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관왕 정정화 소설가 <실금 하나>

자동차 흠집 하나로 이혼을 요구하더라

  『실금 하나』 저자=정정화 소설가.                                                                    © 포스트24


▶ 현대사회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소설가의 눈은 더 작은 것을 보고, 소설가의 귀는 더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소망하며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현대인의 삶을 그린 신춘문예 2관왕 정정화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정정화 소설집.                                                                                                © 포스트24

 

Q : 『실금 하나』는 어떻게 출판하게 되었나요?
A : 첫 소설집 『고양이가 사는 집』을 낸 후 2년 만에 펴낸 책입니다. 『실금 하나』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을 통해 부모와 자식, 부부, 직장, 친구 사이에서 관계가 일그러진 사람들의 삶을 그렸어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 참된 삶과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는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했습니다.

 

Q : 『실금 하나』 줄거리 좀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A : 『실금 하나』는 삼십 대 후반에 조기 폐경을 맞게 된 아내의 이야기예요. 아내는 남편에게 설명도 없이 아이만 집에 둔 채 나가 늦은 밤까지 돌아오지 않습니다. 남편인 ‘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아내 행동의 이유를 찾아가다가 부부 관계에 금이 간 결정적인 사건이 아내의 실수로 차에 낸 실금 하나 때문임을 알아챕니다. 실금 같은 틈이 조금씩 벌어져 부부 사이가 멀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인간관계 역시 사소한 어긋남이 큰 균열로 이어지는 일이 많지 않나 싶어요.

 

Q : 소설집의 다른 단편도 소개해주세요.
A : 「돌탑 쌓는 남자」는, 경력 단절된 여성인 ‘나’가 남편과의 거리감으로 방황하던 중 강가에서 돌탑 쌓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시행착오 속에서도 탑 쌓기를 멈추지 않는 그를 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외에 뇌출혈로 쓰러진 노인이 요양병원과 딸의 집을 전전하며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이야기인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중년의 나이에 초보 보험설계사가 된 정민이 회사에서 겪는 부조리한 현실을 가면이라는 소재로 드러내고, 그 부조리함에 맞서는 모습을 가면무도회라는 장치를 통해 묘사한 「가면」, 201호 병실에서 벌어지는 환자들의 일상을 무생물인 병원용 침대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서술한 「201호 병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춘 남녀인 ‘그’와 ‘나’가 비합리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겪는 부당한 일들을 보여주는 「너, 괜찮니?」, 거짓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한 존재의 자아가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섬 총각 ‘현수’를 통해 보여주는 「빈집」, 교사임용시험 공부를 하는 장수생인 ‘나’(여성)가 2개월짜리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사회 선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염 선생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시험에도 떨어지면서, 고립과 소외를 치유하는 방식을 ‘남장’을 통해 모색하는 이야기인 「크로스 드레서」가 실려 있습니다.

 

Q :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한국소설 추천 부탁합니다.
A : 권지예 작가의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을 추천 드려요. 이 작품은 작가가 10년 만에 펴낸 소설집 『베로니카의 눈물』에 실려 있습니다. 죽은 남편 민수의 유물 중에 쿠바에 가면 소피아 곤살레스에게 전해주기를 바란다는 상자와 메모를 발견합니다.

 

평생 동반자인 남편에게서 비밀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이 궁금했고, 삶의 미스터리와 속물적인 ‘나’의 심리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작품을 읽고 자신만의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과 조우하시길 바랄게요.

 

Q : 현대사회 인간사를 주제로 많이 쓰시는데 다음은 어떤 작품을 구상하는지 궁금합니다.
A : 단편소설은 인간관계를 다룬 이야기와 아울러 생태, 환경 쪽에 관심을 두고 작품을 쓰고 싶어요. 제가 첫 소설집을 내고 장편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는데요. 가족에 얽힌 현대사와 관련된 소설을 쓰고 싶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만 맴도는 것을 메모해 뒀는데 집필까지 나아가지 못했어요. 두 번째 소설집이 나왔으니 장편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저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인생 작품’을 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장편 속에서도, 『실금 하나』 작가의 말에서 적었듯이 “내 눈은 더 작은 것을 보고 내 귀는 더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겸손하고 경이롭게 현상과 실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견지하고 싶어요.


▶ 정정화의 작품은 노인문제, 부부문제, 비정규직 문제, 갑을관계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어그러지고 깨어진 관계 속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일상이 아닌 것이 없는 소설 속 인물들의 현실은, 또한 나의 삶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애씀이 더욱 와닿는다. (구모룡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 중에서)

 

 

 


 ▲정정화 소설가 (필명 길성미)

 

 〔약력〕
 □ 2015년 경남신문 「고양이가 사는 집」 신춘문예 당선
 □ 2015년 농민신문 「담장」 신춘문예 당선
 □ 2017년 소설집 『고양이가 사는 집』
 □ 2019년 6인 작가 테마소설집 『나, 거기 살아』
 □ 2019년 소설집 『실금 하나』

 

 

 

[편집=이영자 기자]

 

