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신간안내」 아버지의 바다

 

 

[현대해양] 한국 해양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설가 김부상의 해양장편소설이 해피북미디어에서 출간됐다. 한국 원양어업의 출발점에 서서 한국 해양문학의 근원을 되짚고, 보다 진취적인 해양소설의 미래를 제시한다.

1963년 12월 30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지남2호의 조난 사고를 소재로 삼고 있다. 참치 조업을 위해 출항한 지남2호는 사모아 해역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강한 파도를 만났다.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기울어지기 시작한 배는 간신히 몸만 탈출한 선원들을 뒤로하고 침몰했다. 23명의 선원 중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한국 원양어선사에 기록된 첫 조난 사고였다.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단 두 명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인 문인리 씨가 이 소설의 주인공 ‘일수’의 모델이다. 
저자는 이 지남2호에 오른 주인공 일수의 항해기를 통해 한국 원양어업의 시말을 밝히고, 그 시절 고된 노동에도 외화벌이에 앞섰던 선원들의 분투를 재조명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 잊혀가고 있는 또 다른 역사와 인물들을 드러낸다.


가족들에게 무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를 잊고 싶어 했지만, 뱃사람이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듯 항상 바다로 나가는 것을 꿈꾸던 스물두 살의 청년 일수. 수산대학을 갓 졸업한 그는 원양어선 지남2호의 실습항해사 자리를 얻어 남태평양의 사모아로 떠난다. 일수에게 바다란 꿈꾸던 신세계였고, 강렬한 그리움이었다. 그 그리움의 근원을 알기 위한, 또한 밤하늘을 비추며 선원들을 이끄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한 일수의 항해가 시작된다.

저자 김부상은 1953년 경남 거제 출생으로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를 졸었다. 원양어업회사에서 20 여 년을 근무했고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해양소설(중편)  '명태를 찾아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2007년 9월 해양소설집 '인도에서 온 편지', 2018년 '바다의 끝(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도서 선정)'을 출간했다.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한국해양문학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 출처: 현대해양

 

「해양신간안내」 아버지의 바다 - 현대해양

[현대해양] 한국 해양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설가 김부상의 해양장편소설이 해피북미디어에서 출간됐다. 한국 원양어업의 출발점에 서서 한국 해양문학의 근원을 되짚고, 보다 진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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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바다

한국 해양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설가 김부상의 해양장편소설. 가족들에게 무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를 잊고 싶어 했지만, 항상 바다로 나가는 것을 꿈꾸던 스물두 살의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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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어장 개척 수산인들의 고귀한 희생 속 숨은 이야기

 

수협문화마당 책소개

‘아버지의 바다’

◼ 저자: 김부상 

◼ 출판사: 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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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정주영 회장하면 오백원짜리 지폐 일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해외 자본가와 선박회사를 상대로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을 내밀고는 선박 건조 계약금부터 달라, 그리해주면 그 돈으로 조선소를 지어 배를 만들어주겠다고 나선 무모한 도전에 대한 이야기다.

서양보다 수백년이나 앞서 철갑선을 건조한 역사와 경험이 있으니 믿고 맡겨보라는 말도 안 되는 설득이 통하면서 시작된 성공 스토리가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들이 그것을 개인의 일화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고도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역사적 대목으로 여기며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김부상 작가의 신작 ‘아버지의 바다’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소설 속 제동산업 심상준 사장과 정주영 회장이 겹치면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해외 어장 개척으로 조국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해 준 수산인들의 담대한 도전과 희생을 알아주는 국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진즉에 사라진 오백원짜리 지폐가 있었다는 것도, 거기에 거북선이 그려져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해외어장 개척 1호 어선 지남호가 있었고 그 덕분에 조선산업 같은 중후장대 산업이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조국을 오늘날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시킨 것은 비단 이름난 재벌 기업가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바다는 1957년 지남호가 인도양 참치 시험조업을 성공하며 포문을 연 대한민국 수산업 해외진출의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또한 일제의 수탈과 남북분단, 6.25전쟁 등 근현대사와 얽힌 비극적인 가족사를 가진 주인공이 자신의 굴곡진 인생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주인공 일수는 지남호의 뒤를 이어 1963년 사모아 조업에 나선 지남2호에 몸을 싣는다. 작가는 주인공이 먼 바다로 나서기를 결심한 이후부터 겪는 사건과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수산인들에게 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어장 개척의 배경과 역사를 차분히 풀어낸다.

소설 초반부에 주인공이 선장을 통해 듣는 제동산업 심상준 사장의 이야기는 우리 수산업계에도 이렇게 걸출한 선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실존 인물인 심 사장은 조국을 위해 외화를 벌어야겠다는 일념 속에 사업보국의 표상이 되는 인물로 묘사된다.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조국에는 외화가 그 무엇보다도 귀한 마중물이었던 시절이다. 

논리적이면서도 당차게 미국을 상대하며 지원을 이끌어냈고 이를 견제하려는 일본의 집요한 방해에 맞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해외어장 진출을 일구어낸 이야기는 오백원 지폐 일화와 견줄만한 대목이다. 이렇게 시작된 해외어장 개척을 통해 1950년대 말부터 벌어들이기 시작한 막대한 외화는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그 첨단에는 바로 일수와 같은 무수한 선원들의 땀과 눈물이 배인 것은 물론이다.

