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

오늘은 지난 화요일, 산지니X공간에서 진행되었던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 『모자이크, 부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지난 10월 말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이죠. 『모자이크, 부산』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테마 소설집 입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많은 이에게 인식되며 기억되고 있는데요, 이 책의 각 소설은 부산의 정경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슬픔을 조명하기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을 서술하기도 합니다.

 

작품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흘러 간 만큼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각 작가님의 소설에 대해 짧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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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혜 작가님의 <다락방의 상자>는 우연히 발견된 상자로 하여금 하야리아 부대가 주둔했던 부산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주인공 진교는 시민공원 인근 주택으로 이사해 집수리를 하던 중 다락방에서 정체 모를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 속에는 90년대에 한국 여성과 미군이 주고받은 러브레터, 사진 등이 들어 있었고, 그는 소중한 물건을 되찾아 주고 싶다는 생각과 상자에 얽힌 사연에 대해 알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힙니다. 과연 상자를 어떤 역사를 머금고 있을까요?

박영해 작가님의 <콘도르 우리 곁에서>는 부산진성이 있었던 증산공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LA에 살던 나는 고국에 들러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는 증산공원으로 갑니다. 부산진성이 있었던 그곳은 임진왜란 후 공동묘지로 변했고, 동물원 공사가 시작되자 무덤들이 이장되었습니다. 완성 단계에 있었으나 개원하지 못한 동물원 우리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들어가 살았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에서 나는 오래도록 힘들어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 희미하게나마 그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조미형 작가님의 <귀부인은 옥수수밭에> 주인공 모자이크 아티스트 나백은 부산 임랑 바닷가의 엔진 없는 낚싯배 ‘귀부인’에서 홀로 생활합니다. 말미잘 매운탕 가게를 하는 우봉과 서핑 샵을 하는 도욱은 예술을 하는 나백에게 SNS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나백에게 말미잘 매운탕을 먹을 것을 강요하고, 그들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더해갑니다. 광란의 밤이 흐르고 아침이 밝아오자, 나백은 자신만의 기이하고 파괴적인 작품 창작을 시작합니다.

오영이 작가님의 <아무도 모른다>는 폭력 중독을 이야기하며, 양모의 폭력에 희생된 다섯 살 여자아이의 죽음을 다룹니다. 해운대 바다를 안마당으로 거느린 초고층 아파트 안에서였습니다. 태어나 한 번도 친구를 만들어보지 못한 양모는 폭염이 심한 날 아이를 차에 방치하고 벽에 머리를 박습니다. 병아리처럼 유약한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피투성이가 되어갑니다. 폭력이란, 이유 따위 없이도 시작될 수 있고 그렇게 중독되기도 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장미영 작가님의 <끝나지 않은 약속>은 오래전 죽은 엄마에 대한 아이의 애착을 다룹니다. 아내인 수진이 뇌종양으로 죽은 뒤 나는 이끌리듯 돌산마을로 오게 되는데요 돌산마을은 수진과 내가 함께 자란 곳입니다. 어느 날 딸 채영이 배가 불룩한 아줌마가 집 앞에 서 있다 갔다는 말을 합니다. 그날 저녁 채영이는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하며 아줌마랑 돌산마을에도 간다거나 말없이 사라지는 일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나는 수진의 집, 벽화 앞에서 실체 없는 아줌마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채영을 발견하고, 채영이의 생일날 수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결심합니다.

안지숙 작가님의 <거제리역에서 도깨비를 만나>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년에 이른 나는 이혼 위기에 맞닥뜨리고, 노모가 고관절 부상을 당하자 간병을 핑계로 부산 집으로 내려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오로지 걷는 것으로 삶을 버텨온 나는 매일 온천천변을 걷는데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동해선 둘레길을 걷게 됩니다. 동해선 둘레길은 철도원이었던 아버지와 인연이 깊은 장소입니다. 그리고 둘레길에 들어선 나는 고슴도치 가죽을 덮어쓴 도깨비를 만나게 됩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당일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저희 산지니도 부산에 자리잡고 있는 지역 출판사이기 때문에 '부산'을 테마로 하는 책이 출간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부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쭉 살고 있는 부산 토박이인데요, 그래서인지 작가님들과 함께 나눌 '부산' 이야기가 정말 기대되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제가 아는 부산의 지역이 비치면 참 들뜨더라구요. 문학에 있어서도 서울이 중심이 되어가는 현재에, 제가 익히 잘 아는 시민공원, 센텀시티, 온천천 등이 소설의 배경이 되니 굉장히 반갑기도 하구요. 

이런 의미 깊은 자리인 만큼 여섯 작가님을 모두 모시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거제리역에서 도깨비를 만나」를 집필하신 안지숙 작가님께서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불참하셨고(작가님 언젠가 꼭 뵈어요!) 저희는 다섯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북토크에 가까웠는데요, 이 책을 누구보다 잘 아는! 담당 편집자 제나님께서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오늘 저는, 소설만큼 개성이 뚜렷한 다섯 작가님들의 진중하기도 유쾌하기도 했던 답변들 중 몇 가지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특히 저는 '부산'에 대해 전해드리고 싶어요.

 

Q. 이 소설 속 배경지들은 널리 알려진 부산의 모습보다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장소인 부산에 집중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들은 어떤 생각으로 각각의 장소를 택하게 되셨나요?

장미영(문현동 돌산마을): 이 곳은 제가 출퇴근을 하면서 늘 지나치는 곳입니다. 한 때는 벽화마을로 유명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재개발로 인해 그 마을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에 대한 중독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조미형(임랑 바닷가): 제가 살고 있는 곳이 기장이기 때문에 근처의 일광, 임랑 바닷가를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제가 정관에서 3년을 살았는데 그 곳에 살다가 일광으로 다시 돌아오니 바다가 주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닷가에서 사는 사람들만의 독특한 정서가 있을 것이다,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바다에 중독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영해(증산공원): 마음에 품은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적 증산공원 아래에 산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 대한 중독 때문에 삶이 좀 편해지고 난 후에 자주 그곳에 가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은 일본인 기자들을 마주쳤는데, 그들은 청소년의 역사의식 재고를 위해 취재를 왔다고 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첫 패전지였던 이곳에 대해 우리는 잊고 싶어 하는 역사이기도 하죠. 우리도 패전지라고 해서 망각의 터로 버려두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영이(센텀시티): 장소를 선정하기에 앞서 작가가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정인이 사건이 일어났어요. 최소한의 자기표현도 하지 못하는 존재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거죠.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부산, 고층건물이 들어선 화려한 센텀시티 속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생각했습니다.

김민혜(시민공원): 제가 부산진구에 살고 있는데 항상 보는 시민공원에 대해 써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야리야 부대에서 시민공원으로 변하기 전 임시개장 시기에 출근하며 그 거리를 지나다니기도 했어요. 역사를 일깨워주고 의미가 와닿는 장소라 언젠가 소설화해보고 싶었어요.

 

작가님들의 답변에는 '나의 삶'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역시 작가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삶의 터전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쩐지 저도 제가 살아가는 장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같은 부산이라도 모두가 살아가는 곳이 다르니까 이렇게 다양한 배경의 작품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조금 생소한 증산공원이나 돌산마을이라는 새로운 장소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또한 제가 자주 다니는 센텀시티나 시민공원이 가지는 장소성이나 역사성에 대해서도 곱씹게 되었습니다.

박영해 작가님이 '이 곳에 대해 절실하게 쓸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모든 장소에는 역사가 있고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소에 대한 기억은 로컬의 노력 없이는 쉽게 사라져 버리죠. 그 기억이 잊히지 않게 글을 써주시는 지역 작가님들에게 감사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Q. 부산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쓰시고, 지역의 역사와 현재를 기록하시는 만큼 작가님들의 부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부산'이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하시나요?

김민혜: 부산하면 외지인들에게는 바다와 관광지로서 기억되고 있잖아요. 이제 부산을 고유성과 역사성, 문화가 있는 도시로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문학적으로도 좋은 작가들이 많은 도시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영이: 책의 제목이 『모자이크 부산』인데, 모자이크라는 것이 다 같이 모였을 때 새로운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부산의 특징 중 하나가 피라미드의 도시라는 것, 그야말로 모자이크 상황인거죠. 저는 이 부산이라는 곳이 예기치 않게 모인, 피라미드의 도시라는 것을 도시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영해: 저는 부산이 역사의 도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산에는 패전의 역사도 있지만 우리 경제성장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거든요. 성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요즘, 우리 과거의 어두운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 어둠이 어떻게 성장의 배경이 되었는지에 대해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미형: 저는 개인적으로 부산을 자유와 치유, 행복한 새로운 시작의 도시로 느끼고 있어요. 제가 바다를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상처를 가진 사람이 해운대 바닷가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일출을 보게 된다면,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날 것이다. 그래서 부산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도시라고 생각을 합니다.

장미영: 역사성이나 이야기, 문화적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문화적인 것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면에서도 부산의 지역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문학의 도시라고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들의 답변에서 부산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죠. 내가 살아가는 도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지역민으로서 정말 기쁜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지역 문학인들의 활동이 더욱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작가님들의 바람처럼 부산이 문학의 도시로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상, 저는 작가님들과의 자리에서 오간 담화의 일부분을 짧게 전해드렸지만 사실 저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모이게 되신건지, 지역성과 더불어 메인 키워드로 '중독성'이 나온 계기, 집필 도중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책 속의 작가님들이 직접 찍으신 사진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했으니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유튜브 채널 산지니에 업로드된 풀영상을 확인해주세요!

