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신채호... 역사를 잘 몰라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수없이 접했을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입니다.

김원봉, 조소앙, 김상옥, 나석주, 김지섭... 역사를, 특히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알 만한 이름입니다.

 

그리고 한형석... 역사를 깊이 공부하지 않고서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이름일 텐데요.

조금은 생소한 그 이름, 한형석 선생님은 광복군에서 활약한 항일 독립운동가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분입니다. 작곡 등을 공부하여 한국 현대음악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으며, 이를 통해 해방 이후에는 부산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힘쓰시기도 했습니다.

2020, 올해는 한 선생님이 태어나신 지 110주년 되는 해로 산지니는 부산문화재단과 함께 한형석 평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자와 부산문화재단 그리고 산지니가 협력해서 선보일 이 책은 깊은 가을, 여러분께 깊은 의미로 다가갈 것입니다.

한형석을 검색하면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선생님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진입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중국 상하이로 건너간 한형석 선생님은 베이징에서 소학교, 중학교, 고급중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구국 예술 운동에 뜻을 두고 상하이 신화에술대학 예술교육과에서 음악과 연극 등을 공부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산둥성 등지에서 항일 혁명 투쟁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술 교사 겸 영어 교사, 항일연극대장, 공작대장, 음악 교관, 예술부장 등을 역할을 합니다. 그뿐 아니라 다양한 항일가극과 군가를 작곡해서 보급하기도 했고, EO로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말로, 본캐와 부캐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신 분이죠.

이 외에 더 깊은 한형석 선생님의 업적과 활동은 오는 11월 출간 예정인 <한형석 평전>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깊은 가을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내일은 대한민국 광복 7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어 더없이 기쁜 날이지만, 한편으로는 남북 분단이 시작된 아픈 날이기도 합니다. 쉬는 날 그리고 임시공휴일을 생각하기에 앞서, 더 깊이 생각하고 그 의미를 새겨보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독립운동가들 외에도 제겐 어릴 때부터 광복절,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데요. 일제강점기를 짧게 살다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간, 아름다운 시인 윤동주입니다.

열 살을 조금 넘겼으나 정확히 언제인지조차 가물가물한 그때부터 시인의 시를 보며 뭔지 모를 뭉클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은 윤동주입니다.

 

문득 책상에 놓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다이어리와 함께 814일 오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상징하는 반지를 함께 사진으로 남기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너무 유명해서 그 아름다운 글의 의미가 오히려 희미해진 건 아닌지 하는 윤동주의 시 가운데 가장 오래전부터 기억하는 <서시>를 공유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Posted by the 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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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의 원자화된 삶과 전체주의의 숨 막히는 동일성을 넘어서는 공동체, 차이를 훼손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 극단을 넘어서서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세상의 거울'이라 일컬어지는 문학작품을 통해 이같은 방법을 모색하는 책, 바로 '공통성과 단독성(허정 지음, 산지니 펴냄)'입니다.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두 가지 키워드
 
동아대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제목에서 보듯 '공통성'과 '단독성'을 공동체성 회복의 두 가지 키워드로 제시하는데요. 저자는 공통성과 단독성은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먼저 공통성을 설명하면서 이는 동일성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하는데요. 공통성은 예전의 공동체 형성 기준이었던 동일성처럼 동일한 기준을 공유한 것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이전에 전제된 기준에 따르는 것들이 아니라 차이 나는 것들이 서로 만나는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확인되는 것이 바로 공통성이라는 것인데요. 즉, 저자가 말하는 공통성은 '비슷한 것들의 가까움'이 아니라 '낯선 것의 가까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보기에 공통성은 동일성보다는 오히려 단독성과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높이 평가되어온 주체를 비판하고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과정 속에서 공통성이 획득되는 것이며, 또 자기동일성에서 벗어나 자기 바깥의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함께 무언가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공통성이라는 주장입니다.
  
낭시, 블랑쇼, 버틀러, 네그리, 하트 등 유명 학자들의 힘을 빌려 이론적 모색을 마친 후 저자는 이런 관점을 한국문학작품들에 구체적으로 적용해 살펴봅니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나마스테'를 통해 말라야 마르파 마을에서 온 사내 카밀과 아메리칸 드림에 사로잡혀 미국에 갔다가 만신창이로 돌아온 신우 사이의 공통성과 소통의 문제를 살피고, 김려령 작가의 소설 '완득이'를 통해서는 한국 다문화주의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또 후쿠시마 원전재난 이후의 한국시를 통해 무엇이 양국의 공통성으로 포섭됐는지를 살핍니다.
 
저자는 공통성 외에 단독성에 대해서도 특별히 강조하는데요. 저자는 단독성은 타자를 존중하는 윤리적 자세와도 이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타자에 대한 폭력 이면에는 타자의 단독성에 대한 인식 부재가 자리하기 때문에 단독성 인식은 타자와의 대면에 있어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하네요.
 
단독성과 관련해서는 전성태의 소설을 분석해 집단주의에 환원되지 않는 단독성과 소통의 관계를 살핍니다. 또 윤동주의 후기시를 통해서는 집단의 도덕에서 단독자의 윤리로 이동했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인간 공통의 것을 수용하는 방법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스템이나 지배와 종속의 관계, 인간 실존의 양태 등에서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배와 권력의 관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보다 강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하네요.
 
이 책의 가치는?
 