지남2호에서 일수는 선장을 비롯한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배우며 성장한다. 첫 승선에서 해외진출 사상 최대의 어획고를 올리는 짜릿한 경험까지 얻으며 마냥 순조롭게만 보이던 일수의 삶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삼각파도에 침몰한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조류의 충돌 속에 날벼락처럼 나타난 삼각파도는 일수를 순식간에 죽음의 경계선으로 몰아간다.

실제로 1963년 12월 30일 남태평양에서 지남2호는 조난됐으며 선원 21명이 목숨을 잃었고 단 2명만이 극적으로 살아남은 대형 해난사고로 기록됐다. 소설 속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으로 생을 이어가게 된 일수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지남5호에 올라타면서 글은 마무리 된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일수처럼 목숨을 걸고 바다를 나선 숱한 수산인들의 희생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아쉽게도 지금 거의 없다. 하지만 소설 속 일수가 살던 그 시절의 국민들은 지남2호의 비극을 내 일처럼 여기며 함께 슬퍼하고 유족을 위해 성금을 모았다.

정부와 국회도 나서서 국가 차원의 위령제를 열어 모두가 불의의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일수는 수산인들의 희생을 알아주고 그 아픔을 공감해주는 모습 속에서 위안을 얻고는 다시금 바다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다로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에 직면하는 수산인들의 현실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그 고귀한 희생을 진정으로 알아주고 기억하는 이를 찾아보기란 여간 쉽지 않게 됐을 뿐이다.


▶ 출처: 어업IN수산

 

해외어장 개척 수산인들의 고귀한 희생 속 숨은 이야기 - 어업in수산

‘아버지의 바다’◼ 저자: 김부상 ◼ 출판사: 해피북미디어>> 책속으로현대그룹 정주영 회장하면 오백원짜리 지폐 일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해외 자본가와 선박회사를 상대로 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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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바다

한국 해양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설가 김부상의 해양장편소설. 가족들에게 무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를 잊고 싶어 했지만, 항상 바다로 나가는 것을 꿈꾸던 스물두 살의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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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세상 눈물 다 모이는, 부모처럼 넓고 위대한 곳”

 

김부상 소설가는 장편 해양소설 <아버지의 바다>에서 한국 원양어업 최초의 대형 해난사고였던 ‘지남2호’ 조난사고를 다룬다. 부산일보DB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김부상(68) 소설가가 장편 해양소설 〈아버지의 바다〉(산지니)를 출간했다. 그의 바다는 자못 다르다. 인간과 역사,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겸손한 성찰에 이르는 바다인 것이다. 그곳이 아버지의 바다이며, 또한 어머니의 바다라는 것이다. 본원의 바다라는 것이다. 정형남 소설가는 “우리나라 해양소설의 수작”이라고 발문에 썼다. 깊이 있는 문장, 전개, 주제로 해양소설의 전환점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그런 의도로 썼다”고 했다.

이 장편의 소재는 1963년 12월 30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지남2호’의 조난사고다. 23명의 선원 중 21명이 목숨을 잃은 한국 원양어업 최초의 대형 해난사고였다. 당시 단 두 명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인 문인리(81) 씨가 소설 주인공 ‘일수’의 모델이다.

 

김부상 해양소설 ‘아버지의 바다’

1963년 원양어업 개척 중 조난

지남2호 대형 해난사고 소재

인간·역사·자연 깊은 성찰 담아

 

 

그러나 소설은 해난사고만을 그린 게 아니다. 소설의 바다는 징용으로 끌려간 수많은 조선인이 죽은 남양군도의 아픈 역사를 되짚으며 극일(克日)로 나아가는 바다이면서, 생사의 경계에서 이미 작고한 아버지의 삶과 화해하는 바다이며, 우연과 필연이 교직하는 세상사를 뜨겁게 껴안는 바다이다. 작가의 삶과 통찰이 묻어나는 바다이다.

지남2호가 부산항에서 출발해 참치를 잡으러 가는 남양군도는 일제에 의해 끌려간 숱한 조선인들의 피가 서린 곳이다. 일본군에 동원된 이들만 40만 명이며,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이들은 얼마이며, 위안부와 보국대로 끌려간 이들은 또 얼마인가라는 것이다. ‘전쟁 통에 죽었거나 원주민들 틈으로 자취를 감추었거나 저들의 생사여부를 제대로 밝힌 사람이 여지껏 아무도 없다는 것’(90쪽)이다. 남양군도가 태평한 바다가 아니라 우리 아픔이 그득한 대해라는 것이다. 그 바다를 우리는 몰랐다는 것이다.

그 바다를 극복할 기상은 무엇인가. 소설에서는 표류를 이기고 43명의 목숨을 모두 구한, 15세기 〈표해록〉의 ‘영롱한’ 조선 선비 최부를 계속 불러낸다. 바닷사람들을 바른길로 이끄는 밤하늘의 별자리 같은 이라는 거다. 같은 맥락에서 절묘한 전략으로 일본의 아성을 깨뜨리고 우리나라 원양어업을 처음 개척한 ‘심상준’도 불러낸다.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는 2년 전 사모아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 4000~1000년 전 폴리네시아인들이 카누를 타고 태평양 곳곳의 섬을 개척하면서 대자연을 몸으로 터득한 감각은 경탄스럽다고 한다. 그들은 별자리, 구름 모양과 색깔, 새들의 종류에 따라 바다를 읽었으며, 심지어 수평선 너머에서 밀려오는 너울의 굴절과 반동까지 몸으로 느끼면서 향로를 정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바다를 읽고 느꼈다는 것이다.

