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따끈따끈한 첫 소설집을 내신 최시은 작가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작가님이 자주 가시는 남포동의 카페로 갔으나, 문을 닫은 바람에 다시 찾은 아늑하고 예쁜 카페로 향했어요. 우연히 간 곳이었지만 너무 포근한 곳이었어요, 마치 그날의 분위기만큼요. 지금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인턴 김민주 이하 김: 첫 소설집을 내시고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최시은 작가님 이하 최 : 사람들 반응 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이 다들 보면 쓴소리는 잘 안 하고 좋은 소리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긴 해요. 그래도 쓴소리도 있어요. ‘너무 어둡다’, ‘좀 밝은 얘기를 쓰지, 이런 어두운 얘기를 쓰냐’. 그래서 제가 뭐라고 하나면, 사람이 즐겁고 문제가 없으면 소설 거리는 아니다. 소설이라는 건 결국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거예요. 문제가 있고, 그 문제 속에 인간이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소설 속에 가지고 오는 거 같아요. 이렇게 주변 이야기 들으며 지냈습니다.

 

김: 저도 한국어문학과 학생이다 보니 작가님들의 소설 집필 과정에 관심이 많은데요, 소설을 쓰실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는지, 주로 작업 방식이 어떻게 되시나요?

 

최 : 소설 소재는 일상에서 가져와요. 누가 이야기하는 거, 주변에서 보이는 거. 제가 느끼고 냄새 맡고, 듣는 거. 모든 주변이 소설 레이더망에 잡혀요. (웃음) 글은 컴퓨터로 쓰는데, 책을 쓰고 있을 때는 가능한 다른 책을 잘 안 읽습니다. 색깔을 읽어버릴 수도 있어요. 그 작품의 톤을 따라가야 하는데, 몰입도가 높은 편이라서 다른 책을 읽으면 혼동하게 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 요즘 시대에 소설을 집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 작가님이 소설을 계속해서 집필하게 하는 힘, 나아가서 조금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소설’, ‘문학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최 :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그냥 내 안에서... 그냥 쓰게 만들어졌어요. 어쩔 수 없어요. 나에게 소설은 견디는 힘을 줘요. 삶을 견디는 힘. 부조리하고 힘든 현실을 살아낸다는 것도 있지만, 살아내는 것과 견디는 것 반 반씩인 거 같아요. 소설이 나를 견디게 해주는데 결국 그게 살아내는 거 같아요.

 

 

: 이번 소설집을 엮으실 때 가장 많이 든 생각과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최: 현실적인 얘기인데 교정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제 작품을 수도 없이 읽어야 하는데 그래도 오탈자가 또 나오더라고요. 그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김: 작품에서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아무래도 작가님의 아이덴티디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지역의 특색이자 소중한 산물인 사투리는 사라지고 표준어만 지향하는 현실 속에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나온 사투리들에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혹시 따로 꼭 사투리를 써야지 하셔서 쓰신 건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최: 부산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건데, 또 문학에서 사투리가 들어가면 더 사실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생생하게 말이에요. 오히려 어떤 사람은 저보고 사투리 너무 많이 써서 식상하다는 얘기도 하던데, 사투리가 적당하게 들어가면 오히려 더 사는 거 같아요.

 

김: 일곱 편의 단편 모두가 여성의 시각으로 서술되는데 특별히 여성 화자의 이야기를 내놓으신 이유가 있나요?

 

최: 아무래도 제가 여자니까 그렇겠죠. (웃음) 소설을 쓰다 보니 편한 게 여성 시선이고 내가 여자인데 남자가 되어 그 의식으로 들어가는 것도 참 힘든 일이더라고요, 내가 여자라서 아마 여성 화자가 소설을 쓰는데 편한 시선이 되니까 그렇게 썼던 거 같아요.

 

김 : 소설집을 읽으며 제가 알지 못했던 씁쓸한 삶의 이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단편 마다 그들의 현실이 잔인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때로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서 읽기 힘들었던 부분들도 있었어요. 작가님은 글을 쓰시며 이런 점이 힘드시지는 않으셨나요?

 

최: 당연히 힘들죠. 제 주변 지인들도 읽는데 너무 힘들어해서 제가 읽지 말라고도 말했어요. 저도 마지막 단편 <가까운 곳>은 중편으로 썼던 걸 단편으로 만든 건데, 살인 장면을 쓸 때는 일부러 낮에 도서관에 가서, 사람들 많은 데서 썼어요. 안 그러면 너무 힘들더라고요. 살인했던 방법을 보면서 쓰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읽는 독자도 힘든데, 작가도 사실 그 부분을 쓸 때 심리적으로 힘들어요.

 

김 : 저는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잔인한 현실을 자세하게 그려내며 비판하셨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소설 속에서는 어쩌면 획일화된 젠더 이미지가 보이는 듯해요. 그런 것들이 남성의 입장으로 한 말과 행동이기 때문에 현실을 비꼬는 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작가님의 진짜의도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최: 소설 속에서 인물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서 그가 사물을 보는 시점이나 말투를 적나라하게 적을 때도 있어요. 그건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표현이지, 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설 속 잔인하고 짐승만도 못한 남자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자 장치일 뿐인 거예요. 그저 캐릭터로 바라보지 않고 작가의 의식으로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이 남자 캐릭터는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겨요. 그래서 처음에 소설을 공부할 때는 좀 흐릿하게 표현했는데, 엄청나게 야단맞았어요. 인물을 왜 이렇게 애매하게 그리냐고. 그래서 제가 그런 것들은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말과 행동인데 여자를 비하한다거나 젠더 감수성이 불공평하게 들어가 있는 식으로 본다면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니까 어쩔 수는 없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김 : 소설 속에서 제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상황에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싶기도 했습니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페미니즘운동과 관련하여 기득권 세력, 즉 가부장제 사회가 부패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 룸살롱 장면을 넣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느냐같은 인권을 다루고 표현하는 방식에 관한 비판도 일고 있는데요, 저도 아직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옳은 것인지 답을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최: 정말 중요한 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 속에 여자가, 남자가 있었던 것뿐이에요.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비판적인 반응이 독자에게서 온다는 것도 수용해야겠지요. 작가는 이렇게 썼지만, 독자는 다양하게 읽을 수 있으니까요. 작품 속에 세련되지 못한 표현을 비판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기는 해요. 그거는 고유한 독자의 몫이기 때문에. 문학작품은 문학 작품으로 고유하게 비판하는 건 맞고, 그래서 제 작품도 만약 젠더 감수성대 대해서 문제화시킨다면, 남성우월주의나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것에 대해 물고 늘어질 게 있어요. 그리고 다른 작가들도 엄청나게 많아요. 그거를 문제화하려면 얼마나 많아요. 문학작품에. 하지만 저는 그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서 하려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젠더감수성과 연결하면 안되고. 예를 들어서 현실에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남자가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인물을 소설 속에 담아낸다면 그 인물의 행동이나 말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어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건 젠더 감수성과는 또 다른 문제에요. 그걸 그렇게 연결시키면 안 되고, 그러면 밋밋하게 그리면 모든 사람이 표준화된 남녀가 나와요.

 

김: 음 그래서 저는 소설을 읽으며 든 생각이 그런 전형화된 여성과 남성 캐릭터는 이미 너무 많으니까, 굳이 내가 쓰지 않아도 많으니까. 나는 좀 더 새로운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 저번에 저자와의 만남 때 평론가님이 '전형화된 인물들이 나온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맞아요. 전형화된 인물에서 현실적으로 여자가 능동적으로 헤쳐나가지 못하는 그래서 제가 이게 전형화된 인물이라면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도 역시 정형화된 인물이에요. 그래서 이거는 그렇게 접근할 게 아니고, 저는 상황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상황에 의해서 그 여자가 그렇게 된 걸 그린 거예요. 물론 그 반대쪽 인물도 한번 그려봐야겠지죠.