영상 보시면서 꼭 부산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 그리고 지역의 문화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또 찾아올테니까요, 다음 행사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저희 금방 또 만나요!

Posted by __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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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이크, 부산 = 김민혜·박영해·조미형·오영이·장미영·안지숙.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테마소설집이다. 6명의 작가가 부산에 살아보지 않으면 모를 '부산의 공간'을 소환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6편의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센텀시티, 문현동 돌산마을, 거제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삼았다. 부산의 정경과 함께 각 장소가 지닌 슬픔,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 등을 조명한다.

산지니. 232쪽. 1만5천 원.

 

▶ 출처: 연합뉴스

 

[신간] 마음의 심연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 마음의 심연 =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www.yna.co.kr

 

 

[신간] 모자이크, 부산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부산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가 담긴 테마소설집이 나왔다.

책 '모자이크, 부산'(산지니)은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등 작가 6명이 부산을 배경으로 쓴 소설을 묶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항상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기억되어 왔다. 이 여섯 명의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들은 이 책에서 로컬이 아니면 알기 힘든 부산의 공간을 소환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센텀시티, 문현동 돌산마을, 거제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부산의 정경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장소마다 지닌 슬픔을 조명하기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을 서술하기도 한다.

김민혜의 '다락방의 상자'는 우연히 발견된 상자로 하여금 하야리아 부대가 주둔했던 부산의 모습을 그려낸다.

박영애의 '콘도르 우리 곁에서'는 부산진성이 있었던 증산공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조미형의 '귀부인은 옥수수밭에'는 부산 임랑 바닷가의 엔진 없는 낚싯배 '귀부인'에서 홀로 생활하는 주인공 모자이크 아티스트 나백의 이야기다.

오영이의 '아무도 모른다'는 양모의 폭력에 희생된 다섯 살 여자아이의 죽음을, 장미영의 '끝나지 않은 약속'은 오래전 죽은 엄마에 대한 아이의 애착을 다룬다.

안지숙의 '거제리역에서 도깨비를 만나'는 용서와 화해에 관해 이야기한다.

 

▶출처: 뉴시스

 

[신간] 모자이크, 부산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부산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가 담긴 테마소설집이 나왔다

www.newsis.com

 

[신간 돋보기] 부산의 숨겨진 이야기 조명

모자이크, 부산 - 김민혜·박영해·조미형·오영이·장미영·안지숙 지음/산지니/1만5000원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항상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기억돼왔다. 잠깐 머무는 곳으로의 부산과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부산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부산의 과거 또는 현재를 그리며 로컬로서의 부산을 표현한 6개의 소설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각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등을 배경으로 한다. 아름다운 부산의 정경을 담으면서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과 각각의 장소가 지닌 슬픔도 조명한다. 배지열 기자

▶ 출처: 국제신문

 

[신간 돋보기] 부산의 숨겨진 이야기 조명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항상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기억돼왔다. 잠깐 머무는 곳으로의 부산과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부산은 다른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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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부산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테마소설집 『모자이크, 부산』이 출간되었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이 테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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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부산

 

 

부산을 무대로 불러오다

로컬에 시선을 둔 여섯 작가의 부산 이야기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테마소설집 모자이크, 부산이 출간되었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이 테마소설집에는 로컬이 아니라면 알기 힘든 부산의 공간을 소환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섬세한 눈으로 미시적인 분석을 할 때, 우리가 사는 도시의 도처는 매우 새롭고 두껍게 서술될 수 있다. 어느 마을에 살든지 그 삶의 구체를 이해하려는 섬세한 정신의 작가가 있다면 멋진 소설 작품을 인양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각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센텀시티, 문현동 돌산마을, 거제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부산의 정경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슬픔을 조명하기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을 서술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항상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기억되어 왔다. 이 여섯 명의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부산을 만들다

 

김민혜의 <다락방의 상자>는 우연히 발견된 상자로 하여금 하야리아 부대가 주둔했던 부산의 모습을 그려낸다. 진교는 시민공원 인근 주택으로 이사해 집수리를 하던 중 다락방에서 정체 모를 상자를 발견한다. 상자 속에는 90년대에 한국 여성과 미군이 주고받은 러브레터, 사진 등이 들어 있었고, 그는 소중한 물건을 되찾아 주고 싶다는 생각과 상자에 얽힌 사연에 대해 알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진교는 상자를 둘러싼 역사를 추적하며 시민공원을 배회한다.

 

박영애의 <콘도르 우리 곁에서>는 부산진성이 있었던 증산공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LA에 살던 나는 고국에 들러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는 증산공원으로 간다. 부산진성이 있었던 그곳은 임진왜란 후 공동묘지로 변했고, 동물원 공사가 시작되자 무덤들이 이장되었다. 완성 단계에 있었으나 개원하지 못한 동물원 우리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들어가 살았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에서 나는 오래도록 힘들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 희미하게나마 그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조미형의 <귀부인은 옥수수밭에> 주인공 모자이크 아티스트 나백은 부산 임랑 바닷가의 엔진 없는 낚싯배 귀부인에서 홀로 생활한다. 말미잘 매운탕 가게를 하는 우봉과 서핑 샵을 하는 도욱은 예술을 하는 나백에게 SNS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나백에게 말미잘 매운탕을 먹을 것을 강요하고, 그들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더해간다. 광란의 밤이 흐르고 아침이 밝아오자, 나백은 자신만의 기이하고 파괴적인 작품 창작을 시작한다.

 

오영이의 <아무도 모른다>는 폭력 중독을 이야기하며, 양모의 폭력에 희생된 다섯 살 여자아이의 죽음을 다룬다. 해운대 바다를 안마당으로 거느린 초고층 아파트 안에서였다. 태어나 한 번도 친구를 만들어보지 못한 양모는 폭염이 심한 날 아이를 차에 방치하고 벽에 머리를 박는다. 병아리처럼 유약한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피투성이가 되어 숨을 거두고 만다. 폭력이란, 이유 따위 없이도 시작될 수 있고 그렇게 중독되기도 한다. 아무도 모르게.

 

장미영의 <끝나지 않은 약속>은 오래전 죽은 엄마에 대한 아이의 애착을 다룬다. 아내인 수진이 뇌종양으로 죽은 뒤 나는 이끌리듯 돌산마을로 오게 된다. 돌산마을은 수진과 내가 함께 자란 곳이다. 어느 날 딸 채영이 배가 불룩한 아줌마가 집 앞에 서 있다 갔다는 말을 한다. 그날 저녁 채영이는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하며 아줌마랑 돌산마을에도 간다거나 말없이 사라지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나는 수진의 집, 벽화 앞에서 실체 없는 아줌마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채영을 발견하고, 채영이의 생일날 수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결심한다.

 

안지숙의 <거제리역에서 도깨비를 만나>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다. 중년에 이른 나는 이혼 위기에 맞닥뜨리고, 노모가 고관절 부상을 당하자 간병을 핑계로 부산 집으로 내려온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오로지 걷는 것으로 삶을 버텨온 나는 매일 온천천변을 걷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동해선 둘레길을 걷게 된다. 동해선 둘레길은 철도원이었던 아버지와 인연이 깊은 장소다. 둘레길에 들어선 나는 고슴도치 가죽을 덮어쓴 도깨비를 만나게 된다.

 

부산을 머금고 새롭게 나아가는 문학적 공간

 

잠깐 머무는 곳으로의 부산과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부산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거주지라는 것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역의 분위기를 머금게 된다. 그 지역의 과거를 알든 알지 못하든 우리는 지역의 역사를 발 디디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역사를 새로이 만들어 나간다. 여기 세상으로 뻗어나가는 부산에 관한 여섯 개의 소설이 있다. 부산의 과거를, 또는 현재를 그리며 로컬로서의 부산을 표현한 이 소설들이 부산의 분위기와 역사를 머금고 부산이라는 문학적 공간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 첫 문장

진교는 집 마당의 화단 턱에 걸터앉았다.

 

💙 책 속으로

p.9 다락방 도배하는데 이게 나왔어예. 버릴까예그는 의아스런 눈빛으로 상자를 받아 들었다. 상자는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박 소장이 목장갑 낀 손으로 먼지를 털어내자 회색 먼지들이 소르르 일어나 햇살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밝은 햇살에 섞인 먼지 입자들이 기묘한 색으로 반짝이며 조금씩 퍼지며 날아갔다. 상자 위에는 ‘Made in U.S.A.’ 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고 잠금 고리를 열어 보니 사진, 편지, 손목시계, 향수, 카세트테이프, 전자기기 등 잡다한것들이 들어 있었다.

p.50 나는 밤마다 꿈속에서 움찔대는 검붉은 입술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공동묘지 아랫동네에 살면서 겪은 일이나 부산진성 부근의 유령에 대해서는 자신에게조차 섣불리 발설하고 싶지 않았다. 표현하기 힘든 내밀한 감정을 말로 내뱉으면 내가 뜻한 것과 다른, 유치한 무엇으로 변해버릴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내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에 고립된 채 홀로 서 있는 것 같았다.

