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국제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벽이 없는 세계』

인턴 이승은

 

최근 문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이다. 한국 외에도 다수의 국가가 코로나 19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19는 국가 단위의 재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대로 부상하기 위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를 극복해내는 국가야말로 차세대 국제정치의 선두주자가 될 테다.

왜 우리는 국제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개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 같은 세계는 우리 삶의 사소한 것까지 숨결을 불어 넣었다. 가령 먼 나라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기름값이 폭등하기도 하니, 국제정치는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생각해보라. 우리들 대부분은 현재 평화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검색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이나 여행 경험을 공유할 기회도 있다. 그러한 번영은 안전한 환경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혜택들은 만약에 정부가 국제 분쟁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질 수 있다.

―『벽이 없는 세계』 서문 중 일부

 

국제정치는 마치 거대한 인간관계와 같다. 그들은 실리를 쫓아 움직이기에 국익을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과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지만, 때론 타민족에 대한 반감 하나로 국가 전체가 움직이기도 한다. 이성과 감정이 혼재된 이들은, 지구를 지배하는 거인이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세계 속에선 아시아라는 이름 아래 중국과 일본을 끌어안지만 막상 그들과 마주하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니.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인의 축제에서 우리의 모습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벽이 없는 세계』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세계를 면밀한 시각으로 저술하고 있다. 보통 정치학·지정학을 다루는 책들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패권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정세를 살핀 것에 비해 『벽이 없는 세계』는 중심과 변방을 한데 아우르고 있는 연결고리에 초점을 둔다. 이로 인해 독자는 국제정치에 밀도 있는 접근을 하게 된다. 세계는 단순한 이유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리와 주변국과의 관계, 혹은 운까지 현재를 완성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수많은 원인으로 완성된 현재의 국제정치를 해독하기 위하여 책은 세 가지 열쇠를 독자에게 건네준다. 이는 권력, 지정학, 정체성 정치학, 총 3가지로 세계정세를 해독할 주요 키워드가 된다. 세 키워드는 책을 넘어서 2020년 현 정세의 흐름을 살피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 저자가 거듭해서 강조하는 것은 ‘지리’이다. 땅이 없으면 국가 또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리는 국가를 보호하기도 하고 위협하기도 한다. 약소국이더라도 지정학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강대국에 대항할 무기가 된다. 역으로 강대국임에도 지리적 약점으로 인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패를 내어줄 때도 있다. 지리는, 운명이다.

 

싸우는 운명은 운명을 거부한다는 의미입니다. 변화하는 운명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입니다.

지리적 맥락에서, 지리적 운명을 거부하는 국가들은 지리적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그들의 능력과 역량을 넘어 행동하는 국가들입니다. 반면에, 운명을 바꾸는 국가들은 그들의 강점과 약점에 기초하여 지정학을 만들어 내는 국가입니다.

―『벽이 없는 세계』 저자 인터뷰 중 일부

 

국가는 절대 홀로 존립하지 못한다. 세계와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 고립은, 죽음을 야기할 뿐이다. 전우와 적이 공존하는 이 전쟁터 속에 꼭 최강의 무기를 지닐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약소국이 패권국을 상대로 거래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점에 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던가. 중요한 것은, 쥐에게도 자신을 보호할 이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벽이 없는 세계』는 멀리 보는 책이다. 패권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동남아까지 넓고 공정한 눈으로 정세를 파고든다. 책은 여러 국가의 전략을 날카롭게 파악하여 그것의 득실을 추려낸다. 그러나 그곳에 저자의 견해는 교묘하게 빠져있다. 미래를 향한 모든 판단은, 오로지 독자만의 영역인 것이다.

이 책의 독자의 역할은 자신의 조국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민이라면 말레이시아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방향을 떠올려내야 한다. 국가는 국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가가 올바른 길로 부상할 때 당신의 삶이 지켜진다.