 

김: 소설 속 하나의 <잔지바르의 아이들>을 읽고 끔찍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인물을 보며,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는데요, 아직도 어떤 판단이 옳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작가님도 특정한 대답을 하지 않으시고 물음을 던져주시는데,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최: <잔지바르의 아이들>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는, ‘과연 그런 인간에게 형벌이란 무엇일까에요. 감옥 속에 가면 그 인간은 돈도 벌지 않아도 되고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그 소설을 쓸 때 화두는 과연 죄는 누가 지었고 형벌은 누가 받냐는 거에요. 남겨진 사람들이 벌 받는 거예요. 법리적 해석을 하면 그런 사람을 죗값을 치르고 형을 받아야 하겠지만 정말 이 사람에게 실제적, 현실적으로의 형벌은 남겨진 이들을 위해 힘들게 일해서 다 먹여 살리는 거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만약 제가 그 여자의 캐릭터라면 인연을 끊겠어요.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에요. 결코 변하지 않아요. 심지어 이런 남자라면 생이 거칠고 힘들게 되겠지만 끊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 저는<환불>을 읽고 모성애와 이방인에 대해 사유를 하게 되었어요. 작가님께서 밥 먹고사는 이야기이자 밥 먹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대답하신 것을 봤는데, 거기에 대해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의도를 알기 가장 힘들었던 단편인 거 같아요.

 

최: 안 그래도 사람들이 <환불>뭔 말하려고 그랬어요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제목인 환불의 뜻은 이미 지불한 돈을 되돌려줌돈이나 물건을 바꾸어서 지불하는 것두 가지가 있는데, 어느 하나로 정하지 않고 독자가 알아서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예전에 물난리가 난 뉴스 인터뷰에서 아침에 밥도 못 먹고 우리가 이 변을 당했다라고 말한 인터뷰를 본 순간 아 밥 먹고 당하는 거 하고, 밥 먹지 않고 당하는 거에는 차이가 있겠구나생각했어요. 그때 밥에 대해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라디오에서 낙타가 왜 북미대륙을 떠나서 사막에 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쓴 거에요.

 

김: 마지막 단편, <가까운 곳>은 나머지 여섯 편과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고 저는 느꼈는데요, 어쩌면 장르적인 소설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인간의 본성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런 설정을 하고 오신 건가요?

 

최: 맞아요. 저는 장르로 가는 게 목표거든요. 그게 사이코패스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니까 멀리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 가까이 있거든요. 예전에 우리 집 근처에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있다고 법원에서 종이가 왔더라고요. 그때 그런 사람들이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가까운 곳에 누군가가 있다라고 생각해서 강호순 사건을 가지고 와서 확장해서 썼어요.

 

김: 각 단편 모두 서사가 흥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각각 에피소드의 소재들을 어디서 영감받으셨는지 궁금해요. 그중에서도 누에고치를 키운다는 설정이 인상 깊었는데요, 여기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최: <누에>는 제가 들은 이야기들을 소설로 만들어보려고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에서 출발해요. 이것을 어떻게 갖다 붙일 것인가, 소설이라는 건 메타포, 즉 은유의 세계잖아요.

엄마가 아들을 엄청나게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왜곡된 관계를 그리려 했어요. 엄마는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있고, 아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성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거죠. 즉 콤플렉스가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엄마 의식 속에는 아들이 성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거예요. 그 거부를 뭐로 가져올지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애벌레를 생각했어요. 엄마는 아들이 자라지 못한 애벌레이기를 원한 거죠. 성체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엄마의 무의식 세계를 그리려고 어떤 애벌레가 있을까 생각하다 누에가 나왔어요. 엄마는 누에의 성장 과정에서 오령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계속 누에를 버리잖아요. 또 새로운 누에를 사고. 결국 아들은 저 누에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엄마가 왜 저걸 키우는지도 알고요. 그래서 죽이는 거죠. 어릴 때부터 유리관 속에 있던 모든 것들이 나인 걸 아는 거죠.

 

그리고 작가님이 웃으시며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문장이 <누에>에 있다며 알려주셨습니다.

 

최: 아직도 어떻게 써진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문장이 온 거 같아요. (웃음)

 

스스로 분사(憤事)한 주검처럼 죽은 누에들이 오히려 생생하고 또렷하다.

_99<누에> 중에서

 

 

김: 이제 첫 책이 출간되셨는데요, 더 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최: 지금 쓰고 있는 거는 장편인데, 이미 써 놓은 거를 가지고 새로 이야기를 짜고 있어요. 뼈대를 바꿔서 이야기를 새로 구성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에 있어요. 부산에 많이 있는 냉동 창고를 보며 그 안에 뭐가 있을까에서부터 시작한 살인사건 이야기입니다. 원래 장르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장르와 정통문학이 만나는 지점을 쓰고 싶어요. 단순히 장르만 있는 게 아니라, 사건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거기에 인간이 녹아있어야 해요. 이 인간이 왜 살인을 하고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장르문학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김: 그럼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 제가 체질적으로 상처를 잘 받기도 해서 아픔이 많은 사람이에요.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지만, 그걸 크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상처를 많이 받긴 하는데 그래야 사실 또 소설이 되긴 합니다. (웃음) 그것을 치유해준 게 소설이었어요. 내가 누구 작품을 읽고 감동을 하고 내가 치유 되고 행복해진 것처럼 상처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된 계기가 소설이었거든요. 그 소설 속 인물을 보며 얘는 나구나.’ 내 모습을 보며 안심이 되는 거예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그래서 누군가가 제 소설을 읽고 제가 그때 느꼈던 치유의 감정을 가진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겠어요.

 

 

 

헤어질 때 작가님께서 "소통이 된다는 건 이렇게 즐거운 거예요"라는 말씀을 남겨주셨다. 소설 속 인물을 넘어 또 한 사람으로서 작가님과 뜻깊은 만남이었다.

 

작가님이 본인을 치유해준 게 소설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나에게도 문학은 삶의 힘들었던 한 시절을 견디게 해 준 힘이어서 작가님 말씀에 더 반갑고, 깊이 공감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늦게까지 오래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책에 관해 작가님을 인터뷰하는 거였지만, 그 이전에 소설을 먼저 쓰신 선생님을 만난다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고 좋은 경험이었다. 많이 느낀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방마다 문이 열리고 - 10점
최시은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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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1.29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주 씨, 작가님과 인터뷰 잘 끝났어요?" 물어봤을 때
    "작가님이랑 얘기하다 보니까 할 말이 너무 많아져서, 아직 인터뷰 중이에요~"라고 하셨지요ㅎㅎ
    소통의 즐거움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따뜻한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2. 동글동글봄 2019.01.29 1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알차게 잘 읽었어요, 그날의 온기도 전해지는 듯하네요^^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정문숙 수필집

 

 

 

 

 

▶‘치유와 희망의 글’
늦깎이 작가의 삶과 글, 그리고 예술

 

늦깎이 여성 작가 정문숙의 첫 수필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출간되었다.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해 크고 작은 공모전과 문학상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꿈을 키워온 저자의 수필들이 담겨 있다.
일상에서의 단상, 여성으로서의 삶, 가족에 대한 이야기, 늦깎이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수필집은 구성과 내용의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다소 힘에 부쳤던 과거의 일들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며 비슷한 처지이거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수필집을 ‘치유와 희망의 글’이라고 말한다.

