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시민연대 동부지회에서 주최한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6.25전쟁 당시 가상의 공간 대진읍을 배경으로

국민보도연맹과 관련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소설 『밤의 눈』

이 책의 저자이신 조갑상 선생님과 함께 저자와의 만남을 진행했습니다.

 

 

소설 『밤의 눈』은,

2013년 만해문학상을 받는 작품으로, 그 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죠.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둔중한 인식을 바탕으로 어둠과 침묵 속의 두려움, 슬픔, 공포를 건져올리며 그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말을 읽고 기억을 저지당했는지 보여줍니다.

 

이 날 행사에서 잔혹하고 고통스런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차분한 문체와 어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조갑상 작가의 이런 어법이 주체하기 힘든 두려움을 더 극대화하고, 외면하고 싶은 대목에서도 책장을 넘기게끔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민간인 학살과 처형.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용범'을 통해 망각되어가는 역사와 우리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 더 자세한 책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

 

“호롱불 킬 시간도 없이 일어난 일이라.”-『밤의 눈』(책소개)

 

 

이 날 저자와의 만남에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책을 읽고 오셔서 그런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밤의 눈』에 대한 감상과 저자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진정한 '저자와의 만남'이 아닐런지요)

모든 내용은 아니지만,

이날 주고 받은 이야기 중 인상 깊은 내용을 중심으로 여기가 옮겨볼까 합니다.

 

 

● 소설은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밤의 눈』이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쓴 작품인 것 같다. '보도연맹'이란 소재로 글을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전쟁을 보는 눈은 세월과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6.25전쟁,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 지점에서 시작된 소설이 『밤의 눈』이다. '보도연맹'이라는 소재는 이 소설 외에도 여러 다른 작품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물론 같은 소재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6.25 전쟁이 일어남에 따라 반대편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을 처형하는 것, 전선이 무너질 때마다 이어진 학살. 이를 통해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전쟁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 현실을 다루는 작품을 집필할 때의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검열에 대한 부분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역사의 내용을 가져올까'부터 시작해서 인물, 배경,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 스스로 검열을 많이 하게 된다.

 

 

● 한 작품을 쓰기 위해서 많은 발품을 팔아 취재를 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밤의 눈』은 실제 사건을 다룬만큼 취재하는 작업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다.

 

책 가장 앞에 있는 '이슬람의 어느 이야기꾼과 청중들의 대화'를 넣었다. 그 이유는 『밤의 눈』이 진짜도 가짜도 아닌 이야기라는 점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이것은 어느 곳에서 있었던 일을 재구성하여 쓴 것이 이 소설이다. 즉, '어느 곳에 있었던 일' 이것은 진짜가 될 것이고, '재구성' 하였단 것은 가짜가 될 것이다. 소설을 쓰기 전 가장 고민한 것은 '진짜'에 대한 부분이었다. 알아야 쓸 수 있고, 재구성 할 수 있으니까. 과거사를 정리하기 위해 책자와 같은 큰 자료들을 많이 이용했다. 여기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내가 어떻게 소설에 앉힐 것이가 하는 부분이 관건이었다. 마산에서 희생자의 자제 분을 만나 취재하기도 했는데 사실 이 작품을 쓰는 데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재구성하여 가짜를 만드는 부분에 있어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지역 답사는 따로 하지 않았다. 대진읍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머릿속에 그려서 소설을 이끌어가도록 했다. 

 

 

● 유족회가 만든 무덤을 파헤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목에서 너무 충격적이고 심장이 턱턱 막혔다. 국가의 폭력에 말없이 꾸역꾸역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희생자의 가족)의 모습이 읽기가 힘들었던 점도 있다.

 

인상 깊게 봐주셨다니 감사하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희생된 역사 속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 소설을 쓰면서 작가 본인도 쓰기 힘들었던 대목이 있는지 궁금하다.

 

글을 쓸 때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그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밤의 눈』에서는 노인과 손녀가 나오는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을 쓸 때 감정이 들어가다보니 좀 힘들었던 것 같다.

 

 

● "전쟁이 난 뒤 대진에서 예비검속을 당한 민간인들의 첫 처형은 그렇게 진행되었다. 또한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 모두 전쟁이 전방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하는 첫 순간이기도 했다" (p.45) 이 구절이 인상적이다.

 

말 그대로다. 전쟁은 군인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후퇴를 하면서 잠재적으로 반대편이 될 수 있는 이들을 학살했는데 이 사건 하나만 봐도 전쟁이 일반인들의 삶 속에 들어온 것이다. 전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비극이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전쟁이 전선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순간 전쟁은 마을로 들어가 있었다.

 

 ● 끝으로 여자들만 있는 공간(조갑상 작가님은 청일점이셨습니다ㅎㅎ)에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어떠셨는지.

 

매우 즐거웠다. 오늘 함께한 분들이 모두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인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 독자들과의 만남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 행사 뒷 이야기

저자와의 만남이 끝나고,

조갑상 작가님의 작은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이라는 제목의 강연회엘 다녀왔습니다.
강사인 김은하 교수님은 『영국의 독서교육』이라는 책을 쓰신 분입니다.
<어린이책 시민연대>가 주최한 강연인데, 지난 16일 교대 앞에 있는 어린이전문서점 <책과아이들>에서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연휴 뒤끝인데도 강연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더군요.