이처럼 저자는 더 나은 공동체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반영하고 있는 문학에 대해 분석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학의 힘을 간접적으로 긍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 시대 문학의 존재 의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저술된 책이라고 하는데요. 저자는 "공통성이나 단독성 같은 부분에서만큼은 문학이 다른 매체보다 뛰어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면서 "특히 현실에서 잘 재현되지 않는 단독성의 경우 문학이 다른 매체보다 훨씬 더 강하게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문학이 사회에 대한 대응력을 가지고 현실에 바로 맞서는 게 80년대에 가능했다고 한다면, 이 시대의 문학은 다른 매체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공통성과 단독성 포착에 월등한 매체로서 사회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그간 문학이 비유, 상징, 상상력 등 현실의 틀 속에 포획되지 않는 그 너머를 드러내기 위한 노력에 그 어느 매체보다도 계속 몰두해왔기 때문에 이같은 역할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저자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 사회의 고민에 근접해 저술한 덕분일까요. 각 글이 소논문의 형식을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모두 관심있게 읽을만한 내용인데요. 특히 저자는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습니다.
 
"개체의 속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공동체에 대한 열망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또 최근에 다문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하는데 나와는 이질적인 존재, 차이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나볏 | 뉴스토마토 | 2016-02-22

공통성과 단독성 - 10점
허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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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문학 비평(지금)과 지역 문학작가(이곳)의 작품들을 초점으로 비평한 평론가 남송우의 『지금, 이곳의 비평』. 남송우는 특유의 애정 어린 시선과 예리한 분석을 통해 문학의 시대성과 지역성을 고루 논하였다. 비평가는 이제 문학텍스트만을 논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문학의 범위가 문화로 확장되었고, 많은 문학비평가들 또한 문화비평가로 변신했다. 문학연구가 문화연구로 확대된 것이다. 평론가 남송우는 이처럼 문학과 문화의 혼용 현상 속에서 문학 비평(지금)과 변방으로 밀려난 지역 문학작가(이곳)의 작품들을 비평집 『지금, 이곳의 비평』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산지니 평론선 09

지금,

이곳의

비평






평가 없는 해석의 바벨탑- 2000년대 비평가들의 평문을 비평

1부 ‘비평과 세계’에서는 2000년대 몇 비평가들의 평문을 통해 해석과 평가에 대한 입장과 실천 정도를 분석했다. 비평은 텍스트 읽기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비평적 텍스트 읽기는 이해와 해석의 과정을 거치면서 텍스트가 내장한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 바로 비평에 있어서의 해석적 의미 파악이다. 또 다른 비평의 한 축은 바로 평가이다. 가치평가는 작품의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하는 현상인데, 모든 비평에는 잣대가 될 만한 가치의 기준이 필요하다. 남송우는 2000년대 신진 비평가들의 평문을 살펴보며, 그들의 평문이 해석 위주로 일관하고 있음과 함께 비평적 입지를 세울 수 있을 만한 이론 비평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한 형태인 애니메이션 <오세암> 분석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문학비평의 방향성을 모색하였다.




생태학적 사유와 지역의 공간을 통해 살펴본 작가론

2부 ‘생명의식과 생태학적 삶’에서는 김동리, 박재삼, 장영희 등 총 9명의 소설가와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작가들이 갖고 있는 생태학적 사유를 되짚었다. 작가들이 갖고 있는 세계인식의 틀을 분석해 그들의 작품 속에서 내비치는 자연관과 생명의식을 살펴본다.

3부 ‘공동체와 공간’에서는 윤동주, 김성식 등 작가들이 갖고 있는 세계 인식의 근거 중 '공간'의 측면에 집중하여 분석하였다. 특히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평가다운 부산의 해양시인 김성식 작가론과 지리산 문학 조명, 지역문학 연구에 나타나는 탈근대성 양상들에 대한 글이 주목할 만하다.

4부 ‘글쓰기와 사유’에서는 그동안 평가되지 못한 수필가들의 수필을 통해 그들의 삶을 분석해보았다.




문학 위기 담론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다

남송우는 문학이 변방으로 밀려나고, 문화의 주변부에 문학이 위치할지라도 문학은 문학으로서 존재해야 함을 역설한다. 문학 위기설이 문학 자체로부터 빚어졌다기보다 시대 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낳은 결과가 크므로, 디지털 정보사회라는 새로운 물결에 걸맞은 새로운 비평, 문학의 디지털식 확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자의 강박에서 벗어나 문학 연구가 서사 연구로 확장된다면,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비평적 글읽기의 본질은 어디서나 통용될 것이라고 예견하며 문학 위기 담론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글쓴이 : 남송우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으로 등단하여 문학비평가로 활동하며 『비평의 자리 만들기』, 『생명시학 터닦기』 등을 펴냄. 부경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는 학교를 잠시 휴직하고 부산문화재단 일을 맡아 동분서주 중임.





『지금, 이곳의 비평』
산지니평론선 09
남송우 지음
비평 | 신국판 | 324쪽 | 20,000원
2013년 9월 30일 출간 | ISBN : 978-89-6545-229-4 93810

'산지니 평론선' 9권. 비평가는 이제 문학텍스트만을 논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문학의 범위가 문화로 확장되었고, 많은 문학비평가들 또한 문화비평가로 변신했다. 문학연구가 문화연구로 확대된 것이다. 평론가 남송우는 이처럼 문학과 문화의 혼용 현상 속에서 문학 비평(지금)과 변방으로 밀려난 지역 문학작가(이곳)의 작품들을 비평집 『지금, 이곳의 비평』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차례



지금, 이곳의 비평 - 10점
남송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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