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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8 지역에서 출판하기 (2)

산지니는 오래 버티는 매

출판사 작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하겠다. ‘산지니’는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우리나라의 전통 매를 뜻하는 이름이다. 전투적인 이름이지만 이 이름은 80년대 대학생활 시 대학교 앞에 있던 사회과학서점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시절에 그 서점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그 기억이 나에게 산지니란 이름을 가슴에 새기도록 해주었다. 또한 이름을 통해 망하지 않고 오래 버티고 싶은 꿈도 담았다고나 할까. 이름은 듣기 쉽고 외우기 쉽고 말하기 쉬워야 한다는데, 이름이 어려웠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뜻인지 물어왔다.

덩그러니 사무실만 열었을 뿐 원고 하나 없이 출발해서 여러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번역 출판을 해야겠다 싶어 출판사를 차린 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에이전시를 통해 번역서를 검토하던 중 마음에 드는 책이 있어 판권을 문의하였다. 일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내용이 괜찮았다.

그러나 일본 출판사로부터 받은 답신은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있는 출판사가 어떻게 번역 출판할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 번역 출판 건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 일은 나에게 Local First를 출판철학으로 가지게 만든 사건이었고 이후 지역(local)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2005년 10월, 출판사를 차리고 8개월 만에 첫 책이 나왔다.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 『반송사람들』 두 책이었는데 홍보를 위해 지역신문사 문화부 기자를 찾아갔다. 처음으로 신문기사가 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정작 기사는 두 책에 대한 내용보다도 부산에 이러이러한 출판사가 생겼으니 많은 관심과 발전을 바란다는 요지였다.

홍보를 위해 책 두권을 들고 부산 동보서적을 찾아갔는데 서점 관계자가 표지디자인이 촌스럽다고(대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애정어린 충고를 해주었다. 요즘은 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겉표지는 더 중요하다고. 그래야 독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며.


서울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출판사가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지역(local)에서는 출판사를 설립한 것만으로도 뉴스거리가 되는 현실, 이게 바로 지역출판의 현실인가 싶어 자조적인 웃음이 나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결심 또한 생겨났다.

한 달에 한 권 정도 꾸준히 책을 발행하면서 전국 일간지 기자들에게 계속 책을 보내다보니 “웬 지역출판사에서 이렇게 꾸준히 책을 내나?” 싶어 관심을 가져주는 기자들이 생겨났다. 이게 바로 지역출판사의 이점이라면 이점이다. 한겨레신문사의 임종업 선임기자도 그중 한 사람이었는데, 서울에 올라오면 한번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마침 서울 쪽에 있는 서점을 돌아볼 일이 생겨 올라간 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장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기자의 질문은 역시나 날카롭기도 하고, 이것저것 묻는 것도 많았다.

어쨌든 한겨레신문에 기사가 크게 나고부터 지역신문사 기자들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후 동아일보, 부산일보, 한겨레21, 출판저널, 연합뉴스, 국제신문 등과 인터뷰를 하고, 기사도 실렸다. 없던 원고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론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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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