우리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문제를 품고 있다. 넓게는 오랫동안 지속해왔던 북한 문제가 존재하고, 좁게는 현재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부동산 문제, 부산 침수 이재민 발생 등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단순히 우리나라 안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것들을 해결하는 것이 세계롤 나아가는 기로가 될 것이고, 또 세계의 문제를 해결함이 우리나라 내부 문제 해결에 대한 단서가 될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한 공동입장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속담에 있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것이 한국의 운명이다. 그것은 "두 마리 코끼리가 싸우면 중간에 낀 쥐사슴은 밟혀 죽는다"라는 말레이시아 속담과도 비슷하다. 한반도의 지리적 상황이 말레이반도와 똑같이 보이는가?

지리는 운명이다. 같은 지리는 같은 역사적 경험을 형성한다. 따라서 그것은 같은 지정학적 의식을 생산하게 된다.

―『벽이 없는 세계』 44장 바람직하지 않은 한국의 통일 중 일부

 

대한민국 역시 세계로 발을 뻗은 지 오래임에도, 여전히 그 시각은 패권주의 국가나 인접 국가에 머물러 있다. 세계는 넓고, 변화무쌍하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국가에 한정된 것이 아닌, 국민인 우리에게도 포함되는 사항이다. 우리 또한 이 변화에서 생존할 필요가 있음으로.

타국의 정치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제정치를 보는 눈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세계는 벽이 없다.

 


 

 

벽이 없는 세계 - 10점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정상천 옮김/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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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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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턴 이승은입니다

빗속에서 7월이 끝나감에 따라 아쉽게도 제 인턴 기간 역시 마지막을 향해 가는데요.

마른 땅이 목을 적시는 빗소리와 함께 제 맘을 사로잡은 책 한 권이 있었답니다!

 


여러분은 평소에 국제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저는 영 정치에 어두워서, '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평소에 공부 좀 해둘 걸 그랬어요…!)

아마 저처럼 '정치'라는 단어에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러나 『벽이 없는 세계』는 말 그대로

독자와 정치학·지정학 사이의 벽을 허물어주는 책이랍니다!

 

책을 즐겁게 읽고, 역자이신 정상천 선생님과 인터뷰할 기회까지 생겼는데요!

비록 서면 인터뷰였지만, 정상천 선생님께선 제 질문에

친절하고 꼼꼼하게 대답해주셨답니다.

(저도 이제 조금은 지정학에 밝아지는 기분…!)

 

인터뷰에 응해주신 정상천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인터뷰를 보도록 할까요?


 

Q.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고 번역하셨는데, 이번에 『벽이 없는 세계』를 번역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작년에 3.1 독립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를 펴낸 바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애국 출판사(Patriot Publishing. Co.)에서 제 책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올해 10월에 말레이어로 현지에서 출판될 예정입니다. 이에 산지니의 권유로 그쪽 출판사 책 중 하나를 번역하게 되었고, 제가 관심이 있는 국제정치 관련 책인 ‘벽이 없는 세계’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말레이시아 외교관이 집필한 책인 만큼, 말레이시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성향을 드러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느낀, 다른 지정학책들과는 다른 이 책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나요?

A.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정치학·지정학 관련 책들은 미국이나 유럽 중심의 시각에서 서술된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분야가 강대국들의 세계관이나 힘의 논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로 구성된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과 같이,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 국가들도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며 이제 명실상부하게 중견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도 서구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고, 아세안 국가 중의 하나인 말레이시아의 지정학 연구자가 제3의 시각에서 바라본 국제정치에 대한 분석은 기존의 책들과 차별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아세안이 자칫 강대국에 의해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고, 국제적 이슈에 대해 아세안 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벽이 없는 세계』 역자 정상천 선생님

 

Q. 저자 아이만 라쉬단 웡의 날카로운 견해는 제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찌르는 듯하여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번역하시면서, 저자의 생각에 감탄하셨거나, 크게 공감하신 부분이 존재하시나요?