다시 바다는 뭔가. 심해의 찬물은 천년을 주기로 전 지구를 순환하면서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저 푸른 바다가 겉으로 태평한 것 같겠지만 저 속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세계인 것이다’(111쪽). 깊고 깊은 것이 바다라는 거다.

한국 원양어업 개척에 나선 지남2호는 고작 102톤급에 불과했다. 단 3회 조업 만에 예기치 못한 삼각파도에 휩쓸려 순식간에 침몰하면서 23명 전원은 망망대해에 빠졌다. 구조 요청하러 섬을 향해 수영한 4명 중 2명이 살아남았으며 그중 1명이 주인공이다. 무명(無明)의 바다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마지막까지 붙드는 것은 미워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다. 그게 삶의 역설인데 생사의 고투 속에서 그는 아버지의 모질었던 삶을 수긍하게 된다. ‘일일이 말 못하고 산 아버지의 고달팠던 삶이 불쌍했’(251쪽)으며 ‘아버지의 바다는 음모와 계략이 통하지 않는 천연의 세계’(225쪽)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살아돌아온 주인공은 얼키설키한 자신의 가족사를 다 받아들이는데 소설 말미의 문학적 장치가 ‘우연과 필연이 결합한 세상일’을 놀랍게 드러낸다. 아픈 가족사를 묵묵히 견뎠던 어머니. ‘과연 어머니는 세상의 눈물이 다 모이는 넓고 위대한 바다였다’(255쪽). 주인공은 다시 항해에 나서는데 그것은 바다로 떠나는 게 아니라 위대한 바다로 돌아가는 거라고 한다. 작가는 “꼭 쓰고 싶었던 소설”이라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 출처: 부산일보

 

“바다는 세상 눈물 다 모이는, 부모처럼 넓고 위대한 곳”

김부상 소설가는 장편 해양소설 <아버지의 바다>에서 한국 원양어업 최초의 대형 해난사고였던 ‘지남2호’ 조난사고를 다룬다. 부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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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양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설가 김부상의 해양장편소설. 가족들에게 무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를 잊고 싶어 했지만, 항상 바다로 나가는 것을 꿈꾸던 스물두 살의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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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바다

 

 

▶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를 꿈꾸는 청년

남태평양 사모아 어장을 향하는 배에 몸을 싣다

한국 해양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설가 김부상의 해양장편소설 『아버지의 바다』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원양어업의 출발점에 서서 한국 해양문학의 근원을 되짚고, 보다 진취적인 해양소설의 미래를 제시한다.

가족들에게 무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를 잊고 싶어 했지만, 뱃사람이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듯 항상 바다로 나가는 것을 꿈꾸던 스물두 살의 청년 일수. 수산대학을 갓 졸업한 그는 원양어선 지남2호의 실습항해사 자리를 얻어 남태평양의 사모아로 떠난다.

당시 뱃사람들에게 참치잡이 배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았다. 일수와 함께 지남2호에 탑승한 스물두 명의 선원들 중 대다수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에 올랐다. 일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수는 왜 이 배에 탔느냐고 묻는 선장에게 넓은 바다가 보고 싶었다고 답한다. 금전을 이유로 드는 것은 유치하다고 생각했기도 하지만, 일수에게 바다란 밤마다 별을 헤며 꿈꾸던 신세계였고,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새끼거북의 원초적이면서도 강렬한 그리움이었다. 그 그리움의 근원을 알기 위한, 또한 밤하늘을 비추며 선원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한 일수의 항해가 시작된다.

 

▶ 한국 원양어선사에 기록된 첫 해난사고, 지남2호 침몰사건

이 책은 1963년 12월 30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지남2호의 조난 사고를 소재로 삼고 있다. 참치 조업을 위해 출항한 지남2호는 사모아 해역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강한 파도를 만났다.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기울어지기 시작한 배는 간신히 몸만 탈출한 선원들을 뒤로하고 침몰했다. 23명의 선원 중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한국 원양어선사에 기록된 첫 조난 사고였다.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단 두 명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인 문인리 씨가 이 소설의 주인공 ‘일수’의 모델이다.

저자는 이 지남2호에 오른 주인공 일수의 항해기를 통해 한국 원양어업의 시말을 밝히고, 그 시절 고된 노동에도 외화벌이에 앞섰던 선원들의 분투를 재조명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 잊혀가고 있는 또 다른 역사와 인물들을 드러낸다.

 

▶ 생의 갈림길에서 그를 뭍으로 끌어 올린 기억들

삼각파도에 의해 침몰한 지남2호의 선원들은 저 멀리 수평선 끝에 나타난 섬까지 헤엄쳐 가 구조요청을 할 인원을 차출한다. 맨몸으로 상어가 들끓는 바다로 뛰어든다는 공포 속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일수였고, 뒤이어 조기장과 2항사, 2기사가 차례로 자원했다.