p.91 ‘귀부인이 정박해 있는 옥수수 밭 땅주인이 도욱이다. 밭에 쑥쑥 자라고 있는 옥수수는 말미잘 매운탕 가게를 하는 전우봉 소유다. 가게 앞에 가마솥을 걸어 놓고 옥수수를 삶아 팔고 있다. 무슨 일인지 우봉이 이른 아침부터 밥 먹자고 가게로 불렀다. 나백은 찜찜했지만, 마땅히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우봉이 하는 매운탕 가게에서 바닷가 쪽으로 쳐다보면 귀부인이 한눈에 보인다. 낡은 배에서 하루 종일 배 안팎을 돌면서 뜯었다 부쉈다가 접착제를 바르고 조각을 붙이는 작업만 하는 나백의 일상을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

p.136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그 말간 눈이 싫어 배를 걷어차거나 머리를 벽에 처박았다. 커갈수록 제 엄마를 닮아가는 그 눈이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아 화를 주체할 수 없어지면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럴 땐 눈앞이 하얗게 표백되면서 뇌 속에 주파수 높은 소음이 가득 찼다.

p.174 책꽂이에서 미니 앨범을 꺼냈다. 채영이 아기 때 사진을 몇 장 넘기니 나와 수진이 얼굴을 맞댄 채 찍은 사진 한 장이 보였다. 달랑 한 장 남은 사진이 기억의 조각들을 수집한다. 배가 둥근 달처럼 불룩한 것만 빼면 긴 머리에 안경, 큰 키, 보조개, 수진의 모습이 그림 속 여자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채영이 그림을 보고 난 뒤의 후유증일까, 제대로 설명되는 게 없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내가 병원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p.216 기억이 났다. 세상의 끝을 지나 걸어가던 그곳. 주변이 마을이었는지 논밭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옆으로 하천이 흐르던 길에서 아버지를 만난 일이 또렷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나를 덥석 안았다. 아부지. 울음을 터뜨린 건 내가 아니었다. 젖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아버지가 허엉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가 우는 바람에 놀라서 나도 따라 울었다. 아버지가 축축한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을 닦고 코를 풀어주었다. 그날 아버지 손을 잡고 비를 맞으며 걸어간 곳이 거제리 시장통이었다. 시장통에서 아버지와 나는 국밥을 먹었다. 국밥 냄새에 체리 세이지의 초콜릿 향이 섞여들었다.

 

💙 작가 소개

 

김민혜

2015월간문학』 『동리목월문예지로 등단. 금샘문학상 수상, 소설집 명랑한 외출, 장편소설 너의 우산2021년 청소년 북토큰도서 선정

박영해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8년 부산소설문학상, 2009년 들소리문학상 수상. 소설집 네 사람이 누운 침대, 우리가 그리는 벽화, 종이꽃 한 송이

조미형

2006국제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씽푸춘, 새벽4, 장편동화 해오리 바다의 비밀. 2019년 현진건문학상 추천작 각설탕선정. 2021해오리 바다의 비밀중국 청광출판사 판권 계약

오영이

2009문예운동, 2012한국소설, 2015동리목월신인문학상 수상. 2019년 성호문학상(본상) 수상. 소설집 별들은 이제 섬으로 간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현재 경성대학교, 동명대학교, 해양대학교 외래 교수.

장미영

2012년 천강문학상 우수상,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안지숙

2005년 신라문학상 수상,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 데린쿠유. 2019년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 차례

더보기

 

다락방의 상자 - 김민혜

콘도르 우리 곁에서 - 박영해

귀부인은 옥수수 밭에 - 조미형

아무도 모른다 - 오영이

끝나지 않은 약속 - 장미영

거제리역에서 도깨비를 만나 - 안지숙

 

후기: 비대면 시대의 호출

 

 

 

모자이크, 부산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 232쪽 | 135*200 | 978-89-6545-756-5 03810 | 15,000원 | 20211021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테마소설집. 각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센텀시티, 문현동 돌산마을, 거제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부산의 정경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슬픔을 조명하기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을 서술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항상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기억되어 왔다. 이 여섯 명의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자이크, 부산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테마소설집 『모자이크, 부산』이 출간되었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이 테마소

www.aladin.co.kr

 

Posted by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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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에 열린 ‘월요일에 만나는 문학과 비평’ 5회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다섯 번째 시간에는 안지숙 소설가를 모셨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함께 보시죠.

 

월문비 5회 주인공, 안지숙 소설가

 

안지숙 소설가는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오랫동안 문화기획사에서 일하며 여러 책을 집필했고, 실제 생존자와 사망자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기록 『1995년 서울, 삼풍』을 공저했습니다. 한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을 내었습니다.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2016)은 등단작인 「바리의 세월」(2005)을 위시한 7편의 소설을 담습니다. 올여름 간행한 『데린쿠유』는 단편집을 묶은 뒤 채 3년이 되지 않아 발간한 장편입니다. 등단 15년에 비춰 과작이지만 작품에 내재한 문제의식이 적지 않습니다.

 

 

구모룡 평론가는 오늘 행사의 제목을 ‘소설과 타자의 고통’으로 정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구모룡 평론가: 다른 이의 고통을 우리는 쉽게 말할 수 없고, 고통은 그것을 겪는 사람이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지숙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고통을 겪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그 시선은 그 고통을 겪는 이처럼 명확하고 따스합니다. 그래서 오늘 자리가 작품 속 인물의 고통을 보며, 타자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안지숙 소설가의 작품에 있는 가족과 여성 서사에 대한 특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공식 문단에 내민 첫 소설인 「바리의 세월」은 고난으로 점철한 한 여성의 이야기(장편으로 가능한 내용을 담는다)이다. 처음부터 가족과 여성 서사라는 데서 출발한다. 가족 플롯은 서사의 근본 플롯(master plot)이다. 가족관계는 사람들의 출생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원이자 사회적 관계와 상호 결정한다. 가부장제가 여성에 가하는 억압과 폭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속적이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변화가 또한 노년의 소외를 유발한다. (...) 누가 어떻게 여성의 상처와 고통을 말하는가? 아니 상처와 고통을 말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우리는 타자의 상처와 고통을 말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의문을 던지게 된다."

 

신작 『데린쿠유』에 있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습니다. 안지숙 소설가의 소설 속에서는 ‘고통’이 등장하지만, 그것의 끝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삶은 폐허 같아도 푸른빛이 비춰준다고 말입니다.

『데린쿠유』의 묘미는 주인공이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다. “세라”가 보이는 사랑법(선물)과 “정찬우”와의 신체 접촉 등도 이러한 과정에 속하고 아버지 “경술”의 발언과 태도가 어떤 기미를 제공한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욕심으로 살아지는 무가치하고 무해한 삶, 그런 삶이 줄 수 있는 단순명료한 일상”을 추구해온 “현수”의 의식은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마침내 어머니 “복임”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데에 이르면서 그는 “상처의 중심부”, 슬픔의 기원에 다다른다. “복임”과의 화해가 가능한 대목이다. 친부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고 양모인 “복임”을 이해한다. “다솜”과 더불어 그는 지하도시에서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 그것은 “그 모든 것들이 흘러가는 통로를 따라 검푸른 빛의 물결”이 흐르는 현상과 같다. 상처의 기원을 앎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고 치유의 가능성을 얻는다. 소설의 결말은 낙관적 전망으로 열려있다.

 

장편소설 『데린쿠유』와 단편집『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평론가의 발제 시간이 끝나고, 소설가와 청중과의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문자: 이번 신작 『데린쿠유』를 읽으면서, 작품이 물 흐르듯이 읽히고, 또한 작가의 자전적 부분이 녹아 있으니까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장편 소설이다 보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현수의 여자친구 다솜의 가족 문제라든지, 철공소의 다른 인물들을 확장해서 이야기했으면 어떨까?’라는 점입니다. 그러면 소설 전체의 스케일이 좀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질문자2: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초반에는 철공소 내의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중반 이후로 그 인물의 등장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 다솜과의 친밀성은 소설 끝으로 갈수고 점점 강화되는데, 이 부분이 조금 더 중요한 스토리 라인이 되면 좋지 않았을까요?

 

안지숙 소설가: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데린쿠유』에서 철공소(철학공작소)의 등장은 주인공 현수의 공간이 필요해서 였다는 게 1차입니다. 또한 철공소 내의 인물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 비정규직 정도의 사회적 위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수는 그곳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지요. 그러나 그나마 철공소는 하나의 유사 가족의 역할을 하며, 위안도 주고, 다솜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런 현수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도구로써, 장소를 설정했습니다.

또한 철공소 내 인물들에게 진짜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웹툰, 장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인물들이 작품 내에서 활약을 크게 하지 않을 것이며, 하나의 덩어리로서 활동할 것임을,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현수와 관계를 맺을 것인지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이들에게 행동, 얼굴, 스토리 라인을 주게 되면 이 소설에서 써나가려고 했던 것이 엉클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아쉽지만, 그 정도에서 그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모룡 평론가: 장편 『데린쿠유』의 모티프들을 보면 이전 구상들을 최대한 집약하였다는 판단이 듭니다. 이 점에서 앞으로의 작업이 궁금합니다. 어떤 소설을 쓰고 계신가요?

안지숙 소설가: 집약했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오늘 이야기 나누어보니까 저도 그런 것 같네요. 사실 발표한 두 도서는 자전적인 이야기가 투영되어 있어요.

첫 단편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속 「청게」에서도 마지막에 다 삼키고 바다로 가면서 저에게서 한 단계 벗어나는 제 모습을 보았고, 이번 『데린쿠유』를 집필하고 나서는 아예 졸업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현수가 저의 모습이고, 세라도 저의 모습이고, 저를 투영시켜서 두 사람을 만나게 했어요. 구모룡 선생님도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저’에게서 졸업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자전적 이야기를 소설에 녹이는 것이 어떻게 생각될진 모르겠지만, 이 소재를 꼭 쓰고 싶었습니다. 또 나의 어린 현수에게도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우물 속에 숨어있었던 네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이제 원 없이 썼기 때문에, 두 소설은 끝으로 자전적 이야기는 졸업하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집필 방향에 대해 말하자면, 써둔 소설 한 편이 있는데요, VR게임을 소재로 해서 가상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에요. 우리는 지금 어쩌면 현실보다 가상공간에 더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이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서 VR게임을 소재로 소설을 썼습니다.