A. 저자가 책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는 ‘지리는 운명이다(Geography is destiny)'라는 표현은 저도 아주 공감하는 말입니다. 이는 미, 일, 중, 러 4대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운명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남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없애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만들고자 합의하여도 주변 4대 강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제44장 ’바람직하지 않은 한국의 통일‘에도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Q. 한국인인 만큼, 저자의 한국에 대한 시선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남북한을 막론하고, 한국인들은 꿈을 크게 꾸는 경향이 있다.”라는 구절이 존재하는데, 이에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저는 한국인이 현실적일지언정,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A. 보는 시각에 따라 각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외교부에 15년간 근무해본 제 경험으로 미뤄볼 때 한국인들은 매우 꿈을 크게 꾸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비전인 ‘동북아균형자론’, 이명박 대통령이 ‘신아시아 외교구상’,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살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러한 꿈들이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한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소위 ‘잃어버린 연결고리(missing link)'인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구축되었을 때만이 실현 가능한 꿈들입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께서 보수층의 많은 비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무대로 나오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잘 아시죠? 그렇게 되도록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이 많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Q. 저자는 국제 정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요소로 권력, 지정학, 정체성 정치학 3가지를 꼽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이 외에 국제 정치를 이해함에 있어 도움 되는 요소가 더 있나요?

A. 저자가 언급한 지정학의 세 가지 주요 열쇠 ‘권력(power), 지정학(geopolitics), 그리고 정체성(identity)’으로 대부분의 국제 정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외교부에 근무했던 경험으로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문화(culture)'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한류로 대변되는 K-pop, K-food, K-sport, K-beauty(화장품), K-방역 등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전 세계에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국제정치가 하드 파워(hard power)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벽이 없는 세계』 역자 정상천 선생님

 

Q. 책 내에서 트럼프의 정치에 관한 언급이 나옵니다. 2018년을 지난 2020년 오늘날에도 트럼프의 정치는 뜨거운 화두인데요. 그의 극단적이고 강한 언행에 따라 트럼프식 정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선생님께서 보시기엔 그의 정책과 행보는 어떠한가요?

A. 책에도 트럼프식 정치(Trumpolitics)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고도의 계산된 정치적 행동으로 보기도 하고, 정치를 잘 모르는 부동산업자 출신의 대통령이 인기 영합적으로 모든 것을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있습니다. 어쨌든 그는 미국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이 바라던 가려운 데를 긁어 준 것이지요. 미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과도한 대외 개입을 축소하고, 그동안 미국의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딥스테이트(deep state)의 영향력에 탈피하고자 하였습니다. 일부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만, 일부는 많은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동안 미국이 표방했던 ‘자유 세계의 수호자’, ‘민주진영의 지도자’,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 경제의 진흥’ 등의 표어들이 사라지고, 미국을 믿고 따르던 나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준 것이 사실입니다.
2009년 11월 미국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들여 성사시킨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유엔에 통보하였고, 2020년 7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비난과 함께 탈퇴를 공식 통보하였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관세장벽을 낮추어서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던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탈퇴도 선언할지 모릅니다. 2001년 12월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서 미국의 턱밑에까지 쫒아왔으니까요.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미국의 외교정책과는 180도 상이한, 상식을 타파하는 외교 노선을 추구하여 많은 자유우방 국가들에게 불안과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키게 하고 있습니다. 금년 11월에 있을 미국의 대선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Q. 2016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 중 하나가 ‘브렉시트’였습니다. 당시 저는 영국이 무지몽매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통해 이 선택 또한 영국이 자신의 득실을 계산한 행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렉시트는 EU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조명하는 사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영국으로 하여금 여러 사회 문제의 진통에 시달리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브렉시트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요즘의 국제정치를 보면 상식을 깨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안개 속을 걷는 기분입니다. 브렉시트도 그중의 하나이지요. 대부분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중의 한사람이었으니까요.
영국의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경제란 것은 벽을 허물어야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벽을 쌓고 고립주의를 택하는 것은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붕괴’와 같은 맥락입니다. 과거 영국이 드골의 반대로 유럽연합에도 늦게 합류하였고, 유로화 체제에도 동참하지 않고 영국의 파운드화를 고집한 것도 지금의 브렉시트와 연계되어 있는 영국의 ‘정체성’ 지키기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EU라는 거대 집합체에 정치, 사법 권한까지 위임하고 이에 종속되는 것은 자존심 강한 영국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으로 이들에 대한 혜택은 늘어나고, 영국에서의 일자리는 빼앗기고 있다는 인식이 영국인들 사이에 자리 잡았던 것이지요. 결국 브렉시트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국민들이 찬성함으로서 결정된 것이니 이에 따라야 하겠지요.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독자 여러분들도 잘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Q. 국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여쭙고 싶습니다. ‘동아시아’란 집합 속에서 중국을 떠올리면 가깝게 느껴지지만 ‘세계’로 집합의 범위를 넓히게 되면 오히려 중국보단 미국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데요. 한국인은 미국과 중국 두 강국 중 어떤 나라를 더 친밀하게 여기며, 그 기반에는 어떠한 ‘국가 정체성’이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A. 이 문제 역시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것 같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후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미국과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보다는 미국이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한-미 동맹은 있지만, 한-중 동맹 관계가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수천 년간의 교류를 통해 성장해 온 가까운 이웃이며, 한자와 유교 문화권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의식의 내면에는 동양적 사고와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외교관으로 해외에서 근무할 때 비록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였지만, 중국이나 일본 심지어 아세안 국가의 외교관들이 더 친밀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국가들입니다. ‘국가 정체성’이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새로운 국가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립, 실리외교’가 핵심입니다.