 

내 안에서 흘러나와 세상으로 나온 글은 이제 독자에게로 옮겨진다. 어떻게 읽히고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문제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 된다. 한 편 한 편, 읽고 난 후, 가슴에 예쁜 무늬 하나 그려지는, 다시 힘을 얻고 지금을 살아낼 수 있는 위안의 글이 되었으면 한다. -「책머리에」중에서

 

저자는 글쓰기의 과정을 ‘바둑을 복기하듯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비록 그 과정이 힘든 시절을 상기시켜 쉽지 않았음에도 글을 통해 ‘덮어버렸던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마음을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제 개운하게 풀린 마음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안아줄 채비를 마친 정문숙 작가의 진솔한 고백이 담긴,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다.

 

 

 

▶ ‘퀴퀴한 책 곰팡이 냄새가 나는 어두운 골방에 천재 소녀가 있다.’
    이 땅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표제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모티브로 삼았다. 사회적 인습과 통제로 인해 문학적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여성 작가들에게 ‘매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을 줘야 한다고 호소했던 버지니아 울프. ‘주디스 셰익스피어’라는 가상의 여성을 통해 당시 여류 작가들이 처했던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던 울프의 글을 인용하며 저자는 오늘, 바로 이 땅의 예술가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인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정착해,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중략)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과 신사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은 가난하지만 개성 있는 예술가들이 모여 독특한 예술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던 곳이다. 이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카페와 상가들이 유명해져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사람들이 몰리자, 기업형 자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 임대료를 높여놓았다. 이에 수입이 적은 가난한 예술가나 기존 거주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중에서

 

외부의 압박에 의해 터전에서 밀려나는 우리 주변의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방’이 아닐까. 버지니아 울프와 동시대에 살았던 여성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본의 사회에서 가난한 예술가들은 여러 형태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정문숙 작가는 과거의 여성들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자기만의 방’이 절실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나와 내 곁의 모든 사람들,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이렇듯 작가의 길에 들어서며 느낀 현실, 글 쓰는 생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글들은 언뜻 무거운 주제를 다룬 글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나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응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 수필집 전체를 꿰뚫는 주제의식은 ‘위로’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저자 본인이 겪었던 고된 시간들에서부터 나온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날도 남편은 몇 마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협력 업체의 부도로 남편의 회사가 직격탄을 맞았단다.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더미에 압사를 할 지경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빚 독촉 전화는 공포였고, 가재도구에 붙어 있는 빨간 딱지를 보는 일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두어라, 신의 뜻대로」 중에서

 

괴롭고 아픈 기억을 글로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가 힘든 기억들을 담담하게 끄집어내는 것은, 아픔을 내보이고 토로하는 것이 하나의 치유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걸 집어삼킬 기세로 덮쳐온 악재도 시간과 함께 지나가고 사그라진다. 억겁의 세월을 이겨내는 동안 우리 곁에는 과연 누가 함께하고 있을까? 힘겨운 시간을 가족과 함께 견디고 일어선 저자는 이제 눈앞에 닥친 악재를 혼자 짊어지고 가는 누군가를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인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8.  닫힌 문 사이로 학생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늦은 오후의 햇살이 버티컬 사이로 비집고 들어올 때 즈음 컴퓨터를 다시 켠다. 두 평 남짓한 곳, 나만의 방에서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주디스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p.77.  막 부풀어 오르기 시작할 때 김을 빼버렸으니 딸의 꿈은 제대로 된 발효의 과정을 거칠 수 없었던 셈이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큰 좌절과 절망의 늪을 허우적거렸을까. 돌이켜보니 딸의 마음을 알고도 아는 체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이 명치끝으로 묵직하게 얹힌다.

 

pp.140-141. 어머니와 같이 울어주던 자귀나무 꽃이 다시 흔들린다. 간다는 작별의 말도 못하고 먼저 간 아버지와 잘 가라는 이별의 손짓도 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애끓는 조우가 자귀나무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p.190.  나를 열광케 했던 그녀가 다시 내 안에서 꿈틀댄다. 나는 이제, 문학이라는 또 다른 꿈을 찾는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려고 한다. 국어강사 생활을 하며 짬짬이 써놓았던 습작 노트를 다시 꺼내어본다. 오래 전 접어두었던 나의 꿈의 조각들이 반짝인다. 새로운 도전 앞에 다시 한 번 상처 많은 번데기가 되어볼 작정이다.

 

p.209.  글 앞에 앉으면 자주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게 된다. 되돌아보면, 나는 글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석에 끌리듯 그 언저리를 맴돌았던 것 같다. 감았던 실타래를 풀어내듯 지나온 길을 되돌아 걸어가 본다.

 

pp.115-116. 내가 부딪히고 넘어지며 나를 깎는 동안 눈과 귀를 온통 내게 걸어놓고 지내셨을 아버지. 칼이 무뎌질세라 수시로 숫돌 앞에 앉던 아버지를 이제야 제대로 읽는다. 뒤늦은 자책이겠지만, 한때 내가 철없이 쏟아냈던 말의 칼날들이 아버지를 아프게 하지 않았기를 빌어보는 날이다.

 

 

저자 소개                                                        

정문숙

1967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90년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2018년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졸업하였다. 이후 동아대학교 지식나눔교실 글쓰기 멘토로 근무했다.

 

수상 내역
2015년 주변인과 문학 신인상 수상 「천사가 머무는 시간」
생명문학공모전 수상 「봄, 이부탐춘을 다시 읽다」
모래톱문학상 수상 「까치발을 내려놓고」
근로자 문학제 동상 수상 「숫돌」
2016년 근로자 문학제 은상 수상 「청어의 꿈」
문향 여성문학제 장려 수상 「사랑니」
2017년 직장인 신춘문예 당선 「까치발」
제3회 주변인과 문학 신인상 수상 「나무 한 그루」
제7회 가족사랑 수기 공모전 당선 「며느리 가면」

 

 

목 차                                                            

 

 

 

 

정문숙 수필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정문숙 지음 | 214쪽 국판  | 13,000원 | 978-89-6545-458-8 03810

 

일상에서의 단상, 여성으로서의 삶, 가족에 대한 이야기, 늦깎이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수필집은 구성과 내용의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다소 힘에 부쳤던 과거의 일들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며 비슷한 처지이거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 10점
정문숙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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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

얼마 전 산지니에서 나온 신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관련 기사가 나왔네요.

 

일상의 이야기, 인생의 그늘,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꼭 접어 넣은 것처럼 알차게 채워진 수필집이랍니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삶, 늦깎이 예술가의 눈으로 보는 세상 등

의미 있는 내용들도 들어 있답니다.

 

마음까지 차가워지는 추운 겨울,

이불 속에서 책 한 권 읽으며 마음까지 녹여보는 건 어떨까요?

 

 

***

 

[이 주의 새 책] 김상욱의 양자 공부 外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표제작을 비롯해 '안젤리나' '숫돌' '봄, 이부탐춘을 다시 읽다' 등 책에 실린 수필들은 일상에서의 단상, 여성으로서의 삶, 가족에 대한 이야기, 늦깎이 작가로서의 이야기 등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낸다. 책 머리말에서 저자는 '치유와 위안의 글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문숙 지음/산지니/214쪽/1만 3000원.

 

부산일보 백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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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찌입니다~ 다들 주말동안 잘 지내셨나요? 지난주 금요일인1월 8일. 저는『씽푸춘, 새벽 4시』의 저자이신 조미형 작가님을 인터뷰하러 다녀왔습니다. 약속장소를 저희 동네에 있는 카페로 정해주신 배려에 더욱 작가님이 궁금해졌습니다. 설렘과 기대. 인터뷰는 작가님께서 사주신 커피를 마시며 시작 되었습니다 :) 미소가 아름다우시더라구요~


 첫 소설집이 출간되셨는데, 지인 분들의 반응과 선생님의 기분이 궁금합니다.

