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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29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이야기 (10)
  2. 2010.08.24 감독의 길 (1)

안녕하세요^^  박근아디자이너(에밀리아) 입니다. 저는 주말에 주로 영화의 전당에서 시간을 보내는일이 많은데요, 최근에 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걸어도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입니다.
일본영화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에 스토리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위기나 절정이 희박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가족을 응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특유의 미적 감각이 이야기 전체에 드리워져있는 덕분에,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끊임없이 흘러 넘칩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남성 중심의 영화였다면,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여성 중심적이다.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을 찾은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 그들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조차 없을 정도다. 그녀들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홀로 남겨진 이복 동생 '스즈'를  알게 되고,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스즈는 그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고, 그때부터 그녀들은 한 가족이 된다. 

 

간략한 영화 스토리는 안보고 산지 15년이 넘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세 자매가 새로운 이복동생을 만나  다시 한 가족이 과정을 그린 영화이고, 영화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네명의 자매들의 속마음이 보여집니다.

 

서로 상처를 바라볼 수 있고, 위로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가족'임을 암시하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항상 옆에있는 가족이라는 생각, 누구보다 가족이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내 마음대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내 방식대로 대하고, 때로는 소홀히, 그리고 서운해하며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시골 풍경은 이 영화의 큰 장점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기억에 남는 예쁜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여름철 유카타를 입은 네자매의 불꽃놀이,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터널, 자매들이 걸어다니는 시골길...
바닷가 마을의 아주 오래되고 낡은 이층집을 배경으로 삶의 소소한 풍경들이 어우러져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배경이 제가 다녀온적 있는 곳이기 때문이였는데요. 일본 카나가와현 가마쿠라 라는 곳입니다.

가마쿠라는 관광지로도 유명하고 절이있어 찾는 사람들이 많은 곳인데, 도쿄 근방이 아닌 시골 간이역 같은 비주얼에 빨간 우체통이 레트로한 느낌을 더해주는 역 고쿠라쿠지는 영화에서 네 자매가 사는 마을의 역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일본에서 여행하던 추억에 잠겨서 봤어요^^; 기회가되면 다시 찾아가보고 싶네요.

Posted by 비회원


한 평생, 하나의 대상을 향해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삶의 어느 순간에 쉽게 그 열정을 잃어버리거나, 아니면 방향을 돌려 다른 대상에 열정을 쏟게 마련이다. 열정이란 사실 이처럼 변덕스럽다. 그러므로 우리는 긴 세월을 견뎌 무엇 하나에 그의 삶을 오롯이 바친 사람들을 볼 때 놀라움을 참지 못한다. 때로 그것은 단지 놀라움에 그치지 않고 어떤 경이로움, 그리고 마음의 깊은 존경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는 20세기 세계영화사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에게서 그런 마음을 느낀다.


지금 해운대에는 무더위를 피해 모여든 인파들로 북새통이다. 나는 그 인파들을 피해 해운대 인근의 ‘시네마테크 부산’으로 간다. 지금 거기선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특별전’(2010. 8. 10-8. 29)이 한창이다. 몇몇 작품은 35mm 필름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라 마음이 설렌다. 내가 설렐 정도로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의 영화는 내가 본 어떤 누구의 작품들보다 문학적이다. 선명한 이미지와 휴머니즘을 드러내는 다이내믹한 서사는 그의 영화의 분명한 개성을 표현한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리어왕>을 일본의 중세로 가져와서 만든 <거미집의 성>(1957)과 <란>(1985),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뻬쩨르부르크를 훗카이도로 옮겨서 만든 <백치>(1951)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주정뱅이 천사>(1948)에서 구로사와의 페르소나라고 할 만한 미후네 도시로가 맡았던 젊은 깡패 마츠나가의 그 광기어린 파멸, <이키루>(1952)에서 역시 구로사와의 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시무라 다카시가 연기한 와타나베의 죽음이 묻고 있는 삶의 의미, 이런 것들은 정말 어떤 소설만큼이나 문학적인 감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나는 시네마테크의 커피 테이블에 앉아 구로사와의 자서전을 읽는 가운데 그의 영화가 가진 문학성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다. 그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아마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힘은 기억력일지도 모르겠다.”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아버지의 사무라이 기질, 어릴 때부터 심취했던 검도의 매력, 중학교 시절 관동 대지진의 현장에서 보았던 끔찍한 주검들과 그로 인한 공포, 뭐 이런 어린 시절의 체험과 기억들은 분명 그의 예술적 상상력의 중요한 발원지다. 아니, 그는 자기의 지나온 삶 전부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일 만큼 영화는 곧 그의 삶에 육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영화감독이 되기 전까지의 자신의 삶을 영화의 길을 예비했던 운명의 시간으로까지 생각한다.


“미술, 문학, 연극, 음악, 그 밖의 여러 예술들에 열렬히 심취했던 나는, 영화 예술을 구성하는 온갖 요소들로 머리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라는 예술이 내가 배운 이 모든 것들을 다 활용해야 되는 매체인지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도대체 그 무슨 운명이, 내가 걷게 될 인생의 길에 대해 그토록 나를 잘 준비시켜 줬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런 사후적인 생각은 현재를 합리화하는 일종의 착각일 수 있지만, 영화의 길로 들어서기까지의 그 모든 방황의 시간들은 영화와의 만남과 함께 위대한 준비의 시간으로 되살아난다. 중요한건 그 방황마저도 유쾌하게 역전시킬만한 그의 뜨거운 영화 사랑이다. 그는 1943년 처녀작 <스가타 산시로>로 시작해 여든넷의 나이에 만든 <마다다요>(1993)까지 50년 동안 모두 31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우리들에게 그 인생이 오롯이 영화에 바쳐진 것임을 말하고 있다. “나에게 영화를 뺀 합계는 0일 뿐이다.”라고 한 그의 말은 과연 과장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예순하나의 나이에 영화제작의 어려움을 느끼고 면도칼로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에게 영화 창작의 어려움은 곧 삶의 곤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작품 <마다다요>를 끝내고 5년 뒤인 1998년에 여든여덟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저 오랜 시간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을 놀라운 열정으로, 마지막까지 진정한 사랑을 갖고 간다는 것은, 결코 누구에게나 흔한 일이 아니다. 지금 이 무더운 열기 속에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보러 가는 길은, 바로 그 예외적인 인간의 위대함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지금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 바로 그것을 향해, 과연 당신은 언제까지 그 열정을 쏟아낼 수 있겠는가? 쉽게 지치고 또 쉽게 매혹당하는 우리들에게 한 가지 일에 몰두한다는 것의 위대함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Posted by 전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