그들은 곧 섬을 향해 출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린 몸과 정신적 압박감에 일수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는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렸다. 항해 중 선장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사모아에서 만난 인연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

회상의 끝에 일수의 몸이 수영을 시작한지 11시간 만에 산호섬에 닿았다. 그를 뭍으로 끌어 올린 것은 튼튼한 체력도 강인한 정신력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에게 소중했던 사람들과 기억이었다. 희미해져가는 그의 정신을 특히 붙잡은 것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기억이었다.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결국 일수를 뭍 위로 끌어 올린 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김부상 소설가는 각 인물들의 교차되는 운명을 통해 각자가 생에서 겪는 우연과 필연이란 과연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고국을 떠난 자와 남은 자, 바다로 다시 떠나는 자. 그들 각각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지만 그 결말은 공교롭고 또한 운명적이다. 운명은 존재하는 것일까.

 

▶‘세상일이란 우연과 필연이 결합된 수레바퀴야’

사모아에서 귀국한 일수는 마침내 아버지를 용서한다. 해방 후 근대화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무능하고 거칠었던 남자. 그가 반짝일 수 있었던 곳이 바다였다. 사라호 태풍이 휩쓸어간 그 남자의 꿈을, 그 인생의 슬픔을 일수는 바다를 다녀와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그 슬픔을 딛고, 다시 바다로 돌아갈 것인지 육지에 남을 것인지의 갈림길에 선 일수는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선원들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 또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 다시 사모아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마침 지남5호의 2항사 자리를 얻게 된 일수는 출항을 앞두고 신변정리를 서둘렀다. 그가 떠나기 전 가장 맺어두고 싶었던 것은 어머니에게 전 남편의 자식들을 돌려주는 일이었다. 설득 끝에 의붓 형님들과 모인 식사자리에서, 그는 그 옛날 가끔씩 자신을 찾아와 전차를 태워주었던 이웃집 곰보누나가 바로 이붓 누나였으며, 자신이 곰보누나를 떠올렸던 사모아의 앨리사 엄마처럼 곰보 누나 역시 미국인과 결혼해 해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날 밤 혼자 술을 마시던 일수는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눈물을 흘리며 그리운 강 선장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세상일이란 우연과 필연이 결합된 수레바퀴야’

인생의 수레바퀴는 일수에게 넘어서기 힘든 시련을 주었지만, 그는 다시 한 번 출항한다. 아버지의 바다로.

 

책속으로

첫 문장 10월 9일. 오늘 일수(逸壽)는 먼 바다로 떠난다. 섬에서 자란 유년시절부터의 오랜 꿈이었던, 수평선 너머 미지의 그리움을 향한 첫걸음인 셈이다.

P. 53 일수는 어린 시절부터 섬을 보면 늘 그리움이 앞섰다. 섬안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면 그 또한 끊임없는 그리움이었다. 그래서 섬과 바다를 바라보면 언제나 가슴이 설레었다. 이제 머지않아 큰 바다를 만날 것이다. 사방이 온통 바다뿐인 망망한 곳에 떨어지면 과연 어떤 그리움과 마주할지 그것이 또한 궁금했다.

P. 81 미처 상상도 못한 역사의 비화를 굴비 두름 엮듯 이어나가는 선장의 곁에서, 일수는 마치 손전등을 비추며 어두운 역사의 동굴을 걷는 기분이었다. 눈앞을 가린 안개가 걷히는듯 신선한 충격이 밀려왔고 올바른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배움에 취해 머리가 뜨거웠고 입에서는 바짝바짝 침이 말라갔다.

P. 163 바비라 불린 남자아이는 폴리네시아계 혼혈이었고 앨리사는 엄마를 닮아 동양인의 얼굴에 가까웠다. 아이들을 보자마자 신화 속의 투투와 일라가 생각났다. 초사가 아이들에게 용돈으로 1달러짜리 지폐를 하나씩 건넸다. 그때서야 아이들이 밝게 웃었다. 일수의 눈에 비친 아이들은 구만리 바다를 건너온 한국산 봉숭아 홀씨였다.

P. 187 일수가 별을 사랑하게 된 것은 천문항해를 배우면서 별은 ‘스스로 빛나는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록 수입된 과학상식이지만 대학생이 될 때까지 학교에서 그에게 이를 주목하고 가르쳐준 선생은 아무도 없었다. 별의 발광은 비록 과열된 가스가 농축된 것이지만, 농축된 그 무엇이 스스로 빛을 낸다는 사실에 일수는 큰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P. 222 그가 태어난 구조라의 바다와 아버지에 대한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지금도 아름답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세월은 일수조차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수두룩했다. 그것은 좋게 말하면 무욕과 인내의 세월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아둔하고 미련한 세월이었다.

