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파미르의 고원은 히말라야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파미르가 보이는 곳으로 여행가고 싶네요.





제 오랜 꿈은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으며 사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몽골에 나무를 심으러 간 봉사단체들을 보면 가슴이 울렁울렁 했습니다. 물론 저는 천냥 마트에서 산 당근 화분을 죽인적도 있고 지금 키우고 있는 허브 화분도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천은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데 좀처럼 잘 되지 않네요. 흑흑) 


지금은 나무의 환생, 종이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책을 읽고 누군가 꿈을 꾸게 된다면, 이것도 나무 심기에 일조한게 아닐까요. 호호 조금 끼워 맞췄습니다.


갑자기 몽골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읽은 시 한 편 때문입니다. 저는 일주일의 가장 끝 금요일을 향해가고 아침에는 때 맞추어 비도 내렸습니다. 시인의 맞이한 울란바토르의 아침은 어떠했나요? 월요일이 시작되었고 눈이 내렸내요. 이상하게 오늘 출근 길과 너무 잘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울란바토르의 눈


월요일에 일찍 잠에서 깨어, 집이려니 하는 생각에

여전히 화장실에 가서 물을 찾아 마시거나

양말을 뒤집어서 다시 신고는

어젯밤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밖에는 눈이 나부끼고, 불과 하룻밤 사이에

초원이 서둘러 뒷걸음질로 물러나고

나타나 온 천지를 가득 메운 일본 차들이

가없이 진창에 빠져 있는, 이 상황


사실 우리는 진작부터 익숙했다.

한 세기도 넘게, 도쿄로부터 베이징까지

이제 다시 이곳까지

가운데 있는 행인, 코가 오뚝하고 입이 크다


(...중략...)


유일한 가능성은, 우리의 예측이

곧 이루어질 것이고, 그리하여 나는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극동의 북적거리는 시인대회에 참가하고

낭송의 틈새에 외국어도 집어넣을 것을 결심한다.


예를 들면 Black Monday 따위의 

말의 숨은 뜻, 이 눈은 정말 때맞춰 온 것일까 (2008. 10)





쟝타오,울란바토르의 눈」일부,파미르의 밤』, 177쪽




파미르의 밤은 한국해양대학교 김태만 교수가 중국 당대 시인 8인의 시를 편선하고 번역해 출판한 책입니다. 중국 시인 8인은 칭핑(淸平), 황찬란(黃燦然), 양샤오빈(楊小濱), 시촨(西川), 짱띠(臧?), 시뚜(西渡), 쟝타오(姜濤), 쟝하오(蔣浩) 등으로 지난 세기의 시인도 있고 동시대 시인들도 있습니다. 


일본 문학은 익숙하지만 중국 문학은 낯설고 시는 더욱 낯설었습니다. 파미르의 밤』을 읽고 중국 시가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한편으로는 편견으로 대했던 사실은  좁았던 제 문학 세계를 조금 넗혀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어떤 작가는 시는 세상에서 가장 아무 쓸모 없지만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 세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쟝타오' 시를 읽었으니 다음은 '쟝하오' 시를 읽을 차례입니다. 오늘 저녁 저도 파미르의 고원을 다시 한번 넘어보겠습니다. 아마도 온 세상이 필요하겠죠?





편역을 한 김태만 교수는 이 책의 제목을 


“파미르의 밤”이라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탈리아 상인의 아들 마르코 폴로가 지중해를 떠난 1270년, 아직 칭기즈 칸의 몽고가 아시아의 태평양에서 대륙을 건너 유럽의 대서양까지 통일해 지배하던 시기였다. 해상 루트가 위험천만이던 당시, 바다를 포기하고 육로로 해발 7∼8천 미터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험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으로 향했다. 당시는 중국이 곧 세계였다. 16세 마르코 폴로는 파미르 고원을 넘어 비로소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쟝하오가 친구 시뚜에게 바친 시 「파미르의 밤」은 “설산이 눈을 녹이는 온기를 불어 보낸다. / 자고 싶지 않다는 것은 깨고 싶지 않다는 것, / 검은 구름이 시끌벅적하게 산등성이를 들고 달려온다.”라고 ‘친구와 함께 별을 헤며 암흑 속의 설산 고원을 감상하던 파미르의 어느 밤’을 묘사하였다.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별들이 쏟아지는 고원의 밤에 잠들지 못한 채, 캄캄한 어둠 속으로 먹구름이 몰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떠남과 귀향을 생각했을 것이다. 마르코 폴로가 처음 도달한 그 ‘파미르의 밤’도 그랬을까? 중국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중국은 미지의 호기심에 공포가 뒤섞인 모험의 땅이었을 것이다.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중국의 문학 세계, 특히 시 세계는 어쩌면 더 그럴지 모른다. 그런 생각에서, 미지의 중국에 대한 모험 가득한 기대를 전달하고자, 이 시선집의 이름을 쟝하오의 시 제목을 빌려 와 『파미르의 밤』으로 정했다.




파미르의 밤 - 10점
칭핑 외 지음, 김태만 엮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지난 목요일 저녁 7시에 백년어서원에서 저자만남이 있었는데요,
이번 산지니 저자만남은 <파미르의 밤>을 번역하신 김태만 교수이십니다.
베이징에 교환교수로 가 계시는데, 바로 전날 귀국하셨습니다.
저는 처음 뵙는데, 책에 실린 사진하고는 좀 다르시네요.



언제나 백년어서원은
우리를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줍니다.
주인장 김수우 선생님의 남다른 감각이
이번에는 화사한 꽃다발에 꽂혔네요.
싸늘한 겨울바람에 불어오기 시작하는 이 밤에
밝고 포근한 꽃송이가
마음을 녹여주고 있습니다.




뒷표지에 다음과 같은 추천의 말을 남겨주신 구모룡 교수님께서
먼저 말문을 여셨습니다.
같은 해양대 같은 동아시아학과 동료이기도 하신데요,
한 분은 국문학, 한 분은 중문학이 전공이시네요.

김태만 교수가 시에 관심이 많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중국의 해양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의 유려하고 섬세한 번역에 공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동아시아는 문학의 여러 갈래 가운데 시를 으뜸에 두는 위계의 미학을 지녔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거치면서 마음(心)과 뜻(志)과 기운(氣)을 한데 모으는 예술정신이 시로 표출된 것이다. 나의 마음을 탐문하고 뜻을 좇는 일이 세상의 이치를 궁구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요동치는 근대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오늘에 이르렀지만, 중국 현대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다시 마음의 시학과 만나게 된다. 시로써 서로 통하니 어찌 우리가 낯선 이방인들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성큼 친숙한 동무를 만난 듯 반갑다. 그만큼 교감의 영역이 큰 탓이다.-구모룡(문학평론가,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오늘 김수우 선생님께서는
표제작으로 실린 <파미르의 밤>을 낭독해주셨습니다.
12시간 버스를 타고 파미르 고원을 지난 적이 있다고 하시네요.
그 옛날을 추억하며 시를 낭송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시집을 가지고 저자만남을 하니까 이런 점이 참 좋군요.
김태만 교수께서도 한 수 낭독을 해주시고,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읽고 듣고 하니
완전 시낭송회 분위기입니다.



오늘 김태만 교수의 팬들이 많이들 찾아주셨습니다.
제자들과 후배들 그리고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파미르의 밤 - 10점
칭핑 외 지음, 김태만 엮음/산지니

Posted by 아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