조미형 작가님 주변의 분들의 맨 첫 반응은 ‘등단 한지 10년 만에 첫 소설집이 나왔는데 축하한다. 근데 10년 동안 뭐했니. 좀 더 부지런히 써야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들도 하셨구요.

 저는 10년 만에, 사실은 제가 처음 소설 공부를 시작을 할 때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을 했어요. 처음에 수필을 조금 공부하다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배우러 다니고 공부를 시작을 했는데, 처음 할 때 주변 선생님들의 말씀이, ‘어렵다’, ‘하기 힘들다’ 이러시길래. ‘그럼 선생님, 저는 주부고, 일도 있고 하니까 한 10년 정도 공부하면 되겠죠?’ 했어요. ‘등단하기까지 10년, 등단하고 나서 뭐 첫 책 내는데 한 10년 하면 되겠죠.’ 이러고 시작을 했어요. 첫 마음에. 근데 정말 말 그대로 10년 공부하고, 등단하고 10년 만에 첫 책이 나왔어요. 다른 주변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늦게 나왔냐고 하시지만, 저는 제 목표대로, 계획대로 책이 나왔습니다.

글찌 축하드립니다.

조미형 작가님 고맙습니다. 그래서 많이 뿌듯 하구요. 일단 대충 써내는 것 보다, 하나하나 애정을 가지고 천천히 써서 좀 더 책이 두께감도 있고 무게감도 있고, 잘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에 듭니다.



「다시 바다에 서다」는 광안대교가 보이는 부산, 「씽푸춘, 새벽 4시」의 중국 내륙 소도시 통링, 「스노우 트리」의 일본의 북해도 등, 특히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소설의 배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요즘 선생님께 가장 인상 깊은 장소가 어딘지, 앞으로 소설 배경으로 가져오고 싶은 장소는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조미형 작가님 일단 첫 번째 직업이 주부잖아요. 가정주부. 집에만 있고 부산, 아니면 울산. 이렇게 경남 지역에서만 생활을 하다보니까 익숙한 공간에서는… 뭔가 새롭다던가. 이걸 쓰고 싶다하는 생각이 잘 안 들더라구요. 그냥 무심하게 지나가요. 그런데 여행을 가거나 다른 낯선 도시에 가면, 그때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가장 최근에는 마닐라를 갔다 왔어요. 마닐라가 요즘 시끄럽죠? 살인사건도 많이 나고, 도박 하러도 많이 가고 여행도 많이 가고. 특히 거기 가서 제가 놀란 게.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데리고, 아기 엄마가 애기 둘을 데리고 ‘얘를 영어 공부시켜야겠다.’. 그래서 어학원을 알아보러 온 엄마를 만났어요. 도대체 영어가 뭐 길래. 범죄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이런 도시에. 얘들을 데리고 영어 학원 공부를 하러 가야하는가. 그래서 그게 굉장히 놀랐어요. 우리 여기 안에서 보는 영어공부에 대한 이야기와, 마닐라에서 직접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굉장히 충격이었거든요. 그리고 그곳에서 사업하는 사람들, 장사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도 많이 봤는데,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이 많이 차이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쪽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라고 일단 메모만 해뒀어요. 그래서 아마. 그 도시가… 마닐라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클락’ 이라고 옛날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도시가 있거든요. 가장 치안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안전하지는 않구요. 옆에 사람들 다 뒷주머니에 칼을 꼽고 다니더라구요. 주머니에 총을 넣고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안전해 보이지는 않고… 그 도시이름을 ‘앙핼’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앙핼. ‘앙핼이 뭐지?’하니까 천사의 도시래요. 참…

글찌 어떻게 보면 재미있네요.

조미형 작가님 재미있는 도시 이름이 더라구요. 이렇게 범죄가 판치고, 근데 잘 사는 사람들은 정말 잘 살아요. 그 도시와 도시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는데, 다리 하나만 건너면 빈민촌이고, 부촌이에요. 거기 앙핼에도 가면. 날씨가 따뜻하니까 365일 그냥 거적때기 하나만 덮고 생활하고, 낮에는 올라와서 심부를 하고 이렇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강을 따라서 쭉 있는 거 에요. 판자촌이. 그래서 ‘아. 이 도시도 사람들이 사는 매력적인 도시다. 아 여기를 소설로 한번 써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한 번 더 가야할 것 같아요. (웃음)

글찌 다음 작품에서 그 장소를 만나 볼 수 있겠네요.

조미형 작가님 그렇죠.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스노우 트리」에서 형 대신 ‘나’에게 한 영비의 키스가 특히 그랬지요. 이야기가 재미도 있었지만, 선생님만의 문체로 인물과 상황을 잘 묘사해주셔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제목과 첫 문장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서는 제목과 첫 문장을 쓰실 때 어떤 고민을 하시나요? 저에게는 특히 「씽푸춘, 새벽 4시」의 첫 부분이 색다르게 다가 왔습니다.

조미형 작가님 첫 문장을 저는 짧게 쓰려고 노력을 합니다. 일단 읽을 때 제가 재미있어야 하니까. 제가 재미있어야 독자도 재미있겠죠? 재미없는 소설은 제 개인적으로 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편이어서. 서사가 재미있게 진행이 되어야한다고 생각을 하고, 첫 시작을 뭔가 호기심 있고, 궁금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이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것을 많이 고민하고 씁니다.제목도 마찬가지로 주제 이런 걸 떠나서 재미있는 제목에 더 치중을 하고 정하는 편입니다. 「씽푸춘, 새벽 4시」같은 경우는 작품 속에서도 나왔지만, 통링에서 생활을 좀 했어요. 그래서… 정말 맛있습니다. 가면. 맥주도 맛있고, 종류대로 꼬치도 맛있고… 근데 사실은 예전 우리나라 백열전등이 그 거리 전체에 이렇게 전등을 천장에 달아났어요. 노천에, 전봇대 사이사이에 밤에만 걸죠. 새벽되면 걷어서 가고. 거기에 새벽까지 앉아서 맥주를 마셨는데, 그 불빛이나 숯불이나 꼬치구이나, 마주 앉아서 먹는 사람이나. 정말 행복해요. 그 시간은 사실은 돌아서고 나면… 정말 쓸쓸한 도시죠? 여기를 떠나서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겠죠. 퇴근하면 중년의 사내들이 술을 한잔 하면서, 요즘 20대도 치맥을 하면서 돈이 없어서 한 마리 시켜서 여러 명이서 소맥을 먹잖아요? 그 시간은 행복하죠. 그런데 돌아서고 나면, 텅 빈 거리를 걸어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잖아요. 그 시간이 정말 쓸쓸하고, 견디기 힘들게 고독하고, 마음이 아픈 시간이잖아요. 다들. 이 「씽푸춘, 새벽 4시」는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어요. 새벽 4시는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보구요. 잠을 자야하는 시간인데 깨어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또 그 시간이 지나면 아침이 오는데, 아침이 희망일 수도 있고, 어제와 반복되는 고단한 시간일 수 도 있잖아요. 그리고 행복촌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행복하지도 않은 그 허상이죠. 그 순간을 단순히 넘어가려고 하는. 많은 의미가 있어서 「씽푸춘, 새벽 4시」는 이렇게 정했습니다. 마음이 많이 무거운 작품이지요.