 

 

저자 소개

김부상

1953년 경남 거제생

1978년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 졸업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해양소설(중편) 「명태를 찾아서」가 당선

2007년 9월 해양소설집 『인도에서 온 편지』 출간

2018년 6월 해양소설집 『바다의 끝』 출간

2019년 『바다의 끝』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나눔도서로 선정

원양엉업회사 20여 년 근무 후, 무역 등 자영업 20여 년 종사

부산소설가협회 및 한국해양문학가협회 회원

현재 전남 나주시 거주

 

목차

1 출항

2 한국 원양어업의 아버지

3 세토나이카이

4 도쿠시마 조선소

5 분고수도

6 남양군도

7 적도제

8 아메리칸 사모아

9 삼각파도

10 바다의 끝

11 산 자와 죽은 자

발문

작가후기

 

 

 

 

김부상 지음ㅣ264쪽ㅣ140*205ㅣ978-89-98079-44-4 03810ㅣ17,000원ㅣ2021년 11월 30일

한국 해양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설가 김부상의 해양장편소설. 한국 원양어업의 출발점에 서서 한국 해양문학의 근원을 되짚고, 보다 진취적인 해양소설의 미래를 제시한다. 가족들에게 무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를 잊고 싶어 했지만, 뱃사람이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듯 항상 바다로 나가는 것을 꿈꾸던 스물두 살의 청년 일수. 수산대학을 갓 졸업한 그는 원양어선 지남2호의 실습항해사 자리를 얻어 남태평양의 사모아로 떠난다.

1963년 12월 30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지남2호의 조난 사고를 소재로 삼고 있다. 참치 조업을 위해 출항한 지남2호는 사모아 해역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강한 파도를 만났다.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기울어지기 시작한 배는 간신히 몸만 탈출한 선원들을 뒤로하고 침몰했다. 23명의 선원 중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한국 원양어선사에 기록된 첫 조난 사고였다.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단 두 명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인 문인리 씨가 이 소설의 주인공 ‘일수’의 모델이다. 저자는 이 지남2호에 오른 주인공 일수의 항해기를 통해 한국 원양어업의 시말을 밝히고, 그 시절 고된 노동에도 외화벌이에 앞섰던 선원들의 분투를 재조명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 잊혀가고 있는 또 다른 역사와 인물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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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 여행 경험담…미얀마~동부태평양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시인들이 자신의 여행 경험담을 풀어내기 위한 펜을 들었다.

2001년 '시평'으로 등단한 시인 전성호는 미얀마에 정착하면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기 위해 첫 산문집을 내놨다.

1982년 향파문학상, 2005년 인터넷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된 시인 최희철은 트롤어선 승선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 '북양어장 가는 길'에 이어 '동부태평양 가는 길'을 위해 다시 한 번 펜을 들었다.

이들 시인은 이 에세이에는 여행 경험뿐 아니라 미얀마 종족 문제, 해양생태계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도 담았다.

◇ 미얀마, 깊고 푸른 밤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시인 전성호가 돌아왔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했다.

시인은 생애 첫 산문집인 이 책을 통해 미얀마와 수많은 소수 민족의 삶, 장소와 도시, 언어와 사물, 종교와 제도, 민속과 신화, 나아가서 국가 간의 관계와 지정학적 이해를 풀어놓았다.

잠깐의 민정, 70여 년의 군부 통치, 쿠데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다민족국가 미얀마. 시를 사랑하고, 미얀마를 사랑하고, 양곤을 사랑하는 시인은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20여 년 미얀마 생활에서 길어 올린 무수한 정념과 사유를 이 책에 담았다.

5개국과 국경을 접한 미얀마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종족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얀마 군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왕조시대의 낡은 사상을 탈피하지 못하고 탑을 쌓아 옛 권력과 종교적 위력으로 민중을 다스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얀마 사람들의 웃음과 평안하고 느린 삶에서 자본주의 문명에선 발견할 수 없는 깊은 치유의 길을 본 저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 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

'북양어장 가는 길'의 저자 최희철 시인도 다시 한번 펜을 들었다. 이번엔 동부태평양이다. 전작 '북양어장 가는 길'에서 트롤어선 승선한 경험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서는 태평양어장에서 연승어선의 현장을 담았다.

시인 최희철은 부산수산대학 어업학과를 졸업해 1984년부터 약 7년간 원양어선 및 상선 항해사로 근무한 바 있다.

원양연승어선 계약 기간인 약 20개월 동안 어선 위의 작은 생태계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땀방울로 이뤄졌다. 저자는 그 긴 시간 바다를 살아내면서 노동자와 바다는 결코 우리 삶의 타자가 아니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함께 해결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 어업으로 인한 바다 생태계 파괴, 많은 어획량을 획득하려는 인간의 욕망, 어선원들의 직위에 따른 월급과 처우 개선 등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한다.

원양어선 산업과 바다 생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거시적 시선과 바다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사유를 내비친다.

단지 원양어업에 대한 정보 나열이 아닌 어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으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 출처

 

시인들, 여행 경험담…미얀마~동부태평양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시인들이 자신의 여행 경험담을 풀어내기 위한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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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깊고 푸른 밤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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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

원양어선 산업과 바다 생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거시적인 시선 그리고 바다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깊고 단단한 사유를 내비친다. 단순히 원양어업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어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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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

원양어선에서 마주한 인간의 욕망과 물고기의 아가미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시인, 이번엔 동부태평양으로!

『북양어장 가는 길의 저자 최희철 시인이 다시 한번 펜을 들었다. 이번엔 동부태평양이다. 전작 『북양어장 가는 길에서 트롤어선(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방식)에 승선한 저자의 경험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에는 태평양어장에서 연승어선(기다란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가짓줄을 달고, 가짓줄 끝에 낚시를 단 어구를 사용하여 낚시에 걸린 대상물을 낚는 방식)의 현장을 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업으로 인한 바다 생태계 파괴, 많은 어획량을 획득하려는 인간의 욕망, 어선원들의 직위에 따른 월급과 처우 개선 등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한다. 원양어선 산업과 바다 생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거시적인 시선 그리고 바다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깊고 단단한 사유를 내비친다. 단순히 원양어업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어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애정어린 시선으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말한다.