 

참석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저 역시 『데린쿠유』를 비롯해서 소설가가 작품 속 인물들의 역할이나 비중, 스토리 라인을 정할 때 어떤 고려사항이 있는지 궁금했는데요, 이번 시간을 통해 소설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며 조금이나마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안지숙 작가님의 소설을 보며 정말 젊은 감각으로 집필하는 작가님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셔요. ‘월요일에 만나는 문학과 비평’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2020년, 새해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  여러분 모두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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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부쩍 추워졌네요...

아침 출근길에는 차가운 공기에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왠지 이런 날씨가 문학과 비평을 이야기하기엔,  어울리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어느덧 다섯 번째를 맞은 '월요일에 만나는 문학과 비평',

10월에는 안지숙 소설가를 모시고

'소설과 타자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산지니x공간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할거니깐요,

부담 없이 참석하셔도 됩니다. 책을 안 읽고 오셔도 되고요... 읽고 오시면 더 좋고요^^

 

 

안지숙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문화기획사에서 일하며 여러 책을 집필했고, 실제 생존자와 사망자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기록 『1995년 서울, 삼풍』을 공저했다. 비정규직 인생으로 살아온 애환을 담은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과 『데린쿠유』를 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쓸 예정이다. 

 

구모룡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하였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시인의 공책』, 『폐허의 푸른빛』,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등이 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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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산지니 인턴 하혜민입니다지난번에 올린 데린쿠유의 서평에 이어 저자 인터뷰까지 맡게 되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원래라면 직접 찾아뵙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만안지숙 작가님이 계신 곳과의 거리가 멀어 직접 찾아뵙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그래서 너무 아쉽게도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책을 읽고 제가 궁금했던 점이나 알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질문을 드렸는데작가님께서 아주 상세히 답변해 주셨습니다다 같이 한번 보실까요?

 

 

 



▲ 안지숙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Q. 안지숙 작가님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됐습니다장편이니만큼 오랜 시간 공을 들이셨을 것 같아요데린쿠유가 출간된 기분이 어떠세요?

 

A. 되게 막 좋을 것 같았는데. 책을 처음 받아 대면하는 순간 스스로 대견한 마음 반, 허전한 마음 반이랄까. 첫 장편이니만큼 문학상 공모에 당선돼 화려하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채로 내서 이런가, 싶어요.

 




Q. 데린쿠유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낯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어떻게 이런 단어를 발견하시고작품의 주요 소재로 끌어오실 수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터키에 놀러 갔을 때 가이드 해 주신 분이 지하 우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우물을 같이 찾아서 들어갔죠. 허리를 거의 90도로 숙이고 아주 좁은 길을 걸어 내려갔는데, 한참 가다 보니 마을 형태의 구조를 이룬 빈 공간들이 나오더군요. 무수히 많은 작은 방들, 방과 방 사이의 통로,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 어디쯤에서 비밀스럽게 뚫린 방공호, 회의 장소로 썼음직 한 너른 방, 화장실로 썼지 싶은 공간. 그곳이 아랍인들로부터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숨어 살던 곳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현실의 공포를 피해 이곳 지하 공간으로 숨어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나 역시 현실의 고통, 현실의 어려움을 피해 숨어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현실적 공간이 없을 때 우리는 마음속 자신만의 공간으로 도피해 숨어들잖아요. 데린쿠유는 실재하는 구조물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고통을 피해 숨어드는 상징적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생각을 하는 동시에 데린쿠유를 제목으로 내세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지요.

 





Q.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 한 명한 명마다 캐릭터 성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누구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인물이 없지요현수다솜경술복임세라찬우를 비롯해 안 감독이나은주정숙과 같은 인물들까지도요작가님께서 인물에 굉장히 공을 들였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인물 설정은 대개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A. 소설 시놉시스를 쓸 때 서사에 알맞은 역할을 배분하고 성격을 구체적으로 스케치했습니다. 성격이 잡히면 거기에 맞는 말투나 얼굴, 몸집이나 버릇 같은 게 자연스럽게 따라붙더군요. 그리고 사실 이 소설이 친부모 찾기라는 신파 라인을 타고 가잖아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소설을 접어놓고 며칠간 완결된 드라마를 통으로 다운받아서 보기도 했고요. 여러 인물의 성격과 대사를 유념해서 봤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도 같습니다.

 

 




▲ 안지숙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Q. 다솜이 순우리말로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잖아요저는 세라와 찬우의 사랑(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지만)으로 태어난 현수가 자신의 데린쿠유를 벗어나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다솜에 대한 사랑이 그 방식이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혹시 다솜이의 이름을 그런 의도로 지으신 건지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A. , 맞아요. 맑고 따뜻하고 한없이 건강하고 밝은 여자아이를 현수의 여자 친구로 만들어주자고 생각했고, 우리말에서 찾았어요. ‘양명’(亮明)시라는 환하게 밝은도시에 사는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밝은 양지의 사람이에요, 다솜은.

 



 

Q. 저는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복임'이란 인물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친아들을 사고로 잃고현수를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어쨌든 너도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엄마의 모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요작가님께서는 데린쿠유의 인물 중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A. 현수죠. 다른 인물 하나하나가 다 애착이 가지만 그 많은 인물 사이에서 약간 뚱한 표정으로 느리게 오가는 인물 현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을 잡고 갔으니까요. 복임의 경우, 사실 제가 아이를 낳아 기른 적이 없어 자식 잃은 감정을 그대로 살려내는 게 좀 힘이 들었어요. 복임이란 인물을 제대로 살려냈나 싶기도 하고. 제 손안에 쥐기가 버거운 인물이었습니다.


 



Q. 우리 사회 내에 신체적 질병을 참아 내는 세라나 정신적 질병을 참아내는 현수와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요그에 따라서 그들만의 데린쿠유도 분명히 다양하게 존재할 것 같고요작가님께서는 이렇게 고통을 참고 버텨야 하는 삶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사회의 방향성에 따르면 세라와 같은 미련함을 지녀야 할 것 같은데내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 자리를 벗어난 현수와 같은 삶도 필요한 것 같거든요.

 

A.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하던데요.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자기 방식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세라의 경우가 그렇죠. 그게 성격의 한계이든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체적 한계에서 오는 것이든 간에요. 그 고통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다면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벗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을 극복하면서 다른 인생에 도전하는 게 더 나은 삶을 이루지 않을까요. 인생, 한 번뿐인데 할 수만 있다면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편이 좋겠죠.






▲ 안지숙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Q. 작가의 말에 '용서와 화해로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았다.'라는 대목이 있는데원래 그리시던 데린쿠유의 결말이 궁금해요저는 서로에 대한 용서와 화해가 있었기에 이 소설이 성장소설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요만일 작가님이 그리신 결말대로 갔더라면 현수의 운명은 어떻게 뒤바뀌었을까요?

 

A. 바로 위의 질문에 대한 답과 연관되는 건데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있거든요. 현수가 처한 삶, 현수가 살아가는 방식에서 밝고 건강한 다솜의 삶으로 뻗친 손을 거둔다면 현수는 자신의 지하도시에 머물게 되겠죠. 복임과의 거리, 세라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고 자신의 지하도시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현수의 모습, 이게 결말이 되었을 것 같네요. 아마도.

 



Q. 우연히 작가님 블로그를 통해 출간 소식을 알리는 글을 보게 됐습니다해당 포스트에는 '궁극적으로 고통을 치르는 방식'에 대해 쓴 글이라고 언급하셨더라고요그 글을 읽고 나니 단순히 이 소설 속 인물들이 성장했다는 지점에만 초점을 맞출 수가 없게 되었어요작가님은 성장에 반드시 성장통처럼 고통이 잇따른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A. 현수뿐만 아니라 세라도, 복임도, 경술도, 심지어는 송찬우도 자신만의 고통을 견디면서 살잖아요.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선택한 삶의 양태를 보여주고 있죠. 성장하고 변화하는 삶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른다고 봅니다. 사는 꼴이 어떻든 자신의 삶에 안주하고 자포자기해버린 인물에게 성장통이란 건 따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자포자기한 삶, 본인은 편하잖아요. 하하.

 

 



 Q. 이전에 내신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도 그렇고 이번에 나온 데린쿠유도 그렇고 작가님께서 사회에서 배제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풀어나가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저 자신이 사회에서 배제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배제당하고 소외당하고 몸이 아픈 경험이 그런 인물들을 만들어 소설 속에서 움직이게 하고, 현실의 고통과 두려움, 공포를 이겨내게 함으로써 소설 속에서 구원을 받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가 제 인생을 견디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견디는 저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 안지숙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사진.