다른 인물들과 달리 「다시 바다에 서다」속 신제민은 자신의 목표를 알고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작품집을 다 읽은 후에는 신제민이란 캐릭터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는데요, 선생님께서 가장 애정하시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조미형 작가님 전체 작품에서 저는 좀 안타깝지만, 애정을 가진 인물이 「우리끼리 안녕」에 나오는 젊은 청춘 3명이구요. 사실은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이. 이전에, 저의 이야기도 깔리긴 했지만… 사실은 정말 이것과 비슷한 오토바이 사고가 있었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애들이. 고등학생들이 장례식장에 가는 경우가 많아요. 친구가 죽어서. 얼마 전에도 작은 아들 친구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서, 페이스 북을 하고 있는데 ‘엄마 친구가 죽었데.’ 이러는 거예요. ‘왜?’ 이랬더니 뺑소니 사고래. 그러면서 애들이 교복을 입은 채로 우르르 장례식장에 가는 거예요. 이 작품 속에 애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실은 둘 다 죽었어요. 어느 날 학생이 오더니만 ‘선생님 저 장례식장 가야해요. 친구가 죽었어요.’…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새벽에, 특히 여름에 학생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요. 미친 듯이 달려가죠.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각의 아픔들이 다 있어요. 근데 각각의 아픔들이 있는데, 나중에 맨 마지막에 걔들이 하는 말은 ‘누가 내 이야기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저도 교복을 입고 학교로 갔으면 좋겠어요. 그냥 친구들과 똑같이 어울려서, 저 생활을 하고 싶어요.’ 하는 말들을 해요. 맨 마지막에… 그래서 어른들이 학교에서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애들 이야기를. 그래서 가장 애정이 갑니다.

앞의 질문과 비슷한 것 같지만… 처음에는 주인공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 두목과 팀장, 기수도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요. 우리와 가장 닮아 있는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조미형 작가님 가장 현실적으로 닮은 인물은「씽푸춘, 새벽 4시」의 ‘나’로 나오는 주인공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쓴 게 10년 전인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썩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지금도 대학이 취업을 목적으로 가잖아요. 근데 대학은 대학 자체로도 학문을 하는 공간이 아니고, 학생을 돈으로 보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학생 한사람 당 얼마. 또 취업을 하고나면, 다 포기하고 취업에만. 그런데 결론적으로 보면 그게 다 돈을 따라 움직이는 거죠. 돈. 그래서 애들이랑, 학생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선생님. 10억을 받고 감옥에 4년 있다가 나와요. 저한테 1억만 주면 저도 10년 정도 충분히 감옥에 있다가 올 수 있어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우리의 꿈이, 그냥 맨 앞에 돈. 돈이 있는 것 같아요. ‘돈을 잡으면 모든 행복과 성공,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이번에도 학생들이 원서를 쓰면서 ‘선생님 다 필요 없구요. 연봉이 가장 많이 주는 학과가 무슨 과에요?’ 이렇게 질문을 하더라구요. ‘그럴러면, 경영학과를 가서, 주식투자를 한다던가, 펀드 쪽의 일을 해야겠지.’, ‘그럼 저는 그 과를 가겠어요.’ 꿈이 없고 그냥 연봉, 돈을 쫒아가는 거예요. 그러면 나중에 행복은 찾아온다고 이야기를 해요. 근데 그렇지는 않거든요. 제가 보기에. 근데 이 주인공도 마찬가지겠죠. ‘성공을 하면, 내가 무엇인가를 해주면, 아내도 행복하고, 내가 어떤 부를 이루게 되면 다 행복할 거야’.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그게 아니고, 오늘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차를 마시는 게 행복이에요. 그 다음에, 우리아이가 건강하고, 집을 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그 사람들과 만나서 밥을 먹을 수도 있고, 그 순간순간이 행복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게 쌓이면 ‘정말 괜찮은 삶을 살았다. 돈을 떠나서.’… 돈이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거니까. 목표를 거기에 두지는 말라고 제가 그 학생에게 이야기를 해줬어요. 근데 귀에 안 들어가는 거예요. ‘선생님 저는 졸업하자마자 기본 1억을 받아야겠어요. 그게 제 목표에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씽푸춘, 새벽 4시」에 나오는 인물이 현실과 닮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 가장 안타깝기도 합니다. 또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도 안타깝구요.



책의 표지에도 소개되어 있듯이, 『씽푸춘, 새벽 4시』 속 주현도의 행복은 ‘퇴근길에 낡은 나무의자에 앉아 숯불에 손 쬐면서 맥주 한 잔에 꼬치 안주’를 먹는 것입니다. 사소하지만 큰 행복이어서 따뜻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정의하신 행복도 주현도와 같은 것인가요?

조미형 작가님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현재에 가장 충실하게 생활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을 해요. 돈은 있다가도 없고, 물론 내 앞에 있는 사람도 있다가 없고, 떠나가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생활하는 게,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멀리 있는 것을 쫒지 말고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해라. 멀리 있는 것을 쫒다가 눈앞에 있는 것을 놓지는 수가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소설집을 보면 ‘가족’의 의미가 크게 다가옵니다. 온전해보이지는 않지만 다들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지요. 선생님께 가족이란 어떤 의미 인가요?

조미형 작가님 저에게 가족은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하고, 가장 힘들게 하기도 하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근데 힘들게 하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선택한 가족이고, 물론 부모님은 제가 선택한건 아니지만, 힘들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지요. 근데 요즘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해체된 가족, 돈을 거래하는 가족, 효도 계약서를 써야한다. 아들만 둘 있으면 효도를 못 받는다. 엄청 이상한 말들이 많지요… 그래서 우리도 만나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가족이, 가족이 아니게 되는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에 보상심리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너에게 뭘 해줬으니까, 넌 나한테 뭘 해줘야해.’ 부모님은 자식에게 ‘내가 널 키울 때 뭘 해줬으니까. 너도 나한테 뭘 해줘야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안 살려고 노력을 했어요. 우리 애들에게도 ‘너는 너의 인생’. 근데 사실 애들이 고집이 세요. 유치원 가방을 처음 했을 때부터 둘 다 자기 고집을 세우더 라구요. 제 말을 안 들어요. ‘어… 좀 특이하다. 너네.’ 준비한 것을 이야기해주면 선택을 해요. 걔들이. 지금도 각자의 삶을 살아요. 각자 통장관리하고, 각자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여행 스케줄을 잡아서 후루룩 여행을 떠나고, 저에게는 이야기만 하죠. ‘어디 갈 거야.’ ‘응 알았어. 갔다 와.’ 이번에도 일본 다녀왔거든요. 작은 애가 고등학교 이제 1학년인데… 그래서. 가족은… 음…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항상 옆에 있잖아요. 가장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맞아요. 그리고 힘들 때 손잡기 제일 편하잖아요. 또 손을 잡아 주는 게 가족이고. 근데 가끔 방해꾼 역할도 하지요. 글을 써야하는데, 뭘 해달라고 한다던가. 마감이 와서 글을 쓰고 있는데 ‘엄마! 아파. 병원을 가야 해.’ 이러면 이거 다 덮어놓고 급한 것부터 처리해야하니까. 애를 데리고 병원을 먼저 가야하지요. 그럴 경우 조금 짜증이 나긴 하는데…(웃음) 어째든, 그런 부분은 생각해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고, 가장 힘이 되고 울타리가 되는 것이 가족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품 속에도 많이 나오는데, 가족이 가장 단단하고 튼튼해야만… 제 생각은 그래요. 가장 작은, 기본적인 단위가 가족이잖아요. 사회구성원 중에서. 온전하고 따뜻하고 단단할 때, 사회도 온전하고 튼튼하고 힘이 있는 사회가 된다고 저는 믿어요. 그래서 가족 간의 붕괴가 되지 않고, 서로 도와가면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그래서 가족이 반듯한 가족이 되면, 우리 사회도 좀 더 반듯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믿어요.