 

 

욕망의 전차 위 고군분투

거대한 북양어장에서 4년을 지낸 시인은, 남궁호를 수리하여 동부태평양어장으로 출항한다. 동부태평양어장은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하면 약 30일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려가야 하는 아주 멀고도 거대한 해역이다. 바다 위 어장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 거리가 상당하여 저자는 시공간마저 뒤틀린 것 같다고 표현한다. 책에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선원들이 벌이는 고군분투와 그들의 생활상이 서술되어 있다. 바다 위에 고립된 채 일을 하다 보면 물이 귀해 씻거나 빨래를 하는 등의 간단한 일에도 상당한 불편이 따른다. 일상을 이어가는 선원들의 치열함 속에서도 어획을 위해 운행을 멈추지 않는 배를 저자는 욕망의 전차라 말한다.

그 욕망의 전차 위에서 아릿줄 등의 어구를 만들어 붙이고 고기를 낚으며 저자는 생각한다. ‘해양생태계는 곧 파괴되고 말 것이며 중요한 것은 지금 인간이 지구의 중심이 아님을 깨닫는 일이라고. 기술의 발달로 어선운행이나 어업이 더욱 편해지고 어획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양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저자는 그 어떤 첨단장비라 할지라도 컨트롤의 주체가 인간임을 잊지 않고 생태계를 존중하며 바다와 인간 사이 거리를 적당히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전한다.

 

 

바다 위에서 흘린 땀이 상품이 되기까지

선원들은 어선에서 최고 상품으로 치는 눈다랑어를 만나면 만선을 기대하며 기뻐하다가도, 어획을 방해하는 똑똑한 범고래 떼가 나타나면 짜증을 낸다. 배가 두 동강이 날 수도 있는 거친 파도가 몰려올 때면 그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면서 버티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다. 휴일이 되어서야 겨우 단잠을 자고 술이나 한 모금 마시는데, 그마저도 하급선원들에게는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선원들의 어선 위 생활상을 이야기하며 식사 등의 부식과 월급 지급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원래 이런 곳은 그렇지, 라며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 사항과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화한다.

또 원양어선원의 노동이 개선되려면 여러 측면에서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런 삶들이 보다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많이 알려지는 일이라 말하며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의 필요성을 읽는 이에게 상기시킨다. 어선 위의 노동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우리에게 깊이 와닿음을 느낄 수 있다.

 

대형 어종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보면서 상념에 잠겼다. 그냥 단순한 미안함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뿐이라 더 미안하다.

현생(現生)의 우리를 용서하시라. -140p

 

어획 과정 내내 저자는 상념에 잠긴다. 인간의 잔인함과 바다 생물체의 존엄성 파괴에 대해 고뇌하고 그 사이에서 의미 없이 갈리고 찢기는 어종들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 일컫는다. 독자들은 그의 시선을 빌려 원양어업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생물들에 대하여 새롭게 사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멀리, 더 멀리.’ 더 먼 바다를 향한 동경과

그곳에 남기고야 마는 인간의 발자국

원양연승어선의 계약 기간은 약 20개월,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어선 위의 작은 생태계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땀방울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그 긴 시간 동안 바다를 살아내면서 노동자와 바다는 결코 우리 삶의 타자가 아니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함께 해결해야 함을 지속해서 강조한다. 바다를 추상하고 미화하는 낭만을 경계하며 현장에서 온몸으로 겪어낸 사실들을 그 누구보다 자세히, 그리고 담담히 그려낸다.

한 시인이 바라본 해양 생태계와 인간의 조화, 배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어선원들의 화합을 다루는 『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 여기에서 우리는, 거대한 바다처럼 깊고 밀도 높은 작가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첫 문장

부산 감천항 부두에 20168816시 출항 예정인 배가 묶여 있다.

 

밑줄 긋기

42-43p 현대 어업은 모든 수산생물을 단시간에 멸종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무제한 방치한다면 해양생태계는 곧 파괴되고 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인간이 지구의 중심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다.

 

71p 다랑어를 보면서 그들에게 미늘을 벗겨 낼 수 있는 기관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만약 그랬다면 지구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어디엔가 강력하게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낚시의 끝이 아니라, 그것을 빠져나오게 할 수 없는 미늘의 힘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아야 한다.

 

121p 지금의 원양어업은 예전과는 당연히 다르다. 개척정신이나 한몫 잡겠다는 정신으로 원양어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육지에서 생활하는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공동체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140p 대형 어종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보면서 상념에 잠겼다. 그냥 단순한 미안함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뿐이라 더 미안하다. 현생(現生)의 우리를 용서하시라.

 

177p 살다 보면 늘 틈새라는 게 있다. 이것은 쓸모없는 것 같지만 많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경우가 많다. ‘곡즉전(곡즉전)’에 나오는 굽은 나무같은 건데, 너무 굽어 목재로서 쓸모가 없으므로 잘리지 않았고 덕분에 풍성하게 자라 목재 대신 '큰 그늘'을 만들어 냈다.

