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에는 명성황후가 썼던 것으로 추측되는 표피무늬 카펫 사진이 포털 첫화면을 장식하고 있더군요. 표범 48마리의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이 카펫은 붉은 테두리 장식에 오얏꽃 문양이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어요. 그걸 보면서 과연 명성황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한 번 더 궁금해졌습니다.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참 많지요. 강성 시아버지 대원군에 맞선 명성황후는 강하고 화려한 이미지로 제 머리속에도 박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설들 또한 그런 이미지로 명성황후를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년을 넘어서 폐경을 맞은 여성으로서의 명성황후는 어땠을까요. 이 책 <물의 시간>의 명성황후는 새로운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완숙한 여자의 이미지랄까. 근데 명성황후는 남편인 고종을 사랑했을까요. 분명 이 여자한테도 사랑은 있었을 거예요. 그럼 그 대상은 누구일까요.

소설은 바로 소설가의 상상력이지요. 소설 <물의 시간>을 쓰신 정영선 소설가는 전루군 박봉출을 상상해냈답니다. 상상의 계기는 문헌에 나오는 기록이었다고 합니다. 명성황후가 일본인들의 칼에 죽음을 맞이한 한 달 후 조선의 시간을 재는 물시계가 멈추었다는 기록이지요. 여기서 작가의 상상력이 발동합니다. 명성황후는 죽고 조선의 시간은 멈추었다. 아, 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어제 백년어 서원에서 정영선 소설가와 저자와의 만남 자리를 가졌습니다. 여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이기도 한 소설가 답게 풋풋한 여고생들이 한껏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네요. 덕분에 백년어서원 평균연령이 한참 낮아졌지요.


모두들 진지한 표정입니다. 학교에서도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어요. ^^ 선생님께서 만들어서 지도하고 있는 글쓰기반 학생들이랍니다. 여고에는 아직도 문학소녀들이 많다고, 문학의 위기를 말하지만 그 아이들을 보면 아직 문학은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문학인들이 할 일이 참 많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시네요.


여러 동료 소설가분들과 독자들도 함께 해주셨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책을 세 번이나 읽고 오셔서 질문공세를 퍼부어대시는 독자 덕분에 선생님께서 진땀을 좀 흘렸지요. 잡아내지 못한 오타까지 지적하는 바람에 저도 등줄기에 바람이 서늘하게 지나가더군요. 이 모두 저희 출판사와 저자에 대한 애정이라 믿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정영선 소설가이십니다.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랴, 소설 쓰시랴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라는 분이랍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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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간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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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선생님의 <물의 시간>은 시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입니다.
시간이 주인공이라니 다소 낯선 느낌이 들 수도 있겠네요.

혹시 전루군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저도 잘 몰랐는데요, 전루군은 조선시대 시간을 측정하는 관리였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시간은 현재하고는 많이 다르지요.
지금이야 기계적으로 아주 정확하게 시간을 24시간으로 나누잖아요?
조선시대는 해뜨는 시간이 기준이었답니다. 그리고 물시계로 시간을 쟀다고 하네요.
물시계의 눈금을 확인해서 새벽에 파루를 알리는 북을 치는 일이 전루군의 일이었어요.

소설은 이 전루군이 파루를 잘못 알렸다고 의금사에 끌려가는 대목으로 시작을 합니다. 일본인 관리가 시간이 잘못됐다고 항의를 한 것입니다.

여기서 조선의 시간과 서양의 시간이 충돌합니다.
수십년간 새벽에 파루 치는 소리를 들어온 명성황후는 그 시간이 맞다는 걸 몸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전루군을 두둔하고 나섭니다.
소설의 한 축은 죽음을 앞둔 명성황후와 전루군의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더 알려드리면 재미 없겠지요?

저자와의 만남에 오셔서 이야기도 들으시고 책도 읽어보세요^^



물의 시간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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