 





Q. 두 번째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시다고 들었는데장편의 경우에는 한 번의 호흡이 길게 이어져야 하잖아요작가님께서 긴 호흡을 가지고 계속해서 글을 쓰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A. 30대 때 몸이 좋지 않아 6, 7년 정도 아무것도 못 하고 허송세월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장편소설을 무지하게 읽었습니다. 그때 사들인 책의 80%가 장편소설이었어요. 엎드려서 읽고 누워서 읽고 앉아서 읽고 서서도 읽었죠. 읽었다기보다 읽어치웠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독서질풍의 시대였죠. 그때의 독서가 알게 모르게 장편의 서사를 떠올리고 장편의 호흡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됐을 겁니다. 단편을 쓰는 것보다 장편 작업을 하는 게 일단 재미가 있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전공자로서 문학이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이론이 도출하지 못하는 지점에 선 문학이 우리가 실천하게끔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이건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각 한 권밖에 못 낸 작가에게 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질문 같은데요. 하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위의 질문에 대한 답과 같다고 해야겠네요. 문학은, 작품 속 인물들의 삶과 그 삶 속에서의 선택들, 어려움을 이기고 고통과 슬픔, 아픔을 겪어내는 모습들을 통해 자기성찰을 끌어내는 힘이 있죠. 자기성찰 속에서 위안도 얻고 반성적 자아를 만나기도 하면서 행동에도 변화가 오게 하는 문학이 좋은 문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학의 역할에 대해 지금 제가 생각하는 건 그 정도입니다.

 

 






▲ 안지숙 작가님의 환한 미소.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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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7.16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의 제목 '데린쿠유'를 처음 들었을 때 궁금했었는데, 터키에 있는 곳이군요.
    실재하는 공간을 작가님이 소설 속 상징적 공간으로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그곳에 저도 가보고 싶네요.

    • BlogIcon hyemineeee 2019.07.16 1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에 서술된 데린쿠유가 자세해서 직접 다녀오신 적 있으신가 여쭤보려다가 다른 질문이랑 중첩될 것 같아 말았는데, 자세히 다녀온 소감을 써서 보내주셨더라고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네요. :-)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첫인상은 그게 뭐지?’였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가 좀처럼 입에 붙지 않아 속으로 몇 번을 따라 뱉었지만 이번에 서평 맡은 책이 뭐지?, 하고 누군가 물으면 단박에 대답하지 못한 기억이 몇 번 있다. 데린쿠유. 터키에 있는 대규모 지하 도시. ‘깊은 우물이라는 뜻(130)으로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 속 인물들의 성장 서사를 그리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어다.


주인공 현수는 형인 명수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와 엄마인 복임의 서늘한 시선 속에서 자란 28세 청년이다. 자기주장이 없고, 타인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이른바 무디고 미련스럽고 살진 똥돼지의 이미지’(17)로 학창 시절을 보낸 현수는 성인이 되어서도 주류에 속하지 못한다. 자신이 재단해서 깎은 든든한 방패 뒤에서 자신을 욕보는 사람들을 욕하고 자위하며 미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는 게임과 만화 그리고 먹는 것을 좋아하며, 진로나 미래에 대한 목표는 딱히 가지고 있지 않다. 아버지의 소유 건물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용돈을 받아 근근이 한 달씩 버틴다. 그러던 중 아버지를 찾아온 세라를 만나는데 그녀는 아는 고모임을 자처하며 현수에게 꺼림칙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따뜻한 물속에서 감지되는 차가운 기운 같은 거요. 처음에는 그게 차가운 건지도 모르다가 어느 순간 알게 되죠. 그렇게, 그냥 알겠더래요. 자기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조금만 잘못한 게 있어도 이상하게 눈치가 보이고,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고 그랬는데, 그런 자기 마음을 부모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더래요.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서요."(193쪽)




세라가 현수에게 부탁한 아르바이트는 간단하지만 위험한 제안이었다. 양명시 시장 후보 송찬우의 실체를 몇 차례에 걸쳐 인터넷에 게시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세라는 인터넷과 컴퓨터 사용이 미숙해서 본인이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덧붙였다현수는 오직 ‘26년 전에 송찬우가 전세금 2,000만 원을 들고튀었다.’라는 사실과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었고, 두 살 무렵 해외 입양을 보내게 됐다.’사실을 가지고 인터넷 서치를 시시작한다. 세라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담보로 현수의 아버지 경술에게 빚을 진 것도 있으니 차를 사주겠다고 제안하지만 현수는 이 일이 영 탐탁지 않았다. 더군다나 26년 전의 돈을 이제 와 걸고넘어진다는 사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현수는 그러던 중 세라의 주변 인물을 통해 세라가 했던 말들의 일부가 거짓임을 알게 되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이 일을 반드시 해나가야 할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위키피디아 수정과 검색을 통한 인터넷 이용이 잦았던 현수는 금세 송찬우라는 인물에 대해 정리한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돈 떼먹고 오리발’, ‘자식 버린 정치가라는 제목으로 현수는 글을 게시하게 되고, 그 바람에 송찬우 측의 사람에게 잡혀 송찬우와 마주하게 된다.







현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일이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한 숨은 의도(134)가 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28년간 친부모라고 믿은 경술과 복임은 친부모가 아니었으며, 의도된 만남으로 마주하게 된 세라와 찬우가 자신의 진짜 부모라는 사실과 비로소 마주한다. 하지만 세 사람은 온전한 가족이 될 수 없다. 세라는 자신의 데린쿠유인 송찬우에게 얽매여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고통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송찬우를 택하지만, 오히려 이는 더한 고통이 되어 그녀를 덮친다. 어릴 적 우물에 빠졌을 때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124)던 것처럼, 그녀는 수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자신의 데린쿠유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그곳에 갇혀 있다. 한편 송찬우는 이미 제도적으로 두 아이가 있는 여자와 혼인을 한 상태였으며, 생물학적 아버지 이외의 어떤 역할도 수행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세 사람은 하나의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갈 수 없는 미성숙한 위치에 서 있다.


그러나 세라는 잠시 동안 우리는 가족이었다.’며 과거를 회상한다. 평생을 아픈 몸을 가지고 품은 아이였기에 세라는 자신의 몸이 더 악화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임신 후 약을 끊고 난 뒤 손가락이며 팔꿈치가 틀어지고, 팔목 발목 연골마디들이 부어올라 딱딱하게 굳은(236) 그녀의 몸은 어쩌면 세라에게 사랑의 흔적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


경술은 끝까지 아니라, 단언했지만 묵묵히 세라를 사랑했을 것이다. 현수를 거둬들인 것에 큰 공을 세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복임이지만, 세라의 자식이던 현수를 가족의 품에 안겨주기 위해 애쓴 건 경술이었다. 세라가 자신의 데린쿠유에 빠져서 나올 생각도 못 했다면, 경술은 세라라는 데린쿠유에 빠졌지만 나와야 한다는 자각을 했기에 단언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복임은 진짜 자식인 명수의 죽음 이후 공허함이란 감정에 젖은 모습을 보인다. 먼저 간 아들인 명수는 그녀의 데린쿠유가 되어 오랜 시간 그녀를 고통에 허덕이게 한다. 현수가 자신을 왜 키웠냐며 복임에게 묻자, 복임은 내가 키우자고 했다.’(221)고 짧게 말한다. 복임 역시 경술과 같이 데린쿠유에 빠져 그저 허덕이기만 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을 키우기 싫다고 하지 않은 복임에게 왜 그랬냐는 질문을 현수가 던졌을 때 돌아온 대답은 어쩌면 현수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네 아버지, 입양 자리 알아본답시고 몇 며칠 밖으로만 돌더라. 애는 나한테 던져놓고……. 지금 생각해도 희한하지. 사람 마음이 어찌 그렇게 기울던지내가네 아버지한테 그랬어. 이 아이는 내가 키운다고, 어디다 내려놓을 데도 없는 애나한테 왔으니, 내가 키울 거라고 했다.”(221쪽)


"자식 키우면서 마음 아프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다던. 내 품에 기어든 자식, 먹이고 입히고 하다 보면 밉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자식이란 게 그런 거지. 자식은 다 똑같아.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221쪽)




현수는 세라가 부탁한 글 대신 강세라와 송찬우 그리고 민현수가 등장하는 새로운 글을 쓰기로 한다. 현수의 글쓰기는 일종의 의식이다. 세라와 찬우의 사랑 아닌 사랑의 부속물이던 자신이 하나의 온전한 주체로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러한 글쓰기는 현수가 오랜 시간 좋아해 온 다솜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현수는 버티기 힘든 고통에 내몰릴 때마다 신체가 굳는 증상이 나타나곤 했다. 이것은 마음속 지하도시인 데린쿠유의 시각화와 같은 모습으로 세라에게도 비슷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찬우를 통해 모든 내막을 알게 되었을 때 현수는 다솜에게 의지한다. 다솜은 작고 다부진 손으로 현수의 상처를 매만져 주는데 다솜은 건강한 주체로 현수와 새로운 서막을 써 나갈 자격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이 현수가 봐온 무자비한 속성을 가진 사랑과 다른 사랑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데린쿠유는 각 인물의 고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촘촘히 엮인 탄탄한 구성을 갖춘 글이다.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라는 유사성 아래에서 고통을 어떻게 희석하는가에 대한 차별성을 가지고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 된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성장 소설이다. 어쩌면 현수뿐만 아니라 우리도 우리만의 데린쿠유에 그동안 빠져 있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데린쿠유 밖으로 나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사람이 외로운 거, 무서워. 외로운 거나 무서운 거나 샴쌍둥이 같아서 그게 그거지만… 그게 왜 무서운지 아니?"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건 아니지 싶어 현수는 잠자코 세라를 보았다.