 

 

저자 소개

최희철

최희철은 철학하는 시인이자 항해사다. 배 타는 일을 생업으로 삼았다. 녹색과 잡종의 세상을 지향하는 베르그송주의 철학가로, 베르그송과 레이디 가가를 좋아한다. 1961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어업학과를 졸업하였다. 1984년부터 약 7년간 원양어선 및 상선 항해사로 근무한 바 있다. 1982년 향파문학상, 2005년 인터넷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2013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11년 시집 영화처럼을 발간하였으며 현재는 문학동인 잡어에서 활동 중이다.

 

차례

더보기

들어가는 말

 

1.인간의 욕망을 싣고 출항

출항

해역

출항 준비

남궁호

생활의 발견

욕망의 전차

현대의 어법

고사

 

2. 인간의 속도와 바다의 자원

새로운 어업방식 연승어업

아릿줄

어업 용어에 담긴 차별

브이 만들기

아가미의 미늘

속도와 바다의 자원

13시간 톱니바퀴

어황방송

어장도

매수계

 

3. 바다 위의 노동

첫 투승

최고상품 눈다랑어

범고래 떼와 두뇌 싸움

선원들의 휴일

선원의 월급

어획물을 올리는 작업

아랫줄 정리

 

4. 물고기가 상품이 되는 시간

물고기를 상품으로

금지 어종과 대형 어종

어획한 어종의 급속냉동

어업으로 파괴되는 바다 생태계

배 위의 이주민 노동자

타자를 이해하는 방식

갑판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농작물

남궁호에서 사용하는 세 가지 시간

 

5. 장기어업에 필요한 새로운 감각

불법어업

원양어업에 필요한 생태 감각

어선의 틈새를 이용하는 방법

고기 잡는 미끼가 반찬

바다에서도 차별받는 이주민 노동자

바다의 편의점 탱커

원양어선의 여가

복지와 휴가

전재작업

바다에 남긴 발자국

 

나가는 말

 

발문

: 언제나 더 먼 바다를 동경하는 자의 바다 스토리텔 링_하동현

 

 

 

저자 : 최희철

쪽수 : 224

판형 : 140*205

ISBN :978-89-98079-43-7 [03810]

가격 : 16,000

발행일 : 20211110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http://aladin.kr/p/s4nIk

 

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

원양어선 산업과 바다 생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거시적인 시선 그리고 바다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깊고 단단한 사유를 내비친다. 단순히 원양어업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어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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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을 되살려 바다를 기록하다
<북양어장 가는 길>/해피북미디어 펴냄
[378호] 2014년 12월 06일 (토) 00:38:21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피항(避航)이 결정되면 조업을 중단하고 갑판에 있는 모든 기계와 그물은 고박한 채 배는 앞바람을 받으면서 서서히 전진하는 방법으로 저기압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갑판과 마찬가지로 처리실도 흔들리거나 넘어질 것들을 고박하고 특히 배수 관련 시설들을 점검한다. 열려 있던 ‘렛고(let go) 구멍’도 안에서 잠그고 배수펌프를 준비해둔다. 그리고 처리부원들에게 일정한 간격으로 처리실에 침수가 있는지 살피게 한다.”

25년 전 실제로 북태평양(북양) 명태잡이 트롤 어선에서 항해사로 일했던 최희철 시인이 바다에서 높은 파도와 비바람을 맞았을 때 ‘피항’하는 법을 묘사한 대목이다. 60명 중 단 7명만 구조된 ‘501 오룡호’의 마지막 순간을 짐작하게 해준다. 피항은 원래 저기압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것이지만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바다에서 바람과 맞서며 2~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버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최희철 제공</font></div>최희철 시인은 명태잡이 어선의 항해사로 일했던 경험을 <북양어장 가는 길>에 조목조목 기록했다.


 
ⓒ최희철 제공
최희철 시인은 명태잡이 어선의 항해사로 일했던 경험을 <북양어장 가는 길>에 조목조목 기록했다.

최 시인이 배를 탔던 1980년대 후반에는 조업 환경이 더 열악했다. ‘올림픽 시스템’이라는 쿼터 소진 방식 때문이었는데, 그는 이렇게 기억했다. “올림픽 시스템 쿼터 소진 방식 때문에 모선들은 어장을 떠나기가 어려워졌다. 만선이 되어도 귀국하지 못하고 운반선을 통해 어획물을 전재하고 다시 어장으로 복귀해야 했다. 연료와 식재료는 운반선으로 배급받았다. 그래서 출항하면 6개월 이상 바다 위에서 생활해야 했다. 북양에서 4년 근무하는 동안 항구에 정박한 것은 여섯 번뿐이었다.”

“배에서 내리기 위해 배에 올랐다”


오룡호 사고를 접하고 그는 25년 전의 북양을 기억했다. “우리 때와 조금 다른 것도 있었다. 우리 때는 전부 한국 선원이었다. 오룡호는 동남아 출신 선원이 더 많았다. 오룡호는 러시아와 협약을 맺고 캄차카 반도 인근 서베링해에서 조업했지만 우리는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과 협약을 맺고 알래스카해에서 조업했다. 우리가 탔던 배는 일본에서 건조한 어선이었는데 오룡호는 스페인에서 건조한 유럽식 어선이다. 트롤 어선은 기본적으로 구조가 비슷하긴 하다. 근무 여건은 그때나 지금이나 열악한 것 같다.”

