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정당하다: 중국 여성노동자 삶, 노동, 투쟁의 기록은 여성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기록한 전기다. 베이징 노동자의 집(北京工友之家)에서 활동하고 있는 뤼투(吕途) 박사가 1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를 인터뷰하고 그중 34명의 이야기를 추려서 책으로 발간했다. 세대가 다른 여성 노동자 34명의 삶을 통해서 중국 노동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노동에 관한 학문적인 언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그동안 주류에 의해서 경시되어 온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내어 현재 중국 사회문제를 담담하게 드러냈다.



2015년 겨울 뤼투 박사, 베이징 노동자의 집에서

 사진 출처: 中国新闻周刊, http://bitly.kr/ECYUeLbKspK

뤼투 박사는 1968년 길림(吉林) 장춘(长春)시 출생으로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교(Wageningen University)에서 발전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베이징 노동자의 집에서 연구와 교육 및 공동체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中国新工人迷失与崛起)(2013),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中国新工人文化与命运)(2015) 등 여러 편의 저작을 통해서 사회 기층의 삶을 추적하고 있는 학자다.


이 책은 좌절희망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관통한다. 먼저 개혁·개방 이전 시기부터 노동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의 삶으로 현재 중국 노동 현실을 독해하고 좌절을 통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개혁·개방 이전 국유기업 노동자였던 뤼슈위(吕岫玉)와 쑤제(苏姐), 민영학교 교사였던 쉐제(薛姐), 의사였던 싼제(三姐)의 사례를 통해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자본 주도의 사회가 바람직한가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한다. 그들은 사회주의 시기 노동자와 지도자의 관계는 평등했으며, 노동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했다고 회고했다. 복지 혜택도 좋았다. 공장에 탁아소, 식당, 직원 보건소, 탁구대, 농구장이 구비돼있었고 노조는 정기적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영화표를 나눠주기도 했다. 적어도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이 가능했던 시기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자본이 주도하는 사회로 변모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졌으며, 그들은 당연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각종 위험에 노출됐다. 현재 중국 노동자 문제는 사회보험과 후커우(户口) 문제가 착종 되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온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질 낮은 식사를 한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그들의 삶에서 노후 준비는 사치에 불과하다. 쉼 없는 노동에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기는커녕 그마저도 떼이기 일쑤다. 자신의 권리를 논할 방법조차 모르기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사진출처: <South China Morning Post>, http://bitly.kr/mpzoIOzn7ih

2018년 난창(南昌)시 벽돌공장은 900,000위안 이상 체불 된 임금을 벽돌 290,000장으로 지급하는 일도 있었다.


값싼 노동력으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노동자가 사고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자본이든 정치이든 권력을 가진 자들이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라고 외치는 중국의 씁쓸한 사회 단면이자, 그런 중국에서 어떻게든 노동자를 쥐어짜서 만든 과실을 차지하겠다고 덤벼드는 글로벌 자본의 단면이기도 하다.

한편, 책은 서로 다른 세대의 여성 이주노동자의 주도적인 삶의 태도에서 새로운 노동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도 전한다. 여성 노동자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현모양처)에 맞서며 노동으로써 삶의 주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책 속의 주인공은 공장 여공 혹은 청소부 14, 예전 국유기업 노동자 4, 가정부 3, 공익기관 종사자 10, 의사 1, 속기사 1, 기관도서관리자 1명으로 전문대 졸업은 5명뿐이며 나머지는 초중고 학력이다. 교육수준이 낮아 월수입이 5,000위안(85만 원)을 넘는 이는 고작 2명뿐이다. 이들은 노동자대학에서 받은 교육으로 노동권에 눈을 뜨고 응당 받아야 하는 것을 요구하며 정당하고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디뎠다. 쥐란(菊兰)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죽은 둘째 올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카를 돌보면서 사회보험 쟁취운동에 나섰으며, 아펀(阿芬)은 기업이 이주노동자와 현지인을 분화시키는 책략에 맞선다. 아후이(阿慧)는 힘겹게 일해 돈을 벌지만 남자에 의탁해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생존문제를 개선하는데 떨쳐나선 그들은 풀뿌리 페미니스트이자 노동운동가그들의 활약은 노동과 분배에서 착취와 부정을 차단·축소하여 건전하고 발전된 새로운 노동자 문화를 창조·발전시킬 수 있는 희망이다. 이처럼 책은 개혁·개방 이후 좌절할 만한 노동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주체적 삶을 살아가려는 여성 노동자의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중국 노동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중국 여성 노동자의 삶을 기록한 전기다. 만약 학술서로 중국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책이 일상적이고 감성적인 내용을 서술한 문학책 같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는 저자가 여성 노동자의 삶을 서술에 중심에 놓기 위해 이론적 논의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왕후이(汪晖) 칭화대학(清华大学) 교수의 말처럼, “노동자의 육체와 고통, 기쁨을 모색하고 그들의 영혼의 궤적에 관심을 가지고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의 소중한 가치를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는 외치고 있다. 다만 주류에 사회에 속하는 사람들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경청하기를 거부하거나 경시했을 뿐이다. 평범한 이야기야말로 대중의 이야기이며, 이를 통해서 현실의 문제를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다. 수수하지만 강인한 중국 여성 노동자의 삶을 통해서 젠더 문제와 중국 나아가 세계 자본주의 노동시장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노동하는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위안위안(园园)의 글로 세상 모든 노동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며 서평을 마친다.

▲ 뤼투 저, 고재원, 고윤실 역, 우리들은 정당하다: 중국 여성노동자 삶, 노동, 투쟁의 기록(나름북스, 2020), 318.



우리들은 정당하다 - 10점
뤼투 지음, 고재원.고윤실 옮김/나름북스




산지니 도서로 주제 심화시키기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도서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10점
이창우 지음/산지니

 


-중국 여성주의 운동 관련 도서

빅브라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 - 10점
리타 홍 핀처 지음, 윤승리 옮김/산지니


Posted by changchun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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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와이 편집자입니다.

어제는 조금 특별한 일로 외근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전태일을 어떻게 아시나요?

저는 전태일을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로 처음 만났습니다.

전태일 역을 맡은 홍경인이 몸에 불을 붙이고 

인파 속에 걸어가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강렬했던 인상을 안고 <전태일 평전>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누워서 읽다가 책 후반부에는 책상에 앉아서 울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찌나 많이 울었던지요. 이후로 다시 이 책을 펼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도 들어갑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었을까요?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12개 출판사가 모여 전태일 정신을 잇는 책을 

5월 1일자 발행으로 동시 출간하기로 했고, 산지니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산지니는 1970년 이후 진보 정당의 역사를 담은

 『굴리다 못 다 굴린 진보정당 이야기』(가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창우 작가님 힘내 주세요!



그리고 어제!! 전태일 기념관에 가서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 

연대 협약서를 체결하고 왔습니다. 이 연대를 통해 전태일 정신을 함께 잇고

판매된 책 정가의 1%는 전태일 재단에 기부도 약속하고 왔습니다.


신문기사 읽기


그럼 조금씩 소식 전하겠습니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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