김은하 선생님은 교육학을 전공하신 분으로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오셨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라나는 영국 아이들을 보면서 그네들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천적인 방안도 같이 고민하고 모색해보자 하셨습니다.


화면에도 보이지만 영국이 해리포터 한 가지의 부가가치가 대한민국 반도체 수출총액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책을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꼭 이익 창출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책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행복한 책읽기가 책문화 전반에 걸쳐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 더욱 부러운 것이지요.

해리포터의 조앤 롤링은 "내 책을 슈퍼마켓에서 할인해서 팔지 마라"고 했답니다. 영국 사람들은 책을 주로 가까운 서점에서 사지 온라인으로 사는 비율은 우리보다 훨씬 적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슈퍼에서 덤핑으로 파는 행위를 하는 모양입니다. 영향력 있는 작가가 이런 발언을 해주면 작은 서점들은 훨씬 도움이 되지요.

『곰 사냥을 떠나자』의 마이클 로젠은 "내 책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스펠링을 가르치는 도구로 쓰지 마라" 고 했답니다. 곰 사냥을 떠나자 원문에는 약간은 어려운 스펠링의 단어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그걸 이용해 스펠링 테스트를 했던가 봅니다. 마이클 로젠이 직접 나와서 어떻게 스펠링 테스트를 하는지 흉내내는 동영상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군요. 책은 운율을 따라서 재미로 읽어야 하고, 그에 따른 단어 학습은 저절로 되는 것이지, 학습을 위한 도구로 자기 책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마이클 로젠의 웹사이트에 가면 그 동영상을 볼 수가 있는데, 주소를 적어오지 못했네요. 금방 <곰사냥을 떠나요>를 검색해보니 무슨 펜션 같은 데만 뜨는군요. 시간이 없어 동영상을 다 보지 못했는데,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김은하 선생님께서 어찌나 강의를 재미있게 하시는지 2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렸네요. 선생님께서는 지금 교육부 일각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독서인증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셨습니다. 책을 읽고 인증을 받으면 그 자료를 성적이나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건데 그건 필연적으로 수동적인 책읽기, 즉 억지로 읽을 수밖에 없고, 누가 많이 읽었나 양적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거고, 교육학적으로 봤을 때도 그건 아이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정말 공감, 또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Posted by 아니카
둘째와 막내를 데리고 어린이책시민연대에서 주최하는 책잔치에 다녀왔다.
연제구청 앞마당과 대강당을 빌려 행사를 하고 있었다.
잔디가 깔려있는 연제구청 앞마당은 포근하고 아늑해보였다.

행사 주제는 "얼쑤, 우리신화!!"였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밀려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대접받지도 못했던 우리 신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취지였고, 우리 신화의 모습을 아이들한테 느끼게 해주자는 취지였다.

아이들이 제일 잘 알고 있는 삼신할미. 아이를 점지해서 태어나게도 해주고, 태어난 아이가 아무 탈 없이 잘 자라게도 해준다는 그 삼신할미 체험마당이 진행되고 있었다.
먼저 이야기방에서는 삼신할미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삼신할미가 서천꽃밭에서 꽃 한송이를 따 아이한테 주면 아이는 그걸 들고 자기가 태어날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동쪽에서 핀 푸른꽃은 아들, 서쪽에서 핀 하얀 꽃은 딸, 남쪽의 붉은 꽃은 오래오래 사는 아기, 북쪽의 검은 꽃은 짧게 살 아기, 가운데 핀 노란꽃은 여러 사람 위하며 살 아기라고 한다.

아이들은 삼신할미 신화 이야기를 듣고, 각자 자신의 운명이 담긴 꽃을 색종이로 접어서 거기에 소원을 한 가지씩 쓰고, 엉덩이에 몽고반점을 붙인 다음 기나진 굴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오면 수수떡을 한 개씩 얻어먹을 수가 있었다.
삼신할미 신화를 가지고 재밌게 체험해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그런데 우리 막내는 젯밥에만 관심이 많아 체험은 하나도 안 하고 그저 떡만 얻어먹었다.

열심히 먹고 있는 원서

젯밥에 더 관심



그래도 투호놀이에는 좀 관심이 가는지 열심히 던지다가 제 아빠랑 함께 빛그림을 보러 갔다.


원서는 빛그림을 좋아한다. 빛그림은 그림책을 커다란 화면으로 보는 건데, 음악과 함께 실감있게 책을 읽어주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마을도서관에서도 자주 빛그림을 해주는데, 세 살 이전에는 거의 딴청만 피우고 집중을 안하더니 네 살이 되니 열심히 본다. 한 번은 마을도서관에서 <고녀석 맛있겠다>라는 빛그림을 보았는데, 그때 필이 꽂혔는지 책을 보고 또 보고 한동안 아주 그 책을 끼고 살았다. 티라노사우르스와 안킬로사우르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건데, 책에 대한 관심은 급기야 공룡 모두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하여 결국 고성 '공룡엑스포'까지 다녀왔다.
(공룡엑스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자유로운 책읽기 부스에서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Posted by 아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