 

 

Q. 책을 번역하면서,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외교 방향이 궁금합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비해 국제 정세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측됩니다. 선생님의 견해는 어떠한가요?

A.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1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은 우리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이제 전 세계인들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G7 회의에 한국, 러시아, 인도 등 5개국을 추가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분단으로 우리의 국력이 분산되어 있지만, 한민족 전체로 볼 때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의 창이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젊은이들과 정책담당자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포부를 펼칠 날이 올 것으로 믿습니다. 

 

Q. 현 추세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제 정치는 지정학, 권력 등 다양한 영향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해나가는데요.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지구를 휩쓴 지금, 국제 정치와 관련하여 ‘코로나’는 어떤 새로운 요소로 작용하게 될지 선생님의 견해를 여쭙고 싶습니다.

A. 코로나로 인해 앞으로의 모든 삶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예측됩니다. 과거처럼 마음 놓고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그리고 국가 간의 벽이 높아질 것입니다.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벽을 허무는 것이 이번 번역서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국제정치의 실상을 바로 알고 이에 대응하자는 것이지요.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하드웨어 경제에서 소프트웨어 경제로 모든 것이 변하고 있고, 앞으로 이것이 새로운 뉴노멀(New Normal)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추세에 빨리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Q. 저자는 조국인 말레이시아를 성장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꼽았는데요. 그 외에도 다른 성장 가능성을 품은 나라가 다수 존재하리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안목으로 보셨을 때,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나라는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가 볼 때 인도가 가장 유력합니다. 인구 규모나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후보 국가입니다. 인도 다음으로는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다고 봅니다. 인구가 2억 7천만으로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고, 천연자원도 풍부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와 자원협력을 한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결국 인구 숫자가 국력의 척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Q. 다음 작품이나 혹은 번역 계획이 있으시다면,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최근 말레이시아 애국 출판사에서 발간한 『위대한 말레이 왕들의 연대기』에 대한 번역을 마쳤습니다. 아마 8월이나 9월경에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책이 저와 인연이 되어 출간될지 저 역시 궁금합니다. 제가 새로운 작품을 낸다면 저의 전공과 관련된 국제관계나 역사 관련 작품이 될 것입니다. 미력하지만 저의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인문학의 르네상스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벽이 없는 세계』와 정상천 선생님 인터뷰를 통해

세계정세를 보는 시각이 넓어질 수 있었어요.

제가 선생님께 드린 질문에 여러분의 생각도 대답해보시면서

포스팅을 본다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기름 유가는 왜 폭등한 걸까?'

'아베 총리는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걸까?'

'21세기에 왜 여전히 독재 국가가 존재할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한 길 모른다고, 국제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이 정치지만,

『벽이 없는 세계』는 퍼즐을 맞추듯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주어

좀 더 알기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코로나로 인해 혼란스러운 세계,

『벽이 없는 세계』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을 파악해보도록 해요.

 

 

벽이 없는 세계 - 10점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정상천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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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iteu 2020.07.28 1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의 번역책 잘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열독을 부탁드립니다 ^^