사고 일주일 전 그는 북양에서의 기억을 모은 <북양어장 가는 길>을 펴냈다. 부제를 ‘미시적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 어장’으로 붙인 이 책의 내용은 북태평양 명태잡이 트롤 어선이 어떤 배이고, 어떻게 조업하고, 배의 선원들은 어떠했으며, 선사는 어떻게 운영되었고, 명태는 어떤 특성을 가진 생선이며, 어떻게 잡아서 어디에 판매했는지를 조목조목 기록한 책이다. 단지 명태잡이에 대한 글인데도 책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가 보이고 국제 관계가 읽힌다. 등단 시인답게 문장도 유려하다.

최 시인은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청춘의 기록이기도 했고. 나이가 들수록 그때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바다에 몇 달씩 나와 있으면 마치 유배당한 것 같았다. 중심에서 멀어지는 느낌에 마음이 황량했다. 모두들 배에서 내리기 위해 배에 올랐다. ‘몇 년 타서 얼마를 모으면 내려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우리는 모두 육지를 사무치게 갈망했다. 그때 우리의 모습을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래도 대학을 나오고 문명의 혜택을 받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책에서 최 시인이 선장의 역할만큼 부각한 것은 트롤 그물의 끝자루(코드엔드:cod end)다. 끝자루는 대량의 어획물이 마지막으로 담겨 갑판으로 끌어올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 크기와 무게도 엄청나다. 선원들이 그물을 손질할 때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끝자루가 터지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한다. 선장의 판단력만큼 끝자루의 지지력도 중요하다. 최 시인은 사회에서도 선장만큼 이 끝자루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문읽기: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34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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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가 기록한 바다, 소년들이 꿈꾸는 바다

부산서 해양문학서 두 권 발간

   
'북양어장 가는 길'의 저자 최희철 시인이 1990년 원양어선 갑판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희철 제공
- 최희철 시인 '북양어장 가는 길'
- 직접 체험한 현장 모습 담겨
- 해사고 동아리, 풋풋한 글 묶어

1961년생 해양문학가 최희철 시인은 이달 초 드물게 보는 형식의 해양문학서 '북양어장 가는 길'(해피북미디어)을 펴낸 뒤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들, 어획 대상이었던 물고기들, 생명 없는 기계라고 생각했던 트롤어선과 어구들, 출렁이던 바다의 흔적으로서 바람, 어둠, 파도, 눈보라, 안개 그리고 대양의 상처 같았던 섬들 모두 역동적인 주인공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록으로 남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역사 없는 것들'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북양어장 가는 길'(왼쪽), '바다를 바라보다'
거의 같은 시기에 부산의 '고딩'들이 해양문학서 한 권을 내놓았다. 국립부산해사고에서 '해양문학교실'이라는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는 1, 2학년생 19명이 필자로 참여한 '바다를 바라보다'(산지니)이다. 한국해양문학가협회장을 지낸 해사고 심호섭 교사가 지도했다. 이 책의 필진은 앞으로 해기사가 되어 세상의 바다를 누빌 청소년이다.

"배를 어느 정도 타본 사람이라면 모두 하나같이 항해 중 그 무엇인가를 기다려본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바로 Landfall(육지초인) 즉, 육지를 발견하는 일, 그러고 나서 상륙하는 것이다. 이때의 희열감과 성취감이야말로…나의 경험을 들어보자면 목포에 입항했을 때…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목포를 한눈에 바라본 경험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 될 것이다."

'바다를 바라보다'에 '항해의 묘미-기항지 여행'을 쓴 해사고 2학년 이지훈 군은 "이를 통해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는 나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국립부산해사고 해양문학교실 소속 학생들이 심호섭 교사의 지도 아래 문학 토론을 하는 장면. 심호섭 제공
항해사 출신 최희철 시인의 '북양어장 가는 길'은 부제가 '미시적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이다. 2013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수상작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직접 겪은 험하고 거친 북양어장의 일을 세밀하게 되살리고 기록문학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출항, 피항, 혹한 노동, 선원들의 놀이, 그물 사고에 이르기까지 깨알같이 박진감 넘치게 그린 소중한 자료다. 

최 시인은 "원양어업은 거대한 자본이 기획해 노동을 투입하는 구조적인 측면이 중요한데, 그간 우리 해양문학은 현장을 그리되 이런 문제는 잘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을 포함해 나 자신과 바다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바다를 바라보다'에 실린 글은 해기사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이 쓴 글답게 풋풋하고 순수하며 힘이 넘친다. 해양문학교실의 동아리를 오래 지도한 심호섭 교사는 "나는 이 책을 거창하게 해양문학 작품집이라고 부른다. 미숙한 청소년의 작품집이지만, 글의 중심에 바다 고유의 미학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장년의 해양문학가가 이미 겪은 바다로 책을 쓰자 미래에 바다를 누빌 청소년이 해양문학 작품집으로 화답하는, 부산 문단의 풍경이다.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바다를 바라보다 - 10점
해양문학교실 지음/산지니
 

원문읽기: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41209.220231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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