하는 한 여자와 돈과 명예를 좇는 성형외과 의사가 나누는 대화 속에 우리 내면에 숨겨둔 욕망의 진실한 모습이 드러난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작가가 던지는 인간의 갈망에 관한 이야기에 빠져볼 만 하다.

경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서안 소설가도 첫 소설집 『밤의 연두』(문이당)를 출간했다. 소설집에는 표제작인 <밤의 연두>를 비롯 <과녁> <골드비치> <하우젠을 말하다> 등 모두 9편의 작품이 실렸다. 이서안의 소설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인간의 삶을 틀 지우는 건축물과 그 ‘틀’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을 이야기 한다. 표제작 <밤의 연두>도 사람들의 삶의 공간인 아파트 가운데 놓인 나무에서 비롯된다. 독일이란 낯선 나라에서 가족을 만들고 뿌리를 내린 화자 아버지 고단한 삶이 가슴속을 파고 든다. 작가는 ‘상처 입은 영혼’들의 이야기라고 전한다.

정정화 소설가도 두 번째 단편소설집 『실금 하나』(산지니)을 펴냈다. 작가는 모두 8편의 작품을 통해 가족, 사회, 친구, 직장에서 일그러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주목한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201호 병실>에서는 가족, 특별히 늙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돌탑 쌓는 남자>, <실금 하나>에서는 깨어진 부부의 관계를, <가면>, <너, 괜찮니?>, <크로스 드레서>에서는 학교와 회사로 대변되는 사회 집단 속에서 상처 받고 소외되는 인물에 주목한다. 또 <빈집>에서는 아들을 도회로 보내고 홀로 죽음을 맞는 어머니와 그 아들을 모습을 그린다. 작가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도 참된 삶을 갈망하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등장시키며 독자에게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묻는다. 

고은정기자

☞기사 원문 바로보기

 

산지니의 12월 소설 신간 <실금 하나>(정정화 지음).

조금만 기다리시면 만나보실 수 있어요^^

Posted by 에디터날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산지니의 소설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귤 까먹으며 소설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 왔네요 ㅎㅎ

산지니는 여러분께 따끈따끈한 소설을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12월에는 울산소설가협회 소속 정정화 작가님의 <실금 하나>가 출간될 예정이에요.

(기대기대~~)

 

울산소설가협회 북콘서트가 12월 1~20일, 울산 교보문고에서 열립니다!

이 행사에는 작년 12월 출간된 <볼리비아 우표>의 강이라 작가님의 강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정정화 작가님의 신작 <실금 하나> 북토크가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 기대할게요^^ 


 

 

울산소설가들, 지역 대형서점서 시민 독자들 만난다

 

12월 1일~20일, 교보문고서 ‘북 콘서트’

 

울산소설가들이 지역의 대형서점에서 시민 독자들과 만나는 ‘북 콘서트’를 연다.

울산소설가협회(회장 권비영)는 내달 1일부터 20일까지 남구 삼산동 교보문고 울산점 매장에서 ‘북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 울산소설가협회가 내달 1일부터 20일까지 남구 삼산동 교보문고 울산점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북 콘서트’ 행사를 연다. 사진은 지난해 북 콘서트 모습.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울산소설가들의 ‘북 콘서트’는 작가들의 작품 상설 전시 판매(1일~20일)는 물론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작품해설 및 낭독’, 지역 소설가들이 참여하는 ‘초대작가 강연회’ 등으로 소통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북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행사는 1일 오후 5시 울산 교보문고 배움홀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선 ‘북 콘서트’에 참가하는 지역 소설가들의 작품 해설과 함께 낭독회가 마련된다.

‘초대작가 강연회’에는 김태환 강이라 정정화 이양훈 등 4명이 차례로 독자들을 만난다.

우선 5일 오후 5시부터는 김태환 소설가가 ‘작가로 사는 법- 나만의 소설쓰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14일 오후 2시부터는 강이라 소설가가 ‘요가-명상의 시간’, 17일 오후 5시부터는 정정화 소설가가 ‘<실금 하나>를 만나다’, 19일 오후 2시부터는 이양훈 소설가가 ‘울산 향토사와 문학’을 주제로 독자들과의 만난다.

울산소설가협회의 ‘북 콘서트’ 행사는 지역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려는 교보문고의 도움이 컸다. 교보문고는 이번 행사를 위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일일이 찾아 매장에 내 놓는다.

매장에 나오는 작품은 권비영의 <엄니>(가쎄), 이충호의 <이예, 그 불멸의 길>(연인M&D), 이양훈의 <전화앵>(좋은땅), 박마리의 <하이힐을 신은 여자>(도화), 전혜성의 <강변의 자전거>(좋은땅), 강이라의 <볼리비아 우표>(산지니) 등이다. 또 김옥곤의 <움직이는 바위그림>(푸른세상), 김태환 <니모의 전쟁>(청어), 정정화 <실금 하나>(산지니), 심은신 <버블 비너스>(청어), 마윤제 <우리는 왜 책을 읽고 쓰는가?>(특별한 서재), 이서안의 <밤의 연두>(문이당), 이호상의 <젊은 날의 우화>(도화) 등의 신작도 선보인다. 이밖에 이서안 정정화 강이라 소설가가 함께 작업한 소설집<나, 거기 살아>(문학나무)도 소개된다.

울산소설가협회 권비영회장은 “‘북 콘서트’를 통해 독자들과 지역 소설가들이 부담 없이 만나 거리를 좁히고 친밀감을 늘릴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이번 행사에는 역량 있는 소설가들의 수준 높은 신작들이 많이 소개되는 만큼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볼리비아 우표 - 10점
강이라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