글찌 생각보다 가족의 의미가 더 크네요.

우리끼리 안녕」에서 시연이는 가출 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그 동안 시연이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결국은‘나’에게 전화를 한 시연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조미형 작가님 복잡한 마음이지요. 시연은 이제 학교에서 나왔으니까. 친구들로부터 그런 놀림을 당하니까. 제가 본 케이스는 두 가지예요. 너무나 당당하게 이 이야기를 해요. 애가. ‘나 너의 아이를 임신했어. 그러니까 너가 책임을 져야해.’ 그런데 남자 쪽 입장에서는 학생이고, 서로 사고를 친 거니까 ‘인정을 못하겠다. 너의 임신한 애가 우리 집 애의 아이인 지도 모르겠다.' 라고 남자 쪽 엄마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확인 못하겠다. 일단 애를 낳아봐라. 낳고 유전자 검사를 하든지 말든지.’ 낙태하란 말은 못하겠고… 애도 대놓고 이야기를 하지요. ‘당당하게 난 낳을 거야.’ ‘응. 니가 책임져.’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구요.

한쪽은… 남자 쪽은 너무 당당하게 ‘야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다른 애랑도 사귀는데 왜 너만 임신을 하니?’ 고등학생인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나쁘죠. 그러면서 얘를 버리는 거예요. 본 척도 안하고, 다른 애와 데이트를 하고 다녀요. 옆에서 보고 정말 ‘나쁘다. 쟤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되면 이제 시연이처럼 되지요. 얘 혼자 왕따가 되고, 얘 혼자, 나쁜 여자가 되는 거예요. 남자 발목 잡으려고 자기가 임신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왕따가 되고, 끝내 학교를 못 다니게 되지요. 이제 이 아이는 선택을 해야 하잖아요. 자기 삶을 살 것인지, 애를 낳을 것인지. 애기를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병원을 갈 것인지. 나아서 입양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새로운 인생을 살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하잖아요. 시연이는 이 공간을 떠나서, 원래 있던 공간을 떠나서 그런 고민을 하는 거죠. ‘애기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다시 시작을 할 것인가. 내 인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할 때, 현실에서는 뻥! 차버렸지만, …소설 속에 인물은 착하잖아요. 그냥 사고가 아니라 사랑한 거니까. 그래서 연락이 오는 거니까. 시연은 ‘아. 한번 살아봐야겠다. 이것도 내 인생이고, 내 삶에 다가 온 것이니까. 한 번 살아봐야겠다.’ 하고 전화를 한 것이죠. 그런데 이 사회가 그런 선택을 한 미혼모들 있잖아요. 많은 갈등을 하잖아요. 많은 갈등을 하다가 맨 마지막에 ‘아이를 선택을 했어요. 이 아이를 키워보겠어요.’ 안 그래도 애기들이 안 태어나서 그런데… 그런 선택을 한 어린 아이들 있잖아. 따뜻하게 보고, 좀 제도적으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회가.

가장 최근에 쓰셨다는「연지연 꽃이 피면」은 어떤 계기로 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어서 전문적인 지식도 많이 필요했을 것 같구요.

조미형 작가님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은, 아라가야 지역이 함안이잖아요. 함안에서 그때 ‘백 년 만에 개화된, 꽃이 핀 연꽃!’ 이래가지고 신문에 크게 난 적이 있었어요. 그걸 스크랩을 해둔 적이 있어가지고, 그 때 마침 공모전도 있었지요. 이걸로 한 번 써봐야겠다. 해서 썼어요. 넣는데 떨어졌지만…(웃음)

사실은 제 본관이 함안입니다. 함안 조씨거든요. 아버지께서 또 유난히 함안 본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계셨어요. ‘본관이 함안이야. 우리는 양반이야.’ 양반이 없어진 시대가 언제인데. 저는 그래서 ‘한번 써봐야겠다. 연꽃이 어떻게 씨앗이 백년 만에 싹이 날 수가 있지?’ 이러면서 시작을 했는데, 결론적으로 다 쓰고 나서, 저는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소설을 쓰면 안 되겠다.’ 라고 생각을 했구요. 왜냐면 정말 어렵더라구요. 그리고 가야시대 자료가 정말 없었어요. 제가 가야시대 문헌, 그 다음에 발표된 박물관 자료. 함안 군청 홈페이지 올려져있는 자료를 프린트 해가지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일단 그 시대 자료가 정말 부족해요. 뭐 의복이라든지, 특히 관등성명 이런 게 거의 없더라구요. 그래서 더 쓰기가 어려웠어요. 정말 전문 교수들이 발표한 논문 이런 거 구해서 읽었는데 머리 터지는 것 같았어요. 한 10권정도 읽었는데… 아, 도저히 안 되겠다. 다음에는 쓰면 안 되겠다. (웃음)

글찌 그래도 힘들게 쓰신 만큼 보람은 있으실 것 같아요.

조미형 작가님 마음은 뿌듯했어요. ‘이런 장르도 한 번 써 봤구나.’ 그 작품 속에 나오는 주인공 인물은… 음… 실존인물 모티브를 그대로 가지고 왔어요. 마지막 함안군청 홈페이지에서 프린트를 한 자료 중에, 이 장면이 있더라구요. 이 전투가 그대로 있었어요. 그 전투에서 역사기록에 의하면 ‘이름은 없는 그냥 장군이 성 안으로 들어갔는데,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게 한 줄이 딱 있더라구요. 그 한 줄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이 작품을 썼죠. ‘무휘’라는 인물을 만들었지요. 동네이름, 우물, 등 그대로 살려서 쓴 겁니다.

선생님께서 『씽푸춘, 새벽 4시』이라는 소설집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조미형 작가님 따로따로 보면 일곱 편의 작품이 나이 때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고, 다 다르죠? 다른데 저는 크게 보기를 ‘상실’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누구나 다 무엇인가를 원하려고 하는데, 그것을 얻지는 못하지요. 그러면 누군가는 그걸 포기를 하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한테 분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는 자기의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제가 느려요. 배우는 게. 배우는 게 좀 느려요. 왜냐면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것도 해봤다가, 저것도 해봤다가 이러니까. 좀 늦는데, 다들 무엇인가를 원하는데 그걸 빨리 잡는 사람도 있고, 그걸 끝내 못 잡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소설을 쓰겠다고 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고. 근데 그렇다고 해서, 자기 삶을 포기하지는 말라고 얘기를 하고 싶어요. 가장 큰 것은 그거죠. 이런 삶도 있어. 다들 힘들어해. 다들 힘들어하니까 너만 힘든 것이 아니야. 사실 그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는 않아요. 각각의 상처가 다르니까. 입장도 다르구요. 또 상실을 느끼는 아픔의 강도도 다르니까. 위로가 되지는 않지만, 이런 삶도 있어. 그렇다고 너의 삶이 힘들지만, 포기하지는 마. 되돌아보면, 너도 행복했던 순간이 있을거야. 그 행복했던 순간을 아주 작지만, 그것을 잡아서, 그걸 에너지로 삼아서 너는 또 다른 삶을 살수도 있어. 움직여봐.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나비를 보다」에 나오는 인물처럼 움직여 보라는 거예요. 이 공간이 마음에 안 들면, 이 삶이 마음에 안 들면, 일단 본인이 움직여야 다른 것도 눈에 들어오고 보이잖아요. 움직여보라고 이야기를 해요. 아프다고 말만 하지 말고, 내가 힘들다고 말하지 말고, 말을 했으면 행동으로 옮겨봐. 한발자국이라고 옆으로 떼면, 뭔가 다른 게 눈에 보일거야.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아프고 힘들지만, 조그만 더 힘을 내서 움직여봐. 그러면 아주 작은 행복이지만 그게 눈에 보이고, 잡을 수 있을 거야. 당신들의 삶을 포기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과 글을 쓰는 문청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미형 작가님 제가 싫어하는 게 무엇이냐면, 충고 하는 것. 남에게 충고하는 것도 싫어하고, 충고 받는 것도 싫어해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무슨 일을 하면 그건 잘못됐어. 이렇게 저렇게 해. 어른들도 마찬가지고, 또래도 마찬가지고, 10대 애들도 어른들에게 마찬가지고, 누구나 충고하고 지적하는 거에 정말 잘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비난 하지 말고 비판할 때 앞에 근거를 좀 이야기 해주면, 상처를 좀 덜 받겠지. 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말을 잘 안 해요. 누군가에게. 어떻게 살아라. 뭘 해라. 그런 말 정말 싫어하고, 음…별로 하고 싶지도 않아요. 각각 다 똑똑한 사람들이잖아요. 각자의 삶을 살기 때문에, 그래서 다른 말은 필요 없고, 독자 분들께, 그냥 제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읽고 나서 재미없었다고 해도 섭섭하지는 않구요. 각자의 취향이 있는거니까.