"외로운 게 무서운 이유는 스스로를 천대하게 만들기 때문이야. 외로움은 스스로를 속이도록 만들어. 약하고 비굴하게 만들고 자신을 접어버리도록 만들지. 안 그럴 것 같은데 사람이 그렇게 돼."(45쪽)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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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9.07.12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꼼꼼하게 잘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저도 발췌한 부분이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마음속 깊고 어두운 지하도시를 헤쳐 나가는

어른들의 성장소설

 

 

데린쿠유/안지숙 지음/산지니/264쪽/1만 5000원

비정규직 인생의 애환을 생생하게 담은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을 펴낸 안지숙 작가가 첫 번째 장편소설로 다시 한 번 독자를 끌어들인다. 실감나는 대화와 빠른 전개, 경쾌한 분위기로 풀어가는 인물들의 서사는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터트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위키피디아에서 글을 수정하며 세상에 일조하고픈 마음은 조금도 없는 백수 민현수. 이런 현수에게 세라는 꺼림칙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인터넷상에서 송찬우를 괴롭혀달라는 것인데 현수는 송찬우의 삶을 파고들면서 자신의 삶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퍼즐을 맞춰나간다.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현수의 성장소설이면서, 마음속에 어둡고 복잡한 지하도시 데린쿠유를 품고 살아야 했던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다.

현수는 아버지 소유의 공동작업실에서 청소나 형광등 가는 일을 하면서 용돈을 받아 쓴다. 아버지 그늘에 편안하게 먹고사는 태평스러운 젊은이로 보이지만 속까지 무사태평한 건 아니다. 현수에게는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는 어릴 적 상처가 있지만 누구도 현수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았고 현수조차 자신의 마음속 상처를 돌보지 않았다. 현수는 폭식을 일삼으면서 무기력한 청년으로 자랐다.

그렇게 아무런 야망 없이, 무탈하게, 무해한 존재로 살아가던 현수에게 최근 수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조건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현수는 자신의 삶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간다. 매사 무기력하기만 했던 현수는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아픈 사연에도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현수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현수의 이야기가 되고 동시에 세라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통을 치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현수라는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빠르게 사건을 전개한다. 실감나는 대화와 빠른 전개로 인해 지루할 새 없이 소설에 몰입하게 한다. 작가는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붙잡고서 소설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데린쿠유는 터키에 있는 거대한 지하도시다. 현수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하나의 지하도시를 숨기고 산다. 마음속 지하도시는 숨기고 싶고, 숨고 싶은 시간이 심연처럼 혹은 미로처럼 얽혀 있는 데린쿠유와도 같은 곳이다. 세라의 말처럼 “우물보다 무한정 깊고 무한정 더 큰 지하도시. 그런 곳에 틀어박히면 모종의 어떤 위협에서도 무한정 멀어질 것”이다. 소설의 인물들은 스스로 그곳에 갇혔으나 결국은 세상 밖으로 나온다. 마음의 상처와 숨기고 싶은 기억을 고통스럽지만 끄집어내는 것이다. 소설은 독자에게 각자 마음속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길 권하며 일단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출처: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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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린쿠유                                          



마음속 깊고 어두운 지하도시를 헤쳐 나가는 
어른들의 성장소설

비정규직 인생의 애환을 생생하게 담은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을 펴낸 안지숙 작가가 첫 번째 장편소설로 다시 한 번 독자를 끌어들인다. 

실감나는 대화와 빠른 전개, 경쾌한 분위기로 풀어가는 인물들의 서사는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터트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위키피디아에서 글을 수정하며 세상에 일조하고픈 마음은 조금도 없는 백수 민현수. 이런 현수에게 세라는 꺼림칙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인터넷상에서 송찬우를 괴롭혀달라는 것인데 현수는 송찬우의 삶을 파고들면서 자신의 삶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퍼즐을 맞춰나간다.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현수의 성장소설이면서, 마음속에 어둡고 복잡한 지하도시 데린쿠유를 품고 살아야 했던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다.


현수는 아버지 소유의 공동작업실에서 청소나 형광등 가는 일을 하면서 용돈을 받아 쓴다. 아버지 그늘에 편안하게 먹고사는 태평스러운 젊은이로 보이지만 속까지 무사태평한 건 아니다. 현수에게는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는 어릴 적 상처가 있지만 누구도 현수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았고 현수조차 자신의 마음속 상처를 돌보지 않았다. 현수는 폭식을 일삼으면서 무기력한 청년으로 자랐다. 

그렇게 아무런 야망 없이, 무탈하게, 무해한 존재로 살아가던 현수에게 최근 수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조건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현수는 자신의 삶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간다. 매사 무기력하기만 했던 현수는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아픈 사연에도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현수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현수의 이야기가 되고 동시에 세라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통을 치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수는 갑자기 나타난 세라에게서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각자 작업을 하는 공동 작업실에서 관리자를 자임하며 세월을 보내는 현수에게 의문의 여자, 세라가 나타난다. 세라는 아버지의 지인으로, 현수에게 ‘아는 고모’를 자처하며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이번 선거에서 양명시 시장 예비후보로 나온 송찬우의 뒤를 캐서 인터넷상에 올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찬우를 해작질하는 수고비로 차 한 대를 주겠다고 한다. 

현수는 느닷없이 나타난 세라의 아르바이트 제안이 수상하지만 단번에 아르바이트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 꺼림칙하지만 현수는 세라의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아들인다. 

소설은 현수라는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빠르게 사건을 전개한다. 실감나는 대화와 빠른 전개로 인해 지루할 새 없이 소설에 몰입하게 한다. 작가는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붙잡고서 소설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꼬불꼬불한 지하도시를 들여다보다
현수와 현수를 둘러싼 어른들의 성장스토리

데린쿠유는 터키에 있는 거대한 지하도시다. 현수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하나의 지하도시를 숨기고 산다. 마음속 지하도시는 숨기고 싶고, 숨고 싶은 시간이 심연처럼 혹은 미로처럼 얽혀 있는 데린쿠유와도 같은 곳이다. 

세라의 말처럼 “우물보다 무한정 깊고 무한정 더 큰 지하도시. 그런 곳에 틀어박히면 모종의 어떤 위협에서도 무한정 멀어질 것”이다. 

소설의 인물들은 스스로 그곳에 갇혔으나 결국은 세상 밖으로 나온다. 마음의 상처와 숨기고 싶은 기억을 고통스럽지만 끄집어내는 것이다. 소설은 독자에게 각자 마음속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길 권하며 일단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첫문장

현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머리를 헝클었다.


 책속으로 밑줄긋기

p.7 현수는 사소한 일에도 금방 피곤해졌다. 뚱뚱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런 경향이 있다. 같은 일을 해도 표면적이 넓어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되기 때문일 것이다. 에너지가 딸리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마련이다. 언젠가 위키에도 그렇게 작성해 넣었다. 현수가 작성한 위키의 글을 읽고 누군가 편견이라고 여겼다면 비웃거나 수정을 했을 것이다.

p.12 다솜은 단단해 보이는 이로 닭다리를 뜯으며 말했다. 앞니 두 개가 유난히 큰 다솜의 작은 얼굴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성깔 있는 토끼를 연상시켰다. 반반치킨 하나를 너끈히 먹어치울 수 있는 현수는 땅콩과 아몬드만 얌전히 씹었다. 회비 없는 회식을 이뤄낸 ‘능력자 다솜’을 칭송하는 사람들과 달리 현수는 놀라지 않았다. 남들 몰래 수줍어하며 다솜을 눈여겨봤기 때문에 공용회비가 어떻게 절약되는지 알고 있었다.

p.129 현수의 잡념 속으로 데린쿠유가 비집고 들어왔다. 우물보다 무한정 깊고 무한정 더 큰 지하도시. 그런 곳에 틀어박히면 모종의 어떤 위협에서도 무한정 멀어질 것이다. 세상은 현수를 잊을 것이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관심도 결국 끊길 것이다. 공상 속으로 달아나면서 현수는 눈앞에 걸려 흔들거리는 경고장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p.130 그것은 미로였다. 아니, 통로였다. 깊은 우물처럼 지하로 들어간 공간들을 이어주는 통로. 그 통로의 중심은 지하로 들어가는 관문 아래 수직으로 깊은 곳에 있을 거였다.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순간이동을 하고 싶었다. 터키에 있는 현실의 데린쿠유로 직접 갈 수도 있다는 생각 같은 건 현수의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저자 소개

안지숙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문화기획사에서 일하며 여러 책을 집필했고, 실제 생존자와 사망자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기록 『1995년 서울, 삼풍』을 공저했다. 비정규직 인생으로 살아온 애환을 담은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을 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쓸 예정이다. 현재 두 번째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데린쿠유

안지숙 장편소설 

안지숙 지음 국판 변형 | 264쪽 15,000

978-89-6545-606-3 03810 

위키피디아에서 글을 수정하며 세상에 일조하고픈 마음은 조금도 없는 백수 민현수. 이런 현수에게 세라는 꺼림칙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인터넷상에서 송찬우를 괴롭혀달라는 것인데 현수는 송찬우의 삶을 파고들면서 자신의 삶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퍼즐을 맞춰나간다.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현수의 성장소설이면서, 마음속에 어둡고 복잡한 지하도시 데린쿠유를 품고 살아야 했던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다.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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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파jw입니다!

 제가 출근하고 처음으로 『거리 민주주의』의 서평을 올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출판사 출근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ㅠㅅㅠ 한창 인턴활동을 할 때는 출퇴근마다 지하철 2호선의 양 끝에 위치한 저희 집과 산지니 출판사를 오가며 힘겨워했었는데, 오늘은 마지막 근무 날이라 그런지 힘겹기는커녕 아쉽기만 하네요. 시간이 이리도 빠르게 흘러가 버릴 줄이야...