 ⓒ 포스트24


[기사 원문바로가기]


Posted by 예빈박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장세련의 독서일기(17)]사소한 어긋남이 만든 커다란 균열


사람살이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밥벌이가 그 무게감의 으뜸이지만 그보다 어려운 것이 관계형성이다. 물론 차원이 다른 문제이긴 하다. 밥벌이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나 원만한 인간관계에는 상대와의 이해가 얽혀 있다. <실금 하나>(정정화, 산지니)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은 여덟 편의 단편이다. 하나 같이 군더더기나 작은 오류도 없이 매끄럽다. 촘촘하고 깔끔한 문장도 매력적이다. 흡인력이 강해서 편안히 읽힌다. 덕분에 주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듯하다. 언뜻 보면 소소한 이야기들인데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심리묘사도 탁월하다. 여덟 편이 각각 다른 이야기지만 주제는 비슷하다. 신실함만이 좋은 관계형성의 뿌리임을 다양한 군상들을 통해 풀어냈다.

‘실금 하나’는 표제작이다. 실수로 긁은 자동차의 실금 하나가 이혼으로 이어진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사실 자동차에 낸 실금 하나 정도의 상처는 아주 사소하다. 눈에 띄지도 않아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고작 실금뿐인 것을 헤집어서 생긴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화자인 남편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경제력을 무기로 아내의 실수를 타박하고, 아이들의 잘못을 아내의 관리소홀로 치부하는 남편들. 성공의 관점을 부(富)의 축적으로 가늠하는 동안 아내와의 사이에 생긴 실금 같은 갈등이 건너지 못할 강으로 벌어진다는 걸 모르는 그들. 작은 실수조차도 용납은커녕 이해조차 하려고 들지 않는 자신의 감정적 인색함이 이혼의 원인이란 걸 끝내 알지 못하는 답답이. 그 무딘 감성이 안타까운 이들이다.

나머지 작품들도 비슷하다. 등장인물들의 직업이나 성격이 다를 뿐이다. 부부나 연인, 직장에서의 인연들, 혈연에 이르기까지 사람살이에서 얽히고설킨 문제들은 다양하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사람사이의 문제들도 시작은 아주 사소하다. 그럼에도 종종 상처를 입는 쪽이 생긴다. 실금이 종당에는 커다란 균열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거짓으로 치장된 사회라 해도 신실함은 사회질서의 근간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곧잘 잊고 사는 이 사실을 일깨워 준 실금 하나. 읽는 동안은 무심중에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로 남을 실금을 긋지는 않았는지 나를 돌아본 시간이었다. 장세련 동화작가

©경상일보, KSILBO

[기사원문바로가기]

정정화  단편소설집, 『실금 하나』 큰글씨책도 있습니다.

실금 하나 (큰글씨책) - 10점
정정화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예빈박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정정화(사진·52) 소설가가 두 번째 소설집 ‘실금 하나’(산지니)를 펴냈다. 구모룡 평론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 참된 삶을 찾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2017년 ‘고양이가 사는 집’이라는 첫 소설집을 낸 후 8편의 단편을 모은 이번 소설집에는 부모와 자식, 부부, 직장, 친구 사이에서 관계가 일그러진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정 작가는 누구나 충분히 겪을 만한 사소한 일상과 순간을 포착해 섬세하게 그려내는 비범함을 보여준다. 표제작 ‘실금 하나’는 삼십 대 후반의 이른 나이에 조기 폐경을 맞게 된 아내의 이야기다. 아내는 조기 폐경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만 집에 둔 채 늦은 밤 밖으로 나간다. 남편인 ‘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아내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다가 부부 관계에 금이 간 결정적인 사건이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실금 같은 작은 틈이 조금씩 벌어져 부부간의 사이가 멀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는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부모의 임종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씁쓸한 세태를, ‘201호 병실’은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두 노인의 병상 생활과 그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버린 노인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돌탑 쌓는 남자’는 회사와 가정,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고 관계가 깨지는 부부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작가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을 직시하고 비판하면서도 진정한 자아로 나아가는 지향을 견지한다. ‘너, 괜찮니?’에는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도 교육 현장에서 횡행하는 비윤리적인 일을 거부하며 저항하는 ‘나’가 나오고, ‘가면’은 보험회사 조직 내의 부조리함에 맞서 부당함과 부정을 폭로하는 ‘정민’이 주인공이다. ‘크로스 드레서’ 역시 막막한 현실을 살아내는 한 청춘이 상처를 치유하려고 사회적 금기에 도전한다.


그간 휴머니즘과 인간관계의 회복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노인 문제, 부부 문제, 비정규직 문제, 갑을 관계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일상이 아닌 것이 없는 소설 속 인물들의 현실은, 또한 나의 삶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애씀이 낯설지 않다.



정 작가는 동아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15년 경남신문과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해 등단했다. 정 작가는 “그동안 인간애의 사라짐과 인류 공통의 가치 훼손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앞으로는 생태적인 것,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정홍주 기자

기사 링크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200116.22020004002



 

실금 하나 - 10점
정정화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