그리고 글을 쓰는 문청들에게는… 너무 조급해하지는 말고, 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등단하기까지 10년을, 등단하고 나서 첫 책을 내기까지 10년을 잡아서 천천히 움직였어요. 천천히 움직이면 옆에서 많이 지적을 합니다. ‘왜 그래. 빨리 움직여. 그러다가 세월 다가.’ 그 말 듣지 말고, 그냥 자기 페이스대로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수영과 비슷하다고 말을 했는데, 수영 할 때 자기 페이스를 지키지 않으면, 초반에 확 나갔다가 후반에 힘들어지죠. 그러면 그 물을 다 먹게 되요. 헉헉 거리고, 그럼 물속으로 가라앉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기 페이스를 지켜서, 천천히 가는 사람이 있고, 빨리 가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걸 하면 중간에 포기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페이스대로 가면, 포기 하지 않으니까 자기가 빠른 사람이면 빨리 가고, 난 조금 느려. 하면 목표를 멀리 잡고, 천천히 한발자국씩 가는 거예요. 한발자국씩. 주변 이야기 들으면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리고…(웃음) 천천히 가다보면, 언젠가 자기 앞에 자기가 목표한 것이 딱 형체를 드러내고 있을 테니까. 그때 잡으면 된다고…

글찌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조미형 작가님 아닙니다.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저도 고맙습니다.  




인터뷰는 작가님의 배려로 편안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다주신다며 세심하게 신경써주셨지요. 문예창작학과 학생이라는 저에게 글은 꾸준히 쓰면 된다고 응원과 함께 악수도 먼저 해주셨어요. 작가님은 우아하시고 여성스러운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사회에 관심도 많으신 분이신 것 같았습니다. 다음 작품은 동화집이 될 것 같다고 하셨는데,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씽푸춘, 새벽 4시 - 10점
조미형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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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1.11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차를 마시는 게 행복"이라는 말이 참 와닿는 것 같아요. 천사의 도시 '앙핼'을 배경으로 한 선생님의 작품과 동화집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인터뷰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2. BlogIcon 엘뤼에르 2016.01.11 1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과 속깊은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내셨네요. 소설만으로 접했던 작가님의 속깊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잘 읽었어요 ^^*

    • BlogIcon 글찌 2016.01.11 2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소설만 읽는 것과, 저자 분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에 차이가 있더라구요. 소설에 대해 더 많이 얻어가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3. BlogIcon 잠홍 2016.01.11 1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 페이스대로 가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돋보입니다. 글찌님의 첫 작가인터뷰인 것으로 아는데 꼼꼼하게 질문하고 기록0해주셨네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

    • BlogIcon 글찌 2016.01.11 2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수영을 예시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라는 말씀이 인상깊었어요. 첫 인터뷰여서 걱정도 많았는데 조미형작가님 덕분에 잘하고왔습니다~ ㅎㅎ

  4. BlogIcon 마루 2016.01.23 1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넘좋아요.

 

 

  안녕하세요! 산지니의 새로운 인턴 임병아리입니다^^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이네요. 이런 날씨에는 선뜻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려워 일명 '방콕'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방콕 라이프를 즐기고 계신가요? 저는 선풍기 앞에 앉아 문학서적을 읽으며 여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보다 영화나 드라마, 게임을 통해 시간을 보내곤 하겠지요. 안타깝게도 문학이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2004년 《문학동네》를 통해 일본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이 소개된 이후, 한국 문학의 위기는 잦은 논쟁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이전까지의 문학은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동시에 정신적인 즐거움을 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지요.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며 영화나 TV와 같은 영상매체 및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문학은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서점과 도서관 대신 영화관을 찾기 시작했고,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TV드라마로 대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불가능한 대화들2》 뒷표지

 

"정말 문학은 끝장나버린 것일까?"

 

  《불가능한 대화들2》는 문학이 종언을 선고받은 지금 이 시대에 문학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산지니의 계간지《오늘의 문예비평》에 연재되었던 작가대담을 엮어서 발간한 대담집이지요. 작가들의 창작과정에 관한 '작가산문', 그리고 비평가와 작가의 대화를 담은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도서명에서도 알 수 있듯, 《불가능한 대화들2》는 지난 2011년에 나온 《불가능한 대화들》 이후 무려 3년만에 출간된 후속권이랍니다.

  문학의 종언, 문학의 끝. 이와 같은 말들에 어느 누구보다도 민감할 이들은 바로 작가들이겠지요. 한국 문학의 최전선에서 문단을 끌어나가고 있는 소설가, 시인들. 그들은 이러한 국면에 대하여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불가능한 대화들2》에서는 열명의 작가들이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 중 저의 뇌리에 인상 깊게 들어박힌 몇가지 구절을 소개해드릴게요^^

 

▲ 소설가 정유정. 《불가능한 대화들2》22페이지 속 사진

  이 이야기예술의 가이아는 소설이라고, 나는 믿는다. 최전선을 영상매체에 내주었을지언정, 소설은 아직 근본적인 힘을 갖고 있다. 영화가 시간의 예술이라면, 그저 내 주장이지만, 소설은 영토의 예술이다. 독자가 아무 때나 들어와 뒹굴고 몸을 적시는 진창, 수많은 예술장르에 물을 대는 샘, 인간과 삶과 세계와 운명을 한계 없이 은유해내는 대지라는 면에서.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자」中 18p

 

  위는 정유정 작가의 산문에서 발췌한 구절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유명한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화 되는 것을 자주 보셨을거에요. 하지만 그러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언제나 성공적이지만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요. 독자들이 생각하는 원작의 이미지와, 영상의 이미지가 달라 괴리감이 발생하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저는 소설의 힘, 문학의 힘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 세계를 독자의 마음대로 상상하고, 그려볼 수 있다는 것. 소설을 읽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TV와 영화가 장악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소설이 사라져서는 안되는 이유를 느낄 수 있는 구절이었습니다.