 

 

오늘은 산지니 블로그에서의 마지막 포스팅이자 서평,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마지막까지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죠! ㅎㅅㅎ 아자 아자! 자, 그럼 7개의 단편이 실려있는 안지숙 선생님의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2005년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안지숙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작가는 스토리텔링 업체나 외주 업체에서 ‘을’의 입장에서 일한 경험, 수개월째 월급이 밀렸지만 결국 받지 못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에 녹여냈습니다. 당연했고 만연했기에 지나쳤던 일상의 고통과 상처를 소설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각성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소설집은 「놀래미」,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각다귀들」, 「청게」, 「스토커의 문법」, 「티눈」, 「바리의 세월」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7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다 다른 사람이며, 그들이 지닌 사연 또한 제각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주인공들이 모두 가정이나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놀래미」의 주인공 ‘여경’은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문화마케팅 회사의 실장직을 맡고 있던 사람이지만, 그녀가 일하는 곳의 본부장과 대표 부부는 자신들의 마음대로 회사를 운영하며 여경의 자리를 박탈하고, 회사의 대표 스토리 역시 거짓으로 지어냅니다.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의 주인공 소영은 관청에서 외주를 받는 사설 문화재단의 스토리텔러로, 강의를 듣거나 단기간의 일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려고 하지만 비정규직인 자신의 처지에 대해 늘 불안해하는 삶을 살고 있는 여성입니다.

「각다귀들」의 주인공 영숙은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만 믿고 사업을 벌이는 최 국장 아래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그녀는 몇 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청게」의 주인공 ‘나’는 부모님의 이혼과 사망으로 사촌의 집에 얹혀사는 인물로, 많은 상처를 받고 후에는 ‘청게’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토커의 문법」의 주인공은 한 남자에게 집착하는 장애를 가진 ‘나’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티눈」의 주인공 ‘나’는 먼 친척 조카를 아들로 삼은 부모님과, 그 아들에 의해 상처받은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리의 세월」의 주인공 바리는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딸로, 부모에게도 버림받고, 후에는 자신의 딸들에게도 외면받은 비련의 주인공입니다.

 

 

 

 

주인공 모두 그 누구도 불행하지 않은 삶은 살지 않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불행하고, 기구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삶을 살아온 여성들. 심지어 「놀래미」와 「각다귀들」의 주인공인 여경과 영숙의 상황은 저자의 실제 경험을 그려낸 것이라고 합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저 소설이길.’하고 바랐던 상황들이 사실은 현실이라니.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의 모습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듭니다.

 

 

여경의 비참함이, 미홍의 밝음이 없는 소영의 바쁨이, 영숙의 절망감이, ‘청게’가 느낀 공포에 의한 잔혹함이, 근골무력증을 앓는 여자의 집착이, 양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친딸의 상실감이, 피붙이들에게 철저히 버림받은 바리의 외로움이. 사실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여경은, 소영은, 영숙은, 청게는, 집착하는 여자는, 모든 것을 잃은 여자는, 외면당한 여자는 우리의 바로 뒤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무심했기에,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했던 것은 아닐까요.

 

 

 

 

바다에 나갔다 오는 아버지의 배에는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청게의 발이 흩어져 있었다. 아버지가 갑판을 정리하고 그물을 거두어 내린 뒤에도 청게의 끊어진 발이 갑판위에서 벌벌 움직였다. 그물망태기에서 용케 빠져나온 청게들은 벌벌 움직이는 발들을 타고 넘으며 뱃전으로 기어올랐다. 무심하다는 것은 그런 거였다. p.115쪽

 

 

저 밖에서 보면, 우리는 다정한 연인 같아 보일까요? 아니면 연기가 서툰 배우들이 말아먹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을까요. p.158쪽

 

 

 

 

이 사회를,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서로의 눈에는 서로가 어떻게 비춰질까요?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 같아 보일까요? 아니면 가면을 쓴 채 자신의 삶을 ‘연기’하고 있는 무대 위의 피에로 같아 보일까요?

 

 

어디에 닿은들 하마 끝은 있을 거구만, 하늘에 닿을라나 억장에 닿을라나. p.224쪽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이렇게 저의 마지막 서평이자, 포스팅이 끝이 났습니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시원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한 달. 길다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감, 실제 출판사에 투입된다는 긴장감으로 산지니 출판사에 들어섰던 저를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신 산지니 식구들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로! 본격적인 출근을 하고 나서 주위 친구들에게 다들 정말 잘해주신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다녔었어요!) 사실 기업체에서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인턴에게 업무를 준다는 것은 기업체 입장에서는 결코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출판사에 출근하기 전까지는 잡무만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바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출판사의 꽃인 원고의 교정·교열도 해보고, 원고의 보도 자료도 작성해보는 등 실제 출판사 업무를 해봄으로써 경험도 쌓고, 막연했던 저의 진로 고민에 관련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참 부족한 실력이었음에도 다들 싫은 기색 한 번 비치시지 않고 저에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셨었답니다! 친절보스 산지니...(심쿵)러분 산지니가 이렇게 좋은 곳입니다. (마지막 깨알 대놓고 홍보)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부족한 인턴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대해주신 산지니 식구 모두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제 가지만, 언제나 산지니를 잊지 않을 거예요! 산지니 파이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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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7.08.28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달 동안 2호선 끝에서 끝까지 출퇴근하느라 수고 많았네요.
    복학해서 남은 대학생활 잘 보내시구요

  2. BlogIcon 좀B 2017.08.28 1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8월 한달 동안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겨울에도 또와~ㅠㅠㅠㅠ마지막까지 좋은 서평 쓰신다고 수고하셨구 대학생활 재밌게 놀아요!! 공부는 그다음으로!!

    • BlogIcon 우파jw 2017.08.30 2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겨울에도 또 와' 이 말이 귓가에서 맴돌아요ㅋㅋㅋㅋㅋ 정말 그 동안 너무너무 감사했숩니다 벌써부터 그리워요9ㅅ9

  3. BlogIcon 병아리☆ 2017.08.28 1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창 더울 때 와서 정말 고생 많았어요ㅠㅠ 같이 보낸 시간 정말 즐거웠어요, 또 만나요~~

    • BlogIcon 우파jw 2017.08.30 2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무실은 시원한 천국이었어여...ㅎㅅㅎ 정말 즐거운 추억만 가득했던 산지니 인턴생활이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ㅅ!

  4. BlogIcon 단디SJ 2017.08.30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퇴근이 길어서 고생 많았지요? 마지막 날을 함께하지 못해서 많이 아쉽네요. 방학 얼마 안 남았지만, 재밌게 보내고요! 학교 생활도 잘 하시고요!! 마음속으로나마 늘 응원할께요~ 수고 많았어요!

    • BlogIcon 우파jw 2017.08.30 2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지막 날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항상 함께...★ 헤헷 그동안 모자란 인턴 챙겨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산지니여 영원하라!!!!!

 

◆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비참하고 씁쓸한 여성들의 현실 이야기

 


화려한 인생을 꿈꾸기보다 투덜거리며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여성, 가정이나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에서 작가는 불안전한 세계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책에 풀어냈다. 

 


2005년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안지숙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은 작가가 십여 년 동안 틈틈이 쓴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보다 문제를 끌어안고 미련스럽게 견딘다.

 


실제로 소설에 나온 직장 생활 이야기는 안지숙 작가의 경험에서 나왔다. 작가는 스토리텔링 업체나 외주 업체에서 '을'의 입장에서 일한 경험, 수개월째 월급이 밀렸지만 결국 받지 못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에 녹여냈다. 

 

(이하 생략)

 

 

2017-01-02 | 김수현 기자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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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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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7.01.03 17: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기사가 많이 나네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01.04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 '여성'이 겪는 '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2. BlogIcon 깎은서방님 2017.01.09 0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이야기네요.

 

* 부조리한 현실 속의 '을' 생존 길 찾아가는 여정
     안지숙 작가 11년만에 첫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단편 7편

 

 

- 비정규직·장애여성 상처 등 담아

 

미련해 보이지만 자기 방식대로 생존의 길을 찾는 주인공의 모습과 각자의 방법으로 반전을 꾀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개인의 길'이 아닐까.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 속 상황과 인물 묘사가 마치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인가?' 헷갈린다. '내 동료의 이야기' 심지어 '바로 나의 이야기' 같다고 느낄 독자도 꽤 있을 것 같다. 상사의 기분에 따라 자기의 마음 또한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직장인의 애환, 의지했던 가족에게 갑자기 버림받는 현대인, 사랑인 줄 알았지만 집착일 뿐이었던 슬픈 인연….

 

안지숙(사진) 소설가의 첫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산지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생활인이 직접 겪었을 법한 일을 그려냈다. 안 소설가는 2005년 '바리의 세월'로 경주시와 경주문인협회가 시행하는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나 10여 년간 다른 활동을 하느라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몇 년간 다큐멘터리 작업에 매달렸고, 이후에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하며 매일 야근으로 '시들었다'. 그렇게 10년을 흘려보냈지만, 소설에 대한 샘솟는 애정은 드문드문 단편을 발표하게 했고, 그동안 내놓은 단편소설 7편을 엮었다.

 

책에 실린 단편 7편에는 비정규직, 계약직, 외주업체 직원, 가정과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 등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이를 미련스럽게 견디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하 생략)

 

2016-12-30 | 김현주 기자 | 국제신문

원문읽기

 

 


 

 

* '을'이 된 여성의 자화상

 

 

"어디서든 끝까지 살아남는 건 미덕이지. 바라는 바야."('놀래미')


안지숙 소설가가 등단 11년 만에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을 내놨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소설은 결국 상처 헤집기라는 것. 상처가 속으로 곪기 전에 헤집어서 통증을 느끼게 하는 것. 통증을 견디고 치유하는 방법을 상상의 지평에서 모색하는 것'이라고 밝혔듯 단편 7편에 실린 저자의 경험은 녹진하다.
안지숙 지음. 산지니. 246쪽. 1만 3000원.


2016-12-30 | 윤여진 기자 | 부산일보

원문읽기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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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투덜대며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주인공들

불안전한 세계에 사는 여성들

현실의 우리와 닮았다


2005년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안지숙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작가가 십여 년 동안 틈틈이 쓴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보다 문제를 끌어안고 미련스럽게 견딘다. 화려한 인생을 꿈꾸기보다 투덜거리며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여성, 가정이나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의 이야기로, 작가는 불안전한 세계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로 현실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실제로 소설에 나온 직장 생활 이야기는 안지숙 작가의 경험에서 나왔다. 작가는 스토리텔링 업체나 외주 업체에서 ‘을’의 입장에서 일한 경험, 수개월째 월급이 밀렸지만 결국 받지 못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에 녹여냈다.


작가의 실감 나는 이야기는 소설보다 현실이 더 끔찍하지 않느냐고 넌지시 묻는다. 당연했고 만연했기에 지나쳤던 일상의 고통과 상처를 소설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각성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들이 내쉬는 가쁜 호흡에는 가정사까지 배여 있지만 차라리 지금 어려운 현실에 서 있는 모습들이 펄펄 살아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인물들은 불안정하고 비인간적인 현재 직장을 떠나 길 찾기 앱이 깔린 휴대폰을 들고 새 길을 찾고 있지만, 적당히 타협하거나 반발하기보다는 차라리 더 철저하게 굴종하고 패배하는 인간상을 보여주는 것도 안지숙의 길 찾기로 보인다. 작가는 그만큼 지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_조갑상 소설가

 


 

▶ ‘비정규직’으로, ‘을’로 살아가는 약자들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놀래미」,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각다귀들」은 직장생활을 이야기의 주 무대로 삼았다. 「놀래미」에서 여경은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문화마케팅 회사에서 일한다. 회사의 본부장과 대표는 부부로, 둘의 마음에 드는 직원을 승진시키고 중요한 일을 준다. 소문이 무성한 상태에서 직원들은 하나둘 나가고 여경은 본부장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던 탓인지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그런데 여경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회사의 창업정신과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지어낸 가짜라는 걸 알게 된다.

 

「각다귀들」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K에만 의지해서 사업을 따내려는 최 국장을 재치 있게 다뤘다. 최 국장은 영숙에게 몇 달째 월급을 주지 않고 있다. K의 동향을 파악한 후 정책만 따내면 한 방에 빚과 월급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영숙은 밀린 급여와 상여금을 받기 위해 최 국장이 시키는 일을 하지만 결국 최 국장은 믿었던 K에게 사업을 따내지 못한다.

작가는 두 작품이 자신의 경험담이라고 말하며 회사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와 모순을 함축적으로 다뤘다.


▶ 현실은 비참하고 씁쓸하지만 길 찾기에 나서보자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은 소설집에서 가장 희망적이다. 소영은 관청에서 외주를 받는 사설 문화재단에서 재래시장 상인들의 인생을 스토리텔링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외주를 맡은 프로젝트는 다시 극단에게 외주를 준다. 소영은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자신의 위치와 재단과 극단 사이에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게 괴롭다. 다행히 외주를 맡은 극단이 밝음이 대학 때 함께 연극부였던 미홍이 이끄는 극단이다. 가진 건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미홍이 소영은 부럽다. 고민 끝에 소영은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미홍에게 극단 일을 해보고 싶다고 전화를 건다. 작가는 미홍과 소영의 인생 모두 녹록치 않지만 이 작품으로 자신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권한다.

 

 

 

▶ 삶을 선택하지 못하고 가정과 사회에서 희생당한 여성들

 

「청게」는 작가의 독특한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부모의 이혼과 사망으로 주인공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삼촌 집에 얹혀살게 된다. 그곳에서 동갑내기 사촌 지니와 가깝게 지내게 된다. 성인이 된 후 ‘나’는 어렵게 모은 전세금으로 지니와 독립을 꿈꾸지만 예전에 다정한 지니는 온데간데없고 전세금을 노리며 ‘나’의 존재를 귀찮게 여긴다. 상처받은 ‘나’는 조금씩 몸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청게잡이를 하러 갔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처럼, 자신의 몸도 청게처럼 변하는 걸 느끼게 된다.


「스토커의 문법」은 1인칭 독백으로 한 남자에 대한 집요한 집착을 다뤘다. 장애를 가지고 있던 ‘나’는 장애인인권센터 간사로 일하고 있었다. 우연히 재능기부로 강사를 맡은 시인에게 관심을 가지는데, 이후 ‘나’는 시인이 일하는 신문사에 계약직 교열기자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산책도 하고 술도 마시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지만 그날 이후부터 시인은 해명도 없이 여자를 피해 다닌다. 장애가 있던 여자의 몸은 점점 더 망가져 간다.


「티눈」은 입양한 아들 때문에 소외당한 딸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칠촌조카를 집안의 대를 잇게 하겠다며 아들로 입양한다. 주인공은 부모를 원망하며 결국 가출을 한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늙고 병들자 부모는 딸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낸다. 「바리의 세월」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삶을 그렸다. 외숙모의 집에서 부엌데기로 산 바리는 구박을 받으며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그러다 무장승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행복한 시절을 보내는 듯했으나 무장승이 세상을 떠나고 딸 넷을 키우며 다시 어렵게 살아간다. 자식 뒷바라지로 힘겹게 살았지만 시집간 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바리를 찾아오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못하고 희생당한 여자의 기구한 인생을 다뤘다.

 

【작가의 말】

하나같이 알량하게 살아온 여자의 자학개그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밖에. 핑계라면, 소설은 결국 상처 헤집기라는 것. 상처가 속으로 곪아들기 전에 헤집어서 통증을 느끼게 하는 것. 통증을 견디고 치유하는 방법을 상상의 지평에서 모색하는 것. 이것이, 혹은 이것도 소설 아닌가.

 

 

【책 속으로&밑줄긋기】


P.18: 헤엄이 서투른 물고기일수록 바다 깊은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지낸다고 했다. 공격당하면 도망치기 힘드니까 산호초 같은 데 숨는 게 그들의 생존법이었다. 산호초 속에서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 낚시꾼들이 던진 미끼를 가늠하는 놀래미처럼 사는 것이 여경은 부끄럽지 않았다.


P.57~58: 공연이 있을 때마다 선후배와 동기들을 찾아다니며 표를 강매했고, 밥값과 사무실 운영비를 뜯었다고 했다. 덕분에 빈대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미홍이, 나는 부러웠다. 빈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붙잡고 갈 만한 뭔가가 있다면 막막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게는 미홍의 밝음 같은 게 없었다.


P.92: 사장의 사업패턴은 딱 한 가지. 각다귀처럼 K 주변을 돌면서 그의 행보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의 권력에 빌붙는 방식으로 일을 도모하는 거였다.


글쓴이 : 안지숙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을 졸업했다. 2005년 단편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았다. 『인생은 생방송』 『왕이 만든 도시』 『희망을 꿈꾸는 민들레』 등 몇 권의 스토리텔링 책자를 대표 집필했다. 야근과 출장으로 얼룩진 시절을 살다가 요즘은 소설쓰기에 빠져 있다.


차례

 

 

 

 

불안정한 세계에 살고있는 여성들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안지숙 지음 | 246국판 변형 | 13,000원 | 978-89-6545-384-0 03810

 

2005년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안지숙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작가가 십여 년 동안 틈틈이 쓴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보다 문제를 끌어안고 미련스럽게 견딘다. 화려한 인생을 꿈꾸기보다 투덜거리며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여성, 가정이나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의 이야기로, 작가는 불안전한 세계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로 현실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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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진행을 하고 있는 지숙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원고지를 복사하러 회사 근처 인쇄소에 가게 됐는데요, 

복사하다 페이지가 헝클어져 사장님께서 화려한 솜씨로 정리하고 계십니다.


사장님은 10년 넘게 인쇄소에 일하시다 본인이 운영하는 인쇄소를 열게 됐다고 하시네요. 복사뿐만 아니라, 명함, 전단지, 소량의 책자까지 다양한 인쇄물을 제작하시면서 인근 동네 인쇄물을 꽉 잡고 계십니다. 경력에서 묻어난 연륜이라고 할까요. 그 자신감을 저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페이지를 정리하다가 "이거 이거 멋진 말이 많네요" 하며 

소설 속 문장을 몇 줄 읽으시네요.


책이 나오기 전인데 벌써 독자가 생긴 걸까요.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보다 문제를 끌어안고 투덜거리면서 미련스럽게 견디거나 무너집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극적인 반전 없기 때문인지 소설의 이야기는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스토리텔링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작가의 경험담이 묻어난 이야기 많습니다. 무뚝뚝하지만 자신의 상처에 대해 말 걸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처럼,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자신의 상처를 너그럽게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곧 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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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11.17 1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에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ㅎㅎ
    게다가, 첫 독자라니 설렙니다. //_//

  2. BlogIcon 단디SJ 2016.11.18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안지숙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얼른 책으로 나왔음 좋겠어요~

  3. 권디자이너 2016.11.18 1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고를 추리는 중 좋은 글귀가 눈에 들어오다니.
    이거이거 보통 내공이 아니신데요.^^

  4. 온수 2016.11.29 0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저도 얼른 나왔으면 좋겠네요^^ 흐트러진 페이지를 정리하는 모습이 정말 전문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