 

▲ 소설가 고은규. 《불가능한 대화들2》87페이지 속 사진

  연민과 연대라는 말이 유독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진심으로 아파할 수 있는 감정이 필요합니다. 아프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자신의 프레임에 넣어 엉터리로 사건을 재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사회는 나쁜 곳으로 굴러 떨어지겠지요. 문학이 낭떠러지를 지키며 미력하나마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암울한 세계, 명랑한 이야기」中 . 88p

 

  현대의 우리 사회는 나날이 삭막해지고, 인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급격한 경제성장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물질만을 추구하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타인에게는 냉정해지고 있습니다. 고은규 작가는 이에 대해 언급하며, 문학이 우리 사회를 지켜줄 작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저 또한 이 구절을 읽으며, 과연 문학이 이 삭막한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문학의 순기능 중 제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는 것은 다름 아닌 '공감 능력의 향상'입니다. 독자는 작품 속 화자의 감정선을 따라 가는 것을 통해,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요. 문학을 통해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타인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점차 늘어간다면 사회의 삭막함이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요? 당장의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사회가 나쁜 곳으로 굴러떨어지지 않는 울타리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윗줄) 정유정 김유진 고은규 김성중 최진영/ (아랫줄) 이승우 서효인 김경인 조혜은 이안

 

   "문학은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담담하고 꿋꿋하게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문학은 끝나지 않았음'을 외치는 작가들. 정유정, 김유진, 고은규, 김성중, 최진영, 이승우, 서효인, 김경인, 조혜은, 이안.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0인의 작가들을 통해 '문학의 끝'이 아닌, '새로운 문학의 시작'을 함께 모색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가능한 대화들 2 - 8점
정유정 외 지음, 오늘의문예비평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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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15.07.30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어제 첫 출근했는데 벌써 책 다 읽고 포스팅까지.
    사진도 좋고 편집도 잘 하셨네요. 물론 내용도 재밌구요.
    파워블로거로 클 수 있는 자질이 보입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2. BlogIcon 단디SJ 2015.07.30 1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편집이 깔끔해서 내용도 더 잘 들어오네요^^ 특히 발췌하신 부분 중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영토의 예술'이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포스팅 기대할께요! 수고하셨습니다.

  3. BlogIcon 엘뤼에르 2015.07.30 1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선, 포스팅 속도에 놀랐어요^^ 문학으로 타인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을 파악한다는 임병아리 님의 말에 공감하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4. BlogIcon 잠홍 2015.07.30 1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발췌하신 문장들이 저도 이 책을 편집하면서 인상 깊어 메모해둔 부분이에요 :) 이 '불가능한 대화들'에서 '새로운 문학의 시작'을 읽어내시다니!! 갑자기 <다시 시작하는 끝>의 조갑상 작가님이 생각납니다 ㅋ_ㅋ 수고하셨습니다~


곰이 뜬 건 그때였다. 멀리서 헤드라이트 빛이 보였다. 곰이다, 외치는 함성과 급히 뛰는 구둣발 소리, 냄새를 맡은 우리 애들이 대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나는 집 뒤로 달렸다. 예상대로 비상문이 열리고 범털 형님이 호위를 받으며 뛰어나왔다. 우선 범털 형님을 차에 태워 보낸 후 다른 보살들을 위해 비상문을 열었다. 이미 마당으로 진입한 두 명의 곰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 나를 보자 순간 멈칫하던 한 명의 곰이 먼저 주먹을 날렸다. 급히 고개를 옆으로 피하며 발을 올려 곰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짧은 신음과 함께 중심을 잃은 곰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몸을 돌려 뛰려는 내 등으로 불구덩이 쏟아진 듯 통증이 느껴졌다. 곰이 내 등을 향해 내려친 각목이 반 토막 나며 멀리 튀어 달아났다. 몸을 낮췄다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곰의 복부를 구둣발로 찍었으나 헛발질이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내게 곰이 다가왔다. 급한 대로 돌을 주워 던졌다. 이마를 움켜진 곰의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피가 보였다. 

-「더미의 변명」에서

이처럼 폭력이 난무하고 스릴 넘치는 사내들의 어두운 세계를 그린 작가가 여성작가라는 것이 믿어지세요. 이 작품의 저자는 바로 나여경 소설가로 등단 10년 만에 이번에 첫 소설집 『불온한 식탁』을 출간하게 되었답니다. 정말 제목 한번 불온하지요. 내용도 정말 불온하답니다.^^

나여경 소설가, 한 미모 하시죠.^^



저처럼 순진한 사람은 중간 중간 ‘이런 세계도 있었어?’, ‘아! 좀 야하네’ 하는 장면이 곧잘 나온답니다. 어디서 소재를 구하는지 작가가 직접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아닌지?(죄송^^) 살짝 의심이 들 정도랍니다. 각 작품마다 독특한 소재들을 잘 가공하여 인물의 성격과 사건의 역동적 구성 속에 잘 버무려 뚜렷한 서사성과 재미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답니다.

책소개 보기

10년 만에 묶은 소설집이라서 그런지 그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 이 소설집 안에 고스란히 잘 녹아 있는데요. 한마디로 정말 술술 재미있게 잘 읽힌답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를 견지하면서도 든든한 서사성을 담보하고 있어서 한번 잡으면 다 읽어야 손을 놓게 된답니다. 너무 자랑만 하나요? 편집자로서 작가에 대한 콩깍지랍니다.^^

11월 마지막 날 『불온한 식탁』 출판기념회를 가졌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는데요. 제가 아는 부산 작가분들은 거의 참석하신 것 같더라고요. 7080세대들이 좋아할 아주 분위기 있는 라이브카페에서 했는데요. 요즘 보기 힘든 DJ 준이 오빠도 나오는 그런 곳이랍니다. 아쉽게도 이 날은 준이 오빠의 얼굴은 봤는데 목소리는 듣지 못했답니다. 나여경 샘이 전설의 그 ‘쭌이 오빠’ 목소리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말입니다.

DJ 박스 안의 준이 오빠(?)


저자분 성향에 따라 출판기념회는 그때그때 분위기가 넘 다른데요. 이날은 한 우아했습니다.

재즈 밴드의 트렘펫 연주


식순에 의해서 1부는 재즈밴드의 축하공연(?)과 간간이 세미클래식 연주, 추리문학관의 김성종 선생님,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이신 김헌일 선생님 그리고 이 소설집에 해설을 써주신 정태규 선생님의 축사와 덕담이 이어졌답니다. 그런데 정태규 선생님은 해설에 써주신 내용을 다시 한 번 길게~~ 요약정리해주시는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정태규 샘의 기나긴 축사^^


2부는 맛있는 저녁식사 시간. 저는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갔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돈까스(?) 유혹에 혹해서 또 먹고 말았답니다.

3부는 참석하신 여러 동료 문인들과 주거니 받거니 축하주를 나누며 즐거운 여흥시간을 가졌는데요. 소설가 이상섭 샘이 사회를 맡으셨는데, 살짝 야한 이야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하셨는데 사실 반응은 별로 없었답니다.ㅎㅎ 글을 쓰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다 알고 계셔서 그런가(?!)

갑자기 저희 출판사 식구도 나와서 노래를 하라고 하는 바람에 단체로 굴비 역이듯 달려 나가 한 봉변을 당하고 왔습니다. 사장님이 ‘밤배’를 부르고 우리는 뻘쭘하게 서서 있다 들어왔는데요. 사회 초년생 이래 처음 당하는 뻘쭘함이었습니다. 정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나여경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11시까지 자리가 이어졌는데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지 2차로 노래방에 가서 새벽 1시까지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선생님 『불온한 식탁』 출판 정말 축하드리고요, 다음 작품은 장편 기대합니다.^^

불온한 식탁 - 10점
나여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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